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미각

맛을 즐기는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한 혀와 뇌의 협동 작업

미각이라고 하면 식도락을 연상하지만, 실은 현실의 미각은 맛을 즐기는 세계만이 아니다. 뇌는 항상 음식의 위험도를 판단하고 있다.

 

1) 사람이 가장 민감한 것은 '쓴맛'

미각에는 단맛ㆍ짠맛ㆍ신맛ㆍ쓴맛 네 종류가 있다. 물론 그것들은 단순히 음식의 맛을 즐기기 위한 감각이 아니다.

네 종류의 맛 중 신맛은 음식의 부패를, 쓴맛은 음식이 해로운가를 감지하는 감각이다. 이른 바 자신을 부패한 물질이나 유해 물질로부터 보호하려는 감각이다. 미각도 사람의 생존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기능인 것이다.

맛을 느낄 수 있는 농도에서 생각하면 그 기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맛을 느낄 수 있는 농도가 높은 것에서부터 나열하면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의 순서다. 다시 말해서 쓴맛은 조금의 농도에서도, 즉 조금만 있어도 민감하게 느낄 수 있고, 다음으로 민감한 것이 신맛인 셈이다.

이 점에서도 신맛이 민감하게 위험을 감지하고 사람의 생존을 지키는 기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8 천 개나 되는 미관구

그렇다면 미각을 느끼는 과정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 우선 미각을 느끼는 감각기를 미관구라 한다. 혀를 내밀어 보면 거기에 입자 모양의 돌기가 보이는데, 미관구는 그 입자 속에 있다.

미관구는 8 천 개나 되는데 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구개 (위턱) 나 인두, 후두 등에도 존재한다.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혀에 압도적으로 많다.

사람은 먼저 미관구 속에 있는 미세포라는 세포에서 맛을 캐치한다.

미세포는 럭비공처럼 생겼는데, 여기서는 맛의 정보가 전기신호로 바뀐다. 전기신호는 미각신경으로 전해지고 연수, 교, 시상을 경유해서 대뇌 피질의 미각중추에 도달한다.

 

3) 뇌 속의 '맛의 데이터 베이스' 에서 대조

미각중추는 단순히 단맛ㆍ짠맛ㆍ신맛ㆍ쓴맛을 판단하는 것만이 아니다. 미각중추는 미각에 대한 과거의 기억이나 경험을 재빨리 끄집어내고, 현재의 미각과 대조해서 어떤 맛인가를 판단한다. 말하자면 미각중추에 들어온 정보는 어디까지나 재료에 지나지 않는다. 그 재료는 컴퓨터 속의 막대한 데이터 베이스에 조회된 후 이윽고 그 독특한 맛이 인식된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 그 신맛이나 쓴맛이 '이상한' 것일 경우 뇌는 위험하다는 적신호를 보낸다.

평상시 무엇인가를 먹을 때에는 전혀 의식하고 있지 않지만, 뇌는 '맛' 에 대해서 이렇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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