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69) - 레디(1)

▲ 레디는 실험을 통해 자연발생을 부정한 첫 과학자다. 그러나 의사인 그는 내장의 기생충은 자연적으로 발생한다고 믿었다.  ⓒ
When flies developed only on the meat left open to the air, one could theorize that flies did not ‘spontaneously generate,” but came from some source outside. Thus, spontaneous generation was proven NOT to occur.”

“공기에 노출된 고기덩어리에서만 파리가 생겼기 때문에, 파리는 결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원인에 의해서 생겼다는 이론이 가능해졌다. 이래서 자연발생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레디(1626~1697): 이탈리아의 의사, 박물학자, 시인-

생물속생설을 주장한 첫 과학이론가

천문학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화성(Mars)에서 수십만 개의 분화구(crater)가 발견됐습니다. 앞으로도 더 발견될 지도 모릅니다. 미국의 NASA는 발견되는 그 분화구마다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러나 이름이 있는 분화구는 수 천 개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름을 붙이는데도 그냥 붙이는 게 아닙니다.

그 분화구들 가운데는 17세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자연발생설이 틀렸다는 이론을 내세운 최초의 과학자 프란체스코 레디(Francesco Redi)의 이름을 딴 ‘레디 분화구(Redi Crater)’가 있습니다. 그런데 레디의 이론을 구체화시켜 자연발생에 종지부를 찍은 파스퇴르의 분화구는 없습니다.

미국의 NASA는 분화구의 이름을 지으면서 과학발전에 이바지한 유명한 과학자, 그리고 SF작가 가운데서도 우주를 소재로 글을 쓴 소설가들의 이름을 인용했습니다. 때에 따서는 유명한 도시의 이름을 딴 분화구도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탈레스, 피타고라스와 같은 유명한 과학자에서부터 갈릴레이, 뉴턴 등 많은 과학자들이 있습니다. 이웃 중국, 일본의 과학자들도 더러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름을 붙이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는 분화구가 수십만 개가 남아 있습니다.

레디의 이름을 딴 화성 분화구도 있어

만약 여러분이 열심히 공부해서 과학과 기술에서 훌륭한 업적을 남긴다면 여러분의 이름을 붙인 화성의 분화구가 생기는 겁니다. 어떤 상보다도 더 훌륭하고 가슴을 벅차게 하는 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우주여행이 그렇게 먼 것만은 아닙니다. 과학자들은 순전히 여행목적의 우주여행은 15년 후부터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화성으로 우주선을 타고 가서 자기의 분화구를 방문해서 이름을 적은 팻말을 망치로 탕탕 쳐서 꽂고, 사진도 찍고 와서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기분이 ‘짱’ 이겠습니까? 열심이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 레디의 이름을 따서 지은 화성의 레디 분화구.  ⓒ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는 늘 논란이 많습니다. 특히 종교와 관련이 돼서 더욱 그렇습니다. 논쟁의 출발점에 대해서는 이렇게 정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통적인 자연발생설 •특히 의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자연발생설 부정 •다시 근대 화학자를 비롯해 분자생물학자에 의한 자연발생. 순서가 이렇게 진행됐다는 걸 대충 알고 레디를 공부해보기로 하죠.

레디에 대해서는 간략하게는 다 알고 있을 겁니다. 생물학 시간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학자죠. 의사 출신으로 실험을 통해 생물의 자연발생설이 틀렸다는 걸 부정한 과학자입니다. 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간단히 요약할 수 있습니다.

“Italian physician and scientist who demonstrated that maggots and flies do not arise by spontaneous generation in putrefying meat, but from eggs laid by adult flies. Redi designed a series of carefully controlled experiments using different kinds of meats in flasks that were open, or sealed to keep out air and flies, or covered with gauze to admit air, but keep out flies.”

“(레디는) 이탈리아의 의사이며 과학자로 파리나 구더기는 썩은 고기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성충인 파리가 낳은 알에서부터 발생한다는 걸 증명해 냈다. 레디는 플라스크에 썩은 고기를 넣고 여러 형태의 실험을 주의 깊게 했다. 공기와 파리에 완전히 노출된 플라스크, 완전히 밀봉한 플라스크, 공기는 허용하지만 파리는 못 들어 오게 하는 거즈를 씌운 플라스크 등 세 가지 실험을 여러 차례 했다.”

이어서“Despite the putrefaction that occurred in all cases, maggots only appeared in the open and uncovered flasks, which is regarded as one of the first steps in refuting ‘spontaneous generation’- a theory also known as Aristotelian abiogenesis.”

“모든 경우에 썩은 고기를 넣었는데도 불구하고 열려 있는 플라스크와 밀폐하지 않은 거즈로 마개를 한 플라스크에서만 구더기가 생겼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생명발생이론 즉 ‘자연발생설’을 반박하는 첫 시도로 간주됐다.”

생물발생 이론은 자연발생-생물속생설-다시 자연발생으로

그렇습니다. 그래서 레디의 이론은 후에 파스퇴르의 실험과 연구로 탄력을 받아 생물은 자연적으로 발생한다는 자연발생이론에 완전히 쐐기를 박고 대단히 과학적인 이론으로 등장합니다. 다시 말해서 모든 생물은 생물에서만 존재한다는 자연발생과는 정반대 개념의 생물속생설(biogenesis)이 각광을 받게 됩니다.

자연발생설은 그렇다고 꼭 미신적이거나 턱 없이 허황된 이론은 아닙니다. 레디나 파스퇴르의 구더기와 파리에 대한 실험만으로 자연발생설을 완전히 뒤엎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자연발생설은 자연발생설 나름대로 그 의미가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생물은 자연적으로 우연히 무기물로부터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였습니다. 이 설에 의하면 생물은 어버이가 없이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인데 20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 이후 논쟁이 되다가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미생물학자인 파스퇴르의 실험에서 완전히 끝을 맺었습니다. 그 결과 생물은 결코 자연발생하지 않는다는 생물속생설이 확립된 거죠.

다시 그 후에 물질을 이루는 원소들이 속속 발견되고 원소와 원소가 다양한 형태로 결합되는 물질의 유기체에 대한 연구인 화학이 새로운 근대 학문으로 자리잡으면서 다시 옛날로 돌아가 자연발생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합니다.

화학자의 자연발생설이 다시 탄력을 받아

자연발생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는 가운데 <생명의 기원>으로 유명한 오파린이 등장합니다. 더구나 DNA가 발견되고 세포생물학, 유전공학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생명의 기원을 유기물질에서 찾으려는 노력이 많습니다. 그리고 무기물에서 유기물을 합성한 학자들도 오래 전에 나타났습니다.

이제는 심지어 인공생명체가 등장할 정도입니다. 컴퓨터, 로봇 등을 생명체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인간의 인위적 진화를 주장하면서 ‘신인류시대’를 예고한 유명한 미래학자인 베네수엘라의 호세 꼬르데이로(Jose Cordeiro) 교수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조만간 인간의 지능(뇌)을 능가할 날이 곧 올 것”이라고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과학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어쨌든 레디의 연구가 생명의 기원과 관련해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것은 과학적인 실험과 자료에 근거를 두고 전통적인 이론인 자연발생설에 반격을 처음으로 시도했다는 겁니다.

지금 같으면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실험이죠. 플라스크하고 썩은 고기만 있으면 됩니다. 또 파리도 있어야 하겠죠. 그런데 파리도 있어야 하는데 요즘 잘 안 보이던데 어떻게 구하죠? 우리를 못 살게 하면서 사방천지에 깔려 있던 파리들을 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아주 간단한 실험이지만 생물학 사상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NASA가 그저 마음씨가 좋아서 그들이 발견한 화성의 분화구를 레디에게 준 게 아닙니다. 레디의 업적이 대단했기 때문입니다. 레디는 그러한 연구와 실험을 바탕으로 1668년 <곤충에 대한 실험>이라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그러나 내장의 기생충은 자연 발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 아는 내용이죠?

독사의 연구에도 대단한 업적을 남겨

레디의 이러한 주장에 특히 의학자와 생물학자들이 무게를 실어 줍니다. 스팔란차니(Lazzaro Spallanzani 1729~1799)가 그 중 한 학자죠. 실험동물학의 원조로 알려진 그는 1786년 개의 인공수정에 성공해 세 마리의 강아지를 낳게 했습니다. 그는 자연발생이 거짓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야채를 100도 이상 완전히 끓인 다음 밀폐된 용기 속에 넣어 두면 미생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험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레디는 단순한 의사라기보다 과학의 모든 분야에 걸쳐 알고 있는 박물학자였습니다. 아마 그가 자연발생을 부정하는 실험을 실행에 옮긴 것도 과학의 전 분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화론의 다윈을 생물학자로 부르기도 하지만 정확히는 박물학자입니다. 그래서 생물의 역사를 하나의 과학으로 옮긴 진화론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박물학자(博物學者)란 말 그대로 물질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을 뜻합니다. 박물학은 영어로 natural history(자연사), 학자는 naturalist라고 합니다. 지금은 과학 사학자들이 있습니다.당시에는 과학자라면 주로 동식물학자, 그리고 광물학자들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당시 과학자들을 대부분 한 분야가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도 전문가였습니다. 예를 들어 식물학자는 대부분 동물학자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레디는 단순히 의사로만은 지낼 과학자는 아니었습니다. 피렌체대학과 피사대학에서 철학과 의학을 전공하고 1647년 졸업한 그는 잠시 피사에서 병원을 개업했으나 흥미를 못 느껴 피렌초로 옮겨 토스카나 대공 주치의로 일하면서 독사의 독에 대해서도 연구했고, 주신 디오니소스를 찬송한 <토스카나의 주신>을 펴낼 정도로 대단한 시인이기도 했습니다. (계속)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2007.06.28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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