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의학 수련과정은 질병을 일으키는 즉각적인 기전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것이 소위 근접원인이다.

이런 관점에서 고혈압의 근접원인은 말초혈관의 저항성의 변화나 신장질환에 의한 레닌-안지오텐신계의 이상이다. 낫 적혈구 빈혈은 헤모글로빈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서 생긴다. 충수돌기염은 위장관계 게실에 생긴 염증이다. 뇌성마비는 난산 시 출생과정에서 질식에 의해서 생길 수 있다. 우울증 치료에 사용되는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나 세균성폐렴에 사용되는 항생제와 막힌 심장관상동맥의 혈류를 개선하기 위한 혈관성형 스텐트수술 그리고 제왕절개술 등 대부분의 의학적 치료법은 질병의 직접적 원인을 이해함으로써 개발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경우에 보다 더 광범위한 차원이 존재한다. 근접원인 설명으로 어떤 증상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밝히고 중재를 위한 논리적 근거를 알게 되지만, 또 다른 차원의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어떤 증상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사람은 왜 질병 발생위험도가 높은지,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는 왜 쉬게 적응하지 못하는지, 염증이 생기는 충수돌기가 왜 사람에는 있는 것인지, 우리가 태어난 날이 왜 일생에서 가장 위험한 날인지와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진화적 차원에서의 질문을 통해서 건강과 짐병의 궁극원인을 이해하려고 한다. 인류의 조상은 초식을 했기 때문에 섬유소가 풍부한음식을 소화하기 위해 커다란 맹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더 이상 그렇게 큰 소화기관이 필요하지 않고 충수돌기가 퇴화의 흔적으로 남아 염증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한의사를 비롯한 의료인들이 이처럼 궁극적인 거시원인을 이해하면 자신이 돌보는 환자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틀림없이 그 환자의 치료를 개선할 수 있게 된다. 진화적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 많은 경우에 어떤 예방책이 더 유리하고 어떤 치료법이 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는지 그 이유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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