“창의성, 학문에 輕重을 두지 말라!” 창의성의 구루, 영국의 켄 로빈슨 경 ③ 2009년 01월 19일(월)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또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라는 시리즈 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모든 과학의 언어(language of all sciences)’라고 할 수 있는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논리적 능력이다.

만약 누구도 풀지 못한 문제의 해답을 구했다고 해도 그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문제의 본질적인 해답보다 하나의 추측에 지나지 않으며 결국 완전한 해결이라고 인정받을 수 없다.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나와”

▲ 아인슈타인은 과학자에게 상상력이야말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덕목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능력, 즉 논리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논리력이란 주장이나 의견을 논리정연하게 풀어나가는 힘을 뜻한다.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여기에서 바로 창의성이 나온다.

수학은 어렵기만 하고 특별한 재능을 지닌 사람들만의 학문이 아니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보편적인 언어다. 수학은 스스로가 자신의 호기심을 풀어가는 지적 창작활동이다.

그래서 창의성의 구루 켄 로빈슨 경은 이렇게 외친다. “주위의 사물과 현상에 호기심을 가져라. 그리고 의문을 가져라. 또한 탐구정신을 게을리하지 말라. 만약 그게 피곤하다고 생각된다면 당신은 어떠한 혁신도, 발전도 이룩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교육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해온 그는 영국의 한 방송(Personal Life Media)과의 인터뷰에서 왜 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자신의 철학을 이렇게 주장했다.

“교육은 선천적 능력을 개발하고 문화적 이해를 높이는 일”

“교육은 사람들이 의미와 목적이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게 하며 경제적 자립, 그리고 국가의 경제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또 중요한 것은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의 문화적인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어야 한다.”

다시 이어지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영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의 교육이 그렇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의 형태가 너무나 좁고 그리고 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나는 그게 상당히 걱정이 된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선천적 능력(natural abilities)을 개발하도록 도와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교육이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능력개발의 기회를 가로막고(divorce)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창의성 교육이란 바로 이러한 선천적 능력을 개발하는 일인데도 말이다…”

사실 로빈슨 경의 톡톡 튀며 대중을 사로잡는 웅변들은 대부분 여기에 모아져 있다. 창의성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능력들을 갖고 있다. 그 능력들을 막지 말고 끄집어내자는 것이다.

“학문의 융합을 위해 예술교육도 중요하다”

▲ 로빈슨 경은 교육개혁은 창의성 개발을 위한 교육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간단한 지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이 과연 그러한가? 사람들의 선천적 능력을 가로막는 일은 너무나 많다. 일차적으로는 부모가, 그리고 로빈슨 경의 지적처럼 학교교육 또한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의사, 대학교수, 고급 공무원을 권장하지, 예를 들어 예술활동이나 스포츠를 권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니 이런 매력 있는 일자리들 때문에 타고난 능력이 차라리 사장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빈슨 경은 암기식 교육(memorization)은 결코 창의적인 학습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소위 강요된 교육에서 창의성이 나올 수가 없다고 꼬집는다. 대신 예술(arts) 교육을 강화하라고 주문한다. 요즘 제기되고 있는 학문의 융합에 대한 필요성과 무관하지 않다.

(참고로 여기서 로빈슨 경이 말하는 예술이란 음악과 미술과 같은 장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철학, 문학, 역사 등 인문학적 소양을 포함한 과목이다.)

최근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상아탑이라고 할 수 있는 KAIST에 문화기술대학원이 설립됐다. 요는 과학기술에 인문학과 예술을 접목시켜 보려는 시도다. 상당히 혁신적인 시도로 과학계는 보고 있다.

KAIST에 인문학과 예술을 아우르는 문화기술대학원 설립돼

사실 과학기술과 인문학, 그리고 예술은 굳이 따로 구별할 바가 아니다.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철학과 과학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고대 그리스에서 과학과 철학은 하나였다. 음악 또한 마찬가지였다.

학문 간의 융합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다양성 때문이다. 접하는 현상과 환경이 다양해지고 있다. 따라서 연구분야도 다양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접하는 현상과 분야들이 서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다시 로빈슨 경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예술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해서 수학이나 과학을 소홀이 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수학과 과학은 그 자체만으로 창의성 개발에 엄청나게 중요하다. 그야말로 권장해야 할 과목들이다.

그러나 교육개혁이 수학과 과학에만 집중시킨다는 것은 고려해 볼 만한 일이다. 다시 말해서 수학과 과학에만 치중하려는 노력이 교육개혁의 기본이 돼서는 곤란하다. 수학, 그리고 과학과 함께 예술적 가치를 강조하는 그러한 교육개혁이 바람직하다.

편협한 교육제도 하에서 소외되고 버려진 과목들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주장은 사람들의 타고난 능력들이 다르듯이 교과과목에 큰 선을 긋고, ‘이것은 중요하고 저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경중(輕重)을 비교하는 것은 창의적인 인재양성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암기와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야 한다”

▲ 창의성은 인간이 타고난 능력이다. 따라서 강요된 암기와 주입식 교육환경 속에서는 꽃필 수가 없다. 
최근 뇌 연구가 새로운 학문으로 떠오르면서 별로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던 심리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순수 인문학으로 속해 있던 심리학은 뇌라는 생물학적 연구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학문이다.

이제 심리학은 과학기술, 다시 말해서 이공계 학문의 중요한 부분이다. 21세기의 과학혁명은 뇌 연구에서 나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뇌 연구야말로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 없이는 접근이 불가능한 분야다. 인문학의 과학적 응용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로빈슨 경의 주장이 그렇다. 학교교육이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부 중요한 몇몇 과목만을 중시하는 교육으로는 21세기에 걸맞는 창의적인 인재가 나올 수 없다.

“창의성은 인간 능력이 다양하다는 전제에서 나온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 그것이 바로 훌륭한 창의성교육이다. 그러한 교육에서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훌륭한 인재가 나온다는 것을 교육 지도자들이 알아야 한다!” (계속)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1.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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