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하면 왜 ‘필름’이 끊기고 주사(酒邪)를 할까?.

알코올은 위에서 10%, 소장에서 90% 정도 흡수돼 핏줄을 타고 온 몸을 돈다. 혈중 알코올은 간에서 분해되는데 간에서 감당하지 못하면 알코올은 온 몸의 장기를 융단폭격하게 되며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

뇌에는 이물질의 침입을 막는 방어체계가 있지만 알코올을 비롯한 지용성(脂溶性) 물질은 이를 쉽게 통과한다.

각기 독특한 기능을 하는 뇌의 부위는 연관작용을 하는데 알코올은 신경억제제로 작용, 뇌의 기능을 억제한다. 사람마다 주사의 형태가 다른 것은 각기 뇌 가운데 알코올에 취약한 부위가 다를 수 있기 때문.

일반적으로 알코올은 대뇌피질의 특정 부위에 먼저 영향을 미쳐 혀가 꼬부라지거나 말이 많아지거나 울거나 공격적으로 변하게 만든다.

보통은 대뇌피질에 알코올이 영향을 미치자마자 가장자리계의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입력 시스템에도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것이 바로 ‘필름이 끊기는’ 현상, 즉 블랙아웃(Blackout)이다. 이때 알코올은 뇌 세포를 직접 파괴하지 않고 해마에 있는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 메커니즘을 교란시킨다. 이렇게 되면 뇌에 기억이 아예 입력되지 않게 된다. 아무리 기억을 하려고 해도, 최면요법사가 최면을 걸어도 필름이 끊겼던 지난 밤은 기억해낼 수 없다.

어떤 사람은 뇌에서 가장자리계가 가장 먼저 알코올에 점령당하는데, 이때 뇌의 다른 부위는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옆 사람이 ‘필름 절단 사고’를 눈치채지 못한다. 이 경우 멀쩡한 상태로 귀가해도 다음날 간밤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술을 고주망태로 마시면 알코올이 대뇌피질과 가장자리계뿐만 아니라 운동기능을 조절하는 소뇌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때에는 제대로 걷지 못하거나 넘어지곤 한다. 알코올이 이 과정을 거쳐 숨골을 공격하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숨지기도 한다.

이성주 동아일보 기자

미국 MIT 인지과학연구소 교수이자 저명한 언어학자인 스티븐 핑커는 음악을 '소리로 만든 치즈케이크'라고 말한 바 있다. 음악은 단지 귀를 즐겁게 해주는 말초적인 청각 신호일 뿐이며, 자장가를 들으면 졸리고 행진곡을 들으면 박자가 맞춰지는 것처럼 음악을 즐기는 행위는 단순한 지각 반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음악을 감상하는 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해온 신경생리학자들은 핑커 교수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에 따르면 음악은 지각 영역뿐 아니라 대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자극이며 음악 감상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고차원적인 지적 활동이라는 것이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 이자벨 페레츠 교수와 그녀의 동료들은 측두엽을 절개한 간질 환자 65명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실험을 했다. 측두엽은 청각 신호를 처리하는 영역이다. 측두엽이 없는 사람이 정상적으로 음악감상을 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본 것이다. 실험 결과 왼쪽 측두엽을 절개한 환자들은 음높이를 지각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오른쪽 측두엽을 절개한 환자들은 음높이뿐 아니라 음의 전개 패턴을 이해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한 음의 지속 시간이나 두 음 사이의 음정 차이는 오른쪽 측두엽에서 판단하는 한편, 마디 단위로 끊어서 음 전개를 파악하는 능력은 이마 바로 뒤에 위치한 전두엽이 담당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음악을 듣고 감상하는 과정에 대뇌의 시각 영역까지 관여한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카엔 대학 연구팀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이용해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의 뇌를 들여다보았다. 그 결과 브로드만 영역 18번과 19번으로 명명된 시각 영역의 신경세포들이 활발히 활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영역은 흔히 '마음의 눈'(Mind's eye)이라고 불리는 영역으로서, 우리가 상상을 할 때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그려지는 영역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음악을 듣는 동안 우리의 대뇌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펴고 있었던 것이다.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출처 : HB 두뇌 학습 클리닉 광주 센터
글쓴이 : 뇌박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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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이 바짝 다가왔다. 큰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경우 시험날짜가 다가옴에 따라 평소보다 학습능력이 높아진다. 뇌는 자신의 생존에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고 생각하는 정보는 우선적으로 저장시키기 때문이다.

뇌에서 학습내용을 저장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하는 첫 관문은 바로 대뇌피질 속 가장자리계(변연계)에 있는 ‘해마’라는 신경세포 다발. 해마는 길이 5cm, 지름 1cm로 새끼손가락 크기지만 단기기억 저장소로서 역할뿐 아니라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만들기 위해 대뇌피질로 보내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 해마는 새로운 기억을 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01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메멘토’에선 해마가 손상돼 새로운 기억을 10분 만에 잃어버리는 주인공 레너드가 부인을 살해한 범인을 찾는 장면이 나온다. 짧은 기억력을 극복하기 위해 레너드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문신으로 표시하고 만나는 사람을 모두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찍어 기억을 조각조각 맞춘다. 해마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영화다.

전문가들은 해마뿐만 아니라 해마 주위의 기억과 관련된 뇌를 바로 알고 적절한 자극을 가하면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심해진다는 기억력 장애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기억을 저장하는 뇌의 특징=뇌세포는 20세까지는 발달하지만 이후에는 하루에 5만∼10만여개의 신경세포가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건망증도 심해지는 것은 이 때문.

그러나 전문가들은 죽은 신경은 살릴 수 없으나 운동을 하면 근육이 커지는 것처럼 뇌신경세포도 적절한 자극을 주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뇌 세포끼리의 정보교환 통로인 시냅스의 숫자가 근육처럼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 개의 신경세포에는 1만여개 이상의 시냅스가 뻗어 나와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된다. 뇌를 자꾸 사용하면 시냅스의 숫자가 늘지만 뇌에 적절한 자극이 없으면 시냅스는 줄어든다. 나이가 들면 심장 간 등 장기의 기능이 60% 이하로 떨어지지만 뇌는 70∼80%의 기능을 유지하는 만큼 평소 뇌를 꾸준히 자극하는 것이 좋다.



▽뇌를 적절히 자극하자=뇌에 적절한 자극을 주면 기억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생길 정도의 과도한 자극은 몸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한다. 이 호르몬은 해마에 작용해 신경세포를 파괴하며 기억력을 감소시킨다.

해마는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 및 동기를 유발하는 이마엽(전두엽)과 수시로 교류하는 회로를 형성한다. 따라서 공부나 일을 할 때 동기를 부여하고 즐거운 마음을 가지면 이마엽과 편도체 해마들이 서로 자극돼 기억력을 높이게 된다. 음악이나 미술감상 등으로 감정의 뇌를 발달시키면 해마도 덩달아 활동이 왕성해진다.

해마를 직접 자극하는 좋은 방법은 하루 20∼30분 정도의 책을 읽고 손에 펜을 잡고 글을 쓰며 주위 사람들과 자주 대화를 자주 나누는 것. 또 뇌에 간접적으로 자극을 주는 방법으로는 체중이 실리는 운동이나 걷기운동을 하루 30분 이상 하는 것이 좋다.

뇌는 활동한 지 30∼40분 지나면 조금씩 활동이 느려지므로 1시간 활동 후엔 10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 특히 수험생이 2∼3시간 계속해 공부를 하면 뇌는 공부한 내용 외에 다른 생각을 집어넣기 때문에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뇌를 보호하자=술은 뇌에 있어서도 독약과도 같다. 많은 양의 알코올은 직접 뇌세포를 죽이기 때문이다.

뇌의 영양분은 아침에 특히 부족해진다. 따라서 아침을 반드시 챙겨먹은 습관은 뇌 건강에 좋다. 뇌는 하루에 400Cal의 에너지를 소비하는데 그 에너지원은 혈액에서 운반되는 포도당이다. 평소 포도당은 글리코겐으로 간이나 근육에 저장되는데 저장된 글리코겐을 뇌는 12시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전날 오후 7시에 저녁식사를 했다면 이튿날 오전 7시 이전엔 아침밥을 먹어 뇌에 영양분을 공급해야 된다. 이때 식사는 패스트푸드보다는 포도당이 많은 밥이 좋다. 뇌에 적절한 자극을 주기 위해선 식사시간은 30분 정도로 하고, 음식은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잠은 6시간 이상 충분히 자는 것이 좋다. 수면을 취하는 동안 해마는 낮 동안 경험한 온갖 정보 중 꼭 필요한 정보를 취사선택해 장기기억을 할 수 있는 대뇌피질로 보낸다.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면 반드시 기억해야 될 정보와 필요 없는 정보가 뒤섞여 기억을 하는데 방해가 되며 온종일 ‘멍한 상태’가 지속된다.


(도움말=서울대 의대 약리학과 서유헌 교수, 연세대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오병훈 교수,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



최근 많은 스포츠팬들이 TV 중계를 통해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팀에서 활약하는 박지성 선수의 자로 잰 듯한 패스를 보면서, 또 정교한 컨트롤로 상대 선수에게 삼진 아웃을 잡아내는 박찬호 선수의 활약상을 보면서 열광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우리도 걷기, 말하기, 글쓰기와 같은 매우 정교한 운동을 하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놀라운 현상인지는 모르고 있다. 일상적인 운동도 대단히 복잡한 중추신경계가 수많은 근육의 작용을 매우 세밀하게 조절해 이뤄지고 있다. 사실 인간의 행동은 급변하는 또는 예측하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750여개의 근육들이 다양한 조합으로 세밀하게 활동을 하면서 수행되고 있는 것이다.

근육은 운동 수행 기관

운동을 조절하는 신경계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근육에 대해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근육은 하나 또는 여러 개의 관절을 가로질러 뼈의 한 부분에 부착돼 있다.

우리는 작용근(agonist)이라고 불리는 근육을 이용해 관절을 구부리거나 펼 수 있다. 작용근과 반대 역할을 하는 근육은 대항근이라고 한다. 즉 작용근이 수축할 때 대항근(맞버팀근, antagonist)은 이완된다. 운동을 할 때는 작용근과 대항근 여러 개가 함께 작용한다.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부드러운 조직에 작용하는 근육도 있는데, 눈동자나 혀를 움직이는 근육, 얼굴 표정을 조절하는 근육이 이에 해당한다.

각 근육은 근섬유 수천 개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근섬유는 뇌나 척수에서 알파운동신경세포에 의해 조절되는데, 알파운동신경세포 하나는 근섬유를 평균 수백 개 제어할 수 있다. 알파운동신경세포 한 개와 그 지배를 받는 모든 근섬유가 동시에 하나의 단위가 돼 근육의 작용을 제어하므로 이를 ‘운동단위’라고 한다.

자세를 유지하는데 관여하는 항중력근이나 다리 근육처럼 움직이는 범위가 넓은 근육은 운동단위가 커 하나의 알파운동신경세포가 1000개 이상의 근섬유를 지배한다. 그러나 손가락이나 눈 주변의 근육과 같이 세밀한 운동을 담당하는 근육은 하나의 알파운동신경세포가 수개의 근섬유만 지배하므로, 많은 수의 작은 운동단위를 가져 중추신경계의 정교한 조절을 받는다.

이처럼 운동신경세포는 중추신경계와 근육 사이에서 중요한 연결 작용을 하므로, 이 신경세포가 죽으면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은 척수의 알파운동신경세포들이 점점 파괴되는 병으로, 끝내는 호흡근육이 마비돼 죽는다.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유명한 야구선수였던 루게릭(Lou Gehrig) 선수가 걸렸던 병으로 일명 ‘루게릭병’이라고도 한다.

인간이 하는 가장 단순한 운동은 반사작용이다. 이는 특정 자극에 대해 근육이 항상 고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근육 안에는 근수축을 직접 담당하는 근섬유 이외에 ‘근방추’(muscle spindle)라는 작고 특수한 구조물이 있다. 근방추는 근육의 길이가 늘어나는 것을 감지하는 감각수용기로 근육에 대한 정보를 직접 알파운동신경세포로 전달한다.

가장 간단한 운동은 반사

예를 들어 근육이 갑자기 늘어나면 근방추의 감각신경섬유를 따라서 연속적인 전기신호가 척수로 전달되며, 이는 늘어난 근육을 지배하는 운동신경세포를 직접 활성화시켜 해당 근육이 반대로 수축되도록 유도한다. 이 현상을 ‘신장반사’(stretch reflex)라고 한다.

이와 같은 반사작용은 교통사고 등으로 인해 다쳤을 때 척수나 척수신경의 손상 여부를 알기 위한 진단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의사가 척수반사 활동을 확인하기 위해 무릎을 진단용 망치로 두드리는 것이 좋은 예다.

뇌는 감마운동신경세포라는 별도의 운동신경세포를 통해 근방추의 감수성을 조절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사람들이 수행하는 다양한 운동 형태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것이다. 이외에 근육의 힘을 감지하는 감각기관도 있는데, 이는 척수신경 다발을 통해 전달돼 운동신경에 영향을 준다. 결국 중추신경계는 매우 복잡한 시스템으로 정교하게 운동을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중추신경계는 커피가 가득 찬 찻잔을 들고 있을 때처럼 정확한 위치 조절이 필요한 경우, 공을 던질 때처럼 빠르고 강한 움직임이 필요한 경우 등 운동 형태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불이 켜진 계단을 걸어 내려갈 때와 어둠 속에서 걸어 내려갈 때의 차이점을 비교해 본다면 뇌가 운동을 수행하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지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옆에 앉아 있는 친구가 공부를 하다 피곤을 이기지 못해 의자에 기대어 깜박 잠이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입이 벌어지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그다지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지만 가끔은 침까지 흘리는 친구도 있다). 이는 잠이 들면 뇌가 운동신경세포를 감시하고 조정하는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의식이 있을 때와 달리 입을 다물게 하는 근육이 이완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회피반사는 우리의 구세주

여름철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맨발로 걷다가 무심코 날카로운 물체를 밟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발을 재빨리 들어올렸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는 인체의 손상을 방지하는 ‘회피반사’의 대표적인 예다. 이때 자극을 받은 다리는 즉시 들어올리지만 다른 쪽 다리는 반대로 몸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욱 지탱한다. 이 현상을 ‘교차신장반사’라고 부른다.

이와 같은 반사활동은 척수신경계에서 바로 일으키므로 주의를 집중하지 않더라도 매우 빠르게 나타난다. 이 덕분에 어린아이가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뜨거운 주전자 같은 위험한 물체에 닿았을 때 회피반사로 신체 손상을 방지할 수 있다. 따라서 통증을 느끼는 감각과 회피반사는 인간이 갖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생존전략이다.

척수운동신경계는 걷기운동에도 관여한다. 걸을 때 우리는 두 다리를 굽히고 펴기를 반복한다. 이때 타이밍이 정교하게 조절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같은 걷기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근육 활성의 기본 패턴은 네발 달린 동물에서도 발견된다.

이처럼 기본적인 근육의 활성은 척수 자체에서 처리된다. 척수신경의 이런 메커니즘은 아마도 원시 척수동물의 것이 아직 인간의 척수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구를 통해 걷기나 씹기와 같이 율동적이면서 반복적인 운동을 조화롭게 수행하기 위한 신경회로망이 척수나 뇌간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부위를 ‘중앙패턴발생영역’(central pattern generators)이라고 부른다.

뇌는 운동을 조절하는 사령부

우리가 하는 운동은 결국 척수운동신경계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계획하는 수의적 운동과 같이 복잡한 운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뇌가 척수운동신경계를 조절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정교한 동물연구를 통해서 수의적인 운동을 하는 동안 뇌의 여러 영역이 서로 복잡하게 상호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최근 들어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때 중요한 뇌 영역 가운데 하나가 대뇌피질의 일부분인 운동피질(motor cortex)이다. 운동피질은 원숭이와 사람에서 척수 운동신경세포의 활동을 강력하게 조절하고 있다. 운동피질의 어떤 신경세포는 동시에 많은 근육이 필요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전문적으로 조절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특정 위치로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대뇌피질 외에도 기저핵, 시상, 소뇌, 중뇌, 뇌간(대뇌피질과 척수를 연결하는 중간 부분) 등 뇌의 다른 영역들도 운동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과학자들은 기저핵과 시상이 대뇌 반구의 감각영역과 운동영역에 광범위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예를 들어 기저핵이 조절기능을 상실하면 운동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질환의 한 예가 바로 파킨슨병이다.

파킨슨병은 기저핵과 연결된 중뇌 흑질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죽어서 발생하는데,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이유는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분자생물학과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기저핵에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를 이식하거나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으로 이 질환을 치료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소뇌는 숙련이 필요한 모든 운동을 조절하는데 중요하게 관련돼 있다. 소뇌가 기능을 상실하면 운동할 때 균형감각을 잃어버리거나, 여러 근육이 협동하면서 운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소뇌는 근육이 갖고 있는 고유한 감각수용기, 머리의 위치와 운동을 감지하는 속귀의 감각수용기로부터 직접 감각정보를 받는다. 또한 대뇌 반구도 소뇌로 신호를 직접 보낸다. 소뇌는 이와 같은 모든 정보를 통합해 근육운동을 유연하게 조절함으로써 우리가 숙련된 운동을 다소 자동적으로 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악기 연주를 배울 때 처음에는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고도 서툴지만, 점차 숙련됨에 따라 연주하는 동작이 점점 매끄러워지고 마침내 거의 무의적으로도 해당 운동을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뇌에 새로운 운동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운동 관련 정보가 소뇌에 저장됐다가 필요한 경우 대뇌가 명령을 보내면 다시 불려나와 행동이 이뤄진다는 과학적인 증거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행동의 원천, 운동신경계

운동신경계는 우리의 행동을 직접 실행하는 일을 담당한다. 걷기, 말하기, 글쓰기와 같은 일상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숙련을 요구하는 스포츠나 악기 연주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은 운동신경계를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최근 운동신경계에 발생하는 여러 질환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운동신경계 질환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해 치료법을 개발하는 일은 인간이 질 높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한 당면과제다.

교차신장반사가 일어나는 과정
길을 걷다가 날카로운 유리조각을 밟으면 이 정보가 감각신경을 거쳐 척수로 전달된다. 척수신경계는 찔린 다리를 재빨리 들어올리도록 운동신경에 통해 근육을 조절한다. 다른 쪽 다리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땅을 딛고 지탱하도록 조절한다. 이런 반사작용은 인간이 하는 가장 단순한 운동이자 기본 생존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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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배 교수는 1997년 서울대 치대에서 신경생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미국 시카고대와 노스웨스턴대를 거쳐 현재 서울대 치대 생리학교실에서 신경계와 면역계의 상호작용과 통증의 발생 메커니즘을 밝혀 부작용이 적은 통증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오 교수는 “신경세포 하나에도 소우주가 존재하고, 우주의 신비에 버금가는 현상들이 숨어 있다”며 “많은 학생들이 뇌신경과학에 흥미를 갖고 그 신비를 찾아나가는데 동참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다.
오석배 서울대 치대 생리학교실 교수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웰빙’ 열풍이 한창이다. 그런데 뇌과학 분야에서는 벌써 몇년 전부터 나이가 들어도 뇌의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찾기위한 웰빙 연구가 시작됐다. 조금 전에 들은 내용도 까맣게 잊어버리거나 치매 할머니가 있는가 하면, 몇달 전에 일어났던 일까지도 속속들이 기억하는 할머니도 있다.

최근 뇌과학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뇌의 노화하는 속도는 개인 차이가 커서 나이가 든다고 반드시 기억력과 같은 뇌의 여러 기능들이 모두 떨어지지는 않는다. 천재의 대명사 아인슈타인은 노인이 돼서도 수준 높은 연구 활동을 계속한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상당수의 노인들이 젊은이 못지않은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그렇다면 장수하면서도 기억력이나 인지 능력을 유지하는 노인과 그렇지 않은 노인의 뇌는 어떤 차이를 보일까. 현재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뇌의 노화 연구를 통해 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자.


나이 들면 뇌 작아져

젊고 건강한 성인의 뇌는 최고 크기에 달했을 때 대략 1천3백50cc 부피에 1천억개의 신경세포를 갖고 있다. 그 후 나이가 들면서 뇌의 부피는 서서히 감소하다가 55세를 기점으로 좀더 가파르게 감소하기 시작한다.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20세 성인의 뇌에 비해 부피가 10% 정도 줄어든다.

이렇게 뇌의 전체 부피가 감소하는데는 크게 3가지 원인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신경세포가 제 수명을 다해 소실되거나, 신경세포 자체의 크기가 작아지거나, 신경세포끼리 정보를 공유하던 무수히 많은 연결고리인 시냅스의 수가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뇌의 부피가 감소하는 현상 이외에도 노화가 진행되면서 뇌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혈액의 양이 감소한다. 최근 연구결과 뇌의 혈류량이 감소하면 뇌신경세포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뇌가 더 빠른 속도로 노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노화 현상은 뇌의 모든 영역에서 골고루 일어나지는 않는다. 노화에 따른 변화가 특히 심하게 나타나는 영역이 있다. 그 중 노화가 가장 먼저, 또 가장 많이 일어나는 부위는 대뇌의 전전두엽, 해마, 해마 근처의 내측 측두엽이다.

전전두엽은 뇌의 껍질인 대뇌의 가장 앞부분이다. 이 부위는 미국 래드포드대 신경과학자인 칼 프리브럼 박사가 ‘문명의 뇌 영역’이라고 칭할 만큼 다른 동물에 비해 인간의 뇌에서 가장 발달돼 있다. 또한 대부분의 뇌 영역은 아동기에 발달이 완료되는 반면, 전전두엽은 사춘기를 지나서야 발달이 완전히 끝난다. 또 뇌의 다른 부위와 가장 많이 연결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행동을 할때 지식을 조직화하거나 정보를 종합해서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 같은 가장 고도의 인지 기능을 가능하게 해주는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해마와 그 주변의 내측 측두엽 영역은 대뇌피질이 옆으로 말려들어간 것 같은 모양인데, 이 부분 또한 노화에 매우 취약하다. 이곳은 기억정보를 장기적으로 저장하는데 필수적인 영역이며,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렸을 때 가장 먼저 신경세포가 소실되거나 시냅스가 줄어드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는 부위이기도 하다.


노인의 기억력 감퇴

뇌의 노화 연구에서 발견된 결과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젊은 사람들에 비해서 노인들의 인지 능력이 개인 간 수준 차이가 더 많이 난다는 점이다. 일생 동안 계속 인지 능력을 비교 분석하는 종단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이 있는 반면, 일생 동안 거의 변하지 않는 노인도 상당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노화 정도의 개인적 차이와 더불어, 인지 기능의 종류에 따라 변화 양상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뇌 노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새로운 지식을 활용하거나 새로운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뇌가 노화하면서 함께 약화된다. 그러나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향상되는 것을 종단 노화 연구에서 일관되게 관찰할 수 있다. 할머니가 컴퓨터 게임을 배우는데는 몇날 며칠이 걸리지만 김치는 여전히 집안에서 제일 잘 담그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뇌에서 이런 인지 기능에 관여하는 영역은 어느 부위일까. 새로 습득한 정보를 단기간 동안 보관하고 처리하는 곳이 전전두엽인 반면, 이 정보를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도록 처리하는 부위는 해마를 비롯한 내측 측두엽 구조들이다. 둘 모두 노화에 가장 취약한 영역이다. 따라서 이들 부위가 관여하는 기억력과 같은 인지 기능이 나이가 들면서 가장 심하게 감퇴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화되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노인이 됐을 때 기억력에 개인차가 커진다.

노년기의 기억력 감퇴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흥미롭게도 사건의 맥락에 대해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어떤 사실을 친구가 얘기해 알게 됐는지, 뉴스를 듣고 알게 됐는지, 아니면 자신의 상상 속에서 내려진 결론인지를 구분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때 이미 알고 있는 장기 기억의 내용은 주로 해마에 저장된다. 그리고 그것을 언제 어떻게 알게 됐는지와 같은 부가적인 정보인 맥락 기억은 주로 전전두엽에서 처리한다. 기억의 내용과 그것을 알게 된 경로를 연결한 것을 원천 기억이라고 한다. 해마와 전전두엽이 서로 원활히 정보를 교환해야 제대로 된 원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두 영역에 노화로 인한 변화가 일어나면 이런 상호작용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노인들이 어떤 사실을 어떤 경로로 알게 됐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신경세포도 치유력 있어

다른 신체 기관과 마찬가지로 노인의 뇌는 젊은이의 뇌보다 질병에 더 취약하다. 정상적인 노화가 진행돼 소실되는 신경세포의 수는 그리 많지는 않다. 반면 노인이 퇴행성 뇌질환인 뇌졸중,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에 걸리면 뇌신경세포는 심하게 소실된다. 다른 세포들과 달리 신경세포는 소실 후 다시 새로운 세포가 거의 생성되지 않는다. 때문에 뇌질환이 진행됨에 따라 뇌신경세포가 많이 파괴되면 그에 따라 뇌의 기능도 점점 더 감퇴할 수밖에 없다.

손상된 신경세포는 자생적으로 치유되기도 한다. 나뭇가지가 폭풍우를 견디지 못해 부러져도 뿌리가 온전히 남아있으면 다시 새 가지가 돋아난다. 마찬가지로 신경세포도 세포핵을 갖고 있는 몸체(세포체)가 손상되지 않은 경우 몸체로부터 새로운 가지들이 뻗어 나와 다른 신경세포와의 연결을 빠른 시일 내에 회복할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뇌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신경세포가 몸체까지 파괴된 경우라면 회복은 매우 더디게 진행된다. 이때도 파괴된 신경세포의 기능을 대신하기 위해 주변 신경세포들이 다른 신경세포들과 더 많이 연결돼 손상된 뇌 기능을 어느 정도까지는 회복시킨다. 그러나 이 경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뇌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퇴행성 뇌질환에 걸린 노인의 뇌신경세포는 이런 자생적 치유 과정을 압도할 정도로 빠르고 심하게 파괴된다. 따라서 점진적으로 뇌 기능들도 감퇴해 급기야 치매 진단을 받게 되는것이다. 치매 증상을 보이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이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씨병이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인지 기능 감퇴가 매우 심하며, 전체 치매 인구의 반 정도가 이로 인해 발생한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신경세포 안에 섬유뭉치가 생기거나, 신경세포 바깥에 수명을 다한 신경세포의 일부분이 제거되지 못해 찌꺼기처럼 쌓인 신경반이 생성된다. 초기에는 해마와 그 주변 부위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다가 병이 점차 진행되면 대뇌의 대부분에 걸쳐 발생한다. 그리고 이는 뇌신경세포 파괴로 이어진다.

사실 이런 뇌의 변화는 알츠하이머병이라고 진단을 받기 몇년 전부터 이미 시작된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은 발병 전 몇년 동안 증상이 발현되지 않는 것은 물론, 발병이 상당 기간 지연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질병 초기에 매우 미약하게 기억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럴 때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기억 감퇴인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기억 장애인지 정밀한 검사를 받기 전에는 구분하기 힘들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교육을 많이 받고 지적 활동을 활발히 하는 노인들에게서 치매 증상이 지연된다. 즉 이런 노인들은 같은 양의 신경세포 섬유뭉치와 신경반이 있어도 다른 노인들과 달리 치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취미활동도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독서, 서양 장기, 악기 연주, 사교 춤 등은 치매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학자들은 뇌를 활용하는 활동이 뇌의 기능적 용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뇌질환으로 인한 신경세포 손실을 보상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근육을 사용할수록 발달하듯이 뇌세포도 많이 사용하면 기능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처럼 뇌 기능은 노화에 따라 감퇴하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개인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앞으로도 노년기 뇌의 ‘웰빙’을 위해 노화를 방지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노화를 예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I 뇌기능 연구 프론티어 사업단 제공 I
최진영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뇌가 없어지면 마음도 사라진다



근래 영장류 동물학자들은 침팬지도 인간처럼 다른 침팬지의 행동을 읽는 기초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네덜란드의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은 성적인 술책을 보여주는 침팬지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젊고 서열이 낮은 댄디라는 이름의 수컷 침팬지가 집단의 암컷 중 한 마리를 유혹하려고 했다. 일반적인 침팬지가 그렇듯이 댄디도 자신의 성적 매력을 표현하기 위해 암컷이 볼 수 있는 위치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아 발기한 성기를 보여주었다(인간 사회에서 이런 행동을 했다가는 곧바로 법적인 처벌을 받을 것이다).

댄디가 암컷을 유혹하는 동안 집단 내에서 서열이 높은 수컷인 루잇이 우연히 댄디의 구애 현장에 나타났다. 댄디는 곧바로 손을 이용해서 루잇에게는 보이지 않고 암컷 침팬지에게만 보이도록 자신의 성기를 교묘하게 감추었다.

댄디의 행위는 인간으로 치면 우리 둘 사이의 비밀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과 같다. 드 발은 침팬지가 다른 침팬지의 정신 상태를 추측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즉 댄디는 암컷 침팬지가 자신의 사랑을 알아주기를 바라지만 루잇에게는 그 사실을 숨기려 한 것이다. 서열 1위의 수컷 몰래 구애 행위를 하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마음의 능력이 어느 수준의 지능에 도달했을 때 필연적으로 생겨날지도 모른다는 학자도 있다. 적어도 마음을 읽는 능력이 그저 지능의 부산물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컴퓨터가 결코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컴퓨터가 갖고 있는 수많은 데이터를 불러온다고 해서 마음으로 변하거나 마음처럼 행동하기는 어렵다는 것으로도 설명된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 상인』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사랑이 자라는 곳은 어디인가요. 심장속인가요, 머릿속인가요.”

이는 17세기까지 사람의 마음이 심장에서 솟아난다는 주장과 뇌에 위치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왔음을 보여주는 증거로도 인용된다.

전통적으로 인간의 정신은 육체와는 구분되는 특수한 속성과 존재양식을 갖는다는 이원론(Dualism)과 인간의 정신이나 영혼이 독립적인 실체가 아니라 뇌라는 물질적 과정의 한 양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일원론(Monism)으로 설명된다.

이것은 마음을 어떤 종류의 ‘실체’로 생각하느냐 아니냐로 설명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존재한다는 것과 ‘특정한 장소에 있다’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다. 학자들이 마음이란 육체에 존재하며 신체 중 팔다리가 아닌 뇌의 작용임에 틀림없지만 그 위치를 알 수 없으므로 ‘어디에 있다’고 확정한다는 것도 무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팔다리가 없는 경우라도 마음은 살아있는데 뇌를 없애면 마음도 없어진다는 데는 동의한다. 즉 정신이나 성격이 뇌로부터 나온다는 점은 인정한다는 점이다. 사망의 기준도 ‘뇌사’의 개념으로 정의되고 있는 이유이다.

여하튼 이러한 모순점을 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추론하고 있다. 외부세계에서 뇌로 정보가 들어가고 신경세포가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하며 이에 입각하여 어떤 행동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하여 뇌의 여러 장소가 관계하여 기억이나 지각·판단·행동 등 정신현상을 형성하고, 이러한 것을 모두 조합시킨 게 바로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뇌가 없으면 마음이 없어지게 되지만 뇌=마음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뇌가 작용함으로서 비로소 마음이 만들어진다는 결론이다. 뇌의 작용(기능)은 신경 세포가 돌기를 뻗고 거기에 이어진 신경 회로에 활동 전위(펄스)가 전해짐으로써 이루어진다. 신경세포는 시냅스라는 이음매를 통해 신경 전달 물질을 교환하여 전기적 신호를 화학적 신호로 바꿔서 전달하고 있다. 그러한 것이 많이 모여 마음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또한 만일 뇌의 신경 회로가 모두 해석된다고 보면 마음을 모두 알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지과학의 태동



마음에 대한 연구는 전자공학의 발달로 신경과학의 발전을 토대로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의 구조, 해부학적 연결, 전기화학적 작동 등이 규명되면서 본격적으로 과학의 한 주제로 등장하여 심리학을 중심으로 한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를 탄생시켰다.

인지과학은 인간의 마음을 구성하는 기능적 요소들의 서술과 분류, 마음의 현상의 진행 과정으로 인간의 마음을 정보처리 과정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허균 박사는 설명했다. 이것은 비인지적인 요소로 생각되는 기쁘고 슬픈 감정이나 정서까지도 그것들이 독립적인 경험이 아니라 전반적인 정보처리 결과에 대한 가치 판단이라는 기능적 역할로 설명하여 논리적으로 불가해한 현상이 아니라는 설명도 있다.

이런 설명은 학자들을 고무시켰다. 즉 인간의 뇌를 일종의 컴퓨터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견해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자유(freedom), 의지(will), 각성(awareness)은 어느 회로 속에 있는가. 배가 고프면 음식을 먹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자신이 원하면 아무리 음식을 먹으라고 해도 먹지 않고 단식할 수 있다. 이런 의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하는 점이다.

특히 마음의 활동이란 뇌의 활동을 수반하면서 일어나는 여러 의식 수준의 조합이다. 의사(意思)의 힘이나 컴퓨터와 비슷한 기능을 갖는 매우 고차원적 정신활동이 있는가 하면, 즐겁고 불쾌한 것처럼 본능의 수준에서 좌우되는 것도 있다.

사람의 뇌에서는 대뇌 피질을 중심으로 지식 정보 처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뇌 표면을 덮은 두께 2.5밀리미터의 층(회백질)은 약 140억 개의 신경세포와 그것을 지탱하는 약 400억 개의 글리아 세포(Glia cell)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대뇌 피질이라고 한다.

뇌의 작용(기능)은 신경 세포가 돌기를 뻗고 거기에 이어진 신경 회로에 활동 전위(펄스)가 전해짐으로써 이루어진다. 신경세포는 시냅스라는 이음매를 통해 신경 전달 물질을 교환하여 전기적 신호를 화학적 신호로 바꿔서 전달하고 있다. 그러한 것이 많이 모여 마음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또한 만일 뇌의 신경 회로가 모두 해석된다고 보면 마음을 모두 알 수 있다고 할 수 있다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대뇌피질의 기능 등 인간의 뇌를 잘 알게 된다고 해서 마음의 이전(移轉)이 간단해지는 것은 아니다. 뇌와 마음의 문제에서 비록 뇌 구조의 모든 것이 물질적으로 해명되어도 마음은 결코 유물론적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자들 간에 의견일치를 보이지 않는 것은 기억과 마음이 같은 것이냐 아니냐지만 기억과 마음을 이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결국 공간이동을 의미하는 인간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태어나서 예전 자신의 기억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껍데기 뿐의 공간이동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1963년에 신경섬유를 통한 신경충격의 전달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존 에클스 박사와 1981년에 대뇌 반구(半球)의 기능을 연구하여 노벨상을 수상한 로저 W. 스페리 박사도 다음과 같이 다소 어정쩡하게 설명한다.

‘뇌와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물질적인 실체로서의 정신을 인정하는 이원론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그들은 물질적이면서도 물질로 환원될 수 없는 어떤 과정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뇌피질의 기능 등 인간의 뇌를 잘 알게 된다고 해서 마음을 이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뇌 구조의 모든 것이 물질적으로 해명되어도 마음은 결코 유물론적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자들에게는 섭섭한 이야기이지만 현재의 과학수준으로는 공간이동이 불가능할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SF애용자들이 실망할 것은 없다. 감독들은 이런 제한에 구애하지 않고 공간이동을 주제로 한 영화를 계속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시나리오 작가 진 로든베리가 창안한 공간이동에 의해 수많은 SF영화를 비롯한 창작물들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므로 진 로든베리가 과학계에 미친 영향을 고려하여 그가 1991년에 사망하자 NASA(미항공우주국)에서는 그의 유해를 지구 밖으로 가져가 우주로 발사했다.
이종호 페르피냥대 공학박사
머리가 클수록 똑똑할까. 웬 새삼스런 질문이냐고 하겠지만 막상 답변을 하려면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인간의 고등인지 기능을 수행하는 뇌가 클수록 머리가 좋지 않을까. 최소한 인류의 진화과정을 보면 사실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의 평균 뇌 용량은 1350cc. 400만년 전 살던 인류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420~550cc, ‘손재주가 있던’ 호모 하빌리스가 590~800cc, ‘완전히 직립해 걸어다니던’ 호모 에렉투스가 850~1100cc 정도인 것을 비교해보면 분명 우리의 뇌는 원시인에 비해 커졌다.

하지만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뇌가 일반 남성에 비해 오히려 작았다고 알려진 것을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또 프랑스의 문학비평가 아나톨 프랑스와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은 둘 다 천재적인 문학가였지만 뇌의 부피는 각각 1000cc와 2230cc로 큰 차이를 보였다.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이런 알쏭달쏭한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3일자에는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에서 발견된 ‘난쟁이 인간’ 화석의 두뇌 연구내용이 발표돼 화제를 모았다. 발견된 지명을 따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라 이름붙여진 이 화석의 주인공은 키가 1m에 불과하고 2만5000여 년 전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살던 시기에 생존했다고 밝혀져 그동안 몰랐던 인류의 ‘키 작은 조상’이 아니었는지 논란이 구구했다.

가장 호기심을 끈 사실은 두개골을 통해 짐작한 뇌의 용량이 침팬지 수준인 400cc 정도인데 비해 주변에 호모 사피엔스나 만들었음직한 정교한 화살촉과 돌칼이 함께 발견된 것. 호모 사피엔스 뇌 용량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머리로 어떻게 ‘대등한’ 무기를 만들 수 있었을까. 한 마디로 ‘뇌가 클수록 똑똑하다’는 인류학자들의 전통적인 관념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연구팀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뇌의 표면을 구현하고 이를 침팬지,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 등과 비교하고는 ‘양보다 질’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화석의 주인공은 대뇌 전반을 둘러싸고 있는 피질의 모습에서 호모 사피엔스와 비슷한 특성을 보인 것. 먼저 언어를 이해하는 영역인 대뇌피질 옆부분(측두엽)이 뇌의 다른 부위에 비해 확장돼 있었다. 또 학습 판단 등 고등인지 능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앞부분(전두엽)이 많이 접혀있었다. 똑같은 공간이라도 접혀 있는 쪽에 훨씬 많은 신경세포가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 연구팀은 “같은 부피라도 침팬지보다 훨씬 지능이 발달한 뇌 구조”라고 주장했다.

채정호 가톨릭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생명체의 지능을 비교할 때 뇌의 전체 크기가 아니라 대뇌피질의 크기가 중요하다”며 “생쥐의 대뇌피질 크기를 우표 1장으로 비유하면 원숭이는 엽서 1장, 오랑우탄은 A4 용지 1장, 사람은 A4 용지 4장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사실 뇌의 크기만으로 지능을 판단한다면 ‘만물의 영장’ 자리는 인간보다 5, 6배나 뇌가 큰 고래에게 넘겨줘야 한다. 임종덕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BK21연구교수는 “동물간의 지능을 상대적으로 비교할 때 체중 대비 뇌의 무게가 차지하는 비율을 하나의 근거로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이 값이 ‘대뇌비율 지수(EQ, Encephalization Quotient)’다. 사람의 EQ는 고래(1.76)나 침팬지(2.49)에 비해 훨씬 높은 7.44로 굳건히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의 ‘난쟁이 인간’이 뇌는 작았지만 똑똑했던 이유가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키가 우리의 3분의 2 수준이므로 EQ는 그리 낮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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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기 기자



이 사람은 선천적으로 한 쪽 뇌가 손상했지만 나머지 한 쪽으로 양손과 다리를 모두 움직인다. 오른손을 움직이든(왼쪽), 왼손을 움직이든(오른쪽) 두경우 모두 한 쪽 뇌가 활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뇌는 분업화된 기계이다. 어떤 부위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고, 어떤 영역은 언어를 맡는다. 또 어떤 곳은 손가락 운동을 담당한다. 따라서 뇌의 특정 부위가 망가지면 그 부위가 관장하던 기능도 마비된다.

하지만 뇌의 일부가 손상돼도 다른 부위가 그 기능을 대신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뇌 손상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새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심지어 어떤 환자는 좌뇌가 손상되자 우뇌가 그 기능을 대신했다.

전북의대 김연희 교수는 “뇌는 신경세포가 죽으면 재생이 안되기 때문에 손상된 기능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보아왔다”며 “하지만 통념과 달리, 뇌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조직하는 변화무쌍한 존재란 사실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성질을 뇌의 ‘가소성’이라고 한다”며 “뇌의 재조직은 나이가 어릴수록, 남자보다는 여자, 재활치료 시기가 빠를수록 성공적이다”고 밝혔다. 따라서 뇌졸중이나 사고로 반신불수나 실어증에 걸릴 경우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자꾸 움직이고 말을 하게 해야 기능이 회복된다.

김 교수는 뇌졸중 등으로 왼쪽 대뇌의 언어영역에 손상을 입어 실어증에 빠진 7명의 환자에게 몇 달 동안 언어 훈련을 시켜 말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기능적 자기공명촬영(fMRI)으로 이들의 뇌를 관찰했다. 이 첨단기술은 뇌의 활동 부위를 영화처럼 동영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촬영 결과 놀랍게도 왼쪽 대뇌의 언어 기능이 오른쪽 대뇌로 이동한 사실이 밝혀졌다. 7명 모두 말할 때 오른쪽 대뇌가 활성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성의 뇌’인 좌뇌는 언어와 논리를 맡는다. 그런데 이들 7명은 ‘감성의 뇌’인 우뇌로 말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뇌학회지’에 발표됐다.

영남의대 장성호 교수는 최근 한쪽 뇌로 양쪽 팔다리를 모두 움직이는 놀라운 사람을 발견했다. 이 사람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우뇌가 선천적으로 크게 손상된 채 태어났다. 이럴 경우 왼쪽 팔다리가 마비돼야 한다. 그런데도 이 사람은 가벼운 편마비 증상 외에는 큰 불편없이 20여년을 살아왔다.

이상하게 생각한 장 교수가 fMRI로 관찰한 결과 이 사람은 좌뇌에 왼쪽 팔다리로 가는 새로운 운동신경경로가 추가로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 좌뇌가 양쪽 팔다리를 모두 컨트롤하게 된 것이다. 이는 모노앰프로 스테레오 사운드를 내는 것과 같다.

대뇌의 운동피질이 손상되자 감각피질이 운동기능을 갖게 된 교통사고 환자도 있었다. 이 사람은 사고 뒤 팔다리가 마비됐지만, 5∼6개월의 재활치료 뒤 글씨를 쓸 만큼 회복됐다.

시각장애자의 대뇌 시각피질이 필요없게 되면서 시각피질이 청각 기능을 갖게 된 사례도 외국에서는 보고된 바 있다. 시각장애자가 소리에 민감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뇌학회 회장인 서울의대 서유헌 교수는 “신경세포는 다른 세포와 달리 죽으면 재생이 안되지만, 자극을 주면 다른 부위에서 신경세포들 사이에 새로운 시냅스 회로가 생기고 회로가 점차 두꺼워져 잃어버린 기능을 어느 정도 되찾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동호 기자

과학기술부는 올해를 ‘생물학의 해’로 지정하고, 미래의 건강한 삶과 환경을 이끌 생물학 관련 첨단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바이오-비전 2016’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생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생활 주변의 흥미로운 생물학 이야기를 소개하는 ‘생생 생물학’ 코너를 ‘생물학의 해 조직위원회’와 공동으로 월 2회 연재한다.


밤하늘의 별만큼 많은 신경세포로 이뤄진 인간의 뇌. 최근 영상촬영 기법의 발달로 뇌 속을 손금 보듯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살아 있는 뇌에서 신경세포의 수를 셀 수는 없다. 그래서 대뇌 피질의 두께를 측정하는 방법을 쓴다. 피질의 두께가 신경세포의 수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정신건강연구소와 캐나다 몬트리올 신경학연구소를 비롯한 세계의 여러 뇌 연구소에서는 청소년의 뇌 발달에 대해 집중 연구하고 있다. 뇌의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신경망의 발달은 유아기에 거의 끝난다고 알려져 왔지만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 뇌의 발달은 사춘기에도 왕성하게 일어나며 신경망은 끊임없이 변한다.

대뇌 피질의 두께는 청소년 시기에 급격히 늘어났다 줄어든다. 특히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회백질의 두께는 뇌의 앞부분인 이마엽(전두엽)에서 가장 먼저 왕성하게 증가하며 이런 변화는 마루엽(두정엽), 관자엽(측두엽), 뒤통수엽(후두엽)에서 차례로 일어난다.

미국 정신건강연구소에서는 청소년 300명의 지능지수(IQ)를 검사해 영재, 높은 지능, 보통 지능의 세 그룹으로 나눈 다음 대뇌 피질의 두께 변화와 지능의 관계를 비교했다. 그 결과 대뇌 피질의 크기는 지능과 상관관계가 없지만, 피질의 두께는 지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보통 지능을 가진 청소년의 대뇌 피질 두께는 비교적 완만하게 변한다. 반면, 영재는 사춘기 초기엔 대뇌 피질 두께가 매우 얇지만 빠른 속도로 최고 수준에 이른 다음 급격히 감소하는 역동적인 변화 경향을 보였다.

대뇌 피질의 두께 변화는 뇌신경망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신경세포의 가지치기와 신경세포 간의 연접(시냅스) 형성을 수반한다. 결국 두께 변화가 역동적이라는 것은 신경망이 활발히 활동함을 의미한다.

청소년에게서 뇌의 역동적인 변화는 지능과 창의력 발달과 밀접하다. 또 청소년의 뇌는 감정과 충동을 제어하는 브레이크 같은 역할을 하는 영역들이 아직 매끄럽게 발달되지 않아 새로운 정보에 매우 민감하고 외부환경에 상처받기 쉽다.

청소년의 뇌는 어른과 다르다. 자제력을 갖춘 인지 메커니즘이 발달할 때까지 청소년의 뇌는 따뜻하게 감싸 주는 어머니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이 필요하다.
김경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뇌프런티어사업단장
‘그녀에게 전해 주오. 사랑하고 있다고….’

몇 년 전 유행했던 소방차의 노래는 힘차면서도 달콤하다.

그러나 페르도 알모도바르 감독의 아름다운 영화 ‘그녀에게’에서 헌신적인 남성은 여자에게 다정한 말을 매일 같이 들려주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교통사고로 대뇌가 모두 손상되어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여인이 그 말을 이해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뇌의 맨 밑바닥 작은 부위인 뇌간은 숨 쉬고 심장을 뛰게 하는 기본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뇌간을 제외한 나머지 뇌 부분을 대뇌라고 하는데 대뇌는 말하기, 듣기, 사고, 판단 등 모든 인간의 고등행위를 통제한다. 교통사고, 일산화탄소 중독, 뇌중풍 같은 질병으로 뇌간을 제외한 대뇌의 기능이 모두 사라진 상태를 우리는 식물인간이라고 부른다.

이 경우에도 뇌간은 살아 있으므로 숨쉬고 맥박이 뛰는 것은 정상이다. 이들은 눈을 깜빡이고, 잠을 자고 깨기도 한다.

자극을 주면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며 기본적인 신체의 움직임도 가능하다. 하지만 결코 남을 알아보거나 대화를 할 수 없기에 가족들을 슬프게 한다. 특별한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 이상 이러한 식물인간 상태는 영원히 계속된다.

식물인간과 반대되는 경우가 ‘잠금증후군’이다. 뇌중풍 같은 병으로 뇌간이 심각하게 손상되면 숨쉬는 데 문제가 생겨 숨지기 쉬우며 살아난다 해도 사지에 심한 마비가 생겨 꼼짝 못하고 누워 지내게 된다. 이 경우 얼굴과 목구멍 근육도 마비되므로 말도 못하고, 삼키지도 못한다.

그러나 식물인간 상태와는 달리 이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전해 줄 수 있다. 시체처럼 누워 지내야 하고, 음식도 튜브를 통해 공급해야 하지만, 대뇌는 분명 또렷이 살아 있기에 그들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잠금증후군 환자 역시 보호자의 지속적인, 세심한 간호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의술이 발전하면서 심각하게 뇌가 손상된 환자의 생명을 살릴 기회는 많아졌지만, 역설적으로 식물인간이나 잠금증후군 환자는 늘어나고 있다. 이런 환자를 바라보면 이들 불행한 환자와 가족에게 현대의학이 해 준 것이 무엇인지 회의가 든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에는 잠금증후군 환자 장 마르탱의 눈 움직임을 컴퓨터와 연결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외부와 교신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아직은 소설 속의 상상이지만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김종성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말이 있다. 과학자들은 최근 이 말을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기술개발에 적용하고 있다.

촉감이나 소리로 볼 수 있게 하는 방법과 망막이나 대뇌시각피질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이 방법은 지팡이나 맹도견에 의지하던 시각장애인들에게 흐릿하나마 사물의 형태와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촉감과 소리로 본다〓 최근 캐나다의 한 방송에는 태어날 때부터 시각을 잃은 39세의 여성이 출연했다. 이 여성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촛불의 모양과 움직임을 알게 됐다. 그녀의 눈을 대신한 것은 바로 혀.

미국 위스콘신대학 바흐-이-리타 교수 연구팀은 카메라를 통해 들어온 영상신호를 전기신호로 변환시켰다. 이 전기신호를 전극으로 혀에 전달한 것이다. 그 결과 대뇌는 흐릿하나마 사물의 형태와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었다.

어릴 때 시력을 잃은 사람의 대뇌시각피질은 점자를 읽거나 촉감을 느낄 때 활성화된다. 과학자들은 영상신호를 시각장애인들이 민감한 감각신호로 바꿔 대뇌시각피질을 자극하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한림대 신형철 교수팀이 같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신교수는 전기신호를 실험자의 등과 옆구리에 전달했다. 이때 영상신호는 TV화면처럼 작은 픽셀 단위로 나눴으며 명암에 따라 전기자극의 세기를 달리했다. 실험 결과 각 픽셀의 전기신호를 통합해 하나의 영상을 인식할 수 있었다.

소리도 눈을 대신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김병국 교수(전자전산학과)팀은 카메라 대신 초음파를 이용한 시각대체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박쥐는 장애물에 부딪혀 돌아오는 초음파를 인식한다. 김 교수는 안경이나 지팡이에 초음파 센서를 붙여 사물의 위치를 파악한 다음 이 정보를 소리로 전달하는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네덜란드 필립스연구소의 피터 메이저 박사팀은 영상신호를 소리로 바꾸는 카메라와 스피커 일체형 헬멧을 개발했다. 사물의 형태와 명암은 소리의 진동수와 진폭을 조합해 전달한다.

▽컴퓨터 칩으로 본다〓 망막이 손상된 시각장애인에게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방법도 있다. 빛을 받아들이는 세포만 손상된 경우에는 태양전지와 전극만으로 구성된 칩을 이식한다. 카메라가 보내는 빛은 태양전지에서 전기로 바뀐다. 이 전기로 전극을 움직여 신경세포를 자극하는 것. 미국 옵토바이오닉사는 7월말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승인 아래 지름 2㎜의 칩을 환자에게 이식한 바 있다.

서울대 공대 김성준 교수(전기공학부)와 의대 정흠 교수(안과학교실) 공동 연구팀은 망막 위에 삽입하는 칩을 개발해 토끼를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다. 현재 망막세포가 전극 표면에서 문제없이 증식하는 것을 확인해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연구팀은 2010년대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영완 기자

인간이 뇌가 커서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다는 학설이 90년만에 반박주장을 받았다.

독일의 해부학자인 코르비니안 브로드만은 1912년 `인간은 영장류(靈長類)로서 예외적으로 넓은 대뇌피질 앞면부, 즉 이마를 갖고 있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유력한 학설을 발표했지만, 이 점에서 인간은 유인원(類人猿)과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17일 발표됐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의 인류학자인 카테리나 세멘더페리 박사는 이날 의학전문지 `네이쳐 뉴로사이언스' 온라인에 오른 논문에서 "인간과 다른 영장류의 대뇌피질 앞면부의 비례적인 크기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세멘더페리 박사는 자기공명 장치를 이용해 고릴라, 피그미 침팬지, 오랑우탄, 침팬지, 그리고 인간의 대뇌피질 크기를 조사한 결과, 인간은 사람에 따라 238.8㎤~329.8㎤에 달했지만 나머지 4개 유인원은 50.4㎤(침팬지)~116.3㎤(오랑우탄)에 그치는 등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대뇌피질 앞면부의 경우, 사람은 전체 대뇌피질 가운데 36.4~39.3%를 차지한데 비해 오랑우탄이 36.6~38.7%, 침팬지가 32.4~37.5%, 고릴라가 35~36.9%에 이르는 등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원숭이는 29.4~32.3%에 그쳤다.

세멘더페리는 브로드만이 유인원 전체를 대표할 수 없는 1~2종의 극소수 영장류를 대상으로 실험했으며, 사망하면 두뇌가 축소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사후에 표본을 채취했기 때문에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세멘더페리는 두뇌피질 앞면부의 비례적인 크기가 인간의 우월성면에는 큰 의미를 지니지 않을 수 있지만, 인간의 진보에는 중대한 역할을 했다면서 진화과정에서 대뇌피질 앞면부에 일부 변화가 생겨 호모 사피언스가 지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마에서 관자놀이에 이르는 대뇌피질 앞면부는 목표를 개념화해 이에 도달할수 있도록 기획하는 등 고급 지각기능을 보유한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멘더페리는 침팬지 6마리, 피그미 침팬지 3, 고릴라 2, 오랑우탄 4, 긴팔원숭이 4, 원숭이 5마리와 건강한 사람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박제균 동아일보 기자
52세 여자 환자 P씨는 어느 날 갑자기 왼쪽 팔, 다리가 마비됐다. 그녀의 오른쪽 대뇌에 뇌중풍이 생긴 것이다. 오른쪽 대뇌가 손상되면 흔히 ‘무시 증세’가 생긴다. 즉 환자는 마비된 팔, 다리를 무시하고 전혀 여기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P씨 역시 이러한 무시 증세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자신의 마비된 팔을 자신의 손자인 줄로 알고 있었다.

검사자:(환자의 왼쪽 팔을 가리키며) 이 팔 괜찮습니까 ?

환자:얘는 불쌍하고 멍청해요. 움직이지 못하니까.

검사자:얘 이름이 뭔데요?

환자:‘진성이’(손자 이름), 아니 참 ‘바보’.

검사자:왜 바보죠?

환자:움직이지 않으니까요. 야 이 녀석아 움직여. 너 말 안들을 거야 ?

이처럼 마비된 팔, 다리를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는 현상을 ‘의인화’라고 한다. 하지만 팔, 다리를 다른 사람의 팔로 생각하는 환자도 있다. 예컨대 ‘이것은 내 팔이 아니라 아들의 팔’이라고 주장하는 경우이다. 어떤 환자는 소매 속에 자기 팔과 아들의 팔이 함께 들어 있다고 하기도 한다. 이런 환자들은 마비된 팔, 다리에 사람 이름이나 별명을 붙이기를 즐겨 한다. 별명은 ‘놈팽이’, ‘바보’ 같은 부정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팔, 다리를 가리키며 ‘멍청하다’, ‘때려주고 싶다’, ‘보기 싫다’ 등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혐지증’이라고 부른다.

이런 의인화 증세는 매우 드물다. 미국의 커팅이란 의사가 조사해 보니 오른쪽 대뇌 손상이 있는 환자 100명 중 1명만이 의인화 현상을 보였다. 그런데 이 중 한 명은 자신의 마비된 다리와 팔에 각각 ‘프레드’, ‘작은 프레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P씨의 경우처럼 이런 의인화 현상은 마비된 팔, 다리에 대한 무시현상이 거의 항상 동반된다. 아마도 의인화는 무시현상과 함께 생기는 망상 증세인 듯하다.

환자로서는 마비된 자신의 팔, 다리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괴로운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이것이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사람의 팔, 다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갖게 되는 것 같다.


김종성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선거에서 신념과 정책 못지 않게 표를 좌우하는 게 정치인의 인상이다. 요즘 대선 후보 곁에는 늘 이미지 메이커가 붙어 다닌다. 이미지 메이커에게 ‘대부’ 같은 존재가 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폴란드 태생의 미국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아쉬이다. 그는 어떤 인상이 호감을 주는지 실험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실험은 이랬다. 두 집단의 대학생들에게 어떤 사람의 특성들을 설명하고 인상을 마음 속에 그려 점수를 매기게 했다. 먼저 한 집단에게는 ‘지적인’ ‘솜씨 있는’ ‘부지런한’ ‘단호한’ ‘현실적인’ ‘신중한’ ‘따듯한’을 보여주었고, 또 다른 집단에게는 이 중 ‘따듯한’만 ‘차가운’으로 바꿔 제시했다.

그 결과 ‘따듯한’이란 단어를 들은 대학생들은 관대함, 현명함, 정직함 등 대부분의 평가항목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반면 ‘차가운’으로 기술된 사람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나쁜 점수를 주었다. 차가운 인상은 대인관계에서 결정적 손해라는 게 실험을 통해 입증된 것이다.

이처럼 차가우냐 따듯하냐는 주변적 특성과 달리 인상을 결정적으로 좌우해 ‘중심 특성’이라고 한다. 원래 인상이 그런지, 이미지 메이커의 작품인지 모르나 선거로 당선된 이승만,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인상이 부드럽다. 반면 총으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은 차갑고 딱딱했다.

차가운 인상으로 손해를 보는 대표적 인물이 ‘대쪽’ 이회창 총재다. 그래서 “테 있는 안경을 써야 부드럽게 보인다”는 권유에 수십 년 써온 무테를 얇은 금속테로 바꾸었다. 또 참모진이 시사만화가들에게 뾰족한 턱을 부드럽게 그려달라고 부탁도 한다. 하지만 일단 형성된 인상을 바꾸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이처럼 첫인상이 나중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초두 효과’라고 한다. 솔로몬 아쉬는 이 효과도 이론화했다. 사람은 일단 첫인상이 형성되면 후에 들어오는 정보에 잘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대개 첫인상은 나중에 들어오는 정보를 해석하는 기준이 된다.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의 뇌는 낯선 장소가 안전한지, 상대가 사기꾼은 아닌지 재빨리 판단해 움직이는 ‘생존 기계’로 진화해온 결과다.

신동호 기자

옆에 놓인 컵을 팔로 밀치는 바람에 물을 쏟은 경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바로 옆에 있는데도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사람의 시야는 생각보다 좁다. 정면을 응시하고 서면 시야각이 120도 정도 된다고 알려져 있다.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 정보의 양이 제한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뇌 덕분에 물리적으로 들어오는 시각 정보보다 더 넓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풍경이나 공간을 볼 때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사진 테두리 확장시키듯 확대해 기억

1980년대 후반 미국 델라웨어대 심리학과 헬렌 인트럽 교수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자연 풍경을 찍은 사진을 보여 주고 기억하게 한 다음, 몇 분 뒤 동일한 사진을 보여 주고 처음 본 것과 같은지 다른지를 물었다. 희한하게도 많은 사람이 다르다고 대답했다.

연구팀은 이번에는 같은 장소를 가까이서 찍은 사진과 그보다 약간 멀리서 찍은 사진을 차례로 보여 주고 두 사진이 같은지 다른지를 물었다. 놀랍게도 많은 사람이 같은 사진이라고 대답했다.

인트럽 교수는 사람들이 사진 속의 풍경을 사진 바깥 부분으로까지 확장시켜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카메라 렌즈를 ‘줌 아웃’시키는 것처럼 사진의 테두리를 무의식적으로 확장시킨다는 것. 처음 본 사진의 풍경을 자신도 모르게 ‘줌 아웃’시켜 기억했기 때문에 나중에 본 사진이 먼저 것과 동일하다고 말했다는 얘기다. 인트럽 교수는 이를 ‘테두리 확장(Boundary Extension) 현상’이라고 불렀다.


좁은 시야 보완하려는 뇌의 지혜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천명우 교수팀은 최근 자원자 18명을 모집해 넓은 공간에 있는 물체를 가까이서 찍은 사진과 멀리서 찍은 사진들을 30∼60초 간격으로 두 차례 보여 주면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뇌를 촬영했다. 실험 참가자들의 뇌에서는 풍경이나 공간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영역(PPA)과 물체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영역(LOC)이 모두 활성화됐다.

시각영역을 구성하는 신경세포는 어떤 풍경이나 물체를 처음 볼 때와 반복해서 볼 때 활동하는 강도가 달라진다. 처음 볼 때 10만큼 활발히 활동한다면 다시 볼 때는 활동 강도가 5, 6 정도로 떨어진다. 처음 보는 것에 더 활발히 작동하도록 조절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의 뇌 영상에서 PPA의 신경세포가 얼마나 활발히 활동하는지를 조사했다. 가까이서 찍은 사진 두 장을 차례로 본 경우와 멀리서 찍은 사진 두 장을 차례로 본 경우에는 모두 두 번째 사진을 볼 때의 활동 강도가 첫 번째 사진 때보다 줄어들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진이 같은 것이니 당연한 결과다.

멀리서 찍은 사진을 보여 준 다음 가까이서 찍은 사진을 보여 줬을 때는 활동 강도가 달라지지 않았다. 신경세포가 첫 번째와 두 번째 모두 처음 보는 사진으로 인식한 것. 서로 다른 사진이니 이 역시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가까이서 찍은 사진을 먼저 보여 준 다음 멀리서 찍은 사진을 보여 주자 희한하게도 신경세포의 반응 강도가 줄어들었다. 분명 다른 사진인데도 신경세포는 같은 것으로 취급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실험 참가자들에게 물어봤더니 대부분 두 사진이 같다고 대답했다.

실험을 주도한 박사과정 대학원생 박수진 씨는 “가까이서 찍은 사진을 뇌가 스스로 확장시켜 기억했기 때문에 이어서 본 멀리서 찍은 사진과 동일하다고 착각한 것”이라며 “PPA의 신경세포에서 테두리 확장 현상이 일어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PPA와 달리 물체 정보를 처리하는 LOC의 신경세포가 활동하는 강도는 두 번째 사진을 볼 때 항상 줄어들었다. 가까이서 찍든 멀리서 찍든 사진 속 물체는 모두 같기 때문에 두 번째 사진에서는 반복해서 본다고 인식한 것이다.


뇌의 시각영역이 일으키는 의미있는 착각

테두리 확장 현상은 언제나 정확하게 반응할 것 같은 뇌에서도 착각이 일어난다는 증거다. 박 씨는 “PPA의 이런 착각은 제한된 시각 정보를 받을 수밖에 없는 눈의 제약 조건을 극복하려는 인체의 메커니즘일 것”이라고 말했다. 좁은 시야를 확장해 주변 환경까지 자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이 연구결과는 신경과학 전문지 ‘뉴런’ 19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뇌에서 일어나는 이 같은 착각 덕분에 우리는 세상을 좀 더 ‘넓게’ 보고 있는 셈이다.

 

 

임소형 기자

지구경영, 뇌교육에서 지구의 희망을 찾다

뇌교육, 경영을 말하다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이다. 그런 와중에 지구온난화란 말은 지구를 통째로 내 팔에 넘겨받은 듯 부담의 무게가 천근만근이다. 하지만 나 몰라라 지구를 남에게 떠넘긴다고 내 맘이 편하지는 않을 듯하다. 이 많은 지구인 속에서 내 작은 생각과 행동들이 지구를 여기까지 오게 하는 데 일조하지 않았던가. 이번 호에서는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이승헌 총장의 지구경영 담론을 바탕으로 지구경영으로 인류가 만든 지구 위기의 희망을 찾아본다.

 

 

 

 

 

 

 

 

 

 

 

 

 

 

 

 

 

 

 

 

 

돌멩이 하나에서부터, 지구가 돌아가는 데에도 경영이 필요하다

 

경영이란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뇌의 관점에서 경영은 뇌를 활용하여 자신이 세운 비전을 현실로 창조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경영을 하면서 살아간다. 개인의 인생에서부터 가정, 기업, 지역사회,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경영의 대상이다. 사람은 다양한 차원의 경영에 자신의 뇌 활용 능력만큼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영의 과정에는 경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많은 선택과 결정이 따른다. 그 선택과 결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리더십도 필요하며 다양한 경영 방법 또한 적용되어야 한다. 이렇게 사회의 모든 단위가 경영을 필요로 하기에, 인류는 경영을 통해서 성장하고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류사회는 국가, 종교, 기업, 지역 등 여러 집단으로 나뉘어 서로 경쟁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추구를 목적으로 경영을 해왔다. 
   
이기적인 물질 경영으로 지구와 인간은 아프다

 

지구에 발 딛고 있는 수많은 단위의 경영 속에서 물질문명은 진보를 거듭해왔다. 또한 과학으로 인해 인간의 수명은 연장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건강, 행복, 평화지수 또한 늘어났을까. 발달된 통신과 기술로 지구촌 시대가 열렸지만, 이기적인 경영은 수많은 사람과 지구를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다. 지구 한편에서는 식량이 남아도는데도 또 한편에서는 기아로 허덕이는 사람들, 종교와 국가 간의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의 죽음….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며 자행해온 무분별한 개발은 지구의 온난화를 가중시키며 기상이변, 생태계 파괴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 학자들은 지구가 이대로 가면 온난화로 인한 물 부족과 자연재해로 남은 지구의 시간이 20~30년도 채 안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모든 상황이 무분별한 개발과 분배가 이뤄지지 않는 물질의 풍요, 정신문명의 퇴보를 말해주고 있다.

 

지구와 함께 사람의 정신까지 황폐해진 것은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지구온난화와 인간성 상실은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된 문제들이다. 물질문명을 만든 과학과 기술도 인간의 뇌에서 나온 것이며, 황폐해진 인간성 문제 또한 인간의 뇌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지구와 인간이 중심에 서는 새로운 경영 철학이 필요하다. 그 철학 위에 과학과 종교, 정치가 활용되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브레이크 없이 욕망의 가속 페달만을 밟으며 달려온 인류의 두발 자전거를 멈출 수 있다.

 

인류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뇌’

 

오늘날 인류문명을 이뤄낸 것은 인간의 뇌가 가진 창조성이다. 그러기에 지금의 인류문제를 해결할 열쇠 또한 뇌에 있다. 현실은 뇌가 그리는 상상의 투영물로 오늘날의 위기는 뇌의 진정한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뇌를 100% 활용하지 못하고 때로는 잘못 사용한 결과가 지금의 현실로 나타났다. 예전에는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 마음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인간에 대한 이해는 마음과 정신작용의 밑바탕이 되는 뇌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모든 생각과 감정은 뇌에서 일어나고 뇌 속에 인생이 있다. 뇌를 잘 쓰는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창조적으로 설계하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조직이 미래를 이끌어간다. 인류와 지구의 문제도 인간의 뇌를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우리 뇌의 진정한 가치는 모든 생명체가 건강하고 행복하며 평화로운 것이다. 그것이 생명의 본래 모습이며 돌아가고자 하는 가치이다. 이 원리는 우리 몸의 현상만 봐도 알 수 있다. 바로 자연치유력으로, 몸은 이렇게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상태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작동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 몸의 본능이며, 뇌의 본능이다. 뇌를 잘 쓰는 경영 기준 또한 건강, 행복, 평화이다. 이 세 가지가 커지면 뇌를 잘 경영하는 것이고, 작아지면 뇌를 잘못 경영하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인류, 지구에도 적용되는 공통 기준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이 이 기준을 따른다면 우리의 지구는 지속 가능하게 될 것이다.

 

뇌의 운영 시스템을 찾아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뇌를 잘 경영해서 사람도 지구도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화롭게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쓰는 컴퓨터를 한번 보자. 컴퓨터는 그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살아갈 정도로 우리 생활에 필수품이 되어 있다. 하지만 컴퓨터는 기계 자체만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컴퓨터를 가동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운영 시스템 OS Operating System이다. 그리고 운영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설명서를 학습해야 한다.

 

컴퓨터에도 있는 운영 시스템이 컴퓨터의 아버지라 불리는 뇌에는 없을까? 있다. 이승헌 총장은 모든 이들에게 뇌가 있듯이, 우리 뇌에는 뇌를 작동하는 운영 시스템 BOS Brain Operating System이 있음을 제시했다. 몸을 총괄지휘하는 뇌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뇌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살아간다. 더구나 뇌의 하드웨어에 겹겹이 보호되어 볼 수 없는 BOS에 대한 자각은 더더욱 그렇다. 인간이 평생 동안 쓰는 뇌는 그 능력에 비하면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잠재된 뇌가 활용될 때 진정한 뇌의 가치는 발휘될 수 있다. BOS는 인간 뇌의 근원적인 잠재성이 가동되는 뇌운영 시스템이다. 인간 뇌의 근원적인 운영 시스템을 이끌어내고 그 시스템이 뇌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가동된다면, 건강, 행복, 평화로움의 상태 속에서 인간성이 회복되고 지구를 위한 경영 또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내 몸의 보스, 뇌경영의 원리 ‘BOS’

 

우리는 수시로 일어나는 감정에 끌려 다닌다. 심하면 본래의 자기 자신과 자신에게 일어나는 감정을 혼돈할 정도로. 하지만 모든 것은 정보이다. 감정 또한 뇌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내가 취사 선택 할 수 있는 정보이다. 내가 뇌의 주인이 될 때 모든 것은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내 의지대로 선택한 정보들이 모여 현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누구나 원하는 건강, 행복, 평화 또한 정보이다. 뇌에 그런 정보를 선택하면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화로워지는 것이다. 이렇게 내가 정보의 주인이고 뇌를 운영할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을 가질 때 우리의 뇌는 기지개를 켜기 시작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 BOS의 기본 원리이다.

 

이승헌 총장이 제시한 BOS에는 또한 세가지 중요한 법칙이 있다. 그 첫 번째는 ‘선택하면 이루어진다’이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선택하고 행동해야 한다. 선택의 강력한 의지 표현은 행동이다. 선택의 의지가 강력할 때 뇌 또한 그 선택을 이룰 수 있도록 강력하게 반응한다. 그것은 나의 주변 상황을 그 선택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변화시켜주는 힘이다. 바로 강력한 선택으로 뇌에서 이미 이루어진 것이 현실에 펼쳐지는 원리이다. 두 번째 법칙은 ‘굿 뉴스가 굿 브레인을 만든다’이다. 어떤 뉴스를 듣느냐에 따라서 뇌파가 달라지고 호르몬이 분비되어 감정이 바뀐다. 긍정적인 정보는 뇌를 유연하게 활성화시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게 한다. 사람마다 육체적 힘의 한계는 2~3배 정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뇌는 어떤 정보를 주느냐에 따라 수백 배, 수천 배의 차이가 난다. 주변에 굿 뉴스가 없다면 스스로에게 좋은 뉴스를 줘보자. 마지막은 ‘항상 깨어 있어라’이다. 지금 내 뇌가 건강한 상태로 있는지, 행복을 생각하고 있는지, 평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지 물어보자. 그것이 바로 나의 뇌를 경영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뇌를 경영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빠져 있다. 뇌를 경영하려면 매순간 뇌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힘든 순간일수록 뇌경영을 통해 감정에서 빠져나올 때 그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구경영의 정신이 상식이 되는 인류를 꿈꾸며

 

경영의 주체가 사람이기에 모든 경영에는 BOS의 법칙이 적용된다. 더 나은 인생을 경영하는 개인의 뇌, 조직의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경영하는 기업의 뇌, 자국민의 안녕을 위해 경영하는 국가의 뇌,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함께 공존하기 위해 경영하는 지구의 뇌, 이 모든 뇌가 BOS 법칙에 따른 뇌경영으로 통합될 때 그것을 지구경영이라고 한다. 많은 조직 중에서도 기업의 지구경영은 어느 조직 못지않게 중요하다. 당면한 인류의 문제에 기업의 책임 또한 크다는 데 그 이유를 들 수도 있겠지만, 현대사회에서 국가를 초월해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기업은 세계무대를 뛰기에 경영 의식을 지구경영 의식으로 확장시키는 것이 적합하다. 이런 기업이 지구경영 의식 속에서 기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경영 철학을 정립할 때 그 기업의 미래는 보장되며, 지구의 미래를 담보하는 데 일조할 수 있는 것이다.

 

지구경영은 이익을 추구하는 경영이 아니다. 존폐 위기 앞에선 인류의 생존을 위한 경영이며, 모든 생명체의 공존을 위한 경영, 인류의 다음 세대를 위한 경영이다. 이러한 지구경영은 위기에 처한 지구와 인간성 상실의 인류를 구할 수 있는 해답이다. 지구경영이란 단어는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담고 있는 정신은 우리의 건국 철학인 홍익인간 이화세계 철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제, 인간과 더불어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함께 공존하며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자는 이 정신이 인류사회의 상식이 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출처 : 브레인 Vol. 7

브레인월드  www.brainworld.com

감정의 파도,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브레인 신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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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뇌의 작용인 감정은 그 깊이와 넓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수시로 일어난다.하지만 ‘가장 깊은 감정은 항상 침묵 속에 있다’라는 말처럼 감정을 침묵 속에 억제하는 것은 스스로를 감정의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할 수 있다. 억제된 깊은 감정은 그 탄생의 긍정적인 목적을 위배하고 사람을 해할 수 있기에 감정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감정에 두려움 없이 맞서도록 우리의 감정이 태어난 곳, 뇌에서 그 해결점을 찾아보자.

 


뇌가 표현하는 마음의 소리, 감정

 

뇌과학에서 감정은 뇌의 변연계를 중심으로 조직되는 마음의 상태이다. 기쁨, 슬픔, 공포, 분노와 같은 감정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뇌의 정보처리 방식으로 변연계의 편도와 인슐라, 앞쪽 대상 이랑의 작용으로 이루어진다.

 

인간의 감정은 사고를 처리하고 기억을 분석하는 대뇌피질의 발달로 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으로 진화해왔다. 두려움의 감정으로 위험을 피하고, 분노로 불의에 맞서 싸우기도 하며, 사랑하는 감정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다. 또한 기대 심리와 보상에 따른 즐거움은 가치를 매기고 행동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이런 감정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거나 표현을 억누르면 감정은 무감각해진다. 감정이 무딘 사람은 감정적인 행동과 연관된 편도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뇌에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수용체도 활성화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정서는 주로 부모와의 애착 관계에서 형성되는데, 정서적인 반응이 적은 아이들의 경우 뇌에서 감정 인지와 관련 부분인 대뇌 변연계의 물질대사가 활발하지 않다고 한다.

 

 

복잡 오묘한 감정에 대처하는 정석, 억제하기 위해 표출하라?

 

그렇다면 감정은 어떻게 다뤄야 할까? 감정을 다루는 데 있어서는 조절이나 재해석 같은 적극적인 방식과 억제 등의 소극적 방식이 있다. 적극적인 방식에는 문제의 중심을 바라보고 자신의 행동이나 환경을 바꾸는 것과 감정 조절을 통해 나 자신 및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정서 중심적인 대처가 있다.

 

문제 중심 방법은 때로는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 자체나 자신의 현실이 변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정서의 방법은 객관적 상황에 관계없이 나 자신의 감정 조절에 따라 모든 것이 달리지기 때문에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감정의 억제는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억누르는 것으로, 심리적으로는 정서가 인지되는 것을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억제하려는 정보는 억제하면 할수록 커지고, 오히려 표현을 할 때야 비로소 억제된다고 한다. ‘하얀 북극곰’ 실험이 바로 그 예이다.

 

이 실험에서 한 그룹(자유 그룹)은 하얀 북극곰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하도록 하고, 다른 한 그룹(억제 그룹)은 하얀 북극곰과 관련하여 조금도 생각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실험 후 설문 작성에서 자유 그룹은 하얀 북극곰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은 반면 억제 그룹은 하얀 북극곰을 과도하게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 재해석하기 VS. 감정 억제하기

 

 

감정의 원인을 재해석하거나 감정을 참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감정을 조절하기 위한 노력의 흔한 방법이다. 최근 스탠퍼드 대학의 필립 골딘Philippe Goldin 박사 연구팀은 감정 조절에 관한 뇌 영상 연구를 통해 감정의 억제가 실제로는 감정을 더 키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의 하나인 ‘혐오’에 대해 ‘인식의 재해석’과 ‘표출의 억제’라는 두 가지 감정 처리 방법을 적용했다.

 

인식의 재해석은 인지-행동 치료에서 쓰이는 기술과 유사한 것으로 무언가의 의미를 변화시키기 위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의사가 부상당한 어떤 환자의 팔을 꿰매는 과정을 보고 있다고 하자. 그 장면을 보면서 많은 양의 피와 적나라한 치료 과정에 섬뜩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그 치료가 환자의 부상이 회복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다시 맞춰보는 것이 인식의 재해석이다. 표출의 억제는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을 소리나 얼굴 표정 등으로 나타내지 않는다. 경험하고 있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는 대신 감정을 꾹꾹 누른다. 이를 뿌득뿌득 갈거나 입술을 깨물어 참는 것으로 말이다. 

 

 

감정 뿔났다! 억누르면 폭발하는 감정

 

연구 참가자들이 혐오스러운 이미지들을 보고 생기는 감정과 그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에 따른 반응을 조사하는 실험이 진행되었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이미지에는 감정 활동과 관계된 편도와 인슐라 두 부분이 감정 조절 방법에 관계없이 모두 밝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재해석 때에 비해 억제를 하는 동안 편도와 인슐라의 신경 활동이 크게 증가해 있다는 사실. 재해석 때는 부정적인 감정이 줄었으나, 억압을 할 때는 감정 반응이 증가하고 스트레스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재해석이 항상 최고의 방법인 것만은 아니다. 내가 만일 누군가와 부당한 억압의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도 상대의 행동에 시정을 요구하지 않고 그 관계를 정당화하는 재해석을 한다면 나의 상처는 무섭도록 커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억제가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화가 난 직장 상사와의 대화가 그렇다. 상황을 다르게 해석할 겨를도 없이 마구 퍼붓는 상사를 보면서도 우선 일을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순간 눈 한번 질끈 감고 참는 것이 낫다.

 

감정은 뇌의 운동이라고 한다. 감정을 잘 느끼고 반응할 때 적절한 감정 처리도 가능하다. 감정의 파도를 잘 탈 때 감정은 스트레스가 아닌 뇌의 윤활유,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TIP
감정을 잘 다스리는 건강한 뇌 만들기_ BEST5

(Brain Education System Training, 뇌교육 시스템 트레이닝)

 

감정은 뇌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은 뇌를 잘 쓸 때 가능하다. BEST 5는 뇌를 잘 쓰고 감정을 다스리는 힘을 길러주는데 그 첫 번째 단계가 뇌 감각 깨우기이다. 몸을 움직여 몸과 연결된 뇌를 활성화시키고 눈을 감고 상상과 집중을 통해 뇌의 각 부위를 느껴본다.

 

2단계에서는 사물의 이름을 바꿔보거나 상대에게 지기 위한 가위바위보 게임 등 평소와 다른 패턴으로 사고를 유연하게 해준다.

 

3단계는 뇌 정화하기다. 정보는 사실과 감정이 결합되어 있다. 이 중 원치 않는 감정만을 뇌에 가장 좋은 운동인 웃음으로 날려버리는 것이다. 부정적이고 원치 않는 감정이 일 때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자. 그러면 뇌도 함께 웃을 것이다.

 

4단계 뇌통합하기에서는 도리도리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다가 점차 자유로운 온몸의 진동으로 나아가는 뇌파진동을 해보자. 뇌파진동으로 생각과 감정이 끊어지고 뇌간의 순수한 생명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마지막 5단계는 뇌에 좋은 정보를 제공하여 가치 있는 일을 실천해나가는 단계이다. 눈을 감고 명상을 통해 자신이 바라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리고 세상을 향한 밝은 계획과 비전에 집중한다.

 

출처 : 브레인 vol. 10

브레인월드 www.brainworld.com

뇌는 음악을 좋아해 

 
 
온몸을 동그랗게 접은 채 커다란 헤드셋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 눈이 저절로 감기고 음악은 한쪽 귀에서 다른 쪽 귀로 오간다. ‘음~음~’, 입 속에서 작게 따라 부르니 작은 진동이 느껴지며 두뇌를 안마하는 듯 편안하다. 리듬이 뇌 속의 히치하이커처럼 자유롭게 유영한다. 음악은 타인에게 가장 사적인 감정을 전달하게 함으로써 부정확한 언어들로부터 감정을 해방시킨다. 음악가 데릴 쿡은 음악에 대해 ‘한 인간의 감정이 다른 인간의 것과 닮을 수 있는 한 닮아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인간의 감정과 가장 닮아 있는 것이 음악이라면, 한 인간을 가장 닮은 것은 같은 유전자를 지닌 생명이다. 아기는 엄마의 양수 속에서 사물을 볼 수도, 만질 수도, 냄새 맡을 수도 없는 상태에서 엄마의 심장박동 소리를 듣는다. 어쩌면 청각은 오감 중에 가장 먼저 터득하게 되는 감각인지도 모른다. 생후 5개월 된 아기는 음악의 미세한 속도 변화에도 반응하고 8개월이 되면 선율을 기억한다. 인간에게 음악이란 무엇일까? 

 

 


음악과 뇌

 

뇌손상을 입은 음악가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음악적 능력은 뇌의 오른쪽 전두엽에 있음이 밝혀진 바 있다. UCLA의과대학 PET스캔 실험의 결과를 보면 독서는 뇌의 좌반구를, 음악은 뇌의 우반구를 흥분시킨다. 캐나다 몬트리올대학의 이사벨 페레츠 교수팀은 한 음의 지속 시간이나 두 음 사이의 음정 차이는 오른쪽 측두엽에서 판단하고, 마디 단위로 끊어서 음 전개를 파악하는 능력은 이마 바로 뒤 전두엽이 담당한다고 했다.

 

앞선 연구들이 음악을 우뇌에 치우쳐 연결하는 것에 대해 《This Is Your Brain on Music》의 저자이자 몬트리올  맥길대학의 부교수 대니얼 레버틴 Daniel Levitin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음악을 들을 때 뇌는 음율, 음색, 리듬 등을 정리하고 구분해야 하며 어떤 음의 패턴은 뇌에 저장되어 있는 무의식적 또는 의식적 기억을 일깨우기도 한다는 것이다. 음악은 뇌의 감정뿐 아니라 타이밍, 지각력, 기억력, 연쇄작용 등에 관여한다. 현대인은 휴대폰 벨소리의 종류로 사람을 분류하고, 카페에 흐르는 OST로 영화장면을 떠올리며, ‘미레미레미시레도라~’로 시작하는 피아노곡에서 후진기어를 떠올린다. 레버틴에 따르면 연주자들의 경우 음악을 감상하면서 자신의 손가락뿐 아니라 몸의 여러 운동 기능까지 자극된다고 한다. 음악을 듣는 행위는 생각보다 뇌의 많은 영역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음악과 치유

 

음악은 뇌의 쾌감중추를 자극한다. 이는 초콜릿을 먹을 때, 오르가슴을 느낄 때, 또는 마약을 복용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보상부위들과 관련이 있다. 음악은 이 보상부위들을 활성화시키고 이와 연관된 호르몬인 도파민이나 세로토닌을 생성한다.


혼수상태에 빠진 뇌도 음악에 반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밝혀졌다. 협심증 환자들 중에는 회복 과정에서 항우울제 대신 고전음악을 듣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학습장애, 다중장애, 자폐아들과의 소통에서는 언어보다 음악이 먼저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음악들, 특히 바로크 음악이나 모차르트 음악이 집중력 향상의 도구로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음악은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하지만 고양시키는 힘을 주기도 한다. 인간의 심장박동과 어긋나는 재즈, 스윙, 팝, 록과 같은 음악들은 혈압을 상승시켜 더 많은 양의 운동을 하도록 도와준다. 누가 가르치지 않았음에도 우리는 아침에는 활기찬 음악을, 고단한 저녁에는 평온한 음악을, 운동을 할 때는 활발한 음악을 듣는다. 스스로를 치유하는 법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셈이다.

 

 

음악과 문화

 

“이 음악 좋죠?”라는 아이의 말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면 그 부모는 곧 아이와 거리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와 자신을 다른 세대로 규정짓는 하나의 상징으로 음악을 듣는다. 세대마다 나라마다 종족마다 서로 다른 음의 배열은 각각의 문화를 상징한다. 서구화로 인해 서양의 음계와 박자가 일반화되었지만 여전히 인류가 함께 이해하지 못하는 음악들은 많다. 우리의 엇박자만 해도 서양인들에겐 낯선 박자가 아닌가.

 

빅터 주커칸들은 《음악에 대한 감각》에서 “음악과 음악 사이의 장벽은 언어의 장벽보다 넘어서기 힘들다”고 했다. 펠릭스 멘델스존의 말에서 그 원인을 찾자면 ‘음악은 지나치게 모호하기 때문이 아니라 반대로 너무 정밀하여 언어를 비롯한 다른 표현 양식으로 번역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음악은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문화이면서 또한 가장 추상적인 문화이다. 때문에 음악가들은 음악을 신의 영역이라고 하고, 소설가들은 음악을 우주의 공용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류가 공존하는 한 음악은 항상 새로운 패턴으로 인간의 뇌 영역을 확장시키면서 그 위치를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다. 한 해를 보내며, 흥겨울 일이 없어 노래 부를 일 없다 말하지 말고, 노래를 불러 흥겨움을 되찾아 봄은 어떨까. 당신의 동공은 확장되고 엔도르핀의 분비량은 높아질 것이다.

 

 

출처 : 브레인 vol.7

브레인월드 www.brainworld.com

“머리 큰 사람이 더 똑똑하다” 머리 크기와 지능의 상관관계 증명한 연구 나와 2009년 04월 15일(수)

 

 

▲ 양자물리학의 대가 닐스 보어는 머리가 너무 커 산소호흡기가 맞지 않아 죽을 고비를 넘긴 일화가 있다. 
“옷을 입을 때만 되면 실랑이를 벌여요. 머리가 끼어서 매일 갑갑하다며 성질을 부리죠. 옷 사이즈가 작은 것이 아니라 워낙 머리가 큰 짱구라서 그런 것 같아요”

우리가 흔히 들먹이는 ‘짱구’가 함축하는 의미는 많다. 국어 사전을 보면 짱구는 “이마와 뒤통수가 툭 튀어나온 머리, 또는 그런 사람”으로 정의한다. 여기에서 뒤통수가 남달리 튀어나온 머리통이나, 그런 머리를 가진 사람을 뒤짱구라고 하고 반대 경우를 앞짱구라고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짱구는 머리통, 다시 말해서 머리의 면적(brain region)이 큰 사람을 일컫는다. 앞짱구나 뒤짱구나 다 머리가 큰 것만은 사실이다. 이런 사람을 놀리는 말로 가분수(假分數)라고 부르기도 한다.

머리가 큰 사람이 똑똑하다는 것은 오랫동안 전해내려 온 이야기다. 머리통의 크기가 지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머리통이 아니라 머리통이 감싸고 있는 뇌의 크기가 지능에 관련이 있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다. 영장류의 뇌가 크며, 그 가운데서도 인간이 가장 크다.

머리통이 커서 일화를 남긴 과학자는 닐스 보어다. 덴마크 출신으로 현대 물리학 양자역학의 선구자인 그는 어릴 때부터 머리가 커서 그야말로 짱구(bulging head)였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보어는 체구에 비해 머리가 너무나 컸다. 짱구를 넘어 왕짱구였다.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머리가 커서 산소호흡기를 쓰지 못해

2차대전이 일어나 나치 독일이 위세를 떨쳤다. 닐스 보어는 나치가 덴마크를 점령하기 직전까지 연구소를 지켰다. 그러나 어머니가 유태인이었기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는 덴마크를 탈출할 계획을 세웠다. 이미 노벨 물리학상을 이미 받아 유명해진 그는 영국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영국 특공대가 덴마크로 와서 보어를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특공대는 보어를 공군 폭격기에다 실었다.

폭격기의 경우 높은 고도(altitude)를 날아야 하기 때문에 산소마스크를 써야 했다. 그런데 보어의 머리가 하도 커서 산소 마스크가 맞지 않았다. 원래 산소마스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맞게 쓸 수 있도록 고안돼 있다.

호흡 곤란으로 질식에 가까운 상태에 이르렀다. 덴마크에서 영국 런던으로 가는 동안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넉넉한 보어의 말이다. “난 머리 때문에 유명해졌지만 머리 때문에 죽을 뻔했던 사람이야!”

머리가 얼마나 컸으면 산소마스크가 맞지 않았을까? 어쨌든 양자역학의 천재 보어의 일화를 보면 머리가 큰 짱구들이 똑똑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예가 될 것 같다.

"특정 부위가 아니라 전체 두께에 달려"

최근 뇌의 특정 부분에 관계 없이 머리통의 크기가 큰 짱구가 지능이 우수하다는 과학적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이는 머리통의 크기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내려온 ‘전통적인 주장’에 무게를 싣는 연구다.

영국 유력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개인 간 지능의 차이는 뇌의 어떤 특정 부위나 구조가 아니라 전체적인 대뇌피질(머리통)의 두께와 연관이 있다는 과학적 연구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 사람의 지능은 뇌의 특정부분이 아니라 전체적인 머리통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주로 지능과 인지능력을 둘러싼 개인 차이는 뇌의 특정부위의 구조나 기능과 연관이 있다는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지능이 대뇌피질의 두께와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거의 없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캐나다 맥길 대학 몬트리올 신경연구소(MNI)의 정신과 전문의 셰리프 카라마 박사는 지능은 대뇌피질을 구성하는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의 피질 두께에 따라 개인차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는 머리통 크기에 따라 지능의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카라마 박사는 6~18세의 아이들과 청소년 500명을 대상으로 여러 해에 걸쳐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를 관찰하면서 동시에 지능, 신경심리, 언어, 비언어, 행동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노인의 인지기능 저하에 대한 연구에 도움 

대뇌는 좌우 반구로 구분되며 피질과 수질로 나뉜다. 피질은 대뇌의 겉 부분으로 신경세포들이 모여 있으며 회백색이어서 회백질이라고 하고, 수질은 대뇌의 속 부분으로 신경돌기들이 모여 있고 하얀색이어서 백질이라고 불린다.

카라마 박사는 지능과 대뇌피질 두께의 연관성은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 등 대뇌피질의 많은 부위에서 감지되었으며 특히 뇌의 여러 부위로부터 정보들이 집중되는 다기능 부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뇌피질이 두껍다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신경세포들의 연결망이 그만큼 많고 복잡하다는 것을 나타내며 따라서 그것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카라마 박사는 말했다.

이 새로운 발견은 다발성경화증에서 정신분열증, 우울증, 정신지체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병리를 지닌 사람과 노인들에게서 나타나는 인지기능 저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전문지 인텔리전스(Intelligence)와 뉴로 사이언스(Neuroscience) 최근호에 발표되었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4.15 ⓒ ScienceTimes

 

 

 

 

척추동물의 대뇌
진화 결과 종뇌는 복잡하게 발달하고 커져 대뇌라 불리게 되었다. 어류·양서류의 종뇌도 보통 대뇌라고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대뇌라 불릴 정도로 분화되거나 커지지는 않았다. 이 두 가지 하등척추동물의 대뇌는 후각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특히 어류의 대뇌는 후구(嗅球)에 이어진 관 모양 구조로 되어 있고, 구피질(舊皮質)로만 이루어져 있다. 양서류의 대뇌는 구피질의 등쪽에 고피질(古皮質)이, 배쪽에 기저핵이 분화된 구조로 되어 있다. 파충류의 대뇌는 종뇌 앞끝의 구피질·고피질 사이에 신피질이 분화되었으며, 이 피질들의 발달에 따라 기저핵은 이 피질들에 둘러싸여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포유류는 신피질이 발달해 고피질·구피질을 밀어붙이고 대뇌의 대부분을 뒤덮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종뇌는 전형적인 대뇌로 되었으며, 밀어붙여진 고피질은 해마(海馬)로, 구피질은 이상엽(梨狀葉;嗅葉)으로 되었다. 이와 같이 대뇌의 진화에서는 새로운 부분이 형성되면서 중층적 구조가 형성되었으며, 아울러 새로운 기능도 획득되었다. 예컨대, 구피질은 원래 후각중추 영역에 불과하나, 고피질이 분화된 대뇌에서는 본능과 자율적 기능의 중추 역할도 하게 되었다. 포유류에서는 신피질이 발달하여 하위의 중추를 통합(統御)하는 중추와 감각·운동의 중추 역할을 하게 되었다. 특히 사람의 신피질은 극도로 발달하여 매우 높은 지능과 통합의 기능을 갖게 되었다. 진화의 결과 기저핵은 구선조체(舊線條體)·상(上)선조체로 분화되고, 파충류에서는 고선조체·신선조체의 분화가 추가되었다. 포유류에서는 구선조체는 담창구(淡蒼球)로, 고선조체는 편도체(扁桃體)로, 신선조체는 미상핵(尾狀核)·피각으로 되었는데, 이 중 미상핵은 몸 전체의 운동 통합을 지배하는 기능을 갖게 되었다.
사람의 대뇌
둥근 기관으로, 두개강 안에 들어 있다. 태생기의 가늘고 긴 신경관의 앞 끝부분이 부풀어 자라서 종뇌포가 형성되고, 종뇌포의 좌·우가 부풀어 자라서 대뇌가 형성된다. 완성된 대뇌는 중앙을 앞·뒤로 지나는 깊은 구(溝)인 <대뇌종렬>에 의해 좌·우의 종뇌, 즉 좌·우의 대뇌반구로 나누어져 있다. 또 대뇌종렬의 밑바닥에서는 <뇌량(腦梁)>이라 불리는 신경섬유의 다발들이 좌대뇌반구·우대뇌반구 사이를 연락하여 널빤지 모양으로 되어 지남으로써, 제3뇌실과 좌·우 측뇌실의 천장 부위를 이루고 있다. 대뇌 중심부에는 제3뇌실을 둘러싸는 간뇌가 이어지고, 간뇌에는 중뇌·교(橋)·연수의 차례로 연결된 <뇌간(腦幹)>이 이어져 있다. 뇌간은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의 통로이며 중계핵이 있다. 대뇌반구는 외투·대뇌핵·측뇌실로 구성되어 있다. 외투는 대뇌반구의 겉층인 <대뇌피질(회백질)>과 내부의 <대뇌수질(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대뇌핵은 대뇌피질의 깊은 부위에 있는 신경세포군이다. 대뇌반구 겉층에는 길고, 짧고, 깊고, 얕은 구(溝)가 지나는데 이를 <대뇌구>라 하며, 또 이것들 사이의 두두룩하게 나온 회(回)를 <대뇌회>라 하는데, 이것이 <대뇌주름>이다. 대뇌구·대뇌회는 대뇌반구의 중추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형태도 개인차가 있다. 대뇌반구의 바깥 중앙의 앞쪽 아래부터 뒤쪽 위로 지나는 깊은 구를 <외측구>라 하는데, 이것의 아래쪽 대뇌피질이 <측두엽>이다. 또 외측구의 앞 위쪽에 <전두엽>이, 또 뒤 위쪽에 <두정엽(頭頂葉)>이 있다. 대뇌반구의 윗가장자리 중앙쯤에서 앞 아래쪽으로 내려가 외측구 근처에서 끝나는 구를 <중심구>라 하는데, 이는 전두엽·두정엽의 경계가 된다. 두정엽·측두엽 뒤쪽에 <후두엽>이 있으며, 좌·우 전두엽 아랫면에는 끝이 위로 향한 야구 방망이 모양의 <후엽>이 부착되어 있는데, 사람의 후엽은 흔적 구조에 불과하다. 좌·우 대뇌반구를 대뇌종렬에 따라 세로로 절단하면 대뇌종렬 밑바닥에 끝이 굽은 뇌량이 보이는데, 이것은 사람의 뇌에서 가장 잘 발육되어 있다.
대뇌피질의 구조
대뇌 회백질인 대뇌피질은 주로 신경세포로 구성되고, 여러 가지 신경중추가 집결되어 있는 부위이다. 대뇌피질의 평균두께는 2.5㎜이나 부분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중심구 앞쪽의 전두엽 중심전회는 4㎜, 시각령은 1.5㎜이다. 대뇌피질을 이루는 신경세포의 수는 약 140억 개이며, 이것들은 겉면에 평행한 층상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이것들 사이에는 기능적 연락이 이루어져 있다. 이 신경세포층은 기본적으로는 6층 구조이지만, 피질 중에는 발생 과정에서 꼭 한번은 6층 구조 형성과정이 나타나는 등피질(等皮質)과, 6층 구조가 한번도 나타나지 않는 부등피질이 있다. 대뇌피질 중 등피질에 해당하는 것은 계통발생적으로 가장 새로운 <신피질>이며, 부등피질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가장 오래된 <구피질>과, 약간 새로운 <고피질>이 있다. 사람의 대뇌피질은 대부분 신피질에 속하며, 구피질·고피질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대뇌반구의 밑바닥 또는 내부에 묻혀 있는 해마·치상회(齒狀回)·중격(中隔)·후엽·해마방회(海馬旁回)·편도체(扁桃體;扁桃核) 등이 있다. 신피질은 고등동물일수록 발달하였고, 사람에서 가장 잘 발달했다. 신피질을 통합의 중추로 하는 계를 <신피질계>라 하고 구피질·고피질을 <변연피질(邊緣皮質)>이라 하며, 변연피질을 통합의 중추로 하는 계를 <대뇌변연계>라 한다. K. 브로드만은 신경세포층 구조 차이에 의거해서 대뇌피질을 52개의 피질령으로 구분하여 일련번호를 매긴 <뇌지도>를 작성하였는데(1908), 이 <뇌지도>는 지금도 대뇌피질의 영역구분에 이용된다.
대뇌피질의 기능중추
대뇌피질은 대뇌 표면의 회백질로 이루어진 부분으로 신경계의 최고 통합 중추 부위이며 다음과 같은 기능상의 중추가 있다.
 피질운동중추
다음의 두 가지로 나눈다.

① 골격근의 수의운동을 지배하는 신경로인 추체로(錐體路;피질척수로)의 시발점이 되는 중추들:좌·우 대뇌반구의 중심구 앞쪽의 중심전회와 이것에 접한 피질의 일부, 중심방소엽 앞쪽피질 등에 있다.

② 골격근의 수축·긴장을 무의식적으로 지배하는 신경로인 추체외로(錐體外路)의 시발점이 되는 중추:대뇌피질 전체에 분포되어 있다.
 피질감각중추
피부감각인 압각·온각·냉각·통각과, 심부감각인 근각(筋覺) 등의 중추이다. 중심구 뒤쪽 부위인 중심후회와 이것의 뒤쪽의 일부 피질, 중심방소엽의 피질 등에 있는데, 이 영역을 <체성감각령(體性感覺領)>이라 한다.
 언어중추
운동성언어중추(브로커중추)·감각성언어중추로 나눈다. 운동성언어중추는 전두엽 아랫부분의 하전두회(下前頭回) 뒷부분에 분포되어 있으며, 이 부분의 장애로 운동성실어증에 걸린다. 감각성언어중추에는 청각성언어중추·시각성언어중추가 있다. 청각성언어중추는 언어 내용의 이해에 관여하는 중추로, 측두엽 윗부분의 상측두회의 뒷부분 1/3과 연상회 인접부에 분포되어 있으며, 이 부분의 장애로 감각성실어증에 걸리게 된다. 시각성언어중추는 하두정소엽의 각회(角回)에 분포되어 있으며, 이 부분의 장애로는 문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실독증(失讀症)에 걸린다. 이상의 언어장애는 언어중추의 국부적 장애와 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더 고차적인 중추와도 관계가 있다.
 기타
측두엽의 윗부분인 횡측두회에 분포하는 <피질청각중추>, 대뇌반구 내측면의 후두엽조거구(鳥距溝) 둘래의 피질에 분포하는 <피질시각중추>, 측두엽 내측 피질의 해마방회 앞쪽에 분포하는 <피질후각중추>, 중심전회와 중심후회의 아래쪽 끝부분의 융합 부위에 분포되어있는 <피질미각중추> 등이 있다. 이 밖에 대뇌피질에는 중추들 사이의 통합적 연락을 하는 <연합중추>가 있는데, 이것은 특히 사람에게 가장 잘 발달되어 있다. 사람의 신피질 전두엽에는 감각신경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분석하고, 이 정보에 의거하여 운동을 명령하기도 하며, 또한 사고·창조·의도·정도 등 고등정신작용을 다루는 중추들이 분포되어 있다. 이와 같은 연합중추들이 많이 분포되어 있는 대뇌피질영역을 <연합령>이라 한다.
대뇌수질
대뇌와 이보다 하위인 중추·척수를 연락하는 신경섬유와, 대뇌피질의 중추들을 연락하는 신경섬유 등이 모여 지나는 부분이며, 내부에 신경세포 집단인 <대뇌핵>이 있다. 대뇌핵은 미상핵·렌즈핵·전장(前障)·편도체의 네 가지로 나눈다. 렌즈핵은 피각·담창구로 구성되어 있고, 미상핵·피각을 합쳐 선조체라 한다. 선조체와 담창구는 <추체외로계>의 일부로, 골격근의 수축·긴장을 조정하며, 담창구 및 흑핵 등 추체외로계 장애는 파킨슨병 등 증후군의 원인이 된다. 편도체는 후각과 관계가 있는 반사계에 관여하며, 대뇌변연계에 속하는 대뇌핵으로서 중요시되고 있다. 렌즈핵 안쪽에 있는 내포라는 수질 부위는, 대뇌피질에 연락된 신경섬유의 대부분이 통과하는 부분인데, 뇌내출혈이 잘 일어나 임상병리상 중요한 부분이다. 대뇌변연계는 신피질에 대응하는 부위라 하지만, 이는 기능상의 개념에 해당하며, 구조상으로는 후각과 관련성을 갖고 분화되었으므로 측뇌실·제3뇌실을 둘러싸는 넓은 뜻의 후뇌(嗅腦)의 일부로 친다. 대뇌반구 속에 있는 측뇌실은, 신경관의 앞끝부분이 부풀게 되고 전두엽·측두엽·후두엽이 발달됨에 따라 복잡한 형태로 되었으며, 좌·우 측뇌실은 각각 실간공(室間孔)에 의해 제3뇌실에 통해 있다.
신피질계의 메커니즘
대뇌피질은 감각신경을 통해 전해지는 정보를 통합하여, 운동·분비 등 지령을 운동신경을 통해 반응기에 전송하는 부위이며, 신피질계·대뇌변연계로 나누는데, 신피질계에서는 각 기능의 부위가 확실하다. 신피질의 운동령·감각령에서는 제1차·제2차 영역이 구별된다. 감각령에서 제1차영역은 수용기로부터의 구심성 임펄스가 시상의 중계핵을 통해 직접 투사되는 부위이고, 제2차영역은 제1차영역과 연락되어 있는 신경섬유를 통해 구심성 임펄스를 간접적으로 받는 부위이다. 구심성 임펄스의 전달에 따라 제1차감각령에서는 무의미한 감각이 일어날 뿐이지만, 제2차감각령에서는 개가 짖는 소리로 들리는 등 의미를 띤 지각이 일어난다. 운동령은 피부감각령의 앞쪽에 접해 있으며, 각 근육의 수축을 지배하는 중추가 각각 일정 부위에 흩어져 분포되어 있는데, 제2차운동령을 자극하면 제2차감각령의 경우처럼 하품·발성 등 의미를 띤 행동이 일어난다. 신피질에서는 하등할수록 운동령·감각령이 많고, 고등일수록 이 밖의 영역이 발달되어 있다. 이 발달된 영역은 제2차감각령·제2차운동령보다 더 고등한 통합 기능인 인지·판단·기억·의지 등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로, 연합령이라 불리는데, 사람에서 가장 발달되어 있다. 즉 신피질계는 기능상 감각의 투사를 받는 감각령, 직접 운동의 지령을 내리는 운동령, 가장 고차적인 통합작용을 하는 연합령으로 대별된다. 또 신피질계에서 중심구 앞쪽은 운동성 기능을, 뒤쪽 부분은 감각성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신피질계는 큰 구를 경계로 하여 전두엽·두정엽·측두엽·후두엽으로 구분된다.
 전두엽
사람에게 가장 발달한 부분이며, 4·6·8 영역에서 운동을 통합한다. 4영역은 제1차운동령으로, 직접 운동의 지령을 내리는 부위인데, 몸의 담당 부분(근육)에 따라 작은 영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좌·우 반구외 4영역의 각 부분에서 나간 하행성 섬유는 각각 다발을 이루어 추체로로서 연수를 지나 연수 아래 끝에서 서로 반대편으로 <추체교차>를 하기 때문에 각 신경섬유는 반대편 반신의 근육에 운동지령을 전달한다. 6영역은 운동전령(運動前領)이라 불리며, 이 부위가 손상되면 능숙하게 할 수 있었던 운동도 서툴게 되거나 느려지거나 한다. 즉 6영역은 여러 근육이 목적에 맡게 수축하도록 하는 부위이다. 8영역은 전두안령(前頭眼領)이며, 안구의 수의운동에 관여한다. 전두전령의 9·10·11, 안와령(眼窩領)의 12·13·14 영역들은 연합령의 대표적인 영역으로, 사고·추리·의지 등 정신·감정·인격에 관한 기능을 다룬다. 전두엽 장애로 정신·성격·지능상의 결함이 나타난다. 예컨대 9·10 영역 장애로는 둔감·무관심·무반응 등의 의욕 결핍 증상이 나타나며, 11·12 영역 장애로는 무절제·무계획성 등과 지나치게 낙관적인 성격 등이 나타난다. 또 전두엽에 장애가 생기면 과거에 학습하거나 기억한 것에 대한 지능적 장애는 생기지 않지만, 새로운 학습·자극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지능적 장애가 나타난다. 한편, 좌반구운동령에는 혀·입·성대의 발성 기능에 관여하는 부위가 있는데, 이것의 아래 앞쪽의 44·45영역(연합령)은 언어운동을 다루는 운동성언어중추 부위이다. 여기가 손상되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내용을 생각할 수는 있으나, 언어 구성이 안되어 말을 못하는 운동성실어증에 걸린다.
 두정엽
중심후회의 3·1·2영역은 제1차체성감각령으로, 여기에는 반대편 반신의 피부·근육 등으로부터의 감각이 시상을 거쳐 투사된다. 감각령에서의 몸 각부와의 대응관계는, 팔·다리가 위쪽에 있고 머리는 아래쪽에 자리잡고 있으며, 손·손가락·입 등과 같은 발달한 부분에 관여하는 부위가 가장 넓게 차지하고 있다. 5·7영역은 체성감각의 인지에 관여하는 연합령이며, 좌·우 중 한쪽이 손상되면 반대편 반신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고, 반대편 공간 인지에도 지장이 생긴다.
 측두엽
혀·입 등의 체성감각에 관여하는 부위 가까이에 있는 43영역은 미각령이며, 미각의 인지는 이 미각령 근처의 협(峽) 영역(연합령)에서 한다. 또 41·42영역은 제1차청각령이며, 귀로부터의 임펄스가 내측슬상체(內側膝狀體;시상중계핵)를 거쳐 이 부위에 전달되면 청각이 일어난다. 제1차청각령은 제1차시각령과는 달리 양측성 지배이므로, 한 쪽이 파피되어도 청각장애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22영역은 제2차청각령이고, 22·39·40영역 등으로 이루어진 좌반구 청각령의 둘레에 있는 연합령에는 감각성언어중추가 있으며, 이 중추에서 언어가 이해된다. 그러므로 이 중추가 손상되면, 이야기를 들을 수는 있어도 이해하지는 못한다. 특히 39영역인 각회와 40영역인 연상회(緣上回)는 청각령·시각령·체성감각령으로부터의 모든 정보가 들어오는 부위이므로, 여기서 장애가 생기면 실어·실독·실서(失書) 등 증세가 나타난다. 그러나 말하고 읽고 쓰는 데 관한 중추는 각회·연상회에만 있는 것은 아니며, 실지로는 이것들의 중추와 다른 영역의 중추들의 협동작용에 의해 말하기·읽기·쓰기를 할 수 있다. 특히 각회는 언어활동의 바탕인 시각·청각·체성감각의 연합작용이 일어나는 부분으로, 사람에게만 발달했으며, 이 때문에 동물 중 사람만이 능숙하게 언어활동을 할 수 있다. 또 사람의 대뇌에서 언어에 관한 중추는 좌대뇌반구에서 발달했다는 것이 해부학적으로 밝혀졌는데, 이러한 좌·우 대뇌반구의 차이는 원숭이 이하의 동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다. 실험에 의해서도 사람에게만 좌대뇌반구로 언어의 인식·이해·표현이 가능하나, 우반구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측두엽의 42부터 38에 걸친 영역은 기억에 관여하는 부위이나 기억중추는 아니며, 과거에 기억한 것과 대조하여 새로운 경험을 해석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후두엽
시각에 관한 중추가 있는 신피질 부분이다. 17영역은 제1차시각령으로, 시신경을 통해 전도된 임펄스가 외측슬상체(시상중계핵)를 거쳐 여기에 전달되면 시각이 일어난다. 18영역은 제2차시각령으로, 여기서는 시각된 영상을 과거의 기억과 대조하여, 그것이 무엇인가를 인식한다. 19영역은 더 복잡한 이미지를 형성시키는 연합령이며, 이것이 손상되면 색깔을 인식하지 못하는 등의 시각적 실인(失認)이나 꿈을 꾸지 못하게 되는 등의 시각적 상기(想起)이상이 나타난다.
대뇌변연계의 메커니즘
대뇌번연계는 뇌실을 둘러싸는 부분으로, 겉은 대뇌피질로 덮여 있다. 대뇌변연계의 해마·편도체 주변에는 후각신경섬유가 집중되어 있어, 대뇌변연계는 후뇌라 불리기도 한다. 또 이 계는 실험결과, 정동(情動)·본능적 행동에 관하여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실제로 이 계에 전기자극을 가하면 노여워하거나 무서워하는 정동반응이 나타나며, 또 이 계의 중격·해마 등에 전기자극을 가하면 쾌감의 정동이 일어난다는 것이 확인되어, 대뇌변연계를 <정동뇌>라고도 한다. 또 이 계의 편도체를 중심으로 한 영역에 전기자극을 가하면 핥거나 빠는 등의 본능적 행동이 일어나며, 이 계의 해마에 전기자극을 가하면 성행동이 일어난다. 이러한 정동과 본능적 행동은 직접적으로는 시상하부에 의해 통합되지만, 이 통합 기능은 대뇌변연계에 의해 조절된다. 따라서 대뇌변연계에 충격이 가해져 시상하부의 기능이 항진(亢進)되면, 결국 자율신경계를 거쳐 그 지배하의 내장기능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대뇌변연계를 <내장뇌>라고도 한다. 대뇌생리학자 P.D. 맥린에 의하면, 대뇌변연계의 앞쪽 부분인 편도체, 전두안와면, 측두 앞 끝부분은 음식물 섭취, 공격·도피 등의 개체유지본능적 행동에 관하여 중요한 역할을 하고, 대뇌변연계의 뒤쪽 부분인 해마·중격·대상회(帶狀回) 등은 종족보존본능의 행동에 관하여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거울 뉴런

▶ 정의 : 
   남의 행동을 보기만 해도 관찰자가 직접 그 행동을 할 때와 똑같은 반응을 나타내는 뉴런

남의 행동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다는 의미에서 거울뉴런(mirror neuron)이라 명명

발견 : 짧은꼬리 원숭이의 전운동 피질에 전극을 꽂고 운동과 관련된 뇌 기능을 연구 중,  원숭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활성화된 뉴런 집단이 다른 원숭이가 그 행동을 하는 것을 지켜볼 때에도 똑같이 반응하는 현상을 관찰 ( 파르마大 신경과학자 지아코모 리조라티,1996 '브레인' 거울뉴런 발견을 보고 논문을 발표)

야코보니 교수는 최근 실험자에게 다양한 표정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뇌를 촬영한 결과, 화난 표정을 봤을 때는 뇌에서 얼굴 근육을 찡그릴 때 작동하는 영역이, 밝은 표정을 봤을 때 웃을 때 작동하는 영역이 반응 → 거울뉴런이 사진에 나타난 감정을 투영해 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인 변연계에 전달했을 것이라고 추측    

의미 : 거울뉴런에 의해 우리는 관찰한 타인의 행동은 무엇이든지 모방할 뿐만 아니라 느낌까지도 공유할 수 있게 한다.

- 타인의 의사와 행동을 이해하는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에 거울뉴런이 인류에게 언어와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을 제공 5만 년 전 인류 문화가 시작

■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사회적 동물로 진화한 이유도 거울뉴런이 더 발달했기 때문

 

- 다른 사람이 하품하는 모습을 보면 전염이 되어 입을 벌리게 되는 것

- 영화를 보다가 주인공이 눈물을 흘리면 감정이입(empathy)이 되어 따라서 울게 되는 것

- 신생아실의 아기들이 부모의 얼굴 표정을 흉내 내는 모습

- 축구경기에 열중해 있는 붉은악마는 마치 자신이 실제로 축구를 하는 것처럼 여김

거울뉴런 논란

- 의문제기 : 타인의 감정이나 의도를 파악하는 메커니즘은 단순히 세포에 비춰지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며, 거울뉴런이라는 특별한 세포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실험적 증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음.

뇌와 마음의 연결
-인지신경과학-


1. 머리말

마음과 몸의 관계 문제는 고대 희랍시대 이래로 마음에 대하여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끊임없이 던져 온 물음이다. 마음과 몸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가 하는 존재론적 문제에서부터 실제로 마음이 몸의 특성에 의해서 어떻게 제약되고, 가능하게 되는가 하는 상호작용의 구체적 좁은 범위의 처리과정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 의하여 계속 던져져온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예로부터 이원론적 생각이 지배하여 왔으며, 극단의 유물론자를 제외하고는 상호작용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없다. 이원론에서는 몸은 물리적, 신경적 법칙에 의해 지배되고, 마음은 심리적 법칙에 의해 지배된다는 입장이 기본이었다. 이러한 입장은 직관적으로는 타당하지만, 마음과 몸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해야 하며, 그 상호작용이 어디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이론과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19세기에 들어와서 다시 마음과 두뇌와의 관계의 문제로 개념화되고, 20세기에 이르러, 뇌가 마음의 작용을 어떻게 가능하게 하고, 제약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개념화가 이루어졌고, 뇌와 인지의 관계 문제가 가장 핵심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 장에서는 뇌와 인지의 관계에 대하여 심리학자들과 신경생리학자, 신경생물학자들이 물음을 던지며 경험적으로 연구해온 역사를 20세기 중엽 이전까지 간단히 개괄한 후, 20세기 후반기에 형성된 인지신경과학의 특성, 성과, 문제점들을 개관하기로 한다.

2. 마음과 뇌의 연결 역사: 희랍시대에서 20세기 중엽까지

2.1. 희랍시대에서 18세기까지

마음의 자리가 몸에서 어디이냐에 대한 생각은 희랍시대에서 중세기까지는 심장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물론 뇌가 마음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함을 인식한 선구자들도 있었다. 선사이전에도 이미 생존을 위해 뇌를 중요히 여겼던 증거가 있으며, 이집트의 의사들의 기록에 의하면 그들이 많은 뇌 질환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기원전 4세기경의 Hipocrates는 뇌가 감각의 장소일 뿐 아니라 지능의 장소라고 이미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의 학문을 지배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심장을 마음의 자리라고 보았고, 뇌는 흥분한 심장에서 데워진 피나 체액을 식히는 냉각장치, 축적기로 보았다. 이후 이러한 관점이 17세기의 데카르트까지 지속되었지만, 그래도 뇌를 마음의 기능의 자리로 보거나, 마음의 기능과 연결시켜 연구하려한 연구자들이 있었다. 대표적 인물이 2세기의 Galen이었다. 그는 대뇌가 감각의 수용기 이며 소뇌는 근육을 지배한다고 제안하였고, 뇌실의 발견과 그 이외의 뇌 기능의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 Vesalius에 의해서 뇌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고, 17세기에 들어 각종 기계의 발달은 뇌가 기계와 같은 작용을 한다는 생각이 형성되게 하였다. 이러한 생각이 데카르트에게서 기계로서의 몸과, 이와는 독립적 실체인 마음에 대한 이분법적 관점으로 재구성되었다. 데카르트는 뇌가 마음의 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그는 인간의 이성적 영혼(마음)처럼 완전하고 통일된 실체가 둘로 갈라져 있는 뇌의 좌우 반구에 자리잡고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그는 구체적으로는 송과선 이라는 작은 부위를 통해 마음과 몸이 상호작용한다고 보았다. 마음의 자리라고 볼 수 있는 송과선이란 뇌에서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데카르트 이후에 뇌는 연구자들의 주의를 더 받게 되었다. 17, 18세기를 거치면서 뇌 연구자들은 전통적인 송과선과 뇌실에 초점을 맞춘 관점에서 벗어나서 뇌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시각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관찰 중 하나가 17세기의 T. Willis가 발견한 뇌 섬유를 회질과 백질의 두가지로 구분한 것이다. 백질은 회질로 정보를 주거나 받는 섬유를 가지는 것으로 믿어졌다. 다른 발견은 회와 구의 발견인데 이것은 대뇌의 그어진 주름을 말한다. 이런 발견은 뇌를 엽(lobe)으로 나누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다른 연구자들은 뇌의 혈액 공급 중단이 마비를 가져온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뇌 한 쪽의 손상이 반대 쪽 신체의 마비나 이상을 가져온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발견에도 불구하고 1800년대까지는 뇌는 보편적 과학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경향을 전환시킨 것이 Gall의 골상학 연구이다.

2.2. Gall의 골상학과 뇌기능 국재론의 전개

독일의 의사 F. J. Gall(시대: 1758-1828)은 뇌의 좌우 반구의 섬유들이 교차되어 신체부분으로 연결됨을 발견하였고 여러 유형의 사람들 사이의 뇌의 유사성, 차이를 연구하였다. 그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그는 상이한 심적 기능이 뇌의 서로 다른 부분에 국재(편재)되어있다는(localized) 이론을 제기하였다. 그는 27개 이상의 심적 기능을 각각 담당하는 뇌의 각 부위 지도를 임의적으로 작성하여 제시하기도 하였다: 연애감정 담당 부위, 자존심 담당 부위, 희망 담당 부위 ... 등. 그는 또한 두개골의 모양이나 크기와 같은 물리적 차원을 측정하여 심적 기능과 연결시키려 하는 시도를 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고, 뇌가 마음 기능의 핵심적 자리임과, 뇌의 기능이 분화되어 편재되어(localized) 있다는 관점을 부각시키는데는 성공하였다. 그러나 그의 접근은 불충분한 관찰 증거로부터 과다하게 일반화, 추상화한 것이어서 경험적 검증 논리의 준거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잘못된 접근이었다. 그의 뇌기능 부위 지도는 실제로 해당 뇌의 부위가 그가 지적한 심리적 기능을 지녔는가의 타당성 여부의 문제 이전에 벌써 논리적으로 문제점이 있었다. 그 까닭은 뇌의 각 부위에 담당 심적 기능을 할당하기에 앞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심적 기능 또는 특성을 분류하는 분류체계의 논리적 타당성이다. 그런데 Gall은 이러한 심적 기능 범주의 분류체계의 논리적 타당성에 대한 선행 작업 없이, 자기 멋대로 비논리적 분류에 의거하여 범주경계가 불확실한 심적 특성을 뇌의 여러 상이한 부위에 할당하였던 것이다.
Gall의 골상학적 접근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인 것이 프랑스의 Flourens의 연구였다. P. Flourens은 19세기 초에 절제(ablation) 손상법을 사용한 엄밀한 실험을 통해서 뇌의 부분들을 단계적으로 절제하며 뇌의 각 부분들이 Gall이 지적한 바와 같은 심적 기능을 담당하는 가를 탐색하였다. 그 결과 Gall이 지적한 기능들을 뇌의 해당 부분이 담당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얻어졌다. 그보다는 여러 심적 기능이 공평하게 뇌의 각 부분에 분배되었을 가능성이 대두되었다. 그래서 그는 소뇌와 대뇌피질이 일부 특정 기능을 담당하기는 하지만(action propre) 그보다는 이 둘 사이의 협응과 의사소통, 조화가 더 중요하며, 뇌 전체가 공통적으로 함께 하는 통일적 기능(action commune)이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후의 연구들은 Flourens의 이론에 더 수용적이었으나, 일부 연구들은 Gall의 이론이 세부적으로는 부정확하지만 개념적으로는 타당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Bouillaud는 뇌의 앞부분에서 ‘언어 중추’에 해당하는 부위를 발견하였고, Aubertin은 좌측 전뇌 부분이 언어 담당임을 보였으며, P. Broca는 Tan이라고 불리는 환자의 연구를 통해 좌측전두엽 부분이 실어증 관련 부위임을 발견하였다. 이 부분이 현재 Broaca영역이라고 불리는 언어관련 영역이다. 이후 1870년대에 이르러 독일의 G. Fritsch와 E. Hitzig는 개의 뇌 부위에 전극을 연결하여 전기자극을 주는 새로운 연구방법을 사용하여 운동 담당 뇌 영역을 발견하였고, 같은 방법을 사용한 D. Ferrier는 시각영역, 청각영역, 감각영역을 발견하였다. 한편 같은 시기의 C. Wernicke은 임상적 관찰을 통해서 수용성실어증(sensory aphasia)과 운동성실어증(motor aphasia)의 구분 필요성을 확인하고, 측두엽에서 말의 이해를 담당하는 수용성 언어 영역인 Wernicke의 영역을 발견하였다.
Fritsch와 Wernicke 등의 연구는 단지 뇌 기능 영역의 발견을 더 추가했다는 의미를 넘어서는 의의를 지녔다. Fritsch 등의 연구는 뇌기능의 국재화가 타당한 연구가설임을, 그러나 Gall의 골상학적 세부 뇌기능 이론은 버려야 함을 인식시켰다. 그뿐 아니라 더 나아가 그는, 절제나 전기자극에 의해 뚜렷한 손상효과를 보이지 않는 뇌부위일지라도, 이러한 부위가 뚜렷한 기능을 지니는 인접 부위로부터 전달된 관련 정보의 기억 저장고의 역할을 할 가능성과, 이러한 부위들을 연결하는 영합영역의 중요성, 그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 등을 부각시켰다. 뇌기능의 국재화를 넘어선 상호연결, 협응, 통합의 기제1)에 대한 연구 관심을 일으킨 것이다.
다른 한 면으로는 Wernicke의 연구는 뇌의 신경학적 연구가 심적 기능에 대한 체계적 이론이 없이 단순히 탐색하고 발견하는 식의 연구가 아니라, 뇌기능에 대한 심리학적 이론을 먼저 설정하고 그 이론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이론 중심의 접근법을 출발시켰다. Wenicke는 수용성실어증과 운동성 실어증 현상을 관찰하고, 뇌의 언어 수용 기능과 말 산출(운동) 기능 사이에 어떤 연결 기능이 필요할 것이라는 심리학적 가설을 세우고, 뇌의 언어수용담당 영역과 언어운동 영역 사이의 어떤 연결 통로에 이상이 있는 사례(conduction aphasia)를 찾는 시도를 하였다. 이는 단순히 뇌기능의 국재화를 시행착오 식으로 경험적 증거를 찾을 것이 아니라, 심적 기능에 눈을 돌려서, 심적 기능에 어떠한 복잡한 과정들이 있는가를 이론적으로 먼저 탐색한 후에 그 기능을 뇌의 부위에서, 뇌의 과정에서 찾아내는 그러한 과학적 시도를 하게 한 것이다. 여기에서 전통적으로 의사들과 생리학자들 중심으로 전개되어 온 뇌의 연구가 심리학자들과 연결되어야 할 고리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2.3. 일반적 신경학적 연구의 기여

19세기의 뇌와 관련된 연구가 모두 뇌기능의 국재화 연구였던 것만은 아니다. 국재화 연구는 다음과 같은 17세기서부터의 몇 가지 기초적 연구들에 의해 뒷받침되어 이루어졌다.
그 하나는 뇌의 기능적 단위로서의 뉴론(neuron)의 발견을 들 수 있다. 현미경의 발달은 동물의 조직을 확대하여 관찰하는 것을 가능케 했는데, 1839년엔 독일의 동물학자인 Schwann이 세포이론이란 것을 제시하였다. 그것은 모든 조직이 세포라 불리는 미세단위의 조합이라는 것이다. 뇌에서 기초 단위로 보여지는 것은 신경세포이다. 신경세포는 세포체에서 여러 가닥이 뻗어져 나가는 모양으로 여러개의 신경세포는 서로 연결되어있다. 이런 연결을 신경망이라 부르고 신경과학이 이외의 컴퓨터 과학에 응용되기도 하는 기초지식으로 쓰이게 된다.
다음은 정보전달자로서의 신경세포 및 신경섬유의 개념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과학자인 Galvani와 독일의 생물학자인 du Bois-Reymond은 신경이 전기적으로 자극될 때 근육이 경직되는 것을 보여주었고, 뇌도 그 자신이 전기를 생성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발견은 뇌가 액체의 움직임에 의해서 신경정보를 전달한다는 이전의 관점을 뒤엎어 놓았다. 문제는 운동을 전달하는 것과 감각을 전달하는 것이 같은 경로에 의해서 인가이었는데 신경이 절단되면 감각과 운동이 같이 사라지는 결과로 같은 경로라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답은 1810년경에 얻어졌는데 영국의 Bell과 Magendie는 척수의 배근(dorsal root)과 복근(ventral root) 경로를 발견하여 이를 설명하였다. 즉 감각과 운동 기능은 다른 경로를 따라 처리된다는 것이다. 이에 추가하여 J. Mueller는 감각의 질은 대상 자극 자체가 아니라, 그 감각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담당하는 특정 신경섬유에 의해 결정된다는 특수에너지법칙(law of specific energies)을 제시하였다.
다음은 신경체계의 진화에 대한 연구이다. C. Darwin은 자연선택이라는 과정에 의해서 종 안에서의 차이가 발생한다 라는 이론을 전개한다. 이런 기제에 의해서 자손들이 그들의 부모와 다른 성격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수 세기동안의 변화가 오늘날의 종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다윈은 유전학 연구에 유전적 특성 행동을 포함시켰는데, 신체적 특성이 아닌 심리적 특성을 유전학의 연구주제로 포함시킨 것은 당시로 보아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다윈은 유사한 행동양식을 보이는 종은 같은 조상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였다. 대부분의 신경과학자들은 동물모델을 사용하여 인간행동을 이해하고자 한다. 반면 많은 행동요인들은 한 종이 차지하는 환경에 의해서 고도로 특수화되어 있다. 이런 견지에서 적응능력은 모든 종에서 뇌 구조와 그리고 기능에 잘 반영되어 남는다고 할 수 잇다. 종간의 뇌의 비교는 신경과학자로 하여금 다른 행동적 기능이 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아 볼 수 있게 하였다.

2.4. 뇌기능 등가론(等價論)의 전개

뇌기능 국재론 중심의 19세기의 연구가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또다른 전환점을 맞았다. 19세기 말의 영국의 신경학자 J. H. Jackson은 뇌의 좌우 반구 사이에 어떤 한 반구가 지배적인 특성을 지닌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 뇌의 부분 ‘A’ 가 손상되어 심리적 기능 ‘ㄱ’이 결함을 보인다하여 ‘A’가 ‘ㄱ’이라는 기능에 대한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논리에는 문제가 있다고 국재화 연구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20세기 초의 P. Marie, K Goldstein과 H. Head 등도 인지 기능은 편재화된 것이 아니라 두뇌가 전체적으로 반응하며, 같은 부분이 손상된 환자들이 서로 다른 기능의 결함을 보이거나 아무런 결함을 안 보이는 현장이 있음을 지적하고, 뇌는 모든 지적 활동에 뇌 전체가 하나의 통일체로 작동할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뇌기능 전체주의자들의 주장은 미국심리학자 Franz와 Lashley의 연구에 의하여 강력히 전개되었다. 1900년대 초의 S. I. Franz는 당시에 유행하던 동물 학습 연구에 뇌 절제술 방법의 접목을 시도하였다. 그는 동물에게 특정 행동을 학습시킨 후에 뇌의 일부분을 절제하였을 때에, 그 동물이 이전에 학습한 바를 기억하여 행동으로 수행하는가를 탐색하였다. 그 결과 특정 행동에 대한 학습된 기억이 뇌의 특정 부위에 저장되어 있는 것이 아님을 발견하게 되었다. 학습된 내용이 다른 부위에도 분산되어 저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또한 예를 들어 언어 담당 영역인 Broaca영역이나 Wernicke영역이 손상되어도 언어 능력이 복구되는 사례를 관찰하였다. 뇌기능의 편재화, 국재화를 넘어서는 가소성, 융통성을 발견한 것이다.
이후에 Franz와 공동연구를 시작한 K. S. Lashley는 행동주의 심리학의 연구의 전형인 동물의 미로학습 연구를 통해서 뇌기능의 국재화에 반대되는 연구 결과들을 발견하였다. 미로 학습을 한 쥐들의 뇌를 절제한 결과, 뇌부위에 따른 학습 수행 능력의 손상이 발견된 것이 아니라, 뇌 손상 양에 비례하여 학습 수행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학습된 경험의 내용이 뇌의 특정 부위에 저장된 것이 아니라 뇌 전역에 균등 분산 저장되어 있을 것이라는 이론을 지지하는 결과이었다. 이러한 결과를 근거로 Lashley는 균등능력(equipotentiality: 뇌의 어떤 기능 영역 부분들의 능력은 동일함) 개념과, 전량활동(mass action: 뇌 손상 양에 비례하여 행동 수행 기능이 결정된다는)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뇌기능 국재화 입장을 공격하였다. 그에 의하면 경험을 통해서 정보는 두뇌 전체 또는 어떤 일부 영역 내에 널리 표상되며, 이 영역 내에서는 모든 세포들이 일정한 형태로 반응하는 능력을 획득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Lashley의 입장은 뇌기능의 국재화를 주장하던 학자들에게 강력한 타격으로 제기되었다.
그렇다면 국재화적 입장과 전체적 입장의 어느 것이 맞는가? 어느 한 입장이 맞고 다른 입장이 틀릴 가능성도 있으나, 그 동안 축적된 경험적 증거에 의하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양쪽 입장을 지지하는 경험적 증거들이 모두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제시하는 증거들이 어떤 것이냐, 그 증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국재적 입장이 어떤 유기체의 경우, 어떤 행동의 경우, 어떤 발달 시기의 경우에만 맞는 반면, 전체적 입장은 다른 경우에 맞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잠정적인 결론을 내린다면, 여러 심적 기능이 두뇌의 특정 영역에(예를 들어 감각영역, 운동영역) 국재화 되어있지만, 일차적 처리 이후의 처리는 다른 장소에서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사고, 학습, 기억 같은 고차정신과정들은 중복적으로 처리되며 뇌의 전 부위에 분산되어 처리된다고 할 수 있다. 두뇌에의 손상이 항상 기능의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고, 뇌의 다른 부분들이 그 기능을 대치/ 대행, 보상한다는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지지하여 준다.

2.5. Hebb의 이론적 종합 시도와 국재화 연구의 또 다른 시도

국재적 입장과 전체적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 카나다의 심리학자 D. O. Hebb(1949)은 세포군집(cell-assembly)이론을 통해 하나의 통합을 시도하였다. 그에 의하면 시지각과 같은 신경계의 행동 패턴은 특정 세포들의 집합인 세포군집의 연결에 의하여 형성되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어떤 행동이나 지각내용이 뇌의 특정 영역에 특정 세포군에 국재화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보다 더 복잡한 세포군 집합들이 형성되고(이것을 그는 국면계열(phase sequence)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국면계열은 국재화되기 보다는 뇌의 여러 영역에 분산되어있는 세포들의 연결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으며, 따라서 균등 능력적일 가능성이 높다. 후자의 경우 어느 한 세포군이 손상되어도 다른 세포군이 그 기능을 대행할 수 있다고 하겠다. 이에서 유기체가 더 성숙되면, 유기체의 행동을 어떤 특정 세포집단 뇌영역에 귀속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Hebb의 이러한 포괄적 이론과, 세포군이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학습원칙에 대한 그의 이론은 후에 80년대에 이르러 신연결주의의 기본 개념으로서 도입되어 인지심리학에 영향 주게 되었다.
뇌의 특정 부분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가에 대한 경험적 연구가 뒤를 이었다. 특히 D. Hubel과 T. Wiesel의 시각세포에 대한 연구는 인지신경심리학적 연구에 새로운 선을 그었다. 그들은 고양이 등의 뇌피질의 낱개 세포의 전기적 반응을 기록하여, 뇌의 특정 세포가 특정 자극 형태에 대하여 반응한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각 세포마다 전담 반응이 있어서, 시각적 자극의 특질의 유형별로 서로 다른 특질들(features)을 추출하고 조합해내는 특수세포들이 있음을 밝힌 것이다. 그들은 이 연구로 노벨상(1981; 의학 및 신경생리 부분)을 수상하였다. 그들은 계속하여 이러한 세포들이 유기체가 태어난 후에 특정 발달 시기 사이에 관련된 적절한 자극 환경에 노출되어야 그 세포가 발달하며, 그렇지 않으면 정상적 (손상됨이 없는 시각계를 가진) 동물인데도 행동상으로는 시각적으로 장애를 보이는 행동을 보인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 이와 같은 뇌부위 세포의 특수 기능의 국재화를 지지하는 연구결과들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도 계속 획득되었다. 이 다음 단계의 연구들은 낱개 세포 단위의 뇌기능 국재화의 연구가 아니라 보다 거시적 수준에서의 뇌기능 국재화에 관한 연구였다.

2.6. 절단뇌(split-brain) 연구

1960년대에 신경심리학자들은 간질병 환자에게서 뇌의 좌반구와 우반구를 연결하는 거대한 백질 섬유로인 뇌량을 절단하여 좌우 뇌의 기능이 분할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연구의 대표적 연구자가 R. Sperry이다. 그는 이전의 임상적 연구에서 Geschwind 등이 발견하고, 실험적 연구에서 Kimura, Milner 등이 발견한, 좌뇌의 언어기능 지배 특성을 뇌량을 절단한 환자들에게서 재확인하였다. 그는 이 연구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상세한 내용은 이미 일반 서적에 많이 기술되어 있기에 생략한다.
이러한 절단뇌, 또는 분할뇌 연구는 뇌기능의 편재화를 지지하는 결과임에 분명하다. 물론, 발달 과정에서 손상된 뇌의 기능을 다른 뇌가 대체한다든지, 좌측 뇌뿐만 아니라 우측 뇌에도 초보적인 언어기능이 있다든지 하는 현상들도 발견되었으나, 역시 각 반구의 특수화된 기능을 잘 보여준 예였다. 오른손잡이 정상적 어른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대체로 편재화를 지지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어린이나 왼손잡이의 자료들을 좌우 반구의 기능을 명백하게 구분 짓는 입장을 다소 약화하는 결과들도 보이나, 이런 경우를 제외하곤 좌우반구의 기능분화를 지지하는 결과가 바로 이 절단 뇌 환자의 결과이다.
반면, Luria의 연구에 의하면 어릴 때는 감각영역이 지배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연합영역이 지배하는 것과 같이 발달 시기에 따라서 다른 부위가 지배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어떤 인지적 기능도 단 하나의 영역이 전담하는 경우는 없고, 몇 개의 부분이 각각 다른 기여를 하는 것이라는 것이 이러한 입장의 잠정적인 결론이다. 절단뇌 연구와 뇌기능 국재화에 대하여는 이 장 후반부에서 다시 논의하겠다.

3. 인지신경심리학의 형성

20세기 전반에 심리학의 이론적 틀을 장악하고 있던 행동주의 대항하여 출발한 인지주의는 행동주의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외적 관찰 가능한 행동과 단순한 ‘자극-반응’ 연결의 강조 대신, 내적 고차적 인지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인지의 신경생물적 기반의 중요성을 무시하였다. 즉, 신경생물적 기초 없이도 순수 인지과정을 이해 가능하다는 관점을 전개하였던 것이다. 50년대 후반에서 80년대까지 이와 같이 인지주의가 신경과학을 무시하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그 하나는 그 당시의 신경과학적 연구 도구와 연구 물음이 인지과학 특히 인지심리학적 연구와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분자수준과 생물적 구조 중심의, 그리고 감각-운동 기관 중심의 신경과학적 연구들은 고차인지과정을 분석, 설명하려는 인지주의자들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관련 없는 연구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연구물음의 이러한 편협성은 한편으로는 당시의 신경과학의 방법론적, 연구 기법의 한계에 기인하였다고 할 수 있다. 고차인지과정을 연구하기에는 적절한 세련된 방법론이 결여되어 있었던 것이다. 둘째 이유는 기능주의의 영향이다. 고전적 인지주의를 지배해 온 심리철학적 입장이 Putnam의 기능주의(functionalism)였는데, 기능주의에 있어서는 인간이나 컴퓨터의 하드웨어의 세부가 어떠하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기능적 원리가 동일하면, 그 기능을 구현하는 하드웨어적 특성의 고려 없이도 정보처리체계의 특성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가능하게 하는 컴퓨터의 하드웨어나, 자연적 인지를 가능하게 하는 하드웨어인 두뇌의 특성은 인지 현상의 설명에 주요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80년대 이전의 신경과학과 인지과학은 상호작용이 없이 독립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80년대 중반에 이르러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기능주의에 대한 반론과 도전이 시작되고, 인지현상을 설명함에 있어서의 뇌 연구의 중요성과 두 분야의 생산적 연결 가능성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자각과 구체적 연구의 결과로, 넓게 보아서는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이 연결된 ‘인지 신경과학(Cognitive Neuroscience)’이 형성되었고, 좁게 보아서는 심리학 내에서 인지심리학과 신경심리학, 생리심리학이 연결된 인지신경심리학(Cognitive neuropsychology)이라는 새 학문 분야가 형성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9장에서 이미 언급한 신경망적 접근(neural network approach), 병렬 분산처리적 접근(parallel distributed network)이라고 부르는 신연결주의의 부상이다. 심적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기본 단위들이 뇌의 시냅스 같은 연결 및 활성화 특성을 지닌다고 보는 신연결주의는, 인지 얼개(cognitive architecture)를 뇌 신경망의 특성에 기초함으로써, 컴퓨터 유추적 접근이 지니는 제한점을 뇌 유추를 통하여 극복하려 한 것이었다. 이런 움직임은 인지과학의 이론적 틀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신경과학적 연구가 도입될 수 있는 길을 인지과학 안에서 터놓은 것이다. 이러한 연결주의 모델의 왕성한 발전은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러한 모델을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구현하여 검증 가능하다는 데 있었다. 이러한 연결주의적 접근은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8장 참조).
인지과학 영역 밖에서는 신경과학 자체의 변화가 있었다. 전통적인 분자수준에서의 접근에서 탈피하여 뇌의 시스템 수준 중심으로 접근하는 시도들이 성공을 보였다. 기억체계와 시각체계에 대한 신경과학적 연구 시도들이 그 예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뇌의 서로 다른 영역 또는 신경전달 경로가 서로 다른 인지기능에 특성화 되어있음을 보여주었다. 방법론적으로도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해부학적 기법에 추가하여 인지심리학에서 발전시킨 행동관찰법을 도입한 것이 변화에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연결을 통해 기억 등 인지기능에 대한 신경과학적 연구 결과에 바탕해서 인지심리학적 이론의 타당성이 정당화되거나 수정될 수 있을 가능성이 드러난 것이다. 또한 그 동안의 정보처리적 패러다임 하에서의 인지과학적 연구가 초기의 활발한 이론전개와 경험적 자료의 축적에서 어떤 한계에 도달하였음을 자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결주의 모델이나, 신경과학의 경험적 자료들은 전통적 인지실험보다 신경적 방법이 더 많은, 좋은 정보와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인식을 생기게 하였다. 즉, 인지현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새로운 틀로 분석해 갈 수 있으리라는 시사를 준 것이다.
심리학 내에서의 또 다른 변화는 그 동안 독립적으로 진행되던 인지심리학과 임상신경심리학(clinical neuropsychology) 연구의 상호작용을 들 수 있다. 임상신경심리학이 과거에 많은 연구를 해왔으나, 주로 이상인(abnormal person)의 심적 기능 특성에 관한 연구였지, 정상인의 정상적 심적 기능과 뇌 구조/과정 사이의 연결에 대한 잘 정리된 세분화된 모델이 없었다. 그런데 정보처리적 틀의 인지심리학의 대두와 이의 이론적 경험적 발전은, 인지심리학의 이론적 모델들을 정상적 인지기능에 대하여 임상신경심리적 모델로 도입하여 검증할 수 있는 개념적 틀을 제공하였다. 또한 인지심리학의 반응시간 기법 등은 정상 인지과정 모델을 신경학에서 검증하는 방법을 제공하였다. 즉 그 동안 뇌손상 환자들의 심적 기능의 이상을 관찰하면서도 그를 포괄적으로 분해하여 분석적으로 개념화 할 수 있는 이론적 개념이나 이론적 모델이 부족하였던 임상신경심리학자들에게 현상을 더 정교하게 개념화, 분해, 검증, 설명할 수 있는 세련된 이론적 언어와 모델, 부가적 방법이 제공된 것이다. 인지심리학과 신경심리학의 이러한 연결을 통해 뇌의 손상과 관련지어 특수 영역과 특수 인지기능 연결 확인하는 작업이 활발하여진 것이다. 물론 역으로 인지심리학자들은 장/단기 기억 체계 특성이라든가 암묵적 기억 특성과 같은 인지심리학적 이론에 대한 보다 신뢰성이 높은 경험적 검증을 받는 한 방편으로 신경심리학과의 연계를 능동적으로 모색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과정에는 동물실험에서 사용하던 신경과학적 방법을 인간의 고등인지기능 연구에까지 확대 적용할 수 있었던 것도 한 요인이 되었다. 동물, 특히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에게 적용했던 단일세포기록 방법을 통하여 얻은 지식들을 인간에게 적용하면서, 인간의 상이한 인지기능에 참여하는 신경회로와 구조에 대한 정보와 그러한 기능 구현 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영향보다도 더 결정적 영향을 준 것은 이미 8장의 방법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사건관련전위(ERP: Event Related Potential) 기법, 기능 뇌영상화(functional brain imaging)기법 등의 발전에 따른 영향이다. 이러한 연구 기법의 기본 방법들은 이전에도 알려져 있었고 사용되었으나, 최근에 컴퓨터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이러한 기법의 폭발적 발전을 가져와서, 연구자들이 방대한 양의 자료를 기록, 분석함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전에는 대개 획득 불가능했던 유형의 뇌 공간 및 시간적 측면의 자료들을 습득, 처리 가능하게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단일한 방법보다도 여러 연구방법들의 결과가 수렴되는 것에 더 신뢰를 두는 자연과학자적 방법을 신뢰하는 신경과학자들의 경향성에 이런 다양한 결과의 수렴이 부합되었다고도 하겠다. 특히 기능 뇌영상법의 영향이 컸다. 기능 뇌영상화 기법들은(이경민, 1999) 뇌의 여러 기능 영역들에서 특정 인지 기능을 수행할 때에 관여하여 활성화되는 수준을 계측할 수 있게 하였다. 즉 특정 영역 세포나 영역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체계가 어떠한 인지기능 관련 정보처리를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를 파악 가능하게 된 것이다. 뇌의 상이한 영역이 인지 기능 수행에 다른 정보를 제공하고, 다른 종류의 정보처리에 관여함을 드러나게 한 것이다. 뇌의 구조적 변화 파악에 국한되었던 초기 뇌영상화기법이 개선되어, 후에 개발된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fMRI(funct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등은 뇌의 기능을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영상화 한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고, 개선된 ERP기법이 시간적 해상도를 보완하여 줌에 따라 뇌기능에 대한 시공간적 특성 파악 방법은 큰 진척을 보게 되었다. 이러한 영상화방법은 정상인과 뇌손상자의 인지과제 수행 상황의 세부를 포착하며, 인지신경모델의 검증을 세련화 하였다. 이러한 인지신경심리 연구 방법에 대한 상세한 기술은 8장 4절에서 주어져 있다.
이러한 변화의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심리학자들로는 M. Posner(1995), M. Gazzaniga(1995) 등과 같은 인지심리학자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Posner는 반응시간법, 즉 심리시간계측법(mental-chronometry)을 정교화하고 이를 적용하여 주의과정 등을 연구하여 오던 중, 신경과학적 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였을 뿐만 아니라, 심리시간계측 연구와 신경과학연구법의 연결 가능성을 인식하였고, 심리시간계측법과 ERP, PET와 같은 신경과학방법을 연계하여 인지과정을 분석하는 연구를 시도하였다. 그의 연구는 단순히 인지적 과정의 시간적 경과 파악 중심의 연구를 뇌 인지기능의 공간적 파악 연구로 전환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형성된 인지신경심리학을 요약하여 표현하자면, 인지심리학의 행동적 연구 방법과 신경과학의 기능적 방법을 조합하여, 특정 인지기능에 관여하는 뇌영역과 신경적 과정을 확인함으로써, 독자적으로 인지정보처리 체계의 하위 처리구조와 처리과정에 대한 이론적 모델을 제시, 검증하며, 또한 인지심리학에서 일차적으로 제시한 이론, 모형, 모수치, 개념들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세련화하는 작업을 한다고 하겠다.

3.1. 표상과 뇌: 인지신경심리학의 연구 주제

인지신경심리학의 주요 연구주제는 뇌의 각 부분이 어떠한 기능적 전문화와 기능적 조직화를 이루고 있는가 하는 뇌기능 地圖 (brain function mapping)의 탐구이다. 이와 관련하여 좌우 뇌반구의 기능 분화와 통합의 기제가 연구된다. 다음으로 지각적 특질의 탐지와 지각적 형태 재인의 신경기제, 운동행동의 조직과 분화와 통제의 기제, 학습의 생화학적 변화 기제와 학습에 의한 신경적 가소성(plasticity)의 기제, 기억의 소재와 표상형성 및 異常 기억의 기제, 주의와 각성의 기제, 언어행위의 기제, 감정과 정서에 관여하는 두뇌 기제 등이 주요 연구주제가 된다. 이러한 탐구의 배경에는 인지심리학 및 인지과학의 핵심 주제인 표상과 처리과정의 문제가 항상 놓여있다. 표상의 신경학적 기반을 심리학에, 인지과학에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과제를 인지신경과학은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상당수의 인지신경심리학자들은 연결주의 심리학자들과 마찬가지로 표상의 존재와 표상의 신경적 특성 탐색에 대하여 적극적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그들은 표상의 존재를 가정하지 않고 신경적으로 현상을 설명하려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인지심리학이 핵심 연구주제가 표상임을 전제하고, 인지신경심리적 연구와 표상의 문제를 연결시켜 생각해 보기로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표상과 그 정보 처리과정과 관련된 인지신경심리학의 중심 연구주제들을 약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표상의 실재의 문제의 연구이다. 이에 대한 현재의 연구들은 입력자극의 位相(topology)이 보존되어 상위수준으로 투사되는 신경구조가 있는가 하는 문제의 연구로 집약될 수 있다. 시각, 청각, 체성 감각 등에서 수용기와 뇌중추 사이에 retinotopic, tonotopic, somatotopic 투사 관계가 각각 존재한다는 신경구조적 연구결과들은 입력자극 특성이 뇌에 물리적 관련성을 가지고 표상될 수 있을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해 준다.
둘째로 처리과정의 계산처리 문제의 연구이다. 뇌의 위상적 배열이나 다른 양식의 신경적 연결들은, 신경계의 각 수준에 있어서 정보처리 계산이 용이하도록 하는 목적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시각 특질탐지 신경세포들의 위계적 조직화에 대한 Hubel과 Wiesel등의 연구들은 표상의 분석과 종합의 처리 과정이 위계적 연결을 통하여 어떻게 조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를 보였다. 이에 일부 연구자들은 뇌, 특히 시각중추의 신경회로의 공간빈도(spatial frequency) 분석에 관한 연구를 들어 자극특성 표상의 보편적 계산의 기제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들 연구들이 표상의 계산과정을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했다. 표상과 신경구조에 따라 어떤 유형의 계산이 이루어지는가가 인지 심리학적 연구에서도 이루어 졌는데, 신경계에서 지식의 표상이 이루어지는 계산이 벡타에서 벡타로 전환하는 계산이며 자극특성이 벡타 행렬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신경계의 계산과처리과정의 연구와 관련하여 등장한 계산 신경해부학적 연구들은 뇌의 위상적 투사에 있어서 자극특성이 그대로 보존되기보다는 변형되고 왜곡된다는 것을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는, 대수적 대응함수의 계산형식으로 일부 설명할 수 있음도 보여지고 있다. 또한 두뇌의 여러 부분이 이러한 다양한 방식의 복잡한 계산에 관여하여 다양한 처리과정이 구현되도록 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시되었다.
세째로, 표상 양식의 문제의 연구이다. 인지과학에서는 인간의 표상이 디지털(명제적) 표상이냐 아날로그 표상이냐, 아니면 둘 모두이냐의 문제가 논란되어 왔다. McCulloch와 Pitts이후로 뇌 연구들은 뉴론들이 시냅스에서 디지털적으로 정보를 교환함을 인정해왔다. 최근에 아날로그적 표상을 직접 반영하는 신경적 구조특성이 뇌에 있는가 하는 문제가 신경과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었다. 그 결과, 디지털적 특성을 지닌 뉴론들일 지라도, 그 뉴런들간의 기능적 특성 또는 신경적 연결성과 활동성의 패턴에 의해 아날로그 특성이 주어질 수도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뇌신경 활동의 특성이 단순히 디지털적, 계열적 연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냎스를 넘어선, 전체적 신경활동의 場(field)的 패턴에 의해 결정되는 특성이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네째로는 본 장의 앞 부분에서 계속 논의된 바와 같은 국재화의 문제이다. 정보의 표상은 뇌의 어떤 한 부위에 局在하는가 아니면 분산되는가의 문제의 연구이다. 이 문제는 특수화된 기능을 지닌 구조의 단원성(modularity) 대 분산적 중복 표상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질 탐지세포이론과 같은 단원적 국재화의 이론과 홀로그래픽(holographic) 기억이론이나 집단신경선택(group neural selection) 이론과 같은 중복분산표상의 이론들이 제시되었고 각각을 지지하는 증거들도 찾아졌다. 인지심리학, 인공지능학, 컴퓨터공학 등에서 제기한 '병행분산처리의 신연결주의' 이론은 신경계의 분산표상과 단원적 구조의 기능을 조합한 이론이라 할 수 있다.
끝으로 이러한 표상의 형성과 계산을 담당하는 주 신경구조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의 연구이다. 한 예로 기억상실증 환자에 대한 고전적 연구나, 해마와 신피질의 연결관계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는데, 자극상황에 대한 새로운 표상을 형성하고 이를 기존의 다른 표상과 연결짓는 것을 담당하는 것이 해마 체계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종종 발견되고 있다.

4. 인지신경심리 연구방법

뇌의 구조 및 기제와 심적 과정을 연결하는 방법으로 발전된 여러 방법들이 있으며, 이러한 방법들은 이전의 인지심리학자들의 전통적 방법만으로는 밝힐 수 없던 현상들을 밝혀주거나, 인지심리학자들이 상정했던 개념이나 이론들의 경험적 타당성을 제공해주어서, 인지심리학의 발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인지신경심리적 방법들에는 뇌영상 기법, 뇌전기 생리학적 측정기법 등이 있다. 이 방법들의 세부 내용에 대한 기술은 이미 8장의 4절에서 기술된 바 있다.


5. 인지신경심리학 연구 일반: 개관

이러한 배경에서 출발한 인지신경심리학의 주요 연구주제는 뇌의 해부학적 구조의 탐색이 아니라, 뇌의 각 부분이 어떠한 기능적 전문화와 기능적 조직화를 이루고 있는가 하는 뇌기능 地圖의 탐색이다. 따라서 좌우 뇌반구의 기능 분화와 통합의 기제가 연구되고, 지각적 특질의 탐지와 지각적 형태 재인의 신경기제, 운동행동의 조직과 분화와 통제의 기제, 학습의 생화학적 변화 기제와 학습에 의한 신경적 가소성(plasticity)의 기제, 기억의 소재와 표상형성 및 異常 기억의 기제, 주의와 의식의 신경적 기제, 그리고 언어, 사고, 정서 등의 신경적 기능적 구조와 기제 등이 주요 연구주제가 된다. 물론 정상인과 뇌손상환자의 인지신경적 특성이 모두 연구된다. 이외에도 신경계의 진화와 인지의 진화 관계에 대한 연구와, 계산신경과학(computational neuroscience) 연구도 진행된다. 후자는 인지심리학에서 인지과정에 계산적 모델을 적용하여 시뮬레이션 하던 방법과 마찬가지의 방법을 신경체계 과정에 적용하여 계산적 모델을 구성하는 접근이다. 특정 신경처리과정에 대한 연결주의 모델과 같은 인공모델의 구성이 그 한 예이다.
여기에서 지난 20 여 년 간의 인지신경심리학 연구 결과들의 전 범위를 열거하고 그 내용과 그 의의를 모두 논하기에는 지면의 한계가 있다. 그 대신, 여기서는 그 동안에 축적된 연구들 중에서 인지심리학과 상호작용이 두드러진 연구 결과 일부를 중심으로 그 내용과 의의를 기술하여보겠다. 먼저 그 동안의 인지신경심리적 연구에서 중요한 업적으로 인정되는 것들을 필자의 주관적 기준에 의해 열거한다면 다음과 같다(Banich, 1997).
첫째는 좌우 뇌의 일반적 특성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재개념화이다. 이에 대하여는 후에 부연하겠다. 다음은 시지각 연구 분야에서 형태인식(재인)에서의 인지심리학적 계산적 모델의 신경학적 검증; 부분과 전체 정보처리의 상호의존성의 신경학적 이해; 감각기관에는 이상이 없는데도 대상인식에 실패하는 실인증(agnosia)의 다양성과 정보처리적 특성의 이해, 얼굴 인식 정보처리 미케니즘의 독특한 지위 확인 등이다.
주의 분야에서는 선택적 주의가 뇌의 어떤 구조에서 일어나며, 언제 선택이 일어나는가의 이해; 공간위치 정보 중심 주의와 대상정체 중심 주의 분할/상호작용 기제의 이해; 주의를 주고 떼는(engage-disengage) 과정과 관련 신경구조의 개념 도입; 손상뇌의 대칭 시야 자극 및 특정 범주 자극에 대한 무시(hemineglect) 현상의 이해 등이다.
언어 분야에서는 실어증의 다양한 유형의 발견에 초점을 두었던 신경학적 연구와, 실어증의 특정 언어과정의 손실 측면을 강조한 인지심리 모델 사이의 통합의 시도; 언어를 주로 담당한다는 좌뇌 내의 앞-뒤 부분 간의 기능의 차이 규명; 시각적 어휘 자극에서부터 기억내 의미 표상에 접근하는 신경적 통로 분할/상호작용의 이해; 우뇌의 화용론적 정보처리 역할의 중요성 이해 등이다.
기억 분야에서는 기억상실증에 대한 신경과학-인지심리학 통합 모델의 구성; 단일한 체계 아닌 다원적 체계로서의 기억 모델에 대한 인지심리학적-신경과학적 통합적 모형의 발전; 이와 관련하여 암묵적(implicit) 기억 체계 특성의 이해 및 이것의 의식하적 주의, 학습과의 관련성 이해, 및 절차적(procedural) 기억과 서술적(declarative) 기억 구분과의 연관성 이해; 해마가 장기기억 저장고가 아닐 가능성의 확인과 이것이 분산표상 모델에 주는 의의 이해; 작업기억의 하위체계 구분과 기제 이해 등이다.
행위를 계획, 집행하는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 연구 분야에서는, 전두엽의 손상과 관련하여, 소위 ‘자유의지’에 관련된 인지기능에서의 자발성, 반복-집착성, 주의 및 마음갖춤새를 바꾸거나 적응 전략을 모니터링, 수정하는 등의 인지기능의 신경적, 정보처리적 특성들이 밝혀지고 있다.
정서에 관한 신경심리적 연구는 컴퓨터 유추 모델을 채택하며 정서를 연구 주제에서 거의 배제했던 인지심리학에 정서 연구를 부활시키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대뇌피질과 피질하 구조 사이의 일반적 정서 경험 및 정서적 의사소통 처리 대 긴급 정서반응 처리의 분담; 정서 의사소통에서의 얼굴 표정 표현/이해의 중요성과 우뇌의 이 기능 담당 특성 규명; 부정적 및 긍정적 기분 상태와 좌우뇌 기능의 분담/상호작용 및 좌우뇌 내의 전후 영역의 기능 분할 탐색 연구 등이다. 정서에 대한 이러한 신경심리적 연구들은 인지심리학으로 하여금 이러한 연구 결과와 기존의 동기-정서심리학에서 제기된 개념과 이론을 통합하여 새로운 이론적 모형을 형성하게끔 촉진하고 있다.
사고와 관련하여는 인지신경과학적 연구는 괄목할만한 어떤 자료나 이론을 내어놓고 있지 못하다. 일반적 좌우뇌 기능의 차이, 주의, 작업기억, 언어이해 등과 관련하여 사고의 신경학적 기초가 연구되고 있으나, 인지심리학에서 도입하여 사고이론 구성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만한 것은 아직 없는 것 같다. 대체로 논리적 추리가 좌뇌에서 우수하나 암묵적 추론, 화용론적 추론, 담화의 의미 추론 등은 우뇌가 더 우월한 것 같다는 정도이다. 뇌손상자의 경우 특정 범주 대상을 인식, 기억 못하는 현상이 발견되었지만 이것이 사고과정과 연결된 이론적 모델로 발전되지는 못하였다.

6. 인지신경심리학 연구 결과와 그 의의: 선택적 고찰

6.1. 시지각 과정에 대한 계산모델의 검증과 보완

인지심리학과 인공지능학을 연결하는 접점에서 가장 세련된 ‘계산적 시각 이론’을 제시한 것이 D. Marr이다. Marr(Marr, 1983)는 신경생리학, 형태심리학, 생태학적 광학 등의 연구결과들에 바탕하여, 입력된 시각 자극이 잇달은 단계적 정보처리 계산과정에 의해 분석되어 대상에 대한 점진적 스케치(표상)들이 형성되는 과정과, 이를 도출, 활용하는 구체적 실행 알고리즘을 기술한 인지심리학적 계산이론을 제시하였었다. 그에 의하면 입력 자극의 단계적 표상(스케치)들은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먼저 빛의 밝기와 경계선 등 지엽적 지각 특질 중심의 조야한 초벌스케치, 다음 단계로는 보는 사람 관점 중심의 표상인 2-1/2차원 스케치, 마지막 단계로는 보는 사람의 방향에 관계없는 대상 중심의 항상성 있는 표상인 3-차원 스케치로 점진적으로 세련화 된다고 보았다. 시지각 과정에 대한 신경과학적 연구 결과, Marr의 이론의 타당성과 보완 필요성이 제시되었다. 예를 들어 통각실인증(apperceptive agnosia) 환자 경우에 지각적 유사성에 의해 대상자극들을 범주화할 수는 있으나, 비전형적 위치에서 본 모양이나 대상의 두드러진 특질이 극소화 된 모양의 대상을 인식하지 못하는데, 이는 초벌스케치는 가능하나 대상의 기본 축 도출과 3-차원스케치 도출의 실패로 해석되어 Marr의 이론을 지지해준다. 대상을 전혀 또는 거의 인식 못하거나, 지엽적 특질 중심으로 그룹짓기를 못하는 통각적 실인증 환자의 경우도 초벌스케치를 도출해내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Marr의 계산이론을 지지해준다.
한편 Marr의 이론에 맞지 않는 신경학적 결과도 나타났다. Marr의 이론은 기본적으로 ‘상향적(bottom-up)’, 자료주도적(data-driven) 처리 입장이었다. 지엽적 시각 자극특질(명암 등)의 파악에서부터 점진적으로 대상의 전체 모양을 형성해 올라가는 정보처리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신경과학적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이러한 지엽적 정보처리(local processing)가 먼저 일어나는 것이 아닌, 전체적 정보처리(global processing; top-down) 선행 현상이 있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Marr의 상향적 정보처리 계산 모형의 한계와, 그 동안에 진행되었던 'bottom-up' 순서와 'top-down' 순서 처리의 어느 것이 선행되느냐의 논쟁이 의미가 없음을 드러내준 것이다. 왜냐하면 시각에서 지엽적 부분정보 처리 담당 뇌신경구조와 전체정보 처리 담당 뇌신경구조가 서로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L. Robertson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뇌는 형태의 전체적 분석 중심의, 좌뇌는 지엽적 특성 분석 중심의 처리를 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복측(ventral) 시각통로계의 일부인 우측측두엽의 손상은 대상의 전체적 모양 지각의 이상을 가져오는 것이 전자를 보여주는 한 예이다. Sergent 등의 모델에 의하면, 우뇌는 저공간빈도 정보처리를, 좌뇌는 고공간빈도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것 같다. 저공간빈도 자료는 거친 윤곽선적 정보와 관련 있는 것이다.
이상의 연구결과들은 인간이 시각 정보처리 시에 부분정보를 먼저 처리하고 그 결과들을 조합하여 전체적 패턴을 도출하는 그러한 순서의 정보처리를 하기보다는, 지엽적 부분 정보처리와, 전체적 정보처리가 양쪽 뇌에서 서로 다른 측면에 초점을 두어 동시에 병렬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시사하며, 이러한 측면을 보완한 인지심리 이론의 형성을 촉진시켰다.

6.2. 주의 과정에 대한 인지심리학과 신경과학적 접근의 상호작용

인지심리학자들은 주의과정에서의 정보처리를 행동적으로 측정하는 여러 유형의 실험 과제들을 사용하여 선택적주의, 분리주의 및 경계주의의 특성들을 규명해왔다. 한편 주의의 신경심리적 모델을 발전시키는 인지신경심리학자들은 뇌손상 환자들에게 인지심리학자들이 개발한 과제를 사용하여 특정 주의과정의 신경구조 및 과정적 근거를 찾아냈다.
주의 연구의 대표적 심리학자인 M. Posner는 전통적 인지심리학자에서 인지신경심리학자로 전환한 대표적 심리학자로서, 인지행동적 연구를 위한 실험과제를 개발하였으며, 신경학적 연구 결과에 바탕한 주의 이론을 제시하고, 이를 또한 인지행동적 측면과 신경학적 측면을 연결하여 검증하였다. 그의 인지심리 이론에 의하면 주의에는 정향주의(orienting attention: 특정 위치에 주의하는) 체계와 집행주의(executive attention: 심리과정들의 진행을 제어하는) 체계가 있다. 정향주의 체계의 경우, 사람이 대상에 주의를 주게 되면, 주의는 그 표적이 있는 위치에 몰입(engage)된다. 그러나 표적이 다른 위치에 나타날 경우, 이미 주의가 가 있는 위치에서 떨어져 나온(disengage) 다음, 새 위치로 주의를 이동해야(shift) 한다.
Posner 등은 이러한 이론을 정상인을 중심으로 검증한 후에, 뇌손상환자를 대상으로 검증하였다. 우뇌 두정엽 손상자들은 왼쪽 시야에 제시된 물체들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즉 무시하는(hemineglect) 경향을 보임을 발견하였다. 이전 위치의 대상에서부터 주의를 떼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서 무시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또한 중뇌의 상소구가 손상된 환자들은 이미 주의를 준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주의를 이동시키는 과정이 크게 장애를 보였다. 이와는 달리 시상의 시상침이 손상된 환자들은 손상된 부위의 반대편에 타당한 표적이 제시되었을 때 매우 느린 탐지반응시간을 보였다. 이 결과는 주의를 몰입시킴에 있어 장애를 겪고 있음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의해 인지심리학자 Posner 등은 자신의 인지이론이 지지되었다고 보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에 따르면 주의 과정에서 정향망 (orientaitonal network)은 두정엽, 상구체, 시상이 관여하며, 눈동자를 움직인다거나, 머리를 움직인다거나 하는 외현적 주의과정과, 눈동자를 움직이기 전에 일어나는 내현적 주의과정에 관여하여 공간적 주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본다. 두정엽은 주의를 떼는(disengage) 과정에, 시상은 공간적 대상에 대한 주의를 증대시키는 과정과 관련 있다고 본다. 중뇌의 상소구체는 안구운동과 내현적 주의에 관여한다고 본다. 따라서 상구체가 손상되면 주의이동과 안구 움직임의 장애를 보인다. 시상, 특히 시상침 영역은 새로운 정보나 유관 정보에 대하여 이를 더 깊이 정보처리하기 위하여 이런 대상들을 주의 범위 안으로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한편 집행망은 전두엽, 특히 전대상회(anterior cingulate gyrus)에 해당하는데, 이는 목표 사건 탐지와 관련된 주의 통제를 담당한다고 보며, 새 위치로 주의가 일단 옮겨지고 자극대상이 시각뇌에 전달된 후 집행망이 작동하여 대상을 의식의 초점으로 가져온다는 것이다. 자극에 대하여 주의를 돌리면 그 자극에 대한 감각적 활동이 향상된다는 결과도 ERP 연구에서 얻어졌다.
이와 같은 Posner그룹의 연구는 검증 가능한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런 가설체계는 인지심리학과 신경과학이 어떻게 상호 공조하여 보다 경험적으로 타당하고 좋은 이론과 설명을 도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인지행동적 주의 연구가 시간 차원 상에서 정보처리의 단계를 주로 밝혀내는 반면, 인지신경과학적 주의 연구는 공간 차원에서 정보처리의 해부적 구현을 밝혀낸다. 따라서 전통적 인지심리학과 인지신경심리학의 두 접근은 서로의 제약이나 한계를 보완하여, 주의 연구에 있어서 방법론적, 이론적 돌파구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겠다(김정오, 1999).

6.3. 기억 : 다원체계 이론의 형성, 신경적 증거, 논란

기억 연구에 있어서의 인지심리학자들과 신경과학자들의 상호작용 관계는 한쪽에서 어떤 자료나 이론을 내어놓으면 다른 쪽에서 그것을 보다 세련화 하여 이론화하거나 더 정교한 자료를 획득하고, 이를 다른 쪽에서 다시 그렇게 하는 끊임 없는 활발한 되먹임(feedback) 사슬로 이어져 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기억상실증 환자들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기억 현상 자료들을 축적했으나 이에 대한 정교한 인지이론체계(예: 정보처리이론)가 없던 신경과학자들에게서, 인지심리학자들은 그들의 기초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일차적으로 이론을 세우고, 실험적 자료를 획득하여 기억체계의 구조와 과정에 대한 정보처리적 개념과 이론을 확장하여 정립하였다. 이에 바탕하여, 신경과학자들은 인지심리학의 방법론을 신경적 방법론에 추가하였고, 동물이나 인간에게서 인지심리학자들의 기억 정보처리 과정적 또는 구조적 개념에 상응하는 기억 관련 뇌신경 부위와 과정을 탐색하며 인지심리학 이론의 타당성을 검증하였고, 동시에 신경과학 이론적 규명을 발전시켜왔다. 그 결과를 다시 인지심리학자들이 도입하여 신경구조와 신경기제에 바탕한 기억체계 인지이론을 발전시켜 온 것이며, 지금 현 시점에서는 인지신경심리학의 발전과 더불어, 이제는 많은 경우에 인지심리학자, 신경과학자의 구분이 부적절한 단계에 이르렀다.
이러한 끊임없는 상호작용에 의해 얻어진 연구 결과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기억이라는 인지기능이 단일 과정, 단일체계가 아니라, 여러 하위기억체계들의 복합이라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동물 기억 및 뇌손상자 기억에 대한 신경과학자들의 연구에서 착상하여 기억의 지속 시간을 중심으로 기억을 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으로 구분하고, 이후 on-line 처리과정의 집행을 관리하는 작업(working)기억을 추가하고, 기억의 경험적 특성을 중심으로 일화(episodic)기억과 일반의미(semantic)기억을 구분하고, 다시 내용 중심으로 서술(declarative: what)기억과 절차(procedural: how)기억 체계를 구분하고, 다시 의식되는가 여부를 중심으로 외현(explicit)기억과 암묵(implicit)기억을 구분하였다. 이러한 구분 후에 정상인의 인지행동적 관찰을 통해 각 기억체계의 특성에 대한 개념적 모델을 제시하면, 신경과학자들은 이러한 개념적 모델을 검증하여 확인, 또는 반증, 수정, 확대해야 할 신경학적 증거를 제시하여 주었다. 기억체계에 대한 최근의 이론모델은 두 영역의 학자들이 공동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상호작용에서 인지심리학이 신경과학에 제공한 바는 이론적, 개념적 틀과, 점화기법(priming methods)과 같은 행동연구기법이었다고 하겠다. 특히 점화 기법은 수많은 인지신경과학적 연구에서 뇌부위간의 미세한 기능의 차이를 발견하여 내는 데에 중요한 방법으로 기여하고 있다.
인지심리학내의 오랜 논쟁 거리를 인지신경과학적 접근을 통해서 어느 정도 마무리를 지은 주제중의 하나는 심상(imagery) 표상의 본질의 문제이었다. 디지털 컴퓨터에서 그림이 그림(아날로그)으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좌표 상에서의 1 또는 0의 값으로 저장되듯이, 인간의 심상 표상도 아날로그가 아닌 명제적(propositional) 표상으로 저장되는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은 70년대 초이래 심리학 내에서, 그리고 인지과학에서 철학자들까지 가세하여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신경 인지심리학적 연구에서, 우리가 대상을 눈으로 직접 응시할 때나, 머리 속으로 심상을 떠올릴 때에 관여되는 뇌의 부위가 동일하다는 연구 결과는 명제적 표상 입장이 부적절함을 보여주며 논쟁을 잠재우고 있다.
기억과 관련하여 인지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 사이에 다소 강조의 차이가 있었던 한 주제는 장기기억의 저장 장소이었다. 신경과학자들에게는 장기기억이 어디에 저장되느냐가 기억 연구에서 가장 큰 연구문제의 하나이었다. 과거 일부 연구자들은 해마(hippocampus)가 장기기억 저장소일 가능성을 고려하였다. 그 동안 인지심리학자들은 마치 뇌 내부의 기억저장고의 부위가 어디이냐는 문제는 인지심리학 이론의 형성과 검증에 별로 관련이 없는 듯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기억저장소 부위에 관계없이 기억의 인지심리이론을 전개할 수 있다는 듯한 태도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의해, 해마가 기억의 저장소가 아니며, 신피질 영역임이 드러나고, 서술기억(What 지식에 대한 기억)은 해마의 참여에 의해 여러 신피질 영역에 저장되며, 하나의 사건이나 장면의 여러 의미적, 지각적 요소들은 그것을 담당하는 다른 피질 처리부분에 저장되기에 피질 전반에 분산 저장되는 반면, 절차기억(How to 에 관한 기억)은 해마와 관련이 없고, 특정 행위를 수행하는데 관여되었던 특정 피질처리체계에 저장된다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인지심리학자들은 이제 그들의 기억 이론의 구성에서 기억저장고에 관한 신경학적 이론을 참고하여 이론을 재구성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이렇게 신경 인지 이론과 인지 이론의 상호작용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기억 연구자들 사이에서의 기억체계 대 기억과정 강조의 논쟁에서도 인지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들 사이의 변화가 드러난다. 1980년대 중반이래 1990년대 전반까지 기억이론에서 우세를 보였던 것은 단기기억, 장기기억, 암묵(implicit)기억, 명시(explicit)기억 등을 각각에 해당하는 별도의 신경구조가 있으며 각각이 나름대로 별개의 기억체계를 형성한다는 접근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인지심리학자들은 기억체계 중심으로 접근하려는 연구자들과, 체계보다는 처리 과정적 특성으로서 접근하려는 연구자들의 대립이 다시 표면화되고 있다(Foster & Jelice, 1999). 신경적 증거에 크게 의존하여 기억이론을 전개하는 기억체계 이론가들에 대한 과정이론가들의 비판 논지가 만만하지 않다. 따라서 기억심리학자들의 상당수는 체계이론보다 과정이론으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하겠다. 뇌영상법을 이용한 연구 또한 기억의 체계뿐 아니라 기억의 처리과정이라는 측면이 강조되는 결과를 관찰하고 있다. 자극의 속성에 따라 관여하는 두뇌구조가 다르다는 결과와 동일한 자극일지라도 처리에 요구되는 과제에 따라 다른 신경구조가 활성화 된다는 연구들은 정보처리 과정 이론을 지지하는 것이다.


6.4. 뇌 좌우반구 기능 특성의 재개념화

R. Sperry 등의 연구이래, 좌우뇌 기능 차이의 연구는 초기에는 좌우뇌가 각각 어떤(what) 다른 질의 정보를 담당하는가를 밝히는데 초점이 주어졌었다. 이러한 연구들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최근의 초점은 그보다는 좌우뇌가 정보를 어떻게(how) 달리 처리하는가를 밝히는 데에 더 초점이 모아지고 있으며, 한 쪽 뇌에는 특정 기능이 있는데 다른 쪽 뇌에는 없다는 점의 강조보다는, 한 인지기능(예: 언어이해)의 여러 측면, 여러 정보처리 양식을 좌우뇌가 어떻게 분담하여 상호 보완하는가에 주의를 환기시키는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시각적 처리에 있어서, 위계적으로 조직된 그림자극(예: 작은 원들의 연결이 만들어낸 큰 삼각형)을 제시한 결과, 좌뇌는 시간적 관계성에 강조를 두며 단편적, 분석적으로 처리하며, 세부 측면에 강조를 두어 처리하는 반면, 우뇌는 공간적 관계에 특별한 강조가 주어지며 형태적으로 총체적으로 정보처리한다는 것이 부각되고 있다. 우측뇌 손상환자들이 자극을 총체적으로 처리하지 못하지만 부분적 정보처리에는 이상이 없고, 좌측뇌 손상환자들은 전체적 형태 처리에는 이상이 없으나 부분적 정보처리에 이상이 있다는 결과들이 보고되었다. 좌우뇌가 시지각 정보를 처리함에서 달리 작용함을 보여준다. 숲과 나무의 관계에서 우뇌는 ‘숲’ 중심으로, 좌뇌는 ‘나무’ 중심으로 처리한다고 볼 수 있다. 좌뇌는 선형적으로(linear)처리하나, 우뇌는 전체모양(configurational) 중심으로 처리한다던 지, 우뇌는 새로운 것(novelty)의 정보처리에, 좌뇌는 친숙한 정보처리에 더 잘 반응한다던 지, 우뇌가 복잡한 정보를 더 잘 통합하며, 언어처리에 있어서 언어표현의 억양과 운율에 더 민감하고, 맥락과 정서적 적절성 중심의 화용론적 처리를 한다는 등, 그리고 공간정보 처리를 우뇌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좌뇌도 담당하는데, 좌뇌는 두 점 사이의 범주적 관계(위, 아래, 좌, 우 등의 관계) 결정을 담당하고 우뇌는 두 점 사이의 좌표적(거리) 공간관계 중심으로 처리한다는 것 등은 모두 ‘어떻게’ 처리 하느냐에서의 차이와, 하나의 인지과제 수행에서 좌우뇌의 상호작용, 공조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물론 이러한 좌우의 차이가 절대적이고 불변적이 아니라, 과제의 성질, 피험자들의 경험, 기존의 전략 등의 여러 변인에 의해 달라질 수 있음도 보고되고 있다.

7. 인지신경과학적 연구의 성과와 문제점

7.1. 성과

7.1.1. ‘두뇌는 마음을, 인지를 어떻게 가능하게 하는가?’ 하는 물음을 갖고 출발한 인지신경과학적 연구는 인지심리학과 인지과학에 많은 것을 제공하였다. 심신관계론에 대한 심리철학적 이론이 보다 견고한 신경적 자료와 개념 위에서 재구성되게 했고, 인지심리학이론의 정보처리 하위구조의 실재성과 처리(계산)과정의 타당성을 확인하게 했고, 인공지능학의 계산모델의 구현 가능성을 검증하게 했다. 인지심리학과 인공지능학에 병행분산처리의 신연결주의를 제공했고, 또한 계산신경과학이 탄생되게 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기존의 성과를 넘어서서 인지신경과학이 앞으로도 계속 좋은 연구결과를 내어놓을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뇌-인지기능 연구에서 다양한 학제적 협동연구가 활발히 진행된다는 것이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바, 신경과학을 중심으로 한 인지심리학, 인공지능학, 컴퓨터공학, 심리약학, 유전학 등의 여러 학문 영역간의 공동전선적 통합적 분석-설명 접근의 노력은 뇌영상화 방법과 같은 민감한 연구방법이 계속적이고 빠르게 개선되게 하며, 현상에 대한 보다 적절한 개념화 및 이론화의 정교화 작업이 빠른 속도록 높은 수준까지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을 낳는 것이다.
7.1.2. 인지신경과학에 부정적인 사람은 인지신경과학이 전통적 심리학의 행동과학적 실험법 및 인지심리학의 반응시간 기법 중심의 방법론과 신경과학의 방법론을 단순히 조합하여 이루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인지신경과학 나름대로 방법론의 수준을 넘어서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인지신경과학은 단일 설명 수준에 머물렀던 인지심리학이나 신경과학과는 달리 단일 설명수준에 집착하지 않고 생리적, 기능적 개념을 조합하여 설명 모델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즉 ‘다원적 분석-설명 접근’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현상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은 보다 성숙한 학문일수록 다원적 분석-접근을 취한다는 명제를 우리가 받아드린다면, 신경적 인지과학은 단일 설명 수준적 접근보다 설명적 차원에서 진일보 성숙한 과학이라고 하겠다.
7.1.3. 인지의 신경과학적 접근은 인간의 마음이 두뇌에 의해 가능해지니까 두뇌를 통해 접근 설명해야한다는 원론적 이유를 제외하더라도 좋은 탐구 전략이다. 전통적 정보처리 패러다임의 인지주의는 입력 자극과 그에 대한 출력 반응 사이에 개재하는 마음을 하나의 능동적 처리 상자로 보고, 이 상자 내에서 이루어지는 계산과정, 즉 정보처리 과정들을 추정하여 마음을 설명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상자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계산적 연결의 유형 집합은 거의 무한하다. 만일 인지심리학이 신경과학적 연구에 바탕하지 않고 이 계산적 연결 과정을 이론화한다면, 추론된 처리과정이 틀릴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신경과학적 자료에 근거하여, 즉 뇌의 구조적, 기능적 특성에 근거하여, 이들이 제시하는 제약 범위 내에서 내적 과정을 추론, 모델링 한다면 그 추론 집합의 범위는 상당히 줄어들어 보다 타당한 추론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더구나 신경적 자료는 계산 유형 후보 집합에 단순한 제약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무엇이 진행되며 어떠한 계산이 이루어질 지에 대하여 상당히 좋은, 경험적 근거가 튼튼한 시사를 제공한다. 즉 가능성이 있는 계산 과정에 대한 좋은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신경과학적 접근의 또 다른 이점은 인지심리학적 설명적 접근의 단점의 뒷면이기도 하다. 심적 과정인 인지의 여러 수준에서는, 실제적으로 작동하는 기능적 범주가 무엇인지, 범주간 경계가 어디인지가 규명 안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에 보다 구체적이며 하위수준인 뇌 수준에서 신경적 기능 이론이 제시된다면, 상위의 인지 수준에서의 기능의 범주와 조직화를 발견하기 쉽게 된다고 하겠다. 따라서 인지과정에 대한 이론을 구성함에 있어서 신경적 연구에 바탕한다는 것은 실용적으로도 좋은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7.2. 문제점과 종합
그러나 이렇게 접근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 인지현상을 신경 수준으로 환원하여 그 바탕에서 이론을 구성한다고 하여 마음의 모든 현상을 신경생리적, 신경생화학 사건으로 환원시켜 설명할 수 있으며, 인지심리학, 철학, 인공지능학 등이 없이도 신경과학이 독자적으로 충분히 마음을 설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아닌 이유와 인지신경과학적 접근의 그늘을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7.2.1. 심리학에서의 연구전략에 대한 철학자 R. Cummins(1983)의 다음과 같은 진술은, 사람의 인지적인 활동에 대한 신경과학적 연구에도 그대로 해당된다: "어떤 시스템 S가 P라는 속성(property) 혹은 능력(capacity)을 어떻게 가지게 되는가를 설명하려는 분석은 S의 구성요소들의 속성과 그들이 조직된 형태에 의해 이루어진다(Cummins, 1983, 15쪽).“ 다만, 인지심리학에서의 연구가 인지의 하위체계들을 개개의 과정이나 기능에 따라 개별화하는 반면에, 신경과학에서의 연구는 그에 덧붙여, 물리적으로 규정된 단위(예를 들어, 해부학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신경회로와 같은)를 경계로 하위체계를 개별화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두 분석 수준 간에 원활한 연결이 없다면, 신경과학은 ‘두뇌를 비롯한 신경계에 대한 과학’일 수는 있지만, ‘마음에 대한 과학’에 참여하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신경과학이 신경계에 대한 연구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신경계 연구를 통한 마음에 대한 탐구로서 자리 매김을 하자면 부딪히게 되어 있는 첫 번째 어려움이 이곳에 있다. 이 어려움은 두 분석수준 간에 원리적으로 다음과 같은 어긋남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i) 인지심리학적 연구에서와 같은 기능분석(functional analysis)을 통해 얻어진 기능적으로 규정된 구성요소가 신경과학에서의 구조분석(structural analysis)을 통해 얻어진 해부학적으로 규정된 구성요소와 일대일로 대응이 꼭 되리라고 확신할 필요는 없고(하나의 기능적인 구성요소가 다양한 물리적 구성요소들에 걸쳐서 나타나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다), ii) 하나의 단일한 물리적인 구성요소가 하나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지적인 능력이나 속성 C를 측정하면서, 이와 함께 그 능력과 동시에 발생하는 두뇌의 처리과정 B를 포착하고, B라는 두뇌의 처리과정이 C라는 인지적인 능력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임으로써-- [혹은 어떤 두뇌영역의 손상이나 부재를 경험적인 증거로 삼아 다음과 같은 추론이 빚어지기도 한다: 특정한 두뇌영역 A는 어떤 능력 C의 중추이다. 왜냐하면, 1) Y환자에 있어 A영역이 손상되었고, 2) Y 환자는 C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론 또한 기본적으로 상관관계에 의존하고 있다는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 경우를 앞의 추론방식과 구별해서 ‘손상으로부터의 추론’이라고 부를 수 있다.] -- 어떤 능력 C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려는 것이 신경과학 연구에 밑바탕에 흐르고 있는 추론의 줄기이다. 과학적 탐구 있어서 그 지위가 다소 허약하다고 할 수 있는 상관관계를 통해 설명을 제공하려한다는 점을 문제삼지 않더라도(이는 아래에 다시 이야기된다), 신경과학 연구는 C라는 인지적인 능력에 대한 상세한 기술과 함께, 그 능력을 검출해낼 수 있는 방법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인지적인 능력이나 속성은 ‘직접’ 그 모습을 드러낼 수가 없다. 바로 이러한 연구대상의 특수성과 싸워온 학문이 심리학이라면, 신경과학 연구는 ‘마음에 대한 과학’이기 위해(‘신경계에 대한 과학’만이 아니라), 심리학의 연구결과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이와 거울상으로 심리학자들 또한 당연히 신경과학자들과 비슷하게 어느 정도 강제적인 연구 상의 요구를 갖게 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놓인 자리가 결국 두뇌라면, 그것과 무관한 심리학 이론이란, 마음의 대한 과학적 이론이 충족시켜야할 필수적인 제약조건 하나를 그냥 무시하고 있는 셈이 되어 버린다.
이러한 상호의존성의 전형적인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주제가 바로 ‘의식’에 대한 연구이다. 신경과학자들은 소위, NCC(Neural Correlates of Consciousness)를 찾아내려고 매진하고 있다. 주로 시상(thalamus)과 피질(cortex)간의 상호작용에 주목하는 이 연구들은 ‘의식’에 대해 저마다의 측정 방식을 가지고, 그것과 공변하는 두뇌의 처리과정을 밝혀내려는 시도를 해오고 있다. 많은 연구들은, 좀 과장을 보태자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의식을 말하고, 다른 방식으로 의식을 포착한다. 이러한 혼란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의식’에 대한 개념적인 분석과 함께 의식현상에 대한 인지심리학적인 연구결과가 동원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개념적인 분석에서의 오류와 인지심리학적 연구에 대한 새로운 시사점이 드러날 가능성도 열려 있음은 물론이다.
신경과학적 분해분석적 접근의 다른 가능한 한 문제점으로 다음을 생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복잡한 상위 구조를 하위요소 기제로 분해하는 접근은 주로 선형적 분해로 진행되지만, 상하위 신경적 구조와 기제의 관계의 본질은 실제는 선형적 구조가 아닐 수 있다. 한 기능이 여러 부위에 분산되어 있는 경우에는 상위구조를 선형적으로 분해하여도 그 구성요소 기제를 파악할 수 없을 수 있다. 더구나 뇌의 다원적 연결 구조에서는 특정 부위에 대해 간접적 증거만 가능한 경우도 있기에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
7.2.2. ‘마음에 대한 과학’으로서 신경과학이 맞닥뜨리게 되는 두 번째이자 보다 근본적인 어려움은, 어떤 두뇌의 처리과정이나 영역과 이러저러한 인지적인 능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통해서 마음에 대한 설명을 주곤 하는 신경과학 연구의 추론방식에 자리잡고 있다. 어떤 시스템을 하위시스템으로 분석하는 것은 그러한 하위시스템들이 전체시스템의 행동을 인과적으로 야기 시키기 위해 움직이고 상호작용한다는 가정에 기반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신경과학적인 연구의 경우 실질적인 탐색의 대상은 대개 인과관계라고 하기보다는 상관관계인 경우가 많다. 이는, 마음-몸 문제에서 흔히 나타나는 설명적인 틈(explanatory gap)이다. 결국 신경과학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이러저러한 두뇌상태가 이러저러한 마음상태와 신뢰롭게 상관되어 있다는 것뿐이지만, 그들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앞서 말한 가정에 기반해서 자신들의 분석의 반대방향으로 진행하는 인과적인 설명을 제공하려고 한다. 이러한 설명전략이 어떻게 옹호될 수 있을지는 아직 철학적으로 많은 논란을 빚고 있다. 이는 신경과학을 통해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하지만 마음에 대한 과학적 연구라면 어떤 것이든 피해가기 힘든 난제라고 할 수 있다.
7.2.3. 다음은 마음의 본질과 마음 내용의 의미와 관련된 어려움이다. 신경과학적 연구가 지각, 기억, 언어, 사고 등과 연관된 신경구조와 기제를 연구하기 위하여는, 먼저 그러한 인지적 활동 자체가 무엇인가를 규정하는 이론과 개념적 틀이 있어야 한다. 이는 학문의 본질상 신경과학에서 제공되기 곤란하다. 보다 상위 추상수준의 인접학문에서 주어져야 한다. 심적 활동의 본질과 이를 기술하는 개념들의 의미와 그 범주적 한계 등의 규정이, 그리고 심적 현상의 ‘무엇’을 탐색할 것인가의 틀이 신경과학이 아닌 인지심리학이나 다른 상위 추상수준의 접근을 하는 학문에서 주어져야 한다. 신경과학적 연구들은 마음이, 인지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이론과 자료를 제공해주었지만 과연 무엇인가, 왜 있는가,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거나 답을 주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생태학이나 진화론적 측면에서 본다면 한 유기체의 생물적 구조나 내적 기제를 올바로 이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본질이 무엇인가, 어떠한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기제인가에 대한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인지과학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지’의 재개념화 작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인지과학적 논의들은 기존의 관점인, 환경과는 독립적으로 인간의 뇌 내에서 일어나는 과정으로서의 인지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의 마음이, 인지가 물리적, 사회적 환경에 확장되어 있으며, 환경에 신체로 체화된(embodied) 개체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지, 인공물 등에 확장된, 분산된, 사회적으로 공유된 인지의 본질을 거론하고 있다(1장 및 14장 참조). 따라서 인지신경과학은 인지과학 내에서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하여 이를 어떠한 형식으로 도입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탐색을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그와 관련하여 마음 내용의 의미적 측면에 대하여 어떠한 접근을 할 것인가가 개념화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마음 개념’의 확장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마음을 두뇌에 가두어 두지 않는다. 이러한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의미의 문제는 마음에 대한 과학으로서의 신경과학의 지위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인지의 본질에 대한 이러한 개념적 재구성이 타당하다면, 당연히 뒤따라 거론되어야 하는 것이 인지 연구의 분석 단위의 문제이다. 마음이, 인지가 단순히 두뇌 내 과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확장, 분산된 과정이라면, 인지 연구의 기본 분석단위는 ‘뇌-환경 상호작용’이 분석단위가 되어야 한다. 이는 뇌와는 관계없이 ‘마음’만을 탐구하던 전통적 인지과학이 신경과학에 의해 뇌라는 물질적 구조 기반의 ‘아래로 끌음(downward-pull)’에 의해 그 분석-설명적 접근이 변화된 것과 마찬가지로, 인지신경과학이 마음의 본질과 관련하여 사회-문화적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포함하는 방향으로의 ‘밖으로의 끌음(outward-pull)'에 의해 그 분석-설명 접근이 수정되어야 함을 시사하는 것이다(Bechtel, Abrahamson, & Graham, 1998). 이러한 ’밖으로의 끌음‘은 하위 추상 수준에서는 동역학체계적 접근과의 연결을 의미하고, 상위 추상수준에서는 인류학, 문화-사회학, 나아가서는 화용론적 텍스트 언어학과의 연결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다시 마음 내용의 의미의 문제를 인지신경과학에서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현재의 인지신경과학에서는 이에 대한 설명적 접근의 틀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
7.2.4. 이와 관련하여 자연히 제기되는 것이 사고과정 설명의 어려움이다. 지금까지의 인지신경과학 연구의 한계의 하나는 사고과정에 대한 연구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사고과정은 인지심리학의 연구영역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개념적 및 범주적 사고, 연역적 추리, 결정과 선택, 문제해결, 지능과 창의성 등의 하위사고과정들 뿐만 아니라 언어이해의 상위과정과 관련된 사고과정에 대하여도 인지신경과학적 접근은 뇌부위 확인이나, 신경과정적 특성에 대하여 이론적 의의가 큰 자료를 별로 내지 못하고 있다. 신경과학적 접근이 사고과정 설명에 성공적이지 못한 이유는 상위수준의 사고과정 자체가 위에서 제기한 바와 같이 신경적 수준을 넘어서는 상위 의미적 설명접근을 요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평범한 사고과정에 관여되는 뇌의 부위가 처리과정을 순차적으로 고립시켜 볼 수 있는 소수의 단원적인 부위와 관련된 처리과정이 관여한다 고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고과정은 상당히 넓은 뇌부위와 동시적으로 병렬적으로 작용하는 여러 정보처리과정의 협동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동시적으로 공변하거나 공동결정변수가 되는 신경구조나 과정을 시간적으로 분리시키거나, 그 영향을 고립시켜 연구하기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것이다.
7.2.5. 끝으로 이분법적 사고의 경계를 들 수 있다. 이것은 비단 인지신경과학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과학 전반에 걸친, 더 나아가 인간 사고과정 일반에 걸친 문제이기도 하다. 뇌 연구와 관련되어 초기에 나타난 두드러진 한 현상은 뇌 연구자의 이분법적 이론화 경향성이었다. 좌뇌는 무엇 담당, 우뇌는 무엇 담당 등의 배타적 이분법적 개념화에 의해 두뇌 현상을 설명하려했고, 이것이 인지심리학자나 신경과학자나 일반인들 모두에게 호소력이 있었다. 그러나 후의 연구 결과들에 의해 서서히 드러난 것은 두뇌의 구조 요소들의 기능은 이러한 성급한 이분법적 단정의 일괄적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되며, 이러한 성급한 이분법적 개념화는 현상의 이해를 오도한다는 것이다. ‘좌뇌는 언어와 논리, 우뇌는 공간처리’ 식의 이분법적 배타적 특성이 아니라, 그와는 달리 좌뇌에서의 중요한 공간정보처리, 우뇌에서의 중요한 언어정보 처리 기능이 있음이 밝혀졌다. 더구나 좌우뇌의 기능들이 여러 피질하 신경구조와의 다양한 연결 상에서 가능함을 고려할 때, 인지신경과학 초기에 나타난, 그리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이러한 성급한 단정적 이분법화는 지양해야 할 접근 태도이다.
그러나 한편 이러한 단정적 이분화는, 뇌를 연구하고 있는 인지신경과학자들 자신의 뇌의 인지적 특성에 기인하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인지심리학자 Kahneman과 Tversky(Kanheman, Slovic, & Tversky, 1982) 등은 인간이 판단과 결정을 함에 있어서 논리적 정확성을 기하기보다는 편법(휴리스틱스)적 전략에 의함을 보여주었다. 추리심리 연구자인 Evans 등(Evans, Over, Manktelow, 1993)은 인간이 논리적 타당성을 따지기 이전에 믿을만한가(believability)를 따지는 것이 인간 추리의 특성이며, 인간이 논리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존재이기보다는 논리적 오류를 무릅쓰고서라도 인지적 경제성(Cognitive Economy: 최소한의 정보처리적 노력을 들여, 최소한의 시간에, 최대한의, 최적의 적응 반응을 내어놓는)을 추구하는 실용적 합리성(pragmatic rationality) 추구의 인지적 존재라고 논하였다(11, 12장 참조).
이분법적 사고에 문제점들이 많지만, 일단 여기에서의 논의의 편의상 이분법을 받아드려 인용한다면 다음과 같은 논지를 전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우뇌가 맥락적, 화용적, 실용적, 암묵적 의미 추론 기능과, 사건들을 이야기적 구조로 짜 넣는 정보처리에서 우세하다고 한다. 질서와 합리를 추구한다는 선형적이고 논리적인 좌뇌의 적응적 한계를, 우뇌가 보완하여 어떤 실용적 편향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상식적 수준에서 확장시켜 해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향성이, 논리적 합리성 중심의 좌뇌의 경직된 제한성을 극복하게 하지만, 자연히 부수적으로 사고 오류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인간은 이러한 우뇌의 보완적, 휴리스틱스적 경향의 작용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또 어떤 현상을 굳이 이분법적인 범주화의 틀 속에 넣어 현상을 보는 것 차체가 좌반구의 편향일 수도 있다.
따라서, 뇌의 인지기능을 연구하는 인지신경과학자는 뇌-인지 기능을 개념화함에 있어서, 이미 진화적으로 결정되어서 우리에게 생득적으로 주어진 바인 인간의 편향적(우뇌적인) 인지적 정보처리 특성에서 그 자신이 자유롭지 않아서, 뇌반구의 기능에 대하여 잘못 개념화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 즉 우리가 이분법적으로 개념화하는 뇌기능 이론이 심적 현상에 대한 타당한 이론이 아니라, 인간 인지의 왜곡 특성으로 인해 일어나는 잘못된 생각일 가능성에 대해서 항상 마음을 열어 놓고 있어야 하리라 본다.

“끼이이이익.” 귀 언저리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눈앞으로 거대한 버스의 앞머리가 들이 닥쳐온다. 그리고 그 앞을 쏜살같이 가로지르는 한 남자. 빼곡하게 들어선 시장통속으로 내달리는 그의 뒤로는 험상궂은 인상을 한 검은 추격자가 “거기서!”를 외치며 그를 뒤쫓는다. 길 한복판에 과일들을 뒤엎으며 다급히 도망치는 그의 크게 열린 두 눈과 숨에 차 헐떡이는 입을 보며, 손에 땀을 쥔다. 가만, 그러고 보니 우리들 역시 마치 그처럼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고, 잔뜩 무엇인가에 긴장해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응급상황 하에서의 교감신경의 활성화가 현재 편안히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을 뿐인 우리에게 일어난 것이다. 이때 자율신경계의 이상 작용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며 내일 당장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는 이유는, 이 다분히 일상적이면서도 기이한 상황은 알고 보면 우리의 뇌에 존재하는 ‘거울뉴런(Mirror Neuron)’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앞서 제시한 길거리를 내달리는 장면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등의 청각적 정보와, 길가의 행인들을 헤집으며 다급히 도망치는 그의 모습이 보여주는 시각적 정보는 우리의 거울뉴런을 활성화시키는 대표적인 자극들이다. 감각기를 통해 수용된 시청각 자극은 신경계를 통해 뇌에 도달하게 된다. 이때 우측의 그림 상에 회색으로 표시된 부분(F5 sector)의 뉴런들이 활성화되는데, 중요한 점은 수용된 시각적 자극에서 비춰진 행동 혹은 청각적 자극과 연관된 행동을 직접 수행했을 때에도 역시 동일한 부분의 뉴런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1996년 Macaque원숭이에 대한 연구 논문을 통해 처음으로 ‘Mirror Neur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Giacomo Rizzolatti 교수에 따르면, 거울뉴런은 “관찰자가 자신의 내부적 상황을 마치 자신이 실제 그 일을 수행하는 것처럼 둘 수 있게” 만들어준다. 따라서 우리는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마치 자신을 거울에 비춰보고 있는 듯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의 연구를 통해, “DNA이후의 대발견”이라고도 칭해지는 미러뉴런은 그 정체를 조금씩 더 드러내게 되었다. 그에 따라, 일상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여러 사례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우리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영화를 볼 때 감정이입이 되는 이유, 여성이 남성보다 감성적으로 예민한 이유, 장애인의 재활이나 자폐의 원인 규명, 정치적 비방광고의 효과가 좋은 이유등이 모두 거울뉴런과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참을 수 없는 지적호기심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거울뉴런은 위에 제시한 사례들처럼, 인간의 기초적인 생활에서 배어나오는 수많은 의문들과 필수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학계를 비롯한 생활의 화두가 되어버린 거울뉴런에 대해, Giacomo Rizzolatti 교수는 2001년 발표한 "I Know What You Are Doing"이라는 논문을 통해 그 작동 원리와 대상을 기술하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거울뉴런의 작동 원리는 ‘뉴런의 Matching Mechanism’이라고 일축할 수 있다. 다른 개체의 행동을 이해하기위해서, 우리의 뇌는 관찰된 행동에 대한 정보를 특정 신경과 연결 짓는다. 본래 이 연결된 신경이 해당 운동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이기 때문에, 우리는 관찰을 통해서 우리가 직접 그 운동을 실행한 것과 같은 뉴런의 활성화를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우리는 생리적 역지사지를 경험하면서 다른 개체(상대방)의 행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연결(Matching) 과정을 통해 이해되는 행동들은, 사실 호사가들이 맘껏 부풀려놓은 것들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앞서 언급한 실험의 결과 거울뉴런은 단순한 손동작이나 어떠한 물체자체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거울뉴런은 어떠한 ‘행동’이 특정한 ‘물체’를 향해 목적을 가지고 움직일 때, 그 둘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만 활성화되는 것이었다. 또한 동종의 행동에 대해서만 반응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예를 들어 원숭이의 거울뉴런은 사람의 행동에는 반응하였지만 사람이 도구를 사용하여 하는 행동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전제조건이 충족된다고 해도, 거울 뉴런은 말 그대로 “엄격한 면”을 가지고 있다. 거울 뉴런의 첫 번째 변별적 특징은 행위 목적의 유사성뿐만 아니라, 행동의 방법성까지 동일해야만 활성화된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바나나껍질을 벗기기 위해 손을 사용할 때 활성화되는 뉴런은, 동일한 목적인 바나나껍질을 벗기기를 위해 입을 사용할 때에는 활성화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거울 뉴런의 두 번째 변별적 특징은 모든 행위에 동일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근원적인 운동일수록 더 크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Rizzolatti의 다른 연구논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거울뉴런은 행위의 의도를 구별하고 그에 따라 반응량의 차이가 생겨난다. 식탁이 깨끗하게 준비되어 있는 상황(A)과 어질러져 있는 상황(B) 두 가지를 제시한 후, 컵을 집어 드는 행위를 관찰하게 한다. 이때, 실험참가자의 거울뉴런은 상황A에 더 크게 활성화되는데, 이 같은 결과를 통해 우리는 거울뉴런이 우선적으로 행위의 의도를 변별하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상황A의 함의를 더 익숙하고 관습적이며 기본적인 행동 레퍼토리(차를 마시려고 하는 상황)로 생각해 볼 경우, 위에서 제시한 바와 같은 ‘근원적 행동일수록 더 크게 반응한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어떤 행동을 하느냐를 넘어서, 왜 그러한 행동을 하느냐까지 변별하여 활성화되는 거울뉴런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더욱 더 심화되고, 또한 보편화되어 널리 이용될 것이다. 더욱 깊은 논의 수준을 위해서는 거울뉴런자체에 대해서도, 그것이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한 탐구와 병행하여, 그것이 왜 생겨났는가에 대한 논의도 충분히 이루어져야한다고 본다.


거울뉴런은 현재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전두엽 전운동피질(Premotor Cortex)과, 두정엽(Parietal Lobe) 그리고 측두엽 뇌섬엽 앞쪽(Anterior Insula)에 위치한다. 전두엽은 “인간은 전두엽에 존재한다.”라는 말도 있을 만큼, 가장 최근에 진화적으로 확립된 뇌의 영역이다. 두정엽 역시 시각과 청각, 체지각의 통합을 담당하는 고위기관이며 뇌섬엽은 비교적 복잡한 사회경제적 위협을 예측하고,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주목해볼만한 점은, 거울뉴런이 자리 잡고 있는 뇌의 각 부위들 모두가 인간의 고유의 특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거울뉴런은 영장류를 넘어서 조류에게서까지 발견되며 척추동물의 공통적 소유물이라는 견해가 있지만, 그 기능적 측면과 뇌내(內)에서의 위치적 정보를 함께 생각해볼 때 인간이 인간으로서 발전하고 기능하기 위하여 축조한 진화적 결과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공고한 두뇌속의 성채는 인간의 고등문화의 효율적인 전수를 가능하게 한다. 고도의 지적활동이나 행동일반에 대해서 우리는 거울뉴런을 통해 간접적 정보를 직접적 정보와 동일하게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을 수 있는 것도, 맹모가 그 힘든 이사를 세 번이나 한 까닭도 모두 거울뉴런 덕택이고, 때문이었다.


다른 하나의 진화적 가설은 마음을 읽는 모듈로서의 필요성이다. 인간이 사회를 구축해감에 따라서 더 많은 충돌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필요성이 생겨났다. 또한 상대방에 대해 이해한 정보를 집단적으로 교류하는 것을 통해, 거대해진 사회 속에서 서로 도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성 또한 생겨났다. 수많은 타인들에 대한 정보의 교류가 원활하지 못하면 공동체의 기본 요건인 ‘상호 이타주의’가 성립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수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준 것이 거울뉴런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거울뉴런은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면, 마치 자신이 직접 행동한 것과 같은 내적 상태로 만들어주는 작용을 하며 그 행동의 의도까지 변별한다. 이러한 작용은 인간이 타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자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단순한 관찰로 인한 피상적 정보획득을 하던 영장류의 원숭이는 ‘뇌, 즉 마음으로 함께 느끼는’ 원숭이들의 상호이해를 기반으로 한 협력 상황에서 고립되어 점차 씨가 말라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위에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I Know What You Are Doing" 논문의 결론인 ‘거울뉴런은 행동이 완전한 시각적 단서로 주어지지 않아도, 추론을 통해 그 행동의 목적성을 알고 완전한 행동을 관찰한 것과 마찬가지로 반응한다.’라는 사실 또한 거울 뉴런의 반성적 효과가 상호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을 거들었을 것이다.


거울뉴런이 실재하는 F5 영역이 언어를 담당하는 Broca 영역과 상동기관(homolog)이라는 것 역시 생각해볼만한 점이다. 앞서 지적한 바대로 사회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해뿐만 아니라 그 이해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가장 강력한 요인이 바로 언어의 발달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를 생성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 Broca 영역과 그 기원을 공유하고 있는 거울뉴런(F5영역)은, 두 영역의 필요성이 대두된 이후 자연선택에 의해 우선적으로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그 거울뉴런의 기능은 고차원적인 언어 학습과정을 지속적으로 도우며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높은 수준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원천적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뇌를 둘러싼 강력한 빗장, BBB (동아사이언스 2007년 09월 17일)

동물의 혈관에 파란 잉크를 주사하면 온몸에 파란색이 퍼질까? 이런 궁금증은 이미 100년 전에도 있었고 당시 사람들은 ‘트리판 블루’라는 염색약을 혈관에 넣어 실험해 봤다. 예상대로 온몸에 파란색이 퍼졌다. 그런데 예외가 있었다. 뇌와 척수에는 파란색이 퍼지지 않은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모든 피는 심장의 우심실에서 나와 온몸을 돌고 다시 심장의 좌심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좌심방의 피는 좌심실을 거쳐 허파에서 가스 교환을 하고 다시 우심방으로 들어간다. 사람에게 심장이 하나뿐이고, 피가 똑같다면 결론은 하나뿐이다. 뇌와 척수에 파란 염색약을 막아주는 장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를 ‘혈액-뇌 장벽’(Blood-Brain-Barrier, BBB)이라고 부른다. 뇌와 척수의 관문, BBB에 대해 알아보자.

혈액이 온몸을 도는 까닭은 세포에 산소, 양분, 호르몬과 같은 물질을 공급하고, 세포반응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을 폐기할 장소로 옮겨주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해서 혈관과 세포 사이에 무슨 연결파이프가 있는 건 아니다. 모세혈관을 이루고 있는 내피세포 사이에는 작은 틈이 있어 혈관과 세포 사이에 물질이 드나든다.

뇌는 우리 몸에서 산소와 양분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관이다. 심장에서 뿜어나온 혈액 중 20%는 곧바로 뇌로 올라갈 정도. 그런데 뇌에 있는 모세혈관에서 스며나온 혈액은 신경세포와 직접 접촉할 수 없다. 뇌에는 아교세포(glia cell)라는 세포가 매우 조밀하게 혈관을 둘러싸 혈액이 통과하지 못하게 막기 때문이다. 이것이 BBB다.

혈액과 ‘뇌척수액’ 간의 물질교환을 제한하는 ‘혈액-뇌척수액 장벽’(Blood-CSF-Barrier)도 넓은 의미로 BBB라고 볼 수 있다. 뇌척수액이란 뇌와 척수가 잠겨 있는 투명한 액체로 뇌와 척수의 신경세포들은 뇌척수액과 직접 맞닿아 산소와 양분을 공급받는다. 전체 양은 150ml 정도로 혈액과 뇌척수액은 끊임없이 순환된다.

혈액이 뇌척수액으로, 뇌척수액이 혈액으로 바뀔 때 물질은 선택적으로 이동한다. BBB가 물질 이동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BBB을 구성하는 물질은 대부분 인지질(phospholipid)로 돼 있기 때문에 지용성 물질은 통과하나 수용성 물질은 대부분 통과하지 못한다.

그럼 수용성이면서 뇌에 꼭 필요한 물질은 어떻게 할까? 뇌에도 양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포도당과 같은 물질을 이동시키는 수단이 존재해야 한다. 뇌에는 BBB가 매우 약해서 물질이 뇌세포로 자유롭게 드나드는 부위가 있다. 대부분 뇌의 한 가운데 집중돼 있는데, 이를 ‘뇌실주위기관’(circumventricular organ)이라고 한다. 뇌는 뇌실주위기관을 통해 혈액의 성분을 검사해 필요한 물질만 선별적으로 통과시킨다. 송과선, 뇌하수체 등이 뇌실주위기관에 속한다.

뇌의 혈관 구조는 왜 이렇게 복잡할까? 뇌는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루며 기억, 학습, 언어, 사고와 같은 현상을 조절하는 중추이기 때문이다. 뇌의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정상 생활이 불가능해지고 질병에 걸려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혈액에서 세균이나 병원균이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BBB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BBB는 완벽한 장치가 아니다. 아기는 BBB가 완성되지 않은 채로 태어나고, 높은 혈압, 저주파와 방사선 또는 감염에 의해 뇌혈관장벽이 열리기도 한다. 알코올, 니코틴 등이나 마약으로 분류하는 헤로인, 코카인 등도 BBB를 뚫고 뇌 속으로 쉽게 들어간다. 심지어 뇌염 바이러스나 광견병 바이러스도 BBB를 통과해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BBB가 오히려 생존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종양이 생기면 약물로 치료해야 하지만 뇌에 생긴 종양은 약물로 치료할 수 없다. BBB가 약물이 전달되지 못하게 막기 때문이다. 따라서 BBB를 뚫고 뇌 속까지 약물을 전달하는 방법은 오랫동안 과학자들의 숙제였다.

지난 6월 한양대 이상경 교수와 삼천리 제약의 정경은, 김문희 연구원이 참여한 국제연구진이 BBB를 뚫고 약물을 투여하는 방법을 찾아내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들은 광견병 바이러스가 BBB를 통과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광견병 바이러스에서 BBB를 통과하는 ‘RVG 단백질’을 찾아냈다. 앞으로 이 연구결과를 응용하면 치매 등의 뇌질환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MRI 촬영을 위해 사용하는 조영제도 BBB를 통과하지 못해 뇌 조직을 영상화하기 힘들었는데 이 문제도 해결됐다. 지난 5월 서울대 현택환 교수팀과 성균관대 이정희 교수팀은 공동으로 BBB를 뚫고 뇌 속까지 들어가는 ‘산화망간 나노입자를 활용한 MRI 조영제’를 개발해 국제화학저널인 ‘안게반드케 헤미’에 발표했다. 새 조영제는 단기적으로는 뇌연구 분야에 획기적인 연구방법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면역체계가 알레르기라는 부작용을 낳듯이, 우리 뇌를 지키기 위한 BBB도 때로는 치료를 방해하는 장벽이 되기도 한다. BBB에 대한 이해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뇌질환을 정복하기 위해 창의적인 시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연구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정모 과학칼럼니스트ㆍ<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뇌의 신비 (매일매거진 2007년 07월 05일)

인간의 뇌는 1~1.4 kg 정도로 몸무게의 2% 정도에 불과하지만 전체 혈액의 15%를 소비하고 산소 20~25%를 사용한다. 뇌에 공급되는 혈액이 15초만 차단돼도 의식불명에 이르고 4분간 중단되면 뇌세포는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을 입는다.

1천억 개에 이르는 뇌세포는 태어나면서부터 매일 감소하기 시작한다. 1초에 한 개씩 매일 10만 개 가량이 감소한다. 뇌가 발달하는 것은 세포간 연결이 이뤄지는 것이다. 머리가 좋다는 것은 뇌가 크다거나 뇌세포가 많아서가 아니라 세포간 연결이 활발하다는 의미다.

1천 500여명의 뇌 수술을 집도한 영남대학교병원 김오룡(신경과) 병원장은 "적어도 신경외과 분야에서는 뇌에 대한 비밀이 상당 부분 밝혀지고 있다."며 "정신적 변화이건 뇌의 기질적 변화이건 치료가 가능한 분야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과거 단순이 '미쳤다'고 판단했던 증상들이 뇌 특정 부위의 손상 때문이라는 것도 차츰 밝혀지고 있다. 김 병원장은 "가령 뇌 기저부에 있는 림빅 시스템에 손상이 오면 감정 조절이 안되고 과도한 성욕과 식욕을 드러내는 등 이상 증상을 보이는데 예전 같으면 그저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고 치부했다."며 "뇌 손상은 외상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지만 유아기나 청소년기에 받은 정신적 충격에 의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뇌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 결과가 쏟아진 것은 1980년대 이후부터. 기억력, 특히 학습능력을 좌우하는 뇌의 기능부터 사랑과 같은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부위와 신경전달물질에 대한 의문점들을 풀어보자.

"■ 뇌를 알면 IQ가 보일까 머리가 좋은 학생일수록 뇌의 정수리 부분(두정엽)이 많이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이건호 교수(생명과학부) 연구팀은 기능적 자기공명장치(fMRI)를 이용해 사람의 지능 발현에 중추적 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대뇌피질의 일부분인 '후두정엽'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뇌영상분야 국제 학술지인 '뉴로이미지' 인터넷판에서 밝혔다. IQ 상위 1% 이내에 속하는 한국과학영재학교 등 특목고 학생 25명과 보통 지능을 가진 인문계`실업계 고교생 25명 등 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능이 높은 집단은 어려운 과제를 수행할 때 양쪽 뇌의 정수리 부분인 후두정엽 부위의 활동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 그렇다면 IQ 테스트를 하지 않고 뇌를 스캔하는 것만으로도 지능이 얼마나 뛰어난 지 알 수 있을까? 경북대 이호원(신경과) 교수는 "IQ 차이를 알려주는 장치는 아직 없다."며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한다는 추론은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한다고 해서 반드시 IQ가 높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IQ를 측정하는 방법은 전통적은 문답식의 인지지능검사, 즉 IQ 테스트 외에는 없다는 것. IQ는 종합적 사고 능력을 뜻하고, 뇌 스캔은 특정 영역의 활성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머리가 좋아지는 방법은 있을까 먼저 치매와 건망증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건망증은 뇌의 일시적인 마비 현상이다. 주의력 산만, 스트레스, 피로, 우울감 등이 원인이 돼서 특정 사실을 까먹지만 누군가 귀띔을 해주면 금세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 하지만 치매는 영원히 잊어버리는 증상이다. 누군가 말을 해줘도 기억을 되살릴 수 없다.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 등 치매에 걸린 20, 30대를 다룬 이야기가 소개되면서 '나도 혹시?'하며 병원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 건망증일 뿐 치매는 아니다. 그렇다면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호원 교수는 머리를 많이 쓰는 것이 것이 머리를 좋게 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머리를 많이 쓴 사람일수록 치매 진행도 늦춰진다는 것. 가령 초교 졸업, 고교 졸업, 대학 졸업 등 학력에 차이가 나는 3명의 치매 환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들의 치매 진행도는 비슷하다고 할 때 과연 누구의 뇌 세포가 가장 많이 손상됐을까? 정답은 대학 졸업자. 이 교수는 "대학 졸업자, 즉 두뇌 활동을 가장 왕성하게 했던 사람이 겉으로 보기에 비슷한 치매 정도를 보이지만 실제 뇌 세포 손상은 가장 큰 경우가 많다."며 "바꿔 말하면, 뇌를 많이 쓴 사람은 어느 정도 뇌세포 손상이 와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지만 뇌를 적게 쓴 사람은 조금만 손상이 와도 뚜렷한 치매 증상을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머리가 좋아지게 하는 약은 있을까? 아쉽지만 아직 그런 약은 발명되지 않았다. 학생들이 공부를 좀 더 오래 하기 위해 각성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다. 말 그대로 뇌가 피로한 상태인데도 각성제를 투여해 좀 더 오랜 시간 깨어있게 하고, 또 그 시간 동안 공부를 더 했기 때문에 성적이 올랐을 뿐이지 기억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깊은 잠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인간의 기억은 가장 깊은 수면단계인 렘(REM)에서 장기기억으로 옮겨지기 때문이다.

"■ IQ에 얽힌 재미난 연구 최근 노르웨이 오슬로대 연구팀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을 통해 성장기간 동안 가족 내에서 차지한 서열이 IQ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징병대상 남성 24만 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IQ 테스트 당시 18~19세인 첫째 아들의 평균 IQ는 103.2였고, 둘째는 101.2, 셋째는 100.0으로 나왔다. 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손위 형제가 일찍 사망한 경우. 둘째로 태어났더라도 형이나 누나가 1살 이전에 사망한 경우 평균 IQ는 102.9이었고, 형제들이 사망한 경우 셋째 남성들의 평균 IQ가 102.6이었다. 연구팀은 맏이가 남동생이나 여동생을 가르칠 기회를 갖게 되고, 부모로부터 더 많은 자극과 기대를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만이 지능을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프랑스 툴루즈대학병원 임상역학 조교수인 막심 쿠르노 박사는 32~62세 남녀 2천200명을 대상으로 체중을 측정하고 지능검사를 실시한 후 5년 후 같은 조사를 다시 실시했다. 첫 검사에서 적정 체중 사람들은 어휘시험에서 단어의 56%를 기억했고, 비만 체중은 44%만을 기억했다. 두 번째 검사에서 적정 체중은 5년 전과 같은 기억력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 데 비해 비만 체중은 단어 기억력이 37.5%까지 떨어졌다. 쿠르노 박사는 지방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대뇌 세포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쳐 뇌 기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IQ가 높은 아이일수록 어른이 됐을 때 채식주의자가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사우샘프턴대 연구진들은 1970년대에 IQ테스트를 했던 사람들을 상대로 20여 년 뒤 식생활과 직업 등을 알아봤다. 자료가 확보된 8179명 중 채식주의자들은 366명. 채식주의자들의 어렸을 적 IQ는 비채식주의자에 비해 남성과 여성 모두 평균 5 정도 높게 나타났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남녀 차이 비밀은 `뇌`에 있다 (서울=연합뉴스 2007.06.18)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 출간

'여성과 남성은 왜 다른가?'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온 진부한 질문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궁금증이기도 하다.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원인을 찾기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명쾌한 해답을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경정신분석학자인 루안 브리젠딘은 남녀 차이를 밝혀내기 위해 기존의 방법과는 조금 다른 생물학적 접근법을 시도한다.

그는 저서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리더스북)에서 "여자와 남자의 유전자 코드는 99% 이상이 같다. 그런데 나머지 1%가 신경계의 세포 하나 하나에 영향을 미쳐 남자와 여자의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남녀 차이에 대한 답이 서로 다른 뇌 구조에 감춰져 있다는 것.

책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자보다 감정을 더 잘 표현하고 미세한 정서적 경험을 더 잘 기억하는 것은 여성의 뇌가 정서와 기억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부분을 더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성적 충동에 할애된 뇌 공간은 남성이 여자에 비해 2.5배나 더 크다. 평균적인 여성이 하루에 한 번 정도 성적 충동을 느끼는 반면 남성은 52초마다 성적 충동을 느끼는 것은 이런 생물학적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흔히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고 여겨지는 '불륜' 또한 뇌과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결혼을 하더라도 '최상의 유전자'를 구하려는 프로그램은 여성의 뇌에서 끊임 없이 작동한다. 결국 불륜은 생계를 책임지는 남자가 아닌 최상의 유전자를 가진 남자를 추구하려는 욕망의 형태라는 것.

이 밖에도 여성의 뇌는 '언어를 순발력 있게 구사하는 능력' '우정을 깊게 유지하는 능력' '갈등을 조정하고 화해시키는 능력' 등 남자 뇌에는 없는 고유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생물학적 뇌의 차이가 굳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인간의 뇌는 재능 있는 학습 기계로서 절대 고정돼 있지 않다"라면서 "뇌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성호르몬의 변화를 조정.촉진하면서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결정론적 해석을 경계했다.

뇌과학이라는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저자의 상담 사례들을 풍부하게 이용해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쓴 점이 돋보이는 책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돼 '워싱턴포스트 베스트 논픽션'에 선정됐다. 임옥희 옮김. 280쪽. 1만1천원.

데자뷔 유발 뇌 부위 찾았다 2007.06.11 ⓒScience Times

해마치아이랑,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두 상황 차이구별

처음 겪는 상황인데도 이전에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 이른바 `데자뷔' 현상이 일어나는 두뇌 부위가 밝혀졌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보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토네가와 스스무 교수 등 연구진은 사이언스 익스프레스에 실린 연구 보고서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중에서도 `해마치아이랑'이란 작은 부위가 `삽화적 기억', 즉 비슷하지만 다른 상황을 구별하는 기억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로써 데자뷔 현상이 뇌의 어느 부위에서 일어나는 지를 설명할 수 있게 됐고 또 어째서 고령자와 뇌질환 환자에게 이런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지를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해마치아이랑 기능이 손상된 생쥐들을 키우면서 이들이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두 상황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토네가와 교수는 생쥐는 보통 두 개의 상황을 분명히 구별하는 능력이 있지만 해마치아이랑이 없는 쥐들은 상황을 뒤섞어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데자뷔란 두뇌가 두 개의 매우 흡사한 상황 사이에서 차이를 구별하려고 애쓸 때 일어나는 기억상의 문제라면서 나이가 들수록 이와 비슷한 혼란이 자주 생기고 알츠하이머 같은 뇌질환을 겪는 사람에게도 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인인 자신도 이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면서 "생전 처음 가 보는 도시의 공항에서도 마치 전에 와 본 것 같은 느낌을 갖지만 두뇌의 다른 부위들이 더 분별력 있는 판단을 내린다"고 말했다.


 

마약, 뇌 "리모델링"시킨다 (한국경제 2007-04-26)

마약은 기본적으로 뇌를 "리모델링"시키며 마약을 끊어도 중독이 풀리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브라운 대학 분자약리학-세포생리학교수 줄리 카우어 박사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쥐실험을 통해 이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하고 헤로인 중독 환자가 마약을 끊고도 견디기 어려운 것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마약에 의해 뇌 자체에 영구적 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카우어 박사는 쥐에 모르핀을 투여하고 신경세포와 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연접부)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24시간이 지나도 쾌감 유발 신경전달물질을 억제하는 억제성시냅스(inhibitory synapse)가 더이상 활성화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이는 한마디로 뇌의 "자연 브레이크"가 제거되었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단 한번 투여된 모르핀이 24시간이 경과하면서 더 이상 뇌에 남아있지 않는데도 이 약의 효과는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카우어 박사는 설명했다.

시냅스는 도파민같은 쾌감 유발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키는 흥분성 시냅스(excitatory synapse)와 이를 억제하는 억제성 시냅스 등 두가지 기능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되어있다.

카우어 박사는 흥분성시냅스는 기억력 형성과 강한 연관이 있으며 마치 근육활동이 증가되면 근육이 강해지듯이 이 시냅스가 활성화될수록 그 기능이 강화된다고 밝히고 만약 학습을 위해 이 기능이 활성화된다면 이는 선순환이 되지만 코카인이나 헤로인 같은 마약이 같은 반응을 일으킨다면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우어 박사는 "중독은 신체에 해로운 그 어떤 것을 위해 뇌에 보상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병적인 형태의 학습"이라고 정의하고 이는 뇌의 "손상"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뇌에 "순응불량성 리모델링"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마약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약리학적 해독제의 개발을 어느 방향에 맞추어야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카우어 박사는 덧붙였다.(파리.시카고 AFP.로이터=연합뉴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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