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호흡-뇌 분비물 메커니즘 확인 (서울=연합뉴스 2005.07.07)

영국 과학자들이 운동을 할 때 평소보다 호흡을 더 빨리, 더 깊게 하라고 명령하기 위해 뇌가 분비하는 물질의 정체를 확인했다고 BBC 인터넷판이 6일 보도했다.

런던 유니버시티 컬리지와 워릭대 연구팀은 네이처 최근호에 기고한 글에서 이 뇌 분비물을 이용하면 운동선수들의 기록향상은 물론 수면 무호흡증, 유아급사증후군 그리고 수면중에 호흡을 중지해 사망하는 희귀병 '온딘의 저주'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람이 운동을 하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핏 속의 이산화탄소(CO₂) 농도가 올라가는데 연구팀은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에 따라 이산화탄소에 민감한 뇌부위에서 아데노신 3인산염(ATP)이라는 분자가 분비되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ATP가 혈액 속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적정히 유지시키기 위해 호흡을 조절하는 메시지를 보낸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유니버시티 컬리지 생리학과의 알렉산더 구린 박사는 "호흡의 전반적인 메커니즘은 몇년 전에 확인됐으나 이번 연구는 분자 차원에서 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린 박사는 이번 발견을 계기로 "호흡 메커니즘을 더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 인류의 키워드는 뇌 2005.03.30 ⓒScience Times

Take back your Brain!

21세기 인류의 마지막 자산이자 키워드는 인간의 ‘뇌’이다.

과거 신의 영역으로까지 치부했던 뇌의 신비가 눈부신 과학의 발전으로 점차 그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특히, ‘뇌’에 대한 관심이 과학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 것은 뇌과학(Brain Science)이 밝혀내고 있는 뇌의 가치가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높은 데 있다. 실제 뇌의 작용원리와 의식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교육, 문화전반에 근본적이고 실제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뇌 연구를 통해 증명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당면한 위기를 해결할 열쇠의 가능성을 많은 과학자들과 교육자들이 바로 '뇌'의 본래의 기능회복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뇌의 본래의 기능회복은 무엇인가?

인간의 뇌는 다른 생명체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인간만이 지닌 뇌 구조의 특이성에 그 해답의 실마리가 숨겨져 있다.

뇌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백만년을 걸쳐 인간의 진화에 맞추어 발달해왔다. 인체의 어떤 장기보다 더 빠른 진화의 속도를 보인 것을 보면, 인류의 진화가 곧 뇌의 진화라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이다.

뇌는 기능적으로 보면 신피직, 구피질, 뇌간의 3개층으로 나뉜다. 진화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뇌간은 '원시뇌'로 불리며 근본적인 생명활동을 담당한다. 파충류의 경우 이 생명력이 대단히 활성화된 경우이다. 하지만, 감정이나 사고는 하지 못한다. 감정을 담당하는 구피질은 '포유류의 뇌'라 불리며 대뇌변연계를 포함한다. 가장 바깥쪽에 있는 대뇌피질이 언어, 학습, 기억, 사고 등 오늘날 인류문명을 건설한 토대가 된 신피질이다.

독특한 점은 인간만이 이 3개층의 골고루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신피질을 주로 사용한다. 끊임없는 사고와 학습, 그에 따른 스트레스 등으로 자연스러운 감정의 작용은 억제되고 원래 가지고 있는 인체의 자연치유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3개층의 뇌가 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 신피질에 편향된 구조로 현대인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인간의 뇌는 생명현상, 감정정화, 성찰과 창조의 모든 능력을 갖고 있는 데 일부만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잃어버린 뇌가 가진 본래의 능력을 회복하는 것은 현 인류가 당면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뇌를 인류가 갖는 마지막 희망이라고 부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최근 밝혀지고 있는 뇌의 호르몬에 있다.

최근 뇌신경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뇌 속에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나오면 심적으로 평화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반대로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뇌에서 노르아드레날린이란 호르몬이 분비된다. 또한, 너무 기쁘고 쾌락이 느껴질 때는 도파민이란 것이 나오는 데, 중독성이 있어 지나치게 추구하면 몸에 도리어 해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행복과 평화는 느낌이고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세로토닌과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은, 우리의 의식의 작용이 실제 인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증거이기 때문이다. 한발짝 나아가면, 우리 뇌가 어떠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선택하느냐에 행복과 평화로 가는 길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국가나 개인의 경쟁력이 정보의 질과 양에 좌우되는 지식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 즉, 정보의 사령탑인 뇌의 활용과 개발이 인류의 문명과 미래를 결정짓는 중심요소로 강력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우수한 두뇌를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21세기 ‘뇌의 시대(Century of the Brain)'는 분명 축복임에 틀림이 없다. 남은 건 두뇌를 활용하고 개발시켜나가는 것일 것이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것이 뇌가 가진 가장 큰 능력이라고 할 때, 어릴 적부터 자신의 뇌를 믿고 활용해 나가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21세기 과학분야에서는 ‘뇌과학’이, 교육분야에서는 ‘뇌기반교육’이 하나의 코드로 손꼽힐만큼, 인류에게 남은 건 이제 '뇌(Brain)' 하나 뿐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뇌'를 인류가 가진 마지막 희망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를 스스로 깨달을 때 우리의 미래는 한층 더 밝아지리라 기대한다. /장래혁 객원기자(한국뇌과학연구원)

민감한 사춘기 뇌도 민감해져 (동아일보 2005년 5월 27일)

청소년은 사춘기에 왕성하게 성장하고 신체가 급격히 변한다. 이런 생리적 변화에 관한 해답은 늘 호르몬에 있다. 성장호르몬의 증가로 키가 훌쩍 커지는 것은 물론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에 의해 어깨가 쩍 벌어지고 여성은 에스트로젠 때문에 월경주기가 시작되는 등 2차 성징이 나타난다. 그러나 사춘기의 생리적 변화를 총괄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뇌이기에 결국 사춘기는 뇌에서 시작된다고 말할 수 있다.

오랫동안 청소년의 뇌는 어른의 뇌와 거의 유사하다고 여겨져 왔다. 뇌 신경세포는 출생 직전부터 급격히 성장하며 출생 후 2, 3세까지 대략 성인의 두 배 정도로 신경세포 수가 늘어난다. 이후 이런 성장이 서서히 줄어든다는 것. 그러나 이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정신건강연구소가 수행한 ‘뇌 발달 지도’ 프로젝트에 따르면 청소년기의 뇌는 유아기에 버금가는 ‘뇌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신경세포의 숫자가 늘어나고 이들끼리의 연결(시냅스)이 증가해 신경망이 복잡해진다는 것.

특히 ‘사고의 뇌’라고 불리는 전두엽 부위의 신경세포가 사춘기에 가장 왕성히 성장한다. 전두엽 바로 앞부분인 전전두엽은 창의력 기획력 추론 지능 작업기억에 깊이 관련돼 있고 충동을 억제하는데 관련된 중요한 부위이기에 ‘뇌의 CEO’라고도 불린다. 이와 같은 전두엽의 ‘리모델링’은 청소년기가 창의력을 발달시키는데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시사한다.

청소년기에 뇌의 정보 전달 속도가 상당히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새로운 정보에 매우 민감하고 외적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는 역동적인 상태라는 의미다.

청소년은 겉모습은 어른처럼 보이지만 뇌 발달의 측면에서는 아직 성인이 된 것이 아니다. 청소년들이 이 변화의 시기를 잘 헤쳐 나가도록 하는 것은 어른의 몫이다. 또한 청소년의 창의력 교육은 물론 청소년 선도 등 각종 교육방책도 앞으로는 뇌 발달 패턴에 관한 신경생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김경진/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뇌의 신비 해독

뇌가 가진 수수께끼를 풀려는 연구도 줄을 잇고 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와 국립유전학연구소는 뇌를 머리부분에 형성되도록 제어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화학연구소 발생 및 재생과학 종합연구센터는 줄기세포가 전신에 분포돼 있는 미생물인 '플라나리아'를 이용해 특정 유전자를 조작하면 몸 여러곳에 뇌가 생긴다는 것을 확인했다.

'ndk(nou-darake)'라고 불리는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이 줄기세포가 뇌세포로 분화할 때 주변으로 조직이 확산되지 않고 머리 부분에 모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향후 줄기세포에서 뇌의 신경세포를 만들어내 손상된 뇌를 치료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트마우스대학 연구팀은 본인의 얼굴을 인지하는 능력을 키우는 곳은 좌반구라는 색다른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일반적으로 낯익은 얼굴을 인식하는 것은 우반구가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뇌 분할 환자(split-brain patient)를 대상으로 환자 자신의 얼굴과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사용해 실험한 결과 좌반구는 본인의 얼굴을, 우반구는 타인을 얼굴을 더 잘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홋카이도대학과 히로시마대학 공동연구팀은 뇌 시상(視床)하부에 있는 '체내시계'에서 '톱니바퀴'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유전자는 인체의 24시간 리듬이 흐트러졌을 때 리듬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 시차나 수면장해 등의 치료법 개발에 적용할 수 있다.

포유류에서 체내시계를 관장하는 유전자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5번째. 과학자들은 체내시계 관련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이 태양광 등에 의해 증가하거나 감소해 하루 주기가 생기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문 의 : 한국경제신문 김경근 기자(E-mail : zeneca@naver.com)

뇌 연구 동향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됐다. 나비가 되어 하늘을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는 것이 즐겁고 유쾌했지만 자신이 장주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꿈을 깬 그는 엄연히 장주였다. 그는 자신이 나비가 된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자신이 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장자의 제물론(齊物論)에서...

장자의 제물론에 나오는 '나비의 꿈'은 몇해전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영화 메트릭스와 많이 닮아 있다. 메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자신이 현실이라고 믿었던 세상이 컴퓨터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상을 지배하는 인공두뇌(AI)가 생체에너지를 동력으로 사용하기 위해 인간을 평생 꿈속에 가둬 놓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컴퓨터가 만들어 놓은 안락한 꿈속에서 살다가 마지막 순간까지 그것이 현실이라고 믿으며 생을 마치는 것이다. 영화속에서 누군가 말한다. 당신이 인식하는 세상은 결국 뇌신경을 따라 움직이는 전기신호에 불과하다고... 뇌신경을 조작할 수 있으면 꿈도 현실이 되고, 현실도 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유지에 필요하지 않은 기관은 없지만 뇌는 특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뇌는 모든 신진대사와 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의식이라는 아직 풀리지 않은 신비한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다른 기관이 생존과 관계가 있다면 뇌는 그것을 넘어 인간 존재라는 철학적인 문제와 연결돼 있다. 데카르트가 남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명언은 철학적 명제이기도 하지만 인간존재와 뇌가 얼마나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뇌 연구는 상당한 성과를 올렸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분야다. 그만큼 어려운 연구대상인 것이다. 지금은 치료가 불가능한 수많은 뇌질환을 정복하는 것은 물론 원숭이와 인간을 구별하는 가장 큰 요소인 '이성'의 실체를 밝힐 날이 언젠가 올 것이다.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전세계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가장 최근에 이룬 뇌 관련 연구성과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해외에서 최근 발표된 몇가지 연구결과를 통해 최신 뇌 관련 연구 동향을 살펴본다.

뇌종양 연구 활발

뇌 관련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연구분야는 역시 뇌종양이다. 뇌종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많고 생명과 직접 연관이 된 만큼 연구가 활발한 편이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시다스시나이 의학센터는 최근 신경줄기세포가 뇌에 펴져있는 종양세포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신경줄기세포에 유력한 항종양제인 '인터루킨12(IL-12)'를 담아 종양에 전달, 치료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시다스시나이 의학센터는 실제로 암세포를 죽이는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조작된 신경줄기세포를 암에 걸린 마우스에 주입, 생존기간이 크게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일부 마우스는 면역력까지 생겼다.

시다스시나이 의학센터 몬니브 에테샴 박사는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해 IL-12를 주입한 마우스의 생존기간이 현저하게 길어졌다"며 "특히 실험 대상 마우스 30%에서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마우스는 종양이 생긴 후 평균 25~35일 동안 살지만 새로운 치료법을 실시한 경우 생존기간이 50%나 늘었다.

그는 또 "악성 뇌종양은 침입력이 매우 강하다"며 "이미 전이된 종양세포는 잘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외과적인 방법으로 주종양을 제거해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참가한 키스 블랙 박사는 "뇌종양을 제거하는 것은 세포를 추적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며 "신경줄기세포는 열추적미사일처럼 뇌종양 세포를 찾아간다"고 말했다.

블랙 박사는 궁극적으로 뇌종양 환자의 골수에서 신경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한 후 IL-12를 붙여 다시 뇌에 넣어 악성종양을 찾아내 없앨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시다스시나이 의학센터는 현재 골수에서 신경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블랙 박사는 실제로 치료법을 환자에게 실시하기까지 앞으로 18개월에서 2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신경줄기세포가 악성 종양을 추적하는 매카니즘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방, 허파 등 다른 곳에서도 동일한 매커니즘이 존재할 것"이라며 "그럴 경우 비슷한 방법으로 각종 암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프테리아 박테리아가 생성하는 독소를 이용한 뇌종양 치료법도 선보였다.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의대는 디프테리아 독소를 암세포에 침투시켜 치료하는 신약인 '트랜스미드(TransMID)'를 개발했다. 트랜스미드는 세포에 철성분을 전달하는 트랜스페린과 디프테리아 독소로 이뤄져 있다.

일반적으로 뇌종양 세포는 정상 뇌세포 보다 철분을 많이 필요로 한다. 따라서 뇌종양 세포는 주변 정상세포보다 트랜스페린을 더 많이 갖고 있다. 트랜스미드를 주입하면 암세포는 철분 전달을 위해 트랜스페린을 끌어들이고 이때 트랜스페린과 함께 들어간 디프테리아 독소가 분리돼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의대는 트랜스미드를 사용한 환자 가운데 34명중 5명이 완전히 치유됐다고 밝혔다. 나머지 환자들도 부분적으로 효과를 보았다고 밝혔다. 국립신경장애뇌졸중연구소는 뇌간(BrainStem)에 발생한 종양을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뇌간에 종양이 생기면 뇌간을 보호하는 혈관 내벽 때문에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뇌간에 약물을 전달하기 위해 '전달-강화 전달법(CED convection-enhanced delivery)'을 개발, 추적자 물질(tracer molecule)인 'Gd-알부민(Gd-albumin)' 을 뇌간에 전달했다. 연구진은 자기공명화상법(magnetic resonance imaging)을 이용, 전달된 추적자가 뇌를 통해 이동하는 상태를 조사한 결과 추적자 물질이 뇌간에 도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CED는 지난 94년에 처음으로 개발된 기술이다. 압력 차이를 이용해 주입된 분자 상태 물질을 세포조직을 통해 이동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연구진은 지난 8년동안 CED 기술의 정밀도를 높여 문제점을 개선, 최근 성과를 올린 것이다.

퇴행성 뇌질환 연구 전기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 가운데 관심을 끄는 것은 '브레인온어칩(Brain-on-a-chip)' 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얼바인에 있는 바이오테크 회사인 텐소바이오사이언스(Tensor Biosciences)는 살아있는 뇌조직을 칩에 올려 놓고 신약이 뇌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수 있게 하는 장치인 브레인온어칩을 개발했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이 알츠하이머와 조발성치매를 포함한 정신질환 신약 실험을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브레인온어칩은 특히 하나의 뇌세포가 아닌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뇌세포 조각을 연구할 수 있다. 텐소바이오 관계자는 "인간의 행동은 하나의 뇌세포가 아니라 수십억개의 뇌세포가 복잡하게 연결돼 나타난다"며 "브레인온어칩은 뇌세포 조직을 수주일 동안 살아있는 상태로 유지해 개별 뇌세포 대신 뇌조직에 신약이 미치는 영향을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레인온어칩은 일종의 유리칩으로 인공뇌액에 떠 있는 수천개 동물 뇌세포가 서로 연결돼 있다. 칩 표면에 배열된 64개 전극이 뇌조직의 전기적 활동을 관찰한다. 마치 뇌활동을 기록하는 장치인 뇌파도(EEG)처럼 조직에 투여된 약물의 효과를 보여 준다.

캐나다 토로토대학 웨스턴 병원은 뇌졸중으로 인한 뇌손상을 막을 수 있는 물질을 개발했다. 웨스턴 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마이클 티미안스키 박사는 최근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tat-NR2Bc'라는 물질이 동물실험 결과 뇌졸중으로 발생하는 뇌 손상을 90%까지 막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티미안스키 박사는 "이 물질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유전자 한부분을 이용해 뇌세포로 들어간 후 뇌졸중으로 생기는 자기파괴 신호를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뇌졸중이 발생하면 뇌의 내부 신호전달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NMDA수용체가 과잉반응을 일으켜 가까이에 있는 독성 단백질에 세포 파괴 신호를 보내게 된다. NMDA 수용체는 그러나 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단순히 활동을 차단하면 혼수상태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티미안스키 박사가 개발한 물질은 NMDA수용체가 갖고 있는 정상적인 기능은 그대로 두고 수용체가 과잉반응 할 때 나타나는 부정적인 결과만을 차단한다. 특히 NMDA수용체와 독성 단백질을 연결하는 단백질인 PSD-95를 차단, NMDA수용체에서 오는 신호를 받지 못하게 한다.

[남녀 두뇌의 차이는] 좌·우뇌 연결능력 여성이 우월

 

흔히 여성의 두뇌는 감성적인 정보를 잘 처리하고, 남성은 이성.판단력이 앞선다고들 얘기한다. 일부는 이를 바탕으로 과학기술 연구에는 남성이 더 적합하다고까지 주장한다. 과연 사실일까.

사춘기 때 분비되는 호르몬 등이 두뇌 발달에 영향을 미쳐 여성과 남성의 두뇌 구조가 다르고, 또 똑같은 사고 작용을 할 때도 일반적으로 양성 간에 사용하는 두뇌 부위가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뇌과학자들은 "여성의 두뇌는 언어 처리 능력이, 남성은 공간 지각력이 상대에 비해 뛰어난 것은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지만, 남성의 두뇌가 과학에 더 적합하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여성의 두뇌 구조가 종합적 판단을 잘 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캐나다 맥매스터대학의 샌드라 위텔슨 교수에 따르면 뇌의 앞부분 신경세포 밀도가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15%나 높다는 것이다.

전두엽이라 불리는 이 부분은 판단하고 계획하는 능력 등을 맡고 있다. 여성이 어려서부터 판단력 등을 키우는 교육을 받으면, 남성보다 더 많은 신경세포간 연결망이 생기고, 결국 뛰어난 과학적 능력을 갖출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다.

또한 좌뇌와 우뇌를 연결해주는 '뇌량'도 남성보다 여성이 더 발달했다. 양쪽 두뇌 간에 활발히 정보를 교류하며 판단을 내릴 인프라가 갖춰진 것이다.

이 때문인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남성은 언어 작용을 할 때 거의 좌뇌만을 쓰는 반면, 여성은 좌뇌와 우뇌를 골고루 쓰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뇌과학자들은 이런 메커니즘 때문에 여성의 언어 능력이 남성보다 뛰어나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맞다면 과학적인 판단력.추리력 등에서도 여성이 앞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어려서부터 수학에 빠졌던 프랑스의 소피 제르맹(1776~1831)은 이같은 여성 두뇌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한 경우로 평가받고 있다.

권혁주 기자<woongjoo@joongang.co.kr>

중독의 원인

 

 

스트레스가 '약물 유혹' 부채질

과도한 중압감에서 벗어나려 쾌락 추구

손 뗀 뒤에도 자기조절능력 회복 어려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다. 목을 내민 자라에게 놀랐던 기억이 그 자체로는 놀랄 이유가 없는 솥뚜껑에 새로이 놀라게 하는 힘을 주게 됐다는 얘기다. 과학자들은 이를 '조건화됐다'고 하고, 이때 나타나는 반응을 조건반응이라고 부른다.

조건반응을 처음 확인한 것은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다. 그는 개에게 먹이를 주기 전에 늘 종을 울렸다.그러자 나중에는 종소리만 들어도 개가 침을 흘린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개가 학습을 통해 종소리와 먹이를 연관시키므로 종소리만 들어도 먹이에 대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약물 중독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칸막이가 있는 상자 안에 쥐를 넣고 한쪽 장소에서는 중독성 약물을, 다른 한쪽 장소에서는 생리 식염수를 반복하여 주는 실험이 있다. 이를 어느 정도 반복한 뒤 약물을 없애고 칸막이를 열어 두 장소 가운데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면, 전에 약물을 먹었던 장소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뿐만 아니라 그 장소에서 마치 약물을 먹었을 때처럼 이리 저리 움직이며 무언가를 찾으려는 행동을 많이 보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일정 기간 코카인을 끊은 중독자에게 코카인과 관련된 장소나 물건의 영상을 보여주면 자연 풍경을 보여줬을 때와는 달리 '편도핵'이라는 뇌 부위의 활동이 크게 늘어난다.

편도핵은 감정과 관련된 기억을 저장하며, 우리 뇌에서 행동 결정에 관여하는 '대뇌보상계'라는 부분에 영향을 준다.

코카인 비디오만 보고도 편도핵의 활동이 늘어나는 것은 코카인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사람도 무엇에 중독될 때 주변 환경에 대한 조건화가 같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것이 나중에 중독을 재발시키기도 한다.

일단 중독이 되면 뇌의 여러 부위에서 구조와 기능의 변화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뇌의 '선조체'란 곳에서 발현되는 도파민 수용체의 한 종류를 보면, 중독자가 코카인을 끊고 여러 달이 지난 뒤에도 정상보다 적은 양이 발현된다.

아마도 그 결과 중독자는 자기 조절 능력을 잃고 코카인에 대한 강박 증상을 보일지도 모른다고 과학자들은 생각한다. 이렇게 정상이 아닐 정도로 중독에 의해 변화된 뇌를 원상태로 되돌려 놓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스트레스도 중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험실에서 동물에게 반복해서 스트레스를 주면, 그렇지 않은 동물에 비해 약물 중독이 쉽게 일어난다. 스트레스 대신 스트레스 호르몬을 투여해도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이 때 이 호르몬의 작용을 차단하면 효과가 사라진다.

사람이 받는 스트레스는 매우 복잡 다양하다. 직업에 대한 불안감, 인간 관계, 일의 중압감 등. 이같은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는 사람들이 중독의 위험에 빠지는 것을 돕는다.

어릴 때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 성인이 되어서 약물 등에 중독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보고도 있다. 또 약물을 끊은 중독자라도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다시금 약물을 찾는 경향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스트레스와 중독과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다양하고 진정한 뇌의 기쁨보다는 단순히 쾌락만을 추구하려는 욕구와 여러 가지 형태의 과중한 스트레스가 같이 맞물렸을 때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들이 어쩌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중독이라는 이름의 병이 아닐까 싶다.

김정훈 연세대 교수.의대 생리학교실

뇌파로 마음 읽기

생각한 것 보게 되면 뇌파 '출렁'

 

범행현장 보여주고 용의자 관찰

반응 여부로 범인잡기에 이용도

마음을 들여다볼 수는 없을까. 현재 뇌과학.심리학의 힘을 빌리면, 마음을 읽는다는 게 적어도 1백%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마음 또는 정신은 두뇌 활동의 소산이다. 따라서 두뇌의 활동을 지켜볼 수 있다면 마음을 읽을 가능성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렇게 두뇌활동을 관측하는 방법 중 하나가 뇌파 측정이다. 뇌파란 뇌에서 나오는 약한 전기 신호인데, 뇌가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가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즉 뇌파의 모양을 잘 분석하면 두뇌의 활동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고려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최근 뇌파를 측정해 마음을 읽어내는 간단한 실험에 성공했다. 성인 남녀 13명에게 삼각형.사각형.원을 보여주고 그중 하나를 택하게 한 뒤, 도형들을 다시 여러번 보여줬을 때 나타난 뇌파를 보고 무엇을 생각했었는지 알아맞혔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선택한 도형이 화면에 떠올랐을 때 뇌파가 확연히 달라졌다. 염두에 두고 있던 것이 나타나면 약 0.3초 후에 커다란 뇌파 신호가 나왔다.

자신의 생각이 뇌파에 담겨 다른 사람에게 읽힌 것이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게 그야말로 옛말이 돼버린 셈이다.

 

뇌파를 범죄 수사에 이용하려는 연구도 있다. 범행 현장의 모습, 피해자의 물건 등 범인의 뇌리에 남아 있는 것들을 용의자들에게 보여주고 뇌파를 관찰하는 식이다.

 

이 경우에 무관한 사람이라면 특이한 뇌파 반응이 없지만, 범인은 범죄 관련 사진과 맞닥뜨리고 나서 약 0.3초 후에 커다란 신호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에서는 로런스 파웰이라는 뇌과학자가 이 방법으로 FBI 요원을 1백% 정확하게 가려내는 데 성공했다. FBI 요원과 일반인을 섞어놓고 테스트했는데, FBI 요원만 알아볼 수 있는 단어나 사진이 나오면 요원의 뇌파만 변했던 것이다.

범죄 수사에도 일부 이용하기 시작했다. 몬태나주 메이컨 시에서 1980년대 중반 일어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데 뇌파 검사가 쓰였다.

검사 결과 그라인더라는 남자가 사건 현장의 기억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는 범행을 자백해 현재 무기징역형을 살고 있다.

뇌파는 성격도 반영한다. 예컨대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은 외부에서 똑같은 자극을 받았을 때도 뇌파 신호의 크기가 상당히 차이가 난다.

아마 외향적인 사람의 뇌파 신호가 훨씬 활발할 것이라고 짐작하겠지만, 고려대의 연구에서 내향적인 사람의 뇌파 신호가 더 크게 나오는 것이 확인됐다.

전체 70명을 놓고 심리 테스트를 해 가장 내향적인 사람 9명, 가장 외향적인 사람 8명을 뽑아 실험했는데, 차이가 아주 뚜렸했다.

내향적인 사람의 뇌가 외부 자극에 더 활발히 반응한다는 것은,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뇌가 많이 활동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외향적인 사람은 외부 자극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므로 억제가 필요없어 뇌가 별로 쓰이지 않지만, 내향적인 사람은 행동하려는 욕구를 억누르므로 이 과정에서 강한 뇌파가 나오는 것이다.

뇌파 측정 말고도 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fMRI).양전자단층촬영(PET) 등 뇌 속을 들여다보는 여러가지 장비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현실적으로 뇌파가 가장 간단한 관측 방법이다.

최근에는 치매기를 보이는 사람의 뇌파 반응이 일반인과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 치매를 조기에 확인하려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김현택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뇌'는 타고난 상대주의자

상대성 원리로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뇌 조각이 국립 서울과학관에 전시되고 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사람의 뇌야말로 상대성이 철저히 지켜지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검정바탕에 흰 팔괘, 초록과 노란색의 태극으로 된 이상한 태극기 그림이 있다. 그림 가운데 있는 십자표시를 10초 가량 응시하라. 그 다음 바로 옆 회색 사각형의 중앙으로 눈을 돌려보라. 놀랍게도 흰 바탕에 빨강.파랑의 태극과 검은 팔괘가 그려진 제대로 된 태극기가 보일 것이다.

이 현상은 눈의 망막에 있는 신경세포의 작용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망막은 뇌의 일부라고 불릴 만큼 뇌와 밀접히 연결돼 있으며, 뇌와 매우 유사하게 상대적인 방법으로 신경정보를 처리한다.

예를 들어 우리의 망막과 뇌는 초록색을 맡는 세포와 빨간색을 맡는 세포 중 어느 것의 반응이 우세하느냐에 따라 빨강 또는 초록 하나 만을 지각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초록색을 오래 바라보면 빨강을 맡는 세포는 괜찮지만 초록을 맡는 세포는 지속된 반응으로 피로해져 회색이 빨간색으로 보이게 된다.

노랑과 파랑,검정과 하양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각기 짝을 이루어 비교돼 처리하기 때문에 예의 이상한 태극기를 보고 난 뒤 아무 것도 없는 회색 판을 보면 정상적인 태극기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색을 처리하는 방식은 뇌에 이르면 더 정교해진다.한번 노랑에서 파랑으로 색이 점차 변하는 띠 위에 연녹색 직사각형들이 늘어선 그림을 보라.

이 띠들은 모두 같은 색인데도 노랑 바탕 부근에서는 파란 색조를 띠는 것처럼, 또 파란색 바탕 부근에서는 노란색을 띠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뇌의 시각을 맡는 부위에는 이처럼 주변과 비교해 색을 상대적으로 처리하는 신경세포들이 있다.

한 곳의 색과 명암이 주변과 비교돼 결정된다는 것은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면 일상 생활에서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TV가 꺼져 있을 때 화면은 회색이다. TV를 켜면 화면이 빛을 발하므로 어찌 생각하면 꺼져있을 때의 회색보다 더 어두운 검은 색은 낼 수 없을 것이라 결론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샴푸 선전에는 흑단같이 검은 머리가 나온다.

실제 화면의 검은 머리 부분에서 나오는 빛은 TV를 꺼놓았을 때보다 밝지만, 검은 머리 주변에서 더 밝은 빛이 나오기에 우리는 '상대적으로'검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런 실험도 있다. 둥근 모양의 검은 천을 어두운 방에 매달아 놓고 그 위에만 빛을 비추면 벨벳천이 달처럼 하얗게 빛나 보인다. 여기에 손가락을 들이밀면 빛나던 천이 갑자기 새까맣게 보이고, 손가락을 치우면 다시 하얗게 빛나 보인다. 밝기가 우리의 지식과 상관없이 주변과의 상대적인 비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시각의 상대성은 밝기와 색뿐 아니라 형태.운동 등에서도 보편적으로 발견된다. 운동의 방향도 서로 반대되는 방향을 맡는 뇌신경 세포들의 반응을 비교해 결정된다.

독자를 위해 직접 동영상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파일을 인터넷

(psylab.yonsei.ac.kr/~vision/spiral.ppt)에 올려 놓았다. 여기서 나선 그림이 있는 원판을 돌리다 갑자기 세우면 그 방향을 맡는 세포가 피로해져 원판이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것처럼 보인다. 정찬섭 <연세대 교수.심리학>

'눈'이 아니라 '뇌'가 본다

 

 

그냥 종이 위에 그려 놓은 원이 빙빙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하다고들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옆 그림 중 방사형 줄무늬 위에 파란색 동심원들이 있는 것의 한 가운데를 가만히 응시해 보라.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파란 원들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 가며 제각기 여러 방향으로 빠르게 회전하는 것이 보일 것이다. 눈을 깜빡이거나 비비고 봐도 마찬가지다.

이 그림을 볼 때 눈의 망막에는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가만히 있는 원의 영상이 맺힌다. 그런데도 돌아간다고 느끼는 것은 감각기관과 뇌의 작용 때문이다.

실제로 이 그림을 볼 때 두뇌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양성자단층촬영(PET)을 해보면, 뇌의 신경세포들이 진짜 움직이는 것을 봤을 때처럼 반응하는 것이 나타난다.

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 그림 때문에 '뭔가 움직인다'는 것을 지각하는 뇌의 신경세포가 활성화되고, 그 결과로 가만히 있는 원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눈'이 아니라 '뇌'로 세상을 본다. 눈은 단지 뇌가 세상을 보는 창과 같은 간단한 역할만을 하는 것뿐이다.

시각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색.형태.위치.깊이.운동을 뇌의 여러 부위가 따로 나눠 맡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사고나 병으로 특정 부위가 손상되면 그 부위가 맡고 있는 시각기능을 잃게 된다. 색이나 형태는 알아도 움직이는 것은 전혀 깨닫지 못하거나, 빨간색이기는 한데 어떤 모양으로 생긴 것인지는 모르는 등 정상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증세가 나타난다.

특히 얼굴을 지각하는 뇌 부위가 따로 있는데, 그 곳이 망가져서 다른 것은 다 알아 봐도 얼굴만은 못 알아보는 사람도 있다.

색.형태.깊이 등을 맡는 두뇌의 부분이 각각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간단한 실험이 있다(왼쪽 아래).

탑 그림을 보자. 하나는 짙고 옅은, 그러니까 명도가 다른 파란색만을 이용해 그린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와 반대로, 명도는 같은데 색은 다른 물감으로 그렸다. 똑같은 그림인데도 우리는 이 한 쌍의 그림 중에 명도가 다른 그림에서만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나타내 주는 것은 색과 깊이를 맡는 뇌 부위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색상 정보만으로는 깊이를 느낄 수 없다. 대신 깊이를 아는 것은 명암에 따른 것이어서, 명도가 다른 색으로 그리면 깊이를 확연히 느끼게 된다.

그러나 보통 생활 속에서는 예에서 든 그림과 같이 색과 명암이 분리된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뇌 기능의 분화에 따른 이러한 차이를 거의 경험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뇌의 50% 가량이 직.간접적으로 시각에 관여한다. 이는 시각과 두뇌의 연구를 통해 뇌의 절반 가량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뇌가 부위별로 분리된 전담기능을 맡고 있다는 것이 언어나 기억 등 다른 두뇌 활동에서도 발견되기 때문에, 뇌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은 시각연구에서 얻은 발견들이 뇌의 다른 기능을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찬섭 <연세대 교수.심리학과>

0.001초만의 일도 뇌는 안다

무의식 중의 경험 한쪽에 고스란히 저장

기억상실증 환자도 특수한 인식 가능

가끔씩 사람들은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라고 할 때가 있다.잠깐 사이에 뭔가 생겼다가 사라져 제대로 파악할 겨를이 없었다는 얘기다.

'순식간'이라는 것이 0.01초 정도로 짧아지면, 사람은 아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생각한다.예컨대 총알이 소리나 바람을 전혀 일으키지 않고서 1m 떨어진 곳을 날아간다면,아마 총알이 지나쳐갔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그러나 뇌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과는 다른,어떤 특수한 기억을 우리 두뇌는 하는 것이다. '단순노출 효과'실험을 통해서도 모종의 특수 기억이 있다는 게 알려졌다. 단순노출 효과란,어떤 것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보면 더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각형.오각형 등 여러 가지 도형을 몇 번씩 보여주고, 나중에 어떤 도형이 마음에 드는지 점수를 매기라고 하면, 사람들은 여러 번 본 도형에 높은 점수를 주는데, 이런 게 단순노출 효과다.

 

 

심리학자들은 도형을 사람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만큼 짧은 순간(0.001초) 동안만 보여줘도 똑같은 단순노출 효과가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봤는 지 본인은 모르는데 두뇌는 영향을 받은 것이다. 어떤 특수한 기억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1초에 24컷이 돌아가는 영화필름 중에 간간이 1컷씩 광고를 끼워넣는 것 역시 짧은 순간에 일어나 확실하게 인식은 못하지만 두뇌는 영향을 받는 효과를 노린 것일 게다.

기억상실증 환자에서도 특수한 기억의 사례들이 나타난다. 미국에서 간질 때문에 뇌의 일부를 들어 낸 환자가 있었다.H.M.이라는 이 환자는 수술 뒤 예상치 못한 기억상실증을 보였다. 뇌 부분부분의 기능을 잘 몰라 생긴 일이었다.

 

H.M.은 수술로 인한 기억상실증 때문에 의사를 소개받아도 조금만 지나면 누구인 지 몰라봤고, 이사를 갔는데도 늘 전의 집만 찾아 갔다.

하지만 어떤 특수한 기억 현상은 H.M.이 정상인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실험은 거울 앞에 별이 그려진 종이를 놓고, 거울만 보면서 별모양의 선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것이었다<그림 참조>. 거울은 좌우가 반대여서 누구나 처음에는 별을 삐뚤빼뚤하게 그린다. 하지만 이를 몇 번 반복하면,마치 자전거 타는 것을 익히듯 그 요령을 학습해 잘 그리게 된다. 이런 학습에는 기억이 꼭 필요한데, H.M.도 정상인과 마찬가지로 점점 잘 그리게 됐다. 보통의 기억은 못하지만, 특수 기억은 가능하다는 반증이다.

기억상실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단어 연상 실험에서도 특수한 기억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환자들에게 고리.나무.토끼.집.자동차 등의 단어를 보여 준다.

이들은 무엇을 봤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모음 '?')리'라 쓰인 것을 주고 떠오르는 단어를 쓰라고 하면,'소리''오리''고리''보리' 등 여러가지 단어 가운데 앞서 봤던 '고리'를 쓰는 경우가 훨씬 많아진다.

 

환자들이 기억을 못한다고 하면서도,'고리'라는 단어를 본 흔적이 두뇌 어딘가에 남아 있어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런 기억을 특히 '암묵 기억'이라고 한다.

암묵 기억이 이뤄질 때의 두뇌 활동은 보통의 기억을 구성할 때와는 다르다. 사람의 두뇌가 특수 기억을 일으키도록 하는 실험을 하면서 두뇌를 기능성자기공명(fMRI) 영상장치 등으로 촬영해 보면, 보통 기억을 할 때와는 다른 점이 나타난다.

보통의 기억은 주로 뇌의 앞부분, 즉 해마나 전두엽이라 부르는 부분들이 많이 관련된 반면,암묵 기억은 뇌의 뒷부분과 관련됐다는 것이 전남대의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박태진 교수 <전남대 심리학과>

너희가 기억을 믿느냐

유도심문·암시로 엉뚱하게 왜곡 가능

사건 목격자 100% 믿었다 큰코 다칠 수도

기억은 얼마나 정확할까? 우리는 기억해 낸 내용이 경험한 사실 그대로일 것이라고 흔히 믿지만,실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 단지 추론한 내용에 의해 기억이 왜곡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이를 확인하는 실험으로 사람들에게 여러 장의 그림을 잠깐씩 보여주고 "이것은 ○○을 닮았다"고 말해주는 것이 있다. 그리고 나서 그림을 기억해 그리도록 하면, 먼저 무엇과 닮았다고 했는지에 따라 기억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림1>을 보여주고 '안경'이라고 하면, 나중에 왼쪽 같은 그림을 많이 그리고, '아령'이라고 하면 오른쪽의 것을 그려내는 경우가 많다. 그림을 보며 함께 들은 설명에 따라 기억이 왜곡된 것이다. 이처럼 기억이 다른 정보와 추론의 영향을 받는 것을 '기억의 구성적 특성'이라고 한다.

기억의 구성적 특성은 현실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목격자의 증언이 법정의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경우가 있는데, 목격자가 거짓말하려는 의도가 없는 경우에도 기억의 왜곡 때문에 틀린 증언을 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미국의 인지심리학자 로프터스는,목격한 사건에 관한 기억이 사건 후에 제공된 정보에 따라 쉽게 왜곡될 수 있음을 밝혔다.

예를 들어,자동차 충돌 사고를 담은 비디오 필름을 보여준 후 자동차 속도를 추정하는 질문을 하였는데, 어떤 참가자들에게는 "자동차가 서로 부딪쳐 박살났을 (smash) 때 속도는?"이라고 물었고,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자동차가 서로 부딪쳤을(hit) 때 속도는?"이라고 질문하였다.

일주일 후 같은 참가자들에게 필름에서 유리창이 깨졌었는지를 물었는데, 깨졌다고 대답한 참가자들이 'smash'했을 때의 속도를 물어본 그룹에서 더 많았다.

하지만 실제 필름에서는 유리창이 깨지지 않았다. 목격한(필름을 본) 뒤 들은 단어(smash) 때문에 기억이 왜곡된 것이다. 즉, 이런 연구는 유도 심문에 따라 기억이 왜곡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수전 네이슨 사건'은 더 유명한 경우다.1968년 캘리포니아에서 수전 네이슨이라는 8세짜리 여자 아이가 살해됐는데, 진범을 찾지 못했다.

20년이 넘은 1989년 수전의 친구였던 아이린이 심리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수전을 죽이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아이린의 아버지는 1급 살인죄로 기소돼 1심에서 종신형을 받았지만 재심에서 증언에 의혹이 생겨 무죄 방면됐다.

아이린의 경우도 TV에서 아동 살해 등을 자주 접한 데다가 심리치료 도중 치료자의 유도심문과 암시로 인해 엉뚱한 기억을 갖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

최면 역시 기억의 왜곡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최면 상태에서는 암시에 걸릴 확률이 커서, 최면시술자가 제공하는 사소한 단서도 기억의 왜곡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범죄수사에 최면을 이용할 때는 심리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된다.

정확한 기억을 할 때와 왜곡된 기억을 할 때 나오는 뇌파가 다르다는 연구도 있다.

그림들을 보여주고 나중에 본 것인지 아닌지 대답하는 연구에서, 본 것을 봤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보지 않은 것을 봤다고 잘못 판단한 경우에 비해 이른바 'P300'이라는 뇌파 성분이 약간 늦게 발생한다.

<그림2 참조>

그러나 두뇌의 어느 부분이 기억 왜곡과 관련있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뇌의 구조와 기능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기억의 본질이 규명되고 아울러 기억이 왜곡될 때 두뇌 속에서 일어나는 과정도 낱낱이 밝혀질 날이 올 것이다.

박태진 교수 <전남대.심리학>

창의적인 사람 집중력도 높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고 이뤄내는 창의성은 천재들만이 가진 신비한 능력이 아니다.

창의성은 두뇌 훈련을 통해 개발할 수도 있다.

창의성이 천재들의 전유물이란 것은 천재로 추앙받던 사람들 자신과, 그들의 전기 작가들이 꾸며낸 측면이 있다.

미국의 시인인 포나 프랑스의 수학자 포앙카레와 같이 천재로 추앙 받던 사람들은 창작이나 새로운 발견.발명의 순간을 신비하고 극적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이들의 유품을 조사해 보면 시 한편을 위해 수많은 습작을 만들었고, 새로운 수학 정리 하나를 증명해 내는 데 실패를 거듭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이 창의적인 작품과 이론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노력을 기울인 결과였다.

창의적인 활동에 머리를 많이 쓰면 두뇌 구조도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인슈타인의 뇌는 머리 꼭대기의 바로 아래쪽 '브로드만의 39번 영역'이라는 곳이 보통 사람보다 크다. 이 부분은 상상력.기억력.집중력 등과 관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39번 영역에 있는 신경세포의 수는 보통사람과 차이가 없지만,'신경교 세포'라는 것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많았다.

신경교 세포는 신경세포가 원활하게 물질 대사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 이 세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39번 영역의 뇌세포가 많이 활동했음을 뜻한다.

창의적인 활동을 할 때 이 부분이 커지는 것은 생쥐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미국 버클리대학의 매리언 다이아몬드 교수는 생쥐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하나는 놀이기구를 잔뜩 주고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는 '풍요로운 환경'에서 살게 했고, 다른 쪽은 놀이기구 없이 단순한 행동만 할 수 있는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게 했다.

그랬더니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란 생쥐들의 39번 영역이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생쥐보다 16%나 더 커졌는데, 그 이유도 바로 신경교 세포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창의적인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것은 집중력이다. 그것도 순간적이기보다는 장기간에 걸친 집중력이다. 모차르트가 작곡을 시작한 것은 4살 때부터였지만, 그 때의 작곡은 종전 음악들을 재구성한 수준이고, 독창성이 담긴 작품은 16세 이후에야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10년 넘게 음악에 몰두하고서야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창의적 성취를 이룬 사람은 자신의 일 속에 몰두하여 살기 때문에, 직접 일과 관련되지 않은, 삶의 다른 부분도 자신이 하는 일과 연관을 짓는다. 따라서 이들은 다른 사람이 무심코 지나치는 사건에서도 자신의 일과 관련된 새로운 것을 발견해 낸다.

이처럼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서는 집중력을 높이는 게 필수다.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일은 창의적 성취를 이룬 사람처럼 각자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며 사는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주동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피동적이어서는 창의력이 높아질 수 없다는 게 심리학자와 뇌과학자들의 견해다.

미국 볼드윈-월리스 대학 데일 그럽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이 장난감을 갖고 놀면 일반적으로 창의력이 높아지지만, 노는 법을 부모가 가르쳐주면 아이들은 그것을 맹목적으로 따라하게 돼 창의성이 높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TV를 보는 일처럼 수동적인 방관자가 되어서는 창의력과 집중력이 향상되지 않는 것이다.

능동적인 참여자로서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무엇을 성취할 수 있고, 자신감도 생기며, 또 다른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 새로운 문젯거리를 찾아나서게 될 것이다.

이런 삶이 반복될 때, 그 사람의 두뇌 구조는 물론 그 활동 방식도 아인슈타인과 같은 창의적인 천재들과 비슷하게 닮아갈지 모른다. 박주용 교수 <세종대.교육학과>

신경과학 발전 불구, 뇌는 아직 미지의 영역 [교수신문 공동] 감각질, 창발 등 난제 남아 2008년 09월 01일(월)

사이언스타임즈는 사회와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 키워드를 정해 다양한 전문가 관점의 학자적 식견이 상호 소통하는 장인 ‘학문간 대화로 읽는 키워드’를 마련했다. 이 기획은 학술 전문 주간지 <교수신문>(www.kyosu.net)과의 공동기획으로, 21세기 현재 지식의 전선을 바꿔나가는 이슈 키워드에 다양한 학문간 대화로 접근함으로써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미학적 이해와 소통의 지평을 넓히는 데 목적이 있다. 그 네 번째로 21세기 인류가 해명해야 할 마지막 신비의 영역으로 꼽히는 뇌와 의식의 관계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註]

▲ 곽호완 교수 
학문간 대화로 읽는 키워드 존경하는 한우진 교수님께, 의식은 철학적 탐구문제이기도 하고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연구문제이기도 하므로 선생님과 제가 나누게 되는 담론은 매우 긴장되는 흥분의 의식을 낳게 합니다. 지나치게 난해한 개념을 사용한 철학적 논쟁도, 지나치게 전문화된 뇌신경과학의 소개도 여기에 도입된 대화적 담론에는 부적절하다고 여겨져서 좀 더 평이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봅니다.

18세기 말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이 태동된 후 의식을 여러 감각요소로 나누려는 시도는 그 요소들을 결합하는 법칙을 정립하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실패로 끝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능주의 심리학자였던 윌리엄 제임스는 의식의 본질은 내관으로 알 수 없으므로 대안으로 의식의 기능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의식은 하나의 흐름으로서(stream of consciousness) 유기체에게 가용한 여러 지각표상들이나 행위들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여 유연한 환경적 적응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가진다고 했습니다.

윌리엄 제임스 “의식은 하나의 흐름”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행동주의 심리학의 여러 실험적 연구방법과, 컴퓨터 유추에 의한 인간정보처리 모형의 정립에 의해 인지심리학이 태동하였는데 이는 초기 심리학 연구주제인 ‘의식’이라는 위대한 ‘왕의 귀환’을 의미하며 이때부터 의식에 대한 연구는 새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주관적 경험의 측면이 강한 ‘의식’이라는 주제는 한동안 연구주제의 변방에 있었고, 의식의 외연(外延)으로서 지각, 주의, 기억, 언어과정 등이 핵심적으로 연구되었고 현재까지 괄목할 만한 과학적 성취를 하였습니다.

그와 함께 신경학적 연구법의 획기적 발전으로 - 예를 들어, 단일신경세포 기록법, 뇌파(EEG) 측정법, 기능적 자기공명 영상(fMRI) 등 - 뇌 신경과정을 통해 감각, 지각, 주의과정 등을 기술하고자 하는 신경과학이 태동하게 되었습니다. 브로카 및 베르니케에 의해 발견된 실어증(말을 하지 못하거나, 뜻 모를 말을 하거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증상)의 영역들, 펜필드의 뇌 전기자극하기에 따른 의식경험의 변화관찰, 스페리에 의한 대뇌 양반구 절단환자의 실험들(좌우 반구의 기능적 비대칭성), 노벨상을 받은 휴벨과 비젤에 의한 세부특징 탐지기 세포의 발견 등이 신경과학에서 이룩한 업적 중 몇가지 입니다. 결국 모든 심리과정은 궁극적으로 신경과정으로 환원가능하다는 것이 신경과학자들의 가정입니다.

문제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것이 신경계의 구조라는 것입니다. 약 100억 개(혹자는 40억 또는 수백억)로 추산되는 인간 뇌신경세포의 수는 차치하고라도, 그들 간의 신경연결망이 신경과정의 핵을 이루는데 그 연결의 수는 바로 조합적 폭발(combinational explosion)을 의미합니다. 즉 100억의 수백억 배의 신경세포의 상호작용이 우리가 추적해야 할 가공할 대상입니다. 또 특정 의식의 상태는 그에 상응하는 매우 많은 뇌 상태를 가정할 수 있기 때문에 뇌와 의식의 일대일 대응관계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다만 추상적 수준에서 특정 뇌의 활성화 패턴과 특정 의식상태는 대응되어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일반적 견해입니다. 즉 탁구 라켓으로 동일한 스트로크를 때리더라도 동일한 근육섬유들이 활성화되기보다는 전반적 흥분프로파일이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완벽한 대응구조를 요구하는 것은 심리-물리계의 성질상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신경과학은 뇌 활동을 구조적으로 측정하는 장치(PET, fMRI, MEG)가 있어서 특정 정신활동을 하는 동안 뇌의 특정 영역이 활성화 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개략적인 신경학적 국재화(局在化, localization)가 가능했고 하드웨어적 기술방식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매료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는 거시적인 점에서 뇌 구조는 사람마다 비슷하고, 인지과정에서도 유사하지만, 미시적 구조는 사람마다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입니다. 이같이 신경구조의 미시적 다양성 때문에, 인지심리학적 실험측정으로 특정 인지기능이 손상되었다는 수렴적 결과를 얻어야만 객관적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뇌 구조의 일반적 틀이 만들어졌다고 특정 상황에서 개개인의 의식과 행동을 예언할 수는 없습니다.

DNA의 이중나선구조로 노벨상을 받았던 크릭과 그의 동료 코흐가 1990년부터 수행한 일련의 연구들은 이제까지 주로 철학적 담론의 대상이었던 의식이 신경과학영역으로 들어오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의식의 신경상관자(neural correlate of consciousness, NCC)를 뇌 구조에서 찾아보려는 시도입니다. 아직은 주로 가설적 수준에 그치기는 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의식의 신경상관자를 찾아내게 될지도 모릅니다.

의식, 철학적 담론에서 신경과학영역으로

그의 가설은 피질(V1, V4, MT, IT영역)과 전두엽 영역간의 역전파에 의한 주기적 공동활성화가 시각표상의 자각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며 이것을 시각적 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생생한 시각적 자각은 고차적 지각수준에서 저차적 시각피질로의 피드백 루프에 기인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아래 예시 그림에서 정육면체를 지각하게 되는 것을 착각적 윤곽(illusory contour)이라고 하는데 이 윤곽이 지각되고 나면 배경화면인 흰색에 정육면체의 모서리가 더 밝은 흰색으로 생생히(vivid) 지각되는데 이는 시각피질에서 외측슬상핵으로의 피드백에 기인하는 것이라는 연구가 있습니다.

크릭이 제안한 의식에 관한 연구방향의 하나로, 양안정적 지각(bistable percept)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대상이 변하지 않는데 의식된 지각표상은 두 가지 사이에서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예시 그림에서 정육면체를 지각하고 난 후 중앙의 두 모서리 중 하나가 앞에 있고 하나는 뒤에 있는 것으로 입체를 지각하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그 앞뒤가 전환됩니다.

즉 대상의 수평선이나 수직선의 지각은 변하지 않지만, 그 대상표상에 대한 의식은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이 변화되는 순간 뇌과정은 어떻게 되는지를 찾아낸다면 의식의 신경상관자를 찾을 수 있다는 논리가 됩니다. 부가하여 의식에 관한 흥미있는 현상 중 맹시(blindsight, 시각피질의 손상으로 자극의 출현여부를 의식하지 못하지만 자극의 위치는 찾아내는 환자)의 연구는 시각피질이 의식의 신경상관자 자체는 아니지만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교수님이 지적하였듯이 감각질(푸른색을 지각할 때 푸르스러함의 의식적 성질)은 아직 과학적 연구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더 본질적인 의식의 문제는 특정 상태의 의식이 창발(emerge)하게 되는 정신-화학적 법칙은 신경과정으로 환원되기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마치 수소나 산소 개개 원자의 물리적 성질을 알고 있더라도 물 분자의 성질이 어떠할 것이라고 정확히 예언하기 곤란하고, 더우기 고분자 화합물의 경우에 더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철학자들은 ‘why' 즉 개념적 틀 또는 연구의 종합적 개념적 평가와 방향설정을, 신경학자들은 ’where' 즉 물리적 구조 또는 상관물을 찾아내는 미시적 접근을, 인지심리학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what and how' 즉 그게 무엇이며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거시적으로 다루는 것이며 이들이 오케스트라를 이룰 때 진정으로 본질적인 과학으로서의 의식에 대한 통합적 연구가 이루어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 교수님 같은 심리철학자들이 의식에 관한 과학적 담론과 연구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과학적 발전은 질적으로 더욱 풍부하게 열매 맺게 된다고 생각하며 글을 맺고자 합니다.

필자소개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석사를 받고 미국 죤스홉킨스대학교에서「위치와 세부특징에 대한 주의정향의 결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북대학교 심리학과에 재직 중이다. 주요논문으로는 「정적 및 부적반복효과의 시간과정」, 「시간-독립적인 초점주의 이동」, 「성인 ADHD 경향성에 대한 웹기반 실험신경심리 연구: 회귀억제, 스트룹 및 내생-외생 주의과제」등이 있다.

곽호완 경북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kwak@knu.ac.kr

저작권자 2008.09.01 ⓒ ScienceTimes

기억과 상상력

 

 기억도 '퇴화' 한다. 그것은 기술적 데이터 저장 장치(DVD, 사진 ,메모 용지 등)와는 거의 공통점을 갖고 있지 않다. 우리가 과거의 기억을 상기하는 것은 저장되어 있는 명백한 데이터를 정확한 형태로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뇌 속에 남겨진 흔적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즉 최초로 생각했을 때와 대동소이한 과정이 반복되는 것일 뿐이다. 이 때 뇌는 제어 서클 집단으로 부터 하나의 모델을 활성화화며, 그 구성원들은 개략적으로 말해 그 모두가 이미 생각했던 것. 이미 보았던 이미지, 이미 체험했던 장면 따위에 주목한다. 여기서 사용된이미지라는 용어는 은유적으로 사용될 뿐이다. 왜냐하면 우리 머릿속에 결코 사진과 같은 의미의 이미지가 주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무엇을 바라보는 직접적 행위가 이루어지는 동안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뇌에는 사진이 가진 작은 점들의 정확한 질서가 없으며, 다만 시각 뉴런의 여러 가지 활동과 세계에 대한 지식에 의존해 만들어내는 표상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표상은 뇌 활동의 한 모델에 상응하며, 이런 뇌 활동은 (또는 현재와 그 당시 사이에 발생한 사건에 의해 위조된 뇌 활동은) 과거의 사건을 회상할 때마다 반복된다.

 

 어린 소년이 할머니를 만나 인사할 때 손을 내밀어 악수하는 것을 배워 다음에 할머니를 만났을 때에도 그렇게 하는 경우, 그 소년은 처음에 했던 그 동작을 정확하게 재현하기 위해 당시의 일을 상기해 내는 것은 아니다. 물론 겉으로 볼 때는 지난번과 똑같은 동작으로 보인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저 다시 악수하기 위해 손을 내미는 동작일 뿐인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게 무심코 손을 내미는 것이 더 낫다. 만약 그가 과거의 동작을 정확히 재현하려 한다면 그는 허공과 악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할머니가 지난번과 정확히 동일하게 그를 향해 허리를 굽히거나 손을 내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어쩌면 그 소년의 키가 그동안 한 뼘 정도 더 자라났을 수도 있고, 혹은 지난번과 달리 오른손 대신 왼손을 내밀게 될 수도 있다. 소년이 50살이 되어 돌아가신 지 이미 오래된 할머니의 모습을 기억해 내고 싶어진다면, 그는 할머니를 만나 악수를 할 때의 그기념적인 동작을 반복해 보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를 본 지 너무 오래되었으므로 그와 같은 반복은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할머니의 이미지는 이제 오히려 그의 어머니의 모습과 유사할지도 모른다. 오늘의 어머니는 25년 전이 할머니와 어느 정도 닮았을 테니까.

 

 기술적 의미에서 뇌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법을 모르며, 저장소를 따로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즉 우리의 기억력은 뇌의 수많은 각종 시스템에 종속되어 있는 탈중심적인 것이다. 200년 전 독일 소설가 파울Jean Paul "유물론자들은 분명 720여 년 동안 죽처럼 질척한 뇌 속에 수백 만 장의 사진을 화석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억력이라는 것은 화석화된 것이라 보기에는 아주 유동적인 상태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러한 유동성은 기억 행동과 인식 행동이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해준다. 인식은 결코 수동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창조적인 행동이며, 직접적인 감각에 대한 인상과 기억이라는 두 가지 관점이 함께 개입해 표상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이다. 그리고 기억은 과거의 것을 다시 생각하는, 혹은 다르게도 생각할 수 있는 상상의 행위다. 무엇인가를 기억하는 데 상상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체험을 이야기할 때 잘 드러난다.

뇌의 생리학

 

 오늘날의 관점에서 우리 뇌는 대략 다음과 같이 기술된다. 그 무게는 2.5 ~ 3 파운드이다. 물론 서로 다른 두 사람 간에 수백 그램에 달하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차이가 지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말할 수는 없다. 뇌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것은 뇌 줄기, 시상을 에워싸고 있는 대뇌 피질, 기저 신경절(신경 세포나 신경 섬유가 모여 혹처럼 된 것), 해마 Hippocampus, 소뇌이다.

 

 대뇌 피질과 시상은 시상-대뇌 피질 시스템을 이룬다. 이것은 감각적 자극과 기타 입력 내용을 수용한 시상이 그것을 대뇌 피질의 각 부위로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이 두 가지는 세세히 기술할 수 없을 정도의 여러 영역으로 세분화된다.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감각적 자극을 처리하는 것은 머리 뒤쪽에 있는 뇌이며, 생각하는 사람의 이마 뒤에는 무엇인가를 기획하는 부위가 숨겨져 있다. 또 센서 영역내부에는 시각과 청각 등을 담당하는 분화된 작은 영역이 있으며, 이 영역이 다른 세분화되어 특정 형태, 색체, 운동을 담당한다. 이 모든 영역은 우리 머릿속에 세계에 대한 유용한 상이 형성되는 데 기여한다. 인간은 모든 영장류와 마찬가지로 눈을 가진 동물이므로 특히 시각에 대해서는 아주 전문화된 많은 모듈(표본으로 삼을 수 있는 기준)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이를테면 타인의 얼굴을 인식하는 일과 같이 사회적 존재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것들이다. 여기서 어떤 개별적 성취가 완수되는지에 대해서는 특정 모듈이 사고로 인해 탈락하는 경우 파생되는 특이한 결과를 관찰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어머니를 보게 되면 당연히 그분이 자신이 어머니라는 것을 안다. 또 우연히 옛 친구를 만나더라도 그를 대번에 알아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옛 친구뿐만 아니라 어제 보았던 자신의 어머니조차도 몰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얼굴 망각증Prospagnesie에 시달리는 사람들로서(그리스어로 prospon은 얼굴을, agnosia는 무지를 의미한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얼굴을 보고 있긴 하지만 그 얼굴이 어디에 속하는 것인지 분간해 내는 능력은 없다. 그들에게는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보이며, 또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낯설게 여겨진다. 이런 종류의 뇌 질환은 뇌에 손상을 입음으로써 발생할 수도 있지만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선천적으로 이런 질병을 얻은 사람은 후천적으로 그렇게 된 사람보다는 생활에 지장을 더 받는다. 왜냐하면 그는 주위 사람들을 알아보기 위해 애초부터 정상인과는 다름 변별적 특징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즉 목소리, 냄새, 몸매, 특별한 몸동작 따위를 통해 사람들을 구분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그들에겐얼굴이란 것이 특별한 표식이 되질 않는다.

 

 어떤 얼굴이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얼굴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뇌 속의 모듈은 지금 보이는 타인의 얼굴을 기억 속에 저장된 다수의 얼굴과 비교하는 과제를 갖는다. 만약 합치하는 얼굴이 발견된다면 그 사람의 이름이나 기타 특성이 의식 속으로 호출되지만. 발견되지 않는다면 그 새로운 얼굴은 몇 가지 정보와 함께 새로 저장된다. 이와 같은 기능을 하는 모듈은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일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나머지 불필요한 모든 특징은 가려진 채로 의식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몇 년이 지난 후 몰라보게 변한 어떤 친구를 만나더라도 그를 알아볼 수가 있는 것이며, 지난주까지 수염이 덥수룩하던 친구가 갑자기 깔끔하게 면도를 하고 나타나더라도 경우에 따라 그런 변화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하는 것이다. 일치 여부를 인식하는 기능은 그런 식으로 쉽게 변할 수 있는 부차적인 특징에 대해  서는 평소 주목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뇌 속에 있는 특정 뉴런 그룹은 타인의 얼굴을 관찰할 때 일치를 확인하는 일 외에 또 다른 특수 능력도 확보 하고 있다. 상대방의 나이, 얼굴 표정(행복한 상태인지 화가 나 있는 상태인지 등등), 혹은 그 사람의 관심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사춘기 전후부터는 특정 모듈이 상대방의 매력적인 모습을 파악해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모든 해석은 우리가 어떤 사람의 얼굴을 보는 순간 자동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진행 된다.

 

 이런 능력의 상실로 인해 발생하는 얼굴 망각증 외에도 우리 뇌에 각종 모듈이 존재함을 증명해 주는 특수 질환은 많다. 이를테면 대상을 재인식하는 능력 부재, 거리 감각 상실, 대상을 만져 보고 알아내는 촉감 상실, 청각성 실어증Worttaubheit (언어를 지각하는 능력이 떨어져 말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말을 더듬는 등 말을 할 때의 일관성이 상실되는 증세), 감정을 인지하는 능력 상실Alexithymie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이처럼 뇌에는 한편으로는 전문화와 분화가 존재하며, 다름 한편으로는 그 개별 뉴런 그룹 간의 집중적 교류가 존재한다. 그것은 동시에 등장하는 여러 자극 내지는 유사한 방식의 자극에 개별 뉴런 그룹이 반응함으로써 각종 모델을 조합해 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연결된 그룹들이 서로 이웃하여 존재할 필요는 없다. 각기 뇌의 여러 장소에 산재할 수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시상-대뇌 피질 시스템은 수백 개의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긴밀한 상호 작용을 하는 뉴런 그룹들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뇌의 그 두 가지 측면, 즉 전문화와 상호 교류 측면을 두고 볼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뇌는 모듈과 전체성, 특수화의 총체화의 종합이다." 신경학자 색스Oliver Sacks는 이 종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각을 담당하는 지국은 대략 50개가 있으며 이것들 모두 완전히 독립적인 작업을 한다. 그 지국들은 서로 다른 측면의 시각적 세계, 즉 색채, 운동, 공간, 구석, 형태, 대조 등에 대한 인상을 처리하는 각각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최종적으로 그 모든 인상을 투사하는 스크린이 존재하지 않는다. ...  그러나 이 50개의 지국 간에는 지속적인 대화가 존재한다. ... 결국 우리는 수천 개의 그런 지국의 존재를 상상해 보아야만 한다. 역시 수천가지의 목소리가 존재할 것이며, 그 많은 목소리가 모여 마치 천 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처럼현실의 음악을 연주한다. 아니 어쩌면 작곡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뇌, 기저 신경절, 해마에서는 이런 네트워크가 발견되지 않는다. 이들 장소는 관례적으로 대뇌 피질을 위해 마련된 정신적 서비스를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곳인 것 같다. 다시 말하자면 이 세 곳에서 하는 일은 대뇌 피질의 각 부분에서 온 입력 내용을 수신하여 여러 단계의 가공 과정을 거친 후에 다시 원래의 장소로 돌려보내는 일인 것이다. 소뇌는 운동의 조율 및 사고, 언어의 특정 측면을 처리하는 임무를 부여받는 듯하며, 기저 신경절은 복합적인 동적. 인지적 과제의 계획과 실천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해마는 무엇보다도 장기간 보존되어야 하는 정보의 축적을 위해 예비 작업을 하는 장소다.

 

 뇌 줄기와 시상 하부에는 일련의 작은 핵들이 존재하는데, 이 핵들은 뇌 전체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으며 필요시에 (예컨대 기관총이 발사되는 소리를 들음으로써 생명의 위험을 느끼게 되는 순간) 뇌 전체의 활성화에 영향을 미친다. 일종이 고차원적인 측면에서 전체를 통괄하며 평가를 내리는 일을 하기에평가 시스템이라 불리기도 하는 뇌 줄기와 사상 하부는 특히 분위기와 감정을 관할하는 곳이기 때문에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각각 개별적으로는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아직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의학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대부분의 의약품이 이 평가 시스템의 세포에 작용하여 간접적이지만 전체적으로 뇌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뇌의 해부학

 

뇌에 대한 중요한 시작은 (현재 하버드대학교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철도 노동자 게이지Phineas Gage의 머리에서 비롯되었다. 1848 9 13일 새로운 선로를 깔기 위한 폭파 작업 도중에 사고가 발생해 쇠막대기가 날아와 그의 머리의 박혔고 4센티미터나 되는 큰 구멍을 냈다. 그는 우마차에 앉은 채 근처 식당으로 옮겨져 동료들의 부축을 받아 베란다로 걸어갔으며, 의사가 도착했을 때는 "의사 선생님, 이곳에 당신이 하실 일이 많군요" 라는 농담까지 했다고 한다. 그는 살아났으며 말도 할 수 있었고 기억력도 예전과 다름없었다. 또 신체에 어떤 마비가 발생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던 그가 이제는 마구 욕설을 해대는 사람으로 변했다. 게이지의 사례는 뇌의 손상이 아주 특수한 정신 질환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뇌 손상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1861년 브로카는 말을 하지 못하는 한 남성을 연구해 그의 뇌 좌반구 앞부분에 손상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이후 다른 연구자들은 브로카가 연구했던 부분을 브로카 영역 Broca-Area이라 불렀다. 또 그로부터 얼마 안 되어 베르니케 Carl Wernicke(1848-1905)는 뇌의 다른 부분에서 또 하나의 언어 중추를 발견했다. 그의 환자는 말을 할 수는 있었으나 그 내용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이로써 뇌의 특정 영역은 특정의 정신적 능력을 담당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물론 언어에 대해서는 특정한 하나의 영역이 아니라 뇌의 여러 곳에 분포된 다수의 영역이 공동으로 관할한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그 다음 100년 동안 뇌 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1909년 신경생리학자 브로드먼Koebinian Brodman은 유명한 뇌 지도를 출간함으로써 이후 오랫동안 뇌 연구에 사용될 도구를 제공했다. 그는 대뇌 피질의 뉴런이 속하는 특징적 영역을 도해로 나타냈다. 마침 양차 세계 대전 중에는 뇌에 손상을 입은 환자의 수효가 현저히 증가했는데, 연구자들은 이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뇌의 손상된 영역이 사고, 언어, 태도 등과 어떤 상관성을 갖는지 탐지할 수 있었다.

제1부 명사로 세상을 보는 서양인, 동사로 세상을 보는 동양인.

 

 

서양인이 보는 세상은 각각의 개체가 모여 집합을 이루는 공간이고

동양인이 보는 세상은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장과 같은 공간이다.

서양인은 사물을 분리, 분석하여 공통된 규칙을 발견하려 한다.

동양인은 분리보다는 연결을, 독립보다는 전체를 강조한다.

서양인은 각각의 개체를 가리키는 명사를 중심으로 세상을 보고

동양인은 개체간의 상호작용을 가리키는 동사를 중심으로 세상을 본다.

 

동양인들은 우리가 사는 이 우주가 독립된 사물들로 분리되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연결체라고 믿었다. 그래서 동양인들은 2500년 전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조수간만의 원리를 너무나 당연하게 알고 있었던 반면, 서양인들은 18세기 후반까지도 달과 지구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지 못했다. 따라서 동양인들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도 울었다는 것을, 그 주변환경의 수많은 상호작용에 의해서 국화 한송이가 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이해할 수 있다.

 

반면에 서양인은 사물을 볼 때 그것이 다른 대상들과는 분리된 하나의 독립체라고 여긴다. 이런 서양인들의 분리, 분석적 사고는 서양의 과학을 발달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서양 문화 여러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하나의 작품을 부분적으로 나누어 형식의 미를 찾아낸 ‘황금비례’의 개념이나 사물 하나하나를 독립적으로 지칭하기 위한 가산명사가 발달한 것도 서양인들이 분석적으로 사고하기 때문이다.

 

제2부 서양인은 보려 하고, 동양인은 되려 한다.

 

서양인은 보려하고 동양인은 되려한다.

서양인은 대상과 나를 분리한 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분석한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개인주의와 과학이 발달했다.

동양인은 대상과 나를 하나로 여긴다.

상대방을 내 마음속에 담아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인간과 자연을 하나로 보는 물아일체의 정신이 발달했다.

 

서양인들에 있어서 본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작용이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인간이 주체가 되어 세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적 능력이 곧 신으로부터 부여 받은 은총이라고까지 말했다. 이런 경향은 서양화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인 원근법, 즉 투시법에 잘 나타나는데, 투시법을 위해서는 관찰자와 대상이 분리된 상태여야 하고 관찰자가 중심이 되어 일인칭 시점으로 대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러한 서양인들의 일인칭 관찰자적 시점은 그들 사고 방식의 기초가 되었다.
 
그러나 동양인들은 육체의 눈이 아니라 마음의 눈을 강조한다. 투시법처럼 자신의 입장에서대상을 보려 하기 보다는 스스로가 하나의 구슬이 된 것처럼 대상을 자기 안에 비춰 담으려 한다. 그래서 동양인들은 기본적으로 이인칭 시점을 가지고 사고하게 된다. 타인의 시점에서 생각하는데 익숙한 것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통 스테이크를 알아서 잘라 먹도록 그대로 내주지만 동양에서는 그저 젓가락으로 집어 먹기만 하면 되게끔 잘게 썰어 요리해준다. 또 서양 아이들은 자기 중심적이고 독립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교육받는 반면 동양인들은 남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원만한 성격과 겸손한 행동을 교육받는다.

 

이러한 차이점은 동서양의 진리 탐구 방식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서양은 여러 관찰자들의  토론과 논쟁을 통해 진실을 찾아 나가는 반면 동양에서는 구슬을 닦듯 마음을 맑게 닦아 온 우주가 구슬에 비춰지는 순간 진리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3세에서 6 사이는 두뇌성장기로서 사고의 기능이 우뇌에서 좌뇌의 영향도 함께 받기 시작하며 두뇌가 성장하며 완성되는 시기입니다. 외부세계에 대한 가치판단과 개념들이 만들어지는 시기로서 두뇌활동의 총사령관격인 전전두엽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기이고 이때 바른 생활지도와 균형잡힌 영양공급이 가장 중요합니다. ADHD(과임행동장애 주의력결핍증) 이시기의 학습부재나 영양 불균형상태로 인한 경우가 많습니다.
두부를 만들때 부들부들한 연두부상태에서 어떤 형태의 틀과 온도 시간을 주는가에 따라 모양과 질이 결정되듯이, 인체의 두뇌발달과정을 시기에 해당하는 연령대에서의 두뇌발달상태 체크 관리는 평생을 좌우한다고 있습니다.

 

발달시기에 적절히 훈련되고 학습된 두뇌는 평생의 재산입니다.

신체의 다른 부위들은 어떤 운동을 하면 일시적으로 활성화 되었다가도 운동이 중단되면 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반면, 뇌는 학습 기관이기 때문에 훈련을 일정기간 반복하여 주면 이상 훈련을 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기억되어 의식적인 노력 없이도 자동적으로 습득된 기능을 발휘할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발달 시기의 훈련이 중요하며 이때 적절히 훈련되고 학습된 두뇌는 평생의 재산이 됩니다.

머릿속 ‘내비게이션’ 처음으로 그렸다

기사입력 2008-11-05 20:05 |최종수정2008-11-05 20:15

 

 


[한겨레] 하버드 연구팀, 물분자 추적 뇌신경망 구조 밝혀

중심에 ‘허브’ 존재…“고등기능 연구에 큰 기여”


사람 뇌 안에서 무수하게 얽히고설켜 신호를 주고받는 신경세포 다발들이 어떤 연결 구조를 이루고 있는지 보여주는 새로운 영상기법이 등장했다.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이용한 기존의 뇌영상은 어떤 감정을 느끼거나 어떤 행동을 할 때 뇌의 어떤 부위가 얼마나 활성화하는지 보여주지만, 여러 뇌 영역들의 신호들이 어떻게 연결돼 동시 작동하는지 세세히 보여주진 못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내는 과학기술 비평전문지 <테크놀로지 리뷰>는 이달치에서 “미국 신경과학자 밴 웨딘 박사(하버드의대) 연구팀이 뇌 속에서 일어나는 물분자의 운동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살아 있는 사람 뇌의 신경섬유들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그 구조를 세밀히 보여주는 영상기법(DSI)을 새로 개발했다”며 새로운 뇌영상들을 소개했다. 웨딘 박사 등은 새 기법을 건강한 사람 5명의 뇌를 들여다보는 데 적용해 얻어진 연구 성과를 국제 생물학술지 <플로스(PLoS)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요즘 의료와 뇌과학 분야에서 뇌영상을 얻는 데 널리 쓰이는 엠아르아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삼고, 여기에다 신경세포 안과 밖에서 에너지와 영양을 전달하는 구실을 하는 물분자의 운동을 추적한 데이터를 종합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런 영상을 얻었다.

 

 

자기공명영상 전문가인 홍관수 박사(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는 “물분자는 대개 신경세포 다발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물분자 운동의 방향과 크기를 추적하면 신경세포들이 어떤 구조로 정렬해 있는지 알 수 있다”며 “이런 구상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이번 연구에선 매우 정밀한 연결망 지도를 그려냈다는 점이 놀라운 성과”라고 평가했다. 신경세포는 너무 작아 살아 있는 뇌에선 볼 수 없다. 하지만 물의 흐름을 알면 하천이 어떻게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듯이, 물분자 운동을 통해 신경망의 구조를 추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엠아르아이는 고성능 자기장을 써서 물분자 속의 수소핵에서 나오는 미약한 전기신호를 탐지하는 장치다.

연구팀은 새 뇌영상 기법을 건강한 사람 5명의 뇌를 측정하는 데 직접 응용했다. <플로스 바이올로지>에 낸 논문에서 이들은 살아 있는 사람 뇌에서 작동 중인 신경회로의 네트워크를 그려 보니 대뇌피질의 여러 부위를 연결해 뇌 기능을 통합·조정하는 중심 기능은 뇌 구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여러 신경망이 한데 모이는 ‘허브’는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이 학술지는 논문을 소개하는 글에서 “미국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을 남겼고,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은 ‘사물의 본질은 사물의 재료로 그 형태를 취한다’고 했듯이, 이번 연구를 통해 뇌 신경망에서도 ‘기능의 중심’은 ‘구조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새로운 뇌영상은 네트워크 물리학자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자연과 사회의 복잡계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정하웅 카이스트 교수(물리학)는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허브’가 지리적으로도 중심에 놓여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며 “최소의 연결비용을 들이면서 잘 연결된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허브를 한가운데에 두는 구조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뇌 신경망은 네트워크 연구자들한테도 중요 관심사”라며 “신경세포의 네트워크가 정확히 그려진 건 현재 예쁜꼬마선충의 뇌 정도이지만, 사람 뇌의 신경망을 분석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해상도의 뇌 신경망 영상은 알츠하이머 같은 뇌 질환 연구 분야나, 중요한 신경세포 가닥을 피해 가야 하는 정교한 뇌 수술 분야에서, 그리고 뇌 기능이 어떤 부위들의 연합으로 일어나는 네트워크 현상인지 밝히려는 뇌과학 분야에서도 중요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과)는 “우리가 사과를 보며 ‘사과’라고 인지하는 것은 형상을 지각하는 뇌 부위, 색을 지각하는 뇌 부위, 사과에 관한 옛 기억을 떠올리는 뇌 부위 등이 동시에 연결되기 때문”이라며 “어떤 부위가 어떤 기능을 한다는 식의 지식만으론 뇌의 ‘고등’ 기능을 다 이해할 수 없는데 신경섬유 가닥들을 세세히 보여주는 뇌영상이 있다면 이런 뇌 기능 연구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한겨레>

의식의 작용

 


 인간의 의식 작용은 대뇌 피질의 활성과 관련이 있는 인지(cognition)와 뇌간의 활성과 관련이 있는 각성(arousal)으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다.


 인지(cognition)는 “the act or process of knowing” 또는 “summation of mental activity” 라고도 표현한다. 즉, 인간의 정신 작용에서 단순한 앎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한다든지, 말을 한다든지, 의지를 낸다든지 하는 보다 능동적인 지적 과정들과, 학습, 신체감각. 운동의 통제 등의 측면을 모두 포괄하는 정신작용이다. 그리고 지정의(知情意)의 ‘情’이 인지에 상당히 의존하는 것이기에, ‘인지’의 개념은 ‘知’와 ‘意’를 포괄하며, ‘情’의 상당부분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개념이다.

 뇌에서 인지를 담당하는 영역은 대뇌의 피질과 신피질 영역이다.


 각성(arousal)은 “awakefullness state”라고 표현한다. 인간의 체성신경이나 감각신경을 통해 들어온 정보는 뇌간(brainstem)으로 집결되고, 집결된 정보는 소뇌를 비롯한 다른 중추신경계와 대뇌 피질로 정보를 전달한다. 대뇌와 소뇌에서는 들어온 정보를 분석하고 다시 적절할 정보(혹은 명령)를 뇌간에 전달하면 뇌간에서는 이들 정보를 다른 신경이나 신경계에 전달한다. 결국 뇌간은 모든 정보의 중계자이자 인간이 삶을 이어가는데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뇌간의 활성 작용이 각성이다.

 지나친 각성 (over arousal)은 대뇌에 과도한 정보를 주는 것이 되기 때문에 대뇌에서 올바른 정보 처리를 수행할 수 없다. 결국 주의나 계산 등의 수행에 문제를 일으킨다.

 부족한 각성 (under arousal)은 대뇌에 정보로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나친 각성과 마찬가지로 주의나 정보 처리 수행에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인간의 의식 작용을 올바르게 유지하는데는 각성이 적절하게 이루어져야만 한다.

기억이란 무엇인가?

 


 기억은 인간의 각종 정보처리가 일어나는 마음의 자리인 동시에 그 정보가 표상으로 저장되는 기능적 구조이다.


 1960년대를 전후하여 기억 체계의 기본 구조를 여러 개의 기억 저장고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중다기억 이론이 제안되었다. 중다기억 이론에서는 인간의 기억 체계를 감각기억(순간기억), 단기기억(작업기억), 장기기억의 세가지 기억 구조를 제안한다.


① 감각기억(순간기억)

 대뇌에는 우리가 보거나 듣거나 만지거나 하는 등의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정보가 완전한 형태로 각인된다. 이러한 기억의 활동을 감각기억이라고 한다. 감각기억은 정보를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저장하기 때문에 순간기억이라고도 한다. 대개의 경우 기억된 정보는 수분의 1초 동안만 보존된다. 감각 정보가 인지 체계에 처음 등록되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감각등록기라고도 한다. 감각 양상에 따라 상이한 감각기억들이 존재하는데, 시감각기억(또는 영사기억)의 경우 정보는 1초 이내에 사라지고, 청감각기억(또는 반향기억)의 경우 정보는 2초 정도까지 유지한다.


② 단기기억(작업기억)

 매우 제한된 용량을 가진 기억으로, 감각기억에 등록된 정보 가운데 주의집중을 받은 일부 정보가 단기기억으로 전이된다. 이 정보 가운데 되뇌기와 같은 정신 조작을 받은 정보는 단기기억에 계속 유지되거나 장기기억으로 전이된다. 그렇지 않은 정보는 새로이 단기기억에 유입되는 다른 정보에 의해 치환된다. 최근 많은 인지심리학자들은 단기기억이라는 개념보다는 작업기억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단기기억이 단순히 수동적으로 정보를 담아 두는 기억저장고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장기기억과의 이분법적 대비에 근거하는 반면, 작업기억은 수동적인 기억저장고 개념에서 벗어나 기억구조보다는 능동적인 정신 작업을 강조한다.

 단기기억은 자극이 작용하고 나서 1.5시간 내지 2시간 정도 대뇌 안에 계속 존재한다. 그 뒤에 받아들인 정보를 고정하는 장기기억의 단계로 들어간다. 그러나 이러한 이행을 우리들 자신은 전혀 느끼지 못한다.


3) 장기기억

 단기기억의 정보 가운데 정신조작을 받은 정보가 전이되어 저장되며 그 용량은 거의 무한대라고 할 수 있다. 장기기억의 정보는 비교적 영속적으로 유지되는데, 짧게는 수분 길게는 수십 년에 이르는 장기적 파지 기간 동안 지속한다. 예전에는 인간의 기억 용량을 7층 크기의 도서관에 보관된 책의 양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현대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기억용량은 우주에 있는 모든 소립자의 개수보다도 훨씬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9) 그 여자와 그 남자의 뇌 리모델링

․ 사람의 뇌는 발달과정에서 외부 자극과 상호작용한다.

- 외부 자극과 상호작용한 결과 뇌의 구조가 부분적으로 변화함 : 뇌의 ‘가소성’

- 뇌의 가소성 덕택에 우리는 환경 변화에 맞추어 뇌를 끊임없이 리모델링 할 수 있다.

․ 테스티스테론이 뇌의 가소성 정도에 영향을 끼친다

-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란 4개월된 쥐 : 암컷-수상돌기 많아짐, 수컷-변화없음

- 풍요로운 환경, 척박한 환경 쥐의 해마 뉴런 비교 : 암컷-해마 뉴런 수상돌기 자람, 수컷-해마 뉴런 변화없음

→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영역의 가소성은 여자들의 뇌에서 잘 나타난다

․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성 : 여자보다 남자의 뇌에서 더 민감하게 나타남

10) 그 여자의 뇌라고 모두 같을까? 그 남자의 뇌라고 모두 같을까?

․ 같은 여자, 같은 남자들 사이에서도 키, 몸무게, 팔 길이, 발 크기 등 제각기 다르듯이 같은 여자, 같은 남자들 사이에서도 뇌의 각 영역별 크기나 신경세포들 간의 연결 강도, 신경세포싀 개수 등이 제각기 다르다.

 

 

7) 개별 세포의 미세 구조가 다르다

․ 측두엽의 베르니케 영역 : 크기, 뉴런의 수상돌기 - 여자>남자

․ 대뇌피질의 두께 : 남녀 유사, 전체피질의 개수 남자가 더 많음

-남:뉴런 촘촘히 배열, 뉴런 크기 작음, 뉴런에서 뻗어 나가는 축색이 많음, 백질의 양도 많음

-여:뉴런 크기 큼, 수상돌기 길고 가지가 많음, 뉴런이 차지하는 공간 넓음, 여분 뉴런 많아 보완 대체 용이, 학습장애, 난독증, 자폐증 각종 발달장애가 적음

노화, 치매 손상 큼-뉴런 손상, 뉴런 개수가 적어서

8) 그 여자와 그 남자는 같은 일을 하면서 다른 뇌를 쓰기도 한다.

․ 언어 : 여자 좌우반구 활용, 남자 좌반구 활용

- 좌반구 손상 후 실어증 발생 비율 : 남자 48%, 여자 13%

- 좌우반구 연결 신경회로 뇌량 :남자<여자

- 좌우 측두엽 연결하는 전측 교련의 크기 : 남자<여자

- 좌우 시상을 연결하는 회로 : 남자 68%, 여자 78%

․ 공간

- 도형회전 과제 : 남자 우반구 커서 대학생 남자 반응 빠름

- 가상 현실에서 길 찾기 : 남자 좌반구 해마 영역, 여자 우반구 전두-두정영역

예) 길을 찾아갈 때 : 남자-방향, 거리 등의 공간 단서에 의존,

여자 - 눈에 띄는 건물 같은 지형지물을 이용한 언어 기억에 의존

 

 

5) 뇌 생김새가 다르다

․ 뇌 일부 생김새가 기본형과 다소 다를 뿐 기본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달다지는 것은 아님..

․ 성호르몬의 신호에 반응하는 세포들이 있는 곳에서 주로 성 차이가 발견됨

①덩어리 구조(예를 들면 특정 영역의 표면적이나 무게, 단위 면적당 신경세포 밀도 등)

②개별 세포 구조(예를 들면 수상돌기 가지의 길이, 시냅스의 개수 등)

6) 덩어리 구조가 다르다

행동

․ 시상하부:뇌의 안쪽 아래 부분 아주 조그만 신경세포 덩어리 기본적인 욕구(먹고, 잠자고, 싸우거나 도망가고, 짝짓기 하는 행동들) 조절하고 관리

․ 수컷 쥐가 암컷쥐보다 2.5-5배 더 큼. 성행동을 조절, 성적 동기 유발에 관여함

인지

기능

․ 브로카 영역(언어기능 관련), 측두평면, 상측두회 등이 전체 뇌에서 차지하는 면적 비율 : 여자>남자

․ 우반구 두정평면(공간 능력과 관련) : 남자>여자

기질

․ 전측 대상회:사람들이 외부 환경에 대해 반응하는 양식을 조절해 주는 역할 담당

․ 우반구의 전측대상회: 여자>남자

-지나친 근심, 걱정, 낯설거나 위험 가능성이 있는 상황을 회피, 두려워할 가능성이 높음

 

 

3) 그 여자의 뇌는 기본형, 그 남자의 뇌는 옵션형

․ 성경의 창세기 - 아담을 만드신 후 그 갈비뼈 하나로 이브 만듬→남자:원형, 여자:파생형

․ 생물학적 - 여자:기본형, 남자:Y염색체로 인한 옵션(테스토스테론이라 부르는 남성 호르몬)

- 성염색체가 X일때 여자, Y일때 남자

- 수정 직후의 포유류 생식기도 미분화상태, 뮐러관(여자생식기), 볼프관(남자생식기) 가짐

→뮐러관은 더 이상의 조건이 없어도 발달, 볼프관은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 호르몬이 있어야 발달, Y염색체-테스토스테론이 만들어지기 위해 필요한 것

- 테스토스테론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기 : 임신 4-24주 무렵(첫번째 시기), 출생직후부터 5개월 동안(두번째 시기), 성호르몬이 분비가 왕성한 사춘기(세번째 시기)

․ 성 호르몬에 반응하는 세포-생식기, 뇌 안에도 존재

․ 남녀의 신체 모양을 다르게 만드는 성 호르몬이 남녀의 뇌 모양도 다르게 만듬

4) 그 여자의 뇌와 그 남자의 뇌, 어떻게 다른가?

․ 성 호르몬은 여자와 남자의 뇌를 다르게 만드는 주된 요인

남녀 뇌 ‘같지 않다 ’ 영역

영역의 차이

남자>여자

남자<여자

시상하부, 편도체, 섬유분계줄(시상하부와 편도체를 연결하는 회로), 해마, 일부 피질 영역

신경세포의 덩어리

신경세포 크기나 무게, 세부 생김새

기능 수행시 활용되는 정도의 차이

학습장애, 난독증, 자폐증, 투렛 증후군(의도하지 않은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신경장애), 정신분열증

우울증, 치매, 거식증

 

 

1) 그 여자와 그 남자, 무엇이 다른가?

여자 : 언어 능력 우수 - 언어습득 빠르고 어휘력, 언어 표현력 풍부

남자 : 공간 능력 우수 - 언어 발달 느림, 모형 장난감을 조립 능력 탁월

학자(저자) 및 성격․기질

남자가 더 잘 하는 것

여자가 더 잘 하는 것

성과 인지 기능(1999)

(도린 기무라, 女, 캐나다 웨스터 온타리오대학 30년 동안 남녀 차이 연구한 심리학자 )

공간 기능(방향 판단, 3차원 회전 등)

수학적인 추리

운동 기능 : 표적 맞추기

 

물체의 위치 기억

단순 계산

운동 기능 : 섬세한 운동 기술

언어 기억

언어 유창성

지각 속도

성격

변화․모험․새로움을 추구

소심, 겁이 많음, 쉽게 불안함

기질

성취지향적

목표 중심적

관계 지향적

목표보다 주변의 포괄적인 맥락 중시

존 그레이

화성 남자

금성 여자

앨런 피즈, 바버라 피즈 부부

거짓말을 하는 남자

말을 듣지 않는 남자

눈물을 흘리는 여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

2) 그 여자와 그 남자, 뇌도 다른가?

남자의 뇌 : 여자의 뇌보다 약 100g 정도 더 무겁고 신경세포의 수도 40억 개 더 많다고 함

․ 뇌의 크기와 IQ 간의 상관관계 : 거의 없음

뇌의 세부 영역

남녀 비교

회질(신경세포의 몸체가 모인 대뇌피질 부분)

백질(대뇌에서 신경세포 간의 연결 회로들이 모인 부분)

남>여

남<여

대뇌피질 전체의 뉴런수

측두엽(언어지능), 전전두엽(계획/판단/사고기능)

남>여

남<여

뉴런 하나하나의 크기

시냅스(한 뉴런이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다른 뉴런과 연결되어 있는 부분)

수상돌기(다른 뉴런으로부터 신호를 받아들이기 위한 안테나 같은 부분)

남<여

 

 

 

 

 

 

 

최근 들어 부쩍 자주 출간되고 있는 교양과학서는 뇌과학에 관한 것이다. 교수신문에서 푸짐하게도 네 권의 뇌과학 관련 신간들을 다루고 있는 서평기사를 옮겨온다(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5516). 책들을 다 읽어볼 여유는 없지만 무슨 내용들이 쓰여 있는지는 일람해두는 게 유익하겠다.  

교수신문(08. 01. 29) 의식과 영혼의 네트워크

마음을 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 마음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기는 더욱 쉽지 않다. 최근에 소개된 네 권의 번역서로 마음을 현대적 의미로 비교 분석해보는 작업은 마음의 행로를 살피기에 흥미로운 일이다. 인지신경과학과 철학이 만난 『스피노자의 뇌』, 숨겨졌던 의사의 일대기와 뇌과학이 만난 『영혼의 해부』, 신경회로망과 진화론이 만난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철학과 뇌과학이 만난 『마인드』가 대상이 됐다. 네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아쉬운 점은, 동양에서는 ‘마음’을 어떻게 보았나 하는 것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마음을 말할 때 가슴을 손바닥으로 가리킨다. 마음을 말하는 한자어인 心과 情에는 모두 심장을 뜻하는 心자가 들어간다. 동양의 마음에 대한 견해는 성리학자의 四端七情論에서 엿볼 수 있다. 이황은, 사단은 理에서 나오는 마음이고, 칠정론은 氣에서 나오는 마음으로, 인간의 마음은 이와 기를 함께 지니고 있지만 마음의 작용은 이의 발동으로 생기는 것과 기의 발동으로 생기는 것 두 가지라는 理氣二元論을 주장했다. 옛말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 “애간장이 탄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재미난 표현이 있다.



뇌는 여러 절차를 거쳐 필요한 몸의 부분을 움직이도록 명령한다. 뇌의 변연계에 자리 잡고 있는 편도체는 두려움과 관계가 있으며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쥐에게 편도체가 없어지면 고양이를 봐도 놀라지 않는다. 두려움이 사라져 잡혀 먹히는 난처한 일이 일어난다. 에크만(Ekman)은 화, 공포, 혐오, 행복, 슬픔, 놀람을 사람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기본적 정서라고 보았다. 정서는 대뇌 좌우반구에서 비대칭적으로 처리된다. 만약 좌반구가 손상되면 두려움, 우울증이 나타나며 우반구가 손상되면 무관심해진다. 우반구는 정서를 만들어 내고 좌반구는 정서를 언어를 사용해 해석한 후, 정서의 개념적, 인지적 수준을 형성한다.

사람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에 관한 생각은 시대에 따라 변했다. 이집트 사람은 선악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 기록된다고 믿었다. 그들은 미라를 보존하기 위해 뇌를 제거한 반면, 심장은 그 사람의 존재와 지성을 상징한다고 여겨서 잘 보존했다. 심지어 사람이 죽으면 심장을 저울에 올려놓고 깃털의 무게와 비교했다. 악한 사람은 심장이 무겁고, 선한 사람은 심장이 깃털처럼 가볍다고 여겼다. BC 5세기 알크마이온이나 아나사고라스에 이르러서야 뇌의 기능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피타고라스의 제자였던 알크마이온은 최초로 사람을 해부했으며, 시신경과 귀의 ‘유스타키오관(Eustachian tube)’을 발견했고, 뇌가 지적활동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플라톤은 ‘화’를 다루는 신체의 부분은 ‘간’이라고 여겼다. 우리의 옛 말 “애간장이 탄다”와 일맥상통하는 점이다. 플라톤은 지능을 ‘뇌’에서 다스리고 공포, 화, 용기는 ‘간’에서 다스리며 욕망, 고민, 탐욕, 무절제는 ‘장’에서 다스린다고 했다. 또 사람이 죽으면, ‘간’과 ‘장’에서 다스리는 부분은 사라지지만, ‘뇌’에서 다스리는 지능과 이성은 불멸하다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뇌를 심장의 열기를 식히는 냉각장치로 여겼고, 고대와 중세까지 해부학 최고의 권위자였던 갈레노스도 뇌를 우주적 정기가 잠시 머무는 텅 빈 공간으로 보았다. 뇌가 불멸을 상징하는 영혼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신성 모독에 가까운 생각이었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뇌가 영혼의 서식처라고 여긴 플라톤보다는 심장을 중요시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가 우세했다. 히포크라테스는 저서 『On the Sacred Disease』에서 “사람은 뇌에서 기쁘고, 슬프고, 즐거운 것을 느낀다. 우리는 뇌를 통해 지혜와 지식을 얻고, 보고 들으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이 정당한지를 알아낸다. 또한 뇌를 통해 공포도 느끼고, 화를 내기도 한다. 이렇게 뇌는 사람에게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해준다”라고 주장했다.



『스피노자의 뇌』를 쓴 다마지오는 아이오와 주립대 의과대학 신경학부 교수다. 그는 『데카르트의 오류』를 저술했으며, 체감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탐색했다. 다마지오는 스피노자의 정서에 관한 저서에서 영감을 받아 스피노자의 발자취를 좇았다. 17세기 유대인 철학자 다마지오는 사고에는 위계가 있다고 보며, 그의 이론은 루스 바클리, 가자니아와 비슷하다. 스피노자는 우리 주변, 우리 자신의 안과 밖 어디에든 신이 있으니 찾아보라고 했다. 다마지오는 인지신경과학과 스피노자 철학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마음을 이해하고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지혜롭게 설명하고 있다.



『마인드』를 저술한 마음의 철학 분야 권위자 존 R. 설(John R. Searle)은 버클리대 철학과 교수로 『마음의 재발견』, 『의식의 신비』, 『마음, 언어, 사회』, 『현실 세계에서의 철학』, 『의식과 언어』 등을 저술했다. 저자는 생물학적 자연주의(biological naturalism)입장을 취한다. 그는 인간이 자유의지를 갖고 자신의 환경을 만들어가는 존재라 생각한다. 인간은 의식을 가졌으며, 이 의식은 두뇌에서 일어나지만 물질적인 것으로 환원될 수 없는 독특한 질적 특성을 가진다는 점을 주장했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면서, 믿음이나 욕구와 같은 ‘지향적 행위’를 통해 자신의 환경을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입장을 철학적으로 압축해 제시한다. 그는 많은 철학적 이론 중에서 특히 이원론과 유물론은 진실을 말하고자 하지만, 철학을 더욱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마인드』는 독자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철학자들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밝히고 있다. 인간의 사유 활동은 삶 그 자체이며, 언어는 궁극적으로 마음이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으로 근본적인 능력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물리적 입자로 구성된 세계 속에서 의식을 가진 존재로서, 지적이고 합리적으로 언어를 사용하며, 물리적 실재를 인간적 실재로 변형시키고, 그 실재를 주체적 의지로 가공해 나간다. 마음의 철학에서 탐구하는 심신문제란 궁극적으로 우리 인간이 누구이며, 외부 세계와 자신을 어떻게 연결시키는지, 그리고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인간적 실재를 어떻게 구축하는지 탐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최근의 마음의 철학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거의 대부분의 이론이 오류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짧지만 명쾌한 필치로 ‘철학과 과학적 세계관’을 다뤘다.

유물론자에게 의식은 두뇌 과정일 뿐으로 의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존 설은 “의식은 두뇌 과정일 뿐이지만, 질적, 주관적, 일인칭적, 구체적 형상이 없는, 촉각으로 느끼는 현상이기 때문에, 바로 그 의식이 두뇌 안에서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이원론자는 의식이란 삼인칭적 신경생물학적 과정으로 환원될 수 없으며, 일상적인 물리적 세계의 부분이 아니며, 그 세계를 넘어 존재하는 별개의 어떤 것이라 말한다. 존 설은 이에 대해, 의식이란 인과적으로 환원될 수 있지만 존재론적으로는 환원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주장한다. 의식은 일상적인 물리적 세계의 부분이지 그 세계와 다른 별개의 어떤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존 설은 “과학적 세계관”이란 말은 잘못된 의미라고 밝히면서, 똑같은 실재라도 마음에서는 경제적 관점, 미학적 관점, 정치적 관점, 과학적 탐구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학적 방법”이란 일단 발견되고 나면 과학의 소유물이 아니고 완전히 공공의 재산이기 때문에, ‘과학적 실재’ 혹은 ‘과학적 실재 같은 것’은 전혀 없고, 여러 개의 사실이 있을 뿐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과학적 세계는 없으며, 그저 세계가 있을 뿐이며,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세계 속에서 인간의 위치가 무엇인지를 기술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기본원칙은 원자물리학과 진화생물학”이라는 매우 독자적이고 강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영혼의 해부』를 쓴 칼 지머는 <뉴욕 타임스 북 리뷰>로부터 “우리 시대의 가장 훌륭한 과학 평론가”라는 찬사를 받았다. 미국 과학 잡지 <디스커버> 수석편집장을 역임한 과학저널리스트다. 『영혼의 해부』는 국왕으로서 참수형을 당한 찰스 1세 시절 의사였던 토머스 윌리스(1621~1675)의 이야기를 다룬다. 성직자를 꿈꾸던 윌리스는 옥스퍼드 의대에서 의학을 공부한 후 의사가 됐다. 그는 혈액 순환의 원리를 밝혀낸 윌리엄 하비(1578~1657)로부터 의학을 배웠다. 그는 해부 실험을 통해 영혼이 심장이 아니라 뇌에서 작동함을 과학적으로 입증했고, 이를 토대로 『뇌와 신경의 해부학』을 저술했다.

윌리스는 1660년 왕정복고와 함께 옥스퍼드 대학 자연철학 교수가 되었다. 윌리스는 뇌의 혈액 흐름을 밝혀내기 위해, 뇌 질환으로 사망한 환자의 뇌를 꺼내 물감을 주입하는 실험을 했다. 그는 뇌신경이 화학물질을 통해 전기충격(정기)을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기억을 형성하고, 상상을 이뤄내며, 꿈을 꾸게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뇌가 인체의 중심이며 뇌에서 기억과 상상과 꿈이 형성되고, 감정과 욕망, 식욕도 뇌에서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신경학이란 용어도 윌리스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영혼의 해부』표지에 실린 정물화는 네덜란드 화가 에두바어르트 콜리에르(Edwaert Collier)가 그린 바니타스 정물이다. 바니타스(vanitas)란 라틴어로 ‘덧없음’을 의미하며, 죽음에 대한 경고, 인생무상과 같은 메시지와 기독교적 세계관을 벗어난 철학을 담은 그림이다. 아마도 이 그림은 자유주의 철학자가 된 로크의 유명세 그늘에 가려져, 정작 로크의 스승이었던 윌리스의 이름조차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아이러니를 상징하기 위해 선택됐을 수도 있다. 저자 칼 지머는 새로운 의학에 대한 윌리스의 두려움은 뇌와 자아에 대한 서구의 견해를 지배해온 이분법에서 비롯됐다고 보았다.

21세기인 현재 프로작(Prozac), 팍실(Paxill) 등 항우울제의 미국 내 판매는 연간 120억 달러에 달한다. 재미난 것은 프로작을 복용한 사람이 우울증이 호전됐을 때 뇌영상 사진을 찍어보니, 그들의 뇌가 건강한 사람의 뇌와 비슷하게 변했다. 그러나 심각한 우울증 환자 중 유명한 항우울제를 6~8주간 복용한 후, 기분이 좋아진 사람의 경우는 35~45%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약간만 기분이 좋아지거나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대다수 환자들에게는 약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의 효력보다 약효에 대한 믿음, 즉 위약효과(placebo effect)가 효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만약 서양의 이분법이 사실이라면, 때로는 설탕으로 만든 가짜약이 프로작과 똑같은 효과를 정신에 미친다는 위약효과를 설명할 수 없다. 우울증을 완화시켜줄 때 심리치료와 항우울제가 아주 흡사한 방식으로 뇌의 활동을 변화시킬 수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저자는 우리의 영혼은 물질적인 동시에 비물질적이며, 화학작용의 산물인 동시에 다른 사람과 주고받는 정보의 네트워크라고 주장한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저자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는 캐나다의 몬트리올에서 태어났다. 맥길대학에서 실험심리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1년간 MIT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하버드대 심리학과에서 언어심리학과 진화심리학을 강의하고 있다. 이 저서는 마음의 존재, 출처, 역할을 본문만 865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설명하고 있다.

현대에 들어 과학적인 마음의 연구는 MRI를 이용해 뇌사진을 찍고, 사랑하는 연인들의 호르몬 작동을 탐색하고, 티베트 고승들이 명상에 들었을 때 뇌파를 측정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 핑커는 이러한 연구 성과를 종합해 통일성 있는 이론의 틀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 과정에서 계산주의 마음 이론과 현대적인 진화이론인 자연선택 이론이라 두 개의 큰 이론을 이용했다.

계산주의 마음 이론은 과학적인 방법, 추론, 실험을 통해 마음의 작동 방식을 설명한다. 수학자 앨런 튜링, 컴퓨터과학자 앨런 뉴웰, 마빈 민스키, 철학자 제리 포더 등은 최초로 계산주의 마음 이론(computational theory of mind)을 정립했다. 인간의 마음은 진화의 산물로, 설계된 수많은 연산기관으로 구성된 체계로서, 유전자 프로그램에 의해 지정되어 특정한 상호작용을 전담한다. 인간의 마음은 입력장치, 기억장치, 중앙처리장치, 출력장치로 구성된 컴퓨터와 같은 네트워크를 가졌으며, 믿음과 욕구와 같은 ‘정보’가 기호의 배열로 표시된다고 설명한다.

핑커는 계산주의 마음 이론이 없으면 마음의 진화를 이해하기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의 사고와 행동이 아무리 섬세하고 융통성이 크다 해도 대단히 복잡한 프로그램의 산물일 수 있으며, 또한 그 프로그램은 자연선택이 우리에게 부여한 것일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생물학의 전형적인 명령은 “…할지니라(Thou shalt)”라는 십계명의 첫머리가 아니고, “만약…라면…이고, 그렇지 않으면…(If…then…, else…라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문장 형태)”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사람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마음을 로봇공학의 관점에서 다룬다. 사람이 걸어가면서, 주변의 경치를 보고, 해야 할 일을 계획해 실행에 옮길 때, 어떻게 마음에서 논리, 추론, 판단 및 의사결정 과정이 일어나는가를 밝히는 것은, 달 표면에 착륙하거나 사람의 유전자 지도를 읽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마음의 기본 능력들이 로봇으로 구현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지적하면서, 인간이 가진 특별한 기능을 추론한다. 연결주의학파는 간단한 신경망으로 인간 지능을 설명한다. 마음은 수많은 신경망의 연결이며, 지능은 환경이 연결가중치를 조정해서 생긴다. 사람은 기본적이고 간단한 지식을 합성해 수, 언어, 법과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특수한 경험 영역에 대한 모듈을 형성한다. 저자는 어려운 신경회로망의 원리와 알고리즘의 기본 가정을 쉬운 예를 들어 풀어 써, 마음이 작동하는 기본적인 방식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즉 사람이 생각하고, 말할 때에는 뇌에서 문법과 문장 체계를 효과적인 방식으로 연결해서 산출하는 것이다.

또 저자는 사람의 시각이 움직임을 분석해서 외부 물체를 정확하게 감지하는 놀라운 처리 능력을 가진 것이라는 점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사람은 망막에 맺힌 물체의 형태가 보는 각도에 따라 각기 다름에도, 그 물체가 같다는 대상영속성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인공지능 공학자 데이비드 마르가 내린 시각에 대해 정의를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 마르는 시각처리 과정이란 자신이 본 외부 세계의 상을 자신에게 가장 유용한 정보로 재생산 하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한 예로 책을 보면 망막에는 사다리꼴 형태가 투사되지만, 우리는 책이 직사각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을 들 때도 손가락을 직사각형으로 만들고, 책장도 직사각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추론한다. 시각이 일단 망막 위에 상으로 맺힌 물체의 형태를 추론하면, 마음의 모든 부분이 그 발견을 활용한다.

핑커가 설명하는 신경회로망의 예에서 들고 있는 여러 문장의 생성과 이해과정을 읽다보면 노암 촘스키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다. 촘스키는 저명한 히브리어 학자였던 아버지로부터 언어학적 소양을 물려받고, 정치와 이데올로기 문제에 민감했던 어머니로부터는 정치적 성향을 물려받은 언어학자다. 촘스키는 전 세계에는 약 6 천여 개의 언어가 있지만, 언어가 공유하는 ‘보편 언어’가 사람의 유전자 속에 있기 때문에 어린이도 짧은 시간 내에 언어를 습득하게 된다고 했다.

재미난 것은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마인드』를 저술한 존 R. 설(Searle)의 ‘중국어 방’을 예로 든 논쟁이 잘 언급된 점이다.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방안에 있으며, 그 사람은 중국어와 다른 기호가 섞인 복잡하고 긴 지시 사항 목록을 가졌다. 그 남자는 중국어를 한마디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단지 기호를 조작하여 답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방에 있는 사람은 중국어를 알고 있을까. 물론 문밖에 있는 사람이 보기에 방안에 있는 사람은 중국어를 알고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해는 기호 조작이나 연산과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존 설은 이 사고실험을 통해, ‘중국어 방’에 있는 남자에게 없는 것이, 기호와 기호가 의미하는 것의 관계인 지향성이라고 지적한다. 지향성, 의식, 그리고 그 밖의 마음 현상들은 정보처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실제 인간 뇌의 실제적인 물리-화학적 특성들’에 의해 야기된다는 게 존 설의 결론이었다. 이 사고실험에 대해 100편 이상의 논문이 출판되었고, 인터넷에서도 격렬한 토론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핑커’는 사람의 언어 규칙은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사용돼야 하며, 언어의 내용이 사용자의 믿음과 연결돼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어떤 단어의 현실적인 예가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대상의 작동 원리가 무엇인가를 묻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 책의 후반부는 지각, 생각, 감정, 사회성, 미술, 음악, 문학, 유머, 종교, 철학 등에 나타난 마음의 기능을 해부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총 8장으로 이루어진 저서 중 7장 ‘가족의 소중함’, 8장 ‘인생의 의미’는 재미는 있으나 지나치게 주관적인 예화가 많아 인류학, 사회학 자료 박물관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한 예를 들면 그는 “왜 인간이 예술을 추구 하는가”라는 이유로 예술은 미적 심리를 반영할 뿐 아니라, 지위 심리를 반영한다고 주장하면서, 예술의 가치는 대체로 미학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대형 박물관을 관람하다 보면 한 번에 보기에는 너무 볼 것이 많고 다리가 아파서, 그만 중간에 놓인 푹신한 의자에 주저앉아 쉬고 만다. 이 책은 전반부와 후반부의 내용상 연결에도 무리가 있어, 두 권으로 분권을 해서 제목을 달리 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책을 맺으며 저자는 우리가 잠시 자신의 마음 밖으로 걸어 나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계의 훌륭한 고안품이라는 점을 발견하기 희망한다.

『율리시즈』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블룸에게 일어난 약 19시간의 일을 800여 쪽에 25만여 단어로 묘사한 소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19시간(68,400초)동안 사람의 두뇌를 뇌영상으로 찍으면 그 분량이 얼마나 될까. 뇌영상 연구를 하는 경우 보통은 3초마다 머리 위에서 아래로 5mm 간격으로 20장을, 수십 분 동안 찍는다. 만약 19시간 동안 사람의 두뇌에서 일어난 생각과 느낌을 뇌영상으로 찍는다면, 해석해야 할 뇌영상의 분량은 매우 많다. 뇌영상 사진을 분석하는 경우, 찍는 동안 머리를 2mm만 움직여도 그 자료는 오차가 너무 커서 분석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여러 연구 제약 때문에 뇌영상 연구에서 발표되는 논문의 피험자의 수는 실제로는 십여 명 내외다. 그렇다면 수억의 인구가 느끼고 생각하는 ‘마음’을 과연 수십 명을 대상으로 한 뇌과학 연구 논문 수십 편에서 정리했다고, 일반화시킬 수 있을까. 물론 의공학이 나날이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지만, 단편적인 뇌과학 연구 결과를 지나치게 맹신하면 안 된다. 그만큼 사람의 마음이 작동하는 두뇌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복잡하고 놀라운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네 권의 뇌과학 책을 읽으며 생각해 봐야할 첫 번째는 진정한 의미의 “너 자신을 알라!”이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에서 지나는 사람에게 다음의 질문을 수없이 했다고 한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당대의 현인도 이 질문을 받으면,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의 무지함을 자각하라는 의미로, 그리스 델파이(Delphi)의 아폴론 신전에 새겨져 있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외쳤다. “너 자신을 알라!”의 현대적 뇌과학적 의미는 무엇일까.

두 번째는 “덕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행복한 결말에 도달할 수 있을까”이다. 다마지오는 『스피노자의 뇌』에서, 스피노자를 찾은 이유를 그의 저서 『에티카』에 나온 “덕의 일차적 기반은 자기 자신을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이며, 행복은 자신의 존재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란 구절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스피노자의 말이 종소리처럼 선명하게 울려 퍼진다는 느낌을 표현했다. 다마지오는 열정과 지혜를 추구하는 영적 삶을 통한 과학 지식과 심미적 경험이 행복한 결말에 이르는 한 가지 길이라고 제안했다. 뇌와 나는 포함 관계도 아니고, 교집합도 아니고, 등호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며 유동적이다. 이제는 여러분이 이 네 권의 뇌과학 도서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차례다.(한종혜/ 고려대·인지신경과학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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