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 (12)
루이 파스퇴르
▲ 루이 파스퇴르  ⓒ
The universe is asymmetric and I am persuaded that life, as it is known to us, is a direct result of asymmetry of the universe or of its indirect consequences. The universe is asymmetric.

우주(세상)는 불균형 하다. 인생이 보여주듯이 나는 인생은 세상의 직접적인 불균형의 결과나 아니면 간접적인 불균형의 결과의 산물로 알고 있다. 우주는 불균형 하다.
-루이 파스퇴르(1822-1895) : 프랑스 세균학자, 의학자-

유명한 세균학자(bacteriologist)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의 명언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불균형은 뭐고 우주는 뭘 뜻하고 있을까요? 과학자들은 우주에는 정연한 질서와 법칙이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리학이나 특히 천체물리학의 이론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파스퇴르는 불균형 하다는 것일까요? 그가 이 명언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은 뭘까요? 그저 한번 내뱉은 평범한 이야기일까요? 영어이야기는 잠시 뒤로 하고 중국 고사를 잠시 소개할게요.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編意自見)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책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스스로 보인다. 학문을 열심히 탐구하면 뜻한 바를 이룰 수 있다." 그런 뜻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아무리 이해가 가지 않는 문장이라도 읽고 또 읽고, 그래서 백 번을 읽으면 그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소개한 명언이 해석이 잘 안 되는 것 같으면 여러 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여러 번 읽어볼 생각입니다.

제가 이 고사를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입니다. 양주동 교수라고 아시는지요? 그 분이 쓴 ‘면학의 서’라는 수필(essay) 일부가 국어 교과서에 실렸습니다. 지금도 실리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국어학자며 또 영문학자입니다. 실력자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실력을 자랑하길 좋아했습니다.

하루는 길을 걷다가 자동차에 치일 뻔했는데 제자들에게도 동료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했답니다. “하마터면 국보(national treasure)가 사라질 뻔했어!” 자신을 국보 1호라고 자칭했을 정도로 대단한 학자입니다. 정말 실력 있는 사람이 실력 자랑하는 거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닙니다. 오히려 멋있게 보이죠. 문제는 반대의 경우죠.

양 박사가 일본 와세다(早稻田)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있었을 때입니다. 어떤 일본 학자가 우리나라 신라시대의 향가를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좀 셈이 난 양 박사는 우리나라에도 향가를 공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해서 알아봤죠. 그런데 없었습니다. 그래서 영문학 공부를 접고 한국으로 돌아와 향가연구에 모든 노력을 기울입니다. 향가연구를 일본에 빼앗길 수는 없었다는 거죠.

양 박사 이야기가 나온 김에 조금만 더 하죠.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옛날 결혼식장에 꼭 등장하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진 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며…’ 들어 보셨죠? 이 노래를 작사한 사람이 양주동 박사입니다. 불교의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오월이 되고 어버이날(Parents’ Day)이 되면 아버지 어머니한테 사랑한다는 이야기도 하고 만원이든 오천원이든 선물도 하세요. 우리나라 어머니 아버지, 좀 짜증도 나지만 가엾지 않나요?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간 것 같네요. 양 박사는 영어공부를 처음 시작하면서 문법에서 일인칭과 2인칭은 알겠는데 3인칭이 어떤 말인지 몰라서 ‘독서백편의자현’을 했고 그래서 3인칭이 뭔지를 알았답니다. 백 번을 읽고 또 읽어서 말입니다. 그래서 ‘우수마발이 다 삼인칭’이라는 유행어가 등장합니다. 우수마발이 뭐냐고요? 인터넷에 한 번 들어가 보시기 바랍니다. 파스퇴르의 명언이 좀 어려운 것 같지만 원문을 생각하면서 독서백편의자현 하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제너의 종두법이 발견된 이후 의학은 여러 분야에서 많은 발전을 합니다. 1847년에는 영국의 제임스 심프슨이 클로로포름이라는 마취제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전염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전염병의 원인이 미생물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것을 파스퇴르가 밝힌 겁니다. 그는 전염병이 박테리아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된 최초의 학자입니다.

파스퇴르는 광견병 예방약과 치료약 개발로 유명합니다. 또 저온 살균법으로도 유명합니다. 따지면 종두법이 인류에게 더 희망을 안겨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너에게는 세균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파스퇴르는 모든 전염병이 세균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세균학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이름을 딴 pasteurization은 살균법이라는 일반명사가 됐습니다. Pasteurize는 살균하다는 뜻도 있지만 광견병 예방접종을 하다라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그리고 pasteurism은 광견병 예방접종이라는 말로 굳어져 있을 정도입니다. 국내에서도 ‘파스퇴르 우유’ 같은 말이 등장합니다. 학습지도 있습니다. 그의 명성이 대단한 것이죠.

1860년대 당시 파스퇴르는 프랑스의 양조업자들로부터 자신들이 만든 포도주가 왜 쉽게 부패하는지 그 원인을 밝혀달라는 의뢰를 받습니다. 파스퇴르는 현미경을 통해 관찰한 결과 포도주 속에 지금 우리가 박테리아라고 부르는 아주 작은 생물이 있어서 부패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또 그 포도주를 끓이면 그 안에 있는 세균이 죽는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그러나 그의 업적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는 당시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의사들과 학자들이 갖고 있는 미생물의 자연발생설(spontaneous generation)이 틀렸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이 발견은 훗날 무균처리법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자연발생설은 음식쓰레기 같은 데서 벌레가 생기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런 쓰레기라도 외부와 차단되어 미생물이 근접하지 못하면 썩지 않는다는 것을 파스퇴르가 보여준 겁니다. 생물은 생물에 의해서만 생긴다는 생물속생설(biogenesis)의 이론을 확립했습니다.

파스퇴르는 고기즙에 공기는 통하면서 미생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S자형 플라스크를 만들어서 세균의 자연발생이라는 것은 공기 속의 포자(胞子)가 침입해 번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해 옛날부터 논란이 돼 오던 자연발생설에 종지부를 찍습니다. 더 이상 논란이 없게 되죠.

이 밖에도 파스퇴르는 닭 콜레라와 탄저병, 디프테리아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고 1881년에는 광견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혈청(serum)도 개발합니다. 당시 광견병에 의한 치사율은 거의 100%에 가까웠는데 1% 이하로 낮추어 유럽을 광견병의 공포로부터 해방시킵니다. 그의 명성이 널리 알려진 것은 광견병 치료약 개발 때문입니다.

파스퇴르는 자신이 고안해서 예방법에 사용한 ‘약화된 균’을 백신(vaccine)이라 하고 백신을 사용해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을 예방접종(vaccination)이라고 불렀습니다. 다시 말해서 백신을 처음으로 개발했고 백신이라는 말도 파스퇴르가 만든 것이죠.

백신이라는 말의 어원은 라틴어로 암소를 의미하는 vacca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제너(Edward Jenner)가 천연두(smallpox) 예방법을 고안할 때 천연두 균을 직접 주입하는 대신에 병원성이 약한 우두에 걸린 암소를 이용해서 우두법을 만들어 낸 것을 기리기 위해 파스퇴르가 붙인 이름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1888년 위대한 업적을 남긴 파스퇴르를 기념하기 위해 ‘파스퇴르 연구소(Pasteur Institute)’를 세웠으며 파스퇴르는 189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여기에서 연구를 하며 훌륭한 제자들을 배출합니다. 이들 가운데 대표적인 제자가 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입니다. 탄저균, 결핵균, 그리고 콜레라균을 분리하는 데 성공한 독일의 미생물 학자입니다. 코흐는 뒤에 최초의 화학요법을 발견했고 1908년 노벨상을 받은 에를리히(Paul Ehrlich)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파스퇴르는 세균학에 대한 학문적 지식을 상업화(commercialize)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합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응용과학(applied science)의 틀을 만들어 기업화에 성공합니다. 우리나라에도 2년 전 법인으로 들어와 있지만 파스퇴르 연구소는 세계적인 기업입니다. 세계 유명한 제약회사를 능가할 정도입니다.

세균은 박테리아를 말합니다. 나중에 세균 이외에 바이러스(virus)와 곰팡이(mold), 리케챠 등도 발견되고 전염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래서 인류는 전염병 퇴치에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서양 의학의 실질적인 선구자는 천연두 종두법을 발견한 제너입니다. 그러나 세균학을 하나의 과학으로 집대성한 사람은 파스퇴르입니다.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종교와 주술이 아니라 의학이라는 과학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파스퇴르의 업적에 대해서는 일일이 기술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대단합니다. 파스퇴르의 명언들을 보면 파스퇴르는 생활태도나 철학이 분명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의식이 분명한 학자라고 할까요? 준비된 마음, 또는 사람(prepared mind)이라는 말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 말이 들어간 이야기를 몇 개 소개하겠습니다.

Did you ever observe to whom the accidents happen? Chance favors only the prepared mind. (사고가 어떤 사람에게 일어나는지 관찰해 본 적이 있는가?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온다). In the field of observation, chance favors only the prepared minds. (관찰의 영역에서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온다). Fortune favors the prepared mind. (행운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온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항상 준비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런 사람에게 기회도 오고 행운도 오고 우연한 이득도 생길 겁니다.

단어 숙어

• asymmetric : 불균형의, 부조화의, 비대칭의. 명사로 asymmetry.

• universe : 우주, 만물, island universe beyond the Milky Way system(은하계 밖의 섬우주). 전 세계. 전 인류.

함께 해석하기

좀 어렵네요. 문장이 어려운 게 아니라 전달하려는 의미를 파악하는 일이 말입니다. 자신이 많지는 않은데 해 보죠. 원래 universe라는 말은 우주를 뜻하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고 합시다. 그러면 자동적으로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의 인생살이는 불공정하다는 말이 나오겠죠?

세상에는 잘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굶주리는 사람도. 건강하게 태어나는 사람도 있고 또 신체적 불구로 태어나는 사람도 있고, 선천적으로 얼굴이 잘 생긴 사람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병마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그래서 그러한 불균형(asymmetric)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게 곧 우리가 사는 인생사(人生史)라는 이야기 같습니다.

"질병도 불균형에서 나오는 거고, 그래서 그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해 백신도 개발하고 치료약도 개발해야 한다. 인간의 역사는 그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도전의 역사다. 따라서 우리는 늘 준비돼 있어야 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prepared mind). 인간의 임무는 불균형을 시정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가 아닐까요? 해석이 너무 빗나간 것은 아니겠죠?
/김형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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