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뇌편측화(cerebral lateralization)와 언어영역(language area)

 

 

 

우리 몸의 기관은 양측성인 것이 대부분으로 양쪽이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이는 한쪽이 손상되었을 경우에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발달한 진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뇌 역시 진화단계의 초기에는 양측성으로 발생하였고 양쪽의 기능이 동일하였다고 생각되지만, 사람에서는 뇌가 매우 발달하여 대단히 많은 신경원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양쪽 뇌의 기능이 이차적으로 분화되었다. 이와 같이 양쪽 뇌의 동일한 부분의 기능이 서로 다른 현상을 대뇌외측화(cerebral lateralization)라고 하며, 한쪽에만 우세하게 어느 기능이 발달하였다면 그 기능이 우세화(dominance)되었다고 하고 그 쪽 반구를 어떤 특정한 기능에 대해 우세반구(dominant hemisphere)라고 한다. 이러한 대뇌외측화는 몸의 양쪽에서 모두 입력을 받거나 출력을 내보내는 감각피질과 운동피질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주로 연합피질에서 나타난다.

사람에서 대뇌외측화의 대표적인 예는 언어(language)이며, 언어가 자리잡은 반구를 우세반구(dominant hemisphere)라고 한다. 오른손잡이의 96%와 왼손잡이의 70%는 좌반구(left hemisphere)에 언어중추(language center)가 있으며 따라서 좌반구가 우세반구이다. 왼손잡이의 15%는 우반구에 언어중추가 있어 우반구가 우세반구이며, 나머지 15%는 양쪽 반구 사이에 언어기능에 큰 차이가 없다. 실제로 언어영역 중의 하나인 베르니케영역(Wernicke's area)이 있는 측두평면(planum temporale)의 크기를 보면 65%가 왼쪽이 오른쪽보다 크고 24%는 거의 동일하였으며, 11%에서만 오른쪽이 컸다.

일반적으로 우세반구는 말하기, 쓰기 등 언어 외에 간단한 산술적 계산(calculation)도 담당한다. 반면 비우세반구(non-dominant hemisphere)는 복잡한 3차원적 구조를 인식하는 공간지각(spatial perception), 노래(sing)나 악기 연주(playing musical instrument) 등의 예술적 기능, 사람 얼굴의 인식(face recognition), 한자인식 등을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의 뇌에는 두 개의 대표적인 언어영역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언어의 표현(expression)에 관여하는 부위로 브로카영역(Broca's area) 또는 운동언어영역(motor language area)이라고 하는 부위이고 다른 한 부분은 언어를 수용(reception)하여 이해하는 측면에 관여하는 부위로 베르니케영역(Wernicke's area) 또는 감각언어영역(sensory language area)이라고 한다. 브로카영역은 하전두이랑(inferior frontal gyrus)의 삼각부(pars triangularis)와 판개부(pars opercularis)를 함께 일컫는 용어로 브로드만영역 44와 45에 해당하는 부위이다. 베르니케영역, 즉 감각언어중추(sensory speech center)는 측두엽 상측두이랑(superior temporal gyrus)의 뒤쪽과 두정엽 하두정소엽(inferior parietal lobule)의 변연상이랑(supramarginal gyrus, 연상회, 모서리위이랑)과 각이랑(angular gyrus, 각회)에 있으며, 브로드만영역 22 후반부와 39, 40에 해당한다.13) 감각언어영역과 운동언어영역은 상세로다발(superior longitudinal fasciculus, 궁상다발 arcuate fasciculus)에 의해 연결되어 있다(그림 11-13). 또한 정상적인 언어기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운동영역의 하나인 보완운동영역(SMA)이 손상되지 않아야만 한다.

언어영역이 손상되면 실어증(aphasia)이 나타난다. 감각성실어증(sensory aphasia, 베르니케실어증 Wernicke's aphasia)은 베르니케영역이 손상된 경우로 언어를 이해하는 측면에 문제가 생겨 청각이나 시각은 정상이지만 말을 듣거나 읽었을 때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감각성실어증에서 자발적으로 말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두정엽쪽의 베르니케영역이 많이 손상되면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여 말하지 못하는 착각성실어증(jargon aphasia)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본인이 한 말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환자는 별로 이 부분에는 마음을 두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두정엽과 측두엽의 베르니케영역 중에서 일부분만 손상되면 다른 언어기능에는 이상이 없으나 특별히 적절한 단어를 찾는데 문제가 생기는 명칭실어증(anomic aphasia)이 생길 수 있다. 역시 감각성실어증의 한 형태 중에 각이랑(angular gyrus, 브로드만영역 39)부분이 손상된 경우 쓰여진 글을 읽어서 이해할 수 없는 증상 만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며, 이를 독서불능증(alexia)이라고 한다.

브로카영역이 손상되면 성대(vocal cord)의 근육에는 이상이 없어도 말을 할 수 없게 되는 운동성실어증(motor aphasia)이 나타난다. 손상이 심할 경우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으나 보통의 경우에는 간단한 한 두 음절의 말은 할 수 있다. 언어를 이해하는데에는 전혀 이상이 없기 때문에 환자 본인은 감각성실어증 환자와는 달리 크게 좌절하며 제대로 말을 하려고 노력하다가 결국은 다시 똑같은 한 음절의 말을 반복하게 된다. 운동성실어증에 동반되어 나타날 수 있는 증상 중에는 글자 하나 하나는 쓸 수 있지만 이를 합쳐서 의미있는 글 또는 단어를 쓸 수 없는 실서증(agraphia)이 있다.

감각성언어영역과 운동성언어영역을 연결하는 상세로다발(superior longitudinal fasciculus)이 손상되면 전도성실어증(conduction aphasia)이 나타난다. 전도성실어증에서 환자는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있으며 자발적으로 말할 수도 있으나 다른 사람의 말을 따라할 수 없으며, 말하는 것은 착각성실어증(jargon aphsia)에서와 같이 단어의 사용이 적절하지 못하다. 이 경우에도 환자가 자신의 말을 이해하는 데에는 이상이 없기 때문에 환자 본인은 자신의 말이 잘못 된것에 대해 크게 좌절하며 제대로 말을 하려고 노력하거나 아예 말을 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언어영역 전체가 손상된 경우에는 위의 증상이 모두 나타나며 이를 전실어증(global aphasia)이라고 한다.

 

 

 

 

 

 

 

 

 

 

 

 

 

 

 

 

 

 

 

 

 

 

 

 

 

 

 

 

 

 

 

 

 

 

 

 거울 뉴런

▶ 정의 : 
   남의 행동을 보기만 해도 관찰자가 직접 그 행동을 할 때와 똑같은 반응을 나타내는 뉴런

남의 행동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다는 의미에서 거울뉴런(mirror neuron)이라 명명

발견 : 짧은꼬리 원숭이의 전운동 피질에 전극을 꽂고 운동과 관련된 뇌 기능을 연구 중,  원숭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활성화된 뉴런 집단이 다른 원숭이가 그 행동을 하는 것을 지켜볼 때에도 똑같이 반응하는 현상을 관찰 ( 파르마大 신경과학자 지아코모 리조라티,1996 '브레인' 거울뉴런 발견을 보고 논문을 발표)

야코보니 교수는 최근 실험자에게 다양한 표정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뇌를 촬영한 결과, 화난 표정을 봤을 때는 뇌에서 얼굴 근육을 찡그릴 때 작동하는 영역이, 밝은 표정을 봤을 때 웃을 때 작동하는 영역이 반응 → 거울뉴런이 사진에 나타난 감정을 투영해 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인 변연계에 전달했을 것이라고 추측    

의미 : 거울뉴런에 의해 우리는 관찰한 타인의 행동은 무엇이든지 모방할 뿐만 아니라 느낌까지도 공유할 수 있게 한다.

- 타인의 의사와 행동을 이해하는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에 거울뉴런이 인류에게 언어와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을 제공 5만 년 전 인류 문화가 시작

■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사회적 동물로 진화한 이유도 거울뉴런이 더 발달했기 때문

 

- 다른 사람이 하품하는 모습을 보면 전염이 되어 입을 벌리게 되는 것

- 영화를 보다가 주인공이 눈물을 흘리면 감정이입(empathy)이 되어 따라서 울게 되는 것

- 신생아실의 아기들이 부모의 얼굴 표정을 흉내 내는 모습

- 축구경기에 열중해 있는 붉은악마는 마치 자신이 실제로 축구를 하는 것처럼 여김

거울뉴런 논란

- 의문제기 : 타인의 감정이나 의도를 파악하는 메커니즘은 단순히 세포에 비춰지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며, 거울뉴런이라는 특별한 세포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실험적 증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음.

뇌와 마음의 연결
-인지신경과학-


1. 머리말

마음과 몸의 관계 문제는 고대 희랍시대 이래로 마음에 대하여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끊임없이 던져 온 물음이다. 마음과 몸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가 하는 존재론적 문제에서부터 실제로 마음이 몸의 특성에 의해서 어떻게 제약되고, 가능하게 되는가 하는 상호작용의 구체적 좁은 범위의 처리과정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 의하여 계속 던져져온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예로부터 이원론적 생각이 지배하여 왔으며, 극단의 유물론자를 제외하고는 상호작용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없다. 이원론에서는 몸은 물리적, 신경적 법칙에 의해 지배되고, 마음은 심리적 법칙에 의해 지배된다는 입장이 기본이었다. 이러한 입장은 직관적으로는 타당하지만, 마음과 몸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해야 하며, 그 상호작용이 어디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이론과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19세기에 들어와서 다시 마음과 두뇌와의 관계의 문제로 개념화되고, 20세기에 이르러, 뇌가 마음의 작용을 어떻게 가능하게 하고, 제약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개념화가 이루어졌고, 뇌와 인지의 관계 문제가 가장 핵심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 장에서는 뇌와 인지의 관계에 대하여 심리학자들과 신경생리학자, 신경생물학자들이 물음을 던지며 경험적으로 연구해온 역사를 20세기 중엽 이전까지 간단히 개괄한 후, 20세기 후반기에 형성된 인지신경과학의 특성, 성과, 문제점들을 개관하기로 한다.

2. 마음과 뇌의 연결 역사: 희랍시대에서 20세기 중엽까지

2.1. 희랍시대에서 18세기까지

마음의 자리가 몸에서 어디이냐에 대한 생각은 희랍시대에서 중세기까지는 심장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물론 뇌가 마음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함을 인식한 선구자들도 있었다. 선사이전에도 이미 생존을 위해 뇌를 중요히 여겼던 증거가 있으며, 이집트의 의사들의 기록에 의하면 그들이 많은 뇌 질환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기원전 4세기경의 Hipocrates는 뇌가 감각의 장소일 뿐 아니라 지능의 장소라고 이미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의 학문을 지배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심장을 마음의 자리라고 보았고, 뇌는 흥분한 심장에서 데워진 피나 체액을 식히는 냉각장치, 축적기로 보았다. 이후 이러한 관점이 17세기의 데카르트까지 지속되었지만, 그래도 뇌를 마음의 기능의 자리로 보거나, 마음의 기능과 연결시켜 연구하려한 연구자들이 있었다. 대표적 인물이 2세기의 Galen이었다. 그는 대뇌가 감각의 수용기 이며 소뇌는 근육을 지배한다고 제안하였고, 뇌실의 발견과 그 이외의 뇌 기능의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 Vesalius에 의해서 뇌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고, 17세기에 들어 각종 기계의 발달은 뇌가 기계와 같은 작용을 한다는 생각이 형성되게 하였다. 이러한 생각이 데카르트에게서 기계로서의 몸과, 이와는 독립적 실체인 마음에 대한 이분법적 관점으로 재구성되었다. 데카르트는 뇌가 마음의 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그는 인간의 이성적 영혼(마음)처럼 완전하고 통일된 실체가 둘로 갈라져 있는 뇌의 좌우 반구에 자리잡고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그는 구체적으로는 송과선 이라는 작은 부위를 통해 마음과 몸이 상호작용한다고 보았다. 마음의 자리라고 볼 수 있는 송과선이란 뇌에서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데카르트 이후에 뇌는 연구자들의 주의를 더 받게 되었다. 17, 18세기를 거치면서 뇌 연구자들은 전통적인 송과선과 뇌실에 초점을 맞춘 관점에서 벗어나서 뇌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시각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관찰 중 하나가 17세기의 T. Willis가 발견한 뇌 섬유를 회질과 백질의 두가지로 구분한 것이다. 백질은 회질로 정보를 주거나 받는 섬유를 가지는 것으로 믿어졌다. 다른 발견은 회와 구의 발견인데 이것은 대뇌의 그어진 주름을 말한다. 이런 발견은 뇌를 엽(lobe)으로 나누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다른 연구자들은 뇌의 혈액 공급 중단이 마비를 가져온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뇌 한 쪽의 손상이 반대 쪽 신체의 마비나 이상을 가져온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발견에도 불구하고 1800년대까지는 뇌는 보편적 과학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경향을 전환시킨 것이 Gall의 골상학 연구이다.

2.2. Gall의 골상학과 뇌기능 국재론의 전개

독일의 의사 F. J. Gall(시대: 1758-1828)은 뇌의 좌우 반구의 섬유들이 교차되어 신체부분으로 연결됨을 발견하였고 여러 유형의 사람들 사이의 뇌의 유사성, 차이를 연구하였다. 그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그는 상이한 심적 기능이 뇌의 서로 다른 부분에 국재(편재)되어있다는(localized) 이론을 제기하였다. 그는 27개 이상의 심적 기능을 각각 담당하는 뇌의 각 부위 지도를 임의적으로 작성하여 제시하기도 하였다: 연애감정 담당 부위, 자존심 담당 부위, 희망 담당 부위 ... 등. 그는 또한 두개골의 모양이나 크기와 같은 물리적 차원을 측정하여 심적 기능과 연결시키려 하는 시도를 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고, 뇌가 마음 기능의 핵심적 자리임과, 뇌의 기능이 분화되어 편재되어(localized) 있다는 관점을 부각시키는데는 성공하였다. 그러나 그의 접근은 불충분한 관찰 증거로부터 과다하게 일반화, 추상화한 것이어서 경험적 검증 논리의 준거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잘못된 접근이었다. 그의 뇌기능 부위 지도는 실제로 해당 뇌의 부위가 그가 지적한 심리적 기능을 지녔는가의 타당성 여부의 문제 이전에 벌써 논리적으로 문제점이 있었다. 그 까닭은 뇌의 각 부위에 담당 심적 기능을 할당하기에 앞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심적 기능 또는 특성을 분류하는 분류체계의 논리적 타당성이다. 그런데 Gall은 이러한 심적 기능 범주의 분류체계의 논리적 타당성에 대한 선행 작업 없이, 자기 멋대로 비논리적 분류에 의거하여 범주경계가 불확실한 심적 특성을 뇌의 여러 상이한 부위에 할당하였던 것이다.
Gall의 골상학적 접근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인 것이 프랑스의 Flourens의 연구였다. P. Flourens은 19세기 초에 절제(ablation) 손상법을 사용한 엄밀한 실험을 통해서 뇌의 부분들을 단계적으로 절제하며 뇌의 각 부분들이 Gall이 지적한 바와 같은 심적 기능을 담당하는 가를 탐색하였다. 그 결과 Gall이 지적한 기능들을 뇌의 해당 부분이 담당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얻어졌다. 그보다는 여러 심적 기능이 공평하게 뇌의 각 부분에 분배되었을 가능성이 대두되었다. 그래서 그는 소뇌와 대뇌피질이 일부 특정 기능을 담당하기는 하지만(action propre) 그보다는 이 둘 사이의 협응과 의사소통, 조화가 더 중요하며, 뇌 전체가 공통적으로 함께 하는 통일적 기능(action commune)이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후의 연구들은 Flourens의 이론에 더 수용적이었으나, 일부 연구들은 Gall의 이론이 세부적으로는 부정확하지만 개념적으로는 타당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Bouillaud는 뇌의 앞부분에서 ‘언어 중추’에 해당하는 부위를 발견하였고, Aubertin은 좌측 전뇌 부분이 언어 담당임을 보였으며, P. Broca는 Tan이라고 불리는 환자의 연구를 통해 좌측전두엽 부분이 실어증 관련 부위임을 발견하였다. 이 부분이 현재 Broaca영역이라고 불리는 언어관련 영역이다. 이후 1870년대에 이르러 독일의 G. Fritsch와 E. Hitzig는 개의 뇌 부위에 전극을 연결하여 전기자극을 주는 새로운 연구방법을 사용하여 운동 담당 뇌 영역을 발견하였고, 같은 방법을 사용한 D. Ferrier는 시각영역, 청각영역, 감각영역을 발견하였다. 한편 같은 시기의 C. Wernicke은 임상적 관찰을 통해서 수용성실어증(sensory aphasia)과 운동성실어증(motor aphasia)의 구분 필요성을 확인하고, 측두엽에서 말의 이해를 담당하는 수용성 언어 영역인 Wernicke의 영역을 발견하였다.
Fritsch와 Wernicke 등의 연구는 단지 뇌 기능 영역의 발견을 더 추가했다는 의미를 넘어서는 의의를 지녔다. Fritsch 등의 연구는 뇌기능의 국재화가 타당한 연구가설임을, 그러나 Gall의 골상학적 세부 뇌기능 이론은 버려야 함을 인식시켰다. 그뿐 아니라 더 나아가 그는, 절제나 전기자극에 의해 뚜렷한 손상효과를 보이지 않는 뇌부위일지라도, 이러한 부위가 뚜렷한 기능을 지니는 인접 부위로부터 전달된 관련 정보의 기억 저장고의 역할을 할 가능성과, 이러한 부위들을 연결하는 영합영역의 중요성, 그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 등을 부각시켰다. 뇌기능의 국재화를 넘어선 상호연결, 협응, 통합의 기제1)에 대한 연구 관심을 일으킨 것이다.
다른 한 면으로는 Wernicke의 연구는 뇌의 신경학적 연구가 심적 기능에 대한 체계적 이론이 없이 단순히 탐색하고 발견하는 식의 연구가 아니라, 뇌기능에 대한 심리학적 이론을 먼저 설정하고 그 이론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이론 중심의 접근법을 출발시켰다. Wenicke는 수용성실어증과 운동성 실어증 현상을 관찰하고, 뇌의 언어 수용 기능과 말 산출(운동) 기능 사이에 어떤 연결 기능이 필요할 것이라는 심리학적 가설을 세우고, 뇌의 언어수용담당 영역과 언어운동 영역 사이의 어떤 연결 통로에 이상이 있는 사례(conduction aphasia)를 찾는 시도를 하였다. 이는 단순히 뇌기능의 국재화를 시행착오 식으로 경험적 증거를 찾을 것이 아니라, 심적 기능에 눈을 돌려서, 심적 기능에 어떠한 복잡한 과정들이 있는가를 이론적으로 먼저 탐색한 후에 그 기능을 뇌의 부위에서, 뇌의 과정에서 찾아내는 그러한 과학적 시도를 하게 한 것이다. 여기에서 전통적으로 의사들과 생리학자들 중심으로 전개되어 온 뇌의 연구가 심리학자들과 연결되어야 할 고리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2.3. 일반적 신경학적 연구의 기여

19세기의 뇌와 관련된 연구가 모두 뇌기능의 국재화 연구였던 것만은 아니다. 국재화 연구는 다음과 같은 17세기서부터의 몇 가지 기초적 연구들에 의해 뒷받침되어 이루어졌다.
그 하나는 뇌의 기능적 단위로서의 뉴론(neuron)의 발견을 들 수 있다. 현미경의 발달은 동물의 조직을 확대하여 관찰하는 것을 가능케 했는데, 1839년엔 독일의 동물학자인 Schwann이 세포이론이란 것을 제시하였다. 그것은 모든 조직이 세포라 불리는 미세단위의 조합이라는 것이다. 뇌에서 기초 단위로 보여지는 것은 신경세포이다. 신경세포는 세포체에서 여러 가닥이 뻗어져 나가는 모양으로 여러개의 신경세포는 서로 연결되어있다. 이런 연결을 신경망이라 부르고 신경과학이 이외의 컴퓨터 과학에 응용되기도 하는 기초지식으로 쓰이게 된다.
다음은 정보전달자로서의 신경세포 및 신경섬유의 개념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과학자인 Galvani와 독일의 생물학자인 du Bois-Reymond은 신경이 전기적으로 자극될 때 근육이 경직되는 것을 보여주었고, 뇌도 그 자신이 전기를 생성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발견은 뇌가 액체의 움직임에 의해서 신경정보를 전달한다는 이전의 관점을 뒤엎어 놓았다. 문제는 운동을 전달하는 것과 감각을 전달하는 것이 같은 경로에 의해서 인가이었는데 신경이 절단되면 감각과 운동이 같이 사라지는 결과로 같은 경로라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답은 1810년경에 얻어졌는데 영국의 Bell과 Magendie는 척수의 배근(dorsal root)과 복근(ventral root) 경로를 발견하여 이를 설명하였다. 즉 감각과 운동 기능은 다른 경로를 따라 처리된다는 것이다. 이에 추가하여 J. Mueller는 감각의 질은 대상 자극 자체가 아니라, 그 감각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담당하는 특정 신경섬유에 의해 결정된다는 특수에너지법칙(law of specific energies)을 제시하였다.
다음은 신경체계의 진화에 대한 연구이다. C. Darwin은 자연선택이라는 과정에 의해서 종 안에서의 차이가 발생한다 라는 이론을 전개한다. 이런 기제에 의해서 자손들이 그들의 부모와 다른 성격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수 세기동안의 변화가 오늘날의 종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다윈은 유전학 연구에 유전적 특성 행동을 포함시켰는데, 신체적 특성이 아닌 심리적 특성을 유전학의 연구주제로 포함시킨 것은 당시로 보아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다윈은 유사한 행동양식을 보이는 종은 같은 조상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였다. 대부분의 신경과학자들은 동물모델을 사용하여 인간행동을 이해하고자 한다. 반면 많은 행동요인들은 한 종이 차지하는 환경에 의해서 고도로 특수화되어 있다. 이런 견지에서 적응능력은 모든 종에서 뇌 구조와 그리고 기능에 잘 반영되어 남는다고 할 수 잇다. 종간의 뇌의 비교는 신경과학자로 하여금 다른 행동적 기능이 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아 볼 수 있게 하였다.

2.4. 뇌기능 등가론(等價論)의 전개

뇌기능 국재론 중심의 19세기의 연구가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또다른 전환점을 맞았다. 19세기 말의 영국의 신경학자 J. H. Jackson은 뇌의 좌우 반구 사이에 어떤 한 반구가 지배적인 특성을 지닌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 뇌의 부분 ‘A’ 가 손상되어 심리적 기능 ‘ㄱ’이 결함을 보인다하여 ‘A’가 ‘ㄱ’이라는 기능에 대한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논리에는 문제가 있다고 국재화 연구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20세기 초의 P. Marie, K Goldstein과 H. Head 등도 인지 기능은 편재화된 것이 아니라 두뇌가 전체적으로 반응하며, 같은 부분이 손상된 환자들이 서로 다른 기능의 결함을 보이거나 아무런 결함을 안 보이는 현장이 있음을 지적하고, 뇌는 모든 지적 활동에 뇌 전체가 하나의 통일체로 작동할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뇌기능 전체주의자들의 주장은 미국심리학자 Franz와 Lashley의 연구에 의하여 강력히 전개되었다. 1900년대 초의 S. I. Franz는 당시에 유행하던 동물 학습 연구에 뇌 절제술 방법의 접목을 시도하였다. 그는 동물에게 특정 행동을 학습시킨 후에 뇌의 일부분을 절제하였을 때에, 그 동물이 이전에 학습한 바를 기억하여 행동으로 수행하는가를 탐색하였다. 그 결과 특정 행동에 대한 학습된 기억이 뇌의 특정 부위에 저장되어 있는 것이 아님을 발견하게 되었다. 학습된 내용이 다른 부위에도 분산되어 저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또한 예를 들어 언어 담당 영역인 Broaca영역이나 Wernicke영역이 손상되어도 언어 능력이 복구되는 사례를 관찰하였다. 뇌기능의 편재화, 국재화를 넘어서는 가소성, 융통성을 발견한 것이다.
이후에 Franz와 공동연구를 시작한 K. S. Lashley는 행동주의 심리학의 연구의 전형인 동물의 미로학습 연구를 통해서 뇌기능의 국재화에 반대되는 연구 결과들을 발견하였다. 미로 학습을 한 쥐들의 뇌를 절제한 결과, 뇌부위에 따른 학습 수행 능력의 손상이 발견된 것이 아니라, 뇌 손상 양에 비례하여 학습 수행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학습된 경험의 내용이 뇌의 특정 부위에 저장된 것이 아니라 뇌 전역에 균등 분산 저장되어 있을 것이라는 이론을 지지하는 결과이었다. 이러한 결과를 근거로 Lashley는 균등능력(equipotentiality: 뇌의 어떤 기능 영역 부분들의 능력은 동일함) 개념과, 전량활동(mass action: 뇌 손상 양에 비례하여 행동 수행 기능이 결정된다는)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뇌기능 국재화 입장을 공격하였다. 그에 의하면 경험을 통해서 정보는 두뇌 전체 또는 어떤 일부 영역 내에 널리 표상되며, 이 영역 내에서는 모든 세포들이 일정한 형태로 반응하는 능력을 획득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Lashley의 입장은 뇌기능의 국재화를 주장하던 학자들에게 강력한 타격으로 제기되었다.
그렇다면 국재화적 입장과 전체적 입장의 어느 것이 맞는가? 어느 한 입장이 맞고 다른 입장이 틀릴 가능성도 있으나, 그 동안 축적된 경험적 증거에 의하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양쪽 입장을 지지하는 경험적 증거들이 모두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제시하는 증거들이 어떤 것이냐, 그 증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국재적 입장이 어떤 유기체의 경우, 어떤 행동의 경우, 어떤 발달 시기의 경우에만 맞는 반면, 전체적 입장은 다른 경우에 맞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잠정적인 결론을 내린다면, 여러 심적 기능이 두뇌의 특정 영역에(예를 들어 감각영역, 운동영역) 국재화 되어있지만, 일차적 처리 이후의 처리는 다른 장소에서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사고, 학습, 기억 같은 고차정신과정들은 중복적으로 처리되며 뇌의 전 부위에 분산되어 처리된다고 할 수 있다. 두뇌에의 손상이 항상 기능의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고, 뇌의 다른 부분들이 그 기능을 대치/ 대행, 보상한다는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지지하여 준다.

2.5. Hebb의 이론적 종합 시도와 국재화 연구의 또 다른 시도

국재적 입장과 전체적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 카나다의 심리학자 D. O. Hebb(1949)은 세포군집(cell-assembly)이론을 통해 하나의 통합을 시도하였다. 그에 의하면 시지각과 같은 신경계의 행동 패턴은 특정 세포들의 집합인 세포군집의 연결에 의하여 형성되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어떤 행동이나 지각내용이 뇌의 특정 영역에 특정 세포군에 국재화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보다 더 복잡한 세포군 집합들이 형성되고(이것을 그는 국면계열(phase sequence)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국면계열은 국재화되기 보다는 뇌의 여러 영역에 분산되어있는 세포들의 연결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으며, 따라서 균등 능력적일 가능성이 높다. 후자의 경우 어느 한 세포군이 손상되어도 다른 세포군이 그 기능을 대행할 수 있다고 하겠다. 이에서 유기체가 더 성숙되면, 유기체의 행동을 어떤 특정 세포집단 뇌영역에 귀속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Hebb의 이러한 포괄적 이론과, 세포군이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학습원칙에 대한 그의 이론은 후에 80년대에 이르러 신연결주의의 기본 개념으로서 도입되어 인지심리학에 영향 주게 되었다.
뇌의 특정 부분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가에 대한 경험적 연구가 뒤를 이었다. 특히 D. Hubel과 T. Wiesel의 시각세포에 대한 연구는 인지신경심리학적 연구에 새로운 선을 그었다. 그들은 고양이 등의 뇌피질의 낱개 세포의 전기적 반응을 기록하여, 뇌의 특정 세포가 특정 자극 형태에 대하여 반응한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각 세포마다 전담 반응이 있어서, 시각적 자극의 특질의 유형별로 서로 다른 특질들(features)을 추출하고 조합해내는 특수세포들이 있음을 밝힌 것이다. 그들은 이 연구로 노벨상(1981; 의학 및 신경생리 부분)을 수상하였다. 그들은 계속하여 이러한 세포들이 유기체가 태어난 후에 특정 발달 시기 사이에 관련된 적절한 자극 환경에 노출되어야 그 세포가 발달하며, 그렇지 않으면 정상적 (손상됨이 없는 시각계를 가진) 동물인데도 행동상으로는 시각적으로 장애를 보이는 행동을 보인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 이와 같은 뇌부위 세포의 특수 기능의 국재화를 지지하는 연구결과들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도 계속 획득되었다. 이 다음 단계의 연구들은 낱개 세포 단위의 뇌기능 국재화의 연구가 아니라 보다 거시적 수준에서의 뇌기능 국재화에 관한 연구였다.

2.6. 절단뇌(split-brain) 연구

1960년대에 신경심리학자들은 간질병 환자에게서 뇌의 좌반구와 우반구를 연결하는 거대한 백질 섬유로인 뇌량을 절단하여 좌우 뇌의 기능이 분할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연구의 대표적 연구자가 R. Sperry이다. 그는 이전의 임상적 연구에서 Geschwind 등이 발견하고, 실험적 연구에서 Kimura, Milner 등이 발견한, 좌뇌의 언어기능 지배 특성을 뇌량을 절단한 환자들에게서 재확인하였다. 그는 이 연구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상세한 내용은 이미 일반 서적에 많이 기술되어 있기에 생략한다.
이러한 절단뇌, 또는 분할뇌 연구는 뇌기능의 편재화를 지지하는 결과임에 분명하다. 물론, 발달 과정에서 손상된 뇌의 기능을 다른 뇌가 대체한다든지, 좌측 뇌뿐만 아니라 우측 뇌에도 초보적인 언어기능이 있다든지 하는 현상들도 발견되었으나, 역시 각 반구의 특수화된 기능을 잘 보여준 예였다. 오른손잡이 정상적 어른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대체로 편재화를 지지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어린이나 왼손잡이의 자료들을 좌우 반구의 기능을 명백하게 구분 짓는 입장을 다소 약화하는 결과들도 보이나, 이런 경우를 제외하곤 좌우반구의 기능분화를 지지하는 결과가 바로 이 절단 뇌 환자의 결과이다.
반면, Luria의 연구에 의하면 어릴 때는 감각영역이 지배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연합영역이 지배하는 것과 같이 발달 시기에 따라서 다른 부위가 지배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어떤 인지적 기능도 단 하나의 영역이 전담하는 경우는 없고, 몇 개의 부분이 각각 다른 기여를 하는 것이라는 것이 이러한 입장의 잠정적인 결론이다. 절단뇌 연구와 뇌기능 국재화에 대하여는 이 장 후반부에서 다시 논의하겠다.

3. 인지신경심리학의 형성

20세기 전반에 심리학의 이론적 틀을 장악하고 있던 행동주의 대항하여 출발한 인지주의는 행동주의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외적 관찰 가능한 행동과 단순한 ‘자극-반응’ 연결의 강조 대신, 내적 고차적 인지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인지의 신경생물적 기반의 중요성을 무시하였다. 즉, 신경생물적 기초 없이도 순수 인지과정을 이해 가능하다는 관점을 전개하였던 것이다. 50년대 후반에서 80년대까지 이와 같이 인지주의가 신경과학을 무시하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그 하나는 그 당시의 신경과학적 연구 도구와 연구 물음이 인지과학 특히 인지심리학적 연구와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분자수준과 생물적 구조 중심의, 그리고 감각-운동 기관 중심의 신경과학적 연구들은 고차인지과정을 분석, 설명하려는 인지주의자들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관련 없는 연구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연구물음의 이러한 편협성은 한편으로는 당시의 신경과학의 방법론적, 연구 기법의 한계에 기인하였다고 할 수 있다. 고차인지과정을 연구하기에는 적절한 세련된 방법론이 결여되어 있었던 것이다. 둘째 이유는 기능주의의 영향이다. 고전적 인지주의를 지배해 온 심리철학적 입장이 Putnam의 기능주의(functionalism)였는데, 기능주의에 있어서는 인간이나 컴퓨터의 하드웨어의 세부가 어떠하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기능적 원리가 동일하면, 그 기능을 구현하는 하드웨어적 특성의 고려 없이도 정보처리체계의 특성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가능하게 하는 컴퓨터의 하드웨어나, 자연적 인지를 가능하게 하는 하드웨어인 두뇌의 특성은 인지 현상의 설명에 주요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80년대 이전의 신경과학과 인지과학은 상호작용이 없이 독립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80년대 중반에 이르러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기능주의에 대한 반론과 도전이 시작되고, 인지현상을 설명함에 있어서의 뇌 연구의 중요성과 두 분야의 생산적 연결 가능성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자각과 구체적 연구의 결과로, 넓게 보아서는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이 연결된 ‘인지 신경과학(Cognitive Neuroscience)’이 형성되었고, 좁게 보아서는 심리학 내에서 인지심리학과 신경심리학, 생리심리학이 연결된 인지신경심리학(Cognitive neuropsychology)이라는 새 학문 분야가 형성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9장에서 이미 언급한 신경망적 접근(neural network approach), 병렬 분산처리적 접근(parallel distributed network)이라고 부르는 신연결주의의 부상이다. 심적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기본 단위들이 뇌의 시냅스 같은 연결 및 활성화 특성을 지닌다고 보는 신연결주의는, 인지 얼개(cognitive architecture)를 뇌 신경망의 특성에 기초함으로써, 컴퓨터 유추적 접근이 지니는 제한점을 뇌 유추를 통하여 극복하려 한 것이었다. 이런 움직임은 인지과학의 이론적 틀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신경과학적 연구가 도입될 수 있는 길을 인지과학 안에서 터놓은 것이다. 이러한 연결주의 모델의 왕성한 발전은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러한 모델을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구현하여 검증 가능하다는 데 있었다. 이러한 연결주의적 접근은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8장 참조).
인지과학 영역 밖에서는 신경과학 자체의 변화가 있었다. 전통적인 분자수준에서의 접근에서 탈피하여 뇌의 시스템 수준 중심으로 접근하는 시도들이 성공을 보였다. 기억체계와 시각체계에 대한 신경과학적 연구 시도들이 그 예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뇌의 서로 다른 영역 또는 신경전달 경로가 서로 다른 인지기능에 특성화 되어있음을 보여주었다. 방법론적으로도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해부학적 기법에 추가하여 인지심리학에서 발전시킨 행동관찰법을 도입한 것이 변화에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연결을 통해 기억 등 인지기능에 대한 신경과학적 연구 결과에 바탕해서 인지심리학적 이론의 타당성이 정당화되거나 수정될 수 있을 가능성이 드러난 것이다. 또한 그 동안의 정보처리적 패러다임 하에서의 인지과학적 연구가 초기의 활발한 이론전개와 경험적 자료의 축적에서 어떤 한계에 도달하였음을 자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결주의 모델이나, 신경과학의 경험적 자료들은 전통적 인지실험보다 신경적 방법이 더 많은, 좋은 정보와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인식을 생기게 하였다. 즉, 인지현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새로운 틀로 분석해 갈 수 있으리라는 시사를 준 것이다.
심리학 내에서의 또 다른 변화는 그 동안 독립적으로 진행되던 인지심리학과 임상신경심리학(clinical neuropsychology) 연구의 상호작용을 들 수 있다. 임상신경심리학이 과거에 많은 연구를 해왔으나, 주로 이상인(abnormal person)의 심적 기능 특성에 관한 연구였지, 정상인의 정상적 심적 기능과 뇌 구조/과정 사이의 연결에 대한 잘 정리된 세분화된 모델이 없었다. 그런데 정보처리적 틀의 인지심리학의 대두와 이의 이론적 경험적 발전은, 인지심리학의 이론적 모델들을 정상적 인지기능에 대하여 임상신경심리적 모델로 도입하여 검증할 수 있는 개념적 틀을 제공하였다. 또한 인지심리학의 반응시간 기법 등은 정상 인지과정 모델을 신경학에서 검증하는 방법을 제공하였다. 즉 그 동안 뇌손상 환자들의 심적 기능의 이상을 관찰하면서도 그를 포괄적으로 분해하여 분석적으로 개념화 할 수 있는 이론적 개념이나 이론적 모델이 부족하였던 임상신경심리학자들에게 현상을 더 정교하게 개념화, 분해, 검증, 설명할 수 있는 세련된 이론적 언어와 모델, 부가적 방법이 제공된 것이다. 인지심리학과 신경심리학의 이러한 연결을 통해 뇌의 손상과 관련지어 특수 영역과 특수 인지기능 연결 확인하는 작업이 활발하여진 것이다. 물론 역으로 인지심리학자들은 장/단기 기억 체계 특성이라든가 암묵적 기억 특성과 같은 인지심리학적 이론에 대한 보다 신뢰성이 높은 경험적 검증을 받는 한 방편으로 신경심리학과의 연계를 능동적으로 모색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과정에는 동물실험에서 사용하던 신경과학적 방법을 인간의 고등인지기능 연구에까지 확대 적용할 수 있었던 것도 한 요인이 되었다. 동물, 특히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에게 적용했던 단일세포기록 방법을 통하여 얻은 지식들을 인간에게 적용하면서, 인간의 상이한 인지기능에 참여하는 신경회로와 구조에 대한 정보와 그러한 기능 구현 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영향보다도 더 결정적 영향을 준 것은 이미 8장의 방법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사건관련전위(ERP: Event Related Potential) 기법, 기능 뇌영상화(functional brain imaging)기법 등의 발전에 따른 영향이다. 이러한 연구 기법의 기본 방법들은 이전에도 알려져 있었고 사용되었으나, 최근에 컴퓨터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이러한 기법의 폭발적 발전을 가져와서, 연구자들이 방대한 양의 자료를 기록, 분석함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전에는 대개 획득 불가능했던 유형의 뇌 공간 및 시간적 측면의 자료들을 습득, 처리 가능하게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단일한 방법보다도 여러 연구방법들의 결과가 수렴되는 것에 더 신뢰를 두는 자연과학자적 방법을 신뢰하는 신경과학자들의 경향성에 이런 다양한 결과의 수렴이 부합되었다고도 하겠다. 특히 기능 뇌영상법의 영향이 컸다. 기능 뇌영상화 기법들은(이경민, 1999) 뇌의 여러 기능 영역들에서 특정 인지 기능을 수행할 때에 관여하여 활성화되는 수준을 계측할 수 있게 하였다. 즉 특정 영역 세포나 영역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체계가 어떠한 인지기능 관련 정보처리를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를 파악 가능하게 된 것이다. 뇌의 상이한 영역이 인지 기능 수행에 다른 정보를 제공하고, 다른 종류의 정보처리에 관여함을 드러나게 한 것이다. 뇌의 구조적 변화 파악에 국한되었던 초기 뇌영상화기법이 개선되어, 후에 개발된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fMRI(funct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등은 뇌의 기능을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영상화 한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고, 개선된 ERP기법이 시간적 해상도를 보완하여 줌에 따라 뇌기능에 대한 시공간적 특성 파악 방법은 큰 진척을 보게 되었다. 이러한 영상화방법은 정상인과 뇌손상자의 인지과제 수행 상황의 세부를 포착하며, 인지신경모델의 검증을 세련화 하였다. 이러한 인지신경심리 연구 방법에 대한 상세한 기술은 8장 4절에서 주어져 있다.
이러한 변화의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심리학자들로는 M. Posner(1995), M. Gazzaniga(1995) 등과 같은 인지심리학자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Posner는 반응시간법, 즉 심리시간계측법(mental-chronometry)을 정교화하고 이를 적용하여 주의과정 등을 연구하여 오던 중, 신경과학적 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였을 뿐만 아니라, 심리시간계측 연구와 신경과학연구법의 연결 가능성을 인식하였고, 심리시간계측법과 ERP, PET와 같은 신경과학방법을 연계하여 인지과정을 분석하는 연구를 시도하였다. 그의 연구는 단순히 인지적 과정의 시간적 경과 파악 중심의 연구를 뇌 인지기능의 공간적 파악 연구로 전환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형성된 인지신경심리학을 요약하여 표현하자면, 인지심리학의 행동적 연구 방법과 신경과학의 기능적 방법을 조합하여, 특정 인지기능에 관여하는 뇌영역과 신경적 과정을 확인함으로써, 독자적으로 인지정보처리 체계의 하위 처리구조와 처리과정에 대한 이론적 모델을 제시, 검증하며, 또한 인지심리학에서 일차적으로 제시한 이론, 모형, 모수치, 개념들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세련화하는 작업을 한다고 하겠다.

3.1. 표상과 뇌: 인지신경심리학의 연구 주제

인지신경심리학의 주요 연구주제는 뇌의 각 부분이 어떠한 기능적 전문화와 기능적 조직화를 이루고 있는가 하는 뇌기능 地圖 (brain function mapping)의 탐구이다. 이와 관련하여 좌우 뇌반구의 기능 분화와 통합의 기제가 연구된다. 다음으로 지각적 특질의 탐지와 지각적 형태 재인의 신경기제, 운동행동의 조직과 분화와 통제의 기제, 학습의 생화학적 변화 기제와 학습에 의한 신경적 가소성(plasticity)의 기제, 기억의 소재와 표상형성 및 異常 기억의 기제, 주의와 각성의 기제, 언어행위의 기제, 감정과 정서에 관여하는 두뇌 기제 등이 주요 연구주제가 된다. 이러한 탐구의 배경에는 인지심리학 및 인지과학의 핵심 주제인 표상과 처리과정의 문제가 항상 놓여있다. 표상의 신경학적 기반을 심리학에, 인지과학에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과제를 인지신경과학은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상당수의 인지신경심리학자들은 연결주의 심리학자들과 마찬가지로 표상의 존재와 표상의 신경적 특성 탐색에 대하여 적극적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그들은 표상의 존재를 가정하지 않고 신경적으로 현상을 설명하려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인지심리학이 핵심 연구주제가 표상임을 전제하고, 인지신경심리적 연구와 표상의 문제를 연결시켜 생각해 보기로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표상과 그 정보 처리과정과 관련된 인지신경심리학의 중심 연구주제들을 약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표상의 실재의 문제의 연구이다. 이에 대한 현재의 연구들은 입력자극의 位相(topology)이 보존되어 상위수준으로 투사되는 신경구조가 있는가 하는 문제의 연구로 집약될 수 있다. 시각, 청각, 체성 감각 등에서 수용기와 뇌중추 사이에 retinotopic, tonotopic, somatotopic 투사 관계가 각각 존재한다는 신경구조적 연구결과들은 입력자극 특성이 뇌에 물리적 관련성을 가지고 표상될 수 있을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해 준다.
둘째로 처리과정의 계산처리 문제의 연구이다. 뇌의 위상적 배열이나 다른 양식의 신경적 연결들은, 신경계의 각 수준에 있어서 정보처리 계산이 용이하도록 하는 목적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시각 특질탐지 신경세포들의 위계적 조직화에 대한 Hubel과 Wiesel등의 연구들은 표상의 분석과 종합의 처리 과정이 위계적 연결을 통하여 어떻게 조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를 보였다. 이에 일부 연구자들은 뇌, 특히 시각중추의 신경회로의 공간빈도(spatial frequency) 분석에 관한 연구를 들어 자극특성 표상의 보편적 계산의 기제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들 연구들이 표상의 계산과정을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했다. 표상과 신경구조에 따라 어떤 유형의 계산이 이루어지는가가 인지 심리학적 연구에서도 이루어 졌는데, 신경계에서 지식의 표상이 이루어지는 계산이 벡타에서 벡타로 전환하는 계산이며 자극특성이 벡타 행렬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신경계의 계산과처리과정의 연구와 관련하여 등장한 계산 신경해부학적 연구들은 뇌의 위상적 투사에 있어서 자극특성이 그대로 보존되기보다는 변형되고 왜곡된다는 것을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는, 대수적 대응함수의 계산형식으로 일부 설명할 수 있음도 보여지고 있다. 또한 두뇌의 여러 부분이 이러한 다양한 방식의 복잡한 계산에 관여하여 다양한 처리과정이 구현되도록 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시되었다.
세째로, 표상 양식의 문제의 연구이다. 인지과학에서는 인간의 표상이 디지털(명제적) 표상이냐 아날로그 표상이냐, 아니면 둘 모두이냐의 문제가 논란되어 왔다. McCulloch와 Pitts이후로 뇌 연구들은 뉴론들이 시냅스에서 디지털적으로 정보를 교환함을 인정해왔다. 최근에 아날로그적 표상을 직접 반영하는 신경적 구조특성이 뇌에 있는가 하는 문제가 신경과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었다. 그 결과, 디지털적 특성을 지닌 뉴론들일 지라도, 그 뉴런들간의 기능적 특성 또는 신경적 연결성과 활동성의 패턴에 의해 아날로그 특성이 주어질 수도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뇌신경 활동의 특성이 단순히 디지털적, 계열적 연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냎스를 넘어선, 전체적 신경활동의 場(field)的 패턴에 의해 결정되는 특성이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네째로는 본 장의 앞 부분에서 계속 논의된 바와 같은 국재화의 문제이다. 정보의 표상은 뇌의 어떤 한 부위에 局在하는가 아니면 분산되는가의 문제의 연구이다. 이 문제는 특수화된 기능을 지닌 구조의 단원성(modularity) 대 분산적 중복 표상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질 탐지세포이론과 같은 단원적 국재화의 이론과 홀로그래픽(holographic) 기억이론이나 집단신경선택(group neural selection) 이론과 같은 중복분산표상의 이론들이 제시되었고 각각을 지지하는 증거들도 찾아졌다. 인지심리학, 인공지능학, 컴퓨터공학 등에서 제기한 '병행분산처리의 신연결주의' 이론은 신경계의 분산표상과 단원적 구조의 기능을 조합한 이론이라 할 수 있다.
끝으로 이러한 표상의 형성과 계산을 담당하는 주 신경구조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의 연구이다. 한 예로 기억상실증 환자에 대한 고전적 연구나, 해마와 신피질의 연결관계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는데, 자극상황에 대한 새로운 표상을 형성하고 이를 기존의 다른 표상과 연결짓는 것을 담당하는 것이 해마 체계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종종 발견되고 있다.

4. 인지신경심리 연구방법

뇌의 구조 및 기제와 심적 과정을 연결하는 방법으로 발전된 여러 방법들이 있으며, 이러한 방법들은 이전의 인지심리학자들의 전통적 방법만으로는 밝힐 수 없던 현상들을 밝혀주거나, 인지심리학자들이 상정했던 개념이나 이론들의 경험적 타당성을 제공해주어서, 인지심리학의 발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인지신경심리적 방법들에는 뇌영상 기법, 뇌전기 생리학적 측정기법 등이 있다. 이 방법들의 세부 내용에 대한 기술은 이미 8장의 4절에서 기술된 바 있다.


5. 인지신경심리학 연구 일반: 개관

이러한 배경에서 출발한 인지신경심리학의 주요 연구주제는 뇌의 해부학적 구조의 탐색이 아니라, 뇌의 각 부분이 어떠한 기능적 전문화와 기능적 조직화를 이루고 있는가 하는 뇌기능 地圖의 탐색이다. 따라서 좌우 뇌반구의 기능 분화와 통합의 기제가 연구되고, 지각적 특질의 탐지와 지각적 형태 재인의 신경기제, 운동행동의 조직과 분화와 통제의 기제, 학습의 생화학적 변화 기제와 학습에 의한 신경적 가소성(plasticity)의 기제, 기억의 소재와 표상형성 및 異常 기억의 기제, 주의와 의식의 신경적 기제, 그리고 언어, 사고, 정서 등의 신경적 기능적 구조와 기제 등이 주요 연구주제가 된다. 물론 정상인과 뇌손상환자의 인지신경적 특성이 모두 연구된다. 이외에도 신경계의 진화와 인지의 진화 관계에 대한 연구와, 계산신경과학(computational neuroscience) 연구도 진행된다. 후자는 인지심리학에서 인지과정에 계산적 모델을 적용하여 시뮬레이션 하던 방법과 마찬가지의 방법을 신경체계 과정에 적용하여 계산적 모델을 구성하는 접근이다. 특정 신경처리과정에 대한 연결주의 모델과 같은 인공모델의 구성이 그 한 예이다.
여기에서 지난 20 여 년 간의 인지신경심리학 연구 결과들의 전 범위를 열거하고 그 내용과 그 의의를 모두 논하기에는 지면의 한계가 있다. 그 대신, 여기서는 그 동안에 축적된 연구들 중에서 인지심리학과 상호작용이 두드러진 연구 결과 일부를 중심으로 그 내용과 의의를 기술하여보겠다. 먼저 그 동안의 인지신경심리적 연구에서 중요한 업적으로 인정되는 것들을 필자의 주관적 기준에 의해 열거한다면 다음과 같다(Banich, 1997).
첫째는 좌우 뇌의 일반적 특성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재개념화이다. 이에 대하여는 후에 부연하겠다. 다음은 시지각 연구 분야에서 형태인식(재인)에서의 인지심리학적 계산적 모델의 신경학적 검증; 부분과 전체 정보처리의 상호의존성의 신경학적 이해; 감각기관에는 이상이 없는데도 대상인식에 실패하는 실인증(agnosia)의 다양성과 정보처리적 특성의 이해, 얼굴 인식 정보처리 미케니즘의 독특한 지위 확인 등이다.
주의 분야에서는 선택적 주의가 뇌의 어떤 구조에서 일어나며, 언제 선택이 일어나는가의 이해; 공간위치 정보 중심 주의와 대상정체 중심 주의 분할/상호작용 기제의 이해; 주의를 주고 떼는(engage-disengage) 과정과 관련 신경구조의 개념 도입; 손상뇌의 대칭 시야 자극 및 특정 범주 자극에 대한 무시(hemineglect) 현상의 이해 등이다.
언어 분야에서는 실어증의 다양한 유형의 발견에 초점을 두었던 신경학적 연구와, 실어증의 특정 언어과정의 손실 측면을 강조한 인지심리 모델 사이의 통합의 시도; 언어를 주로 담당한다는 좌뇌 내의 앞-뒤 부분 간의 기능의 차이 규명; 시각적 어휘 자극에서부터 기억내 의미 표상에 접근하는 신경적 통로 분할/상호작용의 이해; 우뇌의 화용론적 정보처리 역할의 중요성 이해 등이다.
기억 분야에서는 기억상실증에 대한 신경과학-인지심리학 통합 모델의 구성; 단일한 체계 아닌 다원적 체계로서의 기억 모델에 대한 인지심리학적-신경과학적 통합적 모형의 발전; 이와 관련하여 암묵적(implicit) 기억 체계 특성의 이해 및 이것의 의식하적 주의, 학습과의 관련성 이해, 및 절차적(procedural) 기억과 서술적(declarative) 기억 구분과의 연관성 이해; 해마가 장기기억 저장고가 아닐 가능성의 확인과 이것이 분산표상 모델에 주는 의의 이해; 작업기억의 하위체계 구분과 기제 이해 등이다.
행위를 계획, 집행하는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 연구 분야에서는, 전두엽의 손상과 관련하여, 소위 ‘자유의지’에 관련된 인지기능에서의 자발성, 반복-집착성, 주의 및 마음갖춤새를 바꾸거나 적응 전략을 모니터링, 수정하는 등의 인지기능의 신경적, 정보처리적 특성들이 밝혀지고 있다.
정서에 관한 신경심리적 연구는 컴퓨터 유추 모델을 채택하며 정서를 연구 주제에서 거의 배제했던 인지심리학에 정서 연구를 부활시키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대뇌피질과 피질하 구조 사이의 일반적 정서 경험 및 정서적 의사소통 처리 대 긴급 정서반응 처리의 분담; 정서 의사소통에서의 얼굴 표정 표현/이해의 중요성과 우뇌의 이 기능 담당 특성 규명; 부정적 및 긍정적 기분 상태와 좌우뇌 기능의 분담/상호작용 및 좌우뇌 내의 전후 영역의 기능 분할 탐색 연구 등이다. 정서에 대한 이러한 신경심리적 연구들은 인지심리학으로 하여금 이러한 연구 결과와 기존의 동기-정서심리학에서 제기된 개념과 이론을 통합하여 새로운 이론적 모형을 형성하게끔 촉진하고 있다.
사고와 관련하여는 인지신경과학적 연구는 괄목할만한 어떤 자료나 이론을 내어놓고 있지 못하다. 일반적 좌우뇌 기능의 차이, 주의, 작업기억, 언어이해 등과 관련하여 사고의 신경학적 기초가 연구되고 있으나, 인지심리학에서 도입하여 사고이론 구성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만한 것은 아직 없는 것 같다. 대체로 논리적 추리가 좌뇌에서 우수하나 암묵적 추론, 화용론적 추론, 담화의 의미 추론 등은 우뇌가 더 우월한 것 같다는 정도이다. 뇌손상자의 경우 특정 범주 대상을 인식, 기억 못하는 현상이 발견되었지만 이것이 사고과정과 연결된 이론적 모델로 발전되지는 못하였다.

6. 인지신경심리학 연구 결과와 그 의의: 선택적 고찰

6.1. 시지각 과정에 대한 계산모델의 검증과 보완

인지심리학과 인공지능학을 연결하는 접점에서 가장 세련된 ‘계산적 시각 이론’을 제시한 것이 D. Marr이다. Marr(Marr, 1983)는 신경생리학, 형태심리학, 생태학적 광학 등의 연구결과들에 바탕하여, 입력된 시각 자극이 잇달은 단계적 정보처리 계산과정에 의해 분석되어 대상에 대한 점진적 스케치(표상)들이 형성되는 과정과, 이를 도출, 활용하는 구체적 실행 알고리즘을 기술한 인지심리학적 계산이론을 제시하였었다. 그에 의하면 입력 자극의 단계적 표상(스케치)들은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먼저 빛의 밝기와 경계선 등 지엽적 지각 특질 중심의 조야한 초벌스케치, 다음 단계로는 보는 사람 관점 중심의 표상인 2-1/2차원 스케치, 마지막 단계로는 보는 사람의 방향에 관계없는 대상 중심의 항상성 있는 표상인 3-차원 스케치로 점진적으로 세련화 된다고 보았다. 시지각 과정에 대한 신경과학적 연구 결과, Marr의 이론의 타당성과 보완 필요성이 제시되었다. 예를 들어 통각실인증(apperceptive agnosia) 환자 경우에 지각적 유사성에 의해 대상자극들을 범주화할 수는 있으나, 비전형적 위치에서 본 모양이나 대상의 두드러진 특질이 극소화 된 모양의 대상을 인식하지 못하는데, 이는 초벌스케치는 가능하나 대상의 기본 축 도출과 3-차원스케치 도출의 실패로 해석되어 Marr의 이론을 지지해준다. 대상을 전혀 또는 거의 인식 못하거나, 지엽적 특질 중심으로 그룹짓기를 못하는 통각적 실인증 환자의 경우도 초벌스케치를 도출해내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Marr의 계산이론을 지지해준다.
한편 Marr의 이론에 맞지 않는 신경학적 결과도 나타났다. Marr의 이론은 기본적으로 ‘상향적(bottom-up)’, 자료주도적(data-driven) 처리 입장이었다. 지엽적 시각 자극특질(명암 등)의 파악에서부터 점진적으로 대상의 전체 모양을 형성해 올라가는 정보처리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신경과학적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이러한 지엽적 정보처리(local processing)가 먼저 일어나는 것이 아닌, 전체적 정보처리(global processing; top-down) 선행 현상이 있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Marr의 상향적 정보처리 계산 모형의 한계와, 그 동안에 진행되었던 'bottom-up' 순서와 'top-down' 순서 처리의 어느 것이 선행되느냐의 논쟁이 의미가 없음을 드러내준 것이다. 왜냐하면 시각에서 지엽적 부분정보 처리 담당 뇌신경구조와 전체정보 처리 담당 뇌신경구조가 서로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L. Robertson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뇌는 형태의 전체적 분석 중심의, 좌뇌는 지엽적 특성 분석 중심의 처리를 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복측(ventral) 시각통로계의 일부인 우측측두엽의 손상은 대상의 전체적 모양 지각의 이상을 가져오는 것이 전자를 보여주는 한 예이다. Sergent 등의 모델에 의하면, 우뇌는 저공간빈도 정보처리를, 좌뇌는 고공간빈도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것 같다. 저공간빈도 자료는 거친 윤곽선적 정보와 관련 있는 것이다.
이상의 연구결과들은 인간이 시각 정보처리 시에 부분정보를 먼저 처리하고 그 결과들을 조합하여 전체적 패턴을 도출하는 그러한 순서의 정보처리를 하기보다는, 지엽적 부분 정보처리와, 전체적 정보처리가 양쪽 뇌에서 서로 다른 측면에 초점을 두어 동시에 병렬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시사하며, 이러한 측면을 보완한 인지심리 이론의 형성을 촉진시켰다.

6.2. 주의 과정에 대한 인지심리학과 신경과학적 접근의 상호작용

인지심리학자들은 주의과정에서의 정보처리를 행동적으로 측정하는 여러 유형의 실험 과제들을 사용하여 선택적주의, 분리주의 및 경계주의의 특성들을 규명해왔다. 한편 주의의 신경심리적 모델을 발전시키는 인지신경심리학자들은 뇌손상 환자들에게 인지심리학자들이 개발한 과제를 사용하여 특정 주의과정의 신경구조 및 과정적 근거를 찾아냈다.
주의 연구의 대표적 심리학자인 M. Posner는 전통적 인지심리학자에서 인지신경심리학자로 전환한 대표적 심리학자로서, 인지행동적 연구를 위한 실험과제를 개발하였으며, 신경학적 연구 결과에 바탕한 주의 이론을 제시하고, 이를 또한 인지행동적 측면과 신경학적 측면을 연결하여 검증하였다. 그의 인지심리 이론에 의하면 주의에는 정향주의(orienting attention: 특정 위치에 주의하는) 체계와 집행주의(executive attention: 심리과정들의 진행을 제어하는) 체계가 있다. 정향주의 체계의 경우, 사람이 대상에 주의를 주게 되면, 주의는 그 표적이 있는 위치에 몰입(engage)된다. 그러나 표적이 다른 위치에 나타날 경우, 이미 주의가 가 있는 위치에서 떨어져 나온(disengage) 다음, 새 위치로 주의를 이동해야(shift) 한다.
Posner 등은 이러한 이론을 정상인을 중심으로 검증한 후에, 뇌손상환자를 대상으로 검증하였다. 우뇌 두정엽 손상자들은 왼쪽 시야에 제시된 물체들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즉 무시하는(hemineglect) 경향을 보임을 발견하였다. 이전 위치의 대상에서부터 주의를 떼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서 무시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또한 중뇌의 상소구가 손상된 환자들은 이미 주의를 준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주의를 이동시키는 과정이 크게 장애를 보였다. 이와는 달리 시상의 시상침이 손상된 환자들은 손상된 부위의 반대편에 타당한 표적이 제시되었을 때 매우 느린 탐지반응시간을 보였다. 이 결과는 주의를 몰입시킴에 있어 장애를 겪고 있음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의해 인지심리학자 Posner 등은 자신의 인지이론이 지지되었다고 보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에 따르면 주의 과정에서 정향망 (orientaitonal network)은 두정엽, 상구체, 시상이 관여하며, 눈동자를 움직인다거나, 머리를 움직인다거나 하는 외현적 주의과정과, 눈동자를 움직이기 전에 일어나는 내현적 주의과정에 관여하여 공간적 주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본다. 두정엽은 주의를 떼는(disengage) 과정에, 시상은 공간적 대상에 대한 주의를 증대시키는 과정과 관련 있다고 본다. 중뇌의 상소구체는 안구운동과 내현적 주의에 관여한다고 본다. 따라서 상구체가 손상되면 주의이동과 안구 움직임의 장애를 보인다. 시상, 특히 시상침 영역은 새로운 정보나 유관 정보에 대하여 이를 더 깊이 정보처리하기 위하여 이런 대상들을 주의 범위 안으로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한편 집행망은 전두엽, 특히 전대상회(anterior cingulate gyrus)에 해당하는데, 이는 목표 사건 탐지와 관련된 주의 통제를 담당한다고 보며, 새 위치로 주의가 일단 옮겨지고 자극대상이 시각뇌에 전달된 후 집행망이 작동하여 대상을 의식의 초점으로 가져온다는 것이다. 자극에 대하여 주의를 돌리면 그 자극에 대한 감각적 활동이 향상된다는 결과도 ERP 연구에서 얻어졌다.
이와 같은 Posner그룹의 연구는 검증 가능한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런 가설체계는 인지심리학과 신경과학이 어떻게 상호 공조하여 보다 경험적으로 타당하고 좋은 이론과 설명을 도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인지행동적 주의 연구가 시간 차원 상에서 정보처리의 단계를 주로 밝혀내는 반면, 인지신경과학적 주의 연구는 공간 차원에서 정보처리의 해부적 구현을 밝혀낸다. 따라서 전통적 인지심리학과 인지신경심리학의 두 접근은 서로의 제약이나 한계를 보완하여, 주의 연구에 있어서 방법론적, 이론적 돌파구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겠다(김정오, 1999).

6.3. 기억 : 다원체계 이론의 형성, 신경적 증거, 논란

기억 연구에 있어서의 인지심리학자들과 신경과학자들의 상호작용 관계는 한쪽에서 어떤 자료나 이론을 내어놓으면 다른 쪽에서 그것을 보다 세련화 하여 이론화하거나 더 정교한 자료를 획득하고, 이를 다른 쪽에서 다시 그렇게 하는 끊임 없는 활발한 되먹임(feedback) 사슬로 이어져 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기억상실증 환자들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기억 현상 자료들을 축적했으나 이에 대한 정교한 인지이론체계(예: 정보처리이론)가 없던 신경과학자들에게서, 인지심리학자들은 그들의 기초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일차적으로 이론을 세우고, 실험적 자료를 획득하여 기억체계의 구조와 과정에 대한 정보처리적 개념과 이론을 확장하여 정립하였다. 이에 바탕하여, 신경과학자들은 인지심리학의 방법론을 신경적 방법론에 추가하였고, 동물이나 인간에게서 인지심리학자들의 기억 정보처리 과정적 또는 구조적 개념에 상응하는 기억 관련 뇌신경 부위와 과정을 탐색하며 인지심리학 이론의 타당성을 검증하였고, 동시에 신경과학 이론적 규명을 발전시켜왔다. 그 결과를 다시 인지심리학자들이 도입하여 신경구조와 신경기제에 바탕한 기억체계 인지이론을 발전시켜 온 것이며, 지금 현 시점에서는 인지신경심리학의 발전과 더불어, 이제는 많은 경우에 인지심리학자, 신경과학자의 구분이 부적절한 단계에 이르렀다.
이러한 끊임없는 상호작용에 의해 얻어진 연구 결과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기억이라는 인지기능이 단일 과정, 단일체계가 아니라, 여러 하위기억체계들의 복합이라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동물 기억 및 뇌손상자 기억에 대한 신경과학자들의 연구에서 착상하여 기억의 지속 시간을 중심으로 기억을 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으로 구분하고, 이후 on-line 처리과정의 집행을 관리하는 작업(working)기억을 추가하고, 기억의 경험적 특성을 중심으로 일화(episodic)기억과 일반의미(semantic)기억을 구분하고, 다시 내용 중심으로 서술(declarative: what)기억과 절차(procedural: how)기억 체계를 구분하고, 다시 의식되는가 여부를 중심으로 외현(explicit)기억과 암묵(implicit)기억을 구분하였다. 이러한 구분 후에 정상인의 인지행동적 관찰을 통해 각 기억체계의 특성에 대한 개념적 모델을 제시하면, 신경과학자들은 이러한 개념적 모델을 검증하여 확인, 또는 반증, 수정, 확대해야 할 신경학적 증거를 제시하여 주었다. 기억체계에 대한 최근의 이론모델은 두 영역의 학자들이 공동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상호작용에서 인지심리학이 신경과학에 제공한 바는 이론적, 개념적 틀과, 점화기법(priming methods)과 같은 행동연구기법이었다고 하겠다. 특히 점화 기법은 수많은 인지신경과학적 연구에서 뇌부위간의 미세한 기능의 차이를 발견하여 내는 데에 중요한 방법으로 기여하고 있다.
인지심리학내의 오랜 논쟁 거리를 인지신경과학적 접근을 통해서 어느 정도 마무리를 지은 주제중의 하나는 심상(imagery) 표상의 본질의 문제이었다. 디지털 컴퓨터에서 그림이 그림(아날로그)으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좌표 상에서의 1 또는 0의 값으로 저장되듯이, 인간의 심상 표상도 아날로그가 아닌 명제적(propositional) 표상으로 저장되는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은 70년대 초이래 심리학 내에서, 그리고 인지과학에서 철학자들까지 가세하여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신경 인지심리학적 연구에서, 우리가 대상을 눈으로 직접 응시할 때나, 머리 속으로 심상을 떠올릴 때에 관여되는 뇌의 부위가 동일하다는 연구 결과는 명제적 표상 입장이 부적절함을 보여주며 논쟁을 잠재우고 있다.
기억과 관련하여 인지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 사이에 다소 강조의 차이가 있었던 한 주제는 장기기억의 저장 장소이었다. 신경과학자들에게는 장기기억이 어디에 저장되느냐가 기억 연구에서 가장 큰 연구문제의 하나이었다. 과거 일부 연구자들은 해마(hippocampus)가 장기기억 저장소일 가능성을 고려하였다. 그 동안 인지심리학자들은 마치 뇌 내부의 기억저장고의 부위가 어디이냐는 문제는 인지심리학 이론의 형성과 검증에 별로 관련이 없는 듯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기억저장소 부위에 관계없이 기억의 인지심리이론을 전개할 수 있다는 듯한 태도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의해, 해마가 기억의 저장소가 아니며, 신피질 영역임이 드러나고, 서술기억(What 지식에 대한 기억)은 해마의 참여에 의해 여러 신피질 영역에 저장되며, 하나의 사건이나 장면의 여러 의미적, 지각적 요소들은 그것을 담당하는 다른 피질 처리부분에 저장되기에 피질 전반에 분산 저장되는 반면, 절차기억(How to 에 관한 기억)은 해마와 관련이 없고, 특정 행위를 수행하는데 관여되었던 특정 피질처리체계에 저장된다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인지심리학자들은 이제 그들의 기억 이론의 구성에서 기억저장고에 관한 신경학적 이론을 참고하여 이론을 재구성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이렇게 신경 인지 이론과 인지 이론의 상호작용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기억 연구자들 사이에서의 기억체계 대 기억과정 강조의 논쟁에서도 인지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들 사이의 변화가 드러난다. 1980년대 중반이래 1990년대 전반까지 기억이론에서 우세를 보였던 것은 단기기억, 장기기억, 암묵(implicit)기억, 명시(explicit)기억 등을 각각에 해당하는 별도의 신경구조가 있으며 각각이 나름대로 별개의 기억체계를 형성한다는 접근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인지심리학자들은 기억체계 중심으로 접근하려는 연구자들과, 체계보다는 처리 과정적 특성으로서 접근하려는 연구자들의 대립이 다시 표면화되고 있다(Foster & Jelice, 1999). 신경적 증거에 크게 의존하여 기억이론을 전개하는 기억체계 이론가들에 대한 과정이론가들의 비판 논지가 만만하지 않다. 따라서 기억심리학자들의 상당수는 체계이론보다 과정이론으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하겠다. 뇌영상법을 이용한 연구 또한 기억의 체계뿐 아니라 기억의 처리과정이라는 측면이 강조되는 결과를 관찰하고 있다. 자극의 속성에 따라 관여하는 두뇌구조가 다르다는 결과와 동일한 자극일지라도 처리에 요구되는 과제에 따라 다른 신경구조가 활성화 된다는 연구들은 정보처리 과정 이론을 지지하는 것이다.


6.4. 뇌 좌우반구 기능 특성의 재개념화

R. Sperry 등의 연구이래, 좌우뇌 기능 차이의 연구는 초기에는 좌우뇌가 각각 어떤(what) 다른 질의 정보를 담당하는가를 밝히는데 초점이 주어졌었다. 이러한 연구들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최근의 초점은 그보다는 좌우뇌가 정보를 어떻게(how) 달리 처리하는가를 밝히는 데에 더 초점이 모아지고 있으며, 한 쪽 뇌에는 특정 기능이 있는데 다른 쪽 뇌에는 없다는 점의 강조보다는, 한 인지기능(예: 언어이해)의 여러 측면, 여러 정보처리 양식을 좌우뇌가 어떻게 분담하여 상호 보완하는가에 주의를 환기시키는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시각적 처리에 있어서, 위계적으로 조직된 그림자극(예: 작은 원들의 연결이 만들어낸 큰 삼각형)을 제시한 결과, 좌뇌는 시간적 관계성에 강조를 두며 단편적, 분석적으로 처리하며, 세부 측면에 강조를 두어 처리하는 반면, 우뇌는 공간적 관계에 특별한 강조가 주어지며 형태적으로 총체적으로 정보처리한다는 것이 부각되고 있다. 우측뇌 손상환자들이 자극을 총체적으로 처리하지 못하지만 부분적 정보처리에는 이상이 없고, 좌측뇌 손상환자들은 전체적 형태 처리에는 이상이 없으나 부분적 정보처리에 이상이 있다는 결과들이 보고되었다. 좌우뇌가 시지각 정보를 처리함에서 달리 작용함을 보여준다. 숲과 나무의 관계에서 우뇌는 ‘숲’ 중심으로, 좌뇌는 ‘나무’ 중심으로 처리한다고 볼 수 있다. 좌뇌는 선형적으로(linear)처리하나, 우뇌는 전체모양(configurational) 중심으로 처리한다던 지, 우뇌는 새로운 것(novelty)의 정보처리에, 좌뇌는 친숙한 정보처리에 더 잘 반응한다던 지, 우뇌가 복잡한 정보를 더 잘 통합하며, 언어처리에 있어서 언어표현의 억양과 운율에 더 민감하고, 맥락과 정서적 적절성 중심의 화용론적 처리를 한다는 등, 그리고 공간정보 처리를 우뇌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좌뇌도 담당하는데, 좌뇌는 두 점 사이의 범주적 관계(위, 아래, 좌, 우 등의 관계) 결정을 담당하고 우뇌는 두 점 사이의 좌표적(거리) 공간관계 중심으로 처리한다는 것 등은 모두 ‘어떻게’ 처리 하느냐에서의 차이와, 하나의 인지과제 수행에서 좌우뇌의 상호작용, 공조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물론 이러한 좌우의 차이가 절대적이고 불변적이 아니라, 과제의 성질, 피험자들의 경험, 기존의 전략 등의 여러 변인에 의해 달라질 수 있음도 보고되고 있다.

7. 인지신경과학적 연구의 성과와 문제점

7.1. 성과

7.1.1. ‘두뇌는 마음을, 인지를 어떻게 가능하게 하는가?’ 하는 물음을 갖고 출발한 인지신경과학적 연구는 인지심리학과 인지과학에 많은 것을 제공하였다. 심신관계론에 대한 심리철학적 이론이 보다 견고한 신경적 자료와 개념 위에서 재구성되게 했고, 인지심리학이론의 정보처리 하위구조의 실재성과 처리(계산)과정의 타당성을 확인하게 했고, 인공지능학의 계산모델의 구현 가능성을 검증하게 했다. 인지심리학과 인공지능학에 병행분산처리의 신연결주의를 제공했고, 또한 계산신경과학이 탄생되게 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기존의 성과를 넘어서서 인지신경과학이 앞으로도 계속 좋은 연구결과를 내어놓을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뇌-인지기능 연구에서 다양한 학제적 협동연구가 활발히 진행된다는 것이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바, 신경과학을 중심으로 한 인지심리학, 인공지능학, 컴퓨터공학, 심리약학, 유전학 등의 여러 학문 영역간의 공동전선적 통합적 분석-설명 접근의 노력은 뇌영상화 방법과 같은 민감한 연구방법이 계속적이고 빠르게 개선되게 하며, 현상에 대한 보다 적절한 개념화 및 이론화의 정교화 작업이 빠른 속도록 높은 수준까지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을 낳는 것이다.
7.1.2. 인지신경과학에 부정적인 사람은 인지신경과학이 전통적 심리학의 행동과학적 실험법 및 인지심리학의 반응시간 기법 중심의 방법론과 신경과학의 방법론을 단순히 조합하여 이루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인지신경과학 나름대로 방법론의 수준을 넘어서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인지신경과학은 단일 설명 수준에 머물렀던 인지심리학이나 신경과학과는 달리 단일 설명수준에 집착하지 않고 생리적, 기능적 개념을 조합하여 설명 모델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즉 ‘다원적 분석-설명 접근’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현상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은 보다 성숙한 학문일수록 다원적 분석-접근을 취한다는 명제를 우리가 받아드린다면, 신경적 인지과학은 단일 설명 수준적 접근보다 설명적 차원에서 진일보 성숙한 과학이라고 하겠다.
7.1.3. 인지의 신경과학적 접근은 인간의 마음이 두뇌에 의해 가능해지니까 두뇌를 통해 접근 설명해야한다는 원론적 이유를 제외하더라도 좋은 탐구 전략이다. 전통적 정보처리 패러다임의 인지주의는 입력 자극과 그에 대한 출력 반응 사이에 개재하는 마음을 하나의 능동적 처리 상자로 보고, 이 상자 내에서 이루어지는 계산과정, 즉 정보처리 과정들을 추정하여 마음을 설명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상자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계산적 연결의 유형 집합은 거의 무한하다. 만일 인지심리학이 신경과학적 연구에 바탕하지 않고 이 계산적 연결 과정을 이론화한다면, 추론된 처리과정이 틀릴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신경과학적 자료에 근거하여, 즉 뇌의 구조적, 기능적 특성에 근거하여, 이들이 제시하는 제약 범위 내에서 내적 과정을 추론, 모델링 한다면 그 추론 집합의 범위는 상당히 줄어들어 보다 타당한 추론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더구나 신경적 자료는 계산 유형 후보 집합에 단순한 제약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무엇이 진행되며 어떠한 계산이 이루어질 지에 대하여 상당히 좋은, 경험적 근거가 튼튼한 시사를 제공한다. 즉 가능성이 있는 계산 과정에 대한 좋은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신경과학적 접근의 또 다른 이점은 인지심리학적 설명적 접근의 단점의 뒷면이기도 하다. 심적 과정인 인지의 여러 수준에서는, 실제적으로 작동하는 기능적 범주가 무엇인지, 범주간 경계가 어디인지가 규명 안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에 보다 구체적이며 하위수준인 뇌 수준에서 신경적 기능 이론이 제시된다면, 상위의 인지 수준에서의 기능의 범주와 조직화를 발견하기 쉽게 된다고 하겠다. 따라서 인지과정에 대한 이론을 구성함에 있어서 신경적 연구에 바탕한다는 것은 실용적으로도 좋은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7.2. 문제점과 종합
그러나 이렇게 접근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 인지현상을 신경 수준으로 환원하여 그 바탕에서 이론을 구성한다고 하여 마음의 모든 현상을 신경생리적, 신경생화학 사건으로 환원시켜 설명할 수 있으며, 인지심리학, 철학, 인공지능학 등이 없이도 신경과학이 독자적으로 충분히 마음을 설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아닌 이유와 인지신경과학적 접근의 그늘을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7.2.1. 심리학에서의 연구전략에 대한 철학자 R. Cummins(1983)의 다음과 같은 진술은, 사람의 인지적인 활동에 대한 신경과학적 연구에도 그대로 해당된다: "어떤 시스템 S가 P라는 속성(property) 혹은 능력(capacity)을 어떻게 가지게 되는가를 설명하려는 분석은 S의 구성요소들의 속성과 그들이 조직된 형태에 의해 이루어진다(Cummins, 1983, 15쪽).“ 다만, 인지심리학에서의 연구가 인지의 하위체계들을 개개의 과정이나 기능에 따라 개별화하는 반면에, 신경과학에서의 연구는 그에 덧붙여, 물리적으로 규정된 단위(예를 들어, 해부학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신경회로와 같은)를 경계로 하위체계를 개별화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두 분석 수준 간에 원활한 연결이 없다면, 신경과학은 ‘두뇌를 비롯한 신경계에 대한 과학’일 수는 있지만, ‘마음에 대한 과학’에 참여하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신경과학이 신경계에 대한 연구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신경계 연구를 통한 마음에 대한 탐구로서 자리 매김을 하자면 부딪히게 되어 있는 첫 번째 어려움이 이곳에 있다. 이 어려움은 두 분석수준 간에 원리적으로 다음과 같은 어긋남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i) 인지심리학적 연구에서와 같은 기능분석(functional analysis)을 통해 얻어진 기능적으로 규정된 구성요소가 신경과학에서의 구조분석(structural analysis)을 통해 얻어진 해부학적으로 규정된 구성요소와 일대일로 대응이 꼭 되리라고 확신할 필요는 없고(하나의 기능적인 구성요소가 다양한 물리적 구성요소들에 걸쳐서 나타나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다), ii) 하나의 단일한 물리적인 구성요소가 하나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지적인 능력이나 속성 C를 측정하면서, 이와 함께 그 능력과 동시에 발생하는 두뇌의 처리과정 B를 포착하고, B라는 두뇌의 처리과정이 C라는 인지적인 능력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임으로써-- [혹은 어떤 두뇌영역의 손상이나 부재를 경험적인 증거로 삼아 다음과 같은 추론이 빚어지기도 한다: 특정한 두뇌영역 A는 어떤 능력 C의 중추이다. 왜냐하면, 1) Y환자에 있어 A영역이 손상되었고, 2) Y 환자는 C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론 또한 기본적으로 상관관계에 의존하고 있다는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 경우를 앞의 추론방식과 구별해서 ‘손상으로부터의 추론’이라고 부를 수 있다.] -- 어떤 능력 C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려는 것이 신경과학 연구에 밑바탕에 흐르고 있는 추론의 줄기이다. 과학적 탐구 있어서 그 지위가 다소 허약하다고 할 수 있는 상관관계를 통해 설명을 제공하려한다는 점을 문제삼지 않더라도(이는 아래에 다시 이야기된다), 신경과학 연구는 C라는 인지적인 능력에 대한 상세한 기술과 함께, 그 능력을 검출해낼 수 있는 방법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인지적인 능력이나 속성은 ‘직접’ 그 모습을 드러낼 수가 없다. 바로 이러한 연구대상의 특수성과 싸워온 학문이 심리학이라면, 신경과학 연구는 ‘마음에 대한 과학’이기 위해(‘신경계에 대한 과학’만이 아니라), 심리학의 연구결과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이와 거울상으로 심리학자들 또한 당연히 신경과학자들과 비슷하게 어느 정도 강제적인 연구 상의 요구를 갖게 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놓인 자리가 결국 두뇌라면, 그것과 무관한 심리학 이론이란, 마음의 대한 과학적 이론이 충족시켜야할 필수적인 제약조건 하나를 그냥 무시하고 있는 셈이 되어 버린다.
이러한 상호의존성의 전형적인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주제가 바로 ‘의식’에 대한 연구이다. 신경과학자들은 소위, NCC(Neural Correlates of Consciousness)를 찾아내려고 매진하고 있다. 주로 시상(thalamus)과 피질(cortex)간의 상호작용에 주목하는 이 연구들은 ‘의식’에 대해 저마다의 측정 방식을 가지고, 그것과 공변하는 두뇌의 처리과정을 밝혀내려는 시도를 해오고 있다. 많은 연구들은, 좀 과장을 보태자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의식을 말하고, 다른 방식으로 의식을 포착한다. 이러한 혼란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의식’에 대한 개념적인 분석과 함께 의식현상에 대한 인지심리학적인 연구결과가 동원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개념적인 분석에서의 오류와 인지심리학적 연구에 대한 새로운 시사점이 드러날 가능성도 열려 있음은 물론이다.
신경과학적 분해분석적 접근의 다른 가능한 한 문제점으로 다음을 생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복잡한 상위 구조를 하위요소 기제로 분해하는 접근은 주로 선형적 분해로 진행되지만, 상하위 신경적 구조와 기제의 관계의 본질은 실제는 선형적 구조가 아닐 수 있다. 한 기능이 여러 부위에 분산되어 있는 경우에는 상위구조를 선형적으로 분해하여도 그 구성요소 기제를 파악할 수 없을 수 있다. 더구나 뇌의 다원적 연결 구조에서는 특정 부위에 대해 간접적 증거만 가능한 경우도 있기에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
7.2.2. ‘마음에 대한 과학’으로서 신경과학이 맞닥뜨리게 되는 두 번째이자 보다 근본적인 어려움은, 어떤 두뇌의 처리과정이나 영역과 이러저러한 인지적인 능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통해서 마음에 대한 설명을 주곤 하는 신경과학 연구의 추론방식에 자리잡고 있다. 어떤 시스템을 하위시스템으로 분석하는 것은 그러한 하위시스템들이 전체시스템의 행동을 인과적으로 야기 시키기 위해 움직이고 상호작용한다는 가정에 기반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신경과학적인 연구의 경우 실질적인 탐색의 대상은 대개 인과관계라고 하기보다는 상관관계인 경우가 많다. 이는, 마음-몸 문제에서 흔히 나타나는 설명적인 틈(explanatory gap)이다. 결국 신경과학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이러저러한 두뇌상태가 이러저러한 마음상태와 신뢰롭게 상관되어 있다는 것뿐이지만, 그들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앞서 말한 가정에 기반해서 자신들의 분석의 반대방향으로 진행하는 인과적인 설명을 제공하려고 한다. 이러한 설명전략이 어떻게 옹호될 수 있을지는 아직 철학적으로 많은 논란을 빚고 있다. 이는 신경과학을 통해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하지만 마음에 대한 과학적 연구라면 어떤 것이든 피해가기 힘든 난제라고 할 수 있다.
7.2.3. 다음은 마음의 본질과 마음 내용의 의미와 관련된 어려움이다. 신경과학적 연구가 지각, 기억, 언어, 사고 등과 연관된 신경구조와 기제를 연구하기 위하여는, 먼저 그러한 인지적 활동 자체가 무엇인가를 규정하는 이론과 개념적 틀이 있어야 한다. 이는 학문의 본질상 신경과학에서 제공되기 곤란하다. 보다 상위 추상수준의 인접학문에서 주어져야 한다. 심적 활동의 본질과 이를 기술하는 개념들의 의미와 그 범주적 한계 등의 규정이, 그리고 심적 현상의 ‘무엇’을 탐색할 것인가의 틀이 신경과학이 아닌 인지심리학이나 다른 상위 추상수준의 접근을 하는 학문에서 주어져야 한다. 신경과학적 연구들은 마음이, 인지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이론과 자료를 제공해주었지만 과연 무엇인가, 왜 있는가,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거나 답을 주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생태학이나 진화론적 측면에서 본다면 한 유기체의 생물적 구조나 내적 기제를 올바로 이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본질이 무엇인가, 어떠한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기제인가에 대한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인지과학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지’의 재개념화 작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인지과학적 논의들은 기존의 관점인, 환경과는 독립적으로 인간의 뇌 내에서 일어나는 과정으로서의 인지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의 마음이, 인지가 물리적, 사회적 환경에 확장되어 있으며, 환경에 신체로 체화된(embodied) 개체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지, 인공물 등에 확장된, 분산된, 사회적으로 공유된 인지의 본질을 거론하고 있다(1장 및 14장 참조). 따라서 인지신경과학은 인지과학 내에서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하여 이를 어떠한 형식으로 도입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탐색을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그와 관련하여 마음 내용의 의미적 측면에 대하여 어떠한 접근을 할 것인가가 개념화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마음 개념’의 확장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마음을 두뇌에 가두어 두지 않는다. 이러한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의미의 문제는 마음에 대한 과학으로서의 신경과학의 지위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인지의 본질에 대한 이러한 개념적 재구성이 타당하다면, 당연히 뒤따라 거론되어야 하는 것이 인지 연구의 분석 단위의 문제이다. 마음이, 인지가 단순히 두뇌 내 과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확장, 분산된 과정이라면, 인지 연구의 기본 분석단위는 ‘뇌-환경 상호작용’이 분석단위가 되어야 한다. 이는 뇌와는 관계없이 ‘마음’만을 탐구하던 전통적 인지과학이 신경과학에 의해 뇌라는 물질적 구조 기반의 ‘아래로 끌음(downward-pull)’에 의해 그 분석-설명적 접근이 변화된 것과 마찬가지로, 인지신경과학이 마음의 본질과 관련하여 사회-문화적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포함하는 방향으로의 ‘밖으로의 끌음(outward-pull)'에 의해 그 분석-설명 접근이 수정되어야 함을 시사하는 것이다(Bechtel, Abrahamson, & Graham, 1998). 이러한 ’밖으로의 끌음‘은 하위 추상 수준에서는 동역학체계적 접근과의 연결을 의미하고, 상위 추상수준에서는 인류학, 문화-사회학, 나아가서는 화용론적 텍스트 언어학과의 연결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다시 마음 내용의 의미의 문제를 인지신경과학에서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현재의 인지신경과학에서는 이에 대한 설명적 접근의 틀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
7.2.4. 이와 관련하여 자연히 제기되는 것이 사고과정 설명의 어려움이다. 지금까지의 인지신경과학 연구의 한계의 하나는 사고과정에 대한 연구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사고과정은 인지심리학의 연구영역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개념적 및 범주적 사고, 연역적 추리, 결정과 선택, 문제해결, 지능과 창의성 등의 하위사고과정들 뿐만 아니라 언어이해의 상위과정과 관련된 사고과정에 대하여도 인지신경과학적 접근은 뇌부위 확인이나, 신경과정적 특성에 대하여 이론적 의의가 큰 자료를 별로 내지 못하고 있다. 신경과학적 접근이 사고과정 설명에 성공적이지 못한 이유는 상위수준의 사고과정 자체가 위에서 제기한 바와 같이 신경적 수준을 넘어서는 상위 의미적 설명접근을 요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평범한 사고과정에 관여되는 뇌의 부위가 처리과정을 순차적으로 고립시켜 볼 수 있는 소수의 단원적인 부위와 관련된 처리과정이 관여한다 고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고과정은 상당히 넓은 뇌부위와 동시적으로 병렬적으로 작용하는 여러 정보처리과정의 협동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동시적으로 공변하거나 공동결정변수가 되는 신경구조나 과정을 시간적으로 분리시키거나, 그 영향을 고립시켜 연구하기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것이다.
7.2.5. 끝으로 이분법적 사고의 경계를 들 수 있다. 이것은 비단 인지신경과학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과학 전반에 걸친, 더 나아가 인간 사고과정 일반에 걸친 문제이기도 하다. 뇌 연구와 관련되어 초기에 나타난 두드러진 한 현상은 뇌 연구자의 이분법적 이론화 경향성이었다. 좌뇌는 무엇 담당, 우뇌는 무엇 담당 등의 배타적 이분법적 개념화에 의해 두뇌 현상을 설명하려했고, 이것이 인지심리학자나 신경과학자나 일반인들 모두에게 호소력이 있었다. 그러나 후의 연구 결과들에 의해 서서히 드러난 것은 두뇌의 구조 요소들의 기능은 이러한 성급한 이분법적 단정의 일괄적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되며, 이러한 성급한 이분법적 개념화는 현상의 이해를 오도한다는 것이다. ‘좌뇌는 언어와 논리, 우뇌는 공간처리’ 식의 이분법적 배타적 특성이 아니라, 그와는 달리 좌뇌에서의 중요한 공간정보처리, 우뇌에서의 중요한 언어정보 처리 기능이 있음이 밝혀졌다. 더구나 좌우뇌의 기능들이 여러 피질하 신경구조와의 다양한 연결 상에서 가능함을 고려할 때, 인지신경과학 초기에 나타난, 그리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이러한 성급한 단정적 이분법화는 지양해야 할 접근 태도이다.
그러나 한편 이러한 단정적 이분화는, 뇌를 연구하고 있는 인지신경과학자들 자신의 뇌의 인지적 특성에 기인하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인지심리학자 Kahneman과 Tversky(Kanheman, Slovic, & Tversky, 1982) 등은 인간이 판단과 결정을 함에 있어서 논리적 정확성을 기하기보다는 편법(휴리스틱스)적 전략에 의함을 보여주었다. 추리심리 연구자인 Evans 등(Evans, Over, Manktelow, 1993)은 인간이 논리적 타당성을 따지기 이전에 믿을만한가(believability)를 따지는 것이 인간 추리의 특성이며, 인간이 논리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존재이기보다는 논리적 오류를 무릅쓰고서라도 인지적 경제성(Cognitive Economy: 최소한의 정보처리적 노력을 들여, 최소한의 시간에, 최대한의, 최적의 적응 반응을 내어놓는)을 추구하는 실용적 합리성(pragmatic rationality) 추구의 인지적 존재라고 논하였다(11, 12장 참조).
이분법적 사고에 문제점들이 많지만, 일단 여기에서의 논의의 편의상 이분법을 받아드려 인용한다면 다음과 같은 논지를 전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우뇌가 맥락적, 화용적, 실용적, 암묵적 의미 추론 기능과, 사건들을 이야기적 구조로 짜 넣는 정보처리에서 우세하다고 한다. 질서와 합리를 추구한다는 선형적이고 논리적인 좌뇌의 적응적 한계를, 우뇌가 보완하여 어떤 실용적 편향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상식적 수준에서 확장시켜 해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향성이, 논리적 합리성 중심의 좌뇌의 경직된 제한성을 극복하게 하지만, 자연히 부수적으로 사고 오류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인간은 이러한 우뇌의 보완적, 휴리스틱스적 경향의 작용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또 어떤 현상을 굳이 이분법적인 범주화의 틀 속에 넣어 현상을 보는 것 차체가 좌반구의 편향일 수도 있다.
따라서, 뇌의 인지기능을 연구하는 인지신경과학자는 뇌-인지 기능을 개념화함에 있어서, 이미 진화적으로 결정되어서 우리에게 생득적으로 주어진 바인 인간의 편향적(우뇌적인) 인지적 정보처리 특성에서 그 자신이 자유롭지 않아서, 뇌반구의 기능에 대하여 잘못 개념화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 즉 우리가 이분법적으로 개념화하는 뇌기능 이론이 심적 현상에 대한 타당한 이론이 아니라, 인간 인지의 왜곡 특성으로 인해 일어나는 잘못된 생각일 가능성에 대해서 항상 마음을 열어 놓고 있어야 하리라 본다.

“끼이이이익.” 귀 언저리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눈앞으로 거대한 버스의 앞머리가 들이 닥쳐온다. 그리고 그 앞을 쏜살같이 가로지르는 한 남자. 빼곡하게 들어선 시장통속으로 내달리는 그의 뒤로는 험상궂은 인상을 한 검은 추격자가 “거기서!”를 외치며 그를 뒤쫓는다. 길 한복판에 과일들을 뒤엎으며 다급히 도망치는 그의 크게 열린 두 눈과 숨에 차 헐떡이는 입을 보며, 손에 땀을 쥔다. 가만, 그러고 보니 우리들 역시 마치 그처럼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고, 잔뜩 무엇인가에 긴장해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응급상황 하에서의 교감신경의 활성화가 현재 편안히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을 뿐인 우리에게 일어난 것이다. 이때 자율신경계의 이상 작용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며 내일 당장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는 이유는, 이 다분히 일상적이면서도 기이한 상황은 알고 보면 우리의 뇌에 존재하는 ‘거울뉴런(Mirror Neuron)’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앞서 제시한 길거리를 내달리는 장면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등의 청각적 정보와, 길가의 행인들을 헤집으며 다급히 도망치는 그의 모습이 보여주는 시각적 정보는 우리의 거울뉴런을 활성화시키는 대표적인 자극들이다. 감각기를 통해 수용된 시청각 자극은 신경계를 통해 뇌에 도달하게 된다. 이때 우측의 그림 상에 회색으로 표시된 부분(F5 sector)의 뉴런들이 활성화되는데, 중요한 점은 수용된 시각적 자극에서 비춰진 행동 혹은 청각적 자극과 연관된 행동을 직접 수행했을 때에도 역시 동일한 부분의 뉴런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1996년 Macaque원숭이에 대한 연구 논문을 통해 처음으로 ‘Mirror Neur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Giacomo Rizzolatti 교수에 따르면, 거울뉴런은 “관찰자가 자신의 내부적 상황을 마치 자신이 실제 그 일을 수행하는 것처럼 둘 수 있게” 만들어준다. 따라서 우리는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마치 자신을 거울에 비춰보고 있는 듯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의 연구를 통해, “DNA이후의 대발견”이라고도 칭해지는 미러뉴런은 그 정체를 조금씩 더 드러내게 되었다. 그에 따라, 일상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여러 사례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우리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영화를 볼 때 감정이입이 되는 이유, 여성이 남성보다 감성적으로 예민한 이유, 장애인의 재활이나 자폐의 원인 규명, 정치적 비방광고의 효과가 좋은 이유등이 모두 거울뉴런과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참을 수 없는 지적호기심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거울뉴런은 위에 제시한 사례들처럼, 인간의 기초적인 생활에서 배어나오는 수많은 의문들과 필수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학계를 비롯한 생활의 화두가 되어버린 거울뉴런에 대해, Giacomo Rizzolatti 교수는 2001년 발표한 "I Know What You Are Doing"이라는 논문을 통해 그 작동 원리와 대상을 기술하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거울뉴런의 작동 원리는 ‘뉴런의 Matching Mechanism’이라고 일축할 수 있다. 다른 개체의 행동을 이해하기위해서, 우리의 뇌는 관찰된 행동에 대한 정보를 특정 신경과 연결 짓는다. 본래 이 연결된 신경이 해당 운동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이기 때문에, 우리는 관찰을 통해서 우리가 직접 그 운동을 실행한 것과 같은 뉴런의 활성화를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우리는 생리적 역지사지를 경험하면서 다른 개체(상대방)의 행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연결(Matching) 과정을 통해 이해되는 행동들은, 사실 호사가들이 맘껏 부풀려놓은 것들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앞서 언급한 실험의 결과 거울뉴런은 단순한 손동작이나 어떠한 물체자체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거울뉴런은 어떠한 ‘행동’이 특정한 ‘물체’를 향해 목적을 가지고 움직일 때, 그 둘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만 활성화되는 것이었다. 또한 동종의 행동에 대해서만 반응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예를 들어 원숭이의 거울뉴런은 사람의 행동에는 반응하였지만 사람이 도구를 사용하여 하는 행동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전제조건이 충족된다고 해도, 거울 뉴런은 말 그대로 “엄격한 면”을 가지고 있다. 거울 뉴런의 첫 번째 변별적 특징은 행위 목적의 유사성뿐만 아니라, 행동의 방법성까지 동일해야만 활성화된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바나나껍질을 벗기기 위해 손을 사용할 때 활성화되는 뉴런은, 동일한 목적인 바나나껍질을 벗기기를 위해 입을 사용할 때에는 활성화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거울 뉴런의 두 번째 변별적 특징은 모든 행위에 동일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근원적인 운동일수록 더 크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Rizzolatti의 다른 연구논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거울뉴런은 행위의 의도를 구별하고 그에 따라 반응량의 차이가 생겨난다. 식탁이 깨끗하게 준비되어 있는 상황(A)과 어질러져 있는 상황(B) 두 가지를 제시한 후, 컵을 집어 드는 행위를 관찰하게 한다. 이때, 실험참가자의 거울뉴런은 상황A에 더 크게 활성화되는데, 이 같은 결과를 통해 우리는 거울뉴런이 우선적으로 행위의 의도를 변별하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상황A의 함의를 더 익숙하고 관습적이며 기본적인 행동 레퍼토리(차를 마시려고 하는 상황)로 생각해 볼 경우, 위에서 제시한 바와 같은 ‘근원적 행동일수록 더 크게 반응한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어떤 행동을 하느냐를 넘어서, 왜 그러한 행동을 하느냐까지 변별하여 활성화되는 거울뉴런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더욱 더 심화되고, 또한 보편화되어 널리 이용될 것이다. 더욱 깊은 논의 수준을 위해서는 거울뉴런자체에 대해서도, 그것이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한 탐구와 병행하여, 그것이 왜 생겨났는가에 대한 논의도 충분히 이루어져야한다고 본다.


거울뉴런은 현재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전두엽 전운동피질(Premotor Cortex)과, 두정엽(Parietal Lobe) 그리고 측두엽 뇌섬엽 앞쪽(Anterior Insula)에 위치한다. 전두엽은 “인간은 전두엽에 존재한다.”라는 말도 있을 만큼, 가장 최근에 진화적으로 확립된 뇌의 영역이다. 두정엽 역시 시각과 청각, 체지각의 통합을 담당하는 고위기관이며 뇌섬엽은 비교적 복잡한 사회경제적 위협을 예측하고,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주목해볼만한 점은, 거울뉴런이 자리 잡고 있는 뇌의 각 부위들 모두가 인간의 고유의 특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거울뉴런은 영장류를 넘어서 조류에게서까지 발견되며 척추동물의 공통적 소유물이라는 견해가 있지만, 그 기능적 측면과 뇌내(內)에서의 위치적 정보를 함께 생각해볼 때 인간이 인간으로서 발전하고 기능하기 위하여 축조한 진화적 결과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공고한 두뇌속의 성채는 인간의 고등문화의 효율적인 전수를 가능하게 한다. 고도의 지적활동이나 행동일반에 대해서 우리는 거울뉴런을 통해 간접적 정보를 직접적 정보와 동일하게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을 수 있는 것도, 맹모가 그 힘든 이사를 세 번이나 한 까닭도 모두 거울뉴런 덕택이고, 때문이었다.


다른 하나의 진화적 가설은 마음을 읽는 모듈로서의 필요성이다. 인간이 사회를 구축해감에 따라서 더 많은 충돌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필요성이 생겨났다. 또한 상대방에 대해 이해한 정보를 집단적으로 교류하는 것을 통해, 거대해진 사회 속에서 서로 도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성 또한 생겨났다. 수많은 타인들에 대한 정보의 교류가 원활하지 못하면 공동체의 기본 요건인 ‘상호 이타주의’가 성립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수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준 것이 거울뉴런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거울뉴런은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면, 마치 자신이 직접 행동한 것과 같은 내적 상태로 만들어주는 작용을 하며 그 행동의 의도까지 변별한다. 이러한 작용은 인간이 타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자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단순한 관찰로 인한 피상적 정보획득을 하던 영장류의 원숭이는 ‘뇌, 즉 마음으로 함께 느끼는’ 원숭이들의 상호이해를 기반으로 한 협력 상황에서 고립되어 점차 씨가 말라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위에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I Know What You Are Doing" 논문의 결론인 ‘거울뉴런은 행동이 완전한 시각적 단서로 주어지지 않아도, 추론을 통해 그 행동의 목적성을 알고 완전한 행동을 관찰한 것과 마찬가지로 반응한다.’라는 사실 또한 거울 뉴런의 반성적 효과가 상호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을 거들었을 것이다.


거울뉴런이 실재하는 F5 영역이 언어를 담당하는 Broca 영역과 상동기관(homolog)이라는 것 역시 생각해볼만한 점이다. 앞서 지적한 바대로 사회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해뿐만 아니라 그 이해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가장 강력한 요인이 바로 언어의 발달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를 생성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 Broca 영역과 그 기원을 공유하고 있는 거울뉴런(F5영역)은, 두 영역의 필요성이 대두된 이후 자연선택에 의해 우선적으로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그 거울뉴런의 기능은 고차원적인 언어 학습과정을 지속적으로 도우며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높은 수준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원천적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뇌를 둘러싼 강력한 빗장, BBB (동아사이언스 2007년 09월 17일)

동물의 혈관에 파란 잉크를 주사하면 온몸에 파란색이 퍼질까? 이런 궁금증은 이미 100년 전에도 있었고 당시 사람들은 ‘트리판 블루’라는 염색약을 혈관에 넣어 실험해 봤다. 예상대로 온몸에 파란색이 퍼졌다. 그런데 예외가 있었다. 뇌와 척수에는 파란색이 퍼지지 않은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모든 피는 심장의 우심실에서 나와 온몸을 돌고 다시 심장의 좌심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좌심방의 피는 좌심실을 거쳐 허파에서 가스 교환을 하고 다시 우심방으로 들어간다. 사람에게 심장이 하나뿐이고, 피가 똑같다면 결론은 하나뿐이다. 뇌와 척수에 파란 염색약을 막아주는 장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를 ‘혈액-뇌 장벽’(Blood-Brain-Barrier, BBB)이라고 부른다. 뇌와 척수의 관문, BBB에 대해 알아보자.

혈액이 온몸을 도는 까닭은 세포에 산소, 양분, 호르몬과 같은 물질을 공급하고, 세포반응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을 폐기할 장소로 옮겨주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해서 혈관과 세포 사이에 무슨 연결파이프가 있는 건 아니다. 모세혈관을 이루고 있는 내피세포 사이에는 작은 틈이 있어 혈관과 세포 사이에 물질이 드나든다.

뇌는 우리 몸에서 산소와 양분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관이다. 심장에서 뿜어나온 혈액 중 20%는 곧바로 뇌로 올라갈 정도. 그런데 뇌에 있는 모세혈관에서 스며나온 혈액은 신경세포와 직접 접촉할 수 없다. 뇌에는 아교세포(glia cell)라는 세포가 매우 조밀하게 혈관을 둘러싸 혈액이 통과하지 못하게 막기 때문이다. 이것이 BBB다.

혈액과 ‘뇌척수액’ 간의 물질교환을 제한하는 ‘혈액-뇌척수액 장벽’(Blood-CSF-Barrier)도 넓은 의미로 BBB라고 볼 수 있다. 뇌척수액이란 뇌와 척수가 잠겨 있는 투명한 액체로 뇌와 척수의 신경세포들은 뇌척수액과 직접 맞닿아 산소와 양분을 공급받는다. 전체 양은 150ml 정도로 혈액과 뇌척수액은 끊임없이 순환된다.

혈액이 뇌척수액으로, 뇌척수액이 혈액으로 바뀔 때 물질은 선택적으로 이동한다. BBB가 물질 이동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BBB을 구성하는 물질은 대부분 인지질(phospholipid)로 돼 있기 때문에 지용성 물질은 통과하나 수용성 물질은 대부분 통과하지 못한다.

그럼 수용성이면서 뇌에 꼭 필요한 물질은 어떻게 할까? 뇌에도 양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포도당과 같은 물질을 이동시키는 수단이 존재해야 한다. 뇌에는 BBB가 매우 약해서 물질이 뇌세포로 자유롭게 드나드는 부위가 있다. 대부분 뇌의 한 가운데 집중돼 있는데, 이를 ‘뇌실주위기관’(circumventricular organ)이라고 한다. 뇌는 뇌실주위기관을 통해 혈액의 성분을 검사해 필요한 물질만 선별적으로 통과시킨다. 송과선, 뇌하수체 등이 뇌실주위기관에 속한다.

뇌의 혈관 구조는 왜 이렇게 복잡할까? 뇌는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루며 기억, 학습, 언어, 사고와 같은 현상을 조절하는 중추이기 때문이다. 뇌의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정상 생활이 불가능해지고 질병에 걸려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혈액에서 세균이나 병원균이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BBB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BBB는 완벽한 장치가 아니다. 아기는 BBB가 완성되지 않은 채로 태어나고, 높은 혈압, 저주파와 방사선 또는 감염에 의해 뇌혈관장벽이 열리기도 한다. 알코올, 니코틴 등이나 마약으로 분류하는 헤로인, 코카인 등도 BBB를 뚫고 뇌 속으로 쉽게 들어간다. 심지어 뇌염 바이러스나 광견병 바이러스도 BBB를 통과해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BBB가 오히려 생존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종양이 생기면 약물로 치료해야 하지만 뇌에 생긴 종양은 약물로 치료할 수 없다. BBB가 약물이 전달되지 못하게 막기 때문이다. 따라서 BBB를 뚫고 뇌 속까지 약물을 전달하는 방법은 오랫동안 과학자들의 숙제였다.

지난 6월 한양대 이상경 교수와 삼천리 제약의 정경은, 김문희 연구원이 참여한 국제연구진이 BBB를 뚫고 약물을 투여하는 방법을 찾아내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들은 광견병 바이러스가 BBB를 통과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광견병 바이러스에서 BBB를 통과하는 ‘RVG 단백질’을 찾아냈다. 앞으로 이 연구결과를 응용하면 치매 등의 뇌질환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MRI 촬영을 위해 사용하는 조영제도 BBB를 통과하지 못해 뇌 조직을 영상화하기 힘들었는데 이 문제도 해결됐다. 지난 5월 서울대 현택환 교수팀과 성균관대 이정희 교수팀은 공동으로 BBB를 뚫고 뇌 속까지 들어가는 ‘산화망간 나노입자를 활용한 MRI 조영제’를 개발해 국제화학저널인 ‘안게반드케 헤미’에 발표했다. 새 조영제는 단기적으로는 뇌연구 분야에 획기적인 연구방법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면역체계가 알레르기라는 부작용을 낳듯이, 우리 뇌를 지키기 위한 BBB도 때로는 치료를 방해하는 장벽이 되기도 한다. BBB에 대한 이해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뇌질환을 정복하기 위해 창의적인 시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연구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정모 과학칼럼니스트ㆍ<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뇌의 신비 (매일매거진 2007년 07월 05일)

인간의 뇌는 1~1.4 kg 정도로 몸무게의 2% 정도에 불과하지만 전체 혈액의 15%를 소비하고 산소 20~25%를 사용한다. 뇌에 공급되는 혈액이 15초만 차단돼도 의식불명에 이르고 4분간 중단되면 뇌세포는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을 입는다.

1천억 개에 이르는 뇌세포는 태어나면서부터 매일 감소하기 시작한다. 1초에 한 개씩 매일 10만 개 가량이 감소한다. 뇌가 발달하는 것은 세포간 연결이 이뤄지는 것이다. 머리가 좋다는 것은 뇌가 크다거나 뇌세포가 많아서가 아니라 세포간 연결이 활발하다는 의미다.

1천 500여명의 뇌 수술을 집도한 영남대학교병원 김오룡(신경과) 병원장은 "적어도 신경외과 분야에서는 뇌에 대한 비밀이 상당 부분 밝혀지고 있다."며 "정신적 변화이건 뇌의 기질적 변화이건 치료가 가능한 분야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과거 단순이 '미쳤다'고 판단했던 증상들이 뇌 특정 부위의 손상 때문이라는 것도 차츰 밝혀지고 있다. 김 병원장은 "가령 뇌 기저부에 있는 림빅 시스템에 손상이 오면 감정 조절이 안되고 과도한 성욕과 식욕을 드러내는 등 이상 증상을 보이는데 예전 같으면 그저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고 치부했다."며 "뇌 손상은 외상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지만 유아기나 청소년기에 받은 정신적 충격에 의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뇌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 결과가 쏟아진 것은 1980년대 이후부터. 기억력, 특히 학습능력을 좌우하는 뇌의 기능부터 사랑과 같은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부위와 신경전달물질에 대한 의문점들을 풀어보자.

"■ 뇌를 알면 IQ가 보일까 머리가 좋은 학생일수록 뇌의 정수리 부분(두정엽)이 많이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이건호 교수(생명과학부) 연구팀은 기능적 자기공명장치(fMRI)를 이용해 사람의 지능 발현에 중추적 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대뇌피질의 일부분인 '후두정엽'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뇌영상분야 국제 학술지인 '뉴로이미지' 인터넷판에서 밝혔다. IQ 상위 1% 이내에 속하는 한국과학영재학교 등 특목고 학생 25명과 보통 지능을 가진 인문계`실업계 고교생 25명 등 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능이 높은 집단은 어려운 과제를 수행할 때 양쪽 뇌의 정수리 부분인 후두정엽 부위의 활동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 그렇다면 IQ 테스트를 하지 않고 뇌를 스캔하는 것만으로도 지능이 얼마나 뛰어난 지 알 수 있을까? 경북대 이호원(신경과) 교수는 "IQ 차이를 알려주는 장치는 아직 없다."며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한다는 추론은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한다고 해서 반드시 IQ가 높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IQ를 측정하는 방법은 전통적은 문답식의 인지지능검사, 즉 IQ 테스트 외에는 없다는 것. IQ는 종합적 사고 능력을 뜻하고, 뇌 스캔은 특정 영역의 활성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머리가 좋아지는 방법은 있을까 먼저 치매와 건망증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건망증은 뇌의 일시적인 마비 현상이다. 주의력 산만, 스트레스, 피로, 우울감 등이 원인이 돼서 특정 사실을 까먹지만 누군가 귀띔을 해주면 금세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 하지만 치매는 영원히 잊어버리는 증상이다. 누군가 말을 해줘도 기억을 되살릴 수 없다.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 등 치매에 걸린 20, 30대를 다룬 이야기가 소개되면서 '나도 혹시?'하며 병원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 건망증일 뿐 치매는 아니다. 그렇다면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호원 교수는 머리를 많이 쓰는 것이 것이 머리를 좋게 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머리를 많이 쓴 사람일수록 치매 진행도 늦춰진다는 것. 가령 초교 졸업, 고교 졸업, 대학 졸업 등 학력에 차이가 나는 3명의 치매 환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들의 치매 진행도는 비슷하다고 할 때 과연 누구의 뇌 세포가 가장 많이 손상됐을까? 정답은 대학 졸업자. 이 교수는 "대학 졸업자, 즉 두뇌 활동을 가장 왕성하게 했던 사람이 겉으로 보기에 비슷한 치매 정도를 보이지만 실제 뇌 세포 손상은 가장 큰 경우가 많다."며 "바꿔 말하면, 뇌를 많이 쓴 사람은 어느 정도 뇌세포 손상이 와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지만 뇌를 적게 쓴 사람은 조금만 손상이 와도 뚜렷한 치매 증상을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머리가 좋아지게 하는 약은 있을까? 아쉽지만 아직 그런 약은 발명되지 않았다. 학생들이 공부를 좀 더 오래 하기 위해 각성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다. 말 그대로 뇌가 피로한 상태인데도 각성제를 투여해 좀 더 오랜 시간 깨어있게 하고, 또 그 시간 동안 공부를 더 했기 때문에 성적이 올랐을 뿐이지 기억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깊은 잠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인간의 기억은 가장 깊은 수면단계인 렘(REM)에서 장기기억으로 옮겨지기 때문이다.

"■ IQ에 얽힌 재미난 연구 최근 노르웨이 오슬로대 연구팀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을 통해 성장기간 동안 가족 내에서 차지한 서열이 IQ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징병대상 남성 24만 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IQ 테스트 당시 18~19세인 첫째 아들의 평균 IQ는 103.2였고, 둘째는 101.2, 셋째는 100.0으로 나왔다. 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손위 형제가 일찍 사망한 경우. 둘째로 태어났더라도 형이나 누나가 1살 이전에 사망한 경우 평균 IQ는 102.9이었고, 형제들이 사망한 경우 셋째 남성들의 평균 IQ가 102.6이었다. 연구팀은 맏이가 남동생이나 여동생을 가르칠 기회를 갖게 되고, 부모로부터 더 많은 자극과 기대를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만이 지능을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프랑스 툴루즈대학병원 임상역학 조교수인 막심 쿠르노 박사는 32~62세 남녀 2천200명을 대상으로 체중을 측정하고 지능검사를 실시한 후 5년 후 같은 조사를 다시 실시했다. 첫 검사에서 적정 체중 사람들은 어휘시험에서 단어의 56%를 기억했고, 비만 체중은 44%만을 기억했다. 두 번째 검사에서 적정 체중은 5년 전과 같은 기억력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 데 비해 비만 체중은 단어 기억력이 37.5%까지 떨어졌다. 쿠르노 박사는 지방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대뇌 세포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쳐 뇌 기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IQ가 높은 아이일수록 어른이 됐을 때 채식주의자가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사우샘프턴대 연구진들은 1970년대에 IQ테스트를 했던 사람들을 상대로 20여 년 뒤 식생활과 직업 등을 알아봤다. 자료가 확보된 8179명 중 채식주의자들은 366명. 채식주의자들의 어렸을 적 IQ는 비채식주의자에 비해 남성과 여성 모두 평균 5 정도 높게 나타났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남녀 차이 비밀은 `뇌`에 있다 (서울=연합뉴스 2007.06.18)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 출간

'여성과 남성은 왜 다른가?'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온 진부한 질문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궁금증이기도 하다.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원인을 찾기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명쾌한 해답을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경정신분석학자인 루안 브리젠딘은 남녀 차이를 밝혀내기 위해 기존의 방법과는 조금 다른 생물학적 접근법을 시도한다.

그는 저서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리더스북)에서 "여자와 남자의 유전자 코드는 99% 이상이 같다. 그런데 나머지 1%가 신경계의 세포 하나 하나에 영향을 미쳐 남자와 여자의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남녀 차이에 대한 답이 서로 다른 뇌 구조에 감춰져 있다는 것.

책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자보다 감정을 더 잘 표현하고 미세한 정서적 경험을 더 잘 기억하는 것은 여성의 뇌가 정서와 기억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부분을 더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성적 충동에 할애된 뇌 공간은 남성이 여자에 비해 2.5배나 더 크다. 평균적인 여성이 하루에 한 번 정도 성적 충동을 느끼는 반면 남성은 52초마다 성적 충동을 느끼는 것은 이런 생물학적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흔히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고 여겨지는 '불륜' 또한 뇌과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결혼을 하더라도 '최상의 유전자'를 구하려는 프로그램은 여성의 뇌에서 끊임 없이 작동한다. 결국 불륜은 생계를 책임지는 남자가 아닌 최상의 유전자를 가진 남자를 추구하려는 욕망의 형태라는 것.

이 밖에도 여성의 뇌는 '언어를 순발력 있게 구사하는 능력' '우정을 깊게 유지하는 능력' '갈등을 조정하고 화해시키는 능력' 등 남자 뇌에는 없는 고유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생물학적 뇌의 차이가 굳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인간의 뇌는 재능 있는 학습 기계로서 절대 고정돼 있지 않다"라면서 "뇌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성호르몬의 변화를 조정.촉진하면서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결정론적 해석을 경계했다.

뇌과학이라는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저자의 상담 사례들을 풍부하게 이용해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쓴 점이 돋보이는 책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돼 '워싱턴포스트 베스트 논픽션'에 선정됐다. 임옥희 옮김. 280쪽. 1만1천원.

데자뷔 유발 뇌 부위 찾았다 2007.06.11 ⓒScience Times

해마치아이랑,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두 상황 차이구별

처음 겪는 상황인데도 이전에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 이른바 `데자뷔' 현상이 일어나는 두뇌 부위가 밝혀졌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보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토네가와 스스무 교수 등 연구진은 사이언스 익스프레스에 실린 연구 보고서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중에서도 `해마치아이랑'이란 작은 부위가 `삽화적 기억', 즉 비슷하지만 다른 상황을 구별하는 기억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로써 데자뷔 현상이 뇌의 어느 부위에서 일어나는 지를 설명할 수 있게 됐고 또 어째서 고령자와 뇌질환 환자에게 이런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지를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해마치아이랑 기능이 손상된 생쥐들을 키우면서 이들이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두 상황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토네가와 교수는 생쥐는 보통 두 개의 상황을 분명히 구별하는 능력이 있지만 해마치아이랑이 없는 쥐들은 상황을 뒤섞어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데자뷔란 두뇌가 두 개의 매우 흡사한 상황 사이에서 차이를 구별하려고 애쓸 때 일어나는 기억상의 문제라면서 나이가 들수록 이와 비슷한 혼란이 자주 생기고 알츠하이머 같은 뇌질환을 겪는 사람에게도 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인인 자신도 이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면서 "생전 처음 가 보는 도시의 공항에서도 마치 전에 와 본 것 같은 느낌을 갖지만 두뇌의 다른 부위들이 더 분별력 있는 판단을 내린다"고 말했다.


 

마약, 뇌 "리모델링"시킨다 (한국경제 2007-04-26)

마약은 기본적으로 뇌를 "리모델링"시키며 마약을 끊어도 중독이 풀리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브라운 대학 분자약리학-세포생리학교수 줄리 카우어 박사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쥐실험을 통해 이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하고 헤로인 중독 환자가 마약을 끊고도 견디기 어려운 것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마약에 의해 뇌 자체에 영구적 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카우어 박사는 쥐에 모르핀을 투여하고 신경세포와 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연접부)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24시간이 지나도 쾌감 유발 신경전달물질을 억제하는 억제성시냅스(inhibitory synapse)가 더이상 활성화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이는 한마디로 뇌의 "자연 브레이크"가 제거되었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단 한번 투여된 모르핀이 24시간이 경과하면서 더 이상 뇌에 남아있지 않는데도 이 약의 효과는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카우어 박사는 설명했다.

시냅스는 도파민같은 쾌감 유발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키는 흥분성 시냅스(excitatory synapse)와 이를 억제하는 억제성 시냅스 등 두가지 기능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되어있다.

카우어 박사는 흥분성시냅스는 기억력 형성과 강한 연관이 있으며 마치 근육활동이 증가되면 근육이 강해지듯이 이 시냅스가 활성화될수록 그 기능이 강화된다고 밝히고 만약 학습을 위해 이 기능이 활성화된다면 이는 선순환이 되지만 코카인이나 헤로인 같은 마약이 같은 반응을 일으킨다면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우어 박사는 "중독은 신체에 해로운 그 어떤 것을 위해 뇌에 보상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병적인 형태의 학습"이라고 정의하고 이는 뇌의 "손상"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뇌에 "순응불량성 리모델링"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마약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약리학적 해독제의 개발을 어느 방향에 맞추어야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카우어 박사는 덧붙였다.(파리.시카고 AFP.로이터=연합뉴스) skhan@yna.co.kr


 

뇌도 세상을 본다 (동아사이언스 2007년 04월 20일)

눈보다 넓게… 멀리…

옆에 놓인 컵을 팔로 밀치는 바람에 물을 쏟은 경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바로 옆에 있는데도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사람의 시야는 생각보다 좁다. 정면을 응시하고 서면 시야각이 120도 정도 된다고 알려져 있다.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 정보의 양이 제한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뇌 덕분에 물리적으로 들어오는 시각 정보보다 더 넓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풍경이나 공간을 볼 때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사진 테두리 확장시키듯 확대해 기억

1980년대 후반 미국 델라웨어대 심리학과 헬렌 인트럽 교수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자연 풍경을 찍은 사진을 보여 주고 기억하게 한 다음, 몇 분 뒤 동일한 사진을 보여 주고 처음 본 것과 같은지 다른지를 물었다. 희한하게도 많은 사람이 다르다고 대답했다.

연구팀은 이번에는 같은 장소를 가까이서 찍은 사진과 그보다 약간 멀리서 찍은 사진을 차례로 보여 주고 두 사진이 같은지 다른지를 물었다. 놀랍게도 많은 사람이 같은 사진이라고 대답했다.

인트럽 교수는 사람들이 사진 속의 풍경을 사진 바깥 부분으로까지 확장시켜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카메라 렌즈를 ‘줌 아웃’시키는 것처럼 사진의 테두리를 무의식적으로 확장시킨다는 것. 처음 본 사진의 풍경을 자신도 모르게 ‘줌 아웃’시켜 기억했기 때문에 나중에 본 사진이 먼저 것과 동일하다고 말했다는 얘기다. 인트럽 교수는 이를 ‘테두리 확장(Boundary Extension) 현상’이라고 불렀다.

좁은 시야 보완하려는 뇌의 지혜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천명우 교수팀은 최근 자원자 18명을 모집해 넓은 공간에 있는 물체를 가까이서 찍은 사진과 멀리서 찍은 사진들을 30∼60초 간격으로 두 차례 보여 주면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뇌를 촬영했다. 실험 참가자들의 뇌에서는 풍경이나 공간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영역(PPA)과 물체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영역(LOC)이 모두 활성화됐다.

시각영역을 구성하는 신경세포는 어떤 풍경이나 물체를 처음 볼 때와 반복해서 볼 때 활동하는 강도가 달라진다. 처음 볼 때 10만큼 활발히 활동한다면 다시 볼 때는 활동 강도가 5, 6 정도로 떨어진다. 처음 보는 것에 더 활발히 작동하도록 조절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의 뇌 영상에서 PPA의 신경세포가 얼마나 활발히 활동하는지를 조사했다. 가까이서 찍은 사진 두 장을 차례로 본 경우와 멀리서 찍은 사진 두 장을 차례로 본 경우에는 모두 두 번째 사진을 볼 때의 활동 강도가 첫 번째 사진 때보다 줄어들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진이 같은 것이니 당연한 결과다.

멀리서 찍은 사진을 보여 준 다음 가까이서 찍은 사진을 보여 줬을 때는 활동 강도가 달라지지 않았다. 신경세포가 첫 번째와 두 번째 모두 처음 보는 사진으로 인식한 것. 서로 다른 사진이니 이 역시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가까이서 찍은 사진을 먼저 보여 준 다음 멀리서 찍은 사진을 보여 주자 희한하게도 신경세포의 반응 강도가 줄어들었다. 분명 다른 사진인데도 신경세포는 같은 것으로 취급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실험 참가자들에게 물어봤더니 대부분 두 사진이 같다고 대답했다.

실험을 주도한 박사과정 대학원생 박수진 씨는 “가까이서 찍은 사진을 뇌가 스스로 확장시켜 기억했기 때문에 이어서 본 멀리서 찍은 사진과 동일하다고 착각한 것”이라며 “PPA의 신경세포에서 테두리 확장 현상이 일어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PPA와 달리 물체 정보를 처리하는 LOC의 신경세포가 활동하는 강도는 두 번째 사진을 볼 때 항상 줄어들었다. 가까이서 찍든 멀리서 찍든 사진 속 물체는 모두 같기 때문에 두 번째 사진에서는 반복해서 본다고 인식한 것이다.

뇌의 시각영역이 일으키는 의미있는 착각

테두리 확장 현상은 언제나 정확하게 반응할 것 같은 뇌에서도 착각이 일어난다는 증거다. 박 씨는 “PPA의 이런 착각은 제한된 시각 정보를 받을 수밖에 없는 눈의 제약 조건을 극복하려는 인체의 메커니즘일 것”이라고 말했다. 좁은 시야를 확장해 주변 환경까지 자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이 연구결과는 신경과학 전문지 ‘뉴런’ 19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뇌에서 일어나는 이 같은 착각 덕분에 우리는 세상을 좀 더 ‘넓게’ 보고 있는 셈이다. 임소형 기자 ㆍsohyung@donga.com

범죄자는 뇌를 보면 안다? [중앙일보 2007.04.07]

미국 교수, 정상인과 비교

 

 

양전자 방사 단층촬영(PET)으로 본 정상인(左)과 살인범의 뇌. 정상인 뇌가 살인범 뇌보다 회색 부분이 많다. 정상인이 그만큼 뇌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레인 교수 제공]

'2054년 미국 워싱턴의 경찰은 범죄가 일어나기도 전에 범인을 잡는다'.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출연했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상황 설정이다. 범죄 발생 시간과 장소, 범인을 예측하는 '프리크라임 시스템(Precrime System)'을 갖췄기 때문이다.

영화 내용과 비슷한 주장이 제기됐다. 사람의 뇌를 관찰하면 범죄자를 가려낼 수 있고, 범죄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6일 경찰청에서 열린 '제2회 범죄행동분석 학술 세미나'에서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에이드리언 레인 교수는 "범죄는 사회나 환경적 요소와 더불어 생물학적 요인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뇌가 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는 각각 41명의 정상인과 살인범의 뇌를 양전자 방사 단층촬영(PET) 방식으로 비교했다. 살인범의 뇌가 일반인보다 활동량이 적었다. 특히 전전두엽(前前頭葉) 부분에서 큰 차이가 났다.

그는 또 1978년 15세 소년 101명을 무작위로 뽑아 검사했다. 심장 박동이 느리고, 피부전도율이 낮고, 뇌파가 느린 소년들이 장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됐다. 9년이 지난 뒤 실제로 24세가 된 소년들 중 17명이 범죄자가 됐다. 예측 정확도는 74.7%였다.레인 교수는 "사회.환경적 분석과 함께 할 경우 정확도는 88.5%로 올라간다"고 말했다.

72년부터 인도양의 모리셔스에서 한 실험 결과도 흥미롭다. 그는 3~5세의 원주민 아이 100명에게 영양.교육.신체활동에서 상대적으로 풍족한 환경을 제공했다. 아이들이 23세가 됐을 때 평범하게 자란 아이들과 비교했다. 풍족한 아이들이 범죄로 기소된 비율은 3.6%로 평범한 아이들(9.9%)보다 훨씬 낮았다. 레인 교수는 "실험에서 충분한 영양 공급이 범죄 성향을 가장 많이 떨어뜨렸던 변수"라고 설명했다.

◆ 범죄 예방과 생선 섭취=레인 교수는 결론에서 "생선을 많이 먹는 게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생선기름의 DHA와 오메가3 등의 성분이 뇌신경을 활성화한다는 이유에서다. 그에 따르면 생선 섭취와 살인 발생률의 상관성은 높은 편이다. 생선을 많이 먹는 일본.홍콩.한국 등의 살인 발생 건수가 적은 반면 생선을 잘 안 먹는 불가리아.미국.헝가리 등에선 살인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교도소 수감자에게 생선유를 꾸준하게 줬더니 공격 성향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서울경찰청 행동과학팀 오익준 경감은 "레인 교수가 스스로 인정했듯이 아직 연구의 초기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 전전두엽=대뇌의 앞부분인 전두엽 중 운동신경 부위를 제외한 앞쪽 뇌. 의지.참을성.도덕성 등을 조절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전전두엽이 발달했다.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뇌신경망, 사춘기까지 왕성하게 발달 (동아사이언스 2007년 03월 23일)

밤하늘의 별만큼 많은 신경세포로 이뤄진 인간의 뇌. 최근 영상촬영 기법의 발달로 뇌 속을 손금 보듯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살아 있는 뇌에서 신경세포의 수를 셀 수는 없다. 그래서 대뇌 피질의 두께를 측정하는 방법을 쓴다. 피질의 두께가 신경세포의 수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정신건강연구소와 캐나다 몬트리올 신경학연구소를 비롯한 세계의 여러 뇌 연구소에서는 청소년의 뇌 발달에 대해 집중 연구하고 있다. 뇌의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신경망의 발달은 유아기에 거의 끝난다고 알려져 왔지만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 뇌의 발달은 사춘기에도 왕성하게 일어나며 신경망은 끊임없이 변한다.

대뇌 피질의 두께는 청소년 시기에 급격히 늘어났다 줄어든다. 특히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회백질의 두께는 뇌의 앞부분인 이마엽(전두엽)에서 가장 먼저 왕성하게 증가하며 이런 변화는 마루엽(두정엽), 관자엽(측두엽), 뒤통수엽(후두엽)에서 차례로 일어난다.  

미국 정신건강연구소에서는 청소년 300명의 지능지수(IQ)를 검사해 영재, 높은 지능, 보통 지능의 세 그룹으로 나눈 다음 대뇌 피질의 두께 변화와 지능의 관계를 비교했다. 그 결과 대뇌 피질의 크기는 지능과 상관관계가 없지만, 피질의 두께는 지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보통 지능을 가진 청소년의 대뇌 피질 두께는 비교적 완만하게 변한다. 반면, 영재는 사춘기 초기엔 대뇌 피질 두께가 매우 얇지만 빠른 속도로 최고 수준에 이른 다음 급격히 감소하는 역동적인 변화 경향을 보였다.

대뇌 피질의 두께 변화는 뇌신경망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신경세포의 가지치기와 신경세포 간의 연접(시냅스) 형성을 수반한다. 결국 두께 변화가 역동적이라는 것은 신경망이 활발히 활동함을 의미한다.

청소년에게서 뇌의 역동적인 변화는 지능과 창의력 발달과 밀접하다. 또 청소년의 뇌는 감정과 충동을 제어하는 브레이크 같은 역할을 하는 영역들이 아직 매끄럽게 발달되지 않아 새로운 정보에 매우 민감하고 외부환경에 상처받기 쉽다.

청소년의 뇌는 어른과 다르다. 자제력을 갖춘 인지 메커니즘이 발달할 때까지 청소년의 뇌는 따뜻하게 감싸 주는 어머니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이 필요하다. 김경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뇌프런티어사업단장 ㆍkyungjin@snu.ac.kr

감정이 뇌를 움직인다? (동아일보 2007.03.22)

"죄없는 사람 한 명을 죽이면 나머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히말라야 산맥에 비행기가 추락했다. 생존자는 당신과 한 남자, 그리고 소년 등단 3명뿐이다. 소년은 다리를 다쳐 살아날 가망이 없다. 또 다른 생존자인 남자는 소년을 죽이고 인육을 먹은 뒤 그 힘으로 마을을 찾아 산을 내려가자고 한다.

당신의 선택은?

이성적으로만 생각하면 답은 쉬울 수 있다.

한 사람의 행복과 다수의 행복 사이에서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을 받은 많은 사람들은 다수를 살리기 위해 죄없는 한 사람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데 주저할 것이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힘의 핵심인 뇌.

하지만 사람들은 로봇처럼 이성적 판단만 내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때론 이성보다 감정에 따른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왜 그럴까?

인간은 단순히 이성적인 판단만으로가 아니라 감정에 의해 도덕적 난제를 해결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 인터넷판이 22일 보도했다.

감정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데 관여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남가주대학(USC) 연구팀은 뇌 부위인 복내측 전전두피질(腹內側前前頭皮質.VMPC)이 의사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전전두피질이 손상된 6명을 포함해 30명의 자원자들에게 '죄없는 사람한 명을 죽이면 나머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등 선뜻 택하기 어려운 여러 도덕적 난제들을 제시한 뒤 결정을 내리게 했다.

실험 결과 전전두피질이 손상된 이들은 다른 자원자들보다 '감정이 없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더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다수를 살리기 위해 기꺼이 한 사람을 희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는 특정 도덕적 딜레마에 있어서 복내측 전전두피질이 옳고 그름을 도덕적으로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감정이 이러한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안토니아 다마시오는 "인간은 일방적인 판단의 극단적인 형태를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감정이 도덕적 판단에 일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최신호에 실렸다.(서울=연합뉴스)

인간 진화의 비밀 숨어있는 뇌의 신비 속으로 2007.03.20 ⓒScience Times

‘뇌를 알려드립니다’ 2007 세계 뇌주간 행사 열려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이유는 손재주와 언어 그리고 계산을 할 수 있는 고도의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진화를 통해서 이런 능력을 발전시켰으며 이 모두는 뇌에서 일어났다. 도대체 뇌의 어떤 구조가 이런 능력을 갖게 만들었을까?

지난 16일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린 ‘2007 세계 뇌주간 행사’에서는 일반인들이 궁금해 하는 뇌의 능력과 진화과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재미있는 강연이 펼쳐졌다. 2002년부터 뇌주간 행사를 열기 시작한 우리나라는 올해도 한국뇌학회와 한국뇌신경과학회, 대한뇌기능매핑학회 등이 주최하는 2007 뇌주간 행사를 3월12일∼18일까지 전국에서 동시에 개최했다.

‘나는 누구인가? 시냅스로 보는 뇌와 나’로 첫 강연을 시작한 서울대 생명과학부 강봉균 교수는 뇌의 복잡한 신경계를 연결하는 시냅스(synapse)의 발전과정을 통해 뇌의 진화 과정을 소개했다.

“뇌는 1.5kg밖에 안되지만 인체의 70%의 칼로리와 혈액의 4분의 1을 사용하는 매우 복잡한 신체기관이다. 바깥은 회백질, 안쪽은 백질로 구성돼 있으며 속에는 수많은 신경세포인 ‘뉴런’(neuron)이 존재한다. 뇌에는 10억개 정도의 뉴런이 있고, 이런 뉴런은 인접 뉴런과 연결돼 있다. 이 뉴런의 접합점이 바로 시냅스다. 우리 몸에는 수천조 개의 시냅스가 존재한다.”

겨우 1.5kg이지만 만물의 영장의 열쇠

시냅스는 특수하게 분화된 구조를 통해 뇌가 다양한 능력을 갖게 한다. 인간이 고등동물로 진화하고 사람마다 다른 개성과 능력을 갖게 된 데에는 시냅스가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설명이다.

“어떤 충격이 시냅스에 도달하면 기름방울처럼 생긴 시냅스돌기는 그 속에 들어있는 신경전달물질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이 물질은 시냅스를 가로질러 퍼져나가면서 시냅스후막에 있는 수용체 분자에 결합해 시냅스후뉴런에 신경충격을 전달하면서 생각과 다양한 감정 등을 주고받는다.”

시냅스의 생성은 신경회로의 생성으로 연결되고, 이렇게 생성된 신경회로는 뇌의 기능을 발달시킨다. 뇌는 시냅스의 이런 분화기능을 통해 신체의 그 어느 곳보다 복잡한 신경네트워크를 발달시켰다.

“수많은 시냅스를 통해서 신경이 활동하고 인간의 뇌가 진화했다. 사람이 생각을 하고 시를 쓰거나 음악을 작곡하는 등의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이유도 모두 시냅스가 있기 때문이다. 시냅스가 두 개 연결되면 짝을 이뤄서 더욱 강한 신경전달을 한다. 이는 학습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즉 시냅스 전위 A에 두 개의 시냅스 전위 W(약한 반응)와 S(강한 반응)가 각각 별도로 연결돼 있다면, A-W 연결은 처음에는 약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반면에 두 개의 구조가 짝을 이룰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강한 반응을 하는 A-S구조와 짝을 이뤄 A-W시냅스 역시 강한 반응으로 바뀐다고 강 교수는 설명했다.

시냅스의 이런 독특한 구조는 뇌의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의 개를 이용한 조건반사 실험은 시냅스의 특징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종소리를 들려주면 개의 시냅스 A-CS 연결은 처음에 약한 반응을 보이며 침을 흘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음식을 줄 때 반응하는 A-US 연결은 개가 침을 흘리며 강한 반응을 보인다. 이때까지 두 개의 시냅스 연결은 별개의 것이다. 하지만 A-CS와 A-US가 A를 통해 짝짓기를 이루면 개는 종소리만을 반응하는 약한 시냅스인 A-CS에서도 침을 흘리게 되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사람마다 지능이나 자아가 다른 점도 시냅스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학습에 의해서 우리의 뇌는 변해간다. 따라서 사람의 뇌는 일년 전과 일년 후의 모습이 같을 수 없다. 아울러 우리의 자아는 뇌의 인지시스템과 감정시스템, 동기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이 시스템들은 시냅스에 의해 연결되고 스스로 자아가 만들어진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른 이유는 시냅스의 연결패턴이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진화한 비밀은 바로 뇌다. ⓒ

통증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기능

‘통증: 파수꾼인가, 재앙인가?’로 강연한 고려대 의대 생리학과 나흥식 교수는 우리 몸에서 느끼는 통증의 비밀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 인간은 촉각과 미각, 후각, 청각 등의 감각기관을 갖고 있다. 그런데 매우 짜거나 매운 음식을 먹으면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감각은 외부의 자극을 선별해서 받아들이는 정보성을 갖는 반면, 아픔을 전달하는 통각은 선별능력 없이 방어적 성격만을 갖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통증 없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나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인체가 통증을 느끼는 이유는 면역은 물론 죽음과 관계 깊다. 나 교수는 14세 소년의 사례를 들어 이를 설명했다.

“지난해 네이처 12월호에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14세 소년의 이야기가 실렸다. 이 소년은 통각이 없는 환자로 압정을 밟고도 전혀 아파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이 소년은 사망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통각이 없으면 외부의 자극에 몸 속의 백혈구가 견디지 못하게 되고, 결국 면역체계 이상으로 죽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은 통증을 느껴야 살 수 있다는 말이다. 통증을 전달하는 통각신경은 촉각신경과는 분명히 다른 통로를 갖고 있다.

“아픔을 전달하는 통각신경은 가느다란 감각신경으로 수초가 없는 무수신경이거나 가는 유수신경으로 되어 있다. 이에 비해 감각을 전달하는 촉각신경은 가는 유수신경이다. 또 촉각신경은 전달속도가 빠른 반면에 통각신경의 전달속도는 느리다.”

즉 신경이 가늘기 때문에 저항이 많을 수밖에 없고 통증이 있게 된다. 그런데 왜 통각신경의 전달속도는 촉각신경보다 느릴까? 거기에는 오묘한 비밀이 숨어있다. 나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방어성인 통각신경은 가늘어서 느리기 때문에 몸 전체에 분포할 수 있었고, 각종 외부의 위험에서 온몸을 방어할 수 있게 진화했다는 설명.

에로스 사랑과 아가페 사랑은 똑같은 부위에서  

▲ 연인간의 사랑이든 부모 자식간의 사랑이든, 모든 사랑의 감정은 뇌의 변연계가 관장한다. ⓒ

‘마음은 어떻게 생겨날까?’로 발제한 연세대 의대 정신과 김재진 교수는 마음과 뇌의 관계를 신경정신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했다.

인간 진화에서 마음처럼 미스터리한 부분도 없다. 하지만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이제 마음은 뇌의 작용이라는 견해가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과거에 마음의 상징은 심장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심장은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에 결국 마음의 지배자는 뇌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과정은 뇌과학으로 이제 설명이 가능해진 것이다.”

마음에서 많은 영역을 차지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감정이고 그 중에서도 공포는 가장 기초적인 마음의 작용이다. 이 공포 역시 뇌와 관계가 있다. “인간의 뇌에서 공포를 담당하는 곳이 뇌 안쪽에 있는 편도(Amygdala)다. 일례로 우리가 뱀을 만나면 본능적으로 잽싸게 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분명한 사실은 사람이 뱀을 본능적으로 피하는 것은 판단에 의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은 편도에 이미 뱀이 위험하다는 공포의 정보가 입력돼 있고 그것을 통해서 피하게 되는 것이다.”

공포 다음으로 마음에서 중요한 영역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대뇌피질에 있는 변연계가 관장한다. 실험을 통해서 남녀가 사랑할 때, 뇌의 활성화되는 부위가 어머니가 아들을 사랑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같음이 확인됐다. 그 이유는 사람은 사랑할 때, 똑같이 뇌에 있는 변연계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뇌를 연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인 무엇일까?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뇌를 만들어내는 바탕은 유전 정보다. 이 유전 정보에는 인간 진화의 비밀이 들어있다. 결국 뇌의 정보에는 인간 진화의 정보가 들어있고, 뇌 연구는 바로 인간 진화의 연구인 것이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2@empal.com


뇌 질환 조기진단을 가능케하는 온라인 뇌 지도 구축 2007.03.14 ⓒScience Times  

인간이나 원숭이와 같은 영장류 및 개, 쥐, 새와 같은 비 영장류의 뇌에 관한 디지털 지도가 개발되어 온라인에 게시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대학(UC Davis)의 뇌과학 센터에서 개발한 BrainMaps.org라는 웹 사이트에서는 지금까지 구축된 어떤 뇌지도 보다 고해상도를 지닌 50 테라바이트(terabyte)의 뇌 이미지를 바로 온라인으로 접근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인간의 뇌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들의 뇌를 예상치 못한 수준까지 상세히 탐험할 수 있으며, 뇌 전체 모양에서부터 뇌신경이나 연결부에 이르기까지의 상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웹 사이트는 뇌 데이터를 탐구하거나 분석할 수 있는,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한 도구들도 제공하고 있다.

BrainMaps.org 사이트는 상호작용적이며 줌 기능이 있는 고해상도 디지털 뇌 지도임과동시에 가상 현미경이다. 이 지도는 영장류 및 비 영장류의 뇌를 연속적으로 절개하여 각 절개면을 스캐닝한 이미지로 구성되며 각 이미지는 1,500만 메가 픽셀의 해상도를 지니는 고해상도로 되어 있다. 이들 그림은 고속 데이터베이스와 통합되어 뇌 구조에 관한 질의 및 자료 검색에 사용되며 인터넷을 통하여 접속이 가능하다.

뇌에 관한 고해상도 지도는 연구자들로 하여금‘가상 현미경’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어 건강한 뇌와 또 다른 뇌의 구조나 유전자 표현 및 서로 다른 단백질의 분포 등을 비교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인 뇌의 조직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어 연구자들이 알쯔하이머나 파킨슨씨병 혹은 다른 뇌신경적인 질병에서 나타나는 형상적인 측면이나 화학적인 문제를 규명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라도 보고 있다.

지도를 만들기 위해 연구자들은 현미경 슬라이드 상의 뇌 단면을 활용하였는데, 각 슬라이드는 이미지 파일이나‘가상 슬라이드’를 만들기 위해 스캔된 후 조합 이미지 형태로 합성되었다. 이 지도는 픽셀 당 0.5 마이크로미터 이상의 해상도를 가지고 있으며 1인치당 55,000 도트가 사용되었다. 사용된 가상 슬라이드는 그 크기가 30 기가바이트에 이른다.

이와 유사한 연구로, 쥐 뇌의 유전자 온라인 지도로‘뇌의 구글’이라 알려진 앨런 뇌 아틀라스(Allen Brain Atlas)가 있다. 미국 PNNL(Pacific Northwest National Laboratory)에서 수행하는 연구로, 최근 단백질체 도해서(Proteome map)가 추가로 개발되어 유전자에 의해 발현된 단백질을 상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기능 또한 갖추었다. 이 단백질체 도해서를 활용하여 단백질의 분포도나 위치를 상세하게 파악함으로써 알쯔하이머나 파킨슨씨병, 또는 다른 신경계 질환들을 조기에 발견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뇌의 지도를 구축하고자 하는 연구는 뇌가 지닌 중요성 때문에 다양한 연구기관에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UC Davis 의 뇌 과학 센터의 뇌 지도와 PNNL의 앨런 뇌 지도(Allen Brain Atlas)는 서로 다른 접근이지만 뇌의 지도를 통한 질병의 진단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뇌 과학 연구는 그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관련 연구가 더욱 활성화 될 필요가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인간 뇌도 신경세포 만들어 손상 부분 수리" (YTN 2007-02-16)

인간의 뇌도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어 손상된 부분을 스스로 수리한다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돼 앞으로 치매와 같은 뇌세포가 파괴되는 질병 치료에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의 모리스 커티스 박사와 스웨덴 살그렌스카 대학병원의 페터 에릭손 박사는 과학전문 '네이처'지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간도 쥐와 같이 뇌가 손상되면 새로운 뇌세포가 만들어져 이를 수리한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연구 목적을 위해 기증한 사망한 사람의 뇌 조직을 MRI와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뇌 깊숙이 있는 뇌실하대에서 신경줄기세포가 만들어져 후각과 연관이 있는 후구로 이동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인체 사령탑' 뇌의 비밀 : 구조에서 질환 치료까지 (부산일보 2007.03.13)

생각·호흡·균형 등 담당
전체 산소소모량 가운데 20% 차지
부위별 영역마다 고유의 기능 달라
뇌 신경과학 분야는 신약개발 보고

인간의 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무궁무진하다. 한국뇌학회는 세계 뇌주간을 맞아 오는 14일부터 19일까지 뇌의 신비를 밝히는 다양한 학술행사를 개최한다. 신경과 전문의를 통해 뇌의 부위별 손상에 따른 질환과 뇌질환 치료의 미래에 대해 알아본다.  

뇌의 구조와 기능

인간의 뇌는 1~1.4㎏ 정도로 몸무게에 비해 매우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뇌가 사용하는 산소 소모량은 인체의 20%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 대사가 일어나는 곳이다.

뇌에는 신기하게도 뇌척수액이라는 액체 성분의 맑은 물이 있어 뇌를 무겁게 느끼지 않고,뇌 안의 노폐물을 처리해 준다. 또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낄 때 신경전달 호르몬인 도파민이 뇌에서 분비된다. 이 도파민은 청춘남녀의 열정적인 사랑과 중년의 바람기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뇌의 측두엽에 있는 해마를 떼어내면 이전의 일은 기억하지만 새로운 것을 기억하는 능력은 잃어버리게 된다. 뇌파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사람의 마음을 읽어낼 수도 있게 되며 꿈의 세계도 규명될 것으로 기대된다.

뇌는 대뇌, 간뇌, 뇌간, 소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대뇌는 인간의 기억, 사고, 언어, 청각, 시각 등의 중추이다. 간뇌는 자율신경계, 체온, 수면을 조절한다. 뇌간은 호흡, 심장박동, 소화관 운동 등을 조절하며 음식물 삼키기, 재채기, 침분비 등의 반사중추도 있다. 소뇌는 자세와 균형을 조절하는 중추가 있다. 따라서 술을 많이 먹게 되면 소뇌가 마비돼 자세를 바로잡지 못하고 비틀거리게 된다.

부위별 특성과 질환

뇌가 정보를 받아들이고 기억하고 사고하는 기능은 주로 대뇌피질에서 이루어진다. 대뇌는 크게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으로 나눌 수 있다.

전두엽은 뇌의 앞쪽에 위치해 상황에 대한 판단과 합리적인 행동을 결정한다. 충동을 억제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전두엽이 손상되면 예절 없이 행동하며,남을 욕하거나 헐뜯는 일이 잦다. 성적인 행동을 참지 못해 부부관계를 지나치게 요구하거나 남 앞에서 옷을 벗고 다니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강박증상과 반복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 반복적으로 문단속을 확인하거나,과도하게 계속 씻거나,정해진 물건을 항상 일정한 자리에 놓기도 한다.

전두엽 손상에 따른 대표적인 질환은 전측두엽 치매로 기억장애 없이 성격변화와 이상행동을 보이는 치매다. 그 외에 뇌졸중, 뇌종양, 외상 등으로 전두엽이 손상 받을 수도 있다.

측두엽은 뇌의 옆 부분에 해당하며 청각, 언어, 기억과 감정에 관련된 영역을 담당한다. 이 부위가 손상되면 환각이나 기억장애가 나타난다. 특히 좌측 측두엽에 병변이 있으면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실어증이 나타난다. 우측 측두엽이 손상되면 그림 그리는 일과 같은 공간입체 작업에 지장을 받는다. 대표적인 질환은 노인성치매(알츠하이머병)이며 말이 어눌해지는 진행성비유창성언어상실증도 있다.

두정엽은 말 그대로 머리의 꼭대기에 해당한다. 시공간기능, 신체부위의 위치, 읽기, 계산 등을 주관한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물건을 만질 때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신체마비가 없이도 옷을 제대로 입지 못하거나 숙련된 운동을 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난다. 좌측 두정엽 부위가 손상 받으면 계산 장애, 글을 쓸 수 없는 실서증,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하지 못하는 '저스트만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후두엽은 머리의 뒤쪽에 해당하는 부위로 시각중추가 있다. 눈으로부터 들어온 정보는 여기서 모양과 위치, 움직임 등이 분석된다. 이 부위가 손상되면 모든 사물을 생소하게 느끼며, 쓰여진 단어를 읽지 못하고, 색을 인식하지 못하며, 친숙한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뇌졸중으로 인해 후두엽이 손상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뇌질환 치료의 미래

뇌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신약개발의 주요 타킷이다. 그래서 뇌를 연구하는 신경과학은 신약개발의 보고라 할 수 있다.

1999년 알츠하이머 백신을 개발한 미국 엘란 제약회사는 36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했다. 하지만 실험에 참가한 17명의 환자에서 치명적인 뇌염이 발생해 연구가 중단됐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 중에 뇌염에 걸리지 않은 환자에서는 임상적으로 좋은 결과를 보였고, 뇌염에 걸려 사망한 환자에서도 뇌의 이상이 좋아진 사실이 조직검사를 통해 확인됐다. 앞으로 부작용이 적은 백신이 상용되면 치매의 예방과 치료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뇌혈관이 막히는 뇌졸중은 발병 3시간 이내에 혈전용해제를 투약해야 한다. 그러나 80% 가량의 환자는 치료시간을 놓친 뒤에 병원에 도착한다. 최근에는 3시간이 지난 병원을 방문한 환자를 대상으로 MRI나 CT촬영을 통해 혈전용해제 투여가 가능한 환자를 선별해 투약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전세계적인 과학 프로젝트는 뭐니뭐니 해도 인간 유전자지도 제작사업이다. 인간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가 밝혀지면 신경질환을 일으키는 병든 유전자를 찾아내 이를 교정해 주는 '유전자 치료법'이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김병군기자 gun39@busanilbo.com 도움말=고신대 복음병원 신경과 유봉구 교수·인제대 백병원 신경과 김성은 교수

◇ 부위별 손상에 따른 증상

전두엽
충동적 행동 및 강박증, 고집이 세지고 융통성이 없어짐, 전측두엽 치매 원인

측두엽
환각 및 기억장애,실어증, 공간입체 작업 장애, 알츠하이머병 원인

두정엽
감각기능 상실,계산장애. 글 쓸수 없는 실서증, 좌우 구분 불가능한 저스트만 증후군

후두엽
시각 장애, 색깔 인식 못하고 친숙한 사람 얼굴 못 알아 봄.

무시 증후군이란 우뇌 손상 마비·인식 장애
꽃·시계 오른쪽 반만 그려  

오른쪽 뇌를 다친 사람은 왼쪽 수족이 마비되거나 사물 인식을 못해 무시증후군 증상을 겪으면서 오른쪽만 표현하게 된다.

고혈압을 가진 67세 여자 환자가 갑자기 발생한 왼쪽 팔다리의 마비로 병원을 방문했다. 진단결과 오른쪽 뇌혈관이 막힌 뇌경색이었다.

환자는 마비된 왼쪽 팔다리를 무시하는 증상을 보였다. 자신의 왼쪽 팔다리의 마비를 인정하지 않았다.

환자에게 "왼쪽에 힘이 없으세요"라고 물으면 "아무 이상이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또 마비된 손을 보여주고 "누구의 손이냐"고 물으면 "내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꽃과 시계를 앞에 놓고 그림을 그리게 했을 때 왼쪽 반을 무시하고 오른쪽 반만 그렸고,책을 읽을 때도 오른쪽 페이지만 읽었다. 이런 현상들을 '무시증후군'이라고 한다.

시공간 능력이란 '인간이 눈으로 보면서 공간에서 행동하는 능력'을 말한다. 시공간 능력에 장애가 생길 경우 지리에 대한 위치감각을 상실하는 증상을 보인다. 이 문제는 언어와 분석에 관여하는 왼쪽 뇌보다는,전체적인 인식과 주의집중을 담당하는 오른쪽 뇌와 관계가 있다.

따라서 오른쪽 뇌가 손상되면,왼쪽 팔다리에 마비가 오면서 그 부위에 대한 인식이 떨어져 자신의 장애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의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주로 오른쪽 뇌의 뇌경색이나 출혈이 있을 때,무시증후군이 잘 나타난다. 이런 무시증후군은 환자가 장애를 부정하거나 다른 사람의 것으로 착각함으로써 재활치료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김병군기자

잠 설친 날 기억 안나는 이유 있었네! 2007.02.12 ⓒScience Times

수면부족이 뇌의 기억능력 심각하게 저하시켜  

▲ 수면이 부족할 때 기능이 저하되는 뇌 부위. ⓒ

밤잠을 설친 다음날에는 하루 종일 멍한 상태로 지내게 되고 나중에 그날 생긴 일들이 잘 기억나지 않기 마련이다. 심정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가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수면부족과 뇌의 기억능력과의 관계가 재미 한국인 과학자에 의해 밝혀졌다. 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겸직교수이자 미 하바드 의대 교수인 유승식 교수는 수면부족 상태에서 인간 기억능력이 저하하는 과정을 기능MRI(fMRI, Functional MRI)로 조사해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euroscience)의 2월 12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유 교수는 잠을 잘 못 자거나 밤을 샌 다음날에 일어난 일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 이유가 부족한 수면이 새로운 기억의 생성과 유지에 필요한 뇌의 해마(Hippocampus)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저하시키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수면이 기억과 학습에 있어 필요한 기억강화(Consolidation)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지금까지 새로운 정보를 습득할 때 수면의 역할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유 교수팀은 18세에서 30세 사이의 건강한 피험자 28명을 14명씩 2개의 집단으로 나눈 후, 한 집단은 35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지 못하게 하고, 여러 개의 사진을 보여주며 뇌기능을 fMRI로 관찰했다. 또 다른 대조 집단은 평상시대로 7시간에서 9시간의 충분한 수면을 취하게 한 후 fMRI 실험에 참가시켰다.

이틀 후 이들은 다른 사진이 섞인 영상에서 자신이 보았던 사진을 구별할 수 있는지를 검사 받았는데, 수면이 부족한 피험자들은 수면부족 상태에서 본 사진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정상 수면자에 비해 기억능력이 19%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억 습득 당시에 실시된 fMRI 결과는 수면부족이 해마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저하시킴을 보여줬다. 아울러 뇌의 시상(Thalamus)과 뇌줄기(brainstem, 뇌간)가 저하된 해마의 기능을 보조하는 현상도 목격됐다.

연구결과는 35시간 동안이라는 일시적 수면부족과 기억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지만, 장기간에 축적된 수면부족도 인간의 기억(memory)과 전반적인 학습(Learning)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환경에 의해 수면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연구결과가 내포하고 있는 잠재적 의미는 더욱 크다고 평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성장기에 있는 아동들의 무리한 과외 스케줄에 의한 수면 부족은 바로 생물학적인 학습능력 저하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고령화 사회에서 수면장애에 기인하는 기억능력 감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수면에 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와 능동적 대책을 필요하게 한다.

유 교수는 "지난 2003년 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와 KAIST 뇌과학연구센터의 협력하에 공동실험에 참가한 바 있다"며 "KAIST가 보유하고 있는 MRI 환경하의 뇌파실험(EEG) 가동 기술은 진보된 수면연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라고 밝혔다. 겸직교수로 있는 자신의 논문 발표가 국내 뇌과학 연구분야에서 KAIST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유 교수는 현재 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박사과정 학생의 지도교수도 맡고 있으며, 매년 여름학기에는 KAIST에 머물면서 강의를 하고 있다. /김홍재 기자 ecos@sciencetimes.co.kr

뇌는 미래를 어떻게 상상할까? 2007.01.03 ⓒScience Times

미래 행동과 관련된 특정 부분 활성화

우리는 두뇌는 미래의 일을 어떻게 상상할까? 최근 그 비밀이 풀렸다. 미 국립과학원회보(Th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최신호는 두뇌가 미래의 일을 상상할 때 특정 부분이 활성화된다는 미 워싱턴 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두뇌는 신체 기관 중 가장 이해하기 힘든 기관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MRI 기법을 도입해서 두뇌의 비밀이 서서히 풀리고 있다. 환자가 MRI 스캐너 아래에 누워서 특정 생각을 하면, 뇌의 특정 부위에 전기적 활동이 늘어나면서 스캐너 이미지상에 밝게 빛나게 된다. 이 기법은 과학자들이 환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내는 데 널리 쓰이고 있다.

지난 생일과 다가올 생일 확연한 차이

연구팀은 21명의 지원자를 MRI 기계에 눕힌 뒤, 이들로 하여금 미래의 일과 지난 일을 상상하도록 한 뒤, 이 두 이미지의 차이를 비교했다. 실험대상자들은 이미 지난 생일과 다가올 생일에 대해서 상상하도록 지시받았는데, 이 두 이미지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실험 지원자들이 미래에 다가올 일을 상상할 때 뇌의 세 부분이 활성화되었는데, 구체적으로는 외측 전운동피질(left lateral premotor cortex)과 뇌 윗부분인 두정엽 안쪽의 일부 영역(left precuneus), 그리고 소뇌 우측 후엽(right posterior cerebellum) 부분이 바로 그 곳이다.

이들 세 부위는 사람의 움직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라고 알려진 부분이다. 따라서 사람의 두뇌가 미래의 일을 상상할 때면, 두뇌는 미래의 그 시점에 일어나게 될 특정 운동이나 움직임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실험대상이 야구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팔을 휘두르는 움직임과 관련된 두뇌 부분이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번 결과는 뇌졸중 등으로 두뇌 손상을 입어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는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우리는 일상생활 중 대부분의 생각을 미래의 어떤 특정 행동에 참가할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채운다. 따라서 미래의 특정 움직임에 관련된 두뇌의 세 부분은 두뇌가 갖고 있는 비밀을 푸는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김대공 기자 scigong@ks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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