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63) | ||||||||||
리처드 파인만(2) | ||||||||||
“The first principle is that you must not fool yourself and you are the easiest person to fool.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을 (비하해서) 조롱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신은 가장 쉽게 남을 놀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은 누구보다 능력 있는 똑똑한 사람이니까)”-1974년 칼텍(Caltech, 캘리포니아 공대) 졸업식 강연에서- 아인슈타인에 이어 현대 최고의 물리학자 파인만이 보인 넘치는 해학, 풍부한 유머, 그리고 괴팍한 행동도 사실 따져보면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겁니다. 자신이 없으면, 여유가 없다면, 그와 같은 기발한 재치와 시니컬(cynical)한 냉소주의, 기이한 행동 등은 나올 수가 없었을 겁니다. 우리가 20세기의 위대한 물리학자로 양자물리학의 최고봉에 서 있는 파인만을 통해 얻어야 할 것은 물론 시대를 넘어선 그의 과학적 업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의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삶을 통해 인생에 대한 지혜를 배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자신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하고, 자신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자신 있고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시험 한 번 좀 못 봤다고 숨 넘어가는 소리하지 말고 다시 잘 보면 된다는 여유를 가질 줄 알아야 합니다. 쫄지 말고 대범하게 인생을 살아갈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파인만이 이런 명언을 남긴 겁니다. “I believe that a scientist looking at nonscientific problems is just as dumb as the next guy. 비과학적인 문제에 빠진 과학자는 어떤 누구보다도 멍청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다.” 재미있는 지적입니다. 파인만이 이야기하는 비과학적이란 게 뭔지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자신의 도그마, 이데올로기, 종교… 그런 걸 이야기하는 건가요? 파인만의 과학철학은 자연, 그리고 인간
“Nature uses only the longest threads to weave her patterns, so that each small piece of her fabric reveals the organization of the entire tapestry.” “자연은 자신의 모습(자연의 법칙)을 짜기 위해서 가장 긴 실을 사용한다. 그래서 자연이 짠 옷감의 작은 부분들은 전체 주단(옷감)의 조직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준다” 즉 옷감의 작은 부분을 통해 자연이 무엇인지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그러한 거대한 자연의 비밀 가운데 실오라기 같은 작은 단편을 찾아내는 것이 과학의 길이라고 주장한 거죠. 자신만만한 파인만의 자연에 대한 경외심으로, 자연에 대한 그의 겸손한 마음을 엿볼 수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유한(有限)하며 아무리 똑똑한 천재라고 해도 일생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거대한 자연에 비하면 미세한 먼지에 불과합니다. 또 밤하늘에 보이는 은하(우리 은하)를 넘어 다시 외부 은하라고 하는 광활한 우주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그 광대무변한 자연을 아는 노력이 과학입니다. 과학자는 파인만의 지적처럼 아주 미세한 자연의 단면을 통해, 그 거대한 자연의 이치와 법칙을 알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그래서 진정한 과학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환경오염, 대기오염 등 자연을 훼손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아인슈타인, 플랑크도 자연에 대해 경외심을 가져 아인슈타인은 인간적인 학자로 신에 대해 (적어도 존재한다면) 도전장을 낸 학자로도 유명합니다. 그러나 자연 앞에서는 항상 겸손하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자연의 신비에 항상 감탄하곤 했습니다. 왜냐하면 자연은 너무 오묘하기 때문이며, 또 오묘하면서도 하나의 법칙에 의해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파인만과 같은 양자물리학자로 독일의 과학 자존심을 끝까지 지킨 막스 플랑크도 이런 이야기를 남긴 겁니다.“We ourselves are a part of the mystery. 우리는 (자연의) 신비의 한 부분일 뿐이다.” 아니, 자연이 아무리 심오하고 우주가 광대무변하다 해도 그건 조물주가 만든 건데?… 등산을 처음 하는 사람을 보면 거만합니다. 그리고 정상에 오르면 산을 정복한 것처럼 떠들어대며 '야호' 소리를 연방 질러댑니다. 그러나 산을 자주 오르는 사람은 겸손합니다. 그리고 재잘재잘대면서 등산하지도 않습니다. 산에 어떤 족적을 남기지도 않고, 하산할 때는 남이 버린 쓰레기도 수거해서 내려옵니다.
크고 위험한 산을 오르는 등반가들은 항상 기도하는 엄숙한 마음으로 임합니다. 물론 태극기는 꼽지만 “이제 내가 꼭대기에 올랐으니 내가 정복한 거야!”라며 야호 소리를 지르지 않습니다. 그러면 성난 자연은 갑자기 폭풍을 동반한 산사태를 선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과학은 거대한 자연의 비밀의 한 실오라기에 불과” 컴퓨터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물건입니다. 이제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말은 이상하거나 신기한 말도 아닙니다. 소중한 물건이며 소중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아무렇게나 다루다가 컴퓨터가 병에도 걸리고 바이러스에 감염도 되는 게 아니겠어요. 이러한 물건을 아무렇게나 다루는 학생을 보고 일갈로 나무란 적이 있습니다. “There is computer disease that anybody who works with computers knows about. It’s a very serious disease and it interferes completely with work. The trouble with computers is that you ‘play’ with them!” “컴퓨터로 일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나 알 수 있는 컴퓨터 병이라는 게 있다. 아주 심각한 질병으로 그 일을 완전히 망가뜨리기도 한다. 컴퓨터에 문제가 생긴 것은 자네가 컴퓨터를 갖고 ‘놀았기’ 때문이지!” 컴퓨터로 온갖 게임이나 장난질 하다 보니 컴퓨터 바이러스나 악성코드에 감염됐다는 이야기 아닌가요? 특별히 다른 뜻은 없겠지요? 그는 강의 도중에도 섹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주저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할 정도로, 어떻게 보면 대단한 자유인으로 살아간 인간입니다. “Physics is to math what sex is to masturbation. 물리학이 수학에 대한 관계는 섹스와 자위행위와의 관계와 같다.” “Physics is like sex; sure, it may give some practical results, but that’s not why we do it. 물리학은 섹스와 같다. 정말 그렇다. 그것은 (물리학이든 섹스든) 실질적인 결과를 제공한다. 그러나 왜 하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둘 다) 답이 없다.”의미심장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고 대충 재미있는 것 같으면 넘어가죠. "물리학과 섹스는 같다.”
찰리 채플린. 눈물과 웃음, 그리고 유머와 풍자를 통해 우리에게 기쁨을 선사한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리고 미국 정부가 행동을 취하기 앞서 나치와 파시즘에 항거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이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미국의 극우 보수주의의 표적이 돼 공산주의로 누명을 써 박해를 받기도 합니다. 그가 쉴 피난처는 이데올로기가 없는 곳입니다. 결국 스위스에 정착해 여생을 보냅니다. 아마 최인훈의 소설 광장(廣場)의 주인공 이명준이 탄 중립국으로 가는 배도 스위스를 향해 가던 배였겠죠? 경계와 벽이 없이 위대한 과학자로, 그리고 자유인으로 살았지만 그러나 그의 인생이 순탄대로였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유머감각을 배웠고, 그리고 독특하면서도 여유롭게 사는 방법을 배웠지만 그를 둘러싼 환경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파인만은 1941년, 그가 한창 젊고 낭만을 쫓아 다니던 프린스턴 대학 대학원 시절 사랑하는 아를린과 결혼해 행복한 삶을 보냅니다. 그러나 그러한 행복은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1945년 6월 16일 아를린이 결핵으로 죽습니다. 여유만만, 만사튼튼 파인만도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There is no harm in doubt and skepticism, for it is through these that new discoveries are made. 의심과 회의적인 태도가 결코 해로운 게 아닙니다. 왜냐하면 바로 이런 것을 통해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기 때문이죠.”-1985년 12월 아만도(Armando)에게 보낸 편지에서- 슬픔에 빠진 파인만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일은 연구에 몰두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그 연구는 알라모스에서 진행된 맨하탄 프로젝트였지요. 재미있는 것은 당시 알라모스에서는 원자폭탄을 ‘트리니티 폭탄(Trinity bomb)이라고 불렀습니다. Trinity는 알다시피 기독교에서 삼위일체를 주장하는 중요한 이론으로 그 자체가 기독교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히로시마에 떨어뜨릴 대량살상무기 원자폭탄에 ‘삼위일체’ 이름을 붙인 게 재미있기도 하지만 중세 십자군이 자행한 무자비한 살육을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트럭 유리창을 통해 핵폭발을 지켜봐
안전사고 대비에서는 빵점인 것 같지 않나요? 아마도 이런 학생을 현장학습이나 체험교육장에 데리고 간다면 담당 선생님은 그야말로 곤혹스럽겠어요. 그래서 요즘 선생님들이 학생들 데리고 현장으로 가려고 잘 하지 않는답니다. 파인만 같은 학생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러나 당시 파인만은 다 큰 성인이었으니깐 누가 책임질 것도 아니죠. 눈이 멀어도 파인만 자신이 책임입니다. 하긴 대단한 물리학자에다 원폭 제조에 직접 관여했던 그는 믿는 구석이 따로 있었다고 봐야 하겠죠? 적어도 그는 무식하게 유별난 행동을 할 사람은 아니니깐 말입니다. “Feynman claimed to be the only person to see the explosion without the very dark glasses provided, reasoning that it was safe to look through a truck wind shield, as it would screen out the harmful ultraviolet radiation.” “파인만은 (실험장에서) 제공한 짙은 검은색 안경을 쓰지 않고 핵폭발을 보겠다고 주장한 유일한 사람이다. 그는 트럭 바람막이 창이면 유해한 자외선 방사능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달았다. (그래서 그는 트럭 유리창에서 폭발을 지켜봤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네요. 그렇지 않나요? (계속) | ||||||||||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 ||||||||||
2007.05.17 ⓒScience 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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