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 (14)
피타고라스
▲ 피타고라스는 철학자이자 수학자이고 종교가였다.  ⓒ
If there be light, then there is darkness; if cold, heat; if height, depth; if solid, fluid; if rough, smooth; if calm, tempest; if prosperity, adversity; if life, death.

만약 빛이 있다면 어둠(明暗)이 있다. 차가운 것이 있으면 뜨거운 것(冷熱)이, 높은 것이 있으면 낮은 것이(高低), 거칠면 부드러운 것이, 조용하면 격정(激情)이, 영광이 있으면 역경이, 삶이 있다면 죽음이 있다.
-피타고라스(BC 582~507) : 그리스 철학자, 수학자, 종교가-

피타고라스(Pythagoras), 다 아시죠? 생각만해도 골치가 아픈가요? 그런데 수학에 대해서가 아니라 왜 옛날 그리스 학자들은 이름이 한 자밖에 없을까요? 성(family name) 도 있고 이름(first name)도 있을 거 아닌가요? 예를 들어 탈레스도 그렇고 플라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도 마찬 가지입니다. 설명해 드릴까요? 아니면 학교 선생님한테 물어 볼래요? 저도 사실 과학자의 명언을 쓰면서 요즘에야 의문을 가져본 겁니다. 이제까지 별다른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단순히 셈을 공부하는 산수를 거치면 수학에 접근하게 됩니다. 그러면 산수와 수학이 다른 점은 뭘까요? 산수는 더하기 빼기 같은 거고 수학은 영어에 제곱 같은 것이 붙고, 방정식이라는 말이 등장하고, 또 삼각형, 원이 등장하고 나중에는 가장 중요한 미분적분이 등장하면서 우리의 머리를 괴롭히는 것이 수학인가요?

산수는 세다라는 뜻으로 calculation이라는 말을 씁니다. 그래서 계산기를 calculator라고 하는 거 아시죠? 현재 우리가 쓰는 컴퓨터의 compute도 원래는 calculate(세다, 계산하다)와 비슷한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산수는 단순히 숫자를 계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알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누군가 산수를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묻는다면 calculation이라고 하지 말고 mathematics(수학)라고 해야 합니다. Calculation이나 computing 등의 단어는 나중에 편의상 만들어 낸 말입니다. 그리고 산수를 arithmetic이라고도 합니다. 이 말은 정수론이라고도 하고 기하학(geometry)과 대비되는 말로 대수학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면 산수는 arithmetic과 좀 더 가까운 것일까요? 어쨌든 원래 산수와 수학의 구분은 없었고 굳이 이야기 하자면 산수는 수를 다루는 수학의 기본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수학은 대수학과 기하학을 포함하는 일반적인 단어로 쓰입니다.

이제 위대한 수학자의 이야기로 가 봅시다. ‘최초의 순수 수학자(the first pure mathematician)’, 숫자의 아버지(the farther of numbers)로 불리고, 그러면서도 불교에서 주장하는 윤회(the transmigration of souls, the cycles of life)를 끝까지 믿었던 피타고라스로 돌아가 보죠. 그의 기이한(strange, eccentric) 생애도 공부하고 인류에게 남긴 위대한 업적(accomplishments)도 알아봅시다.

우선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다 아시죠? ‘직각삼각형의 빗변의 제곱은 다른 두 변의 제곱의 합과 같다. 영어로는 the square on the hypotenuse of a right-angled triangle is equal to the sum of the squares on the other two sides.’ 괜찮으면 암기하고 다녀도 좋습니다. 좀 잘난 척하면서 폼도 재고 말입니다. 뭐 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피타고라스는 숫자를 인간에게 처음으로 접목시킨 사람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피타고라스 전까지도 기하학, 천문학 등에 놀랄 만치 대단한 과학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연구에 대해 증명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수학이나 물리학, 천문학에서 중요한 것은 주장하는 이론을 숫자로 통해 증명해 내는 일입니다.

지난번 코페르니쿠스를 소개하면서도 말씀 드렸지만 이미 그리스에 지동설을 주장한 학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는 그저 단순한 말에 의한 이론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증명을 한 겁니다. 거기에는 당연히 수학이 존재합니다. 수학은 그래서 모든 과학의 기본입니다. 기초과학의 1순위입니다. 수학 없이는 모든 과학논리가 있을 수 없거니와 증명할 수도 없습니다. 피타고라스가 대단한 것은 피타고라스의 정리이기도 하지만 수를 인간과 접목시켜 이용한 것이죠.

피타고라스가 현대수학과 과학에 대단한 영향을 미쳤는데 비해 그의 생애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다지 많지가 않습니다. 다만 그는 기원전 582년경 현재 터키 해변에서 좀 떨어진 에게해(海) 사모스(Samos) 섬에서 태어나 40세가 되는 해에 이탈리아 남단의 크로톤(Croton)으로 이민을 갑니다. 대부분의 연구가 거기에서 이루어졌고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그는 532년경 정치적인 폭군을 피해서 서부 이탈리아로 망명했고 그 곳에 철학적이며 종교적인 학교를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피타고라스가 세운 학교는 매우 비밀스럽게 연구를 했고 바깥 세계에 대해 닫혀 있었기 때문에 피타고라스 개인연구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 학교의 피타고라스 학파를 통해 수학분야에서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오늘날 피타고라스 정리로 알려진 이론은 피타고라스 시대보다 1천년이나 앞섰던 바빌로니아(Babylonia)에서도 사용됐다고 합니다. 누가 피타고라스 이론을 발견했느냐를 갖고 토론할 자리는 아닙니다. 바빌로니아 아시죠? 지금 미국의 점령 하에 놓여 있는 고대문명의 발상지 이라크 말입니다. 바빌로니아는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강을 중심으로 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며 동양을 뜻하는 오리엔트 문명의 중심지입니다. 수도 바그다드(Baghdad)는 우리가 잘 아는 천일야화(千日夜話, 아라비안 나이트)의 도시입니다.

바빌로니아는 기원전 538년 결국 페르시아에게 멸망하기까지 화려한 문명을 남겼습니다. 그 유적의 일부는 지금도 남아 당시의 문명을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제가 관여할 바는 아니지만 배낭여행을 갈 때 미국이나 호주 같은 데보다 이집트나 인도, 중국, 그리고 비단길, 달라이 라마의 티벳, 터키 같은 역사의 숨결이 서려 있는 곳을 여행해 보라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힘들겠지만 추억도 되고 세상사도 공부할 수 있고 인간과 역사의 흥망성쇠(rise and fall of history)가 덧없다는 것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UNESCO는 이라크의 고대 유물은 절대 파괴하지 말아 달라는 주문도 했답니다. 미국이 이라크의 마지막 보루인 바그다드를 공격한다고 하자 유럽의 한 신문이 아쉬워하며 헤드라인을 ‘오 바그다드(Oh, Baghdad)’로 장식했다고 합니다.

이집트 문명은 나중에 그리스 로마 문명의 그늘에 가리게 되지만 학자들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이집트로, 다시 이집트 문명은 그리스로 넘어 갔다는 주장을 많이 합니다. 특히 이집트 문명을 그리스가 모방했다는 것은 그리스 신화에도 많이 나타납니다. 또 지금 서양의 종교로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기독교가 그리스 문명에서 발원했고 그리스 문명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부인하는 학자는 거의 없습니다.

피타고라스는 자연계에서의 수의 역할을 중요시해 “만물은 수학(數)이다(Number rules the Universe), 또는 수학은 형상과 사고를 재는 잣대다. 그리고 선과 악을 구분 짓는 잣대이기도 하다(Number is the ruler of forms and ideas, and the cause of gds and demons)고 할 정도로 수 자체를 연구하는 정수론(산술)을 깊이 연구했습니다. 그는 자연수의 성질 가운데 간단한 것, 아름다운 것, 조화가 잡힌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예를 들면 홀수, 짝수, 소수, 과잉수, 완전수, 부족수, 친화수 등과 같은 것입니다.

▲ 피타고라스의 업적은 기하학에 있다.  ⓒ
피타고라스의 업적은 기하학에 있습니다. 피타고라스가 길에 깔려 있는 조그마한 돌들을 보고 그 위에 커다란 직각삼각형을 그려 보았습니다. 그리고 세변의 길이와 꼭 같은 정사각형을 또 그려보았습니다. 이 그림 모두 상상이 가시죠? 수학시간에 본적이 많을 겁니다. 그는 이 그림을 통해 “직각삼각형의 직각을 끼는 두 변 위에 그린, 정사각형 안에 들어 있는 돌의 개수의 합은 빗변 위에 그린 정사각형의 안에 들어 있는 돌의 개수의 합과 같다”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즉 지금의 a2+ b2=c2을 알아 낸 겁니다.

탈레스가 이미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라는 것을 미리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피타고라스(학파)는 평행선에서 엇각이 같다는 성질을 이용해 정점 A에서 삼각형의 세 내각이 모이게 함으로써 합이 180도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 외에도 피타고라스는 황금분할의 작도법을 발견했고 정12면체 정5각형의 대각선은 서로 다른 변을 황금분할 한다는 사실을 이용해 정5각형의 작도법도 발견했습니다.

철학 학파이자 종교결사체인 피타고라스주의(Pythagoreanism)는 이오니아 학파의 자연주의와는 달리 오르페우스(Orpheus)교(敎)와 같은 신비적, 종교적, 정서적 운동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 자리가 종교사(史)를 토론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만 명상을 중요시 하는 유태교의 신비주의가 여기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기독교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대부분 인정하는 추세고 특히 정통성 문제를 놓고 둘러싼 종교논쟁에서 이단으로 몰려 지금은 거의 없어지다시피 한 기독교의 영지주의(Gnosticism)는 더욱 더 오르페우스교의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시간 있으면 하나의 교양서적으로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군요. 연극도 있습니다.

어쨌든 피타고라스주의는 오늘 소개하는 명언처럼 세계가 대립자들(젖은 것과 마른 것, 더운 것과 찬 것 등)로 구성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타고라스는 수에 관한 합리적인 이론을 수수께끼 같은 수비학(數秘學, numerology))과 결합해 사변적 우주론을 영혼에 관한 신비스러운 이론과 결합함으로써 합리주의와 비합리주의를 뒤섞어 놓았는데 이러한 특징은 고대 그리스의 어떤 다른 사상운동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수비학은 수에는 영적이고 신비적인 속성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면 행운의 7, 죽음의 4, 기독교의 666 등입니다. 기독교에서 666은 악마의 숫자로 통하는 거 아시죠? 그래서 한국에서도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은 올해 2006년 6월 6일을 대단히 불운한 날로 보고 그 날은 아기를 낳지 않으려고 한답니다. 공교롭게도 현충일이네요. 4를 죽을 사(死)로 본다고 해서 우리나라는 미신에 빠져 있다고 자책하지 마세요. 오히려 수에 대한 일종의 미신은 서양이 더 많습니다.

영혼의 윤회에 대한 믿음은 피타고라스주의의 기초를 이루었습니다. 즉 피타고라스주의 생활방식의 기초를 이루었습니다. 그들은 윤회설을 ‘모든 존재의 친족성(親族性)’의 원리에서 이끌어 냈는데 피타고라스 사후 BC 4세기경에 와서 특히 강조됐습니다.

피타고라스는 자신의 전생을 기억한다고 항상 말했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의 종교적 생활규칙은 “신성한 것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라. 흰옷을 입어라, 성적(性的) 순수성을 지켜라. 콩을 먹지 말라” 등 주로 의례적인 것이 많았습니다. 그는 또 불교의 가르침과 같이 더 나은 생에 도달하기 위해 음악 및 정신활동(철학이나 명상)을 통한 영혼의 정화를 강조했다고 합니다.

한편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중국에서도 BC 1000경부터 쓰였다고 합니다. 피타고라스가 BC 500년경에 이 이론을 발견했다면 중국은 그보다 500년이 빨랐다는 이야기입니다. ‘구고현의 정리’라고 하는데 진자라는 사람이 발견했기 때문에 ‘진자의 정리’라고도 합니다.

우리나라 신라시대 천문관 교육의 기본 교재로 사용한 주비산경이라는 책에도 피타고라스 정리가 나타나는데 하늘을 의미하는 밑변인 구(勾, 길이 3), 땅을 의미하는 높은 변인 고(股, 길이 4), 빗변인 현(弦, 길이 5)으로 된 직각삼각형을 일컬어 구고현이라고 하는 겁니다. 구고현의 정리는 신라시대부터 토지를 측량하거나 다리를 놓는 대공사 등의 건물 작업에 많이 이용됐을 정도로 아주 유용하게 쓰였다고 합니다.

함께 해석하기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피타고라스는 세상에는 반대개념이 되는 대립적 요소가 항상 존재한다고 믿었습니다. 명언도 대립관계를 나열한 것입니다.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세상의 이치라고 생각해도 되고 과학의 출발점이 여기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도 좋을 듯 합니다.

윤회를 주장하면서 육식까지 금하라고 한 피타고라스는 영혼을 중요시 여겼습니다. 그래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과 악에 대해 영혼이 이기는 기술이다(The momentous thing in human life is the art of winning the soul to good or devil)’라고 말했습니다.

다음 번에 그리스 과학자를 소개하면서 이야기 하겠습니다만 그리스 과학자들은 음악에서 수학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특히 그들이 연주하는 악기는 7현(絃)으로 된 수금(lyre)으로 그 악기의 현들이 주는 조화 속에서 새로운 수학을 발견했고 피타고라스도 수금을 연주하다가 피타고라스 정리를 생각하게 됐다고 합니다. 수의 조화는 현의 조화와 같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당시 수금과 같은 현악기의 연주는 과학의 일부로 취급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 과학과 음악이 결별하게 됐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공부한 다음에 그리스 시대 과학자를 소개하면서 설명하겠습니다. 서두에서 지적한 것처럼 왜 옛날 그리스 학자들은 이름이 한 자밖에 안 되는지도 설명하겠습니다. 피타고라스는 ‘기하학은 현악기(lyre)의 현의 연주 속에서 나온다(There is geometry in the humming of the strings)’라는 말도 남겼습니다.

피타고라스 학파를 조직해 연구에 몰두한 그는 세상에 대해 항상 관심 가질 것을 주문했습니다. ‘관심은 행동을 하게 하지 절망에 빠지게 하는 일은 없다.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Concern should drive us into action and into a depression. No man is free who cannot control himself)’. ‘밑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구름 위에는 빛을 내는 별이 있다. 무엇보다 존경을 받는 별이 있다(Above the cloud with its shadow is the star with its light. Above all things reverence thyself)’, ‘미덕(美德)은 조화다(Virtue is harmony)’라는 말도 남겼습니다.
/김형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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