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기분을 풀기 위해 먹는다는 얘기를 한다.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푼다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진짜 먹는 걸로 기분이 풀어질까?

한국식품연구원이 27일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정신건강 증진식품’을 주제로 연 국제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물음에 대해 “식품은 육체 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중요하며, 잘 먹으면 스트레스와 우울증, 뇌질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원무호 한림대 의대 교수는 “뇌는 몸이 쓰는 산소의 25%를 소비할 정도로 혈액공급이 활발하다”며 “그동안 식품과 뇌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양파, 청국장, 꽁치가 뇌졸중 등 뇌질환 감소에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원 교수는 “양파는 겉에서부터 3번째 껍질까지가 효과적이며, 청국장은 발효온도와 시간에 따라 효과가 다르고, 꽁치는 생으로 연구한 결과로 조리했을 때의 효과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청소년의 정신건강 상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를 식사로 해결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경숙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심포지엄에서 청소년의 영양섭취에 문제가 심각하지만 하루 세끼 식사를 신경써서 먹는다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경숙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청소년기의 영양과 정신건강’ 주제 발표에서 “자살률 세계 1위에 청소년의 자살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며 “한창 자라는 청소년이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하게 섭취하지 못해 육체 뿐 아니라 정신 건강이 약화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임 교수는 2007년 질병관리본부에서 온라인으로 7만4000여명을 조사한 청소년 정신건강행태 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청소년의 정신 건강의 위험성을 알렸다. 조사에서 4명중 1명이 자살을 생각했으며, 20명중 1명이 직접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명 중 1명이 스트레스를 의식하고, 최근 한 달 동안 4명 중 1명이 음주를, 10명중 1명이 담배를 피운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청소년 4명중 1명은 1주일에 3번 이상 아침을 먹지 않았다.

그는 “농촌생활연구소 조사에서 아침식사를 한 청소년의 성적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아침 식사는 자신과 타인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뇌 활동을 도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청소년의 81%가 칼슘 부족, 55%는 철분 부족, 57%는 비타민C 부족, 31%는 에너지 부족 등 대부분의 영양소를 필요량만큼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영양소가 충분할 경우 정신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를 토대로 그는 건강한 청소년을 위한 세끼 밥상으로 “아침에는 완두콩밥에 달걀탕, 두부구이, 오이도라지생채, 김구이를, 점심에는 수수보리밥에 고등어무청조림, 부추전, 깻잎들기름나물, 깍두기를, 저녁으로 현미밥에 쑥국, 닭가슴살구이, 브로콜리샐러드, 배추김치”를 제안했다.

영국 정신건강재단의 앤드류 맥컬로우 박사는 영국에서도 정신 건강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사진 제공 한국식품연구원

한편 앤드류 맥컬로우 영국 정신건강재단 박사는 “올해로 60주년이 된 우리 재단도 아직 정신 이상자에게 적절한 식이요법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다”며 “식품과 정신 건강과의 관련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약과 같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대상이 주로 연구되고 있으나 음식과 같이 근본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연구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마다 도요후미 일본 예방의학연구소장은 “식사는 뇌의 기능을 높이는 중요 요소로 질이 좋고 나쁨에 따라 장기간에 걸쳐 뇌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며 “모든 사람이 올바른 영양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응서 동아사이언스 기자 gopo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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