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 (13)
존 스튜어트 밀
It is better to be a human being dissatisfied than a pig satisfied; better to be Socrates dissatisfied than a fool satisfied. And if the fool or the pig are of a different opinion, it is because they only know their own side of the question.

만족한 돼지보다 불만족한 인간이 되는 편이 낫다. 만족한 바보보다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되는 편이 낫다. 그리고 만약 바보와 돼지가 서로 다른 의견을 갖는다면 그것은 의문에 대해 자기 자신만의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 존 스튜어트 밀(1806~1873): 영국 공리주의, 경제학자, 수학자-

‘배부른 돼지와 배고픈 소크라테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영국이 배출한 인물 가운데 가장 존경 받고 영향력 있는 인물입니다. 첫 문장은 너무 잘 알려져 있고 두 번째 문장은 약간 생소할 겁니다. 우리가 잘 아는 공리주의자이며 교육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교육제일주의를 부르짖은 학자이기도 합니다.

왜 과학자의 명언에 느닷없이 공리주의자인 밀이 등장했냐고요? 밀은 경제학자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수학자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당시 경제학자들은 수학을 잘 해야만 했습니다. 요즘과는 달리 아주 전문적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올해는 밀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겸사겸사해서 소개해봤습니다. 정확하게는 5월 20일입니다. 한양대 자유주의 연구소에서 13일(토요일) 오후 1시 30분부터 밀과 관련 세미나가 열리니까 관심 있으면 가보시기 바랍니다.

공리주의(utilitarianism)에서 공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공리의 개념은 뭔지 좀 짚고 넘어갈까요? 공리라는 단어는 각기 다른 뜻으로 다른 장소에서 사용됩니다. 약간 한자의 힘도 빌리고 영어공부를 하고 있으니깐 영어의 힘도 빌려볼까요? 그렇다고 우리의 한글이 모자라다는 것은 아닙니다.

밀이 이야기하는 공리주의는 영어로 utilitarianism입니다. utilitarian theory라고도 합니다. 한자로는 功利主義입니다. 그러니까 공공의 이익을 뜻하거나 대변한다는 ‘公利’나 ‘共利’가 아니라는 것을 유의하시고 이해하기 바랍니다. 영어로 이야기 하자면 public interest가 아닙니다. 또 수학에서도 公理(axiomatism)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밀의 功利, 일반적으로 이야기 하는 公利, 그리고 수학에서 등장하는 公理 등 세가지가 있습니다.

公利는 일반 공중의 이익이나 공공단체의 이익을 뜻합니다. 수학에서 공리는 ‘증명이 없이 자명한 진리로 인정되며 다른 명제들을 증명하는 데 전제가 되는 근본 명제’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도다. 이런 이야기들이죠.

밀은 경제학자(economist)고 철학자이지만 수학자(mathematician)이기도 합니다. 공리주의를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국어사전에서 공리(功利)는 공명심과 이익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자기만의 이기심과 쾌락이 인간의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이기 때문에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최고의 선이다라는 거죠.

개인주의와 합리주의로 출발한 이러한 공리주의는 우리가 잘 아는 벤담(Jeremy Bentham)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좀 이상한 말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도덕이자 추구해야 할 대상입니다. 나쁜 이야기가 결코 아니죠. 따져보면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을 가장 잘 대변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합니다. 어쩌면 요즘 불고 있는 웰빙 바람과 무관치 않습니다.

한 국가가 탄생하려면 기존의 국가가 망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상과 철학은 망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다만 새로운 흐름과 더불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할까요. 예를 들어 사회주의는 망한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국가가 망한 겁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렇지 않나요? 공리주의는 앞서 존재했던 그 유명한 칸트에 대항한 이론입니다. 그러나 칸트는 불멸의 철학자로 우리 마음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학자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랫동안 논쟁이 계속됐습니다.

칸트와 공리주의 창시자인 벤담에 대해서 약간 짚고 넘어가죠. 서양의 윤리관은 의무론과 목적론으로 구분됩니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그의 저서 ‘실천이성비판’에서 결과보다 동기를 중시하고, 외부의 요인보다 스스로의 이성의 법칙을 중시하는 ‘의무론적 윤리관’을 주장했습니다. 의무론이죠. 좀 어렵다면 ‘윤리에 의무를 갖는 일’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합니다.

벤담은 모든 행위에 쾌락, 고통의 증가율을 측정해서 윤리적 평가를 내리자는 것으로 ‘행위공리주의’를 주장합니다. 이 계산을 위해 그는 쾌락의 가치, 고통의 가치를 계량, 수치화하고 평균을 내서 합산하는 나름대로의 공식까지 마련했다고 합니다. 벤담의 주장이 목적론입니다. 목적론은 행위의 결과가 추구하는 목적에 부합한다면 그 행위는 옳은 것입니다. 그 반대 경우도 생각할 수 있죠.

너무 깊이 알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공리주의 문제점이라면 양적인 다수의 원칙만을 세울 때 소외 받는 소수가 갈 길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공리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사회정의를 ‘최대다수의 최대행복(greatest happiness of the greatest number)’이라고 하는 것도 그런 것 같습니다.

아버지 제임스 밀(James Mill)한테 공부를 많이 합니다. 아버지는 당시 영국에서 아주 유명한 경제학자고 역사학자(historian)입니다. 그래서 덕분에 많이 알려진 것이 아닌지, 아버지 덕분에 출세한 거 아닌지 라고도 이야기합니다. 어릴 때부터 머리가 총명했다고 합니다. 지능지수(IQ)가 180이었다고 합니다. 대단한 천재(genius)죠. 그래서 어릴 때부터 영재교육(education for gifted children, special education for the gifted)을 시켰다고 합니다. 어릴 적 밀의 친구들은 대부분 유명하고 성인들이었습니다.

영재교육이 좋은 것인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재능은 꼭 어릴 때 나타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 똑똑하고 천재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연습과 반복(exercise)이 천재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가까이 하면 다 똑똑한 사람이 될 수 있고 천재도 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그래서 밀은 나중에 자기 나이 또래의 친구를 사귀어보지 못해 ‘I’ve never been a boy!’라면서 슬퍼하기도 했답니다.

스무 살을 넘기면서 밀은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우수에 젖어 우울증(depression)에 시달립니다. 그러다가 정말 자신을 이해해 주는 여자를 만납니다. 해리엇 테일러(Harriet Taylor). 그 여인과 만나면서 많은 위안을 받고 삶의 의미도 느낍니다. 건강도 완전히 회복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아이가 딸린 유부녀였습니다. 그녀와 무려 20년을 가까이 지내다가 해리엇의 남편이 죽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이 벌어진 건가요? 두 사람은 곧 결혼하고 행복하게 삽니다.

밀의 아버지는 벤담과 절친한 사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밀도 부친의 권유에 따라 벤담에게 배웁니다. 그러니까 제자죠. 벤담은 인간의 본성은 고통과 쾌락에 의해 지배되고 모든 인간 행위의 동기는 필연적으로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는 데 있고 그 결과 쾌락과 고통은 모든 인간행위에 대한 선악판단의 기준이 된다고 가르쳤습니다.

처음에는 의지해서 많은 것을 배우다가 나중에는 벤담을 멀리합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죠. 밀은 물질적인 쾌락보다 정신적인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벤담과 달리 밀은 행복은 단순한 양(量)에 있지 않고 질(質)에 있다고 하면서 도덕적 공리주의를 제창합니다. 요약하자면 밀은 정신적 행복, 그리고 행복의 질을 추구하는 것이죠.

Mill argues that that we must consider the quality of the happiness, not merely the quantity. For Example, some might find happiness with a pitcher of beer and pizza. Others may find happiness watching a fine Shakespearean play. The quality of happiness is greater with the latter.

사람은 행복의 단순한 양이 아니라 질을 추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한 피처의 맥주와 피자로 행복을 발견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세익스피어의 훌륭한 연극을 보면서 행복을 만끽한다. 행복의 질은 후자가 더 크다.

너무 물질적인 주장이 아니냐? 그래서 종교로부터 항의를 받습니다. 당신은 무신론자(atheist, atheism)가 아니냐? 로마 카톨릭으로부터 말입니다. 당시 유럽에서 무신론자는 용납이 안 되는 사회였습니다. 무신론은 반종교주의로 통했고 사회에서 배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밀도 배척을 받은 것이죠. Mill’s answer to the “Godless Theory Criticism’. ‘무신론 비평에 대한 밀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If it be true belief that God desires, above all things, the happiness of his creatures, and that this was his purpose in their creation, utility is not a godless doctrine.

신은 무엇보다 그가 창조한 피조물들이 행복하기를 원하고 그게 그의 목적이라는 게 진실한 믿음이라면 utility(개인적인 이익추구)가 무신론은 아니다.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고 쾌락을 향해 간다고 해서 신(神)의 율법을 위배하고 있는 건 아니다. 이런 뜻이 아닐까요?

자유론이 그의 대표적인 저서입니다. 시민의 자유를 논한 고전적 저작으로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아담 스미스에서 시작돼 리카도로 이어진 고전파경제학(classical economics)의 이론을 확고히 완성해 명실상부한 당대 경제학계의 최고봉이 됩니다. 그리고 당시 유럽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이론이 됩니다. 케인즈가 등장하기 전까지 말입니다.

이 외에도 사회 개혁론이 있습니다. 19세기 당시 공리주의는 영국 사회에서는 급진적 개혁주의에 해당했습니다. 실천가능성을 바탕으로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여성론(여성의 종속, the Subjection of Women)은 19세기 자유주의적 페미니즘의 대표적인 저서로 동등한 시민권과 경제적 기회를 주장한 작품입니다. 오늘은 중요한 ‘단어 숙어’가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너무 잘 아는 사람이고 문장이라서 ‘함께 해석하기’도 필요 없을 것 같네요.
/김형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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