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 에셔의 작품과 수학 |
[한국일보공동] 수학으로 세상읽기 |
네덜란드의 미술가 에셔(Escher)는 미술에 문외한이 필자가 그림만 보고 누구의 작품인지 판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미술가 중의 하나이다. 에셔는 반복되는 기하학적 패턴을 이용하여 대칭의 미를 느낄 수 있는 ‘테셀레이션’ 작품을 많이 남겼다. 테셀레이션이란 동일한 모양을 이용해 평면이나 공간을 빈틈이나 겹쳐지는 부분 없이 채우는 것을 말한다. 테셀레이션(tessellation)이라는 단어는 4를 뜻하는 그리스어 'tesseres'에서 유래했는데,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정사각형을 붙여 만드는 과정에서 시작되었지만, 정삼각형이나 정육각형 등 다양한 모양을 반복적으로 배치해서도 테셀레이션을 만들 수 있다. 테셀레이션의 예로는 욕실의 타일, 보도블록, 조각보, 전통 문양 등을 들 수 있는데, 테셀레이션이라는 생소한 용어 대신 ‘쪽매맞춤’이라는 정감 넘치는 순 우리말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요즘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에는 ‘옮기기’, ‘돌리기’, ‘뒤집기’라는 새로운 내용 요소가 포함되었다. 이는 각각 ‘평행이동’, ‘회전이동’, ‘반사’라는 수학 용어에 대응되는 일상적인 표현으로, 테셀레이션의 기초가 된다. 평행이동(옮기기)은 도형을 일정한 거리만큼 움직이는 것이고, 회전이동(돌리기)은 한 점을 중심으로 도형을 회전시키는 것이며, 반사(뒤집기)는 거울에 반사된 것처럼 모양을 뒤집는 것이다. 조개껍질과 불가사리를 반복적으로 배치한 에셔의 그림은 회전이동을 이용하여 면을 채운 테셀레이션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에셔의 작품 ‘도마뱀’에는 도마뱀이 2차원 평면에서 나와 3차원 입체로 옮겨갔다가 다시 2차원 평면으로 되돌아가는 순환 과정이 표현되어 있으며, 그 배경은 개구리 모양으로 채워진 테셀레이션으로 되어 있다. 에셔의 그림에서는 부분이 전체를 닮으면서 자기 유사성을 갖는 프랙탈(fractal)의 아이디어도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작품 ‘천국과 지옥’에는 검은색 박쥐와 흰 천사가 중심에서 주변으로 갈수록 크기가 작아지면서 연속적으로 배열되어 있는데, 프랙탈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이 그림은 흰색을 위주로 보느냐 검은색을 중심으로 보느냐에 따라 천국과 지옥으로 느낌이 달라진다. 전문적인 수학을 배우지 않은 에셔가 다분히 수학적인 그림을 그려내는 것을 보면, 미술과 수학의 상상력은 상통하는 데가 있는 것 같다. |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kparkmath@netian.com |
2004.10.07 ⓒScience 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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