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 (16)
레오나르도 다 빈치
▲ 레오나르도 다 빈치  ⓒ
Obstacles cannot crush me. Every obstacle yields to stern resolve. He who is fixed to a star does not change his mind.

장애물이 나를 이길 수 없다. 모든 장애는 굳은 결심 앞에서 항복하고야 만다. 별(연구)에 빠져 있는 사람은 결코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 이탈리아 수학자, 의학자, 화가-

요즘 대단한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주식으로 이야기 하자면 그야말로 상종가를 치고 있고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사람입니다. 다윈이나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대단한 연구업적으로 관심을 불러 일으켰지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단순히 그림 몇 점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인간 신체구조를 알기 위해 공동묘지를 찾아가 남몰래 방금 묻은 시체(corpse, dead body)를 꺼내 집으로 옮겨 몇 달 동안 해부하고(anatomize, autopsy) 다시 또 시체를 옮겨와 연구하면서 인간의 해부도를 만드는 등 이해할 수 없는 광적인 집착은 별로 지금의 관심사항이 아닙니다. 그림을 그려 번 돈으로 여자를 사서 성(性)에 대한 연구를 했다는 것도 대단한 게 아닙니다. 그가 그린 두 점의 그림입니다. '모나리자(Mona Lisa)'와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입니다.

예수가 정말로 존재했다고 가정한다면 예수 사후 강산(江山)이 140번이나 바뀌고도 남을 정도의 시간인 1천400년이 지난 후에 천재화가, 또는 미치광이 화가가 그린 그림에 어떤 코드(code)가 있고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어서 이토록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요?

‘다 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는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고 영화이기에 진지한 흥미를 유발시키는 대단한 문학 서적으로, 또 어떠한 내용 때문에 종교계에서는 기독교의 윤리는 물론 기본적인 질서조차 흔들어 놓는 ‘악마의 서(書)’로 취급하는 것일까요?

기독교의 소위 금서(禁書, banned books list) 목록에는 여러 가지 책들이 있습니다. 맑스의 자본론(The Capital)도 포함이 됩니다. 그러나 근래 기독교가 지정한 ‘악마의 서’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니체(Nietzsche)의 ‘반(反) 그리스도 자(者)’가 유명합니다. 영어 이름은 ‘The Anti Christ’라고 합니다.

당시 유럽의 천재 철학가로 통했던 니체는 이 책에서 기독교의 이론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기독교의 허구성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더구나 사람들로부터 대단한 존경과 관심을 받고 있던 니체가 썼기 때문에 기독교계에서는 더욱 큰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니체의 ‘반 그리스도 자’를 읽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지금으로는 대단히 진보적인 사상도 아니고 또 굳이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문학 작품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적하자면 독서열도 식었고 ‘읽는 문화’가 이미 퇴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전통과 보수를 상징하는 기독교 논리에 영향을 주고 있는 서적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문학작품과 종교와의 전쟁은 이슬람에서도 일어납니다. 그리고 출판의 자유(freedom of press)를 갖고 국제적인 분쟁(international disputes)에 휘말리기도 합니다. 20년도 안된 사건이니까 최근의 일이라고 볼 수 있죠. '악마의 시(The Satanic Verses)'라고 들어 보셨는지요?

살만 루시디(Salman Rushidie)라는 이슬람계 출신의 영국 작가가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에 대해 비난한 내용을 썼습니다. 특히 일부다처로 아내가 여러 명이라는 것을 내세우면서 마호메트의 성적인(sexual) 생활까지 건드립니다. 이슬람 신봉자들에게 가히 기분 좋은 내용은 아닙니다.

미국에 순종적이던 이란을 이슬람 혁명으로 바꾼 정치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1989년 루시디에게 이슬람교의 율법인 모독죄를 적용해 종교 법령인 ‘파트와(fatwa)'로 처형할(execution) 것을 명령합니다. 루시디 처단 현상금으로 150만 달러를 제시합니다(set a price of 1.5 million dollar on the Rushidie's head).

▲ 모나리자  ⓒ
루시디는 영국 경찰의 보호를 받으면서 도피생활을 합니다. 거처를 수십 번 옮겼다고 합니다. 영국을 비롯해 많은 유럽 국가들이 이란과 단교하고 심지어 경제적 제재(economic sanctions) 조치를 취합니다. 파키스탄을 비롯해 여러 이슬람 국가에서 영국 문화원을 공격하는 테러가 발생합니다. ‘악마의 시’를 파는 서점이 폭탄 테러에 시달립니다. ‘악마의 시’의 판권계약을 한 해외 출판사들이 공격을 받아 희생자도 나타납니다. 특히 이슬람 국가로 알려진 터키의 번역가 아즈즈 네신이 투숙하는 호텔에 폭탄이 터져 35명이 죽고 60여 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번역자가 칼에 찔리는 일이 일어나고 이웃 일본에서는 번역자인 이가라시 히토시 교수가 사망하는 사건도 벌어집니다. 그러나 호메이니가 1989년 사망하고 루시디가 1990년 ‘알라는 유일신’이라는 성명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파문이 수그러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슬람은 그를 처형에서 사면해 줍니다.

그러나 그렇게 문제를 일으켰던 ‘악마의 시’를 실제로 읽어보면 그저 넘어갈 수 있는 소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기대’와는 아주 다릅니다. 우리나라 개신교와 천주교는 방송매체나 집회를 통해 ‘다 빈치 코드’가 기독교 원리와는 상당히 상반되고 만들어 낸 허구라고 주장하는 데 바쁩니다. 지긴 했지만 법정소송(lawsuit)도 제기했습니다.

소설은 원래 허구(fiction)에서 출발합니다. 물론 사실적인 내용이 얼마나 들어 갔는지는 작가의 노력과 사상에 좌우되겠지만 말입니다. 루시디의 ‘악마의 시’나 ‘다 빈치 코드’는 “종교적으로 위배된다”, 또는 “인간을 현혹할 수 있다”라는 차원이 아니라 “인간은 스스로 판단 능력이 있다”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조상(ancestors)에 대한 욕이 최대의 치욕입니다. 그래서 원한을 품은 사람이 상대방 조상의 무덤을 파헤치는 일도 벌어집니다. 그러나 특히 기독교가 자리잡고 있는 서양에서 최대의 모욕은 자신이 믿고 있는 신에 대한 모독(blasphemy, desecration)입니다. 다음 기회에 소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예수와 마호메트를 비교해 보고 또 알라와 여호와는 같은 신(神)인지 다른 신인지도 공부해보시기 바랍니다.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이스라엘의 전통종교인 유태교와 지금의 천주교, 이슬람교, 개신교는 왜 서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일으켰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종교는 정말 사랑과 자비를 가르치는 것인지 아니면 편견과 아집이라는 인간의 지독히 이기적인 속성인지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또 가르침은 좋은데 인간이 잘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말입니다. 맑스는 왜 “종교는 아편(religion is opium.)”이라고 했는지도 덧붙여서 말입니다.

다 빈치는 기독교의 중세 암흑시대에서 벗어나 인간중심 운동이 벌어지고 있던 르네상스의 화가이자 과학자입니다. 당시 학자들은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글을 발표하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래서 다 빈치가 그린 성화가 기독교를 성스럽다고 생각하면서 그린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그의 행적도 그렇고 인생관에 종교적인 냄새가 거의 없습니다. 하긴 독특한 예술가의 생각을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말입니다.

▲ 여성의 해부도.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너무나 정교하다.  ⓒ
그는 사물의 탐구나 연구에 관한 한 대단한 집중력의 소유자입니다. 공동묘지를 갔던지 시체와 더불어 살았던지 간에 그가 그린 여성 해부도는 당시 상황을 감안할 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어떻게 정교한 해부도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아리스토텔레스의 ‘There is no great genius without a mixture of madness'(광기 없는 위대한 천재는 없다)’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년에 그렸다는 모나리자는 세계 최고의 걸작품으로 꼽힙니다. ‘다 빈치 코드’의 전개도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어떤 작품이 최고의 예술품일까요? 한 미술평론가의 재미있는 주장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모나리자라는 여성은 결코 처녀가 아니다. 임신한 여성(pregnant woman)이다. 얼굴은 작지만 뚱뚱한 여성이다. 그리고 황달(간염)을 앓고 있는 여자다”. 다시 말해서 ‘황달에 걸린 임신한 여성’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마 모나리자가 걸작품이라는 것은 ‘신비’가 주는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막달라 마리아’와 함께 문제가 되는 ‘최후의 만찬’은 밀라노에 있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 수도원의 식당벽화로 그려진 그림입니다. 화면 전체의 손상이 심해 다 빈치의 필치는 20~30% 밖에 남아 있지 않고 그동안 많은 보수 작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 빈치의 작품이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이후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예술가의 열정으로 그린 그림은 모델의 초상화가 아니라 예술가의 초상화라 할 수 있다(Every portrait that is painted with feeling is a portrait of the artist, not of the sitter).’라는 말도 새겨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 시대에 개성이 강한 한 화가가 별로 특별한 뜻이 없이 그린 그림을 갖고 우리는 흥분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거기에 종교와 신비라는 인간의 상상력(imagination)을 쏟아 붓는 것은 아닐까요? 그저 그렇게 그린 그림에 우리가 너무 현혹되고 도취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나 탐구에 대한 인생관은 투철한 것 같습니다. ‘As a well spent day brings happy sleep, so a life well spent brings happy death(보람 있게 보낸 하루가 편안한 잠을 가져다 주듯이 보람 있게 보낸 인생은 편안한 죽음을 가져다 준다).’ 'Iron rusts from disuse, stagnant water loses its purity and in cold weather becomes frozen; even so does inaction sap the vigors of the mind(쇳덩이는 사용하지 않으면 녹이 슬고, 흐르지 않는 물은 썩고 추위가 오면 어는 것처럼 인간의 재능도 사용하지 않으면 시들어 버린다).’

모나리자는 1500~1510년 사이에 다 빈치가 밀라노에서 피렌체로 돌아갈 때 잠깐 들른 만트바에서 이사벨라 데스테 후작 부인의 상을 그리고, 그 화고를 가지고 그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보통은 피렌체의 부호 프란체스코 델 조콘다에게 많은 돈을 받고 그의 부인 엘리자베타(Elisabetta)를 모델로 그렸다고 합니다.

모나(Mona)는 이탈리아어로 유부녀에 대한 경칭이고 리자(Lisa)는 엘리자베타의 약칭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이름을 모나리자로 한 것이죠. 다 빈치가 붙인 이름이 아닙니다. 그러나 당시의 주변 기록으로 볼 때 조콘다 부인과 접촉했다는 확증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많은 수정이 가해졌습니다. 원작품에는 눈썹(eye brow)이 없었습니다. 이 부분은 사실인 게 당시에는 넓은 이마가 미인의 전형으로 여겨져 눈썹을 뽑아 버리는 게 유행이었다고 합니다. 눈썹이 없는 모나리자는 어떻게 보일까요? 그리고 모델이 다 빈치가 꿈 속에서 본 연인이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또 어떤 평론가는 모나리자가 이탈리아 사람이 아니라 이란이나 인도 계통의 여성이라고도 합니다.

어쨌든 화가 본인도 그렇고, 그림의 역사적 경로가 불분명한 것도 그렇고, 우리의 모나리자는 수많은 사람에게 신비로움(mystery)을 느끼게 하면서 여러 가지 풍설(風說)과 함께 ‘모나리자의 수수께끼’로 적지 않은 문학적 소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마 본인이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과장된 해석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다 빈치 코드’도 그렇습니다.

다 빈치는 우리에게 엄청난 화제를 몰고 다닌 인물입니다. 그는 1452년 4월 피렌체 근교의 빈치에서 태어났습니다. 공증인인 세르 피에르의 서자로 어머니는 가난한 농군의 딸 카테리나 입니다. 어려서 그림을 좋아했지만 자라서는 인체 해부학과 자연현상에 관심이 많았고 정작 그림은 만년이 돼서 많이 그렸다고 합니다. 만능 재주꾼 학자로 해부학, 기체역학, 수학, 물리학, 천문, 지리, 토목, 기계를 비롯해 식물, 동물학에도 탁월한 천재 학자입니다. 그의 업적은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김형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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