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생명이 끝나는 기준으로서 '뇌사'腦死에 대한 새로운 이론은 인간 생명의 시작에 대한 또 다른 이론,곧 전형적인 인간 대뇌피질의 발달이 인간 개체 발생의 결정적 현상이라는 주장을 부각시킨다.

   처음 몇 주 중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되기 전까지 높은 비율의 수정란 손실이 발생하는 것과 함께 출산 때까지 배아 및 태아의 높은 사망률을 인정한다고 할 때,

또 한가지 간과 할 수 없는 사실은 전혀 인간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무뇌아(무뇌아의 특징은 뇌의 중요한 부분들이 없는 것이다.)가 생기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한 개인의 생명은 의식,자기 성찰,사고와 자유로운 의사 결정 등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본질과 실체를 더욱 명확히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의식은 필연적으로 대뇌피질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고생물학과 인류학의 중요한 발견에 따르면,

사람과 동물을 구별해주는 대뇌피질의 엄청난 비약이 일어날 때가 인간화의 결정적 순간이었다는 것이다.

인간화 없이 인간 개인의 특성이나 활동에 대해 말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이론에서 매우 중요하게 제기되는 질문은 "생물학적 조건의 발전과 인간 생명으로서 예상되는 발전 없이 그저 움직인다고 해서 한 사람의 인간이 될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방금 전까지 논의했던 이론은 대화적 존재로서,

초기 원인과 상징으로서 착상의 순간을 지지하지만,이 이론은 살아있는 육체와 활동하는 정신 혹은 정신적인 원리 사이의 놀라운 일치에 기초한다고 볼 수 있다.

정신은  육체보다 선재先在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이론의 일반적인 확신이다.

곧 "인간은 육체적으로 대뇌피질의 최소한의 발달 없이 단순히 영적 원리로서만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 질문은 육체 안에 그리고 육체를 통해 존재하는 적어도 현재의 삶에서는 오로지 육체와 함께 존재하는 인간으로서 인격의 시작과 관계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이론은 대뇌피질이 모든 인격의 상징이며,인간활동의 핵심기관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인간 생명의 시작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인간의 전형적인 대뇌피질이 기본 구조가 발달되기 시작하는 시기는 수정 후 15일에서 40일 사이인데,이것을 완전한 형성의 시기라고 할 수는 없다.

이 기간 중 특히 15일에서 25일 사이에는 아직도 수많은 발달 부전不全이 일어나는데,

이는 보통 모체의 배아애 대한 자연스런 거부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 인간의 개체 발생은 성공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체가 무뇌아를 계속 보지保持하며 영양을 공급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서 그 비율은 1/1000정도라고 한다.

   또 다른 사례도 매우 흥미롭다.오늘날에는 인체의 살아 있는 세포를 저장하는 일은 물론 세포를 계속해서 유사분열시킬 수 있는 기술이 매우 발달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서 볼 때 인간 생명의 중추 같은 것은 분명히 찾아볼 수 없으며 단지 생물학적 중추만 있을 뿐이다.

그것이 없다면 세포들은 살아 있거나 계속해서 발달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양육되는 세포들로부터 인간의 모든 유전자를 발견할 수는 있겠지만 개체화는 발견할 수 없다.

   이외에도 또 한 가지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인간 뇌의 상부구조에 최대 10분 동안 산소 공급이 중단되는 경우 생물학적인 생명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인공호흡을 통해 뇌의 하부구조는 재생될 수 있다 하더라도,대뇌 중심의 활동상실은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더 이상 의식 있는 생명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어느 시점에서 '뇌사'를 말할 수 있겠는가?그래서 제기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인간의 전형적인 대뇌피질의 형성 이전에 아직 인간적이고 개체적인 원리가 결핍된 단순히 생물학적인 중추만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인간 대뇌피질의 기본 구조는 정상적으로 수정 후 약 15~25일(늦어도 40일)사이에 어느 정도의 윤곽을 갖추게 된다.

8주가 되면 뇌의 활동을 감지할 수 있게 되고,12주까지는 뇌의 구조가 완성된다.

수정 후 25일 혹은 적어도 40일 이후가 되면 이미 발달되기 시작한 대뇌피질의 구조에는 질적 발달보다도 양적 발달이 크게 일어난다.

수정 후 25~40일 사이와 또한 생명의 첫 한 해 동안에는 대뇌피질의 놀라운 발달을 볼 수 있지만,

자궁 내 생활의 3~12주 사이에 형성된 뇌의 기본 구조에 더 이상 자기 초월이나 도약은 없다.

출산 후 약 1년이 지난 아이에게서는 자아의식과 또 다른 특징의 정신적 특성을 채워줄 회백질灰白質의 양적 발달을 볼 수 가 있다.

태어난 지 며칠 또는 몇 주 된 유아乳兒에게서는 진기하게도 인간 인격체의 표현으로서 약간의 미소를 짓는 것도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반복해서 대뇌피질 형성 과정에서의 질적 도약을 계통발생系統發生과 비교한다.

그러나 이 둘은 같은 것이 아니며,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배아 또는 태아의 개체발생,즉 전형적인 인간 대뇌피질의 발달은 의심할 여지없이 상당한 자기 초월과 놀라운 도약을 가져다주자만,

각각의 포배는 비록 언제나 성공적인 발달을 기대하지 못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적인 경향에 따라야 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계통발생은 전혀 반대이다.계통발생에서는 오랜 역사에 의해 준비된,그리고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아주 특별하고도 예상을 뛰어넘는 도약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 영적 정신은 태아 발달의 말기에나 가서야 가능하게 된다."는 이론이 타당하다고 가정한다면 이는 수정란과 영적 생명의 원리를 지닌 인간 생명의 발달 사이에는 아직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일정한 생물학적 기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러한 경우 우리는 그러한 계체발생이 인간적 계통발생과 정확하게 상통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고 모른다.

이 두 가지 사례 모두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아직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한 유기체가 복합체를 형성해가고 나아가 영적 영혼의 실재를 지지해줄 생물학적 기반을 형성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살아 있는 육체 안에 내재하는 인격적 존재는 영적 생명 원리의 기반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대뇌피질의 발달에만 의존하게 된다면 단순히 인간으로서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처럼 여겨지게 된다.

만일 그렇다면 적어도 25~40일 사이 대뇌피질이 형성되기 이전의 배아는 아직 인간 인격체로 고려될 수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현재로서 이러한 가설은 단지 앞으로 더 신중한 토론을 위한 여지를 제공하는 한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점에 대해 굳이 내 자신의 분명한 견해를 밝힌다면,

나는 대뇌피질의 발달에 의존하는 인간화에 대한 이론이 배아에게서 인간 생명의 기본 원리를 박탈할 어떠한 근거도 제공해주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소수의 프랑스 과학자들과 윤리학자들에 의해 제기된 새로운 이론은 태아가 어머니에 의해 수용되지 못하는 한 생물학적으로는 '인간 생명'이지만 아직은 '인간화된 생명'이 아니며,

따라서 인격체로서의 특성과 권리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오류라는 것은 뻔하다.

만일 그렇다면 그들의 이론을 그대로 따른다면 낙태 역시 배아를 생명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에 살인이 아니라는 주장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식의 '나 -너-인격주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