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70), 레디(2) | |||||
살모사의 독 연구에도 일가견
그는 실험을 통해 독사의 담즙에는 독이 없으며, 또 독사의 독이나 이빨도 사람이 삼키면 퍼지지 않고(죽지 않고), 상처에 노출되거나 사람의 표피 안 혈관으로 들어가면 치명적이라는 걸 알아 냈으며 그리고 독은 황갈색 액체로 머리에 있는 분비샘에 나오는 것이지 난폭한 영혼(wild spirit)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오직 앞 이빨 두 개에 의해서만 독이 퍼지며, 뱀이 죽은 후 시간이 흘러도 독은 남아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도 밝혀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독사는 술을 마시고, 깨진 포도주 잔 파편들을 먹고는 그게 난폭한 영혼이 돼 사람을 죽인다고 생각한 거죠. 그는 반대로 사람의 침(saliva)에도 독이 있어 사람이 독사를 물면 침이 퍼져 독사가 죽을 수 있다는 것까지 알아냈습니다. 너무 간단한 이야기 같습니까?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발생을 뒤집어 레디가 전통적인 자연발생설(spontaneous generation)을 부정하게 된 데는 <혈액순환의 논리>로 잘 알려져 있으며 당대 유명한 의사인 윌리암 하비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비가 쓴 생물발생에 관한 책을 통해서 곤충과 벌레 같은 해충이나 개구리는 당시에 알려진 것처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게 아니라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 씨나 알에서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한 거죠. 그리고는 실험에 착수를 한 겁니다. 참고로 자연발생설은 말 그대로 spontaneous generation(theory)라고도 하지만 원래는 abiogenesis라고 합니다. 또 자연발생을 부정하는 생물속생설은 biogenesis라고 합니다. 때로 ‘a’가 접두어로 쓰여서 부정하는 반대말로 쓰이는 건 아시죠? 즉 자연발생과 생물속생설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Genesis라는 말은 다 아시죠? 창조, 생성이라는 말이지만 대문자로 써서 창세기를 일컫는 말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창조론이라는 말로도 쓰이죠. creation 은 매우 일반적으로 쓰이는 말이고요. 그래서 생물을 뜻하는 bio와 창조를 뜻하는 genesis가 합친 biogenesis는 생물이 생물을 창조한다는 뜻이 돼 생물속생설이 된 겁니다.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a를 앞에 붙인 abiogenesis는 자연발생설이 되는 거죠. 원래 자연발생설은 아무런 특별한 이유 없이 자연에서, 무기물에서 자연적으로 우연히 발생할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어버이 없이도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자연발생에 관한 최초의 관념은 달팽이, 개구리, 쥐 등이 돌연히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는 무척추동물뿐만 아니라 고등척추동물도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독교의 창조론 후광도 많이 받은 셈 그에 반해 생물속생설은 생물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생물에 의해서만 탄생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대단히 과학적인 이론입니다. 그러나 오파린을 비롯해 화학이 새로운 학문으로 자리잡으면서 유기화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집니다. 대표적인 것이 세포와 단백질에 대한 연구입니다. 그래서 생명과 화학을 함께 연구하는 생화학, 분자생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들이 생깁니다. 요즘 이야기로 과학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과학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소위 ‘통섭의 과학’이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쟁이 많습니다. 특히 창조론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독교의 논리를 둘러싸고 많은 공방이 전개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생명의 기원이 이제 생물속생설에서 다시 화학자와 분자생물학자들에 의해 자연발생설로 돌아가는 추세인 것은 확실합니다. 물론 지금의 자연발생설은 과거 전통적으로 생각했던 개념이나 고대 그리스의 개념과는 판이하게 다르죠. 무기물에서 유기물이 합성될 수 있다는 실험은 이미 수 차례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무기물이 어떠한 외부의 힘이나 에너지에 의해 유기물이 합성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던지는 학자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무기물에서 유기물 합성은 가능 레디가 실험을 통해 자연발생을 부정하고 생물속생설을 확인시킨 것은 과학자의 단순한 이론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종교와 직접 관계가 있습니다. 교회 측으로 볼 때 과학자 레디의 실험은 유럽의 자연과학의 토대가 됐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죠. 또 창조론을 옹호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기도 합니다. 결국 자연발생=창조론 부정. 생물속생설=창조론 긍정이라는 도식이 되 버린 거죠. 중세 이후 천문학자를 중심으로 기독교이론에 반기를 드는 과학자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신학자들에게 레디의 실험을 시작으로 19세기 후반 자연발생에 마지막 종지부를 찍은 파스테르의 실험은 창조론을 옹호할 수 있는 좋은 무기였습니다. 또 이를 통해 다윈의 진화론을 부정하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는 지적설계론(intelligence design)이라는 새로운 창조이론도 등장했습니다. 199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이 이론은 과학자들 사이에 뜨거운 공방이 오고 갔죠. 이렇게 생각하면 쉬울 것 같네요. 인텔리전스(intelligence)는 지식이 아주 풍부한 창조주고 디자인은 말 그대로 이 세상을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창조론 대신 지적설계론도 등장 다시 말해서 자연과 우주현상이 너무 복잡하고 신묘불측하게 변화하고 있는 것은 창조주, 그것도 지능이 대단히 우수한 창조주의 뜻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창조주의 뜻 속에는 진화의 개념도 있을 수 있고, 어쩌면 생명의 자연적인 발생도 포함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아마 근대 물리학의 거장 뉴턴도 구약성서나 유대교의 전통적인 창조론에서 일보 전진해서 지적설계론의 차원에서 이런 말을 한 건 아닐까요? “This most beautiful system of sun, planets and comets, could only proceed from the counsel and dominion of an intelligent and powerful Being. 태양과 위성, 그리고 별들로 이루어진 이 아름다운 체계는 지적이고 강력한 존재의 의지와 통치력에 의해서만 가능할 수 있다.” 위대한 물리학자이며 천문학자인 뉴턴은 기존의 기독교와 상충되는 이론을 발표하면서도 케플러나 갈릴레오와는 달리 최고의 명예와 부를 누립니다. 물론 독신으로 살았지만 정치에 관여할 정도로 대단한 권력의 소유자이기도 했지요. 아마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당시 로마 카톨릭의 입김이 막강했던 유럽과 달리 영국에는 학문연구가 다소 자유로운 편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뉴턴이 과학자이면서 융숭한 대접을 받은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코페르니쿠스와 케플러의 이론을 이어 받은 뉴턴의 천체물리학은 당연히 기독교 논리와 상충됐지만, 그는 나름대로 기독교에 충실해서 기독교 연구에도 많은 업적을 남깁니다. 이런 이야기도 남기죠. “In the absence of any other proof, the thumb alone would convince me of God's existence. 증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손때가 묻은 책(성서)만이 신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었다.” 미국 학교, 창조와 진화를 둘러싼 공방 많아 어쨌든 생명의 탄생, 진화, 천체의 움직임 등 오묘한 자연현상을 둘러싸고 창조냐, 자연적(진화)인 것이냐를 둘러싼 공방은 끝이 없습니다. 특히 프로테스탄트 세력이 강한 미국에서 심합니다. 미국은 또한 과학기술 최고 선진국입니다. 그래서 논쟁이 끊임없이 일어나죠. 이 문제는 교육에서도 큰 논쟁거리입니다. 미국은 개신교 세력이 강한 데다 초중고 학교들이 미션스쿨이 많습니다. 그래서 교육에서 창조론과 진화론을 둘러싸고 잡음이 많습니다. 학교에서는 창조론을 가르치려고 할 거고, 교육의 장래를 걱정하는 과학자나 학부모는 이에 반대합니다. 그래서 공방은 법정에까지 이어집니다. 진화론과 창조론에 관련해서 1968년 미국 대법원은 처음으로 이런 판결을 내렸습니다. “Forbidding the teaching of evolution violated the Establishment Clause of the First Amendment of the US Constitution. 진화론 교육을 금지하는 것은 미국헌법의 건국이념 1조를 위반하는 행위다.” 이 1조 조항은 종교와 정치의 분리(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를 규정한 것입니다. 즉 “Congress shall make no law respecting on establishment of religion, or restricting the free exercise thereof. 이회는 종교의 설립에 편을 들거나, 또는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는 법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라는 겁니다. 이 이야기는 학생들에게 진화론은 틀렸고 창조만이 맞다고 가르친다면 헌법의 원리에 위반되는 행위라는 의미입니다. 대법원은 1년 후 학교에서 창조론과 진화론을 반반씩 가르치는 것도 위헌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진화론을 가르친 교사 구속되기도 창조와 진화를 둘러싸고 학교에서의 공방은 계속됩니다. 종교적 우파며 원리주의자로 소문난 부시 대통령은 2001년 의회가 발의한 ‘낙오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Act)’을 통과시킵니다. 물론 부시의 정책이 담긴 법안입니다. 공화당 릭 샌토롬 의원의 이름을 딴 ‘샌토럼 법안(Santorum Amendment)’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The Congress recognizes that a quality scientific education should prepare students to distinguish the data and testable theories of science from religious or philosophical claims that are made in the name of science. Where topics are taught that may generate controversy (such as biological evolution), the curriculum should help students to understand the full range of scientific views that exist, why such topics may generate controversy, and how scientific discoveries can profoundly affect society.” “이회는 양질의 과학교육을 마련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자료와 실험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과학이론과 과학이라는 이름만을 빌린 종교적 철학적 주장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법을 승인했다. (예를 들어 생물학적 진화와 같은) 말썽의 소지를 일으킬 수 있는 토픽인 경우 교과과정은 학생들로 하여금 현존하는 충분한 과학적 의견을 이해하는 데 도울 수 있도록 마련돼야 한다. 즉 이러한 토픽은 왜 말썽의 소지가 있는 건가? 과학적 발견은 어떻게 해서 엄청나게 사회에 영향을 주는지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펜실베이니아 법원, “창조론과 지적설계론을 가르치지 말라” 생명의 기원과 관련해서 한 학교에서 창조론을 가르치다가 법정문제로 비화된 최근의 일을 소개하겠습니다. 중요한 판결로 다른 주도 이런 선례를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른 주의 선례는 정도는 약하지만 대법원 판례를 따르는 것과 비슷합니다. 2005년 10월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한 학교의 학부모 11명이 학교를 상대로 법원에 고소장을 냈습니다. 이유는 이 미션계통의 학교가 학생들에게 창조론이나 다름없는 지적설계론을 가르쳐 왔는데 이를 부당하다고 생각한 부모는 정교분리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항의를 한 겁니다.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법원은 창조론과 지적설계론을 가르치지 말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2004년 10월 도버교육위원회(Dover Area School District)는 과학교사는 진화론 수업에 앞서 학생들에게 이론과 실제 사이에는 차이가 있으며, 그 대안으로 지적설계론이 대안이라는 걸 가르쳐야 한다는 데 합의했습니다. 지적 설계론이 맞다고 가르치는 학교로는 이 학교가 처음으로 다른 학교들도 따르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법원으로부터 된서리를 맞은 겁니다. 미국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일부 주에서는 공립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치지 말 것을 아예 법으로 못을 박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전통이 지금까지 내려온 것이죠. 그 일례로 1925년 중세시대를 방불케 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Tennessee 주의 존 스콥스(John Scopes)라는 교사가 진화론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체포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스콥스는 유죄로 인정은 됐지만 법원은 진화론의 승리를 선언합니다. 왜냐하면 그 이후 법원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진화론 옹호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라고 압력을 가하죠. 어쨌든 그 정도로 진화론이 푸대접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많은 학교가 개혁에 동참합니다. 진화론을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미국의 57%, 인간의 기원은 ‘성서의 창조’라고 믿어 법은 진화론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선진국 미국은 예상과 달리 창조론에 대한 믿음이 여전히 강합니다. 2005년 NBC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 57%가 인간의 기원과 관련, ‘성서가 설명하는 창조론(biblical account of creation)’을 믿는다고 대답했고 33%만이 진화에 의한 것으로 믿는다고 대답했습니다. 레디가 창조론을 옹호하기 위해 자연발생을 부정하는 실험을 한 건 아닐 겁니다. 또 파스테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또 오파린은 창조론을 부정하려는 의도로 원시대기 실험을 통해 <생명의 기원>을 발표한 건 아닐 겁니다. 그들은 자신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독신으로 평생을 보냈던 레디는 1697년 3월 친구에게 이런 말을 남기면서 세상을 떠납니다. “It is useless to be afraid of death as I have never observed that death could be kept away through fear. 죽음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어. 왜냐하면 두려워 한다고 해서 죽음이 사라진 경우를 본 적이 없거든…” 그에게 무슨 창조론이 있고, 진화론이 있겠습니까? 그저 타고난 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남들이 잘못 알고 있는 걸 확인시켜 주고 싶었습니다. 레디는 순수한 과학자의 길을 걸어간 위대한 학자입니다. 화성에 마련된 그의 분화구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유명해지고 그래서 그의 이름도 영원히 남을 겁니다. | |||||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 |||||
2007.07.05 ⓒScience Tim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