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도 세상을 본다 (동아사이언스 2007년 04월 20일)

눈보다 넓게… 멀리…

옆에 놓인 컵을 팔로 밀치는 바람에 물을 쏟은 경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바로 옆에 있는데도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사람의 시야는 생각보다 좁다. 정면을 응시하고 서면 시야각이 120도 정도 된다고 알려져 있다.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 정보의 양이 제한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뇌 덕분에 물리적으로 들어오는 시각 정보보다 더 넓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풍경이나 공간을 볼 때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사진 테두리 확장시키듯 확대해 기억

1980년대 후반 미국 델라웨어대 심리학과 헬렌 인트럽 교수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자연 풍경을 찍은 사진을 보여 주고 기억하게 한 다음, 몇 분 뒤 동일한 사진을 보여 주고 처음 본 것과 같은지 다른지를 물었다. 희한하게도 많은 사람이 다르다고 대답했다.

연구팀은 이번에는 같은 장소를 가까이서 찍은 사진과 그보다 약간 멀리서 찍은 사진을 차례로 보여 주고 두 사진이 같은지 다른지를 물었다. 놀랍게도 많은 사람이 같은 사진이라고 대답했다.

인트럽 교수는 사람들이 사진 속의 풍경을 사진 바깥 부분으로까지 확장시켜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카메라 렌즈를 ‘줌 아웃’시키는 것처럼 사진의 테두리를 무의식적으로 확장시킨다는 것. 처음 본 사진의 풍경을 자신도 모르게 ‘줌 아웃’시켜 기억했기 때문에 나중에 본 사진이 먼저 것과 동일하다고 말했다는 얘기다. 인트럽 교수는 이를 ‘테두리 확장(Boundary Extension) 현상’이라고 불렀다.

좁은 시야 보완하려는 뇌의 지혜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천명우 교수팀은 최근 자원자 18명을 모집해 넓은 공간에 있는 물체를 가까이서 찍은 사진과 멀리서 찍은 사진들을 30∼60초 간격으로 두 차례 보여 주면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뇌를 촬영했다. 실험 참가자들의 뇌에서는 풍경이나 공간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영역(PPA)과 물체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영역(LOC)이 모두 활성화됐다.

시각영역을 구성하는 신경세포는 어떤 풍경이나 물체를 처음 볼 때와 반복해서 볼 때 활동하는 강도가 달라진다. 처음 볼 때 10만큼 활발히 활동한다면 다시 볼 때는 활동 강도가 5, 6 정도로 떨어진다. 처음 보는 것에 더 활발히 작동하도록 조절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의 뇌 영상에서 PPA의 신경세포가 얼마나 활발히 활동하는지를 조사했다. 가까이서 찍은 사진 두 장을 차례로 본 경우와 멀리서 찍은 사진 두 장을 차례로 본 경우에는 모두 두 번째 사진을 볼 때의 활동 강도가 첫 번째 사진 때보다 줄어들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진이 같은 것이니 당연한 결과다.

멀리서 찍은 사진을 보여 준 다음 가까이서 찍은 사진을 보여 줬을 때는 활동 강도가 달라지지 않았다. 신경세포가 첫 번째와 두 번째 모두 처음 보는 사진으로 인식한 것. 서로 다른 사진이니 이 역시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가까이서 찍은 사진을 먼저 보여 준 다음 멀리서 찍은 사진을 보여 주자 희한하게도 신경세포의 반응 강도가 줄어들었다. 분명 다른 사진인데도 신경세포는 같은 것으로 취급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실험 참가자들에게 물어봤더니 대부분 두 사진이 같다고 대답했다.

실험을 주도한 박사과정 대학원생 박수진 씨는 “가까이서 찍은 사진을 뇌가 스스로 확장시켜 기억했기 때문에 이어서 본 멀리서 찍은 사진과 동일하다고 착각한 것”이라며 “PPA의 신경세포에서 테두리 확장 현상이 일어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PPA와 달리 물체 정보를 처리하는 LOC의 신경세포가 활동하는 강도는 두 번째 사진을 볼 때 항상 줄어들었다. 가까이서 찍든 멀리서 찍든 사진 속 물체는 모두 같기 때문에 두 번째 사진에서는 반복해서 본다고 인식한 것이다.

뇌의 시각영역이 일으키는 의미있는 착각

테두리 확장 현상은 언제나 정확하게 반응할 것 같은 뇌에서도 착각이 일어난다는 증거다. 박 씨는 “PPA의 이런 착각은 제한된 시각 정보를 받을 수밖에 없는 눈의 제약 조건을 극복하려는 인체의 메커니즘일 것”이라고 말했다. 좁은 시야를 확장해 주변 환경까지 자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이 연구결과는 신경과학 전문지 ‘뉴런’ 19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뇌에서 일어나는 이 같은 착각 덕분에 우리는 세상을 좀 더 ‘넓게’ 보고 있는 셈이다. 임소형 기자 ㆍsohyung@donga.com

범죄자는 뇌를 보면 안다? [중앙일보 2007.04.07]

미국 교수, 정상인과 비교

 

 

양전자 방사 단층촬영(PET)으로 본 정상인(左)과 살인범의 뇌. 정상인 뇌가 살인범 뇌보다 회색 부분이 많다. 정상인이 그만큼 뇌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레인 교수 제공]

'2054년 미국 워싱턴의 경찰은 범죄가 일어나기도 전에 범인을 잡는다'.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출연했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상황 설정이다. 범죄 발생 시간과 장소, 범인을 예측하는 '프리크라임 시스템(Precrime System)'을 갖췄기 때문이다.

영화 내용과 비슷한 주장이 제기됐다. 사람의 뇌를 관찰하면 범죄자를 가려낼 수 있고, 범죄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6일 경찰청에서 열린 '제2회 범죄행동분석 학술 세미나'에서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에이드리언 레인 교수는 "범죄는 사회나 환경적 요소와 더불어 생물학적 요인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뇌가 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는 각각 41명의 정상인과 살인범의 뇌를 양전자 방사 단층촬영(PET) 방식으로 비교했다. 살인범의 뇌가 일반인보다 활동량이 적었다. 특히 전전두엽(前前頭葉) 부분에서 큰 차이가 났다.

그는 또 1978년 15세 소년 101명을 무작위로 뽑아 검사했다. 심장 박동이 느리고, 피부전도율이 낮고, 뇌파가 느린 소년들이 장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됐다. 9년이 지난 뒤 실제로 24세가 된 소년들 중 17명이 범죄자가 됐다. 예측 정확도는 74.7%였다.레인 교수는 "사회.환경적 분석과 함께 할 경우 정확도는 88.5%로 올라간다"고 말했다.

72년부터 인도양의 모리셔스에서 한 실험 결과도 흥미롭다. 그는 3~5세의 원주민 아이 100명에게 영양.교육.신체활동에서 상대적으로 풍족한 환경을 제공했다. 아이들이 23세가 됐을 때 평범하게 자란 아이들과 비교했다. 풍족한 아이들이 범죄로 기소된 비율은 3.6%로 평범한 아이들(9.9%)보다 훨씬 낮았다. 레인 교수는 "실험에서 충분한 영양 공급이 범죄 성향을 가장 많이 떨어뜨렸던 변수"라고 설명했다.

◆ 범죄 예방과 생선 섭취=레인 교수는 결론에서 "생선을 많이 먹는 게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생선기름의 DHA와 오메가3 등의 성분이 뇌신경을 활성화한다는 이유에서다. 그에 따르면 생선 섭취와 살인 발생률의 상관성은 높은 편이다. 생선을 많이 먹는 일본.홍콩.한국 등의 살인 발생 건수가 적은 반면 생선을 잘 안 먹는 불가리아.미국.헝가리 등에선 살인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교도소 수감자에게 생선유를 꾸준하게 줬더니 공격 성향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서울경찰청 행동과학팀 오익준 경감은 "레인 교수가 스스로 인정했듯이 아직 연구의 초기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 전전두엽=대뇌의 앞부분인 전두엽 중 운동신경 부위를 제외한 앞쪽 뇌. 의지.참을성.도덕성 등을 조절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전전두엽이 발달했다.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뇌신경망, 사춘기까지 왕성하게 발달 (동아사이언스 2007년 03월 23일)

밤하늘의 별만큼 많은 신경세포로 이뤄진 인간의 뇌. 최근 영상촬영 기법의 발달로 뇌 속을 손금 보듯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살아 있는 뇌에서 신경세포의 수를 셀 수는 없다. 그래서 대뇌 피질의 두께를 측정하는 방법을 쓴다. 피질의 두께가 신경세포의 수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정신건강연구소와 캐나다 몬트리올 신경학연구소를 비롯한 세계의 여러 뇌 연구소에서는 청소년의 뇌 발달에 대해 집중 연구하고 있다. 뇌의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신경망의 발달은 유아기에 거의 끝난다고 알려져 왔지만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 뇌의 발달은 사춘기에도 왕성하게 일어나며 신경망은 끊임없이 변한다.

대뇌 피질의 두께는 청소년 시기에 급격히 늘어났다 줄어든다. 특히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회백질의 두께는 뇌의 앞부분인 이마엽(전두엽)에서 가장 먼저 왕성하게 증가하며 이런 변화는 마루엽(두정엽), 관자엽(측두엽), 뒤통수엽(후두엽)에서 차례로 일어난다.  

미국 정신건강연구소에서는 청소년 300명의 지능지수(IQ)를 검사해 영재, 높은 지능, 보통 지능의 세 그룹으로 나눈 다음 대뇌 피질의 두께 변화와 지능의 관계를 비교했다. 그 결과 대뇌 피질의 크기는 지능과 상관관계가 없지만, 피질의 두께는 지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보통 지능을 가진 청소년의 대뇌 피질 두께는 비교적 완만하게 변한다. 반면, 영재는 사춘기 초기엔 대뇌 피질 두께가 매우 얇지만 빠른 속도로 최고 수준에 이른 다음 급격히 감소하는 역동적인 변화 경향을 보였다.

대뇌 피질의 두께 변화는 뇌신경망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신경세포의 가지치기와 신경세포 간의 연접(시냅스) 형성을 수반한다. 결국 두께 변화가 역동적이라는 것은 신경망이 활발히 활동함을 의미한다.

청소년에게서 뇌의 역동적인 변화는 지능과 창의력 발달과 밀접하다. 또 청소년의 뇌는 감정과 충동을 제어하는 브레이크 같은 역할을 하는 영역들이 아직 매끄럽게 발달되지 않아 새로운 정보에 매우 민감하고 외부환경에 상처받기 쉽다.

청소년의 뇌는 어른과 다르다. 자제력을 갖춘 인지 메커니즘이 발달할 때까지 청소년의 뇌는 따뜻하게 감싸 주는 어머니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이 필요하다. 김경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뇌프런티어사업단장 ㆍkyungjin@snu.ac.kr

감정이 뇌를 움직인다? (동아일보 2007.03.22)

"죄없는 사람 한 명을 죽이면 나머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히말라야 산맥에 비행기가 추락했다. 생존자는 당신과 한 남자, 그리고 소년 등단 3명뿐이다. 소년은 다리를 다쳐 살아날 가망이 없다. 또 다른 생존자인 남자는 소년을 죽이고 인육을 먹은 뒤 그 힘으로 마을을 찾아 산을 내려가자고 한다.

당신의 선택은?

이성적으로만 생각하면 답은 쉬울 수 있다.

한 사람의 행복과 다수의 행복 사이에서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을 받은 많은 사람들은 다수를 살리기 위해 죄없는 한 사람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데 주저할 것이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힘의 핵심인 뇌.

하지만 사람들은 로봇처럼 이성적 판단만 내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때론 이성보다 감정에 따른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왜 그럴까?

인간은 단순히 이성적인 판단만으로가 아니라 감정에 의해 도덕적 난제를 해결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 인터넷판이 22일 보도했다.

감정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데 관여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남가주대학(USC) 연구팀은 뇌 부위인 복내측 전전두피질(腹內側前前頭皮質.VMPC)이 의사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전전두피질이 손상된 6명을 포함해 30명의 자원자들에게 '죄없는 사람한 명을 죽이면 나머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등 선뜻 택하기 어려운 여러 도덕적 난제들을 제시한 뒤 결정을 내리게 했다.

실험 결과 전전두피질이 손상된 이들은 다른 자원자들보다 '감정이 없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더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다수를 살리기 위해 기꺼이 한 사람을 희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는 특정 도덕적 딜레마에 있어서 복내측 전전두피질이 옳고 그름을 도덕적으로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감정이 이러한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안토니아 다마시오는 "인간은 일방적인 판단의 극단적인 형태를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감정이 도덕적 판단에 일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최신호에 실렸다.(서울=연합뉴스)

인간 진화의 비밀 숨어있는 뇌의 신비 속으로 2007.03.20 ⓒScience Times

‘뇌를 알려드립니다’ 2007 세계 뇌주간 행사 열려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이유는 손재주와 언어 그리고 계산을 할 수 있는 고도의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진화를 통해서 이런 능력을 발전시켰으며 이 모두는 뇌에서 일어났다. 도대체 뇌의 어떤 구조가 이런 능력을 갖게 만들었을까?

지난 16일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린 ‘2007 세계 뇌주간 행사’에서는 일반인들이 궁금해 하는 뇌의 능력과 진화과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재미있는 강연이 펼쳐졌다. 2002년부터 뇌주간 행사를 열기 시작한 우리나라는 올해도 한국뇌학회와 한국뇌신경과학회, 대한뇌기능매핑학회 등이 주최하는 2007 뇌주간 행사를 3월12일∼18일까지 전국에서 동시에 개최했다.

‘나는 누구인가? 시냅스로 보는 뇌와 나’로 첫 강연을 시작한 서울대 생명과학부 강봉균 교수는 뇌의 복잡한 신경계를 연결하는 시냅스(synapse)의 발전과정을 통해 뇌의 진화 과정을 소개했다.

“뇌는 1.5kg밖에 안되지만 인체의 70%의 칼로리와 혈액의 4분의 1을 사용하는 매우 복잡한 신체기관이다. 바깥은 회백질, 안쪽은 백질로 구성돼 있으며 속에는 수많은 신경세포인 ‘뉴런’(neuron)이 존재한다. 뇌에는 10억개 정도의 뉴런이 있고, 이런 뉴런은 인접 뉴런과 연결돼 있다. 이 뉴런의 접합점이 바로 시냅스다. 우리 몸에는 수천조 개의 시냅스가 존재한다.”

겨우 1.5kg이지만 만물의 영장의 열쇠

시냅스는 특수하게 분화된 구조를 통해 뇌가 다양한 능력을 갖게 한다. 인간이 고등동물로 진화하고 사람마다 다른 개성과 능력을 갖게 된 데에는 시냅스가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설명이다.

“어떤 충격이 시냅스에 도달하면 기름방울처럼 생긴 시냅스돌기는 그 속에 들어있는 신경전달물질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이 물질은 시냅스를 가로질러 퍼져나가면서 시냅스후막에 있는 수용체 분자에 결합해 시냅스후뉴런에 신경충격을 전달하면서 생각과 다양한 감정 등을 주고받는다.”

시냅스의 생성은 신경회로의 생성으로 연결되고, 이렇게 생성된 신경회로는 뇌의 기능을 발달시킨다. 뇌는 시냅스의 이런 분화기능을 통해 신체의 그 어느 곳보다 복잡한 신경네트워크를 발달시켰다.

“수많은 시냅스를 통해서 신경이 활동하고 인간의 뇌가 진화했다. 사람이 생각을 하고 시를 쓰거나 음악을 작곡하는 등의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이유도 모두 시냅스가 있기 때문이다. 시냅스가 두 개 연결되면 짝을 이뤄서 더욱 강한 신경전달을 한다. 이는 학습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즉 시냅스 전위 A에 두 개의 시냅스 전위 W(약한 반응)와 S(강한 반응)가 각각 별도로 연결돼 있다면, A-W 연결은 처음에는 약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반면에 두 개의 구조가 짝을 이룰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강한 반응을 하는 A-S구조와 짝을 이뤄 A-W시냅스 역시 강한 반응으로 바뀐다고 강 교수는 설명했다.

시냅스의 이런 독특한 구조는 뇌의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의 개를 이용한 조건반사 실험은 시냅스의 특징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종소리를 들려주면 개의 시냅스 A-CS 연결은 처음에 약한 반응을 보이며 침을 흘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음식을 줄 때 반응하는 A-US 연결은 개가 침을 흘리며 강한 반응을 보인다. 이때까지 두 개의 시냅스 연결은 별개의 것이다. 하지만 A-CS와 A-US가 A를 통해 짝짓기를 이루면 개는 종소리만을 반응하는 약한 시냅스인 A-CS에서도 침을 흘리게 되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사람마다 지능이나 자아가 다른 점도 시냅스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학습에 의해서 우리의 뇌는 변해간다. 따라서 사람의 뇌는 일년 전과 일년 후의 모습이 같을 수 없다. 아울러 우리의 자아는 뇌의 인지시스템과 감정시스템, 동기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이 시스템들은 시냅스에 의해 연결되고 스스로 자아가 만들어진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른 이유는 시냅스의 연결패턴이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진화한 비밀은 바로 뇌다. ⓒ

통증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기능

‘통증: 파수꾼인가, 재앙인가?’로 강연한 고려대 의대 생리학과 나흥식 교수는 우리 몸에서 느끼는 통증의 비밀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 인간은 촉각과 미각, 후각, 청각 등의 감각기관을 갖고 있다. 그런데 매우 짜거나 매운 음식을 먹으면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감각은 외부의 자극을 선별해서 받아들이는 정보성을 갖는 반면, 아픔을 전달하는 통각은 선별능력 없이 방어적 성격만을 갖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통증 없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나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인체가 통증을 느끼는 이유는 면역은 물론 죽음과 관계 깊다. 나 교수는 14세 소년의 사례를 들어 이를 설명했다.

“지난해 네이처 12월호에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14세 소년의 이야기가 실렸다. 이 소년은 통각이 없는 환자로 압정을 밟고도 전혀 아파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이 소년은 사망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통각이 없으면 외부의 자극에 몸 속의 백혈구가 견디지 못하게 되고, 결국 면역체계 이상으로 죽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은 통증을 느껴야 살 수 있다는 말이다. 통증을 전달하는 통각신경은 촉각신경과는 분명히 다른 통로를 갖고 있다.

“아픔을 전달하는 통각신경은 가느다란 감각신경으로 수초가 없는 무수신경이거나 가는 유수신경으로 되어 있다. 이에 비해 감각을 전달하는 촉각신경은 가는 유수신경이다. 또 촉각신경은 전달속도가 빠른 반면에 통각신경의 전달속도는 느리다.”

즉 신경이 가늘기 때문에 저항이 많을 수밖에 없고 통증이 있게 된다. 그런데 왜 통각신경의 전달속도는 촉각신경보다 느릴까? 거기에는 오묘한 비밀이 숨어있다. 나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방어성인 통각신경은 가늘어서 느리기 때문에 몸 전체에 분포할 수 있었고, 각종 외부의 위험에서 온몸을 방어할 수 있게 진화했다는 설명.

에로스 사랑과 아가페 사랑은 똑같은 부위에서  

▲ 연인간의 사랑이든 부모 자식간의 사랑이든, 모든 사랑의 감정은 뇌의 변연계가 관장한다. ⓒ

‘마음은 어떻게 생겨날까?’로 발제한 연세대 의대 정신과 김재진 교수는 마음과 뇌의 관계를 신경정신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했다.

인간 진화에서 마음처럼 미스터리한 부분도 없다. 하지만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이제 마음은 뇌의 작용이라는 견해가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과거에 마음의 상징은 심장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심장은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에 결국 마음의 지배자는 뇌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과정은 뇌과학으로 이제 설명이 가능해진 것이다.”

마음에서 많은 영역을 차지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감정이고 그 중에서도 공포는 가장 기초적인 마음의 작용이다. 이 공포 역시 뇌와 관계가 있다. “인간의 뇌에서 공포를 담당하는 곳이 뇌 안쪽에 있는 편도(Amygdala)다. 일례로 우리가 뱀을 만나면 본능적으로 잽싸게 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분명한 사실은 사람이 뱀을 본능적으로 피하는 것은 판단에 의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은 편도에 이미 뱀이 위험하다는 공포의 정보가 입력돼 있고 그것을 통해서 피하게 되는 것이다.”

공포 다음으로 마음에서 중요한 영역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대뇌피질에 있는 변연계가 관장한다. 실험을 통해서 남녀가 사랑할 때, 뇌의 활성화되는 부위가 어머니가 아들을 사랑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같음이 확인됐다. 그 이유는 사람은 사랑할 때, 똑같이 뇌에 있는 변연계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뇌를 연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인 무엇일까?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뇌를 만들어내는 바탕은 유전 정보다. 이 유전 정보에는 인간 진화의 비밀이 들어있다. 결국 뇌의 정보에는 인간 진화의 정보가 들어있고, 뇌 연구는 바로 인간 진화의 연구인 것이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2@empal.com


뇌 질환 조기진단을 가능케하는 온라인 뇌 지도 구축 2007.03.14 ⓒScience Times  

인간이나 원숭이와 같은 영장류 및 개, 쥐, 새와 같은 비 영장류의 뇌에 관한 디지털 지도가 개발되어 온라인에 게시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대학(UC Davis)의 뇌과학 센터에서 개발한 BrainMaps.org라는 웹 사이트에서는 지금까지 구축된 어떤 뇌지도 보다 고해상도를 지닌 50 테라바이트(terabyte)의 뇌 이미지를 바로 온라인으로 접근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인간의 뇌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들의 뇌를 예상치 못한 수준까지 상세히 탐험할 수 있으며, 뇌 전체 모양에서부터 뇌신경이나 연결부에 이르기까지의 상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웹 사이트는 뇌 데이터를 탐구하거나 분석할 수 있는,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한 도구들도 제공하고 있다.

BrainMaps.org 사이트는 상호작용적이며 줌 기능이 있는 고해상도 디지털 뇌 지도임과동시에 가상 현미경이다. 이 지도는 영장류 및 비 영장류의 뇌를 연속적으로 절개하여 각 절개면을 스캐닝한 이미지로 구성되며 각 이미지는 1,500만 메가 픽셀의 해상도를 지니는 고해상도로 되어 있다. 이들 그림은 고속 데이터베이스와 통합되어 뇌 구조에 관한 질의 및 자료 검색에 사용되며 인터넷을 통하여 접속이 가능하다.

뇌에 관한 고해상도 지도는 연구자들로 하여금‘가상 현미경’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어 건강한 뇌와 또 다른 뇌의 구조나 유전자 표현 및 서로 다른 단백질의 분포 등을 비교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인 뇌의 조직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어 연구자들이 알쯔하이머나 파킨슨씨병 혹은 다른 뇌신경적인 질병에서 나타나는 형상적인 측면이나 화학적인 문제를 규명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라도 보고 있다.

지도를 만들기 위해 연구자들은 현미경 슬라이드 상의 뇌 단면을 활용하였는데, 각 슬라이드는 이미지 파일이나‘가상 슬라이드’를 만들기 위해 스캔된 후 조합 이미지 형태로 합성되었다. 이 지도는 픽셀 당 0.5 마이크로미터 이상의 해상도를 가지고 있으며 1인치당 55,000 도트가 사용되었다. 사용된 가상 슬라이드는 그 크기가 30 기가바이트에 이른다.

이와 유사한 연구로, 쥐 뇌의 유전자 온라인 지도로‘뇌의 구글’이라 알려진 앨런 뇌 아틀라스(Allen Brain Atlas)가 있다. 미국 PNNL(Pacific Northwest National Laboratory)에서 수행하는 연구로, 최근 단백질체 도해서(Proteome map)가 추가로 개발되어 유전자에 의해 발현된 단백질을 상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기능 또한 갖추었다. 이 단백질체 도해서를 활용하여 단백질의 분포도나 위치를 상세하게 파악함으로써 알쯔하이머나 파킨슨씨병, 또는 다른 신경계 질환들을 조기에 발견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뇌의 지도를 구축하고자 하는 연구는 뇌가 지닌 중요성 때문에 다양한 연구기관에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UC Davis 의 뇌 과학 센터의 뇌 지도와 PNNL의 앨런 뇌 지도(Allen Brain Atlas)는 서로 다른 접근이지만 뇌의 지도를 통한 질병의 진단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뇌 과학 연구는 그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관련 연구가 더욱 활성화 될 필요가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인간 뇌도 신경세포 만들어 손상 부분 수리" (YTN 2007-02-16)

인간의 뇌도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어 손상된 부분을 스스로 수리한다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돼 앞으로 치매와 같은 뇌세포가 파괴되는 질병 치료에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의 모리스 커티스 박사와 스웨덴 살그렌스카 대학병원의 페터 에릭손 박사는 과학전문 '네이처'지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간도 쥐와 같이 뇌가 손상되면 새로운 뇌세포가 만들어져 이를 수리한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연구 목적을 위해 기증한 사망한 사람의 뇌 조직을 MRI와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뇌 깊숙이 있는 뇌실하대에서 신경줄기세포가 만들어져 후각과 연관이 있는 후구로 이동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인체 사령탑' 뇌의 비밀 : 구조에서 질환 치료까지 (부산일보 2007.03.13)

생각·호흡·균형 등 담당
전체 산소소모량 가운데 20% 차지
부위별 영역마다 고유의 기능 달라
뇌 신경과학 분야는 신약개발 보고

인간의 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무궁무진하다. 한국뇌학회는 세계 뇌주간을 맞아 오는 14일부터 19일까지 뇌의 신비를 밝히는 다양한 학술행사를 개최한다. 신경과 전문의를 통해 뇌의 부위별 손상에 따른 질환과 뇌질환 치료의 미래에 대해 알아본다.  

뇌의 구조와 기능

인간의 뇌는 1~1.4㎏ 정도로 몸무게에 비해 매우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뇌가 사용하는 산소 소모량은 인체의 20%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 대사가 일어나는 곳이다.

뇌에는 신기하게도 뇌척수액이라는 액체 성분의 맑은 물이 있어 뇌를 무겁게 느끼지 않고,뇌 안의 노폐물을 처리해 준다. 또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낄 때 신경전달 호르몬인 도파민이 뇌에서 분비된다. 이 도파민은 청춘남녀의 열정적인 사랑과 중년의 바람기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뇌의 측두엽에 있는 해마를 떼어내면 이전의 일은 기억하지만 새로운 것을 기억하는 능력은 잃어버리게 된다. 뇌파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사람의 마음을 읽어낼 수도 있게 되며 꿈의 세계도 규명될 것으로 기대된다.

뇌는 대뇌, 간뇌, 뇌간, 소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대뇌는 인간의 기억, 사고, 언어, 청각, 시각 등의 중추이다. 간뇌는 자율신경계, 체온, 수면을 조절한다. 뇌간은 호흡, 심장박동, 소화관 운동 등을 조절하며 음식물 삼키기, 재채기, 침분비 등의 반사중추도 있다. 소뇌는 자세와 균형을 조절하는 중추가 있다. 따라서 술을 많이 먹게 되면 소뇌가 마비돼 자세를 바로잡지 못하고 비틀거리게 된다.

부위별 특성과 질환

뇌가 정보를 받아들이고 기억하고 사고하는 기능은 주로 대뇌피질에서 이루어진다. 대뇌는 크게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으로 나눌 수 있다.

전두엽은 뇌의 앞쪽에 위치해 상황에 대한 판단과 합리적인 행동을 결정한다. 충동을 억제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전두엽이 손상되면 예절 없이 행동하며,남을 욕하거나 헐뜯는 일이 잦다. 성적인 행동을 참지 못해 부부관계를 지나치게 요구하거나 남 앞에서 옷을 벗고 다니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강박증상과 반복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 반복적으로 문단속을 확인하거나,과도하게 계속 씻거나,정해진 물건을 항상 일정한 자리에 놓기도 한다.

전두엽 손상에 따른 대표적인 질환은 전측두엽 치매로 기억장애 없이 성격변화와 이상행동을 보이는 치매다. 그 외에 뇌졸중, 뇌종양, 외상 등으로 전두엽이 손상 받을 수도 있다.

측두엽은 뇌의 옆 부분에 해당하며 청각, 언어, 기억과 감정에 관련된 영역을 담당한다. 이 부위가 손상되면 환각이나 기억장애가 나타난다. 특히 좌측 측두엽에 병변이 있으면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실어증이 나타난다. 우측 측두엽이 손상되면 그림 그리는 일과 같은 공간입체 작업에 지장을 받는다. 대표적인 질환은 노인성치매(알츠하이머병)이며 말이 어눌해지는 진행성비유창성언어상실증도 있다.

두정엽은 말 그대로 머리의 꼭대기에 해당한다. 시공간기능, 신체부위의 위치, 읽기, 계산 등을 주관한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물건을 만질 때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신체마비가 없이도 옷을 제대로 입지 못하거나 숙련된 운동을 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난다. 좌측 두정엽 부위가 손상 받으면 계산 장애, 글을 쓸 수 없는 실서증,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하지 못하는 '저스트만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후두엽은 머리의 뒤쪽에 해당하는 부위로 시각중추가 있다. 눈으로부터 들어온 정보는 여기서 모양과 위치, 움직임 등이 분석된다. 이 부위가 손상되면 모든 사물을 생소하게 느끼며, 쓰여진 단어를 읽지 못하고, 색을 인식하지 못하며, 친숙한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뇌졸중으로 인해 후두엽이 손상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뇌질환 치료의 미래

뇌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신약개발의 주요 타킷이다. 그래서 뇌를 연구하는 신경과학은 신약개발의 보고라 할 수 있다.

1999년 알츠하이머 백신을 개발한 미국 엘란 제약회사는 36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했다. 하지만 실험에 참가한 17명의 환자에서 치명적인 뇌염이 발생해 연구가 중단됐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 중에 뇌염에 걸리지 않은 환자에서는 임상적으로 좋은 결과를 보였고, 뇌염에 걸려 사망한 환자에서도 뇌의 이상이 좋아진 사실이 조직검사를 통해 확인됐다. 앞으로 부작용이 적은 백신이 상용되면 치매의 예방과 치료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뇌혈관이 막히는 뇌졸중은 발병 3시간 이내에 혈전용해제를 투약해야 한다. 그러나 80% 가량의 환자는 치료시간을 놓친 뒤에 병원에 도착한다. 최근에는 3시간이 지난 병원을 방문한 환자를 대상으로 MRI나 CT촬영을 통해 혈전용해제 투여가 가능한 환자를 선별해 투약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전세계적인 과학 프로젝트는 뭐니뭐니 해도 인간 유전자지도 제작사업이다. 인간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가 밝혀지면 신경질환을 일으키는 병든 유전자를 찾아내 이를 교정해 주는 '유전자 치료법'이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김병군기자 gun39@busanilbo.com 도움말=고신대 복음병원 신경과 유봉구 교수·인제대 백병원 신경과 김성은 교수

◇ 부위별 손상에 따른 증상

전두엽
충동적 행동 및 강박증, 고집이 세지고 융통성이 없어짐, 전측두엽 치매 원인

측두엽
환각 및 기억장애,실어증, 공간입체 작업 장애, 알츠하이머병 원인

두정엽
감각기능 상실,계산장애. 글 쓸수 없는 실서증, 좌우 구분 불가능한 저스트만 증후군

후두엽
시각 장애, 색깔 인식 못하고 친숙한 사람 얼굴 못 알아 봄.

무시 증후군이란 우뇌 손상 마비·인식 장애
꽃·시계 오른쪽 반만 그려  

오른쪽 뇌를 다친 사람은 왼쪽 수족이 마비되거나 사물 인식을 못해 무시증후군 증상을 겪으면서 오른쪽만 표현하게 된다.

고혈압을 가진 67세 여자 환자가 갑자기 발생한 왼쪽 팔다리의 마비로 병원을 방문했다. 진단결과 오른쪽 뇌혈관이 막힌 뇌경색이었다.

환자는 마비된 왼쪽 팔다리를 무시하는 증상을 보였다. 자신의 왼쪽 팔다리의 마비를 인정하지 않았다.

환자에게 "왼쪽에 힘이 없으세요"라고 물으면 "아무 이상이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또 마비된 손을 보여주고 "누구의 손이냐"고 물으면 "내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꽃과 시계를 앞에 놓고 그림을 그리게 했을 때 왼쪽 반을 무시하고 오른쪽 반만 그렸고,책을 읽을 때도 오른쪽 페이지만 읽었다. 이런 현상들을 '무시증후군'이라고 한다.

시공간 능력이란 '인간이 눈으로 보면서 공간에서 행동하는 능력'을 말한다. 시공간 능력에 장애가 생길 경우 지리에 대한 위치감각을 상실하는 증상을 보인다. 이 문제는 언어와 분석에 관여하는 왼쪽 뇌보다는,전체적인 인식과 주의집중을 담당하는 오른쪽 뇌와 관계가 있다.

따라서 오른쪽 뇌가 손상되면,왼쪽 팔다리에 마비가 오면서 그 부위에 대한 인식이 떨어져 자신의 장애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의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주로 오른쪽 뇌의 뇌경색이나 출혈이 있을 때,무시증후군이 잘 나타난다. 이런 무시증후군은 환자가 장애를 부정하거나 다른 사람의 것으로 착각함으로써 재활치료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김병군기자

잠 설친 날 기억 안나는 이유 있었네! 2007.02.12 ⓒScience Times

수면부족이 뇌의 기억능력 심각하게 저하시켜  

▲ 수면이 부족할 때 기능이 저하되는 뇌 부위. ⓒ

밤잠을 설친 다음날에는 하루 종일 멍한 상태로 지내게 되고 나중에 그날 생긴 일들이 잘 기억나지 않기 마련이다. 심정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가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수면부족과 뇌의 기억능력과의 관계가 재미 한국인 과학자에 의해 밝혀졌다. 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겸직교수이자 미 하바드 의대 교수인 유승식 교수는 수면부족 상태에서 인간 기억능력이 저하하는 과정을 기능MRI(fMRI, Functional MRI)로 조사해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euroscience)의 2월 12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유 교수는 잠을 잘 못 자거나 밤을 샌 다음날에 일어난 일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 이유가 부족한 수면이 새로운 기억의 생성과 유지에 필요한 뇌의 해마(Hippocampus)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저하시키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수면이 기억과 학습에 있어 필요한 기억강화(Consolidation)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지금까지 새로운 정보를 습득할 때 수면의 역할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유 교수팀은 18세에서 30세 사이의 건강한 피험자 28명을 14명씩 2개의 집단으로 나눈 후, 한 집단은 35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지 못하게 하고, 여러 개의 사진을 보여주며 뇌기능을 fMRI로 관찰했다. 또 다른 대조 집단은 평상시대로 7시간에서 9시간의 충분한 수면을 취하게 한 후 fMRI 실험에 참가시켰다.

이틀 후 이들은 다른 사진이 섞인 영상에서 자신이 보았던 사진을 구별할 수 있는지를 검사 받았는데, 수면이 부족한 피험자들은 수면부족 상태에서 본 사진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정상 수면자에 비해 기억능력이 19%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억 습득 당시에 실시된 fMRI 결과는 수면부족이 해마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저하시킴을 보여줬다. 아울러 뇌의 시상(Thalamus)과 뇌줄기(brainstem, 뇌간)가 저하된 해마의 기능을 보조하는 현상도 목격됐다.

연구결과는 35시간 동안이라는 일시적 수면부족과 기억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지만, 장기간에 축적된 수면부족도 인간의 기억(memory)과 전반적인 학습(Learning)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환경에 의해 수면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연구결과가 내포하고 있는 잠재적 의미는 더욱 크다고 평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성장기에 있는 아동들의 무리한 과외 스케줄에 의한 수면 부족은 바로 생물학적인 학습능력 저하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고령화 사회에서 수면장애에 기인하는 기억능력 감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수면에 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와 능동적 대책을 필요하게 한다.

유 교수는 "지난 2003년 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와 KAIST 뇌과학연구센터의 협력하에 공동실험에 참가한 바 있다"며 "KAIST가 보유하고 있는 MRI 환경하의 뇌파실험(EEG) 가동 기술은 진보된 수면연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라고 밝혔다. 겸직교수로 있는 자신의 논문 발표가 국내 뇌과학 연구분야에서 KAIST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유 교수는 현재 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박사과정 학생의 지도교수도 맡고 있으며, 매년 여름학기에는 KAIST에 머물면서 강의를 하고 있다. /김홍재 기자 ecos@sciencetimes.co.kr

뇌는 미래를 어떻게 상상할까? 2007.01.03 ⓒScience Times

미래 행동과 관련된 특정 부분 활성화

우리는 두뇌는 미래의 일을 어떻게 상상할까? 최근 그 비밀이 풀렸다. 미 국립과학원회보(Th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최신호는 두뇌가 미래의 일을 상상할 때 특정 부분이 활성화된다는 미 워싱턴 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두뇌는 신체 기관 중 가장 이해하기 힘든 기관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MRI 기법을 도입해서 두뇌의 비밀이 서서히 풀리고 있다. 환자가 MRI 스캐너 아래에 누워서 특정 생각을 하면, 뇌의 특정 부위에 전기적 활동이 늘어나면서 스캐너 이미지상에 밝게 빛나게 된다. 이 기법은 과학자들이 환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내는 데 널리 쓰이고 있다.

지난 생일과 다가올 생일 확연한 차이

연구팀은 21명의 지원자를 MRI 기계에 눕힌 뒤, 이들로 하여금 미래의 일과 지난 일을 상상하도록 한 뒤, 이 두 이미지의 차이를 비교했다. 실험대상자들은 이미 지난 생일과 다가올 생일에 대해서 상상하도록 지시받았는데, 이 두 이미지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실험 지원자들이 미래에 다가올 일을 상상할 때 뇌의 세 부분이 활성화되었는데, 구체적으로는 외측 전운동피질(left lateral premotor cortex)과 뇌 윗부분인 두정엽 안쪽의 일부 영역(left precuneus), 그리고 소뇌 우측 후엽(right posterior cerebellum) 부분이 바로 그 곳이다.

이들 세 부위는 사람의 움직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라고 알려진 부분이다. 따라서 사람의 두뇌가 미래의 일을 상상할 때면, 두뇌는 미래의 그 시점에 일어나게 될 특정 운동이나 움직임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실험대상이 야구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팔을 휘두르는 움직임과 관련된 두뇌 부분이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번 결과는 뇌졸중 등으로 두뇌 손상을 입어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는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우리는 일상생활 중 대부분의 생각을 미래의 어떤 특정 행동에 참가할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채운다. 따라서 미래의 특정 움직임에 관련된 두뇌의 세 부분은 두뇌가 갖고 있는 비밀을 푸는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김대공 기자 scigong@ksf.or.kr

사랑에 빠지면 이성이 마비된다 2006.12.17 ⓒScience Times

뇌는 90%가 대뇌이다. 사람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바로 대뇌. 대뇌는 맨 바깥 쪽의 신(新)피질과 안쪽의 구(舊)피질로 이루어져 있다. 구피질은 흔히 대뇌 변연계라고 한다.

사랑을 관장하는 부분은 대뇌 변연계(limbic system)다. 이 부위는 흔히 '감정의 뇌' 또는 '옛 포유류의 뇌'로도 불린다. 대뇌 변연계는 뇌의 가장 깊숙한 곳인 뇌간과 맨 바깥 부위인 대뇌 신피질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파충류의 뇌는 척추신경과 연결돼 있으며 호흡 심장 등 생존기능을 조절한다. 신피질은 공간감각, 언어 등 고등한 사고기능을 담당한다.

대뇌 변연계는 공포, 분노, 즐거움, 슬픔, 혐오감, 사랑, 미움 등 감정을 지배하고 성욕, 식욕을 유발하거나 억제한다. 어떤 일을 경험했을 때 변연계에 불쾌한 감정이 느껴지면 우리는 그 일을 멈추게 된다. 또한 반대로 변연계에 쾌감이 느껴지면 자꾸 그 일을 한다. 변연계는 이처럼 동기를 유발하고 보상을 통해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인간의 행동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인간의 뇌는 이처럼 파충류의 뇌, 옛 포유류의 뇌인 대뇌 변연계, 신 포유동물의 뇌인 신피질 세 가지 부위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이 하등동물이었을 때에는 파충류의 뇌밖에 없었지만 포유류로 진화하면서 대뇌 변연계가 그 위에 새로 생겨나고 더욱 고등한 동물로 진화하면서 다시 그 위에 대뇌 신피질이 생겼다.

대뇌 변연계를 구성하는 해마 중격핵, 대상회전, 후구는 성 행위를 촉진하고 편도핵과 측두엽은 성 행위를 억제한다. 공포 분위기가 되면 로맨틱한 감정이 싹 날아간다. 이는 편도핵이 활성화돼 성욕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포는 성욕과는 상극이다.

인간이나 동물의 공통점은 섹스할 때 가장 무방비 상태가 된다는 점이다. 만일 원시시대 때 호랑이가 바로 앞에 어슬렁거리는 데 동굴에서 섹스에 미친 남녀가 있었다면 잡혀 먹혀 후손에게 자신의 DNA를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쾌감 신경은 다른 동물과 조금 다르다. 쾌감을 느끼는 신경이 대뇌 변연계에 집중돼 있지만 일부는 고등한 정신활동과 관계가 깊은 대뇌 신피질까지 뻗어 있다. 사랑할 때의 생리적 쾌감은 동물이나 인간이 똑같이 느끼지만 정서적 쾌락은 사람만이 느끼는 고유한 감정이다. 그래서 인간의 사랑은 동물의 사랑보다 미묘하고 복잡하며 훨씬 더 정서적 활동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의 뇌는 감정과 이성이 함께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감정을 지배하는 대뇌 변연계와 이성적 사고를 맡는 대뇌 신피질이 상호작용하면서 일체감을 가질 때 우리는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때로는 사랑에 빠져 대뇌 변연계의 활동이 지나치게 활발해지는데 이런 때는 감정이 신피질의 이성적 사고까지 지배하게 된다. 사랑에 흠뻑 빠지면 그 순간에는 이성적 판단을 못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 이유이다. /신동호 뉴스와이어 편집장


뇌 특정부위 '유령 환각' 만든다 2006.10.09 ⓒScience Times

왼쪽 측후두엽접합점 자극시 '유령 환각' 느껴
'텅 빈 어둡고 스산한 거리를 홀로 걷고 있는데 불현듯 등 뒤에 누군가가 있다는 불안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으나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다.'

어느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이런 '환각'들이 초자연적으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인간의 뇌(腦)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스위스 과학자들이 최근 발견해냈다고 스위스 언론이 8일(현지시간) 전했다.

올라프 블랑케 박사를 포함한 로잔 연방테크놀러지연구소와 제네바 대학병원 소속 신경학 전문가팀은 그동안 임상실험을 통해 간질환자의 왼쪽 귀 인근에 위치한 '왼쪽 측후두엽 접합점'(LTJ)에 부드러운 전기 자극을 주면 환자는 누군가가 숨어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유령'의 존재를 느끼고 그를 찾으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블랑케 박사팀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을 최근 발행된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었다.

블랑케 박사는 "그것에 대해 어떤 환자는 유령으로, 다른 환자들은 그림자나 실제 사람으로 묘사한다. 놀라운 것은 그것이 항상 동일한 장소에 있다는 점"이라며 LTJ를 자극하면 환자들은 "그것이 거기에 존재한다고 확신하고 뒤를 돌아볼 때마다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유령은 단지 자신의 존재를 환자로 하여금 느끼게 할 뿐아니라 환자의 몸의 위치나 제스처들을 흉내내고 심지어는 언어훈련을 하는 동안에는 테스트 카드를 떼어내려고 시도까지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환각들이 자아가 육체로부터 떨어져 스스로 존재하거나 다른 경우에는 일종의 존재로 느껴진다는 이른 바 '유체이탈'(OBE)로 묘사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이런 경험들을 반복적인 방식으로 재생해 내지는 못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LTJ가 몸을 지각하는 것을 돕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블랑케 박사는 보고 있다.

그는 "우리는 항상 정확하게 우리 자신을 확인하지는 못한다. 그것은 빨간 차와 파란 차의 차이를 말하는 것과 같다. 우리의 뇌가 우리에게 그 차이를 말해주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블랑케 박사는 "우리는 오로지 '하나의 몸'을 경험하기 때문에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을 통해 전달된) 모든 형태의 정보가 특정한 지점에 모여야만 한다"며 "우리가 LTJ에 자극을 주었던 것처럼 그것을 흐트려 놓거나 또는 편두통을 앓게 될 경우에는 정보의 통일성이 무너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바로 이것은 일부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그 원인을 전혀 모른 채 누군가 그들을 쫓아오고 있다고 피해망상증세를 보이고 있는 까닭을 설명해 줄 수 있다고 블랑케 박사는 보고 있다./(제네바=연합뉴스) 이 유 특파원

왼뇌가 망가지면 오른뇌가 대신한다 2006.07.26 ⓒScience Times

뇌의 일부가 망가져도 다른 부위가 그 기능을 대신하는 사례는 국내에서도 수없이 보고되고 있다. 심지어 어떤 환자는 왼뇌가 손상되자 오른뇌가 그 기능을 대신했다. 아예 한쪽 뇌가 없는데도 양쪽 팔다리를 자유롭게 쓰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뇌졸중으로 뇌세포가 죽어 팔다리가 마비된 사람이 적절한 기능 회복 훈련을 하면 어떻게 기능이 원상으로 회복되는 것일까? 이런 환자를 보면 마치 뇌세포가 재생된 것같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재생된 것이 아니라 주변의 살아남은 뇌세포가 빠른 속도로 새로운 회로망을 구축해 죽은 뇌세포의 기능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처럼 뇌가 가진 재조직 능력을 전문용어로는 뇌의 ‘가소성’이라고 한다. 뇌의 가소성 즉 재조직 능력은 나이가 어릴수록, 남자보다는 여자가, 재활 치료 시기가 빠를수록 더 크다.

따라서 뇌졸중이나 사고로 반신불수나 실어증에 걸릴 경우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가능한 한 빨리 재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자꾸 움직이고 말을 하게 해야 기능이 회복된다. 재활 치료시기를 놓치면 마비된 기능을 되살리는 게 더욱 더 어려워지게 된다.

신경 재활치료 전문가인 전북대 의대 김연희 교수는 뇌졸중으로 왼쪽 대뇌의 언어 영역에 손상을 입어 실어증에 빠진 7명의 환자에게 몇 달 동안 언어 훈련을 시켜 말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기능적 자기공명촬영법으로 이들의 뇌를 관찰했다.

촬영을 해보니 놀랍게도 왼뇌의 언어 기능이 오른뇌로 이동해 7명 모두 말할 때 오른뇌가 활성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왼뇌는 언어와 논리에 강하다. 그런데 이들 7명은 ‘감성의 뇌’인 오른뇌로 말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2001년 ‘한국뇌학회지’에 발표돼 재활 치료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뇌의 가소성이 얼마나 큰지를 알려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한쪽 뇌로 양쪽 팔다리를 모두 움직이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사람이 발견돼 국내 의학계의 큰 관심을 모은 것이다. 이 사람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오른뇌가 크게 손상된 채 태어났다. 이럴 경우 왼쪽 팔다리가 마비돼야 한다. 그런데도 이 사람은 가벼운 편마비 증상 외에는 큰 불편 없이 이십여 년을 살아왔다.

환자를 발견한 영남대 의대 장성호 교수는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여 자기공명영상장치로 관찰했다. 놀랍게도 이 사람은 왼뇌에서 왼쪽 팔다리로 가는 신경망이 있었다. 정상적이라면 왼쪽 팔과 다리는 오른뇌가 제어해야 하지만, 이 사람은 왼뇌가 양쪽 팔다리를 모두 컨트롤 한다. 이는 모노 앰프로 스테레오 사운드를 내는 것과 같다.

대뇌의 운동피질이 손상되자 감각피질이 운동 기능을 대신하게 된 교통사고 환자도 있었다. 이 사람은 사고 뒤 팔다리가 마비됐지만, 5∼6개월의 재활 치료 뒤 글씨를 쓸 만큼 회복됐다. 시각 장애자의 시각 대뇌피질이 필요 없게 되면서 시각 대뇌피질이 청각 기능을 갖게 된 사례도 외국에서는 보고된 바 있다. 시각 장애인이 소리에 민감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뇌 스스로가 자신의 기능을 유지시키려는 보정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달리 ‘뇌’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닌 듯싶다. /신동호 뉴스와이어 편집장

뇌의 놀라운 리모델링 능력 2006.07.19 ⓒScience Times

뇌는 분업화된 기계이다. 어떤 부위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고, 어떤 부위는 언어를 맡는다. 또 어떤 곳은 손가락 운동을 담당한다. 따라서 뇌의 어느 부분이 망가지면 그 부위가 맡은 기능도 마비된다. 왼쪽 뇌에 집중된 언어중추가 망가지면 실어증에 빠지는 게 그 대표적인 예이다.

뇌세포는 인체 내의 다른 세포와 달리 죽으면 재생이 되지 않는다. 대개 우리 몸을 이루는 신체 세포들은 태어난 후에도 계속 활발하게 분열하면서 새로운 세포나 조직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뇌세포는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 이미 최후의 분열을 마치게 되는 게 보통이다.

인간의 뇌세포는 아기가 출생한 직후 1천억 개로 가장 숫자가 많고 그 이후 나이가 먹을수록 숫자가 줄어든다. 인간의 뇌에서는 평생 동안 하루 10만 개의 뇌세포가 죽는다. 새로 생기는 뇌세포는 거의 없다. 뇌의 기억 제조공장인 해마 같은 부위에서는 예외적으로 뇌세포가 생기기도 하지만 죽는 뇌세포의 숫자에 비하면 훨씬 적다.

이런 이유로 과학자들은 뇌의 회로가 활발하게 연결되는 ‘결정적 시기’를 지나면 손상된 뇌를 고치기 힘들다고 생각해 왔다. 또한 어릴 때 뇌세포를 잇는 회로의 구조가 정착되면 더 이상 바뀌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과학자들이 원숭이의 한 손가락의 신경을 차단하자 이 손가락의 감촉에 반응하던 뇌 영역이 몇 달 뒤에는 근처의 다른 손가락들에서 오는 신호에 반응을 한 것이다. 신경 회로를 통해 자극을 먹이로 먹고사는 뇌는 자극이 없어지자 재빨리 근처의 다른 손가락에서 오는 자극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손가락이 잘린 뒤에도 마치 그 손가락이 아픈 것처럼 ‘유령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도 바로 뇌의 이런 성질 때문이다.

1990년대는 뇌의 시기였다. 미국 의회는 1990년대를 ‘뇌의 10년’으로 선포하고 뇌에 많은 연구비를 집중 투입했다. 특히 이 시기에 뇌의 활동을 영화처럼 동영상으로 볼 수 있는 핵자기공명영상법과 양전자방출단층촬영 기술이 등장하면서 뇌는 신비의 모습을 드러냈다.

신경학자들에게 지난 10년 동안 뇌의 신비 가운데 밝혀진 가장 중요한 사실을 꼽으라면 거의 대부분이 뇌의 역동적인 재조직 능력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뇌는 폭발적으로 뇌세포 간의 회로가 만들어지는 사춘기 이전의 이른바 ‘결정적 시기’를 지나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종래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동물 실험과 뇌 손상 환자에 대한 추적 관찰을 해온 학자들은 뇌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다. 뇌는 적절한 약물을 투여하거나 뇌를 자극하는 재활치료나 뇌 운동을 하면 재조직화가 촉진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과학자들이 뇌의 왕성한 재조직 능력을 확인한 것은 주로 동물 실험을 통해서였다. 동물에 자극을 주고 뇌의 여러 부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검사할 때마다 각 부위의 기능은 약간씩 달라졌다. 특히 뇌에 입력되는 자극이 달라지면 뇌의 구조가 변화했다. 뇌의 각 영역은 늘 정보처리 방식이 바뀌고 어른이 되어서도 뇌는 새로운 기능을 갖게 된다. 특히 색다른 경험을 하거나 생리적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 뇌의 구조는 급격하게 바뀐다.

최근에는 신경성장인자라는 단백질을 이용해 뇌졸중이나 뇌 질환 후에 뇌의 재조직화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한 뇌의 재조직화와 리모델링을 촉진하는 뇌 자극 운동도 개발돼 나오고 있다.

뇌 회로는 보통 단층 촬영장치로 보면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특수 촬영장치로 보면 촉감을 담당하는 뉴런의 수상돌기에서는 매일 20%나 되는 가지가 없어지고 새로운 가지가 생겨난다. 근처의 뉴런이 흥분할 때 신호를 받는 수상돌기에서 매일 이런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뇌는 경험과 학습을 통해 자신의 촉감을 재조직화할 수 있는 것이다. 박찬호가 손의 촉감을 발달시켜 평범한 사람은 도저히 던질 수 없는 공을 던지고 볼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촉감을 담당하는 뇌의 감각신경 부위가 훈련을 통해 고도로 발달했기 때문이다. /신동호 뉴스와이어 편집장

뇌 속의 ‘거울뉴런’… ‘보는 것’이 ‘하는 것’ (2006.06.23 ⓒ 동아일보 & donga.com)

 

독일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를 응원하는 붉은악마의 뇌에는 ‘거울뉴런’이 작동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 세포가 태극전사의 행동을 ‘거울’처럼 그대로 비춰서 마치 붉은악마 자신이 경험하는 것처럼 여기게 한다는 것. 하지만 아직은 가설이다.

독일 월드컵 열기가 무르익고 있다. 태극전사가 공을 뺏기면 자신의 실수인 양 안타까워하고, 멋지게 슈팅해 상대 골문을 흔들면 서로 얼싸안고 기뻐한다.

‘과학적으로’ 보면 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어떻게 축구경기에 그토록 몰입할 수 있는 걸까. 운동장에서 직접 뛰는 게 아니라 그저 보기만 하는 데도 말이다.

최근 이런 현상을 뇌에 있는 독특한 신경세포(뉴런)로 설명하는 과학자들이 등장했다.

○ 감정의 투영 담당하는 신경세포

축구경기에 열중해 있는 붉은악마의 뇌에서는 ‘거울뉴런(mirror neuron)’이 활발히 작동한다. 이 세포는 태극전사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마치 ‘거울’처럼 그대로 비춘다. 이 때문에 붉은악마는 마치 자신이 실제로 축구를 하는 것처럼 여기게 된다는 것.

거울뉴런은 태극전사의 뇌에서도 작동한다. 상대 선수의 움직임을 자신의 동작처럼 여기면 다음 움직임을 예측해 적절히 방어할 수 있게 된다.

거울뉴런의 존재가 처음 제안된 것은 1996년. 이탈리아 파르마대 지아코모 리조라티 교수팀은 원숭이 뇌에 전극을 이식하고 땅콩을 집어 입으로 가져갈 때의 반응을 관찰했다.

그 결과 특이하게도 원숭이가 스스로 이 행동을 할 때와 사람이나 다른 원숭이가 이 행동을 하는 것을 볼 때 동일한 부위의 신경세포들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뇌에 ‘보는 것’을 ‘하는 것’과 똑같이 받아들이게 하는 거울뉴런이 있다고 주장한 것.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마르코 야코보니 교수는 “사람의 거울뉴런은 타인의 행동뿐 아니라 느낌까지도 공유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야코보니 교수팀은 최근 실험자에게 다양한 표정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뇌를 촬영했다.

그 결과 화난 표정을 봤을 때는 뇌에서 얼굴 근육을 찡그릴 때 작동하는 영역이, 밝은 표정을 봤을 때는 웃을 때 작동하는 영역이 반응했다. 사진을 보기만 했는데도 실제 얼굴 근육을 움직일 때와 같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야코보니 교수는 “거울뉴런이 사진에 나타난 감정을 투영해 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인 변연계에 전달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미디어 심리학’ 1월호에는 아이들이 TV에서 폭력적인 장면을 볼 때 거울뉴런이 이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김대수 교수는 “타인의 경험이나 외부 자극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거울뉴런은 ‘자아형성’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 모방을 통한 학습능력 동물에게도?

인간이 언어나 음악, 춤 등을 처음 배울 때는 상대방을 그대로 따라한다. 리조라티 교수는 1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이 모방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타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게 바로 거울뉴런 덕분”이라며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사회적 동물로 진화한 이유도 거울뉴런이 더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숭이 뇌에서 거울뉴런이 발견된 부위는 머리 앞부분인 전두엽과 윗부분인 두정엽. 사람에서도 비슷하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크리스찬 케이저 교수는 “죄책감이나 자부심 같은 인간의 사회적 감정은 특히 뇌 안쪽 뇌섬엽 영역의 거울뉴런이 담당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고려대 심리학과 최준식 교수는 “거울뉴런이 동물에서 보고됐다는 건 자아형성이나 공감 같은 고등 정신활동이 인간만의 특성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학계 일각선 실체에 의구심

거울뉴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과학자도 있다. 타인의 감정이나 의도를 파악하는 메커니즘은 단순히 세포에 비춰지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이유다. 구강신경을 전공한 서울대 치대 최세영 교수도 “거울뉴런이라는 특별한 세포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실험적 증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24일 새벽 스위스와의 한판 승부를 지켜보는 붉은악마의 뇌에서는 거울뉴런이 또다시 활발하게 작동할 것이다. 정말 존재한다면 말이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외국어 잘하는 사람은 뇌가 다르다? (동아사이언스 2006년 06월 10일)

뇌의 특정 부위가 활발히 움직여

생각을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할 수 있을 정도로 회화에 능숙한 사람은 뇌의 특정 부위가 활발히 움직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교토대와 영국 런던대 연구진은 어학을 효율적으로 익히는 단서가 될 수 있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9일 발행된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영어 회화가 능숙한 독일인과 일본인 35명에게 2개의 영어단어를 연속해 보여 주고 뜻의 연관성을 즉시 답하도록 과제를 준 뒤 이들의 뇌 활동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조사했다.

과제는 단어의 의미를 영어로 생각하지 않고 모국어로 번역하면 즉답(卽答)할 수 없게 설계됐다.

대상자들이 과제를 처리하는 동안 fMRI 장치로 뇌를 측정한 결과 대뇌 속의 미상핵(尾狀核)이라는 부위 중 왼쪽이 활발히 움직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인과 독일인이 동일한 현상을 보였다.

연구진은 “미상핵은 예를 들면 ‘영어 뇌’와 ‘일본어 뇌’를 바꿔 주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부위가 충분히 성숙한 뒤 언어를 배우면 효율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다만 미상핵이 어느 시점부터 잘 기능하는지 밝혀내는 것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도쿄=천광암 동아일보 특파원ㆍiam@donga.com


뇌의 비밀 풀 수 있는 열쇠 찾았다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2006.05.31)

호주의 20대 청년 과학자가 수십 년 동안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뇌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찾아냈다.

호주 언론들은 31일 시드니 아동 의학 연구소에서 일하는 박사과정 학생 빅터 앤고노(25)가 뇌세포들이 서로 교신하는 방법을 알아냈다며 이는 뇌 연구 분야에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언론들은 앤고노가 찾아낸 것은 신다핀과 디나민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단백질의 교신 방법이라며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신다핀이 신경들간의 교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해왔었다고 지적했다.

앤고노는 자신이 연구한 결과 신다핀이 다나민과 함께 작용하면서 학습과 기억 등 뇌의 기능에 중요한 신경 세포 간 메시지 전달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앞으로 과학자들이 간질이나 정신 분열증 등 뇌기능 장애가 왜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그것을 치료할 수 방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앤고노의 연구는 호주 연방 정부의 연기기금 지원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도 곧 소개될 예정이다. 

두뇌 성장의 결정적 시기는 12살까지 2006.05.24 ⓒScience Times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어려서 배운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현대 과학은 인간의 뇌 발달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사춘기가 시작되기 전에 주어진 자극과 경험이 어른이 되어서 인격과 사고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냈다.

 

아기는 미완성의 뇌를 갖고 태어난다. 태어나자마자 거의 완전한 개체로 활동하는 다른 동물과 달리 신생아는 태어난 뒤에도 엄마의 뱃속에서 자랄 때와 똑같은 속도로 뇌가 성장한다. 만 한 살이 되어야 아기의 뇌 성장 속도는 주춤해지기 시작한다.

반면 다른 동물은 엄마의 뱃속에서 뇌가 대부분 완성돼 나온다. 따라서 인간의 아기는 엄마의 뱃속에서 유전자에 의해 자동으로 뇌의 회로가 만들어지는 것보다 세상에 태어나 환경적 자극에 의해 사회적으로 프로그래밍되는 비율이 훨씬 높다. 이것이 인간과 동물의 결정적 차이이다. 인간은 뇌의 성장에 미치는 환경적 영향이 훨씬 큰 것이다.

보통 침팬지나 포유류는 아기의 뇌가 어른 뇌의 45% 정도 크기가 됐을 때 세상에 태어난다. 하지만 인간은 어른 뇌의 25%에 불과할 때 세상에 나온다. 직립보행을 하면서 여성의 골반이 좁아진 반면 진화 과정에서 인간의 뇌는 눈 덩어리처럼 커졌기 때문에 12달이나 조산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태어난 아기가 갖고 있는 뇌세포 즉 뉴런의 숫자는 1천 억 개로 어른의 뉴런 숫자와 같다. 20대가 되면 뇌세포는 매일 10만 개씩 줄어드는 반면 생기는 뇌세포는 극히 적다. 뇌세포의 숫자는 태어날 때가 가장 많은 것이다.

그런데도 뇌는 커지고 성장한다. 태어날 때 350g에 지나지 않는 뇌가 생후 1년이 되면 거의 1,000g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뇌가 커질까? 뇌세포의 숫자는 거의 고정돼 있지만 세포와 세포 사이를 잇는 회로가 발달하기 때문이다. 이 회로가 복잡해지고 정교해지면서 뇌의 부피와 밀도가 증가하고 지능과 감정이 발달한다.

이렇듯 아이가 태어날 당시에는 느슨했던 뉴런 간의 결합이 강해지도록 만드는 것은 경험과 감각이다 . 특히 출생 첫 해 아이들의 뇌 중심부에서는 뇌세포 간의 회로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은 숫자가 만들어진다.

시카고 대학의 소아신경학자들이 죽은 아기의 뇌를 해부했다. 놀랍게도 시각을 관장하는 뇌 피질층의 시냅스 회로는 출생 직후 뉴런 한 개당 2천500개에서 여섯 달 뒤에는 1만8천개로 늘어났다. 뉴런 하나가 무려 1만8천개나 되는 다른 뉴런과 연결되는 것이다. 이처럼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는 3살이 될 때까지 일생을 통해서 가장 활발하게 만들어진다.

이렇게 해서 뇌의 시냅스 회로 밀도가 가장 높아지는 것은 10살쯤이다. 이어서 사춘기에 접어드는 12살이 되면 시냅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다. 뇌세포는 평생에 걸쳐 평균 1초에 하나씩 죽는다. 따라서 사춘기가 되면 뇌의 발달은 어느 정도 끝나게 된다고 신경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사춘기부터 시냅스 회로는 마치 정원에서 가지치기를 하는 것처럼 줄어든다. 자꾸 쓰는 것은 강화되고 불필요한 시냅스를 솎아내는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뇌는 하나의 인격체가 된다. 결국 이 살아 남기 경쟁에서 생존하고 강화된 시냅스가 인격을 만들고 마음속에 독특한 감정 패턴이나 사고 방식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가정과 학교에서의 교육은 뇌의 발달이 가장 활발한 유치원 그리고 사춘기가 시작되기 전인 어린이 때 가능한 많은 시냅스 연결을 만들고 유지하도록 하는 데 모아져야 한다. 그러려면 어린이에게 풍부하고 다양한 상황과 환경적 자극이 주어져야 한다. 뇌는 자극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렸을 적에 시각, 청각, 촉각을 통해 많은 자극을 주고 다양한 주장과 견해를 들려주는 것이 좋다. 외국의 새로운 환경과 문화를 경험하는 것도 좋다. 또 외국어도 초등학교 때 배우는 것이 나중에 중고생이 되어 배우는 것보다 빠르고 효과적이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자극이 주어지지 않으면 어린이의 뇌는 어떻게 될까? 뇌의 특정 부위의 특정 능력이 발달하는 결정적 시기에 이 부위를 사용하지 않으면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는 끊어져 사라지고 만다. 시냅스는 뇌에서 항상 ‘살아남기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생후 4∼12주 사이의 어린 고양이의 왼쪽 눈을 며칠 동안 가리고 오른쪽 눈으로만 보게 하면, 왼쪽 눈과 시각 대뇌피질을 연결하는 시냅스가 모두 사라진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왼쪽 눈을 관장하는 대뇌피질이 오른쪽 눈과 연결되게 된다. 뇌의 시냅스는 자극이란 먹이가 존재할 때에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인간의 뇌는 용량이 제한되어 있는 반면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자극은 평생토록 지속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가 보고 느낀 것은 모두 회로의 형태로 뇌에 기억된다. 만일 불필요한 기억을 지우지 않는다면 결국 언젠가는 용량 초과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마치 컴퓨터 하드 디스크를 정리하지 않으면 결국 용량 초과로 컴퓨터를 쓰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우리의 뇌도 늘 회로를 청소해 불필요한 것을 지우는 속성을 갖고 있다.

사춘기가 지났다고 사람의 뇌가 전혀 바뀔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사춘기 이후 뇌에서는 불필요한 가지와 시냅스를 솎아내는 작업이 진행되지만 한편에서는 뇌세포들이 끊임없이 다른 세포들과의 연결을 시도한다. 다만 사춘기의 시작을 정점으로 해서 그 이전 시기는 시냅스의 연결이 삭제보다 활발한 반면, 사춘기 이후에는 균형 상태가 바뀌어 삭제 작업이 연결 작업보다 활발해지는 것이다. /신동호 뉴스와이어 편집장

뇌 신호전달 작동물질 첫 발견 (동아사이언스 2006년 04월 20일)

뇌의 신경세포끼리 신호를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새로운 물질을 국내 연구진이 발견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김은준(金恩俊·시냅스생성연구단장·사진) 교수팀은 19일 생쥐의 뇌에서 ‘살름(SALM)’이라는 단백질이 신경세포 연결부위(시냅스)를 작동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부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신경과학 권위지 ‘뉴런’ 20일자에 게재됐다. 그동안 시냅스를 형성할 때 ‘뉴로리긴’이라는 단백질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뉴로리긴은 시냅스를 만들어낼 뿐 작동을 시키지는 못한다.

연구팀은 생쥐의 신경세포에서 뉴로리긴과 비슷하게 생긴 새로운 단백질 살름을 발견했다. 살름은 신호전달이 시작될 수 있도록 시냅스를 작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잠자고 있던 시냅스를 살름이 깨우는 것이다.

김 교수는 “뉴로리긴과 살름이 서로 손발을 맞춰 시냅스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뇌 신호전달에 이상이 생겨 일어나는 정신박약, 자폐증, 치매 등의 발병 메커니즘을 알아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ㆍsohyung@donga.com

기억에는 수면이 약 2006.04.10 ⓒScience Times  

▲ 뇌칩 이식 상상도 ⓒ

로봇 연구 초창기에 로봇학자들은 두뇌의 연구가 초보적이라는 점에 너무나 놀랐다고도 말했지만 그들은 좌절하지 않고 기억 즉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가를 파악하는 데 열중했다.

학자들이 놀란 것은 인간의 두뇌 속 정보량을 비트로 환산하면 약 100조에 해당하는 10의 14제곱비트의 정보가 된다는 것이다. 이걸 영어로 쓰면 2000만권(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의 장서 수)의 책을 가득 채울 수 있으며 유전자 정보량의 1만 배에 해당한다고 설명된다.

그런데 학자들을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인간의 뇌가 매우 불충분한 정보에서 출발하여 대단히 복잡한 것으로 성장한다는 점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학습이다. 예컨대 물체를 보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 신경회로는 유전자 정보로 완성되지만 물체를 보는 기능은 학습을 통해 얻어진다.

특히 뇌의 정보처리 특징은 가설을 세우는 능력에 있다. 컴퓨터는 충분한 정보에서 옳은 답을 유도하는 데 능숙하다. 그러나 뇌는 불충분한 정보에서 직관에 따라 확실한 듯한 가설을 세우는 것이 특징이다. 그 가설을 현실과 비교·검증하여 차이가 있으면 그것을 피드백하여 가설을 수정함으로써 더욱 확실한 답을 유도해나간다.

인간의 특별한 능력 중에 하나는 방대한 양의 시각정보를 순간적으로 처리하고 선별하는 것이다. 사과를 보았을 때 사과라는 것을 인지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시각정보는 처음에 대뇌의 가장 뒤쪽에 있는 ‘제1차 시각령’이라 불리는 영역으로 들어간다. 여기서 모든 정보가 시각의 상하좌우의 위치에 대응하여 세밀하게 나누어진다. 오른쪽 눈으로 들어온 정보와 왼쪽 눈으로 들어온 정보, 선분의 기울기나 길이, 움직임, 빛깔이나 밝기 등이 제각기 독립적으로 처리된다.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 정보는 ‘어느 각도로 기울어진 아주 짧은 직선’과 ‘색깔’이라는 식의 단 2가지 요소로 분류되어, 제1차 시각령 앞쪽에 있는 8개의 시각령에서 단계적으로 통합되어 간다. 그리고 대뇌의 측두엽에서 최종적으로 보고 있는 물체가 사과라고 인식한다. 이들 모두 두뇌에서 일어나는 작업 중에 하나이다.

여하튼 기억은 과거에 배웠거나 경험한 것을 상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어떤 것을 기록하고 유지하여 다시 떠올리는 정신활동을 통틀어 기억이라고 하는데 학자들은 새로운 기억의 저장은 뇌의 신경세포의 화학적·물리적 변화를 동반한다고 생각한다. 이 변화는 대뇌피질의 한 부분인 해마(海馬 : 측실상에 있는 두 융기 중의 하나)라는 곳에서 일어난다.

그러므로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두뇌를 연구한다는 것은 결국 인간이 기억을 어떻게 불러와서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질문에 답을 구하느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수많은 정보를 습득하여 두뇌에 저장하면서 자신이 필요할 때마다 불러온다. 이것은 인간이 기억을 불러오는 것처럼 로봇의 두뇌에 수많은 정보를 입력시킨 후 메커니즘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로봇에게 제시되는 모든 문제점들을 일거에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너바나」 ⓒ

앞에서 설명한 「너바나」는 로봇을 만들려는 과학자들에게 매우 흥미 있는 소재를 제공한다.

2005년 12월, 세계적 게임 프로그래머인 지미는 이유 없이 자신을 떠나버린 아내 리사를 생각한다. 그런데 지미가 개발한 최첨단 비디오게임 너바나를 여는 순간, 가상 속 인물이기만 하던 게임 속 주인공 솔로가 지미에게 말을 걸어 왔다. 솔로는 원인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각본에 따라 끊임없이 죽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지미에게 자신을 컴퓨터 공간 속에서 자유롭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솔로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다국적 컴퓨터 게임 회사인 오코사마의 데이터 뱅크에서 너바나 프로그램을 지우는 것이다. 프로그램이 지워지는 순간, 솔로는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미는 프로그램을 지우기로 결심하고 회사의 데이터 뱅크에 침투, 자신의 두뇌를 연결시키는 데 성공하는데 여기에서 매우 극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아내 리사의 기억을 컴퓨터 칩으로 다른 여자의 두뇌에 이식하면(영화에서는 간단하게 두뇌에 뚫어진 곳에 작은 연필과 같은 컴퓨터 칩을 꼽기만 하면 된다) 곧바로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 즉 사람의 두뇌에 다른 사람의 기억이 접목되는 것으로 컴퓨터의 화면을 통해 기억을 추적할 수도 있다.

영화의 내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기억이 기억물질로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앞에서 설명한 두뇌의 뇌파를 완벽하게 읽어내는 기계가 개발된다면 두뇌의 기억물질을 로봇의 소프트웨어와 결합하는 경우에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인간의 두뇌에 있는 기억물질을 추출한다면 지능형 로봇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된다. 좀 더 과장한다면 뇌를 컴퓨터에 다운로드하여 개인의 기억과 개성, 의식을 보존할 수도 있다. 여하튼 행동과학자들은 기억을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순간기억. 이것은 몇 분의 1초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이 기억은 사진 같은 것으로 망막을 잠깐 스쳐간 광경을 한순간에 모두 불러내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단기기억. 이것은 수초 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전화를 걸기 위해 수첩을 펼쳐 다이얼을 돌림과 동시에 사라지는 기억이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장기기억이다. 어떤 학자들은 뇌는 모든 것을 기억하지만 대부분을 불러올 수 없는 기억의 형태로 저장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우리 뇌의 데이터 저장 능력은 결코 부족한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톰프슨에 의하면 우리 뇌를 연결하는 시냅스의 수는 우주 전체의 소립자 총수보다도 많다.

전화번호를 기억할 때 일어나는 뇌세포의 변화가 적절한 예이다. 동사무소나 극장 등 한번 듣고 잊어버리는 전화번호의 경우 기억이 저장될 때 신경세포의 막에 달라붙은 단백질이 살짝 변형되는 등 가벼운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자기 집 전화번호라면 사정이 다르다. 이 경우는 기억에 대한 신호가 세포의 핵에까지 영향을 미쳐 아예 새롭게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등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잊고 싶지만 잊혀지지 않는 기억, 악몽 같은 기억이라면 이미 이처럼 뇌세포 속에 ‘박혀 버린’ 기억일 가능성이 높다. 《사이언스타임즈》에 기고된 신동호 씨의 글에서 많은 내용을 인용한다.

장기기억은 단기기억과 비교해 기억의 지속 시간 외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뇌세포와 분자 수준으로 내려가 보면 두 종류의 기억은 완전히 딴판이다.

단기기억 때는 뇌세포와 뇌세포 사이에 새로운 회로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단지 뇌세포 회로의 말단에서 신경전달물질이 좀 더 많이 나와 일시적인 잔상으로 기억이 남아 있다. 그러나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바뀔 때에는 뇌세포에서 회로를 만드는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져 새로운 신경 회로망이 생긴다.

<기억물질이 존재>  

 2000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에릭 칸델 교수 ⓒ

장기기억의 메커니즘을 밝혀낸 공로로 2000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에릭 칸델(Eric Richard Kandel) 교수는 바다에 사는 민달팽이(Aplysia)를 학습시키면서 생물학적으로 기억은 단기기억과 장기기억 두 종류가 있고, 장기기억이 생성될 때에는 신경세포 사이에 새로운 신경 회로망이 생긴다는 것을 알아냈다.

칸델의 실험은 이랬다. 껍질이 없는 민달팽이는 호흡관으로 물을 빨아들여 산소를 뽑아 쓴다. 호흡관을 툭 건드리면 달팽이는 아가미를 잠시 동안 몸 속에 숨긴다. 칸델 교수가 달팽이의 꼬리에 약간의 전기 자극을 가한 뒤 호흡관을 건드리자 달팽이는 위험을 느끼고 아가미를 몸 속에 숨기는 시간이 길어졌다. 전기 자극을 감지하는 신경세포와 아가미를 움직이는 운동 신경세포 사이에 새로운 신경 회로망이 만들어져 아가미를 내보내지 않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장기기억이다.

칸델은 민달팽이의 꼬리에 전기적 자극을 줄 때 신경세포에서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기에 장기기억이 생기는지 관찰했다. 전기 자극을 아주 조금만 가하자 신경세포의 끝 부분에서 세로토닌이란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됐다. 세로토닌은 회로 표면의 수용체에 붙어 신경세포를 흥분시켰다. 그 결과 세포 안에서 cAMP라는 물질의 농도가 증가됐고 연쇄적으로 프로틴 키나아제 A라는 물질이 활성화돼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량이 늘어났다. 이것이 단기기억이다. 신경전달물질이 늘어나면 전기 신호가 신경세포 사이의 접속 지점을 훨씬 더 쉽게 통과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잠시 기억을 하게 되는 것이다.

칸델 교수는 민달팽이의 꼬리에 전기적 자극을 반복적으로 가하면 장기기억이 형성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기 자극을 줄수록 신경세포 내부의 cAMP 농도는 계속 높은 상태가 된다. 그러면 활성화된 프로틴 키나아제 A가 신경세포의 핵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핵 속에 있는 크렙(CREB) 단백질을 인산화시킨다. 인산화된 크렙 단백질은 뇌세포 사이에 회로를 만드는 10여 가지 유전자의 조절 부위에 결합해 스위치를 켜게 된다. 그래서 뇌세포 사이에 새로운 회로가 만들어지는데 새로운 회로가 생기면 그 회로가 몇 시간에서 몇 주까지도 지속돼 기억이 장기간 저장된다.

그러나 뇌는 쓰지 않는 회로를 자꾸 없애므로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반복 학습을 통해 이 회로를 더 강하고 두껍게 만들어야 한다.

칸델 교수가 밝혀낸 중요한 사실은 크렙 단백질이 ‘기억 유전자의 스위치’이며 이 스위치가 뇌의 해마라는 부위에서 작동한다는 것이다. 크렙 단백질은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기억을 촉진하지만 다른 하나는 기억에 제동 장치 역할을 한다. 기억을 촉진하는 크렙 단백질과 기억을 삭제하는 크렙 단백질은 보통 때에는 균형을 이룬다.

열심히 공부를 하거나 계속 창조적인 작업을 하면 기억 촉진 단백질이 더 강해져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꾼다. 반대인 경우에는 해마는 곧바로 일시 저장된 단기기억을 지워 버린다. 크렙 단백질의 존재는 머리를 쓰면 쓸수록 영리해진다는 것을 분자 수준에서 증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신동호 씨는 적었다. 이것은 사람마다 기억력 자체에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계속된 학습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칸델 교수는 ‘기억의 본질은 추상이 아니라 물질이다’라고 주장한다.

기억이 기억물질에 의해 작동될 가능성을 지지해주는 연구들은 생각보다 많이 있다. 스웨덴의 히덴은 쥐의 뇌를 실험한 결과 RNA가 기억에 관계함을 지적했다. 미국의 앵거는 인공적으로 합성된 ‘스코트포빈(어둠을 두려워하는 것)’이라는 물질을 보통의 흰쥐에게 주사한 결과 당장에 어둠을 두려워하도록 훈련시킬 수 있었다. 이것은 기억에 관련된 화학물질이 존재한다는 뜻으로 다시 말하면 훈련된 쥐의 뇌 속에 훈련 전에는 없었던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강봉균 교수팀도 사람에게 바다 달팽이와 유사한 단백질들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런 단백질의 양을 조절하면 기억 형성 및 저장의 메커니즘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봉균 교수팀은 장기기억에 해당하는 이 ‘기억 유전자의 스위치’가 `C/EBP' 단백질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단백질 중 특히 장기기억의 형성에 중요하다고 알려진 게 `CREB'와 `C/EBP'라는 이름의 단백질인데, 그 중에서도 `C/EBP'는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꿀 수 있는 분자 스위치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다달팽이인 `군소'의 꼬리에 전기 자극을 가하면 가할수록 새로운 단백질 `ApLLP' 의 농도가 학습 전 특정 경험에 따라 계속 높은 상태가 되고, 이 같은 증가가 `C/EBP' 단백질의 양을 증가시킨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ApLLP’에 의한 ‘C/EBP’의 증가는 시냅스(신경세포들 사이의 신호 전달이 일어나는 부위)에서 신호 전달 기능을 강화시켜 장기기억이 쉽게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강박사의 설명이다.

그런데 `C/EBP’ 단백질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기억을 촉진하지만 다른 하나는 기억에 제동 장치 역할을 한다. 기억을 촉진하는 `C/EBP’ 단백질과 기억을 삭제하는 `C/EBP’ 단백질은 보통 때에는 균형을 이루지만 열심히 공부를 하면 기억 촉진 단백질이 더 강해져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꾼다. 반대의 경우엔 일시 저장된 단기기억을 지워 버린다는 것이 김형자 교수의 설명이다.

`C/EBP’ 단백질의 존재는 머리를 쓰면 쓸수록 영리해진다는 것을 분자 수준에서 증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신경세포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 능력이 떨어진다. 어린이를 아무런 자극을 주지 않고 키우면 뇌가 수축되는 것이 바로 그런 현상이다. 새로운 회로가 생기면 그 회로가 몇 시간에서 몇 주까지도 지속돼 기억이 장기간 저장된다고 추정한다.

기억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연구하고 있지만 어째서 기억물질이 생성되는지 그 원인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예방주사로 만들어지는 항체도 나름대로 기억을 갖고 있다. 병원균이 침입하면 이를 기억해 두었다가 달라붙어 싸우는 것도 그 한 예이다.

동물에게도 판단과 유사한 행동이 있는데 이 경우 기억력 차이가 판단력 차이를 낳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강가에 새끼를 낳는 꼬마물떼새의 경우 여우나 오소리 등 해를 끼칠 만한 동물이 오면 용케도 이를 기억하고 부상당한 흉내를 내며 멀리 날아간다. 반면에 소나 양이 걸어오면 이들이 새끼를 밟아 죽일 것으로 판단하고 두 날개를 퍼덕이며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

<기억의 이식도 가능>  

▲ 인터뷰하는 케빈 워릭 박사 ⓒ

기억의 이식이 가능하다는 실험도 있다. 이 내용은 (「쥬라기공원과 복제인간(3)」, 사이언스타임즈, 2004.12.20)에 약간 설명되었지만 다시 보완하여 설명한다.

1950년대 톰슨과 맥코넬은 핵산의 일종으로 유전 작용을 하는 RNA가 동물이 학습할수록 신경세포 속에서 불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맥코넬은 플라나리아라는 거머리를 닮은 하등 수생식물에게 빛을 쬐었을 때 특별한 행동을 하도록 훈련시켰다. 그런 다음에 플라나리아를 잘게 썰어 훈련시키지 않은 다른 플라나리아에게 먹였다. 그리고 이 플라나리아에게 전과 같은 훈련을 시켰더니 이전의 경우보다 훨씬 빨리 이 특별한 행동을 익혔다는 것이다.

척추동물의 경우에도 기억의 전달이 가능하다는 것, 즉 전달되는 기억은 개별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학생은 선생님한테서 배우는 것보다 선생님을 먹어 버리는 것이 더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는 농담도 그 후에 나왔다. 선생님들이 남아날지 의심스럽다. 물론 먼 장래에 뛰어난 사람의 뇌세포를 배양하여 거기서 골라낸 상처 없는 기억물질을 희망자의 뇌에 주사하는 기억이식법이 가능하리라는 추측도 있다.

실제로 1999년 미국의 하버드대학, 프린스턴대학, MIT대, 워싱턴대학 유전공학 공동연구팀은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유전자를 쥐의 수정란에 주입, 보통 쥐보다 훨씬 지능이 뛰어난 쥐 ‘두기’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쥐는 두뇌의 연상능력을 제어하는 유전자로 지능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NR2B라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다. 이 똑똑한 쥐는 전에 한 번 보았던 레고 장난감의 한 조각을 알아봤고, 물속에 감추어진 받침대의 위치를 찾아내었으며, 가벼운 충격을 받게 되는 경우가 어떤 때인지를 미리 알아차리는 등 다른 쥐들보다 뛰어난 지능을 나타냈다.

요컨대 포유류에서 최초로 유전자 조작으로 학습과 기억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이 입증된 셈이다. 이 연구결과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사람의 NMDA 수용기가 생쥐의 그것과 거의 유사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의 뇌는 생쥐의 뇌와 기능이 크게 다르다. 사람의 기억력은 한 개의 유전자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은 기억력과 학습능력 또는 IQ의 향상이 유전조작이라는 수단을 통해 가능함을 보였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렇게 되면 암기력 위주의 시험은 앞으로 사라질 것이며 대신 학습된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를 주로 시험하게 된다고 추측하는 학자들도 있다.

<수면과 기억의 밀접성>  

▲ 신경전달물질작용도 ⓒ일러스트 박현정

기억에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있다고 앞에서 설명했지만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에 대해서는 학자들이 정확하게 단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뇌에 대한 연구가 복잡하며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연구를 고려대학교 김용준 박사의 글을 토대로 설명한다.

학자들은 교통사고로 정신을 잃은 환자들이 몇 달 만에 의식을 회복하면서 이상한 증상을 보이는 것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즉 환자가 단기기억을 완전히 상실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 환자는 약 3년 전의 일들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학자들은 다소 황당하기는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즉 3년이라는 시간을 경계로 사람의 경우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구분되며 이 두 종류의 기억장치는 서로 다른 기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학자들의 계속된 연구로 단기기억은 측두부에 위치한 해마체에 손상을 입으면 완전히 상실된다는 사실도 밝혔으며 장기기억은 렘(REM) 수면과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여기서 렘이란 ‘빠른 눈동자의 움직임’이라는 뜻으로 거의 모든 동물에서 렘 수면이 관찰된다.

사람의 경우 8시간의 수면에 약 4번에 걸친 렘 수면이 관찰되는데 잠이 깊어지면 눈망울이 빠르게 움직인다. 사람의 경우 렘 수면은 5분 내지 20분간 계속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수면시간 중 대체로 90분 간격으로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신생아의 경우 렘 수면이 전체 수면의 50퍼센트를 차지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 렘 수면의 점유율은 점점 감소된다. 그런데 학자들은 렘 수면을 방해하면 장기기억능력이 현저하게 감소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사실로 학자들은 렘 수면이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넘기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렘 수면의 기능은 어릴수록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추정했다. 또한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는 데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며 렘 수면 동안에 동물의 경우는 세타 리듬이 관여하고 있는 반면에 사람은 세타 리듬에서 완전히 해방되고 있다는 것이다.

1985년 미국 록펠러대학의 조나단 윈슨 교수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해마체에는 신경전달물질을 통과시키는 세 군데의 관문이 있다. 이 신경관문은 깨어 있는 동안에는 닫혀 있다가 자고 있는 동안에 열려서 낮에 깨어 있는 동안의 활동 및 경험으로 해마체에 저장되어 있었던 단기기억이 신경관문을 통과하는 처리과정에 의해서 장기기억으로 넘어간다.’

윈슨 교수는 일단 앞에서 설명한 신경전달물질이 있다는 것에 동조한 후 세타 리듬이란 오랜 진화적 과정을 거치면서 얻어진 유전적 소산이며 렘 수면이라는 처리과정에서 세타 리듬으로 표현되는 유전적 자질과 공명이 되는 단기기억은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고 이 공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버려지게 된다고 해석했다.

그런데 사람의 경우 일반 동물과는 달리 렘 수면 시간에 세타 리듬이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점을 알려준다. 낮의 활동기간을 통해서 단기기억에 저장되는 정보는 세타 리듬의 간섭을 받아서 선별되지만 장기기억으로 골인하는 마지막 관문에서는 세타 리듬의 간섭을 전혀 받지 않음으로써 유전적인 강제성에서 다른 동물에 비해 상당히 벗어난다는 점이다.

이는 유전적 강제성보다는 그때그때의 환경적인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는 것이 윈슨 교수의 설명이다. 즉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환경이 인간의 인격형성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갓난아이의 렘 수면이 전체 수면의 50퍼센트나 차지한다는 것은 어릴 때 즉 엄마의 젖을 빨며 자랄 때의 생활환경이 어린이의 인격형성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어린아이가 서너 살이 되면서 말문이 터진다는 사실도 단기기억과 장기기억과의 시간적 경계선이 약 3년이라는 사실과 연계될 수 있다는 설명도 있다.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꿈과 연계된다는 것은 로봇 개발에 있어 중요한 관건이 되므로 뒤에서 다시 설명한다. /이종호 과학저술가

뇌, 18세이후에도 성장한다  (해노버<미국뉴햄프셔주>UPI=연합뉴스2006/02/08)

인간의 연령에 따른 뇌구조  변화는 성인이 되는 나이인 18세가 지나도 계속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간 뇌 매핑(Human Brain Mapping)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18세의 대학신입생 19명과 25-35세의 나이 든 학생 17명의 뇌구조를 관찰한 결과 두 그룹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베어드 박사는 18세 그룹의 뇌구조는 20대 중반의 뇌 구조에 가까워지려면 아직도 상당히 더 발달해야 하는 상태에 있었다고 말했다.

뇌구조의 차이는 감정과 생각이 통합되는 뇌부위들인 대상(帶狀),  미상(尾狀), 도부(島部)에 국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베어드 박사는 말했다.

베어드 박사는 이 결과는 인간의 뇌는 성인이 되는 나이를 넘어서까지 계속  발달한다는 다른 연구결과들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인간이 완전한 성인이  되는 시점은 "우리들이 전통적으로 생각해 온 때보다는 훨씬 더 뒤"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skhan@yna.co.kr


생쥐 실험으로 뇌의 스트레스 반응 규명 (워싱턴AP=연합뉴스 2006/02/10)

사회적 스트레스에 노출될 때 뇌의 반응이 생쥐 실험을 통해 드러났다고 미국 텍사스주 과학자들이 밝혔다.

이들은 큰 쥐를 이용해 작은 쥐를 괴롭히고 스트레스를 받게하는 실험을 한 결과 작은 쥐의 뇌에서 유전자 변화가 일어났다고 밝히고 이 현상은 우울증과 정신병 연구에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대학 사우스웨스턴 병원 연구진은 위협과 스트레스를 받은 작은 쥐의 뇌에서 신경세포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인 BDNF가 많이 생성되면서 뇌 앞부분의 유전자가 이례적으로 활성화되고 사회적으로 움츠러드는 현상도 이때 나타난다고 밝혔다.

반면 뇌의 이 부위에서 BDNF생산을 중단시키는 바이러스를 주입한 생쥐들은 겁을 먹거나 움츠러드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아 BDNF가 스트레스 과정에서 사회적 위축 반응을 일으키게하는 요인임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9일자 사이언스 지에 발표됐다.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은 전혀 딴판 2006.01.26 ⓒScience Times

인간의 기억에는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있다. 뇌는 단기적으로 기억한 것 중 불필요한 것은 삭제하고 꼭 필요한 것만 장기기억으로 저장한다.

장기기억은 단기기억과 비교해 기억의 지속 시간 외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뇌세포와 분자 수준으로 내려가 보면 두 종류의 기억은 완전히 딴판이다. 단기기억 때는 뇌세포와 뇌세포 사이에 새로운 회로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단지 뇌세포 회로의 말단에서 신경전달물질이 좀 더 많이 나와 일시적인 잔상으로 기억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바뀔 때에는 뇌세포에서 회로를 만드는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져 새로운 신경 회로망이 생긴다. 이 과정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과학자가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신경생리학자인 에릭 칸델 교수이다. 오스트리아 출생인 그는 장기기억의 메커니즘을 밝혀낸 공로로 2000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칸델 교수는 1970년대부터 바다에 사는 민달팽이로 학습과 기억의 원리를 연구해 왔다. 처음에는 포유동물로 연구를 했으나 포유동물로 복잡한 기억과 학습 과정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된 그는 뇌세포가 크고 수는 적은 민달팽이로 실험 모델을 바꾸었다.

칸델은 민달팽이를 학습시키면서 생물학적으로 기억은 단기기억과 장기기억 두 종류가 있고, 장기기억이 생성될 때에는 신경세포 사이에 새로운 신경 회로망이 생긴다는 것을 알아냈다.

칸델의 실험은 이랬다. 껍질이 없는 민달팽이는 호흡관으로 물을 빨아들여 산소를 뽑아 쓴다. 호흡관을 툭 건드리면 달팽이는 아가미를 잠시 동안 몸 속에 숨긴다. 칸델 교수가 달팽이의 꼬리에 약간의 전기 자극을 가한 뒤 호흡관을 건드리자 달팽이는 위험을 느끼고 아가미를 몸 속에 숨기는 시간이 길어졌다. 전기 자극을 감지하는 신경세포와 아가미를 움직이는 운동 신경세포 사이에 새로운 회로망이 만들어져 아가미를 내보내지 않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장기기억이었다.

칸델은 민달팽이의 꼬리에 전기적 자극을 줄 때 신경세포에서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기에 장기기억이 생기는지 관찰했다. 전기 자극을 아주 조금만 가하자 신경세포의 끝 부분에서 세로토닌이란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됐다. 세로토닌은 회로 표면의 수용체에 붙어 신경세포를 흥분시켰다. 그 결과 세포 안에서 cAMP라는 물질의 농도가 증가됐고 연쇄적으로 프로틴 키나아제 A라는 물질이 활성화돼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량이 늘어났다. 이것이 단기기억이다. 신경전달물질이 늘어나면 전기 신호가 신경세포 사이의 접속 지점을 훨씬 더 쉽게 통과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잠시 기억을 하게 되는 것이다.

민달팽이의 꼬리에 전기적 자극을 반복적으로 가하면 장기기억이 형성된다. 전기 자극을 줄수록 신경세포 내부의 cAMP 농도는 계속 높은 상태가 된다. 그러면 활성화된 프로틴 키나아제 A가 신경세포의 핵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핵 속에 있는 크렙(CREB) 단백질을 인산화시킨다. 인산화된 크렙 단백질은 뇌세포 사이에 회로를 만드는 10여 가지 유전자의 조절 부위에 결합해 스위치를 켜게 된다. 그래서 뇌세포 사이에 새로운 회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장기기억이다. 새로운 회로가 생기면 그 회로가 몇 시간에서 몇 주까지도 지속돼 기억이 장기간 저장되는 것이다. 그러나 뇌는 쓰지 않는 회로를 자꾸 없앤다.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반복 학습을 통해 이 회로를 더 강하고 두껍게 만들어야 한다.

칸델 교수가 밝혀낸 가장 중요한 사실은 크렙 단백질이 ‘기억 유전자의 스위치’이며 이 스위치가 뇌의 해마라는 부위에서 작동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꾸는 가장 중요한 기관은 해마이다. 해마가 망가진 쥐는 기억력이 뒤떨어져 미로 찾기 같은 일을 여러 번 반복해도 탈출구를 잘 찾지 못한다.

크렙 단백질은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기억을 촉진하지만 다른 하나는 기억에 제동 장치 역할을 한다. 기억을 촉진하는 크렙 단백질과 기억을 삭제하는 크렙 단백질은 보통 때에는 균형을 이룬다. 열심히 공부를 하면 기억 촉진 단백질이 더 강해져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꾼다. 반대로 멍청한 상태로 있으면 해마는 일시 저장된 단기기억을 지워 버린다.

크렙 단백질의 존재는 머리를 쓰면 쓸수록 영리해진다는 것을 분자 수준에서 증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신경세포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 멍청이가 된다. 어린이를 아무런 자극을 주지 않고 키우면 뇌가 수축되는 것이 바로 그런 현상이다. /신동호 뉴스와이어 편집장

공부를 할수록 뇌세포는 영리해져 2006.01.21 ⓒScience Times

박완서의 자전적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다 보면 마치 영사기를 돌리는 듯한 탁월한 기억력에 탄복의 소리가 절로 나온다. 묵은 기억의 더미를 파헤쳐 1930년대 개성에서의 꿈 같은 어린 시절부터 1950년대 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의 20대까지를 마치 영화처럼 그렸다.

 


다량의 사고를 유도하는 공부를 할수록  시넵스의 연결은 활발해진다.

 

이 소설가에게서 기억을 삭제한다면 삶에서 아무 것도 남는 게 없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기억하고 추억하고 배우는 게 바로 인생이다. 그 기억이 추억과 감정 그리고 인간성을 만들어 낸다.

컴퓨터는 반도체에 전자로 정보를 저장하지만 인간의 뇌는 뇌세포의 네트워크로 기억을 저장한다. 뇌세포는 무려 1천억 개나 되고 하나의 세포는 수만 개의 다른 뇌세포와 각각 연결돼 있다. 뇌세포는 어른이 되어도 탄생할 때 우리가 갖고 태어나는 것 그대로이지만 우리가 무엇인가를 기억할 수 있는 이유는 뇌세포 사이에 새로운 연결망이 끊임없이 생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평소 A라는 뇌세포가 B라는 뇌세포와 연결돼 있다. 같은 것을 복습하면 이 연결은 강화된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 A 뇌세포가 흥분하면서 새 가지가 뻗어 나와 C라는 뇌세포와 연결된다. 이 새로운 연결망이 바로 기억인 것이다.

인간이 기계와 다른 점은 기억이 곧 학습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학습해 더 고차원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는 네트워크로 기억을 저장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이는 인간의 뇌를 닮은 신경망 칩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컴퓨터용 반도체 칩은 공장에서 출고될 때 이미 계산 규칙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신경망 칩은 학습을 통해 계산 규칙을 스스로 배우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신경망 칩은 음성 인식, 언어 처리, 로봇 제어, 패턴 인식과 같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주로 쓰인다.

컴퓨터와 우리의 뇌가 다른 점은 컴퓨터의 경우 사람이 ‘delete’ 키를 눌러야 정보가 지워지지만 인간의 뇌는 스스로 판단해 삭제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뇌가 형편없어 보이지만 자동 삭제 기능 덕택에 인간의 뇌는 저장 용량 부족에 시달리지 않는다.

기억이 유전자의 장난이기 때문에 학습과 유전자 조작을 통해 기억도 강화할 수 있다. 기억을 관장하는 크렙 단백질을 잘 만들도록 유전자를 조작하면 쥐와 초파리는 더 적은 자극으로도 기억을 잘 한다. 하나를 기억시키는 데 보통 10번을 연습해야 했던 초파리가 유전자를 조작하자 한 번에 재빠르게 기억을 한 실험 결과도 있다.

‘기억 단백질’ 즉 크렙 단백질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시냅스의 활동을 활발히 하면, 다시 말해 공부를 할수록 사람이 영리해진다는 것이 분자 수준에서 증명됐다. 반대로 유전적으로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신경세포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 그 기능이 점점 쇠퇴해 버리게 된다.

인간의 기억력과 지능은 선천적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도 개발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자각과 행동이 유전자의 활성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유전자가 인간을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자유롭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기억력도 강화할 수 있지 않을까? 노인이 될수록 또한 치매 등 뇌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는 기억 상실이 매우 심각하다. 그래서 전 세계 유명 제약회사와 벤처 기업은 크렙 단백질의 기억 원리를 이용해 ‘기억력 촉진제’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적어도 5∼10년 안에 사람의 기억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신약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개발 중인 대부분의 치료약은 뇌세포가 파괴된 알츠하이머 환자를 위한 것이지만 언젠가는 학업 성적을 올리는 이른바 ‘스마트 약’으로 시판될 가능성도 있다. 이제 기억도 약물로 조절할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뇌는 블랙박스가 아니다 (동아사이언스 2005.12.16)

개성만점 기능 유닛의 집합체

20세기 초만 해도 뇌는 블랙박스라서 한 덩어리로 취급해야 한다는 생각이 보편적이었다. 심리학도, 교육학도, 뇌 발달도 이 가정을 바탕으로 입력과 출력을 연구했다. 이는 ‘본성과 양육’ 논쟁에서 양육을 강조하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사람은 누구나 같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교육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서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념까지 생산했다.

사람의 뇌는 3만개 유전자가 성장시기별로 발현해 부분을 이루고 전체를 만든 구성체로 10의 12제곱수의 신경세포가 10의 15제곱개 연접(서로 맞닿은 곳)을 통해 작동한다. 이를 보면 뇌는 한 덩어리의 블랙박스라고 취급하기에는 부분별로 개성이 뚜렷한 유기체 덩어리다. 지금은 뇌영상 기술이 발전해 뇌를 여러 부분으로 나눠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뇌는 아직 살아있는 채로는 세포 하나하나의 영상을 만들 수 없다. 신경세포도 단독 플레이를 하기보다는 작은 군집으로 작동한다는 증거가 있어 영상으로 볼 수 있는 크기의 유닛이 특정 뇌기능을 수행한다고 생각해도 좋다. 그래서 요즘은 영상에서 보이는 유닛에 뇌기능을 부여한다.

생김새를 바탕으로 만든 기능유닛

뇌가 한 덩어리라는 생각은 20세기를 마감하며 함께 사장됐다. 현재 뇌 생김새를 영상으로 만드는 가장 정교한 기술이 자기공명영상(MRI)인데, 이젠 MRI로 사람 뇌를 1mm 보다 더 잘게 자를 수 있다. 사람의 뇌는 이랑과 고랑으로 이뤄져 있어서 MRI 영상을 잘 들여다보면 이랑 모양에 따라 뇌를 나눌 수 있다. 이렇게 나눈 뇌의 부분조각을 상전두이랑, 중측두이랑, 띠이랑 같은 이름으로 부른다. 예를 들어 상측두이랑이라고 하면 관련 학자들은 누구나 ‘청각피질이라 말, 소리, 음악을 우선 처리하는 부분이구나’하고 생각한다.

뇌에서 80개쯤 되는 이랑을 잘 골라내는데는 전문가가 하루 8시간 작업해 꼬박 일주일이 걸린다. 이 방법으로 수십 명의 뇌 이랑을 골라내려면 1년쯤 걸리는데, 이렇게 수고해 만든 이랑 모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 얼굴모습만큼이나 다양하다. 코 높이, 눈매, 귓불이 다양하게 생긴 것만큼이나 뇌의 이랑 모양이 다양하다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우리는 생각, 느낌, 감각, 행동, 욕망, 판단이 뇌의 어떤 부위가 작동해 나타난 결과인지 알고 싶다. 그래서 뇌영상 기기를 동작시키고 그 속에 누워 뇌를 쓰면서 영상을 얻는다. 이런 저런 일을 수행하는데 뇌의 유닛들이 동작하는 방식은 서로 참 다르다. 그런데 이 실험을 하는데 30분, 영상데이터를 옮겨 분석하는데 2시간, 활성화된 기능유닛의 위치를 알려고 그 사람의 뇌를 이랑으로 조각내는데 1주일이 걸린다면? 우리의 궁금증은 해결하기 어려울 거다.

사람마다 다르게 생긴 이랑 구조를 뇌 표준판에 모았을 때 그곳이 차이가 많은 곳인지 누구나 같은 곳인지를 알려면, 영상의 화소(pixel)가 사람들 사이에 얼마나 다른지를 확률로 표시하면 된다. 예를 들어 100명에게서 얻은 MRI 영상을 이랑으로 분할한 다음, 사람들 모두가 상측두이랑인 화소는 상측두이랑이 틀림없고(확률 1.00), 100명 중 33명에서만 상측두이랑인 화소는 셋에 하나만 상측두이랑(확률 0.33)이라는 지도를 만들 수 있다. 이를 확률지도라고 한다. 이렇게 만든 이랑구조의 집단 표준 생김새를 바탕으로 뇌기능유닛의 위치를 정한다.

실제로는 100명의 MRI 영상에서 모두 손으로 이랑을 고르지는 않는다. 하나를 이랑으로 분할한 뒤 그 결과를 컴퓨터를 써서 나머지 99명의 MRI 영상으로 보내 분할해 뇌기능유닛의 확률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뇌기능유닛 확률지도는 최근 제작 완료돼 무료로 배포 중이며 연구자는 누구나 받아 쓸 수 있다.

세포 배열에 따라 구분한 기능유닛

 

 

한국인 뇌와 기능유닛 우리나라 사람의 MRI를 바탕으로 얻은 뇌 표준지도 위에 독일 연구진이 만든 브로드만 영역 확률지도를 올려놓았다. BA는 브로드만 영역. BA1과 3 영역은 신체 각 부위에서 들어오는 감각을 지각한다. BA17은 일차시각, BA18과 19는 일차청각, BA44와 45는 브로카 언어영역이다.

생김새를 바탕으로 기능유닛을 가르면 뇌기능과 뇌구조가 일대일대응이 가능할 거라고 가정할 수 있다. 그러면 이랑이 80개쯤 되니 사람의 뇌기능은 80여 가지뿐인가? 그렇지 않다. 일례로 상측두이랑 중 청각신호처리에 관여하는 부분은 일차 청각피질(브로드만 영역 41번)인데, 이 부분은 상측두이랑의 일부에 불과하고, 청각고급처리를 담당하는 주변의 42번과 21번, 22번 영역이 상측두이랑의 나머지를 차지한다. 생김새로 나눈 기능유닛 하나가 청각을 지각하는데 모두 ‘다걸기’(올인)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접힌 생김새 말고 기능단위를 기본으로 영역을 나눠 번호를 붙이는 작업이 지금부터 꼭 100년 전인 1905년 독일의 서북지역 라인강변에서 이뤄졌다. 독일 뇌연구소 브로드만 박사는 죽은 사람 뇌에서 신경세포를 염색한 수만 장의 영상을 현미경으로 일일이 조사하고 신경세포가 배열된 특성에 따라 뇌를 40여개 기능유닛으로 나눴다. 이렇게 나눈 영역을 지금도 브로드만 번호로 표시한다. 즉 브로드만 영역 17, 44, 45처럼 말이다. 이렇게 했더니 어떤 부분은 기능유닛과 역할이 잘 맞아 브로드만 영역 17번은 일차시각영역, 1번은 일차체성감각영역이라고 불린다. 프랑스 의사 브로카 박사가 알아낸 언어영역은 브로드만 영역 44, 45번과 대체로 일치하지만, 브로드만 영역 46번은 어떤 기능을 주로 하는 곳인지 분명하지 않다.

뇌기능자기공명검사(functional MRI)나 양전자단층촬영검사(PET)로 소리를 들려주고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경우와 비교하면 청각피질인 브로드만 41번 영역이 일단 활성화된다. 그런데 브로드만 영역도 사람마다 조금씩 달라서 부검한 여러 사람 뇌를 염색해보고 만든 확률적인 위치 지도가 공공용으로 발표돼 있다.

이는 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독일 연구소에서 집중적으로 수행해 표준 MRI 위에 옮겨 놓은 것을 누구나 내려받아 사용하고 있다. 고도로 특화된 연구실에서 전문가가 1년 걸려야 브로드만 영역을 하나 갈라낼 수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 10개 남짓한 영역이 조사됐고, 이 모두를 우리나라 사람의 뇌 표준판에 옮겨놓아 우리나라에서도 내려받기가 가능하다.

애초에 어린 뇌가 부분별로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기능유닛으로 조직될 때 평면에서 좌우 각각 40여개의 유닛을 만들었다고 치면, 이 평면 뇌를 잘 구겨 접어서 두개골 속에 넣은 것이 뇌라 할 수 있다. MRI로는 구겨진 생김새에 따라 기능유닛을 나누며 브로드만 방법에서는 세포분포를 근거로 기능유닛을 나눈다.

두 방법 중 어떤 것이 적당한가가 문제다. 물론 뇌기능과 일대일대응이 가능한 쪽이 알맞은 기능유닛이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20세기 초반에 뇌를 커다란 한 덩어리로 취급했던 어리석음을 얘기하지만, 우리도 후대에 같은 어리석음을 저질렀다고 평가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뇌 기능 중에 지각과 관련 있는 부위들, 즉 시각, 청각, 후각 부위는 브로드만의 세포구조 영역과 잘 맞는데, 고급기능은 일대일대응이 어렵다. 왜? 뇌가 고급기능으로 갈수록 구역설정이 모호해져서? 그럼 언어 같은 고위인지기능은 기능유닛 하나에서 일어날까? 판단은?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이를 요즘은 ‘마음의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연구한다. 사리에 맞지 않지만 도저히 물리칠 수 없는 격정을 불러일으키는 감성은 하나의 기능유닛인가?

기능유닛과 기능 사이의 일대다대응이 원래 뇌의 기능유닛이 작동하는 방식이라는 것이 현재 신경과학자들의 입장이다. 따라서 이제 과학자들은 fMRI와 PET를 이용한 뇌기능 지도에서 기억과 판단, 주의, 언어, 사회인지 같이 서로 달라 보이는 인지기능을 수행할 때 모두 같은 뇌기능유닛이 나타나도 놀라지 않는다.

뇌 연구가 교육을 바꾼다

외국어를 5~7살 전에 배우면 뇌의 한 곳이 모국어와 외국어를 동시에 능숙하게 처리한다. 12~15세에 배우면 한 곳에서 처리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인접한 서로 다른 곳이 작동한다. 어른이 된 뒤 배운 외국어는 능숙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모국어 언어영역을 벗어난 뇌의 여러 넓은 영역이 함께 작동한다. 외국어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 외국어를 사용하는 회의를 마치고 탈진해 허기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신 에너지의 20%를 쓰는 뇌의 여러 부분이 움직이면 포도당도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자유자재로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새로 배운 사람보다 적은 에너지, 작은 뇌 기능유닛을 사용한다.

뇌는 새로 배울 때, 재미있게 배울 때, 힘에 부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할 때, 어렵더라도 문제를 해결한 후 보람이 클 때 여러 기능유닛이 활성화된다. 이 사실이 교육은 뇌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불러왔다. 이 생각은 블랙박스 뇌에 뭐라도 좋은 것을 제공하면 어떻게든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지난세기 초의 교육론과 많이 다르다.

한 예로 시청각 교육에 대한 뇌기반 해석을 보자. 시청각 자극을 주고 뇌가 작동하는 것을 본 PET 실험에서 분명 청각자극이 들어올 때는 시각피질의 활성이 줄고 시각자극이 들어올 때는 청각피질의 활성이 줄었다. 흥미롭게도 이것이 한 가지 자극에 집중하는 뇌의 작동방식이라 알려졌다. 두 자극을 동시에 줄 때는? 시각피질과 청각피질 모두 활성이 늘고 서로 잘 반응한다. 같은 시청각자극이라도 입모양을 읽으려고 할 때 부적절한 잡음을 들려주면 일차청각피질인 브로드만 영역 41번뿐 아니라 주변 이차청각피질까지 작동한다. 이때는 입모양으로 말의 뜻도 잘 읽어내지 못할 뿐 아니라 금방 피로해진다.

중증난청 장애자는 난청기간이 길어지면 뇌가 시나브로 적응한다. 인공 속귀인 전자달팽이관을 이식하고 2년 이상 훈련하면 언어청각능력을 회복하기도 한다. 심지어 전화로 어려움 없이 대화가 가능해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이라도 전화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고려하면 뇌가 가소성이 뛰어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때 뇌의 청각피질이 다시 일을 수행하는 것 같지는 않다. 대신 이식수술 후 시각피질의 일부로 시각적 움직임을 지각하는 V5 영역의 활동이 향상될수록 언어청각능력 회복이 크다.

청각피질은 난청 초기에는 자극이 없어 잠들었다가 난청기간이 길어지면 무언가 다른 일에 동원되며 정상을 회복하는데, 이런 환자는 수술 후에 언어청각능력을 회복 못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도 수화로는 의사소통이 가능하니 아마 언어영역이 잘못된 것은 아닐 터다.

뇌의 어느 지역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면 뇌의 각 부분이 서로 얼마나 기능을 나눠가질 수 있는지, 또는 병이 생긴 뇌가 얼마나 가소성을 발휘해 회복하는지, 신경세포로 분화시킨 줄기세포를 병든 부위에 넣어주면 뇌기능이 얼마나 회복 가능한지 풀 수 있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뇌가 재미를 느끼며 배워 이 같은 뇌 관련 난제들을 풀어내고 싶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꼭 누군가는 직접 풀어낼 수 있길 바란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또 생긴다. 여러분 뇌에서 뇌 관련 난제를 풀어내는데 가담하는 부분, 즉 기능유닛은 과연 어디일까? | 글 | 이동수 서울대 핵의학과 교수?dsl@snu.ac.kr

한쪽 뇌를 혹사하면 병에 걸린다 2005.12.03 ⓒScience Times

신동호의 ‘발견의 즐거움’

인간은 왼뇌와 오른뇌의 작동 방식이 다르다. 우리의 뇌는 왼뇌와 오른뇌 두 개의 반구로 되어 있다. 반구 하나는 꼭 주먹 하나만 하다. 뇌는 두 개의 주먹을 합쳐 놓은 것과 비슷한 모양과 크기를 하고 있다. 두 개의 반구는 뇌량이라고 하는 두꺼운 다리로 연결돼 서로 협력해 정보를 처리한다.

두 반구는 겉보기에는 모양이 비슷하지만 정보 처리 방식은 딴판이다. 왼뇌는 언어 기능을 주로 담당하며 논리적이고 순차적으로 정보를 처리한다. 반면 오른뇌는 시각 기능을 주로 맡아 공간 감각이 뛰어나며 대상을 전체로 보기 때문에 직관적이다.

뇌의 비대칭성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말하고, 알아듣고, 글을 쓰는 언어 기능이다. 언어중추는 90% 이상이 왼뇌에 있다. 그래서인지 엄밀하게 말해 뇌의 겉모습도 완전한 대칭이 아니다. 언어중추가 있는 왼뇌 측두엽은 오른뇌의 측두엽에 비해 약간 더 크다. 반면 공간 인식 기능은 오른뇌에 모여 있다. 뇌졸중으로 오른뇌가 망가진 환자는 왼쪽을 잘 보지 않으려 하고 아예 목을 오른쪽으로 돌리고 있기도 한다.

사람들은 직업의 성격에 따라 어느 한쪽 뇌만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것이 별것 아니지만 몇 년 또는 몇 십 년 동안 뇌를 편중해 사용하면 아이디어 고갈이나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몸의 회복 능력과 균형감이 파괴돼 두통, 피로, 불면에 시달리게 된다.

균형 잡힌 정신 생활을 하려면 왼뇌와 오른뇌를 골고루 써서 이성적 활동과 감성적 활동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대개 마음의 병은 뇌를 골고루 쓰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뇌를 균형 있게 쓰는 훈련을 하면 마음과 육체의 병까지도 치료할 수 있다.

양쪽 뇌의 활동이 균형 잡힌 상태가 되면 건강과 면역 기능이 향상되며 기분도 좋아지게 된다. 실제로 대체 의학자·한의사·과학자 등이 중심이 돼 뇌의 편중 사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정신과 의사들은 뇌의 편중 사용을 고치기 위해 흔히 취미 요법을 쓴다. 한 심리 치료사는 왼뇌를 지나치게 써서 세금을 정산하는 시기만 되면 두통, 턱의 통증, 감기에 시달리는 30대 초반의 한 경리 담당 여성 환자에게 취미 요법을 썼다. 의사는 이 환자가 오래 전에 가수의 꿈을 꾸며 한때 음악을 공부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오른뇌의 사용을 자극하기 위해 음악 처방을 내렸다. 다시 노래를 하고 기타와 피아노를 연주하는 취미를 갖게 된 환자는 세금 정산 기간에도 고통에 시달리지 않게 됐다.

한편 3명의 자녀를 가진 한 주부는 십 년 이상을 아이들에게 시달리면서 살아왔다. 자꾸만 자기도 모르게 신경질과 짜증을 내게 된 그녀는 의사를 찾았다. 의사는 오른뇌를 많이 쓰는 이 주부에게 자신의 감정에 대해 누구에겐가 이야기를 하고, 문제를 글로 정리하며, 신문을 많이 읽게 했다. 왼뇌를 많이 쓰도록 한 것이다. 이 주부는 이런 식으로 컴퓨터 앞에서 일을 많이 하게 되면서 증세가 상당히 치료됐다.

최근에는 뇌의 편중 사용을 측정하는 장치도 나왔다. 이 장치로 300명의 환자를 분석했더니 대부분의 직업인이 뇌의 한쪽만을 주로 사용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예를 들어 기술자, 회계 관리자, 변호사, 과학자, 외과 의사는 왼뇌를 혹사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인사 관리자, 유아원 교사, 예술가, 사회 활동가, 판매원, 기업가들은 오른뇌를 많이 쓴다.

광운대 경영학과 이홍 교수는 기업주의 뇌 활용 성향이 기업 문화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그는 삼성 이병철 회장은 합리성, 분석을 강조하고 위험을 기피하는 ‘왼뇌형’ 기업가이고, 현대 정주영 회장은 직관과 전체 맥락을 중시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오른뇌형’ 기업가로 본다. 창업주의 뇌 활용 성향의 차이는 기업 문화 전반에도 영향을 미쳐 임원들의 의사 결정과 예산 시스템까지 두 그룹은 완전히 딴판이다.

삼성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보면 분석 보고서를 제출하느라 왼뇌를 혹사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 이런 삼성맨들은 감성 지능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감성 지능은 시사 주간지 타임이 1995년 10월 2일자에 심리학자인 대니얼 고울맨 박사의 저서인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을 커버 스토리로 소개하면서 퍼진 개념이다. 무려 500만 부나 팔린 이 책에서 고울맨은 IQ 검사나 SAT(학업적성검사) 같은 검사로 인간의 지능을 평가해 온 오랜 전통에 반기를 들고 정서 지능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울맨은 정서 지능을 다음의 다섯 가지 능력으로 본다. 첫째 자신의 정서를 얼마나 잘 이해하나, 둘째 분노, 우울, 흥분, 불안 같은 감정을 얼마나 잘 조절할 수 있나, 셋째 자신의 감정을 목적에 맞도록 잘 정렬해 주의력을 집중하고 동기를 스스로 부여할 수 있나, 넷째 다른 사람의 감정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가, 다섯째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해 대인 관계를 얼마나 원활히 하고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정서 지능을 오래 동안 연구해 온 부산여대 교육학과 정홍섭 교수는 특히 가정 교육이 자녀의 감성 지능 발달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 교수가 아이들의 감성 지능을 기르기 위해 제시하는 12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부부간에 서로 감정과 기분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줘라. 둘째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하라. 셋째 충동적 욕구를 참아낼 수 있게 하라. 넷째 가장 조절하기 힘든 감정인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줘라. 다섯째 성취의 즐거움을 알게 하라. 여섯째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갖게 하라. 일곱째 다른 사람의 기분과 감정에 공감할 수 있게 하라. 여덟째 자신의 기분을 솔직히 말하도록 격려하라. 아홉째 다른 사람의 감정과 기분을 관찰하는 기회를 많이 주라. 열째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게 하라. 열한째 또래들과 함께 어울리는 경험을 많이 시켜라. 열두째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사랑받는다는 것을 알게 하라. /신동호 뉴스와이어 편집장

'두뇌는 안봐도 알 수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2005/11/01)

사물을 눈으로 보지 않아도 뇌가 그것을 느낄 수 있을까.

인간의 두뇌가 광원이나 시각적 자극을 정확히 느끼는 맹인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뇌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또 다른 방법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 휴스턴 소재 라이스대학의 토니 로 교수는 31일 미 국립과학원(NAS) 회보 온라인판을 통해 인간의 두뇌가 이같은 '블라인드사이트'(Blindsight.盲視)를 가질 수 있으며, 이는 '의식'의 본질을 이해하고 일정한 유형의 시각 손상을 복구하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로 교수와 연구팀은 실험 대상자들의 뇌 후방에 위치한 시각 외피에 자기(磁氣) 진동을 줘 일시적으로 눈이 보이지 않도록 만든 뒤 컴퓨터 화면을 통해 수직 또는 수평선과 붉은색 및 초록색의 공이 번갈아 나타나도록 하는 두가지 실험을 했다.

실험결과 대상자들은 아무 것도 볼 수 없다고 말했으나 화면에 무엇이 나타났는지를 묻자 수직 및 수평선의 경우 선의 방향을 75%가 옳게 맞췄으며, 81%는 공의 색깔을 정확히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무작위로 화면 내용을 짐작하도록 한 실험에서는 50%의 정확성을 기록했다.

대상자들은 자신이 닥치는 대로 짐작한 대답이 이렇듯 높은 정답률을 기록한데 대해 놀라워했으며, 자신의 대답에 대해 자신감이 높을수록 정답률도 높았다.

로 교수는 이 같은 실험결과가 뇌의 특정 부분이 지각을 위해 필요하지만 일면으론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광범위한 정보처리 현상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같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대체 시각처리 과정이 시각 손상을 입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 국립시각연구소의 에드먼드 필츠기본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가 시각 경험의 또 다른 경로가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 주고 있지만 아직은 논쟁의 여지가 많고 많은 과학자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결과가 흥미롭지만 영화에서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잠재의식적 암시처럼 사람들이 모르는 인식능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faith@yna.co.kr

在美과학자 부부, 뇌세포 '생존' 메커니즘 규명 (서울=연합뉴스 2005-09-27)

뇌세포가 치매 등 뇌신경질환의 화학작용 공격에 맞서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메커니즘이 재미 한국인 과학자 부부에 의해 밝혀졌다.

보스턴대 의대의 류훈(39)?이정희(34) 부부 교수는 뇌신경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기관이 CREB란 단백질 물질과 반응해 방어 유전자를 발현시킴으로써 뇌관련 질병이 일으키는 해로운 산화적 스트레스(oxidative stress) 작용을 이겨낸다는 것을 세포실험으로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뇌세포가 뇌신경질환에 대항해 살아남으려는 핵심원리가 규명돼 이런 활동을 약물로 촉진시켜 해당 질병을 억제하는 연구에 적지않은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류교수는 "현재 CREB와 미토콘드리아의 작용을 활성화시켜 뇌신경세포의 보호기전을 북돋우는 약물을 연구 중"이라며 "이런 연구가 성공하면 치매나 중풍, 파킨슨병 등 뇌세포가 죽어가는 질환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막는 신약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류교수와 이교수가 제1저자와 제2저자로 각각 이름을 올린 논문으로 지난 16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인터넷판에 발표됐다.

류교수는 전북대에서 신경내분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하버드대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2004년부터 보스턴대 의대 신경학과에서 조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교수는 강원대에서 신경면역학 박사를 딴 뒤 도미, 역시 하버드대 연구원 생활을 거쳐 올해 초 남편과 같은 대학, 학과의 연구조교수로 임용됐다.

'머리 쓸수록 기억력 향상' 메커니즘 규명 (도쿄=연합뉴스 2005-09-15)

머리를 쓸수록 기억력이 향상되는 메커니즘이 일본 연구팀에 의해 규명됐다.

1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東京)대 연구팀은 공부를 하거나 문제를 푸느라 두뇌를 쓰면 시터파라는 뇌파가 나와 기억력을 좌우하는 뇌의 해마 신경세포가 증가하는 사실을 쥐 실험에서 확인했다.

연구팀은 인위적으로 신경세포를 늘리면 쇠퇴한 기억력을 회복하거나 우울증 치료에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뇌에 들어온 정보는 해마를 거쳐 기억된다. 학습 등으로 해마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신경세포가 증가하는 사실은 알려져 있으나 증가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시터파는 뭔가를 기억하려 하거나 공부에 집중하고 있을 때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연구팀은 시터파와 같은 패턴으로 변화하는 전류를 얇게 썬 쥐의 뇌에 흘려보내는 실험을 했다.

그러자 새로 생겨나는 신경세포가 1.5배로 증가했다. 시터파가 해마의 특정 신경세포를 자극해 이 신호가 `신경세포의 기본'이 되는 줄기세포에 전해져 신경세포로 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해마의 신경세포 신생을 늘리면 기억력을 높이는 일도 가능할지 모른다"면서 "우울증 환자는 새로 생겨나는 해마 신경세포가 적은 만큼 치료의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이날짜 미국 과학지 뉴론에 발표됐다.

지능 관장하는 뇌 부위 밝혀냈다 2005.09.08 ⓒScience Times

서울대 이건호 교수팀, 후두정엽과의 상관성 규명

 

▲ 뇌의 모습. ⓒ

영재들의 뇌 구조는 일반인의 뇌 구조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인류의 오랜 궁금증이었던 지능 발현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건호 교수 연구팀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기술(fMRI)를 이용해 사람의 지능 발현에 중추적 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대뇌피질의 일부인 '후두정엽'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8일 밝혔다.

연구팀은 지능지수가 상위 1% 이내에 속하는 실험 집단과 보통의 지능을 가진 집단에게 다양한 지능 과제를 수행하게 한 후 이들의 뇌 활동을 자기공명영상기술로 분석한 결과, 지능에 관여하는 핵심적인 뇌 부위가 대뇌피질의 일부분인 ‘후두정엽’ 부위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실험 참여 인원은 부산과학고(현 한국과학영재학교) 등 특목고 학생 25명과 일반 인문계 및 실업계 고교생 25명을 포함한 50명이며, 실험 기간은 2003년부터 2년간이다.

이 교수는 "향후 지능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이해가 뇌 기능적 차원에서 이뤄진다면 인지 기능 향상을 위해 교육 현장에서 실시되고 있는 다양한 학습 방법론에 대한 객관적 척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뛰어난 과학 영재를 조기에 발굴하고, 미래 핵심 전략기술인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한 각종 지능형시스템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지능과 뇌의 활성화 정도의 상관관계. ⓒ

연구팀 관계자는 “심리학적 방법론으로 일관해 온 지능에 대한 기존 연구를 기능적 차원에서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뇌기능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가 가능함을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이번 연구의 의의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뉴로이미지’ 인터넷판에 게재됐으며, 조만간 출판될 예정이다. /장미경 기자 rose@ksf.or.kr

 

 

 

 

 

영재 뇌 찍어보면 알 수 있다 [동아사이언스 2005-09-13]

 

인간의 뇌는 수많은 신경세포가 복잡한 연결망을 이룸으로써 고도의 인지능력을 발휘한다. 여러 뇌 신경세포끼리 연결돼 특정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장면을 상상한 이미지. 사진 제공 서울대

“MRI까지 찍었어?”

영국의 토트넘 홋스퍼 구단에 입성한 한국의 축구스타 이영표 선수가 지난달 30일 건강테스트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까지 마쳤다는 소식이 들렸다. 뼈 속이나 관절 상태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이 첨단의료장치가 놀랍게도 운동선수의 몸 상태를 체크하는 데도 쓰이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운동선수의 ‘천재성’을 가리기 위해 더욱 놀라운 검사가 벌어질지 모른다. 온몸의 신경계를 관장하는 뇌를 영상으로 촬영하면 천재적인 운동성을 갖췄는지 여부를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등장할 만한 이 얘기가 적어도 ‘지적 능력’에 관한 한 국내 과학자에 의해 현실화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건호 연구교수. 그는 국내에서 ‘영재’라 불리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까다로운 문제를 풀게 하면서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뇌의 상태를 촬영했다. 조사 결과 지적 능력이 뛰어날수록 뇌의 윗부분(후두정엽)에서 특정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지금까지 일반적인 추론능력을 담당하는 부위가 뇌의 앞부분(전전두엽)이라는 사실은 몇 차례 밝혀진 적이 있었다. 2003년부터 2년간 과학기술부 ‘뇌기능 활용 및 뇌질환치료기술개발 연구사업단’의 지원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는 국제저널 ‘뉴로이미지(NeuroImage)’ 최신호에 소개됐다.

이 교수는 국내 부산과학고 등 특목고 학생 25명과 일반 인문계 및 실업계 고교생 25명을 선발했다. 특목고 학생은 지능지수(IQ)가 동일 연령대(16∼18세)에서 상위 1% 이내에 속했고 나머지는 30∼70%에 해당했다.

이 교수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나타내는 한 가지 지표인 ‘추론능력’을 측정했다. fMRI 장치 안에 학생을 눕히고 눈앞에 장치된 화면을 통해 인지심리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공인된 ‘레이븐 테스트’를 실시하면서 뇌를 촬영한 것. 보기에서 주어진 몇 가지 도형의 변화 패턴을 인지한 후 문제에서 원하는 도형을 추론하게 하는 방식이다.

예상대로 IQ가 높은 학생일수록 정답을 많이 맞혔다. 그런데 정답을 맞힐 때 후두정엽의 특정 부위가 뚜렷하게 활성화됐다. 특히 정답을 많이 맞힌 학생일수록 활성화 정도가 강하게 나타났다.

 

서울대 이건호 교수팀이 추론능력을 담당하는 뇌 부위를 포착한 영상. 좌뇌와 우뇌 앞부분(전전두엽)과 윗부분(후두정엽)에서 붉

게 나타난 곳이 추론능력을 관장하는 곳이다. 사진 제공 서울대

이 교수는 “뇌의 특정 부위가 활발히 활동하면 혈액이 몰려들어 fMRI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며 “이번 연구는 사람별 추론능력의 차이를 생물학적으로 처음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가 한국의 영재교육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재를 선발할 때 fMRI 촬영 결과를 참조하자는 것. 지금까지는 영재성을 판별할 때 시험을 치르게 하거나 과제 수행 과정을 가까이서 관찰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높은 점수를 받아도 이것이 타고난 능력 때문인지, 후천적 학습 효과 때문인지 알기 어렵다.

이 교수는 “추론능력은 학계에서 선천적인 능력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천부적인 추론능력을 갖춘 영재를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추론능력이 선천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뇌기능 활용 및 뇌질환치료기술개발 연구사업단 김경진(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단장은 “뇌가 청소년기에도 계속 성장한다는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에 추론능력이 반드시 선천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소년기의 뇌는 전반적으로 신경세포의 수가 늘고 이들끼리의 연결이 증가해 유아기에 버금가는 ‘뇌의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특목고 학생들이 과거에 도형 문제풀이를 많이 해 봤을 수도 있다.

또 지적 능력에는 추론능력 외에도 창의성이나 집중력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 교수의 이번 연구는 뇌 영상만으로 영재를 판별할 수 있다기보다 인간의 지적 능력을 생물학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를 제시했다는 데서 의의가 크다.

글 : 김훈기 기자 wolfkim@donga.com

발췌 : 동아사이언스, http://www.dongascience.com/

텔레파시로 의사소통하는 시대 인간의 뇌를 들여다보다 2005.09.04 ⓒScience Times

 

 

과학과 정보통신 기술의 눈부신 발달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할 편리함을 인간에게 가져다주고 있다. 그러나 브레이크가 없어 보이는 기술의 발달은, 또 갈수록 그 속도를 더해가는 기술의 발달은 이제 인간 그 자체를 탐구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인간이 기술 발달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객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과학기술이 해결해야 할 마지막 종착역도 결국 인간과 생명에 걸려 있는 빗장을 푸는 것일는지 모른다.

굳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간복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미 현 수준의 과학과 정보통신기술만으로도 인간은 스스로를 해부하고 있다.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스스로를 발가벗기고 있는 셈이다.

인간의 의지 속에서 생물학적 반응을 발라내서 진실을 찾아내는 거짓말 탐지기는 이미 보편화돼 이제 더 이상 신기하다는 느낌마저 주지 않는다.

초소형 센서의 등장은 사회 전반의 변화는 물론 인간에게도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966년에 제작된 공상과학영화 '환상여행(Fantastic Voyage)'에는 초소형 잠수함이 사람의 혈관 속을 돌아다니며 탐험한다는 다소 황당한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최근의 기술발전 추이를 보면 머지않아 이 같은 기술이 실용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대덕밸리 벤처기업 림스테크놀러지가 개발한 '뉴로헤드셋'. ⓒ

이 같은 낙관적인 관측에 힘을 실어 주는 사례 중의 하나가 '스마트 먼지'다. 미국 버클리대학 연구소에서 수년 전부터 연구해온 글자 그대로 '똑똑한 먼지'는 시장 조사기관인 IDC가 인류의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9대 기술 중의 하나로 선정할 만큼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 먼지는 센서와 통신장치, 그리고 컴퓨터 능력을 실리콘 모트(Mote) 안에 집어넣은 것이다. 현재는 약 5mm 정도 크기지만, 앞으로 말 그대로 먼지처럼 작아질 수도 있다. 따라서 먼지처럼 공중에 떠다니면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따라서 용도는 기상 관측에서부터 스파이 행위까지 다양하다.

실제 이 기술은 군사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사시에 전장에 수십만 개의 스마트 먼지를 살포하면 적군의 병력 이동은 물론 건강 상태까지 파악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먼지가 세균과 결합하고, 특정 주파수의 전파에서만 터지게 만든다면 보다 강력한 생화학 무기로 바뀔 수도 있다.

과학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인간을 이 정도로 해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바로 본인이 아무리 숨기려 해도 인간의 마음과 생각을 읽어내고, 과거 행적의 일거수일투족을 찾아내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텔레파시통신이 대표적인 예다.

텔레파시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원격감응현상이다. 떨어진 상태에서 서로의 생각들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텔레파시 현상이다. 간혹 수백km 떨어진 곳에 있는 자식에게 큰 사고가 났을 같은 시간에 부모의 가슴이 이유 없이 두근거렸다는 식의 얘길 듣는다. 바로 텔레파시다. 텔레파시의 사용은 이미 상당한 정도로 그 가능성이 입증되고 있다.

지난 5월 독일의 한 연구소가 3년간에 걸친 연구 끝에 내놓은 '생각으로 구동하는 컴퓨터'는 텔레파시 통신이 이미 시작됐음을 알려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소는 시연회에서 128개의 뇌파감지장치가 달린 모자를 쓰면 피부에 나타나는 뇌파의 움직임을 읽어 생각하는 대로 컴퓨터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판이나 마우스로 물리적인 지시를 내리지 않고도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모니터 화면에 빗방울 같은 무늬가 흘러내릴 때 방향을 바꾸는 등 아직은 단순한 기능들이다. 그렇지만 간단한 동작은 90%의 정확도를 보였다.

▲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말이 필요없는 통신시대가 올 것이다. ⓒ

이는 향후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잠재력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전신마비 장애자에게 생각으로만 움직이는 인공 수족을 줄 수도 있다. 독일의 이 연구소는 3년 안에 전신마비장애자에게 인공수족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특히 실험 결과 생각을 통한 컴퓨터의 조작은 인간의 손발이 뇌에 반응하는 것보다 더 빠른 것으로 드러났다.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는 차를 보고 운전자가 급브레이크를 밟아 정지하는 시간보다 운전자의 시각에 컴퓨터가 반응하는 시간이 더 빠르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 기술은 긴급 제동장치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대덕밸리의 벤처기업이 뇌파로 장난감을 움직이는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휴대전화가 불필요해질지도 모른다. 또 지하철 속에서 통화 때문에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말이 필요 없는 통신시대가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또 인간의 뇌를 들여다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미 지난 91년에 로렌스 파웰 박사는 사람의 머리에 10개의 미세 전극이 내장된 장치를 씌우고 범죄 장면을 컴퓨터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뇌의 반응을 살핌으로써 범인을 찾아내는 방식을 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피의자가 아무리 범죄를 부인하려 해도 뇌가 주인을 배반해 범죄를 자백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들어맞지 않는 시대가 오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2년 영국의 케빈 워릭 교수는 자신과 부인의 손목 밑에 100개의 실리콘 전극 뭉치를 삽입하고 컴퓨터를 매개로 통신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부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전극 뭉치는 신호를 컴퓨터로 보냈고, 컴퓨터는 이 신호를 해독해 인터넷을 통해 다른 컴퓨터로 전송했다. 신호를 받은 컴퓨터는 이 정보를 다시 워릭 교수의 이식장치에 연결된 안테나로 보낸다. 워릭 교수는 2050년쯤에는 사람들이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을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김호진 정보통신 칼럼니스트

뇌 속 아연 연구해 치매정복 앞당긴다 - 중추신경계시냅스아연연구단 고재영 교수

(동아사이언스 2005년 08월 18일)

뇌 안에 금속이 존재한다? 울산의대 신경과 고재영(50) 교수를 찾아가던 날 머리 속에서 계속 떠오른 의문이었다. 고 교수는 방문 며칠 전 전화통화에서 자신의 연구분야가 뇌 속에 존재하는 금속인 아연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아연의 이미지는 썩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아연 가루를 많이 들이마시면 오한과 고열이 일어난다. 그래서 아연을 연구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금속제련소에서 발생하는 직업병을 연구하는 학자를 떠올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고 교수의 관심은 뇌 안에 존재하는 ‘천연 아연’이다.

노벨상 후보 데니스 최와의 만남

고재영 교수는 기초의학자일 뿐 아니라 임상의로서의 경력도 풍부하다. 신경질환자의 상태를 직접 진찰하고 기초연구도 동시에 수행하는 국내에서는 드문 과학자다.

“뇌 세포 안에는 극미량의 아연이 존재해요. 평소에는 다른 신경세포에 신호를 전달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과도하게 분비되면 세포를 죽게 만들죠. 현대 난치병의 하나로 꼽히는 치매도 바로 아연의 과다한 분비가 한 가지 원인이에요.”

우리 몸에는 아연(Zn), 철분(Fe), 칼슘(Ca), 구리(Cu) 등 여러 가지 금속 원소들이 주요한 생리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금속의 양이 과도하게 부족하거나 지나치게 많으면 질병이 발생한다. 고 교수는 이 가운데 ‘아연과 관련된 뇌질환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고 교수는 아연 연구에 20년 이상을 매달려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쏟아냈다. 1997년부터 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창의연구단의 하나인 중추신경계시냅스아연연구단을 이끌기 시작한 것도 그의 남다른 연구업적이 인정받았기 때문.

고 교수는 1981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로 유학을 떠났다. 그의 스승은 노벨상 수상에 근접했다고 알려진 한국계 과학자 데니스 최(52). 데니스 최는 현재 다국적 제약회사인 머크(MSD) 연구소 부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신경생리학자다(이 연구소의 연구개발부문 총괄 부사장은 역시 노벨상 후보의 한 명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한국계 과학자 피터 김이다).

흥미롭게도 데니스 최 박사는 조미료 성분의 일종인 ‘글루타메이트’ 전문가다. 뇌 신경세포에서 글루타메이트가 과도하게 분비되면 독성을 일으켜 뇌졸중 등 각종 질환을 낳는다. 스승과 제자 모두 얼핏 생각하면 뇌와는 직접 관련이 없어보이는 ‘엉뚱한’ 소재를 택한 셈이다.

‘사이언스’에 6편 게재

아연이 뇌에서 분비된다는 사실은 1950년대부터 알려져 있었다. 고 교수는 아연이 글루타메이트 못지 않은 독성 물질이라는 점을 규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유학 첫 해부터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했다. 최근까지 ‘사이언스’에만 발표한 논문 수는 6편. 한국 학계에서 드문 업적이다.

고 교수의 또 한 가지 ‘드문 면’은 환자를 직접 치료한 임상경험이 풍부하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실험실에서만 머물지 않고 직접 신경계 질환자들을 진찰하고 있다. 이런 임상경험은 ‘본업’인 기초연구에 큰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2002년에는 생쥐실험을 통해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을 일으키는 독성 단백질(베타아밀로이드)이 아연 때문에 많이 축적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 치매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우리 몸이 아연에 많이 노출되면 치매에 잘 걸리게 되는 것일까. 고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뇌는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이기 때문에 다른 부위에서 오는 물질로부터 잘 보호돼 있다. 행여 음식이나 호흡을 통해 인체에 들어온다고 해도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고 교수가 비유해 설명한 사례는 ‘중국레스토랑 신드럼.’ 중국 음식에는 조미료가 많이 들어있다. 그렇다면 손님들이 조미료 성분인 글루타메이트를 많이 섭취하게 되는 꼴. 그래서 한 때 중국레스토랑을 애용하는 사람들이 두통에 시달린다는 ‘오해’가 생긴 것이다.

‘네이처 리뷰’에 소개, ‘아연 학설’ 정립

지난 6월 1일 고 교수는 과학자로서 가장 가슴 뿌듯한 날을 맞았다.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온 자신의 이론을 이날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네이처 리뷰 뉴로사이언스(Nature Reviews Neuroscience)’에 발표했기 때문이다. ‘리뷰’란 용어가 붙은 전문지는 단순히 새로운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수십년간 진행된 연구결과를 종합해 하나의 ‘학설’을 세워 소개한다.

“치매뿐 아니라 세포가 죽는 모든 과정에 아연이 관여한다고 생각해요. 또 분비되는 양이 지나치게 적어도 병이 생기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동양철학에서 얘기하는 음양의 조화 같은 개념이죠.”

중추신경계시냅스아연연구단은?

1997년 과학기술부가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선정된 연구단이다. 여러 신경계 질환 가운데 뇌 안에 존재하는 아연이 어떤 역할을 하는 지를 밝히고 이에 근거한 질환 치료제 발견을 중심 목표로 삼고 출발했다. 최근까지 뇌경색이나 간질 등 급성 뇌 손상이 일어날 때 아연이 신경세포 안으로 유입되거나 내부에 축적돼 신경세포의 죽음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밝혀왔다. 아연이 신경세포를 죽이는 여러 과정들을 차단함으로써 신경세포사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항상 평균 10여명의 연구원이 실험에 매달려 왔다. 고 교수가 처음 연구단을 이끌던 시절에는 울산의대에 대학원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연구원을 뽑아 와야 했다. 연구실을 거쳐간 멤버들은 현재 울산의대를 포함해 서울대 세종대 등에서 교수로 임용돼 활약을 펼치고 있다.

현재 고 교수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연구프로젝트를 신청하고 있다. 인체 내 포도당이 분해돼 만들어진 파이러베이트라는 물질이 아연에 의한 세포의 사망을 막는다는 연구결과를 임상적으로 테스트하기 위해서다. 교통사고로 뇌손상을 당한 환자가 대상이다. 자신의 ‘기초연구’ 성과가 환자에게 직접 적용될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글/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베일 벗는 뇌의 비밀

 

‘최후의 미개척지’라는 뇌과학(Brain Science)은 지금 가장 활기 넘치는 연구분야의 하나다. 인간의 끝없는 탐구욕은 신비에 싸였던 뇌의 비밀을 속속 밝혀내고 있다.

최근의 뇌 연구 성과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글리아(glia) 세포의 중요성을 밝혀낸 것이다. 그동안 뇌 연구는 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신경세포, 즉 뉴런의 연구에 집중해왔다.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특화된 기능을 가진 뉴런이 ‘뇌의 주인’으로 대접받았다. 반면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synapse) 등을 구성하는 글리아 세포는 신경세포들이 얽힌 회로망을 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존재지만 소홀히 다뤄져 왔다. 뉴런과 같은 전기적 흥분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뉴런의 작용을 돕지만 정보 전달을 담당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됐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글리아 세포는 전기적이 아닌 화학적 흥분을 일으키는 세포임이 밝혀졌다. 더욱이 최근에는 뇌 속에 퍼져 있는 글리아 세포의 일종인 ‘성상교세포(星狀膠細胞)’의 네트워크가 뉴런의 네트워크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음이 알려져 글리아 세포는 뉴런과 나란히 뇌의 주역으로 도약하고 있다. 뉴런과는 또다른 정보전달 체계가 뇌 속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밝혀진 신경전달물질 100가지 넘어

뇌 속 호르몬의 정체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인류가 오랫동안 탐구해온 인간의 마음이 곧 뇌 속 호르몬의 작용에 다름아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뇌 과학자에 따르면 사람이 평화로움을 느낄 때 반대로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각기 다른 호르몬이 뇌 속에서 나온다. 평화는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과, 분노는 ‘노르아드레날린’이란 호르몬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사랑을 하거나 쾌락을 느낄 때는 ‘도파민’이라는 중독성이 강한 물질이 나오는 것이 밝혀졌다.

시냅스를 매개로 뉴런끼리 연결된 신경회로망에서 전기신호는 시냅스에서 화학신호로 전환됐다가 다시 전기신호로 바뀌는데 각종 호르몬은 이 과정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면서 동시에 뇌의 작용에 관여하고 있다. 이런 신경전달물질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도 100가지가 넘는다. 이러한 물질의 발견은 인간의 마음이 뇌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으로 각종 정신질환의 치료에도 새 장을 열고 있다.

 

▲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


좌·우 뇌의 차이에 대한 연구도 심화되고 있다. 좌·우 뇌의 차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진 것은 1970년대 이후로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간질병 환자의 뇌에서 우반구와 좌반구를 연결하는 다리, 이른바 뇌량의 한가운데를 절단한 결과 우반구에서 일어난 발작이 좌반구에는 전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좌뇌와 우뇌가 별개라는 점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좌뇌는 읽고 쓰고 계산하는 논리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반면 우뇌는 그림이나 음악 등의 감성적 세계를 담당하는 것으로 설명됐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에 대해 뚜렷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좌뇌와 우뇌의 신경회로가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5월 일본 이화학연구소 뇌과학종합연구센터의 오카모토 히토시 박사, 아이자와 히데노리 박사와 런던 대학의 스티브 윌슨 박사 등의 공동 연구팀은 물고기 뇌에 대한 연구를 통해 뇌 신경 회로망이 좌뇌와 우뇌가 다르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하였다. 연구팀이 관찰한 제브라 피시라는 열대어의 경우 좌뇌와 우뇌에 한 쌍씩 있는 ‘하베눌라’라는 부분의 신경회로가 좌우대칭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지금까진 좌·우 뇌의 차이가 인간 특유의 현상이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좌·우 뇌의 차이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전체 척추동물에서 폭넓게 보인다고 한다.

죄·우뇌 신경회로 서로 달라

남성과 여성의 뇌의 차이에 대한 연구도 계속 진전하고 있다. 대체로 남성 뇌의 표면적은 여성보다 10% 정도가 넓고 기능과 작용에서도 차이가 있다. 예컨대 여성의 좌·우 뇌는 남성보다 더 긴밀히 상호작용을 하고, 언어능력을 좌우하는 영역의 작용이 더 활발하다. 반면 남성의 뇌는 이성과 감정의 영역이 여성보다 확실하게 구분돼 있고 기계적 추론과 공간지각 능력 등이 여성보다 뛰어나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3월 “생물학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두뇌 크기와 그 작용 등은 차이가 있지만 환경과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최근 뇌 과학 연구를 인용해 보도했다.

‘남성과 여성의 뇌에서 지능을 담당하는 구조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주목을 받았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 대학의 리처드 하이어 박사는 지난 1월 신경학전문지 ‘뉴로이미지’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지능과 관계된 부위는 남성은 뇌의 회색질(gray matter)에 많고 여성은 백색질(white matter)에 많다”고 주장했다. 회색질은 대뇌반구의 바깥쪽 표면을 싸고 있는 곳이고 백색질은 그 안쪽에 있는 부위로, 회색질 가운데 지능과 관련된 부분은 남성이 여성보다 6.5배 많고 백색질에서 지능과 관련된 부분은 여성이 남성보다 10배 많다는 것이다.

또 남녀간에는 지능을 담당하는 부위의 크기만 다른 것이 아니라 그 분포도 달라 남성은 회색질의 지능 담당 부위가 뇌 전체에 고르게 분산되어 있는 반면 여성은 대뇌의 앞쪽인 전두엽에 국한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인간진화 과정에서 지능과 관련해 두 가지 형태의 뇌가 만들어졌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

 

인류의 뇌에 대한 탐구는 뇌를 복제하려는 ‘야심(野心)’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컴퓨터 회사인 IBM은 스위스 로잔공대(EPFL) 두뇌정신연구소와 함께 세계 최초로 정밀한 컴퓨터 뇌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블루 브레인(Blue Brain)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연구는 영장류의 출현과 함께 발달해온 대뇌 신피질과 닮은 컴퓨터 모델을 만드는 것. 신피질은 인간 뇌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부분으로 언어, 기억, 분석, 판단 등 뇌의 가장 복잡한 기능을 담당한다.

2050년 인간의 의식 다운로드

이 프로젝트 연구책임자인 헨리 마크램 로잔공대 교수는 “IBM의 수퍼컴퓨터 블루진을 이용해 2~3년 안에 3차원 신피질 모델을 완성하는 것이 1차 과제”라고 밝혔다. 이를 기초로 감정을 담당하는 구피질, 원초적 본능을 담당하는 뇌간 등 뇌의 다른 부분으로 모델링 작업을 확대해 10년 안에 인간 두뇌 전체에 대한 컴퓨터 뇌 모델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두뇌의 작동 과정을 완벽히 재현해 컴퓨터로 모의실험을 함으로써 두뇌의 신경회로 이상으로 발생하는 각종 정신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며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 주겠다는 게 연구의 목표다.

인간의 뇌에 도전하는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21세기 중반에 가면 심지어 인간의 의식을 컴퓨터로 다운받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이언 피어슨 브리티시텔레콤 (BT) 미래학 팀장은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2050년이면 인간의 의식을 수퍼컴퓨터로 다운받아 저장할 수 있으며 2075~2080년까지는 이 기술이 널리 보급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육체의 죽음을 넘어서는 영혼불멸의 시대가 과학의 발달로 도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뇌를 복제하고 뇌의 기능을 대체하려는 이 같은 노력이 아직은 뚜렷한 한계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간의 뇌를 비슷하게 흉내낼 수는 있지만 뇌와 똑같은 것을 만들기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인간의 뇌는 아직도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신비한 부분이 너무 많다.

예컨대 기억작용의 경우 뇌에서 이뤄지는 것이 명확하지만 어떤 세포와 시냅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메커니즘은 아직 비밀에 싸여 있다. 기억이 어떤 세포에 어떻게 저장되는지를 규명할 수 있다면 기억이 손상되는 질병인 치매의 치료도 가능해진다.

기억의 메커니즘에서 또 규명돼야 할 것은 어떻게 인간의 기억이 지워지느냐는 부분이다. 인간의 뇌가 모든 기억을 저장하고 있다면 뇌 기능 자체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지만 뇌는 한번 기억한 것을 적극적으로 잊게 하는 메커니즘이 분명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아직까지 알려져 있지 않다. 또한 시각정보, 운동정보가 뇌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지되느냐는 것도 아직 연구의 초보 단계에 와 있을 따름이다.

인간의 뇌가 뛰어난 것은 유전적 제약을 뛰어넘어 자율적으로 기능하고 학습하면서 발전한다는 것이다. 컴퓨터는 학습이 불가능하지만 뇌는 학습이 가능하다. 여기서 불가사의한 것은 뇌세포도 간이나 심장세포처럼 원래 1개의 수정란이고 완전히 같은 유전자의 세트밖에 갖고 있지 않은데 왜 뇌세포만이 유전적 제약을 넘는 ‘독특함’을 획득한 것일까 하는 점이다. 이것 역시 앞으로 연구되어야 할 부분이다.

사실 인간의 뇌는 과학의 도전을 거부할 만큼 복잡하고 미묘한 세계다. 우리 뇌 속에는 약 1000억개의 뉴런이 있다. 이것은 은하계에 있는 별의 수와 맞먹는 규모다. 하나의 뉴런은 이웃해 있는 수천 개의 다른 뉴런과 연결돼 있다.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감을 잡을 수 없는 장대한 세계, 생명이 다할 때까지 움직이고 팽창하는 또 다른 우주가 바로 우리의 뇌다.

인류가 개가를 올린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30억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진 DNA를 조사하여 어디에 어떤 유전자가 있는지를 밝히는 이른바 ‘지도 만들기’였다. 다음은 뇌다. 1000억개가 넘는 뉴런이 만들어 내는 매우 복잡한 시스템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뇌 지도를 만드는 일이 우선이다. 뇌의 어떤 부위가 어떤 기능을 할까. 완벽한 뇌 지도를 그리기 위한 인류의 탐구는 계속되고 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bluesky-pu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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