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24) | ||||||
갈레노스 | ||||||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사람보다 비참한 것은 없다. -갈레노스(129~199): 로마시대의 의학자, 해부학자- 갈레노스(Claudius Galenus)는 해부학의 창시자(founder of autopsy)입니다. 의학은 인간의 병을 치료하는 일이고 학문입니다. 그러면 인체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합니다. 사람의 몸의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면서 병을 치료할 수 없습니다. 르네상스의 천재라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공동묘지에 묻힌 시체를 아무도 모르게 꺼내 집으로 갖고 와서 연구했습니다. 정확한 해부도(autopsy map)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여성의 해부도는 정교합니다. 그래서 '광적인 천재'라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르네상스 이전까지만 해도 인체를 해부하는 것은 금기였습니다. 신이 만든 인체를 인간이 해부하고 연구하는 것은 신의 의지에 반하는 것이죠. 병은 인간이 고치는 것이 아니라 신이 고치는 것입니다. 심지어 페스트(흑사병)에 걸린 환자는 사탄의 장난 탓이라며 사탄을 몰아내기 위해 환자를 때리고 가학하는 행위도 많았습니다. 1300년대 중반의 이야기입니다. 페스트 이야기가 나왔으니깐 한마디만 더 하죠. 재미있는 것은 페스트에 걸려 사람들이 다 죽어 나가는데 유대인들은 페스트에 잘 안 걸렸다는 겁니다. 정말 그랬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그래서 페스트는 사탄인 유대인들이 퍼뜨렸다는 이야기가 돕니다. 유대인을 악마로 생각했던 유럽은 유대인을 더 많이 고문하고(torture) 화형(the stake)에 처하면서 많이 죽입니다. 마녀사냥(witch hunt)이라는 말도 이때 나왔다고 합니다. 유럽은 과거에도 여러 인종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공통점은 유대인을 악마로 취급했습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섬기는 예수를 유대인들이 죽였고 유대인들은 예수를 진정한 메시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논리입니다. 이슬람과 기독교 간의 해묵은 싸움은 이슬람은 예수를 예언자(prophet)로 인정하는데 기독교는 마호멧을 예언자로 인정하지 않는 겁니다. 지극히 단순한 것 같고 어리석게 보이는데, 특히 종교라는 이념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사람의 행동은 상식을 넘어섭니다. 인간을 해부하는 일은 별로 유쾌한 일이 못됩니다. 보는 사람도 그런데 직접 하는 사람은 얼마나 그렇겠어요? 그러나 그 일은 누군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러한 일을 그리스에서는 아름답게 받아들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스 시대에 해부학은 필요하고 절실한 연구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위대한 갈레노스가 있는 거죠.
Here is a field open for talent, and here, merit will have a certain favor, and industry is graced with its due reward. (이것은 재능 있는 사람들을 위한 분야다. 장점은 이득을 줄 것이다. 그런 사업은 정당한 보상을 받는다.) 해부학을 두고 하는 이야기겠죠? Acquaintance lessens fame. (너무 친밀하면 명성을 잃게 된다.) No one is free who does not lord over himself. (자신을 지배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자유인이라고 할 수 없다.) 갈레노스가 한 이야기들입니다. 더 재미있는 그의 명언이 있습니다. Say not always what you know, but always know what you say. (아는 것을 항상 이야기하지 말라. 대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꼭 알아라) 부처는 몸(身), 입(口), 뜻(意)으로 짓는 죄 가운데 구업(口業)이 가장 크다고 했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합니다. 어떤 영화에서 보니깐 '임마! 너의 할아버지는 머슴이었어'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순진한 청년이 한에 사무쳐 엄청난 살인을 저지릅니다. 인생은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좋고 아름다운 말만 하기에도 삶은 짧습니다. 좀 기분이 언짢아도 참고 기분 좋은 이야기 많이 하세요. 그러면 자신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너 왜 요즘 그렇게 날씬해졌어?', '와 너 알고 봤더니 정말 똑똑한 놈이네!' 이러면서 말입니다. 이야기가 엉뚱하게 흘렀네요. 갈레노스는 동물해부를 해부학의 토대로 삼았는데, 특히 영장류(靈長類)로 인간의 특징을 많이 가진 아프리카산 바바리 원숭이를 이용했습니다. 그는 특히 근육과 뼈 조직을 정확히 관찰했으며 7쌍의 뇌신경을 구분해냈고, 심장판막을 묘사하고 정맥과 동맥의 조직상의 차이점들을 세밀히 관찰했습니다. 그는 실질적으로 많은 사람을 해부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뇌가 목소리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되돌이후두신경(recurrent laryngeal nerve)을 묶는다든가, 근육조절 기능을 연구하기 위해 척수를 자른다든가, 신장과 방광의 기능을 보여주기 위해 요관(尿管)을 묶는 것 등과 같은 생체해부실험으로도 유명했습니다. 그 가운데 갈레노스가 실험을 통해 안 것은 400년 동안이나 잘못 알려져 있던 것으로 동맥이 운반하는 것은 공기(산소)가 아니라 피라는 사실을 밝힌 겁니다. 피가 순환한다는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미 관찰한 사실들을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는 혈관계(血管係)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은 간이며 이곳에서 피가 만들어지고 정맥이 뻗어나가며 혈관은 피를 신체의 말초조직까지 운반하고 피는 그곳에서 살로 바뀐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장에서 나오는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에 있는 많은 양의 피에 대해서는 피가 좌심실과 우심실을 가르는 벽에 있는 미세한 구멍을 통하여 우심실에서 좌심실로 흐르며, 소량의 피가 폐동맥과 폐정맥이 있는 폐에서 새어 나와 좌심실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상황으로 보면 대단한 연구입니다. 유기체의 통일성에 대한 히포크라테스의 개념을 이어받은 갈레노스의 생리학은 그 뒤 1400년 동안 서양 의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의 업적은 주로 의학분야에 있었지만, 훌륭한 의사는 철학자도 되어야 한다고 믿어 철학에 관한 뛰어난 수필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연의 이치에 신의 섭리가 있다는 사실을 믿었지만 하나의 초월적 신을 믿는 일신론자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절충적 입장에 맞게 철학적 해석을 내리기 위해 다양한 이론들을 끌어들였습니다. 자연은 어떤 일도 헛되이 하지 않는다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을 받아들여 손의 근육이나 뼈 같은 모든 유기적 구조들은 그 형성목적에 따라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려고 노력했으며 이것은 조물주나 자비로운 자연의 힘에 의한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갈레노스는 유명한 건축가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그가 출생한 도시에 있던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우스 신전이 그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당시 로마에는 검투사들이 많았습니다. '글래디에이터(gladiator)'라는 영화 보신 적 있는가요? 여기에서 좀 생각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왕은 죽으면서 왕권을 주인공인 검투사 막시무스에게 전하는데 왕자가 가로챕니다. 왕위를 가로채고 막시무스를 죽인 왕자가 바로 로마가 낳은 가장 위대하고 현명한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입니다. 좀 의외인가요? 그는 명상록으로 유명해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오랫동안 나왔죠. 로마의 황제들을 공부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어쨌든 갈레노스는 검투사들을 통해 상처를 조사하고 치료결과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론적인 철학과 실제적인 의학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갈레노스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 두가지 학문을 공부시켰습니다. 소아시아의 서쪽 해안에 있는 스미르나, 그리스의 코린트,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같은 교육의 중심지에서 공부를 계속했고 이때 직접 동물을 해부하기도 하고 다른 의사들과의 교분도 넓혔습니다. 그는 BC 161년 로마로 가서 병중이던 아리스토텔레스 학파의 철학자로 유명한 에우데모스(Eudemus)를 고쳐주었고, 그를 통해 로마의 주요 인물들을 많이 만납니다. 다른 의사들이 고칠 수 없다고 선고한 환자들을 기꺼이 맡습니다. 그래서 의사로서 성공을 거둡니다. 그리고 뛰어난 업적과 오만함 때문에 동료들의 시기를 사기도 합니다. 저서인 '갈레노스 전집'은 히포크라테스의 저서와 함께 의학계에 커다란 공헌을 하고 특히 르네상스 시대에 많은 주목을 받습니다. 히포크라테스가 경험에 바탕을 둔 의학이라면 갈레노스의 사상은 의학체계를 하나의 자연현상으로 보았다는 겁니다. 히포크라테스의 명성에 가려 그를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그의 업적은 더 대단합니다. To do nothing evil is good; to wish nothing evil is better. (나쁜 짓을 하지 않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나쁜 짓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해부학의 창시자 갈레노스는 도덕과 윤리에 충실했습니다. 생명과학은 인간의 생명을 구하고 특히 고질적인 병을 구할 수 있습니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도덕과 윤리입니다. 인간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연구한 갈레노스는 대단한 휴머니티의 소유자입니다. 적어도 기록으로 볼 때 그를 욕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 ||||||
/김형근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