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석학들, 한 폭의 그림에 모여
‘아테네 학당’ 사람들

‘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 25편에서 소개된 아테네 학당에 대해 김형근 편집위원이 따로 글을 보내왔다. 그림 속의 석학들을 보며 학문의 세계에 빠져보자.[편집자 註]

 

 

▲ 아테네 학당(School of Athens)  ⓒ

‘아테네 학당(School of Athens)’은 르네상스 시대의 유명한 화가 라파엘로의 작품입니다. 여기에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축으로 그리스 시대의 유명한 철학자 과학자들이 다 등장합니다. 디오게네스도 등장하고 미모와 재능을 겸비했다는 여성 수학자 히파티야도 등장합니다. 전체 그림을 보면서 또 구석구석에 나온 사람들도 보도록 하죠.


좌측(전체 그림상 중심)에 두 인물이 있습니다. 손을 위로 한 사람은 플라톤입니다. 이상(idea)을 꿈꾸는 모습이고 옆에는 아리스토텔레스입니다. 손바닥으로 땅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계단에 누워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바로 유명한 디오게네스입니다.

▲ 헤라클레이토스  ⓒ
그는 항상 큰 항아리에서 생활하곤 했답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하루는 항아리에서 잠을 자고 있는 디오게네스를 찾아가 정중하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선생님의 위대함을 듣고 찾아 왔습니다. 괜찮으시면 좋은 말씀 한마디 부탁합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 왈, “Please, stand out of the light(미안하지만 햇빛을 막지 마시오).” 그 이야기를 듣고 알렉산더 대왕은 뭔가를 깨달으면서 궁전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그리고는 “그 양반이야말로 그리스가 낳은 최대의 지성인”이라고 극찬을 했다고 합니다.

알렉산더가 영웅으로 칭송을 받는 것은 ‘서양의 대왕’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동양과 서양의 사상을 접목시키려고 노력을 한 것도 큰 이유입니다. 그리고 지식인에 대한 대우도 극진했고 문화에 취미도 있고 관대했다고 할까요?

▲ 파르메니데스  ⓒ
가장 앞에 네모난 탁자에 기대고 앉은 사람이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입니다. “만물은 유전한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고 한 주인공입니다. 에페소스 왕가의 출신이지만 부친이 물려준 집도 아우에게 물려줄 정도로 세속에 관심이 없었고 고매한 지조를 가졌다고 합니다.

그 왼쪽에 책 같은 걸 펴 들고 약간 상체를 비틀고 있는 사람이 파르메니데스. “존재하는 것만이 있으며 존재하지 않는 것은 없다”라는 말을 남긴 철학자 입니다.

다시 그 왼쪽에 흰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여성 수학자 히파티아 입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기독교인에 의해 살해돼 시체가 갈갈이 찢어진 채 버려진 여성입니다. 재능도 뛰어났지만 너무 아름다웠다고 합니다.

라파엘로가 ‘아테네 학당’을 그리면서 히파티야에 관심이 많아 크게 그리고 싶었는데 돈을 주면서 그려달라고 했던 사람(patron)이 “히파티야를 너무 크게 그리면 돈을 적게 주겠다”고 해서 작게 그렸다고 합니다. 히파티아의 아래 쪽에 앉아 책에다 뭘 쓰고 있는 머리 벗겨진 사람이 피타고라스.

그리고 피타고라스에게 조그만 칠판을 보여주는 사람이 아낙사고라스 입니다. 죽을 때, “내가 죽은 달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고 한 달 동안 어린이들이 부모 간섭 없이 맘대로 놀도록 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 히파티아  ⓒ
▲ 피타고라스와 아낙사고라스  ⓒ
▲ 아베로에즈  ⓒ

고개를 빼들고 피타고라스를 넘겨다보는 얼굴색이 검은 사람이 이슬람의 철학자 아베로에즈. 단일지성론을 주장한 학자로 유명합니다.

▲ 아낙사만드로스  ⓒ
피타고라스 등 뒤에 숨어 있는 것처럼 웅크리고 있는 사람이 아낙사만드로스. 태양에 의해 생기는 그림자를 이용해 시각을 표시하는 해시계를 발명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위쪽으로 머리에 월계관을 쓴 사람이 원자론으로 유명한 데모크리스토스. 그 왼쪽에 초록 모자를 쓴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사람이 그 유명한 제논. 변증법의 창시자로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그 위 구석에 있는 사람들 중 상체를 벗고 있는 사람이 디아고라스. 그리스의 신들을 조롱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기독교가 가장 좋아하고 인용을 많이 하는 철학자로 남습니다.

그 뒤에 숨어서 잘 안 보이는 사람이 고르기아스. 대표적인 소피스트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존재하더라도 알 수가 없다. 알 수가 있어도 전할 수가 없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 데모크리토스  ⓒ
▲ 제논  ⓒ
▲ 디아고라스  ⓒ

▲ 알키비아데스  ⓒ
디아고라스 앞에 서 있는 사람이 크리티아스. 플라톤의 외당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크리티아스는 플라톤의 저서 이름이기도 합니다. 플라톤은 여기에서 아틀란티스 대륙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혁명위원회 위원으로 소크라테스 처형에 관여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오른쪽으로 좀 떨어져서, 투구를 쓰고 군인 같은 복장을 한 사람이 알키비아데스. 소크라테스의 절친한 친구. 소크라테스가 다른 사람을 사귀면 질투가 나서 훼방을 놓아 헤어지게 만들었답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동성애자라는 의심을 불러 일으켰고 그리스 시대는 학문과 사상이 자유로운 것처럼 동성애도 유행했다는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사실 소크라테스는 부인이 있었는데도 “내가 사랑한 것은 알키비아데스와 철학뿐”이라고 이야기했답니다.

▲ 아이스키네스  ⓒ
그 뒤에 한 팔을 들고 누구를 부르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람이 소크라테스의 열성적인 제자 아이스키네스. 스승의 재판과 임종에도 입회했으며 시신까지 수습할 정도로 소크라테스를 가까이서 모신 충실한 제자입니다. 알키비아데스 오른쪽에 키 작은 사람이 군인 출신으로 ‘향연’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크세노폰입니다.

크세노폰 오른쪽에 파란 옷을 입은 젊은 사람이 유명한 알렉산더 대왕. 이 그림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알렉산더는 항상 동안(童顔)의 미소년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오른쪽에 뭔가 열심히 설명하는 사람이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사이에 있는 사람 가운데 팔짱을 끼고 흰 옷을 아래에 두른 사람이 크세노크라테스. 군인 출신으로 플라톤의 아카데메이아에 들어가 제자가 됐고 3대 학원장을 지낼 정도로 학문에 열정을 가진 인물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오른쪽으로 우르르 모여 있는 사람들 가운데 노란 옷을 입은 머리가 벗겨진 사람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인 테오프라스토스. 식물학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뒤통수가 보이는 사람이 에피쿠로스학파의 창시자인 에피쿠로스.

▲ 알렉산더와 소크라테스  ⓒ
▲ 크세노크라테스  ⓒ
▲ 테오프라스토스  ⓒ

▲ 크세노폰  ⓒ
그 오른쪽에 뒤를 돌아보고 있는 사람이 아리스티포스. 북아프리카 키레네 출신으로 소크라테스를 흠모해 아테네로 유학을 옵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키레네 학파’를 엽니다. “인생의 목적은 개개의 쾌락이다. 육체적 쾌락이 정신적 쾌락보다 우위에 있다”라는 말도 했습니다.

아래로 내려와서 모여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 가운데 중심에 있는 사람이 유명한 ‘기하학의 아버지’ 유클리드. 그 뒤에 천구의를 든 사람이 조로아스터입니다. 조로아스터는 니체의 작품에 등장하는 자라투스트라의 영어 이름입니다.

이 사람이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배화교)의 창시자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조로아스터교의 조로아스터는 역사상 실존 인물이라는 주장이 많지만 어느 시대의 인물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뒷모습을 보이고 지구의를 든 사람이 천동설을 주장한 프톨레마이오스입니다.

▲ 유클리드  ⓒ
▲ 조로아스터  ⓒ
▲ 라파엘로  ⓒ

그리고 그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검은 모자를 쓴 사람이 ‘아테네 학당’의 주인공 라파엘로이고 흰 모자를 쓴 사람은 그의 친구인 화가 소도마입니다. 라파엘로는 이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도 그리스 시대의 석학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참여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예술가의 아름다운 집착입니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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