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 (68)
리처드 파인만(7)

천재는 기본에 충실한 아이들

천재는 일반 사람들과 비교해서 무엇이 다를까요? 태어날 때부터 IQ가 대단히 높다고요? 암기력이 엄청나게 뛰어나다고요? 아닙니다.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암기력과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난 천재들을 보면 그들이 학습에 임하는 자세가 일반 사람들과 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본에 가장 충실한 아이들입니다. 그 기본이란 이해력과 통찰력입니다. 이에 동반되는 사물에 대한 호기심과 관찰력이 필요하고 상상력도 중요합니다. 머리를 괴롭히며 소위 '쑤셔넣는’식의 학습으로는 머리가 피곤해질 뿐입니다. 기본이 천재를 만드는 겁니다.

천재로 알려진 파인만은 IQ가 125입니다. 조금 높은 편이지만 웬만한 수재들은 그보다 더 높을 겁니다. 아인슈타인의 IQ가 얼마였는지에 대해서는 별 기록이 없습니다. 그는 대학 다닐 때 수학을 못해서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가 상대성이론이라는 걸출한 물리이론을 세우리라고 기대한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대학교에서 만난 첫 부인으로 수학을 아주 잘하는 밀레바 마리치(Mileva Maric)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녀와 이혼하고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후 노벨상을 받는 자리에서 밀레바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받은 상금은 전부 첫 부인에게 줍니다. 노벨상을 받기 전 이미 두 사람 사이에 한 약속이지만 말입니다.

“새의 이름을 아는 게 아니라 뭘 하는지가 더 중요해”

파인만과 아인슈타인은 기본에 충실한 과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어단어를 많이 알면 그 단어로 영어서적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수학을 잘 한다면 그 수학적 지식으로 어떠한 가설이나 이론을 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 기본은 영어단어가 아니라 그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파인만의 이야길 유심히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You can know the name of a bird in all the languages of the world, but when you’re finished, you will know absolutely nothing whatever about the bird…So let’s look at the bird and see what it’s doing –that’s what counts. I learned very early the difference between knowing the name of something and knowing the something.”

▲ 최신 현대 물리학인 양자역학은 불확정성 원리가 핵심이다.  ⓒ
“여러분은 세상의 모든 언어를 동원해 한 새의 이름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게 끝났을 때(새가 없어졌을 때), 여러분은 새에 대해 어떠한 것도 아는 게 없습니다. 자 그래서 새를 보면 그 새가 무엇을 하는지를, 즉 새가 주는 설명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바랍니다. 저는 아주 일찍부터 사물의 이름을 아는 것과 사물을 아는 것과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배웠습니다.”

대단한 이야기입니다. “진리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제자의 질문에 스승은 달을 가리킵니다. 제자는 달을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스승의 손가락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스승은 “실상(實像)은 보지 않고 허상만 보고 있다”며 갖고 있던 지팡이로 제자를 후려쳤다고 합니다.

“허상을 보지 말고 실상을 보시오”

비단 옛 고승들의 일화에만 나오는 이야기로 덮어 둘 게 아닙니다. 학문에서 중요한 자세입니다. 지금 파인만이 들려주는 명언도 바로 그런 겁니다. 이름이라는 허상에 집착하지 말고 그 사물이 어떠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지, 무엇을 설명하고 있는지 그 실상을 알아야 IQ나 암기력에 관계없이 천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요? 또 물리학에 입문해서 학자의 길을 걸어야 하는 사람들의 자세라는 이야기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theory of relativity)이라는 새로운 과학이론으로 자연현상을 규명해 천재 과학자라는 명칭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파인만은 양자역학에서의 불확정성 원리(uncertainty principle)로 유명합니다.

양자역학은 상대성 이론과 더불어 현대 물리학의 2대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양자역학에서 입자는 입자로서의 성질과 파동으로서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파동입자 이중성(wave-particle duality)을 고전적 입장에서 이해하기 위해 독일의 유명한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가 도입한 원리가 불확정성 원리입니다.

“In quantum physics, the outcome of even an ideal measurement of a system is not deterministic, but instead is characterized by a probability distribution. 양자물리학에 있어서 한 시스템을 아주 이상적으로 측정했다 해도 그 결과는 결정적으로 맞다고 할 수 없다. 대신 확률에 의해서만 (어느 정도) 가능할 뿐이다.”

양자역학의 백미는 불확정성 원리

▲ 양자역학의 선구자 하이델베르크.  ⓒ
양자역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막스 보른(Max Born)은 전자는 측정할 수 없으며, 만약 측정했다면 그것은 확률에 의한 측정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바로 하이젠베르크를 자신의 조수로 임용한 물리학자입니다. 불확정성 원리는 양자역학의 백미로 그의 제자인 하이젠베르크가 도입한 것이죠.

보른은 양심적인 독일 과학자들이 걸어야 했던 어쩔 수 없는 운명처럼 교수로 있던 괴팅겐 대학에서 1936년 나치스에 의해 추방당한 학자입니다. 1954년 양자역학과 그에 다른 불확정성 원리에 대한 연구 <파동함수에 대한 통계적 해석>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측정이 가능하며 측정만 정확하면 정확히 예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천체의 움직임도 그렇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도, 당구공의 움직임 등 물리 현상은 다 측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계적인 역학관계는 작은 소립자 세계까지도 적용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연현상은 모두가 측정 가능한 게 아니다”

아인슈타인은 그래서 자연현상은 모든 게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거고 우연히 생기는 것은 없다는 뜻에서 “I cannot believe that God would choose to play dice with the universe 신은 주사위 놀이를 선택해서 우주를 만들었다고는 믿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기죠.

이에 대해 물리학에서도, 맨하탄 프로젝트에서도 한참 선배이며 양자역학의 대가인 보어(Niels Bohr)는 신을 끌어들이는 후배 아인슈타인을 나무라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Einstein, don’t tell God what to do. 아인슈타인 박사, 신에게 무엇을 하느냐고 묻지 말게”

입자는 정확한 측정도 정확한 예측도 불가능합니다.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확률적 예측만이 가능합니다. 이에 대한 설명이 바로 불확정성 원리입니다. 결국 아인슈타인도 양자역학을 인정하게 됐고 “신은 결코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철회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아인슈타인은 신이 주사위 놀이를 해서 우주를 만들었다는 걸 인정한 것 아니냐고요?

결국 불확정성의 원리는 위치와 속도와의 관계에서 볼 때 “입자(시스템)의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할수록 속도는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우며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할수록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하기가 어렵다.”라는 의미로 귀결됩니다.

“우주 탄생은 신의 주사위 놀이가 아니다?”

▲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이론은 현상에 대한 정확한 측정이 아니라 확률에 의거한다는 이론이다.  ⓒ
상대성이론과 함께 양자역학은 우주의 현상을 규명하는 새로운 이론으로 등장합니다. 또 양자역학의 발전으로 과학자들은 자연현상에서 나타나는 각기 다른 4개의 힘들(forces)을 하나의 통합된 이론으로 설명하려는 통일장이론(unification theory)이 가능하다고 믿게 됩니다. 물론 그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양자역학은 이렇게 대단하고 어렵습니다. 하루는 보어가 한참 후배인 파인만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이야길 합니다.“Those who are not shocked when they first come across quantum mechanics cannot possibly have understood it. 양자역학을 처음 접하게 됐을 때 충격을 받지 않았다면 양자역학을 안다고 할 수 없을 걸세.”

이에 대해 파인만은 이렇게 응수했다고 합니다. “I think it is safe to say that no one understands quantum mechanics. 제가 생각하건대, (충격정도가 아니라) 양자역학을 아는 사람은 (아예) 아무도 없다고 이야기하는 게 맞는 말이 아닐까요?” 조금 생각해 보면 정말 재미있는 대화입니다.

“명료한 과학을 하라, 과학의 문제는 과학자들이 해결하라!”

물리학을 쉽게 접근하자는 면에서는 파인만이나 아인슈타인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어느날 파인만의 강의에 참석해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If you can't explain a bit of science in simple terms, you don't understand it. If you can't explain your work's significance in simple terms, maybe it doesn't have significance--or maybe you just don't understand its significance. Many scientists are not good storytellers, and that makes it harder for them to identify and articulate the central narrative of their work. Many scientists don't even know where they stand in relation to the scientific frontiers, and even if they do, they can't articulate it in their grant proposals. Although program officers can help with this, this isn't a problem that NSF can solve. Solving this one is up to scientists.”

“간단한 용어로 과학을 설명할 수 없다면 과학을 이해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또 간단한 용어로 당신의 연구의 중요성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그 연구는 중요한 것이 아니겠지요. 아니면 그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도 될 수 있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은 입심 좋은 이야기꾼이 아닙니다. 그래서 연구의 중요한 서술(내용)을 분명히 하고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안게 됩니다. 또 과학자들은 과학의 최첨단과 관련해 어느 위치에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안다고 해도 명료하게 주장을 내세우지 못합니다. 아마 프로그램 관리들(과학기술 관련 공무원)이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것 또한 NSF(미국 국립과학재단, 우리나라 과학기술부 상당)가 풀어야 할 문제도 아닙니다. 이 문제들은 과학자 자신이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비단 미국의 과학기술 종사자뿐만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마찬 가지입니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한 과학을 하라. 과학의 문제는 정부에 의존하려고 하지말고 과학자들 스스로 풀어라. 그리고 과학이라는 틀 속에만 갇히지 말고 때로 세상과 호흡하라.

찌든 현실에 활력소를 불어넣어 준 대단한 과학자

그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한 동료가 아쉬워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Richard Feynman is a great physicist and an extraordinarily fascinating man. He is full of fun and charm. Besides being an ingenious theoretical physicist, he is a talented ‘showman’ in the classroom, a great Bongo drummer, and established painter, an original thinker, an incredibly funny, honest and brave man. It’s a great loss to the world when he died in 1988.”

“리처드 파인만은 위대한 물리학자로 대단히 매력적인 남자다. 그는 해학과 매력이 넘쳐 흘렀다. 재능이 대단한 이론 물리학자일뿐만 아니라 강의실에서는 쇼맨십이 대단했고, 봉고 연주자, 화가, 독창적인 사상가로 재미있고, 정직하며 용감한 남자였다. 1988년 그의 죽음은 세계의 커다란 손실이다.”

아마 파인만이 알았다면 “허, 세계의 커다란 손실? 위대한 물리학자? 이봐 친구, 농담하는 거야? 제발 웃기지 마. 장난 작작하라고!”라고 충분히 하다가 남을 사람입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신화와 전설이 점차 메말라 가고 있습니다. 뜨거운 가슴은 사라지고 대신 차디찬 이성만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런 시기에 파인만은 그의 해학과 기이한 행동으로 우리를 기쁘게 하면서 찌든 현실에 활력소를 불어 넣어 주고 있습니다. 신화와 전설의 주인공으로 말입니다. 대단한 과학자입니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2007.06.21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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