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53)
폰 노이만(2)
▲ 프린스턴 고등연구원에서 강의하는 폰 노이만.  ⓒ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일본이 항복하자 미국은 승전의 기쁨에 들떠 있었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샴페인을 터트리는 소리가 쉴 새 없이 이어집니다. 더구나 수소폭탄 개발 성공으로 소련과의 냉전에서도 이긴 미국의 기쁨은 더 했죠.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발돋움하면서 그야말로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 제국’의 시대가 열립니다. 핵폭탄 개발의 맨해튼프로젝트와 수소폭탄 개발에도 앞장섰던 폰 노이만 또한 그야말로 최고의 애국자, 세계 최고의 수학자로 인정받습니다.

폰 노이만이 한 파티에 참석했을 때의 일입니다. 까만 드레스와 모자의 정장차림의 한 여인이 파티장의 시선을 끌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이 여인이 폰 노이만에게 당당하게 다가왔습니다. “John von Neumann was at a party one night and a woman approached him and said. ‘Mr. Von Neumann, I heard you’re quite the mathematician. I have a problem for you.’"

“노이만이 어느 날 저녁 한 파티에 참석했다. 그리고 한 여인이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노이만 선생님, 당신이 대단한 수학자라는 걸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어요. 그래서 당신에게 문제를 하나 낼 테니 한 번 맞춰 보실래요?’”

이어서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Mr. Von Neuman, suppose two trains 200 miles apart are moving toward each other; each one is going at a speed of 50 miles per hour. A fly starting on the front of one of them flies back and forth between them at a rate of 75 miles per hour.”

“선생님,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200마일 떨어진 두 기차가 (같은 철로 위에서) 서로를 향해 시속 50마일로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파리 한 마리가 시속 75마일로 한 기차에서 출발해 두 기차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날고 있었거든요.”

이 매력적인 여성은 천재 수학자 폰 노이만에게 다가와 포도주를 권합니다. 머리가 컴퓨터로 알려진 폰 노이만의 얼굴 표정을 열심히 읽고 있는 이 여인의 질문은 이어집니다. “It does this until the trains collide and crush the fly to death. Mr. Von Neuman, what is the total distance the fly has flown?”

“파리는 기차가 충돌해서 죽을 때까지 이런 행동을 계속합니다. 노이만 선생님, 그러면 파리가 날아간 총 거리는 얼마나 되는 건가요?”라고 묻습니다. ‘폰 노이만 당신, 천재 수학자라고 그러는데, 그래 얼마나 대단한지 건방진 콧대 한번 꺾어 놓아야지!’ 뭐 이런 의도였겠지요?

6살 때 8자리 수, 그러니까 천만 단위 수의 나눗셈을 머리 속에서 자유자재로 풀었다는 폰 노이만의 머리는 컴퓨터보다 빨랐습니다. 그래서 폰 노이만은 기다릴 것도 없이 즉석에서 당장 해답을 건네줍니다. “When this problem was posed to John von Neumann, he immediately replied, ‘150 miles.’” “이 문제가 폰 노이만에게 전달되자 그는 당장 대답했다. ‘150마일’”

이 여인은 즉석에서 대답한 폰 노이만을 별로 신통치 않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시 “어째서 150마일인가요?”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폰 노이만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Since the trains are 200 miles apart and each train is going 50 miles an hour, it takes 2 hours for the trains to collide. Therefore the fly was flying for two hours.”

▲ 컴퓨터에 대한 폰 노이만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탄생한 '폰 노이만 상'의 메달.  ⓒ
기차는 200마일 떨어져 있고 50마일로 달리기 때문에 충돌하기까지는 2시간이 걸립니다. 따라서 이 파리는 두 시간 동안 날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리=속도x시간’이라는 공식을 아는 사람이라면 아주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해답입니다.

이 매혹적인 여인은 폰 노이만을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봅니다.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요. 나를 우습게 보는 모양인데 나도 꽤 공부한 수학자라고요.’ 이런 생각이겠죠? 그래서 폰 노이만을 빤히 쳐다보면서 다시 묻습니다.

“It is very strange, but nearly everyone tries to sum the infinite series.” “아주 이상하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한급수를 더해서 그 문제를 풀려고 하지 않나요?” 다시 말해서 기차는 달리고 있어서 파리가 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그 와중에 파리는 왔다 갔다 하니까 왜 무한급수 개념으로 풀지 않고 단순히 산술적으로 푸느냐라는 지적입니다.

그러자 폰 노이만의 대답이 걸작입니다. “What do you mean, strange? That's how I did it!” “이상하다고요? 아니 그게 무슨 뜻인가요? 그게 바로 내가 한 방법인데요.”(내가 당신이 말하는 바로 그 무한급수를 이용해 문제를 풀었다는 뜻).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그렇다면 폰 노이만이 머리가 정말 컴퓨터라서 무한급수를 사용해서 당장 그 문제를 해결한 건가요? 아닙니다. 잘 났다고 뽐내는 겁니다. 파티에서 만난 매력적인 여인의 질문에 대한 폰 노이만의 대답에는 수학적 접근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독특한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폰 노이만은 이런 야기를 해 줍니다. “The problem can be solved either the easy way or the hard way. The fly actually hits each train a infinite number of times before it gets crushed, and one could solve the problem the hard way with pencil and paper by summing an infinite series of distances.”

“이 문제는 쉬운 방법으로도 풀 수 있고 어려운 방법으로도 풀 수 있습니다. 파리는 사실 기차 충돌 이전까지 무한히 기차에 부딪힐 겁니다(충돌 이전에 죽고 맙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종이와 연필을 갖고 거리에 대한 무한급수를 더하면서 어려운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고 할 겁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은 어려운 방법으로 푼 게 아니라 쉬운 방법을 선택했고, 쉬운 방법을 택했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죠.

그러면 파리가 날아간 거리를 계산하는 데 두 가지 방법이 있고, 서로 다른 수치가 나온다면 과연 무엇이 맞는 방법이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수학이라는 정확한 학문에 두 가지 다른 해답이 나올 수 있느냐라는 의심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학자들은 이 문제가 무한급수 개념이 아닌 또 다른 식으로 풀어야 할 복잡한 문제라고도 주장합니다.

▲ 폰 노이만은 '게임이론'을 창시하기도 했다.  ⓒ
폰 노이만은 이에 대해 더 이상의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수학은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됩니다. 단순히 생각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파리와 기차’ 퍼즐은 거창하게 수학자만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일반 사람도 충분히 풀 수 있다는 뜻도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대상을 관찰하고 접근하는 연구자가 판단할 문제라는 것이 아닐까요?

사실 복잡한 현상을 하나의 이론으로 만들어 내는 과학자는 단순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복잡한 접근에서는 이론이 만들어질 수 없죠. 그래서 아인슈타인도 이런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Make everything as simple as possible, but not simpler.” “가능한 한 모든 것을 단순하게 만들어라. 그렇지만 단순한 사람이 되지는 말라.”

그러면 폰 노이만에게 ‘파리와 기차’ 질문을 던진 파티장의 매력적인 여성은 누구냐고요? 그리고 둘이서 나중에 어떻게 됐느냐고요? 아마 이 여성은 가공의 인물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파리와 기차’는 사실입니다. 누군가 재미있게 이야길 꾸미려고 까만 드레스와 모자의 여인을 등장시킨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 강의 중 한 학생이 폰 노이만에게 질문한 내용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폰 노이만이 학생들에게 낸 숙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불과 50년 남짓한 짧은 시기에 이야기는 이렇게 많이 변합니다.

천재 수학자답게 폰 노이만은 괴팍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일화를 많이 남겼습니다. 그는 운전을 잘 하지 못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프린스턴 고등연구원에서 집으로 올 때 꼭 모퉁이를 돌아야 하는데, 이 곳에서 자주 다른 차와 부딪혀 교통사고를 많이 냈습니다. 교통사고를 낸 뒤 경찰에 불려간 그는 진술서에 이렇게 썼다고 합니다. “오른쪽의 가로수들이 시속 6마일로 일정하게 나를 스쳐가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갑자기 내 길을 막았다.”

폰 노이만은 현대 경제학의 중요한 이론인 ‘게임이론’(theory of game)의 창시자입니다. 게임이론은 두 명의 경제 주체가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경쟁할 때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행동을 찾는 방법에 관한 이론으로 제로섬 게임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습니다.

게임이론은 군사전략에도 이론적으로 응용돼 선제공격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는 이론이 됩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고 북한, 이란에 대해 선제공격을 운운하는 데는 게임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는 전략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자신의 관심을 끄는 분야라면 어느 곳이든 가리지 않고 뛰어 들어 순수수학과 응용수학에 분야에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폰 노이만은 이미 컴퓨터 바이러스의 출현을 예고했습니다. 그는 1949년 한 논문을 통해 컴퓨터나 로봇과 같은 ‘첨단 자동장치’(complicated automata)는 스스로 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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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연구를 통해 인공생명체의 등장을 예고했고, 사실 인공생명체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왓슨과 크릭이 생명체의 기본 요소인 DNA 구조를 해석하기에 앞서 이미 DNA를 수학적인 시스템으로 풀고자 노력한 학자이기도 합니다. 생명체를 자기복제 능력이 있는 ‘물체’로 규정한 그는 분자생물학과 컴퓨터 공학에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그의 컴퓨터 연구가 IBM에 채택돼 돈을 벌기 시작하고 인간의 두뇌와 같은 인공지능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한 1957년 골수암으로 세상을 하직합니다. 수소폭탄 개발에 몰두한 나머지 방사능 오염에 노출됐기 때문이죠.

그의 사랑하는 딸 마리나는 그 후 한 신문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하면서 결정한 합의는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고 술회한 바가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폰 노이만은 아내와 이혼하면서 마리나를 아내가 데려가되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는 법적으로 자기와 함께 살게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로 인해 마리나는 아버지가 이룩한 지적재산권을 이어 받아 돈을 벌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 ‘파리와 기차’ 이야기는 고등과학원 수학부 윤강준 박사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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