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71), 튜링(1)


▲ 비운의 천재 수학자 알란 튜링. 그는 동성애자라는 이유 때문에 자살로 생을 마쳤다.  ⓒ
“A computer would deserve to be called intelligent if it could deceive a human into believing that it was human.”

“만약 컴퓨터가 인간을 속여 자신을 마치 인간인 것처럼 믿게 할 수 있다면 컴퓨터를 ‘인텔리전트’ 하다고 부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알란 튜링(1912~1954): 영국의 수학자, 물리학자, 컴퓨터 공학자-

세계 최초의 컴퓨터를 만든 천재 수학자

현대적인 컴퓨터의 개념을 도입한 학자를 보통 폰 노이만에서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폰 노이만은 컴퓨터 바이러스 출현을 예견했고 컴퓨터가 자기복제를 하는 인공생명체로 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현대적 컴퓨터 발명은 폰 노이만에서 시작됐으며 그러한 발명품으로 그의 매니악(MANIAC) 컴퓨터를 꼽는 경우가 많습니다. 2차대전이 끝난 후 6년이 지나서 만든 컴퓨터입니다.

그러나 컴퓨터에 관한한 노이만에 비해 뒤지지 않은 학자가 있습니다. 비운의 천재로 알려져 있는 알란 튜링(Alan Turing)입니다. 그는 뛰어난 업적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자살이라는 걸 택해 비참한 최후를 마쳐야만 했던 천재 수학자입니다.

그가 만들어낸 ‘튜링 머신(Turing Machine)’이라고 하는 현대적 계산기도, 소련과의 수소폭탄 개발 경쟁에서 소련을 이길 수 있도록 유도한 컴퓨터 개발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세웠지만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아온 그는 결국 자살로서 세상을 등집니다. 그의 업적은 묻혀질 수 밖에 없었죠.

오늘 그의 명언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는 인간의 지능과 비슷한, 또는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인텔리전트 머신(intelligent machine)의 등장을 이미 예고했습니다. 그는 신체에 명령하고 심지어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끼는 인간의 뇌와 같은 컴퓨터가 등장할 것이고, 또 그것을 만들 수 있다고 장담하고 나선 천재입니다. 이미 60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아마 튜링이 동성연애자로 몰려 사회적으로 ‘악마’라는 소리를 듣지 않고 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면 오늘날 ‘IT 산업’의 판도는 달라졌을 거라는 이야기도 많이 합니다. 다시 말해서 ‘제3의 물결’인 IT혁명이 미국이 아니라 영국이 주도했을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튜링의 손실로 IT혁명 미국에 넘어가

▲ 튜링은 독일이 난공불락이라고 자랑하던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해 연합군에게 승리를 안겨준 전쟁 영웅이다.  ⓒ
미국이 거대한 부를 창출하기까지, 그 속에는 전자제품을 포함한 IT제품이 있습니다. 2차대전 후 최대 기술 강국이었던 영국은 IT기술 선점에서 미국에 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IT기술의 기본에는 전자계산기, 컴퓨터로 불리는 컴퓨터공학(computer science)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컴퓨터공학의 ‘도사’, ‘컴퓨터공학의 아버지’가 바로 비운의 천재과학자 튜링입니다.

언론사의 한 기자가 튜링을 만났을 때 일입니다. 사람보다 지능이 우수한 컴퓨터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튜링에 대해 약간 가소롭다고 생각하면서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면 튜링 박사 당신은 지능이 대단한 컴퓨터를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당신이 만들고 싶어하는 컴퓨터는 도대체 어떤 거요?”

튜링의 대답입니다. “No, I am not interested in developing a powerful brain. All I’m after is just a mediocre brain, something like the President of the American Telephone and Telegraph Company.”

“아닙니다, 난 대단한 지능의 컴퓨터를 만드는 데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내가 정말 추구하는 컴퓨터는 평범한 지능을 갖춘 컴퓨터입니다. 마치 미국의 AT&T의 사장과 같은 그러한 지능의 컴퓨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AT&T 사장과 같은 인공지능 컴퓨터 만들 수 있어”

어떤 의미인지 아시죠? 튜링은 그저 지능만 우수한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판단하고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과 같은 컴퓨터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기자에게 던진 겁니다. 그 모델이 바로 AT&T 사장입니다.

미국 AT&T社는 미국 최대 기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미국 전화사업을 독점할 정도로 미국 전화통신분야의 80%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종업원수도 엄청납니다. 지금은 IBM을 비롯해 GM 등에 밀려 있지만 매출액 부분에서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해 왔습니다. 60여년 전에는 미국의 산업 자체가 바로 AT&T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 튜링의 어릴 때 모습.  ⓒ
“Mathematical reasoning may be regarded rather schematically as the exercise of a combination of two facilities, which we may call intuition and ingenuity. 수학적 논리라는 것은 소위 우리가 직관과 천재성이라고 하는 두 가지 형태의 조화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천재 수학자 튜링의 이야기입니다.

튜링이 만들고 싶은 컴퓨터는 머리만 우수한 천재적인 컴퓨터가 아니라 거대한 기업체의 사장과 같은 컴퓨터라는 겁니다. 상식적이고 이성적이며, 때로는 감정도 있는 컴퓨터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고, 또 부연 설명하자면 완벽하게 인간과 같은 컴퓨터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죠.

독일의 난공불락의 암호 ‘에니그마’를 푼 장본인

전쟁이 대부분 그렇지만 2차대전 영국을 비롯한 연합국과 독일간의 치열한 과학기술 경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는 종종 대전 기간동안 영국과 독일과의 싸움에서 영국이 불리했다고 이야기 합니다. 만약 미국이 참전해서 연합국을 돕지 않았다면 독일이 승리하고 영국을 비롯한 프랑스 등 연합국이 패망했을 거라는 이야길 합니다.

독일은 우수하다는 V1, V2 로켓과 같은 미사일을 비롯해 2천 여 대의 전폭기를 동원해 런던을 공략하지만 영국의 항복을 받아내지 못했고 영국의 우수한 과학기술에 의해 오히려 역전이 되기 시작합니다.

독일의 패망은 미국의 참전한 후 진행된 1944년 6월 유명한 노르망디 상륙작전(landing 또는 amphibious operation)이 아니라 붉은 군대 소련에게 완전히 전멸돼 총 병력의 3분의1을 잃은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그 조짐이 시작됐습니다. 그래서 러시아는 섭섭합니다. 2차대전을 종식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스탈린그라드 전투인데도 불구하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라고 주장하는 미영프 연합국에 못마땅해 합니다.

영국의 당시 과학기술은 우수했습니다. 독일로부터 공습을 받으면서도 제일 먼저 레이더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또 독일이 자랑하는 자기(磁氣)식 기뢰를 무력화 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영국이 독일이 그야말로 자랑하는 난공불락의 에니그마(Enigma) 암호를 풀어 낸 겁니다.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비운의 천재 과학자 튜링입니다.

튜링의 ‘콜로서스’는 미국의 에니악보다 먼저 개발돼

▲ 영국 사크빌 파크에 세워진 알란 튜링 조각상.  ⓒ
암호는 기밀입니다. 상대방의 기밀을 풀었다면, 적국의 공격목표와 병력이동, 전술을 이미 읽을 수 있으니 전쟁의 승패는 바로 나오는 것 아닐까요? 어떤 최신의 폭격기보다, 어떤 최신의 미사일의 개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암호 해독입니다.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패망한 것도 따지자면 미국이 암호를 해독했기 때문입니다. ‘도라도라’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초의 컴퓨터는 1946년 2월에 공개된 에니악(ENIAC)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1만7천 여 개의 진공관을 사용한 30t 짜리 이 컴퓨터의 별명은 괴물이었습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모클리와 에커트 교수가 미 육군의 포탄과 미사일의 탄도계산을 하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1970년대 영국정부는 그 동안 일급비밀로 감춰졌던 거인이라는 뜻의 컴퓨터 콜로서스(Colossus)를 공개했습니다. 미국보다 먼저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컴퓨터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죠. 이 컴퓨터는 1943년 12월에 만들어졌으며, 그것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튜링입니다.

전쟁 영웅, 그러나 여성호르몬 주사도 강제로 맞아

이처럼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튜링은 연합군이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끄는 데 크게 기여한 전쟁 영웅이었을 뿐만 아니라 컴퓨터의 아버지로 세계 최초의 해커이며,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최초의 개념을 생각해 낸 사람입니다. 그런데 AI는 조류독감, 조류 인플루엔자를 뜻하는 avian influenza의 약자로 쓰이기도 합니다.

요즘 인텔리전스(intelligence)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지능, 지식, 똑똑하다는 뜻도 있지만 인간과 같은 우수한 지능을 가진 기계라는 뜻으로 컴퓨터나 로봇을 지칭하는 말로 해석하면 무리가 없을 겁니다. 결국 인공지능을 지칭합니다.

어쨌든 튜링은 자신이 이룩한 여러 가지 업적에도 불구하고 당시 영국은 그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누릴 수 있는 모든 영광을 빼앗아 버립니다. 그는 모든 공직에 취임할 기회를 잃었고 심지어 화학적 거세를 위해 여성 호르몬 주사까지 강제적으로 맞아야 했습니다. 학문의 메카였던 런던도 동성애자에겐 어떤 기회도 제공하지 않을 정도로 매몰찼습니다. (계속)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2007.07.12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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