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52) 폰 노이만(1) 2007년 02월 28일(수)

▲ 폰 노이만. 
"The sciences do not try to explain, they hardly even try to interpret, they mainly make models. By a model is meant a mathematical construct which, with the addition of certain verbal interpretations, describes observed phenomena."

"과학은 설명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과학은 해석하려고 들지도 않는다. 과학은 주로 모델을 만든다. 그 모델이란 언어적 해석이 가미된 것으로 관찰된 현상을 묘사하는(보여주는) 수학적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폰 노이만(1903~1957): 헝가리 출신의 미국 수학자, 물리학자, 컴퓨터 발명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너무나 유명한 과학자입니다. 명언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시겠지요? 수학이라는 언어를 통해 전달되는 과학은 아주 생생한 사실과 현상을 보여주는 학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필요도, 설득시킬 필요도 없습니다. 과학은 그 자체가 사실이고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모 영자신문에서 기자로 근무하던 1980년대 초의 일입니다. 당시 유명한 미국 시사만화가인 루리(Rurie)가 한국을 방문해 며칠 동안 안내를 맡았던 적이 있습니다. 러시아를 무식하고 언제 도발할지 모를 위험한 북극곰으로 묘사하기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지금은 시사만화가가 많지만 그 때는 별로 없었을 때죠. 당시 ‘Rurie’s Opinion’이라는 이름으로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뉴스위크, 타임즈 등 신문과 잡지에 그의 만화가 많이 실려 꽤 유명한 사람이었습니다. 유태인인 그와 판문점과 민속촌 등을 방문했고, 유명 언론인과 방송인들도 같이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이야기가 왜 갑자기 등장하냐고요?

이 말을 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Editorial tries to explain. But cartoon tells.” “기사(논설, 또는 글)는 설명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만화는 말할 뿐이다.” 그렇습니다. 그림과 영상은 더 이상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의 명언도 그렇습니다. 과학은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더구나 수학으로 도출된 과학은 더욱 그렇습니다.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수학은 모든 과학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폰 노이만 하면 역시 인터넷 혁명을 가능케 한 컴퓨터 발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당시 일종의 계산기 역할을 하는 컴퓨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디지털 컴퓨터의 모체가 된 고속 컴퓨터는 폰 노이만이 개발한 컴퓨터였습니다. 노이만이 처음으로 이 컴퓨터를 보여 준 사람은 딸 마리나의 약혼자였습니다.

"In early 1956, Marina von Neumann, daughter of world-renowned mathematician John von Neumann, brought her fiancé, Robert Whitman, home to Princeton to meet her famous father.” “1956년 초 세계적인 수학자 폰 노이만의 딸 마리나는 아버지에게 소개하기 위해 약혼자인 로버트 휘트만을 프린스턴 집으로 데리고 갔다."

이어서 "The eminent computer pioneer decided to show his future son-in-law the MANIAC(mathematical analyzer, numeral integrator, and computer)—the legendary machine von Neumann built in the six years after World War II."

▲ 폰 노이만이 개발한 초창기 컴퓨터의 모습. 
"그 유명한 컴퓨터 개척자는 그의 사위가 될 사람에게 이차대전 후 6년 만에 만든 ‘매니악’ 컴퓨터를 보여주기로 결정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폰 노이만이 자신이 만든 컴퓨터를 처음 공개한 1956년은 그가 죽기 바로 1년 전의 일입니다.

"The most powerful and accurate computer ever designed to that point, MANIAC helped the United States beat Soviet Union in the race for the hydrogen bomb in 1952 and was a forerunner of the modern computer age."

이제까지 고안된 것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정확한 컴퓨터 ‘매니악’은 미국이 수소폭탄개발 경쟁에서 소련을 이기도록 도왔고, 현대 컴퓨터 시대를 여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폰 노이만은 사위가 될 로버트 휘트만에게 자신의 목숨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매니악’ 컴퓨터 열쇠뿐 아니라 프린스턴 고등연구소(IAS) 바로 옆에 있는 자신의 연구소의 모든 열쇠를 건네줍니다. 엄청난 자산가치의 재산을 ‘미래의 사위’에게 넘겨준 겁니다.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병, 골수암을 의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휘트만은 현재 미시건대에서 경영학과 공공정책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입니다.

"The most vitally characteristic fact about mathematics is, in my opinion, its quite peculiar relationship to the natural sciences, or more generally, to any science which interprets experience on a higher than purely descriptive level."

"내 견해로 볼 때, 수학에 대해 가장 생생하고도 특징적인 사실은 수학은 자연과학, 좀더 넓은 면으로 순수한 묘사적인 수준을 넘어 높은 차원에서 경험을 풀어나가는 어떠한 과학과도 독특한 관계를 맺고 있다." 무슨 의미인지 아시죠? 수학은 모든 과학과 관계를 맺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과학이라는 겁니다.

또 이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If people do not believe that mathematics is simple, it is only because they do not realize how complicated life is.” “만약 사람들이 수학이 단순하다고 믿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인생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학에 천재적인 소질을 갖고 있던 그는 28세의 나이에 헝가리를 떠나 프린스턴대의 객원 교수에 취임합니다. 기초과학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의 설립 멤버가 됐고, 원자폭탄 개발계획인 맨해튼프로젝트와 이후의 수소폭탄 개발계획에 참여하게 되는 악연을 맺게 되는 거죠.

1945년 8월, 이론적인 핵폭탄 위력이 현실적으로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 핵폭탄이라는 걸 직접 목격한 맨해튼프로젝트의 과학자들은 상당수가 충격을 받습니다. 죄의식을 느끼고 괴로워합니다. 이론 속에서의 핵폭탄이 실질적으로 엄청난 사람들을 죽이는 무기로 되는 것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 폰 노이만은 수소폭탄 개발계획에 적극 찬성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맨해튼프로젝트를 지휘한 오펜하이머입니다. “손에 묻은 피가 지워지지 않는다”며 트루만 대통령을 찾아가 핵무기 폐기를 주장하고 수소폭탄 개발을 반대한 과학자입니다. 핵폭탄 개발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던 질라드는 핵폭탄의 참상을 접해 듣고는 아예 전공을 물리학에서 생물학으로 바꿔버립니다.

그러나 노이만은 핵폭탄 개발의 정당성을 변호하는 데 앞장섭니다. 그리고 수소폭탄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과학자입니다. 그는 미국의 강력한 무장을 지지하면서, 심지어 소련에 수소폭탄을 투하해 소련의 수소폭탄 개발을 사전에 봉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학자이기도 합니다.

소련을 증오한 그는 이런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With the Russians it is not a question of whether but of when. If you say why not bomb them tomorrow, I say why not today? If you say today 5 o’clock, I say why not one o’clock."

"러시아에 관련해서 말하자면, 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인가 하는 문제다. 만약 내일 당장 폭격을 가하자면 나는 왜 오늘 하지 않는가? 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 5시에 하자고 한다면 나는 왜 1시에 하지 않는가? 라고 말할 것이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노이만이 얼마나 소련을 싫어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노이만이 소련을 싫어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의 조국인 헝가리는 15세기에는 중부 유럽에서 가장 풍요로운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영토가 갈갈이 찢기고 분쟁 속에 휘말리게 된 데에는 항상 러시아가 있었으며, 소련으로부터 엄청난 시달림을 받아 왔습니다. 1,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편을 든 헝가리는 대전이 끝나고 나자 소련의 위성국가로 지배를 받습니다.

그는 세계가 각기 다르게 나라별로 분리돼 있기 때문에 갖가지 분쟁이 발생하는 거고, 해결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사전에 예방하기도 힘이 든다며 세계 모든 나라를 통치하고 다스리는 세계정부(world government)가 설립돼야 한다는 주장도 폅니다. 물론 이러한 주장 속에는 미국을 의식하고 있는 거죠.

▲ 로스 알라모스 연구실에서 동료와 함께 있는 폰 노이만(왼쪽에서 3번째) 
"You don’t have to be responsible for the world that you’re in.” “당신이 살고 있는 세상을 책임질 필요는 없는 거야." 핵폭탄 개발연구소인 로스 알라모스(Los Alamos)에서 같이 일했던 파인만(Richard Feynman)에게 한 이야기입니다. 일본에 투하된 핵폭의 참상을 전해 듣고 괴로워하던 파인만에게 던진 충고입니다. "여보, 당신 혼자서 세상을 책임지는 건 아니야, 혼자서 괴로워하지 마, 알겠어?" 대충 이런 뜻이겠죠?

그의 천재적인 머리는 컴퓨터라는 기계를 통해 나타납니다. "You insist that there is something that a machine can’t do. If you will tell me precisely what it is that a machine can not do, then I can always make a machine which will do just that."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를 나에게 정확하게 일러준다면 그걸(기계가 할 수 없는 것) 할 수 있는 기계를 언제든지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대단한 이야기죠? 천재 과학자 노이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노이만이 조금 더 오래 살았다면 인간의 뇌와 같은 기계를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다시 말해서 신체를 명령하고 희로애락을 느끼는 복잡한 인간의 뇌와 같은 컴퓨터를 만들었을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그는 인간의 뇌를 분석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으나 얼마 안돼 죽음을 맞이합니다. (2편에 계속됨)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hanmail.net

저작권자 2007.02.28 ⓒ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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