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67)
리처드 파인만(6)
“자연은 단순해, 그래서 물리학도 단순해야”

▲ 천의 미소를 보여준 파인만.  ⓒ
“Nature has a great simplicity and therefore a great beauty. 자연은 아주 단순하다. 그래서 아주 아름다운 것이다.” 이제 현실에서 벗어나 신화 속의 인물로 자리잡기 시작한 파인만이 남긴 이야기입니다.

파인만은 1965년 양자전기역학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합니다. 그러나 그는 인생살이도 그렇고, 자신이 하는 물리학도 그렇고, 파인만은 복잡한 게 싫었습니다. 그의 체질입니다. 왜 부평초같이 짧은 인생을 살면서 이것저것 복잡하게 피곤하게 사느냐는 말입니다.

하긴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그걸 삶과 더불어 실행에 옮기기가 어려울 따름입니다. 피곤하고 복잡하게 사는 걸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파인만은 어렵다는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서도 그러한 주장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과학이든 뭐든 간에 복잡한 것이라면 질색인 자유자재의 삶을 살아간 파인만. 그래서 그가 점차 신화 속의 인물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요?

“Myth is an attempt to narrate a whole human experience, of which the purpose is too deep, going too deep the blood and soul, for mental explanation or description.”

“신화란 모든 인간의 경험을 하나로 이야기하려는 시도다. 신화가 추구하는 바는 너무 깊고,인간의 피와 영혼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정신적인 설명이나 묘사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신화는 이렇게 중요합니다. 영국의 유명한 소설가 로렌스(D.H. Lawrence)가 지적한 이야기입니다.

‘천의 웃음’의 사나이

어쨌든 단순하고 간단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살자는 게 파인만의 지론입니다. 그러나 여자, 그리고 사랑만은 좀 복잡한 듯합니다. 그리고 특히 그의 웃음은 더 복잡합니다. 파인만은 천의 얼굴이 아니라 천의 웃음이 있는 사람입니다.

어린이같이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때로 상대를 조롱하는 웃음으로, 짓궂은 웃음으로, 때로는 외계인의 웃음 등 오만가지 표정으로 우리를 즐겁게 합니다. 아마 파인만의 웃음만을 골라 사진전시회를 낼 만도 하고 인기도 끌 겁니다.

그의 양자물리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렵다는 현대 물리학의 꽃으로 불리는 양자역학을 알기 쉽고 간단하게 풀이한 게 그의 커다란 업적입니다. “무릇 자연현상과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는 물리학 이론이란 간단해야 한다. 자연은 간단한데 왜 인간은 도대체 어려운가?”라고 반문하고 있는 거죠.

그런 차원에서는 아인슈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기존 물리학을 더 어렵게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 물리학을 통합해 좀 더 간단하게 풀이한 이론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이런 이야길 남깁니다.

“If you can’t explain it simply, you don’t understand it well enough. 만약 그것(이론)을 쉽게 설명할 수 없다면 당신은 그걸 충분히 잘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쉽게 설명할 수 없다면, 그에 대한 지식이 모자라다는 것”

사실 알면서도 설명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지적하는 건 화술이나 교수법이 아닙니다. 적어도 상대방에게 간단하게 이해 시킬 수 없다면 완전히 안다고 말할 수 없으며, 또 그런 이론은 가치가 없다는 주장도 되지 않을까요?

영문을 번역해서 제출한 리포트를 보면 무슨 말인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본인은 “무슨 뜻인지는 충분히 알겠는데 표현하거나 설명하기가 어려워서…”라고 하는 말을 자주 듣곤 합니다.

▲ 양자물리학의 발전으로 우주의 신비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
그럴 수가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완벽하게 알고 있다면 이해 시키는 데 큰 설명과 표현이 문제가 아닐 겁니다. 번역에는 기교가 필요하고, 또 요령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어실력과 그에 따른 다방면에 걸쳐 깊은 지식이 요구됩니다.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국어를 잘 해야 합니다. 영어는 잘하면서 국어에 빈약한 사람들을 요즘 많이 봅니다. 그러나 그들이 영어를 잘 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해외 교포나 외국에 더 오래 거주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게 아닙니다.

진짜 훌륭한 영어는 국어실력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을 겁니다. 외국인과 정치를 이야기하고, 사상을 이야기하고, 철학과 종교를 논하고 토론하기 위해서는 국어실력이 뒷받침이 돼야 합니다.

“수학은 모든 과학의 언어”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은 우수합니다. 연구실적도 우수합니다. 그러나 논문이 중요한 외국 학술지에 실리는 경우를 좀처럼 보기 힘듭니다. 그것은 영어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표현력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영어논문을 잘 쓰기 위해서는 단어를 많이 알고 영어회화도 잘 하면 좋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국어실력으로 일단 무장이 돼야 합니다. 언어, 그리고 그 언어를 통해 이루어지는 글의 구성이란 다 공통점이 있습니다. 글을 풀어 나가는 데는 비슷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파인만으로 돌아가죠. 자신이 세운 이론이든, 다른 과학자가 세운 이론이든 간에, 그 어려운 이론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이론을 꿰뚫고 볼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합니다. 일단 완벽한 이해를 하고 나서는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가 문제가 될 겁니다.

그것을 전달하고 설명하는 데는 교수능력도 하고 말 재주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수학입니다. 물리학은 말이 아니라 수학에서 시작해서 수학으로 끝납니다. 그게 숫자든 공식이든 간에 말입니다.

“물리학은 자연의 언어”

그래서 “수학은 모든 과학의 언어. Mathematics is the very language of all sciences.”라고 하는 거죠. 모든 과학의 기초는 수학입니다. 그래서 ‘수학, 수학’ 하면서 외치는 거죠.

그래서 수학이 가장 기본적인 기초과학(basic science, fundamental science)이라고도 하고 순수과학(pure science), 자연과학(natural science)이라고도 합니다. 물리학은 또 자연이 말하는 언어라고도 합니다. “Physics is the language of nature”.

그래서 어려운 과학이론을 쉽게 전달하고 설명하기 위해서는 기사를 쉽게 써야 독자들이 잘 알 수 있듯이 쉬운 수학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학적 소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거죠. 아마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 국어를 잘해야 한다는 주장과도 비슷하지 않나요? 비유가 이상한가요?

아인슈타인이든 파인만이든 간에 물리학 이론을 간단하게 처리하고 쉽게 설명하는 데에는 납득할 만한 수학이 전제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파인만이 이런 이야길 남깁니다.

“To those who do not know mathematics, it is difficult to get across a real feeling as to the beauty, the deepest beauty, of nature. It is necessary to understand language that she speaks in.”

“수학을 모르는 이들은 자연의 아름다움, 그것도 최고의 아름다움을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얻기가 어려울 것이다. 자연이 말하는 언어(수학)를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

▲ 파인만은 웃음믈 잃을 때가 없다.  ⓒ
파인만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자연이라는 여성은 대단한 미인이야.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인일세. 그녀와 데이트하고 그녀에게 빠져 깊은 사랑의 감정을 나누고 싶으면 그녀가 쓰는 외국어를 할 줄 알아야 해. 통해야 되거든. 그 외국어가 바로 수학이야. 그녀 앞에서 말도 한마디 못하고 벙어리처럼 있다가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거야. 그러니깐 꾸물꾸물 한눈 팔지 말고 수학공부 더 열심히 해, 이 친구들아! 버스 떠난 뒤 후회하지 말고…” 뭐 이런 뜻이죠.

“자연은 우주 최고의 미인”

파인만의 전공인 양자물리학(quantum physics)은 현대 최신 물리학입니다. 소위 뉴턴을 대표로 하는 고전물리학(classic physics)에서 현대물리학으로 넘어 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물리학입니다.

또 맨하탄프로젝트에 참가했던 물리학자들이 새롭게 전공했던 물리학이라서 ‘로스 알라모스물리학’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습니다. 로스 알라모스가 핵폭탄개발 연구소라는 건 다 아시죠? 수소폭탄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쨌든 파인만은 기이한 학자로 우리를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On the infrequent occasions when I have been called upon in a formal place to play the bongo drums, the introducer never seems to find it necessary to mention that I also do theoretical physics.”

“어쩌다 가끔 공식적인 자리에서 봉고를 연주해달라고 주문이 온다. 그러나 나를 소개하는 양반은 내가 이론물리학을 하고 있다고 말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다시 말해서 “드럼 치는 곳에서는 드럼이나 칠 것이지, 유명한 이론물리학자, 노벨상 수상자,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소개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 유명한 학자? 노벨상? 다 필요 없다. 그저 드럼을 쳐서 손님들만 흥겨우면 된다” 이런 뜻이죠.

파인만이 종종 가는 한 바에서 드럼 연주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대신 치게 된 게 인연이 돼 그 바에서 종종 부탁이 들어 왔습니다. 사회자는 파인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드럼 연주자 파인만을 소개했을 뿐이지, 유명한 물리학자, 노벨 수상자 따위는 일절 언급도 없었습니다. 그랬다가 손님들이 더 안 올지도 모르죠. 그리고 그런 소개를 하지 않는 게 당연한 정답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파인만은 자신이 결코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2007.06.14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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