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 (9)

찰스 다윈
It is not the strongest of the species that survive, nor the most intelligent, but the one most responsive to change.

살아 남는 종(種)은 강한 종이 아니고, 또 똑똑한 종도 아니다.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다.
-찰스 다윈(1809-1882): 영국의 자연생물학자, 진화론자-

다윈(Charles Darwin)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인간의 조상(ancestor, forefather)이 원숭이라고 하니깐 아예 꼴도 보기 싫나요? 진화론(evolution)이 자신의 종교가 주장하는 창조론(creation)과 위배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판단을 할 생각입니까?

다윈을 여러분의 종교 속으로 끌어들일 생각입니까? 아니면 여러분의 종교를 다윈의 진화론 속으로 끌어들일 생각입니까? 또 아니면 그의 존재조차 무시할 생각입니까? 종교라는 이름으로 다윈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도그마(dogma)입니다. 다윈은 첨단 과학시대인 지금까지도 존경과 비판을 받는 학자입니다. 왜 비판을 받고 있을까요?

다윈의 이 명언은 그가 주장하는 진화론 전체를 짤막하게 요약해 모든 것을 표현하고 있는 말입니다. 강한 종만이 살아 남는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똘똘한 종만이 살아 남는다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설명하자면 유들유들하게 세상과 타협하고 적응하는 종(種)이 끝까지, 그리고 영원히 살아 남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인생철학도 되는 건가요?

다윈의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여러분들한테 물어 보죠. 여러분들은 힘이 세고 강한가요? 아니면 아이큐도 높고 공부도 잘 하고 그래서 똘똘한가요? 또 아니면 공부는 대충하면서 친구들하고 잘 지내고 있고, 만약 취직해서 사회생활 한다면 사람들과의 관계는 ‘짱’으로 잘 지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지요?

어쨌든 다윈의 진화론은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는 사교성(sociality) ‘짱’의 소질이 있는 사람, 또는 생물만이 살아 남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신(神)한테만 의지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풀린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공부는 하지 않고 ‘짱’만 키우지 마세요. 다윈의 진화론은 50년, 60년, 100년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십 만년, 백 만년, 그리고 억 년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학자들은 다윈의 진화론에 모순(contradiction)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다윈의 진화론에 여러 가지 오류(mistake, fallacy)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과학 이론은 반박과 논쟁의 과정을 통해 발전합니다. 뉴턴의 이론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해 모순점이 발견됐습니다. 과학이론도 발전하고 진보합니다.

다윈의 진화론이 모순이 있기 때문에 창조론이 맞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위험한 아집입니다. 진화론은 과학이지만 창조론은 과학이 아닙니다. 과학은 그 속에 오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연한 논리와 체계적인 증거가 있습니다. 창조론은 기독교든, 아니면 대부분의 국가에 있는 창조 설화든 간에 하나의 신화라는 차원입니다. 그러한 신화를 받아들이느냐 아니냐는 선택적 권리입니다. 선택은 하되 주장은 옳지 않습니다.

독일 나치의 히틀러는 다윈의 진화론을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superiority)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사용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등의 게르만 민족은 살아 남고 유태인이니, 슬라브라는 하등 민족은 진화론의 이름을 빌어 역사의 현장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히틀러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합니다. 또 이 칼럼이 히틀러의 철학을 논하는 자리는 아닙니다.

HP를 아시는 지요? 세계적인 컴퓨터, 이동통신 회사 휴렛패커드 말입니다. 지금은 권좌에서 물러났지만 피오리나(Carly Fiorina)라는 대단한 여성이 이 HP를 이끌었습니다. 아마 여성 가운데 피오리나만큼 대단한 회사의 경영자가 된 적은 없습니다. 유명한 여성 경영인으로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어느 신문에는 피오리나 담당 기자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2004년 피오리나 회장이 매일경제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특별 강연을 통해 한 말이 있습니다. “살아 남는 종은 힘세고 똑똑한 종이 아니다. 현실에 타협하는 종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다윈의 적자생존의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 타협과 생존의 철학을 그에게 배워야 한다. 혁신은 적응이다” 피오리나 회장은 언변이 대단합니다. 좀 멋있는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습니까? 웃을 때의 모습은 여우와 사자를 합쳐 놓았습니다. 그래서 언론은 ‘1백만 달러의 미소(smile of one hundred million dollar)’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피오리나 회장 겸 CEO는 작년 9월 이사진의 반대로 권좌에서 축출당합니다. 방만한 경영이 첫째 요인이고 너무나 정치적이라는 이유입니다. 다시 말해서 정치무대에서 통하는 외교술은 훌륭한데 기업경영에서는 무능하다는 이유입니다. 피오리나 회장은 기업의 적자생존을 외치면서도 자신은 적자생존을 못한 것 같습니다.

진화론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함께 기독교 이론이 지배하는 세계(유럽)의 인식을 바꿔 놓았습니다. 인간의 자존심, 그리고 신(神)의 자존심을 추락시킨 2대 이론입니다. 신이 만든 지구가 왜 돌아? 신이 창조한 가장 고등 동물인 인간의 조상은 원숭이라고? 그러면 잘났다는 인간도 개나 고양이와 같이 그저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하다고?

의사 집안에서 자라난 다윈은 1825년 에든버러 대학에 입학해 의학을 배웠으나 성격에 맞지 않아 중퇴합니다. 가정이 풍요한 다윈은 1828년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진학해 신학(神學)을 공부합니다. 그러나 다윈은 신학에도 싫증을 느꼈고 동식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사람의 인생은 아주 뜻밖의 사건(unexpected chance)으로 예상치 못하게 바뀝니다. 아마 다윈이 세상을 탐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면 진화론은 없었을 겁니다. 다윈이 1831년 22세가 됐을 때 친교를 맺고 있던 케임브리지 대학 식물학 교수인 J. 헨슬로 박사의 권고로 해군 측량선인 비글(Beagle)호에 박물학자로 승선합니다. 남아메리카, 남태평양의 여러 섬(특히 Galapagos Islands, 갈라파고스 제도)과 호주 등지를 두루 항해해 6년 만인 1836년 귀국합니다. 이 여행에서 다윈은 진화론을 주창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자료를 모았습니다.

다윈은 맬더스(Thomas Malthus)의 인구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알다시피 맬더스의 인구론은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은 산술 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내용입니다. 산아제한의 이론을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다윈이 배운 것은 많은 인구 가운데 살아 남기 위해서는 생존이 필요하다. 적응하는 인간만이 살아 남는다는 겁니다. 때론 투쟁도 필요합니다.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과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의 이론입니다.

다윈은 여러 가지 논문을 냈습니다. 그 가운데 중요한 연구 논문은 세 가지 입니다. 1839년에 ‘비글 항해기(Journal of the Voyage of the Beagle)’, 20년 후인 1859년에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을 발표합니다. 종의 기원 논문의 정식이름은 ‘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 or the Preservation of Favoured Race in the Struggle for Life’입니다. 그야말로 세간의 이목을 끈 이 논문의 제목을 음미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1871년에 발표한 ‘인간의 유래(The Descent of Man)’가 있습니다. 정확한 이름은 ‘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입니다. 인간의 조상이 원숭이라는 주장이 여기서 나온 것이죠. 이 논문에서 다윈은 “나는 주인의 목숨을 구하려고 적에게 당당히 맞섰던 영웅적인 작은 원숭이나 산에서 내려와 사나운 개로부터 자신의 어린 동료를 구하고 나서 의기양양하게 사라지는 늙은 개코원숭이에게서 내가 유래됐기를 바란다”고 이야기 했답니다. 다윈의 대표 논문을 꼽으라면 흔히 알려진 ‘종의 기원’을 애기하지만 사실 인간의 기원과 생물학적 역사에 초점을 맞춘 저작은 ‘인간의 유래’입니다.

‘종의 기원’은 초판 1천250부가 나왔는데 매진될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켜 6판까지 출판됐습니다. 그리고 진화론에 대한 논쟁이 계속됩니다. 특히 영국의 자존심인 옥스퍼드 대학을 중심으로 일어납니다. 여기에 그 유명한 불세출의 생물학자 헉슬리(Huxley) 박사가 등장합니다. ‘해파리 박사’ 헉슬리 박사는 많은 명언도 남겼습니다. 따로 ‘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에서 다루겠습니다.

단어 숙어

•species: 종류, classification, the human species(인류, mankind). Barley is a species of grass(보리는 풀의 일종이다)

•survive: 더 오래 생존하다. 살아 남다. His wife survived him (by) a few years(아내는 그보다 몇 년 더 살았다). The crew survived the shipwreck(난파된 배에서 선원들은 살아 남았다). 수동태로 He was survived by his wife(그는 아내를 두고 죽었다).

It is always advisable to perceive clearly our ignorance(우리의 무지를 정확히 인식한다는 것은 언제나 권고할만한 일이다). A man who dares to waste one hour of his life has not discovered the value of life(인생의 한 시간을 쉽게 써버리는 사람은 인생의 가치를 전혀 발견하지 못한다). 비판과 칭찬을 한 몸에 받는 다윈의 말입니다.
/김형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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