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사이언스는 세계의 주요 학술 소식을 모은 ‘표지로 읽는 한 주의 과학’을 연재합니다. 이 코너는 일주일간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네이처’, ‘셀’에 발표된 주요 논문을 소개하는 연재입니다. 매주 과학계 전문가들이 가장 엄선한 이들 저널의 표지는 여러분을 심미적인 학술 세계로 이끌 것입니다.

이번 주 주제는 지금까지 알려졌던 것보다 20만 년 앞서 살았던 것으로 드러난 고대인류 베이징원인과 조개껍데기의 성분인 탄산칼슘의 결정화를 담은 표지 논문입니다. 이밖에 미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이 참여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새로운 유전자(DNA) 분석기술을 살펴봤습니다. 이번 주에도 어김없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는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 에디터 주

● 식량 문제 해결 위해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영국에서 발행되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12일자는 1920년대 중국 베이징 저우커우뎬에서 발견된 ‘베이징원인’ 두개골 사진을 표지로 뽑았다. 고대인류인 ‘호모 에렉투스’에 속한 이들은 최근까지도 50만 년 전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네이처 표지사진. 사진제공 네이처
그러나 중국과 미국 연구진은 석영에 있는 알루미늄과 베릴륨 입자의 방사선 분석을 한 결과 베이징 원인 화석이 발견된 지층의 연대가 75만 년 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존의 추정치보다 20만 년 전 이상 앞선 것이다. 연구진은 베이징 원인이 살던 시대에 저우커우뎬 지역의 연평균 기온은 어는점을 오르내렸지만 공기가 건조해 얼음이 얼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미(在美) 한인 공학도 강병우 씨가 제1저자로 참여한 미국 연구진의 초고속 충전기술도 소개됐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재충전식 리튬 배터리의 경우, 리튬이온의 이동속도가 느려 충전이 오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온이 전자를 운반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우회도로’를 만들어 이온이 더 빠르게 도달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현재 8시간 정도 걸리는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5분 정도면 충전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네이처는 또 ‘물고기 한 마리를 얻으면 하루를 살고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우면 평생을 산다’는 속담을 언급하며 기아 문제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던졌다. 선진국들이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에 식량지원만 할 뿐 아프리카가 경작을 해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돕지 않고 있다는 것.

네이처는 “미국 옥수수 1t을 아프리카로 옮기고 분배하는데 821달러 들지만 씨앗과 비료를 주고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돕는데 135달러 밖에 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일시적 지원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농업’을 하려면 아프리카 농부들이 직접 경작하도록 지원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 기후변화로 남극 식물성플랑크톤 감소



사이언스 표지사진. 사진제공 사이언스
13일자 사이언스는 네덜란드 연구진이 초저온전자현미경을 이용해 동물 뼈의 주요 성분인 탄산칼슘이 결정화되는 과정을 촬영한 연구결과를 표지 논문으로 소개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연구결과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실렸다. 사이언스는 미국 연구진이 1973~2007년 세계 3250곳의 기상관측소에서 조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에어로졸이 많을수록 가시거리가 짧아진다는 .새로운 연구 성과를 얻었다고 소개했다. 에어로졸은 액체나 고체의 입자가 주로 공기와 같은 기체 내에 미세한 형태로 균일하게 분포한 상태로 그을음이나 이산화황을 포함하는 경우도 있어 공기오염원으로 분류돼 왔다. 연구팀은 "대기에 있는 에어로졸이 태양광을 반사시켜 지구표면에 도달하는 빛을 가려 연구를 시작한 1973년에 비해 지구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이언스는 또 남극반도 기온이 점차 오르면서 찬 바다에 사는 식물성플랑크톤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실었다. 식물성플랑크톤은 최근 30년간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먹이사슬의 기본이 되는 플랑크톤 수가 줄어들면 생태계에 큰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 경고했다.

이밖에 미국립보건원(NIH)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이 DNA 기능을 탐지하는 새로운 방법을 알아냈다는 소식도 전했다.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아데닌(A), 구아닌(G), 티민(T), 시토신(C) 등 네 가지 염기서열을 비교하지 않고 DNA 형태를 3차원으로 만들어 구조적 특징을 파악해 기능을 알아내는 방식이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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