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여자의 눈물에 한없이 약한 이유

눈물 냄새 맡으면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 감소…공격성↓ 흥분↓

2011년 01월 09일
 

 

아무리 담대하고 냉철한 남자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 딱 한 가지 있다면 바로 여자의 눈물일 것이다. 오죽하면 여자에게 눈물은 ‘최고의 무기’라는 말도 있을까.

그런데 최근 남자가 여자의 눈물에 약한 이유가 눈물의 화학작용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기술원 샤니 겔스테인 박사팀은 24~32세 남성 50명에게 여성의 눈물 냄새를 맡게 한 결과 여성의 눈물이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테스토스테론은 대표적인 남성호르몬으로 공격성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구팀은 슬픈 영화를 본 여성이 흘린 눈물과 이것과 염도가 같은 소금물을 이용해 비교 실험을 했다. 실험자들에게 눈물과 소금물의 냄새를 각각 맡게 한 뒤 전기피부반응(GSR), 심박수, 체온 같은 생리적인 각성 정도와 체내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을 측정했다.

측정 결과 초기에 혈액 1mL 당 151.96pg(피코그램, 1pg=1조 분의 1g)이던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눈물 냄새를 맡고난 뒤 132.66pg까지 낮아졌다. 반면 소금물 냄새를 맡았을 때는 154.8pg/mL에서 154.34pg/mL으로 농도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전기피부반응이나 심박수 같은 생리적인 각성 정도도 눈에 띄게 줄었다. 실험자들이 공격성을 누그러뜨리고 흥분을 가라앉힌 셈이다.

이런 변화는 뇌에서도 관찰됐다. 겔스테인 박사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이용해 실험자들의 뇌 활성도를 측정한 결과, 눈물 냄새를 맡은 직후에는 이성에게서 성적인 흥분을 느끼는 뇌 부위가 다른 때보다 활성화 되지 않았다”며 “체내 테스토스테론 농도 변화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남자의 눈물도 여자의 눈물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화학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며 추가 연구 계획을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사이언스 1월 7일자에 실렸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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