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37)
프톨레마이오스
▲ 프톨레마이오스.  ⓒ
When I trace at my pleasure the windings to and fro of the heavenly bodies, I no longer touch the earth with my feet: I stand in the presence of Zeus himself and take my fill of ambrosia, food of the gods.

내가 (여기저기로) 이동하는 천체의 움직임을 관찰할 때면 나는 두 발로 땅(지구)을 딛고 서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제우스 앞에 서서 수많은 신들이 주는 음식과 장생불사(長生不死)의 암브로시아 요리를 배불리 먹는 것이다.
-프톨레마이오스(85~165): 그리스 천문학자, 지리학자, 철학자-

대단한 이야기입니다. 천문학자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Klaudios Ptolemaeos)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입니다. 무슨 뜻인지 다 아시겠지만 천체를 관측하면서 하늘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태양과 달, 그리고 별의 이동을 연구할 때면 우주를 다스리는 제우스와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자신감이 충만함을 느낄 정도로 희열에 빠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과학자의 대단한 긍지이며 자신감입니다.

암브로시아(ambrosia)가 뭐냐고요? 아마 먹으면 늙지 않는다는 불로초(不老草) 같은 거죠. 하늘의 옥황상제만이 먹었다는 천도복숭아 같은 겁니다. 먹으면 평생 늙지도 않고 신과 같은 위치가 됩니다. 서유기(西遊記)의 손오공이 이 천도복숭아를 훔쳐 먹어 온갖 요술을 부리면서 옥황상제의 하늘을 시끄럽게 하자 부처님(佛祖)이 그를 바위 속에 가두죠. 거기에서 삼장법사와 인연이 돼 불경을 구하러 천축국(인도)으로 가는 과정을 다룬 게 서유기입니다.

요즘 여러 가지로 각색한 서유기가 TV에 등장합니다. 시간 내서 책을 한 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스로마 신화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거기에 근두운(筋斗雲)이라는 게 등장합니다. 돌에서 태어난 손오공의 자가용 구름으로 단숨(1초)에 10만8천리를 날았다고 하니 대단히 빠른 거죠. 근두운은 상식문제로 기업체, 언론사 시험에 자주 나오는 문제입니다.

백과사전을 보면 암브로시아는 꿀, 물, 과일, 치즈, 올리브유, 보리 등으로 만든 것으로 신들이 영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한 신화 가운데 유명한 것은 제우스의 아들인 시필로스의 왕 탄탈로스가 올림푸스산에 식사초대를 받고 갔다가 암브로시아를 훔치는 바람에 형벌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지옥에 떨어진 탄탈로스는 갈증을 느껴 물을 마시려면 물이 마르고 배가 고파 과일을 따 먹으려면 가지가 바람에 날려 그의 손길에서 멀어져 영원히 굶주림과 갈증으로 고통을 받게 됩니다. 불교에서는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아귀(餓鬼)가 있죠. 꼭 불교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동아시아 문화권에 대부분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배는 산만큼 크고 입은 바늘만큼 작아서 아무리 먹어도 배가 차지 않아 배고픔에 시달린다는 겁니다. 음식물을 낭비하고 쓰레기로 버리면 아귀지옥에 떨어진다고 합니다. 요는 프톨레마이오스가 별을 관측하면서 연구할 때는 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는 겁니다.

천동설을 주장한 그의 천체물리학은 코페르니쿠스의 등장 이전까지 1천500년 넘게 천체를 설명하는 최고의 이론으로 인정 받을 정도로 확고부동한 논리였습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맞기 때문에 프톨레미(영어 이름, Ptolemy)의 이론은 완전 허구가 아니냐?라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위대한 케플러의 이론도 수정됐고 뉴턴의 이론도 수정됩니다.

▲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 별들의 움직임과 생성, 소멸을 연구하는천문학자는 신이 된듯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
아시겠지만 천동설은 우주(태양계)의 중심을 지구로 본거죠. 다시 말해서 태양과 별 모든 게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이야기입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은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를 비롯해 하늘에 떠 있는 모든 행성이 돈다는 거죠. 그래서 완전히 대립되는 이론으로 간주돼 프톨레미의 업적을 간과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리스 시대 천문학자로써 정확한 수학적 도식과 계산을 근거로 천체이론을 수립한 학자는 프톨레미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영국의 런던수학회(The Mathematical Society of London)에서 나온 노래인데 ‘천문학자들이 술 마시면서 부르는 노래(The Astronomer’s Drinking Song)’라는 게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게 있지 않습니까? 소속된 단체에서만 부르는 노래 말입니다.

예를 들어 해병대 장병들이 술좌석에 부르는 노래 같은 것 말입니다. 공수부대원들이 부르는 노래도 있고 또 홍등가의 여성들이 술을 마실 때 부르는 노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같은 노래들은 가사가 저속한 경우도 있지만 또 깊은 의미도 있습니다. 지역마다 또 특색이 있죠. 아마 그게 우리나라의 아리랑인 것 같습니다.

특히 정선아리랑은 곡이 유장하면서 애절하지만 가사는 남녀의 심한 부분까지 건드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긴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진면목입니다. 제가 옛날 모 일간지에서 근무할 당시 취재할 일이 있어서 정선을 간 적이 있습니다. 돌아오면서 정선 아리랑 테이프를 선물 받았는데 지금도 종종 들으며 배웁니다. 그야말로 오리지널입니다.

The Astronomer’s Drinking Song을 뭐라고 해석해 볼까요. 천문학자의 술타령, 천문학자들의 권주가, 아니면 천문학자의 취중가(醉中歌), 어느 것이 좋은 것 같습니까? 취중가란 말은 사전에도 없네요. 제가 생각할 때는 마지막이 좋은 것 같습니다. 천문학자 대신 좀 약간 저속하면서 재미있게 해서 ‘별쟁이의 술타령’이나 ‘별쟁이 취중가’ 정도로 하면 좋을 것 같네요. 혹시 천체물리학자 분들께서 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순전히 좋은 뜻이라는 걸 밝혀둡니다.

이 노래는 깁니다. 가사내용에는 고대 그리스와 근대 유명한 세계 수학자들과 천문학자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그 가운데 프톨레미와 코페르니쿠스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소개하고 번역해 보겠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대비되는 인물이기 때문에 서로 비교해 보면서 가사를 음미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When Ptolemy, now long ago,
Believed the earth stood still, sir.
He never would have blundered so,
Had he drunk his fill, sir.
He’d then have felt it circulate,
And would have learnt to say, sir
The true way to investigate
Is to drink your bottle a day, sir

오래 전의 프톨레미 선생,
지구는 멈춰 있다고 생각했네
잘난 그 양반은 실수도 할 줄 모른다네
술을 진탕 먹고 취할 줄 알았다면
지구가 돈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그래서 그 선생, 이렇게 이야기했을 건데
진리를 발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술병을 비우는 거라고

재미있죠? ‘술을 마셔 취할 줄 알았으면 지구가 돈다는 걸 알았을 텐데’라는 대목이 참 재미있습니다. 번역이 잘 됐는지 모르겠네요. 요즘 특허 내는 게 유행이던데 저도 이것을 더 깔끔하게 번역해서 저작권 특허를 내볼까요? 아닙니다. 저는 과학자의 명언을 읽는 독자들에게 항상 봉사하려고 합니다. 다음에는 코페르니쿠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다루었는지 볼까요?

“Copernicus, that learned wight,
The glory of his nation,
With draughts of wine refreshed his sight
And saw the earth’s rotation;
Each planet its orb described,
The moon got under way, sir;
These truths from he imbibed
For he drank his bottle a day, sir

통찰력을 배운 코페르니쿠스 선생
조국에 영광을 안겨 주었네
술잔을 비우니 눈이 밝아졌네
그래서 지구가 돈다(자전)는 걸 알고 말았네
행성들은 궤도를 돌고 달도 그렇다네
이러한 진리를 깨달은 건 다름 아닌
매일 술잔을 비우며 취했기 때문이네

재미있나요? 모름지기 술을 마시고 취해야 위대한 통찰력이 생겨 위대한 발명을 할 수 있다는 내용들입니다. 재미있고 참고가 된다면 ‘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가 아니라 저의 사이언스타임즈에 따로 전문을 싣고 해석을 해 보겠습니다. 갈릴레오도 나오고 뉴턴도 나옵니다. 이제 ‘별쟁이의 술타령’에서 놀림감이 된 우리의 위대한 천문학자 프톨레미로 돌아갑시다.

▲ 그리스 주화에 새겨진 프톨레마에오스. 정확한 수학적 계산과 도식으로 이루어진 그의 이론은 1천500년간 확고부동한천체물리학 이론이 됐다.  ⓒ
프톨레미가 1천500년 동안 천체물리학에서 확고부동한 학자로 자리 잡게 된 데는 종교의 역할도 크게 작용합니다. 기독교입니다. 하느님이 창조한 것은 지구라고 굳게 믿고 있던 기독교에서 프톨레미의 천동설은 창조론에 가장 부합되는 이론입니다. 로마 카톨릭 교황청이 받아들입니다. 그 외의 학설은 이단의 이론으로 아예 못을 박아버립니다.

더구나 천체물리학의 대가로 널리 알려졌고 유명한 프톨레미의 이론을 받아들이는 것은 기독교 측에서 볼 때는 일거양득입니다. 대단한 천문학자 프톨레미조차도 창조론의 옹호자로 설득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프톨레미가 창조론을 옹호하기 위해 천동설을 주장한 것은 아닙니다. 명언에도 나오는 것처럼 당시 그리스 종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제우스를 비롯해 여러 신을 믿는 다신교(多神敎)였습니다.

프톨레미의 천동설에 반박했던 코페르니쿠스, 케플러가 기독교의 압박으로 숱한 고난을 당했다는 건 다 아시죠? 갈릴레오 또한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하느님이 창조한 지구는 스스로 돌며 또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건 태양계에서 볼 때 지구가 보잘 것 없는 행성에 불과하다는 거죠. 그리고 거대한 우주로 확대한다면 태양도 보잘 것 없는 거고 지구는 보일락말락한 점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은 점에 불과한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인간이 발견하는 겁니다.

소개한 명언과 비슷한 명언이 있습니다. “Mortal though I be, yea ephemeral, if but a moment I gaze up at the night’s starry domain of heaven, Then no longer on earth I stand; I touch the Creator, And my lively spirit drinketh immorality.”

해석해 보면, “나는 죽고야 말 목숨이다. 그래, 하루살이 인생이다. 그러나 총총이 빛나는 별하늘을 볼 때 나는 지구에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창조주와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영혼은 죽지 않는 영원한 생명을 마신다.” 정말로 위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김형근 편집위원  


2006.11.16 ⓒScience Times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