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

[사례1]29세의 P씨는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취직시험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전부터 이런 저런 문제들에 대한 걱정이 많은 편이었는데 요즘 들어 부쩍 심해진 것 같아서 더 걱정이 됩니다. 요즘 들어 주로 걱정하는 것은 “이제 서른 살인데 아직까지 변변한 직장도 못 구했으니 결혼은 어떻게 할까?”, “혹시 여름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시골에서 농사짓는 부모님께 피해가 되면 어떡하지?”, “취직시험을 보러가다가 차가 너무 막혀서 늦으면 어떡하지?” 등입니다. 친구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별 것도 아닌데 걱정한다고 구박도 하고 그럴 리가 없다며 안심시켜주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소리들이 잘 들리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니 P씨는 어렸을 때부터 걱정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학교 갔다 온 사이에 우리 집에 도둑이 들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은 날도 있었고, “학교 가다가 깡패 만나면 어떡하지?”하는 걱정 때문에 못 간 날도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너무 소심하고 남자답지 못하다고 야단하시지만, P씨는 자신이 걱정하는 일이 꼭 일어날 것만 같고, 그 일이 일어나면 너무 끔찍한 결과가 벌어질 것 같아서 두렵습니다. 현재 P씨는 앞으로 두 달이나 남은 취직시험 날에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시험장에 갈 것인지도 미리 다 계획해 두었고, 사실 두 번이나 답사도 마쳤습니다. 이쯤 되면 그의 걱정도 참 지독하지요?

(1) 임상적 특징

일상생활의 아주 사소한 많은 일들에 대해 끊임없이 지나치게 걱정을 하며 그것이 불필요하고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을 깨달아도 걱정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불안과 걱정이 심각한 정도로 나타나게 되는 것으로 다른 불안장애들의 경우는 어떤 특정 대상에만 불안을 느끼는 데 반해 범불안장애의 경우 일상생활의 여러 사소한 사건들에 불안이 만연되어 있다. 범불안장애의 불안은 개인에 의해 통제되기 어려우며, DSM-Ⅳ에서는 지나친 불안과 걱정이 적어도 6개월간 계속되는 것을 진단적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운동성 긴장 : 수의근의 긴장상태가 특징적으로 나타나는데, 경련 · 긴장 · 피로 때문에 근육통이 심하며 스스로 이완시킬 수 없다. 이 근육통은 류머티즘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근육의 긴장으로 인해 몸은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자율신경긴장증상 : 각종 신체증상들은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의 긴장 때문에 오는 것으로 어떤 계통의 긴장이 더 심한가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에 차이가 생긴다. 이러한 신체증상으로 환자는 큰 병에 걸리지 않았나 걱정하며, 건강염려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지나친 근심 : 범불안장애 환자들은 늘 걱정하고, 만사에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긴장한다. 매사를 심사숙고하고 조심하지만 우유부단해서 결정을 못 내린다. 걱정거리가 특정한 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매사를 걱정한다(부유불안). 또 이들은 당장 걱정거리가 없어서 불안하지 않을 때에도 다음 순간 불안해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예기불안이 있어 항상 불안하다.

조심성 : 예기불안의 결과 항상 살피고 조심하여 칼날 위에 서 있는 것처럼 신경이 날카롭다. 차분하지 못하고 쉽게 흥분하며, 정신집중이 잘 안 되고, 일에 전념하지 못해서 항상 전전긍긍한다. 이런 까닭에 불면증이 동반되는데, 잠들기가 힘들고 들었다 하더라도 쉽게 깨고 악몽에 시달리고 낮에는 늘 피로해 한다. 이외에 보통 경한 우울장애와 각종 공포장애의 증상들이 겹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치료를 받으러 오지는 않지만 평생유병률이 높아 일반인의 약 5%정도에서 발생한다. 범불안장애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약간 더 많다. 여성이 전체의 약 60%를 차지한다. 범불안장애는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으며, 증상이 평생 동안 지속되는 경우가 많으며, 기복이 있으며 스트레스 기간 중에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범불안장애의 진단기준(DSM-Ⅳ)

 

A. 여러 사건이나 활동(작업 또는 학교 성적)에 대한 과도한 불안이나 걱정(염려스런 예견)이 적어도 6개월 이상, 최소한 한 번에 며칠 이상 발생한다.

B. 개인은 걱정을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C. 불안과 걱정은 다음의 6가지 증상들(증상들이 적어도 며칠 이상, 지난 6개월 이내에 존재해야 한 다.) 가운데 3가지(또는 그 이상) 증상을 동반한다.

주의 : 소아에서는 오직 한 가지 증상만이 요구된다.

(1) 안절부절 못함 또는 긴장이 고조되거나 가장자리에 선 느낌

(2) 쉽게 피로해짐.

(3) 집중 곤란 또는 마음이 멍해지는 느낌.

(4) 과민한 기분상태

(5) 근육긴장

(6) 수면장애

D. 불안과 걱정의 초점이 축Ⅰ의 다른 장애의 특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즉, 공황발작 (공황장애에서), 공공장소에서 어쩔 줄을 모르게 되는 불안(사회공포증에서), 감염된다는 불안(강박 장애에서), 집이나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데 대한 불안(분리불안장애에서), 체중증가 에 대한 불안(신경성 식욕부진증에서), 여러 가지 신체적인 증상에 대한 불안(신체화장애에서), 또 는 심각한 질병이 있다는데 대한 불안(건강염려증에서), 그리고 불안과 걱정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 애 경과 중에만 발생되지 않는다.

E. 불안, 걱정, 또는 신체 증상이 임상적으로 심각한 고통이나 사회적, 직업적, 또는 기타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장해를 초래한다.

F. 장애는 물질(예:약물 남용, 투약)이나 일반적인 의학적 상태(예: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직접적인 생 리적 효과로 인한 것이 아니며 기분장애, 정신증적 장애, 광범위성 발달장애 경과 중에만 발생되지 않는다.

감별진단

불안증상은 모든 정신과적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정신과적 질환을 감별한 다음에야 비로소 범불안장애라 진단할 수 있다.

우울증과의 감별도 때로 어려운데 심한 범불안장애에는 종종 우울장애와의 병발도 흔하기 때문이다. 각종 우울장애에 비해 범불안장애의 경우 병전인격이 보다 불안정하고, 가족 중에 불안장애 · 공포장애 · 이상인격의 빈도가 높으며, 어린 시절에 공포장애의 병력이 많다. 병전 적응도 학업능률 저하, 사회적응 실패의 정도가 크고, 병전인격은 미숙하고 의존적이고 보다 예민하다. 발병도 급작스럽고 발병계기도 우울장애보다 흔한데, 대인관계의 곤란, 작업실패, 그리고 질병발생이 계기가 되는 수가 많다. 증상 면에서는 긴장과 불안, 공황, 공포, 이인증, 의식 상실의 발작 등이 더욱 두드러진다. 심리검사에서 범불안장애는 보다 높은 신경증적 경향을 보이고 보다 내향적이다.

(2) 원인

생물학적 관점

직계가족간에 많이 보고되고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보다 공병률이 높다. ➜ 범불안장애 자 체가 유전되기보다는 일반적인 불안 특질이 유전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Benzodiazepine계 약물이 불안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이와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GABA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정신분석적 입장

성격구조간의 역동적 불균형에 의해 경험되는 浮動(부동)불안(free-floating anxiety)이 범불안장애의 핵심적 증상이라고 본다. 무의식적으로 억압된 원초아의 충동이 강해져서 자아가 이를 통제하기 어려 운 상태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이다. 즉 무의식적 갈등이 방어기제에 의해 변형되지 않은 비교적 순수한 형태의 불안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무의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문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행동주의적 입장

환경자극에 대해서 조건형성된 학습의 결과로 본다. 공포증은 한두 가지 특수한 대상이나 상황에만 강한 공포반응이 조건형성된 경우인 반면, 범불안장애는 일상생활의 여러 가지 사소한 자극에 대해서 경미한 불안반응이 조건형성 되었거나 다양한 자극으로 일반화됨으로써 여러 상황에서 만연된 불안 증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범불안장애는 다양한 자극상황에서 공포반응이 경미한 형태로 나타나 는 일종의 다중 공포증(multiple phobia)인 것이다. 범불안장애 환자들은 부적 정서와 심상을 형성하 는 것과 관련된 대부분의 고통을 회피하려고만 하기 때문에 결코 문제들을 처리할 수 없고, 문제해결 에 이를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이들은 자율신경계 활동은 위축되면서도 근육긴장은 심하게 겪는 상 태에서 만성적으로 ‘걱정만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인지적 입장

- 주변의 생활환경 속에 존재하는 잠재적인 위험에 예민하다.

- 불안한 사람들은 잠재적인 위험이 실제로 위험한 사건으로 발생할 확률을 과도하게 높이 평가한다.

- 위험한 사건이 실제로 발생할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를 지나치게 치명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 위험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자신이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과소평가한다.

불안한 사람들이 이러한 특성을 나타내는 이유는 위험에 관한 인지도식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지도식은 과거경험의 축적에 의해 형성된 기억체계로서 특정한 환경적 자극에 선택적으로 주의를 할당하며 자극의 의미를 특정한 방향으로 해석하게 한다. 즉 불안한 사람들은 위험과 위협에 관한 인지도식이 남달리 발달되어 있어서 일상생활 속에서 위험에 관한 자극에 주의를 많이 기울이고 그 의미를 위협적인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3) 치료

➤ 다른 장애에 비해 치료방법이 잘 개발되어 있지 않다.

- 약물치료 : Benzodiazepine이 주요 치료 약물이며, 자극에 대한 과민성을 저하시키고, 사고와 행 동을 감소시키는 진정효과가 있다.

- 심리치료 : 불안을 일으키는 심상을 형성하게 만들어 불안을 회피하지 않고 정서적인 차원에서 경 험하게 하는 것

- 인지행동적 치료 : 걱정과 관련된 인지적 요인들을 이해시킨 후 걱정이라는 내면적인 사고과정을 자각하여 관찰하도록 격려

- 뉴로피드백 치료(알파파/세타파)

- 걱정사고 기록지 작성

- 기타 : 복식호흡, 긴장이완, 심상법, 명상 등

범불안장애 환자를 치료할 때 의사가 꼭 알아두어야 할 점들

① 자기에게 처음 온 환자는 철저한 신체적 진찰을 해야 한다. 불안증상이 뚜렷하다고 해서 신체진찰 없이 쉽게 진찰한다면, 오진의 우려도 있겠으나, 그보다도 신체적 질병을 걱정하고 있는 환자가 그 의사를 믿지 못하게 될 것이다.

② 신체진찰 후에 환자의 증상이 몸의 병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혀 주어야 한다. 환자의 신 체화를 조장하는 태도나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③ 이 질환을 개인적인 약점이 아니라 건강 문제로 인식하도록 환자를 도와주어야 한다. 환자들이 이 러한 부담에서 벗어나면 자신의 병이 치료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고 나아가 치료자와 치료 적 동맹을 형성할 수 있다.

④ 의사는 따뜻하면서도 위엄있는 태도로 환자를 대해야 한다. 의사의 태도가 모호하거나, 불친절하거 나, 위엄이 없으면 환자는 그 의사를 불신할 뿐 아니라 자기가 죽을 병에 결렸는데 의사가 이를 숨 기고 있다는 오해를 하여 불안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