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panic disorder)

[사례1]매사에 잔걱정이 많은 회사원 K씨는 요즘 자신의 신체적 건강에 대한 과도한 걱정으로 업무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3개월 전 그는 상사와 심한 말다툼을 한 뒤 폭음을 하고 잠자리에 든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자신의 심장이 평소와 달리 불규칙적으로 뛰고 있음을 자각하였다. 그가 심장 박동에 주의를 기울이자 심장은 더 강하고 불규칙하게 뛰었으며, 가슴에 통증까지 느껴졌다. 극도로 불안해진 K씨는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갔으나 신체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후로 거의 매일 밤 심장박동이 이상하게 느껴지고, 며칠 전에는 집에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호흡곤란과 함께 심장의 통증을 느끼면서, 이러다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극심한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1) 임상적 특징

공황장애(panic disorder)는 갑자기 엄습하는 강렬한 불안, 즉 공황발작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불안장애를 말한다. 공황발작(panic attack)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밀려드는 극심한 공포, 곧 죽지 않을까 하는 강렬한 불안이다. 공황발작 시에 가슴이 답답하고 통증을 느끼며, 숨이 막히는 듯하며 어지럽고 땀이 나며, 몸이 떨리는 등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며 강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공황장애는 광장공포증과 연관성이 높아서 광장공포증이 있는 공황장애(panic disorder)광장공포증이 없는 공황장애(panic disorder without agoraphobia)로 구분된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은 이인화(depersonali-

zation)와 비현실화(derealization)를 경험하게 되는데, 통제력을 상실하거나, 미치게 되거나, 심지어는 죽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는다.

공황발작은 자주, 일주일에 1회 이상 일어나서 통상 몇 십 분간 지속되는 것이 보통이며, 몇 시간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 단서에 의해 유발된 공황발작이란 상황적 촉발자극과 강하게 연합되어 있을 때 일어나는 것을 말하며 단서화 되지 않은 발작은 이완상태나 수면상태, 혹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일어나는 발작을 말한다.

공황장애의 평생유병률은 1.5~3.5% 정도이다. 공황장애 환자의 1/2~1/3은 광장공포증을 동반하며, 여자가 남자보다 2~3배 정도 많다. 모든 연령층에서 나타날 수 있으나, 청년기에 주로 발병하며 평균 발병 연령은 25세이다. 공황장애는 만성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환자의 약 50%는 경미한 증상을 지니고 살아가며 10~20%는 상당한 증상을 지닌 채 고통스럽게 살아가게 된다. 만성화된 환자의 40~80%는 우울증을 경험하게 되고 자살의 가능성도 높다. 공황장애는 우울증, 공포증, 알코올중독, 성격장애 등과 공병현상을 일으킬 때가 많다.

 

▶공황장애의 진단기준(DSM-Ⅳ)

 

A. 다음의 (1), (2)가 모두 존재한다.

(1) 반복적이고 예기치 못한 공황발작

(2) 최소 한 번 이상의 발작과 더불어 한 달 이내에 다음 중 한 가지 이상이 있다.

(a) 또 다른 발작에 대한 지속적인 염려

(b) 발작이나 그 결과에 함축된 의미(자신에 대한 통제를 잃거나 심장발작 또는 미치지 않을까?) 에 대한 근심

(c) 발작과 관련된 현저한 행동 변화

B. 공황발작은 물질이나 일반적 의학적 상태의 직접적인 생리적 효과에 의한 것이 아니다.

C. 공황발작은 사회공포증, 특수공포증, 강박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이별불안장애 등 다른 정신 질환에 의해 더 만족스럽게 설명되지 않는다.

공황장애의 진단은 공황발작 특유의 증상과 예기불안 등으로 쉽게 진단된다. 하지만 공황발작은 다른 정신질환에서도 흔히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DSM-Ⅳ에서는 공황발작을 분리하여 기술하고 있다.

 

 

공황발작의 진단기준(DSM-Ⅳ)

 

공황발작이 진단되기 위해서는 강렬한 불안과 더불어 다음과 같은 13개의 신체적, 심리적 증상 중 적어도 4개 이상의 증상이 있어야 한다.

1)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뜀

2) 진땀을 흘림

3) 몸이 떨림

4) 숨이 가빠지는 느낌

5) 질식할 것 같음

6) 가슴의 통증이나 답답함

7) 토할 것 같은 느낌

8) 어지러움

9) 비현실감

10) 자기통제를 상실하거나 미칠 것 같은 두려움

11) 죽음에 대한 두려움

12) 감각의 이상이나 마비

13) 몸이 달아오르거나 추위를 느낌

광장공포증이 있는 공황장애

공황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은 광장공포증(agoraphobia)을 발달시키게 된다. ‘Agora’(광장)란 용 어는 고대 그리스어의 ‘시장’을 의미하는 말로, 시장처럼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장소가 공포감을 유발시키는 전형적인 상황이 되는 경우 광장공포증이라는 진단을 적용한다. 이들은 슈퍼마켓, 혹 은 백화점 같은 곳이나 버스, 지하철, 기차에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이 장소들에서는 공 황발작이 일어나도 즉각적으로 피할 수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현재 광장공포증은 공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거의 예외 없이 발전시키게 되는 합병증상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리고 광장공포증 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공황발작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회피행동으로 생각되고 있다.

 

광장공포증이 없는 공황장애

비교적 소수이기는 하지만 일부의 공황장애 환자는 발작을 매우 두려워하면서도 그저 참아 내며 지낸다. 직업적인 요구에 따라 이들은 여행 같은 두려운 상황들도 회피하지 않고 어렵게 견디며 지낸다. 그러나 이들도 다른 다양한 회피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회피행동은 개인의 직업적, 사회적 기능을 크게 방해한다.

감별진단

정신질환 중 인위성 장애, 꾀병, 건강염려증, 이인증, 사회공포증 및 특정공포증,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우울증 및 정신분열병과 감별해야 한다. 공황발작의 예측 가능성 및 선행요인의 유무, 어떤 증상이 더 두드러지는지 등을 검토한다. 가장 어려운 것은 광장공포증이 있는 공황장애와 공포장애의 감별인데, 공포장애의 공황발작은 특수한 대상이나 상황이 있을 때만 일어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감별점이다.

 

(2) 원인

 

생물학적 이론

공황장애는 매우 극심한 불안증상과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수반하는 불안장애이기 때문에 생물학 적 원인이 깊이 관련되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특히 공황장애 환자의 생물학적 결함이나 취약성 에 대한 여러 가지 주장이 제기되었다.

가. 과잉호흡이론(hyperventilation theory) : 공황장애 환자들은 호흡기능과 관련된 자율신경계의 생물학적 결함으로 인해 혈액 속의 CO2 수준을 낮게 유지해야 하며 그 결과 깊은 호흡을 빨리 하 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과잉호흡이 공황발작의 유발에 영향을 미친다.

나. 질식오경보이론(suffocation false alarm theory) : Kline(1993)은 공황장애가 다른 불안장애와 구분되는 독특한 생화학적 기제에 의해 유발된다고 했다. 즉 공황장애 환자는 혈액 속의 CO2 수준 에 과도하게 예민한 생화학적 취약성을 지니고 있으며 락테이트, 요힘빈, 카페인, 이산화탄소의 흡 입, 과잉호흡 등과 같은 생화학적 변화가 공황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 뇌의 청반(locus ceruleus)과 관련 : 청반이라 불리는 소뇌에 있는 신경핵의 과잉활동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본다.

공황장애 환자의 가족 중에 공황장애가 있을 확률이 다른 정신장애에 비해 4~8배나 크며 일란성 쌍둥이의 발병 일치율이 이란성 쌍둥이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공황장애에 대한 유전적 요인의 영향이 시사되고 있다.

라. GABA-benzodiazepin 체계의 관련 논의

 

정신분석 입장

공황발작이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에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그 원인에 대해서 3가지 견해를 제시한다.

- 공황발작은 불안을 야기하는 충동에 대한 방어기제가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다.

- 어린아이가 어머니와 이별할 때 나타내는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

- 공황발작이 무의식적인 상실의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

 

인지적 입장

Clark의 인지이론 : 인지적 입장에서 공황장애를 가장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는 이론이다. Clark 은 공황발작이 신체감각을 위험한 것으로 잘못 해석하는 파국적 오해석(catastrophic misinterpret-

ation)에 의해 유발된다고 보았다. 공황장애 환자들은 평소보다 강하거나 불규칙한 심장박동이나 흉부통증을 심장마비의 전조로, 호흡곤란을 질식에 의한 죽음으로, 현기증과 몸 떨림을 자신이 미 쳐 버리거나 통제불능상태로 빠져 버리는 것으로 파국적인 해석을 하는 경향이 있다.

파국적 해석과정은 반드시 의식적이지는 않다. 반복적으로 공황발작을 경험하는 경우, 이러한 해석 과정은 빠르고 자동화되어 자각되지 않을 수 있다.

공황장애 환자들은 특정한 신체감각과 함께 공황발작을 한 번 경험하고 나면, 매우 예민해져서 자 신의 신체감각을 계속 관찰하게 된다. 이처럼 주의초점이 내부로 향해지면 다른 사람들이 자각하지 못하는 신체감각을 느끼게 되고 이러한 감각을 신체적, 심리적 질병의 증거로 생각한다. 또한 이들 은 공황발작을 막기 위해 다양한 유형의 회피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서 파국적 해석과 관련 된 부정적 신념을 강화하게 된다.

 

(3) 치료

약물 치료

benzodiazepine 같은 항우울제와 진정제는 모두 생물학적인 치료제로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 다. 그러나 약물치료는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해야만 하며, 약물을 중단했을 때는 재발한다. 더욱 이 benzodiazepine은 중독성이 있으며, 기억력의 저하와 운전곤란 등과 같은 인지적 기능과 운동 기능상의 부작용을 초래한다.

 

인지행동 치료

일반적으로 인지행동치료는 공황장애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며, 불안을 조절하는 복식호흡 훈련과 긴장이완훈련, 신체적 감각에 대한 파국적 오해석의 인지적 수정, 광장공포증과 관련된 공포상황 에의 점진적 노출 등과 같은 치료적 요소로 구성된다. 특히 Barlow와 Crasker에 의해 발전된 공 황통제치료(PCT)에서는 환자에게 과잉호흡을 하게 하거나 회전의자를 빨리 돌려 어지러움을 유발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작은 공황발작’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고양된 신체감각에 노출시켜 익숙해지도록 하고 다양한 불안통제기술을 적용시키며 파국적 오해석을 방지하는 훈련을 하게 한다.

뉴로피드백치료

두뇌는 특정 상태를 계속해서 반복 훈련을 하면 신경 세포의 가소성 변화를 통해 반복 훈련의 상태가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와 전전두엽에서 오랜 기간 저장될 수 있는 형태로 변화가 일어나고 이러한 변화된 형태가 계속 지속되게 되고 변화된 형태에 맞게 행동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뇌파 훈련을 통해 정상적인 생리적인 범위의 주파수와 뇌파의 활동성(진폭)을 회복함으로써 뇌의 중요한 각성 시스템이 정상화되고, 각성 시스템이 정상화 되면 대뇌 피질의 안정화가 일어나고 피질이 안정화 되면 뇌가 상황 변화에 정상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게 된다.

일반적 치료지침

① 치료적 관계를 확립하고,

② 환자를 교육하며,

③ 공황 및 다른 증상을 빨리 경감시켜 주고,

④ 치료 성과를 공고히 하고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치료하며,

⑤ 공황을 일으킬 수 있는 정신사회적 취약성과 병발 질환을 평가하고 개선시켜 주며,

⑥ 유지요법의 필요성을 확인하면서 장기적으로 추적 진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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