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층짜리 사상누각(沙上樓閣)

사회기반시설 또는 사회간접자본(SOC)의 대표적인 것으로 흔히 ‘도로’를 꼽는다.

물류와 사람의 왕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로는 인체에서는 혈관만큼이나 중요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스울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가 경부고속도로를 신설할 당시 일화가 있다. 당시 고속도로 공사에 투입되는 거액의 공사비용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그 큰 도로를 건설하여 무엇에 쓰려고 하느냐?”며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사실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된 직후에도 지금처럼 많은 차들이 운행되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것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은 쓸 데 없는 짓을 했다고 생각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경부고속도로는 우리나라 경제가 급성장 하는데 ‘기반’이 됐고, 지금 이 시각에도 우리나라 곳곳은 도로들이 공사 중이다.

 

인간의 기반시설 ‘두뇌기능’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반시설은 두뇌기능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성인이 되기까지 두뇌는 계속해서 업그레이드가 되고 있으며, 유아기 때는 만지고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감각을 통해 세상을 탐험하듯이 배우게 된다. 이 시기에 두뇌에 적절한 자극이 주어지지 않으면 두뇌회로는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떠먹으려 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아이스크림을 쏟아 옷을 버릴 것도 같고, 몸에 묻힐 것도 같고, 보는 이는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때 아이의 두뇌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아이스크림이 어디에 있는지 눈으로 인지해야 하고,
손은 숟가락을 정교하게 쥐려고 노력하고,

눈과 협응하여 아이스크림을 떠먹는 동작을 하게 되며,

어느 정도의 힘을 주어야 하는지,

숟가락으로 떠올린 아이스크림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다시 모든 감각이 동원되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보는 이야 불안해 보일 수 있지만 아이는 이 과정에서 두뇌훈련을 하게 된다.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렸다고 할지라도 실수를 통해 학습으로 이어지는 것이므로 아이의 입장에선 세상을 살아가는 데 아주 중요한 기반시설을 닦고 있는 것이니 지나친 ‘깔끔’으로 부모가 대신 해주어 아이의 생존수업을 막아서는 안 되겠다.

 

두뇌로 많은 정보들을 보내고 균형을 유지하는 지각기관들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면 두뇌의 효율성은 떨어지게 된다.

균형을 잡는 것 하나만 하더라도 한발을 들고, 한 쪽 눈을 감고, 10부터 거꾸로 숫자를 세면서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여기에 어려운 숫자계산까지 주문하면 더욱 어려워지는데 이런 실험은 지각기관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물론 지각기관들이 서툴러도 공부는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 두뇌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수밖에 없고 학습의 효율은 떨어지게 된다.

학습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집중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모가 없어야 한다.

학습의 효율성이 좋다는 말, 즉 두뇌의 기능이 좋다는 얘기는 각 기관들이 분업이 잘 이루어지고 그 정보들이 서로 빠르게 전달되고 처리되는 것을 말한다. 마치 도로가 잘 닦여 사통팔달로 차량 소통이 원활한 것처럼.

 

두뇌개발은 조급해서는 안 된다.

두뇌학습프로그램은 이러한 두뇌신경회로를 훈련하여 학습에 관련된 두뇌의 가장 근본적인 기능을 개선하는 것이다.

두뇌기능의 개선은 뇌가소성의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예전에는 뇌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뇌가 변한다는 가소성의 원리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도로 폭이 좁은 일반국도도 차량이 많지 않을 때는 고속도로와 다름없이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나 추석 같은 명절에는 차량이 많아져 그 차이가 확연히 들어나게 된다. 이처럼 돈과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 도로를 닦아 앞날의 수요를 준비하는 것처럼 두뇌의 도로도 미리 닦아 놓는 사람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가 임상현장에서 만난 부모님들 중에 현명한 분들은 당장 내일부터 효과를 기대하는 조급증은 이미 내려놓고 있었다.

필자는 두뇌기능개선에 대한 설명 때 건물을 짓는 것에 자주 비교한다. 건물(학습의 성과)을 짓기 위해 터(기반시설:두뇌기능)를 닦게 되는데 아이는 그곳에 1층을 짓기도 하고 10층을 짓기도 하며, 어떤 아이는 100층을 짓고자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터를 충분히 닦아 놓지 않고 100층을 짓고자 한다면... 물론 짓기도 어렵겠지만 짓는다고 해도 100층짜리 사상누각이 될 것은 자명하다.

이렇게 두뇌학습 프로그램은 1층을 짓기도 어려운 학습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로부터 100층 이상의 초고층을 짓고자 하는 학생이나 일반인에게까지 적용된다.

21세기 뇌과학의 시대에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100층짜리 沙上樓閣(사상누각)을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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