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62)
리처드 파인만(1)
▲ 리차드 파인만. 코믹한 과학자로 웃음을 잃은 적이 없다.  ⓒ
“Poets say science takes away from the beauty of the stars-mere globs of gas atoms. I, too, can see the stars on a desert night, and feel them. But do I see less or more?”

시인들은 과학이 별들의 아름다움을 뺏어갔다고 이야기합니다. 단순한 가스 원자들의 덩어리를 말입니다. 저 역시(시인들과 마찬가지로) 황량한 밤의 별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그런데 내가 보는 것은 더 적은 건가요, 아니면 더 많은 건가요? (과학자들이 별들을 뺏어갔다고 하는데…)”
-파인만(1918~1988): 미국의 양자물리학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과학자에 대한 편견을 깨우치다

무슨 이야기인지 아시죠? 할 이야기가 무지하게 많은 과학자입니다. 그리고 인기가 그야말로 ‘짱’인 과학자입니다. 여러 대학에 이 분을 연구하는 동아리가 있을 정도니깐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냉철한 머리를 필요로 하는 물리학이라는 어려운 과학을 해학과 풍자로 설명한 파인만(Richard P. Feynman). 그는 자신이 살아온 괴이한(eccentric) 삶을 통해 후배들에게 “과학이 곧 인생이며, 인생 역시 과학”이라는 걸 일깨워 준 위대한 선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과학은 저 멀리 있는 것도 아니며, 과학자나 이공계 전공자들만의 소유가 아니라 희로애락을 같이 하는 일반 대중들도 접근할 수 있는 학문이라는 걸 강조한 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족을 달자면 파인만은 그가 달성한 과학자로서의 업적보다 교육자로서의 업적이 더 위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의 파인만은 과학 대중화(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and technology)에 이바지한 공로에 대해 노벨 물리학상보다 더한 상으로 그를 치하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의 해학적인 삶의 모습과 달리 과학에 대한 철학은 철저합니다. “It doesn’t matter how beautiful your theory is, it doesn’t matter how smart you are. If it doesn’t agree with experiment, it’s wrong.”

“이론이 얼마나 거창한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얼마나 똑똑한지도 중요한 게 아니다. 만약 실험결과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틀린 것이다.” 과학에서 가설(가정)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게 현실적인 실험을 통해 오류로 나타난다면 모든 게 필요 없다라는 이야기죠.

챌린저 참사 진상조사위원으로

▲ 추락하는 챌린저호. 파인만은 사고진상위원회에 참가해 NASA를 맹렬히 비난했다.  ⓒ
1986년 7월 ‘챌린저 참사(Challenger disaster)’가 일어납니다. 다 아시죠? 미국 과학기술의 위용을 자랑하며 발사대를 떠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된 지 73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하고 마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7명의 우주인 전부가 사망하고 불이 붙은 기체는 대서양으로 추락하고 맙니다.

지구촌 65억 인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발사대를 떠난 챌린저호가 추락하자 사람들은 눈을 의심했습니다. 과학기술 최대 강국 미국의 자존심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과학기술로 똘똘 뭉친 NASA의 권위 또한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죠.

갑자기 왜 챌린저 참사 이야기가 등장하느냐고요? 기인(奇人) 과학자 파인만이 진상조사위원회의 중요한 멤버로 참가합니다. 그리고는 미국 과학기술의 자존심 NASA의 문제점을 꼬치꼬치 지적합니다. 그리고 NASA는 자만심에 빠져 실수를 했다는 보고서까지 올리며 NASA에 대해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아마 역대 미국의 과학자 가운데 NASA의 권위에 도전한 학자는 파인만이라고 할 수 잇습니다. NASA를 공격하는 일은 미국의 과학기술 자체에 도전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파인만이 바로 그러한 일을 수행합니다.

“I was born not knowing and have had only a little time to change that here and there. 난 알고(지식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 저것 다양하게 체험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인생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이것 저것 할 틈이 없으니깐 한 곳(과학)에 매달렸다는 이야기 같네요. 또 이 이야기는 자신에게 긴 시간만 주어진다면 대단한 시인도, 음악가도, 문학가도 될 수 있다는 의미도 됩니다. 잘났다고 폼 재는 이야기죠.

NASA를 거칠게 몰아 부쳐 비난

챌린저호 추락사건이 일어나자 미국 행정부는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로저스 위원회(Presidential Rogers Commission)를 설치합니다. 로저스는 윌리엄 로저스(William Rogers)로 대통령 특별안보담당보좌관입니다. 나중에 외무부장관 격인 국무장관(The Secretary of State)이 돼 많은 활약을 한 사람입니다.

로저스를 단장으로 하는 대통령 직속기관을 만든 거죠. 정확하게는 Presidential Commission on the Space Shuttle Challenger Accident입니다. 그리고는 파인만을 불러 무엇이 문제점인지를 소상히 지적하라고 지시합니다.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된 겁니다.

이 때 파인만은 NASA의 수많은 직원들과 인터뷰를 합니다. 그리고는 그들이 과학에 대해 ‘초보적인(elementary)’ 지식조차 없다는 걸 느낍니다. 이야기하자면 “비록 그들이 유명한 공과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라고 해도 과학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중요한 지적입니다. 과학에 대한 지식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그 과학이 이론이나 현실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고, 적용되고 있는지를 모른다면 그것 또한 대단한 문제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파인만은 이러한 사실을 보고서(Rogers Commission Report)를 통해 낱낱이 지적합니다. 영어 단어 수만 개를 알고 있다고 아무리 자랑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그러한 실력이 있는데도 영어신문을 읽을 수 없다면 그 또한 문제가 아닌가요? 적절한 비유가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 드럼을 치고 있는 파인만.  ⓒ
파인만은 그의 특유한 해학과 풍자로 우유자적한 과학자로 보입니다. 또 그의 철학 역시 여유만만하게 보입니다. 그러나 그는 과학이라는 학문에 관한 한 인색할 정도로 철저한 학자입니다. 로저스위원회가 그를 불러 중책을 맡긴 것도 그러한 이유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러나 세상, 그리고 과학을 바라보는 그의 철학에는 역시 여유가 있습니다. “We are at the very beginning of time for the human race. It is not unreasonable that we grapple with problems. But there are tens of thousands of year in the future. Our responsibility is to do what we can, learn what we can, improve the solutions, and pass them on.”

“우리는 인간경쟁 시대의 출발점에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문제들과 씨름을 한다는 게 이상할 것 하나도 없습니다. 앞으로 수만 년의 세월이 있습니다. 우리의 책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고, 배울 수 있는 걸 배우는 겁니다. 해결책을 발전시키고, 그리고는 다시 (후배에게) 넘겨주는 겁니다.” 가슴이 뭉클한 이야기입니다.

“과학은 사랑하는 여인, 그래서 사랑에 빠져”

그는 괴팍하면서도 인간적인 애정이 넘쳐 흐르는 과학자입니다. 그리고 과학의 끝이 자연과 인간이라는 걸 주장한 학자입니다. “For a successful technology, reality must take precedence over public relations, for Nature cannot be fooled.”

“성공적인 기술이 탄생하려면, 현실(그 기술)은 홍보(대중적인 관계)보다 앞서야 한다. 자연(과학기술)은 결코 조롱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20세기 과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양자역학을 재정립한 파인만. 그는 우리가 과학자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편견을 깨우쳐 주고 있습니다. 유머 넘치는 이야기꾼으로, 타고난 익살꾼으로 과학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위대한 과학교육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65년 12월 노벨상 수상대에 오른 파인만은 양자역학에 집착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the idea seemed so obvious to me and so elegant that I fell deeply in love with it. And, like falling in love with a woman, it is only possible if you do not know much about her, so you cannot see her faults. The faults become apparent later, but after the love is strong enough to hold you to her.”

“그러한 생각(양자역학에 매달리게 된 생각)은 분명하고도 아름답기 때문에 곧 사랑에 빠질 수가 있었죠. 여성과의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그것은 그녀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래서 그녀의 흠(단점)이 무엇인지를 모를 때만 가능합니다. 그 흠은 나중에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 때는 사랑이 너무나 강해 이미 그녀에게 완전히 넘어가 포로가 됐을 때죠.” 재미있는 이야기인 것 같네요. (계속)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2007.05.10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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