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으로 인한 수컷의 종말 [교수신문 공동] 환경학자가 바라보는 성의 종말 2009년 05월 11일(월)

<사이언스타임즈>는 지난해에 이어 사회와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 키워드를 정해 다양한 전문가적 관점의 학자적 식견이 상호 소통하는 장인 ‘학문간 대화로 읽는 키워드’ 제2탄을 마련했다. 이 기획은 학술 전문 주간지 <교수신문>(www.kyosu.net)과의 공동기획으로, 21세기 현재 지식의 전선을 바꿔나가는 이슈 키워드에 다양한 학문간 대화로 접근함으로써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미학적 이해와 소통의 지평을 넓히는 데 목적이 있다. 2009년에는 문명의 전환과 인간의 진화에 초점을 맞춘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정보화 사회의 심화, 지구촌을 아우르는 사회, 정치, 경제 질서의 결속 강화는 새로운 문명과 인간이 출현을 가져온다는 인식에서다. ‘기후변화’부터 ‘죽음’까지 13가지 이슈에 대해 과학자와 인문학자가 소통하며 논전을 벌였던 2008년 기획시리즈는 현재 『지식의 이중주』(2008, 해나무)로 출판돼 관심을 끌고 있다. [편집자 註]

학문간 대화로 읽는 키워드 암컷화(feminization)는 인간을 포함한 지구생태계에 서식하는 생물 중 수컷이 내분비계 호르몬 항상성 이상으로 인해 부분적으로 암컷의 성적 특성을 보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암컷화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큰 요인으로는 서식 환경 내 환경호르몬의 증가를 들 수가 있습니다.

여기서 환경호르몬(environmental hormone)은 생체 내에서 호르몬(특히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물질로서 살충제, 다이옥신, 폴리염화비페닐, 제초제, 중금속과 같은 환경오염물질은 물론 마취제, 면역반응억제제, 유산방지제, 스테로이드 제제와 같은 의약품 그리고 식물의 플라브노이드 성분, 진균류가 생성한 마이코톡신 등과 같이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 신생아 출생 성비의 불균형은 최근 환경호르몬과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는 문제이다 
환경호르몬은 일단 생체에 유입되면 정상 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하거나 증가시켜 내분비계 기능을 교란시킨다는 의미에서 내분비계교란물질(endocrine disruptor)이라고도 부릅니다. 환경호르몬은 난분해성, 고지용성, 고잔류성 등의 특성으로 인해 생물농축은 물론 먹이사슬을 통한 생물확대가 잘 일어나기 때문에 인간에게도 쉽게 축적될 수 있습니다.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지구 생태계에 서식하는 생물종에 대한 암컷화 사례는 영국의 제지공장에서 흘러나온 표백제로 오염된 강에 서식하는 수컷 물고기에서 관찰된 암컷 생식기 발달 현상, 캐나다에서 폴리염화비페닐에 노출된 바다 거북이에서 관찰된 성별전환 현상, 스위스 바젤사고로 인한 제조제에 노출된 수컷 개구리에서의 난소 발달 현상, 북극에서 생식기 이상으로 인해 성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새끼 곰의 출생 등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출생 성비의 불균형

환경호르몬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 중 남성의 경우는 여성 생식기가 부분적으로 발현된 남아의 출생 현상, 여아 출생률이 증가하는 출생성비의 불균형 현상, 정자 수 감소와 운동성 감소에 기인한 생식 불능 현상 등을 들 수가 있습니다.

최근 환경호르몬과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는 신생아 출생성비의 불균형 문제는 1976년 이탈리아 세베소 사고로 다이옥신에 노출된 남녀 모두에게서 남아의 출생률이 감소한 사실과 2002년 대만에서 폴리염화비페닐에 오염된 식용유 사건의 역학조사 결과, 폴리염화비페닐에 노출된 남성은 결혼 후 남아의 출생률이 정상인 54.5%에 비해 49.0%로 감소한 사실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습니다.

특히 이들 남성이 결혼 후 여아를 출생한 비율은 환경호르몬에 많이 노출될수록 그리고 나이가 어릴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환경호르몬에 노출된 여성의 경우에도 출생 성비의 이상 현상, 유방암 증가, 발달 장애아의 출산 증가 등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2002년 생식독성학회지에 의하면 터키에서 헥사클로로벤젠에 노출된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역학조사 결과, 정상인에 비해 남아출생률이 15% 이상 낮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여성 유방암의 경우, 2009년 의학가설학회지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발생률이 10만 명 기준으로 비교하면 우루과이는 114.9명, 북미지역은 109.6명 하와이는 101.3명, 아프리카 지역은 7.0명으로 산업화된 사회일수록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환경호르몬이 여성의 경우에도 결코 긍정적일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호르몬은 인체의 생리기능을 관장하는 중요한 물질이기 때문에 분비량과 분비시점이 매우 중요하므로 과다하거나 불필요한 시기에 분비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인간의 경우, 여성화 그리고 출생성비와 관련해 추론할 수 있는 사실은 여아 출생률의 증가 현상이 환경호르몬과 상관관계가 높다는 점과 환경호르몬에 노출된 부모에서 출생한 여아는 성인이 되면 유방암과 같은 호르몬 관련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이상의 다양한 연구사례를 통해 우리는 환경호르몬이 모든 생물에 대해 성불능화 개체수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출생성비의 불균형을 초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생물 멸종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필자는 환경호르몬 문제와 관련해 지구 생태계의 건전성 확보는 물론 인간에 대한 직ㆍ간접노출 안전치를 확보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돼 다음과 같은 미래 과제와 대책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시급한 대책

첫째로, 지구 생태계의 경우, 많은 생물들이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 종말점의 개발과 먹이사슬을 통해서 인간에게 전이되는 핵심 연결과정에 대한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간접 노출의 위험성을 줄여나갈 방안이 필요합니다.

둘째로, 사람의 모유나 지방조직에서 폴리염화비페닐, 다이옥신 그리고 수많은 유기인계 살충제 등이 동시에 검출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여러 종류의 환경호르몬에 동시에 노출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협동작용에 관한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다중 노출에 따른 안전치 설정과 관련법 제정이 필요합니다.

셋째로, DES(diethylstilbestrol : 임산부의 유산방지 목적으로 사용한 합성 에스트로겐)의 사례에서 보듯이 일부 환경호르몬의 경우, 지연된 독성을 보이는 만큼 세대 간 전이현상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전이 메커니즘을 밝힘으로써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 정명규 선문대ㆍ환경독성학 
46억년의 긴 지구 역사에 비추어 인간이라는 생물종(학명: 호모사피엔스)의 출현은 불과 300만 년 전의 일입니다. 이는 지구 탄생에서 지금까지의 역사를 1년으로 압축해 지구가 1월 1일 0시에 탄생했다고 가정하면 인간은 12월 31일 오후 6시 17분 13초에 비로소 출현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호모사피엔스 생물종의 등장 이후, 많은 생물종이 인간에 의한 환경오염으로 인해 멸종의 위기를 맞아 지구 생물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90년대 들어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매년 4만여 종의 생물이 사라져 가는 현실에서, 향후 지구 생태계와 인류 생존의 필수 키워드가 될 환경호르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하면 호모사피엔스 생물종 역시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릴지도 모릅니다.

현 시점에서 우리는 인간 탄생 훨씬 이전에 출현해 무려 1억 6천만년 동안 지구를 지배해 왔으나 지금은 화석으로만 만날 수 있는 공룡의 멸종을 통해 지구 생태계 보전에 필요한 반면교사의 지혜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필자는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환경공학개론』등의 저서와 「Sodium molybdate의 납중독성 말초 신경계독성 예방기전」등의 논문이 있다.

정명규 선문대ㆍ환경독성학

저작권자 2009.05.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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