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선택은 자연선택처럼 합목적적으로 ‘설계’ 되었다.
마치 수사슴이 성선택으로 성적 라이벌과의 싸움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것처럼,
공작은 유혹하도록 설계되었으며,
남자의 심리 역시 생존을 희생해서라도 한 명 또는 그 이상의 질 좋은 짝을 찾거나 유지하는 확률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남성다움의 근본 물질인 테스토스테론 자체는 전염병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
남자들이 좀 더 경쟁본성을 띠는 것은 성선택의 결과이다.
남자들은 위험하게 살도록 진화되었는데,

그것은 경쟁이나 전투에서의 성공이 더 많은 혹은 더 좋은 성적 정복과 더 많은 자손들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위험하게 사는 여자들은 단지 그들이 이미 얻은 자손들을 위기에 처하게 할 따름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여자의 아름다움과 번식능력의 밀접한 관계(아름다운 여자는 정의상 대체로 늙은 여자에 비하여 젊고 건강하며, 따라서 생산능력이 더 높고 앞으로도 더 오랜 기간 출산할 수 있다)는 남자의 심리와 여자의 몸에 동시에 작용한 성선택의 결과이다.


각각의 성은 서로 상대에게 영향을 미친다.
여자들이 모래시계와 비슷한 몸매를 갖는 이유는 남자들이 그 모습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공격적인 성격을 갖는 이유는 여자들이 그런 성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혹은 여자를 얻기 위한 남자들의 싸움에서 공격적인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승리하도록 여자들이 방치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진화인류학자들은 큰두뇌가 생식의 성공에 기여한 것은 남자가 상대방 남자보다 선수를치고 계략을 더 잘 짤 수 있게 하거나(여자들에게도 역시 다른 여자들보다 선수를 치고 계략을 더 잘 짤수있게 하고) , 처음부터 이성의 환심을 사고 유혹하는 데 이용되었다고 믿는다.

생존과 번식이 서로 상충되는 지점에서는 번식이 우선권을 차지한다. 그 예로 연어는 번식기간에 굶어 죽는다. 문어도 알을 지키면서 굶어 죽는다.




적자가 생존하기 위해 애쓸 때 이들은 누구와 경쟁하는 것인가?





같은 종 안의 다른 개체들인가?
아니면 다른 종의 개체들인가?


아프리카의 사바나 초원에 사는 영양은 치타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일단 치타가 공격해 올 때에는 다른 영양보다 더 빨리 도망치려고 애쓴다.
아프리카 영양에게 중요한 것은 치타보다 더 빨리 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영양보다 더 빨리 뛰는 것이다.


옛날이야기를 한토막하겠다.
한 철학자와 그 친구가 길을 가다가 곰에게 쫓기게 되었다.
논리 정연한 친구가 “뛰어 봤자야, 곰보다 더 빨리 뛸 수는 없잖아’라고 말하자,
“그럴 필요는 없지. 나는 단지 너 보다만 빨리 뛰면 되니까’ 하고 철학자가 응답하였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지능이 형성되던 원시 시대의 인간에게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던 능력, 이를테면 미적분을 이해한다거나 햄릿의 희곡 구절을 외울 수 있는 능력이 왜 인간에게 주어졌는지 심리학자들은 때때로 의문에 빠진다.


어떻게 하면 털난 코뿔소를 잡을 수 있을까 궁리하는 문제라면, 아인슈타인이라도 별수 없이 절망에 빠질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심리학사 니콜라스 험프리Nicholas Humphrey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제기 했다.
사람은 실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보다 한 술 더 뜨기 위해 지능을 이용한다.


사람속이기, 속임수 알아채기, 타인의 동기 알아내기, 사람 이용해 먹기 등과 같은 것들이 바로 지성을 이용해서 하는 일들이다.
따라서 중요한 점은 내가 얼마나 영리하고 더 재주가 있는가가 아니고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얼마나 더 영리하고 더 재주가 많은가이다.
지성의 가치는 무한하다.

같은 종 안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은 언제나 종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선택보다 더 중요해진다.


매트 리들리 붉은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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