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확장 속도, 수백 배 빨라져 [교수신문 공동] 보안, 가상화 기술 등 해결해야 문제 많아 2009년 06월 08일(월)

<사이언스타임즈>는 지난해에 이어 사회와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 키워드를 정해 다양한 전문가적 관점의 학자적 식견이 상호 소통하는 장인 ‘학문간 대화로 읽는 키워드’ 제2탄을 마련했다. 이 기획은 학술 전문 주간지 <교수신문>(www.kyosu.net)과의 공동기획으로, 21세기 현재 지식의 전선을 바꿔나가는 이슈 키워드에 다양한 학문간 대화로 접근함으로써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미학적 이해와 소통의 지평을 넓히는 데 목적이 있다. 2009년에는 문명의 전환과 인간의 진화에 초점을 맞춘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정보화 사회의 심화, 지구촌을 아우르는 사회, 정치, 경제 질서의 결속 강화는 새로운 문명과 인간이 출현을 가져온다는 인식에서다. ‘기후변화’부터 ‘죽음’까지 13가지 이슈에 대해 과학자와 인문학자가 소통하며 논전을 벌였던 2008년 기획시리즈는 현재 『지식의 이중주』(2008, 해나무)로 출판돼 관심을 끌고 있다. [편집자 註]

「학문간 대화로 읽는 키워드 보통 '컴퓨터' 하면 개인 컴퓨터(PC)나 개인 서버를 먼저 생각합니다. 그러나 클라우드 컴퓨팅은 개인 컴퓨터 또는 개개의 응용 서버가 컴퓨터들의 구름(cloud of computers : 대규모 컴퓨터 집합)으로 옮겨간 형태를 의미합니다.

이를테면 개인용 컴퓨터나 기업의 서버에 개별적으로 저장해 두었던 모든 자료와 소프트웨어를 중앙 시스템인 슈퍼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언제 어디서나 어떤 단말기로도 원하는 문서 작업이 가능한 환경을 말합니다. 공급자는 하나인데 수요자는 다수라는 것이지요.

▲ 클라우드 컴퓨팅은 개인 컴퓨터 또는 개개의 응용 서버가 컴퓨터들의 구름으로 옮겨간 형태를 의미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에는 많은 정의가 있지만, 화려한 외관과 어려운 단어를 젖히고 알맹이만 보면 결국 ‘복잡ㆍ다양한 IT를 잘 몰라도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가장 쉽게 쓰게 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것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그 효용만을 누릴 수 있도록 구현 방법과 사용 방법을 분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사용의 실제 예를 하나 들어봅시다. 2007년 미국 뉴욕타임스는 1851년부터 1922년 사이의 1천100만 개에 이르는 신문기사를 전자문서로 만들어 일반인에게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실로 엄청난 일이지요.

하지만 이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컴퓨터나 디스크 등의 저장 장치는 하나도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이용한 것은, 단지 아마존에서 제공하는 신축적 컴퓨팅 클라우드뿐입니다. 가상 컴퓨터 100대와 1.5TB(테라바이트)의 저장매체로 단 하루 만에 1천100만 개 기사의 전자문서화 프로젝트를 끝낸 것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글로벌 IT업계의 격전지입니다. 내로라하는 거물급 업체들의 출사표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출신성분도 제각각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집합의 네트워크화

통신, 인터넷, IT인프라 분야의 간판스타들이 대거 클라우드 컴퓨팅을 향해 빠른 속도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독자적인 영토를 호령하던 강호의 고수들이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통합무대를 놓고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가 되면 공동 작업이나 지식의 확장 속도는 라디오나 TV, 퍼스널 컴퓨터, 인터넷, 휴대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 수백 배 빨라질 것입니다. 통합된 소프트웨어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컴퓨터 관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도 대폭 줄어듭니다.

가령 1천 대의 컴퓨터에서 네트워크 카드 펌웨어를 업데이트한다고 합시다. 클라우드 컴퓨팅에서는 1천 대의 컴퓨터를 일률적으로 한꺼번에 수행시키기 때문에 각 컴퓨터의 소유자가 제각기 따로 수행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입니다. 운영체제의 보안 패치나 응용 소프트웨어 설치와 업데이트도 요구만 하면 자동으로 이뤄집니다. 각 기업에서 1천 명의 관리자가 따로 할 일을 한번에 해결하는 셈이지요.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한 석유 채굴 산업의 한 예를 생각해 봅시다. 평균적으로 유전 개발 과정에서 5번 시추를 하면 1번꼴로 석유가 발견되며, 그 중 30개에 1개 정도만이 경제성 있는 유전으로 판명됩니다. 결국 150번의 시추를 해야 1개의 상업적 유전을 발견하는 셈입니다. 문제는 한 번의 시추 비용이 무려 500억원을 넘는다는 것입니다. 유전 하나를 성공시키기 위해 시추 비용만 7조원이 넘게 드는 것이지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석유 채굴 사업자들은 파동방정식을 푸는 파형역산 기술을 이용합니다. 이 기술은 땅속 모양을 정밀하게 그려내 시추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여줍니다. 그런데 어지간한 계산을 한 번 시작하면 반년씩 걸릴 정도로 많은 시간을 요하지요.

만일 여기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하면 계산 시간이 1천분의 1이나 1만분의 1로 줄어 석유 채굴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금융, 선박 설계, 바이오 제약 등의 분야에서도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가상화 기술이 기반

▲ 김형자ㆍ과학칼럼니스트 
클라우드 컴퓨팅은 분명 매력적인 비즈니스입니다. 그러나 네트워크가 거대해지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상용화로 정착하려면 넘어야 할 산 또한 만만찮습니다. 대표적인 부분이 보안 문제와 인터넷 접속의 안정성, 그리고 가상화 기술의 문제입니다.

가상화 기술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컴퓨터, 네트워크, 저장장치를 가상화시킬 수 있어야 하나의 컴퓨터 하드웨어에서 여러 개의 운영체제를 동시에 사용하거나, CPUㆍ메모리 같은 자원을 원하는 가상 컴퓨터로 할당할 수 있습니다.

보안 문제는 큰 약점으로 지목됩니다. 개인 정보를 외부에 저장한다는 점은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만일 완벽한 보안, 해킹 등의 문제까지 해결되면 웹 기반의 클라우드 컴퓨팅 정보 초고속도로는 하늘을 찌를 듯 도약할 것입니다.

필자는 「Newton」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구멍에서 발견한 과학』, 『똥으로 해결한 과학』 등의 저서가 있다.

김형자ㆍ과학칼럼니스트

저작권자 2009.06.08 ⓒ ScienceTimes

술잔 잡는 손을 보면 성격이 보인다 英 텔레그라프紙 보도..거만, 얼음공주 등 8가지 분류 2009년 06월 03일(수)

한잔하는 바와 같은 술집에는 별별 성격의 사람들이 드나든다. 술을 마시는 사람의 형태는 각양각색이다. 우선 잔으로 마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병으로 마시는 사람이 있다. 또 홀짝홀짝거리며 마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들이키는 사람이 있다.

또 술잔을 잡는 모습도 다 다르다. 느슨하게 잡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치 뺏기지 않으려는 듯이 단단히 잡는 사람이 있다. 우아하게 마시면서도 주위에 시선을 던진다. 잔을 잡는 손가락 사이사이도 다르다. 당신은 어떻게 술잔을 잡는가? 또한 어떤 성격이라고 생각하는가?

▲ 술은 때로 일상에 지친 우리들에게 피로와 스트레스를 달래는 위안이 된다. 이러한 술을 마실 때 술잔을 쥐고 있는 손 모습에서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다. 


“술잔을 잡는 모양에서 성격을 알 수 있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텔레그라프는 최근 인터넷판 뉴스에서 “The way you hold your drink reveals key personality traits, claim psychologists.”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술잔을 잡은 손의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보도했다.

런던 킹스 칼리지 심리학과 글렌 윌슨(Glenn Wilson) 교수의 연구결과를 인용한 이 신문은 “술 마시는 행태와 술잔을 잡는 법에 따라 성격이 드러난다”며 “그러한 성격을 잘 파악하면 접근해도 될 사람인지, 아니면 접근했다가 퇴짜를 맞을 수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윌슨 교수는 5월 한 달간 워크어바우트(Walkabout)라는 체인바(chain bar)에 들린 애주가 500명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리고는 이들을 유혹형(The Flirt), 가십형(The Gossip), 엔조이형(The Fun-Lover), 외톨이형(The Wallflower), 얼음공주형(The Ice-queen), 플레이보이형(The Playboy), 허세형(The Jack the Lad), 그리고 거만형(The Browbeater) 등 8가지 스타일로 구분했다.

유혹형= 대부분 여성이다. 손가락을 벌려 술잔을 우아하게 잡고 유혹하는 몸짓을 보낸다. 술을 홀짝홀짝 조금씩 마시면서 눈치채지 않게 주위를 관찰한다. 술잔의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는가 하면 손가락을 술에 담갔다 빨아먹는 야한 행동을 한다.

영화배우 자나 조르단은 ‘유혹형’

▲ 자나 조르단 
이들은 잔을 우아하게 쥔 채 손가락들 사이를 벌린다. 때로는 줄이기도 하며 손가락 행동을 많이 한다. 그리고 술 마시면서 술잔 너머의 상대방에게 은근한 시선을 던지곤 한다.

비슷한 제스처를 보내면 쉽게 합석할 수 있다. 자나 조르단(Jana Jordan), 페리스 힐튼(Paris Hilton), 케이트 월쉬(Kate Walsh) 등이 이런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가십형= 여성들끼리 모여 다른 사람을 들먹이며 수다를 떨고 있다면 십중팔구 가십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와인 잔의 몸통 전체를 잡고 술을 마시며 잔을 잡은 손을 유별나게 많이 움직이다.

이들은 종종 주위를 둘러보며 시선을 끌려고 한다. 그러나 친구들과의 수다라는 철창에 갇혀 있기 때문에 빠져나올 수 없다. 아무리 잘 생긴 남자라고 해도 합석할 꿈은 일직 포기하는 게 상책이다. 케이트 모스(Kate Moss), 새디 프로스트(Sadie Frost) 등이 이런 형이다.

엔조이형= 남녀 모두에게 나타난다. 사교적이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술자리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들은 잔보다 병째 들고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마신다.

가식 없이 그대로 웃으면서 접근하면 무리가 없어 합석이 쉽다. 그들은 ‘원샷’을 외치기도 한다. 그러나 특정 대상에게 너무 관심을 주면 눈총을 받는다. 사라 하딩(Sarah Harding), 사커 AM 진행자 헬렌 챔버레인(Helen Chamberlain)이 이런 성격이다.

유순한 성격의 '외톨이형'은 스칼렛 요한슨

▲ 스칼렛 요한슨 
외톨이형= 유순한 성격으로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 남한테 빼앗기라도 할까 두려워 술잔을 보호하듯 꽉 잡는다. 술잔을 완전히 비우는 법이 없다. 

‘만약의 경우(for emergency)’를 위해서인지 한 모금씩은 꼭 남겨둔다. 때로 빨대를 이용해 마시는가 하면 빨대로 술을 휘젓기도 하는 특이한 버릇이 있다.

이런 사람은 소극적이지만 사회적 관계를 넓히고 싶어한다. 그러나 경계심이 많다. 합석하고 싶으면 우선은 점잖게 다가가야 한다. 그리고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말이나 칭찬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시도가 어렵지만 합석에 성공할 확률은 크다.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on), 나탈리 포트만(Natalie Portman) 등이 이런 부류라고 할 수 있다.

얼음공주형= 차갑고 방어적인 유형으로 주로 여성들이 많다. 그러나 남자들도 꽤 있다. 작은 잔이나 와인 잔으로 술을 마시며 타인을 경계하듯 술잔을 항상 가슴 앞쪽에 둔다. 합석이 쉽지 않으며, 합석에 성공했다고 해도 별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가수인 빅토리아 베컴(Victoria Beckham), 데브라 바(Debra Barr)가 이런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플레이보이형= 바람둥이들은 술을 마실 때도 성격이 나타난다. 이들은 보통 와인 잔이 아니라 기다란 잔을 선택해 성적인 암시를 한다. 적극적이며 자신감 넘치며 플레이보이 기질이 넘친다.

소유욕이 강하며 여성들에게 집적거리는 경향이 강하면서도 유순하게 행동한다. 러셀 브랜드(Russell Brand)나 데이빗 윌리엄(David Williams)이 여기에 속한다.

존 프레스콧 영국 부총리는 대표적인 '거만형'

▲ 존 프레스콧 
허세형=
이들은 맥주나 사이다를 병째 마시며 자신만의 영역을 가능한 많이 차지하려 한다. 의자 뒤로 기대고 술병도 몸에서 최대한 먼 곳에 내려놓는다.

만약 이러한 사람들과 합석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수 없다. 여성의 경우에는 샤르도네를 즐긴다

사람들은 이런 타입과 합석한 당신도 ‘사이코’나 아주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이다. 또 아첨을 떨지 않으면 좋은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가수 피터 안드레(Peter Andre), 영국 보수당 당수 데이비드 캐머론(Davis Cameron)이 여기에 속한다.

거만형= 주로 남성이 많으며 큰 잔이나 큰 병을 선호한다. 이들에게 술잔은 무기를 상징한다. 그래서 때로 술잔을 꽉 쥐고 술잔으로 위협하는 몸짓을 취하기도 한다. 이들은 조그마한 언쟁이라도 생기면 당장 적의를 보이며 싸울 준비를 한다.

또 친하기 위해 농담을 던졌는데도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건드리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Gordon Brown)과 부총리 존 프레스콧(John Prescott) 등이 여기에 속한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6.03 ⓒ ScienceTimes

마음을 무방비 상태로 풀어놓아라 뉴사이언티스트, 창의성 높이는 8가지 방법 (2) 2009년 06월 02일(화)

▲ 파스퇴르는 미생물이 발효와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당시의 보편적인 생각을 뒤집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이 말은 위대한 과학자 루이 파스퇴르(1822-1895)가 남긴 명언이다.

19세기 파스퇴르는 미생물이 발효와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당시의 보편적인 생각을 뒤집었다. 뿐만 아니라 저온살균법을 비롯해 백신, 입체화학 등 다양한 업적을 세웠다. 이런 그의 창의적인 업적은 그의 말마따나 자신의 마음이 이런 업적을 세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었던 덕분일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부단히 실험하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서 말이다. 그 결과, 파스퇴르는 ‘아하, 알았다’하고 탄성을 내뱉는 창의적인 발상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파스퇴르의 창의적인 업적은 단지 철저한 대비와 준비에만 있었던 게 아닐지도 모른다. ‘아하’ 하고 외치는 창의적인 발상의 순간은 문제에 집중하는 마음보다 오히려 문제를 풀기 전에 우리 마음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것도 무방비하고 느슨한 마음의 상태가 필요하다고 한다.

직관적 문제 해결은 휴식상태의 뇌에 달려 있다

2006년 미 드렉셀 대학의 심리학자 존 코니오스 교수와 노스웨스턴 대학의 심리학자 마크 정 비만 교수의 연구팀은 우리가 어떤 때는 아하 하는 순간이 쉽게 찾아오는가 하면 어떤 때는 전혀 생각나지 않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그들은 유레카를 외치는 그 순간에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조사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그들은 실험참가자들이 어떤 실험을 하게 될지를 듣기 전까지 실험참가자들의 쉬고 있는 뇌를 촬영했다. 그런 다음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알파벳 단어의 순서를 재배치해서 말을 만드는 철자 바꾸기 문제를 제시했다. 그리고 해답을 직관적으로 얻었는지 아니면 문제를 해결하고자 부단히 머릿속으로 생각해서 얻었는지를 실험참가자들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코니오스 교수와 비만 교수의 연구팀은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문제를 제시하기 전에 이미 실험참가자들의 뇌의 상태만으로도 어느 실험참가자들이 직관적으로 문제를 해결할지를 알아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의 뇌의 상태를 문제를 제시하기 전인 쉬고 있는 상태일 때와 비교해보았다. 그러자 직관적으로 문제를 풀었다고 보고한 실험참가자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간에 뇌의 활동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직관을 사용하는 실험참가자들은 문제가 등장하기 전 우뇌의 활동이 더 활발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우뇌는 수없이 들어오는 시각정보를 순간적으로 차단해 마치 눈을 감은 상태로 만들어주면서 우리의 마음을 느슨한 상태로 해준다. 그 결과, ‘아하’라는 순간을 낳게 해준다고 연구팀은 해석했다(Neuropsychologia, vol 46, p 282).

창의성의 뇌파는 알파파 多, 감마파 小

2007년 영국 런던 대학의 조이딥 바타챠르야 박사도 이와 비슷한 연구결과를 얻었다(PLoS onE, vol 3(1), p e1459).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않는 평안한 상태의 뇌가 창의적인 해법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을 말이다.

▲ '아하'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해내려면, 우리 마음은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느슨하고 무방비의 마음의 상태가 필요하다. 
바타챠르야 박사는 실험참가자들에게 어려운 단어와 연관이 있는 퍼즐을 주었다. 예를 들어, 'shirts', 'black', 'put', 이 세 가지 단어를 묶어주는 단어를 찾는 것과 같은 퍼즐이었다. 바타챠르야 박사는 실험참가자들이 답을 찾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져가는 동안 뇌파를 측정했다. 그런 다음 바타챠르야 박사는 그들에게 해답의 첫 번째 철자를 말해줌으로써 단서를 주었다.

흥미롭게도 뇌파 중 느린 알파파가 많이 나타나고 짧은 감마파가 적게 나타나는 실험참가자들의 경우 이 단서만으로도 쉽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뇌파는 눈을 감고 편안하게 쉬고 있을 때 나타나는 패턴이다.

반면 알파파가 적게 나타나고 감마파가 활발한 실험참가자들의 경우에는 여전히 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런 뇌파는 우리가 어떤 생각이나 고차원적인 논리에 집중하고 있을 때 보통 나타난다. 문제에 집중한다고 해서 문제를 푸는 게 아닌 셈이다.

바타챠르야 박사는 “단서가 제대로 쓰일지의 여부는 그들이 이전부터 갖고 있던 뇌의 상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우리가 의도적으로 뇌의 상태를 어떤 것에 집중하지 않고 무방비 상태로 만들 경우 창의성이 증가할 수 있는지를 알아내고자 한다.

만약 그렇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우리는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서 이제부터 열심히 우리의 뇌의 상태를 무방비 상태로 풀어헤쳐 놓는 연습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쨌건 이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파스퇴르의 명언을 재해석해 본다면, 준비된 자란 자신의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헤칠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9.06.02 ⓒ ScienceTimes

인간의 후각을 넘어선 '전자코' 연속적으로, 인체에 해로운 냄새 맡는 장점 2009년 05월 28일(목)

사이언스타임즈는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보과에서 제공하는 ‘S&T FOCUS’를 매주 2∼3회 게재한다. S&T FOCUS는 국내외 과학기술 관련 정책 및 연구개발 동향 분석결과를 제공하고, 다양한 과학담론을 이끌어 내어 과학문화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 매월 3천부씩 발행되고 있다. [편집자 註]

S&T FOCUS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오감 중, 일상생활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중요한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의 순일 것이다. 그러나 미래의 기술은 시각, 청각은 물론 촉각, 후각, 미각 등 오감 정보를 융합하는 오감처리기술로 발전할 듯싶다.

국내의 정보처리기술은 시각, 청각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나 촉각, 후각, 미각에 대한 기술은 상대적으로 미약한 편. 특히 인간의 후각을 대신할 ‘전자코(Electronic Nose)’에 대한 연구는 14위(톰슨의 WoS(Web of Science) 데이터베이스 분석)를 기록하고 있다.

전자코는 인간의 후각 시스템을 모방한 전자적 장치다. 인간의 코가 연속적으로 다른 냄새를 맡지 못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전자코는 연속적으로 냄새를 맡고, 인체에 해로운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전자코 기술은 1987년에 처음으로 'Physics in Technology'에 소개됐다. 이후 1990년대 말 센서 어레이를 이용한 전자코가 개발됐으며, 2000년대부터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인간에게는 1천 개 이상의 후각과 관련한 유전자가 있고, 동물 중에는 1억 개의 후각에 관계하는 세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각의 동작원리는 코의 점막 상피세포에 단백질 등이 냄새 물질과 결합해 사구체와 신경계를 거쳐 뇌에 전달되게 된다. 전자코의 원리 또한 특정 향기 또는 냄새 성분을 센서 어레이를 이용해 화학적 신호를 전기적 신호로 변환한 후 인공신경망 등을 활용해 패턴을 인식한 후 냄새성분을 감지한다.

녹색성장 기술로도 활용

2006년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과학자들은 쓰레기 매립지 및 폐수 처리 설비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메탄가스를 원격으로 관찰하는 장치(전자코)를 개발했다. 이는 맑고 깨끗한 공기를 유지할 수 있는 녹색성장 기술로 여겨진다.

NASA에서는 국제우주정거장 승무원의 건강과 안정을 위해서 전자코를 활용해 공기 중에 위험한 화학물질(암모니아, 수은, 메탄올, 그리고 포름알데히드 등)을 모니터링함으로써 유해한 물질을 감지하고, 공기가 오염됐을 경우 즉시 승무원들에게 경보를 보내고 있다.

외과 의사들은 암에 걸린 조직을 알아내기 위해 수술 전에 촬영한 자료를 살펴보고 수술을 수행한다. 그러나 뇌수술의 경우 뇌 조직을 암과 구별하기 어렵고, 수술 중 형상이 변경되므로 수술 전의 시각검사와 일치하지 않는다.

NASA는 암세포가 만드는 화합물의 냄새 특성을 맡을 수 있는 고감도 전자코 기술을 활용해 외과의사가 수술시 종양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NEC에서는 소믈리에를 대신해 와인과 사과의 품질을 감별하는 전자코를 개발했으며, Alpha MOS는 관능검사기를 개발했다.


외국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가스센서와 패턴인식 기법을 적용한 고정용 및 휴대용 전자코 시스템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주로 전도성 고분자 센서를 사용하고, 프랑스에서는 금속산화물 반도체 센서를, 독일에서는 두 종류 모두 사용한 전자코가 시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의 부패 여부 및 원산지를 판별하는 전자코를 서울여자대학교 식품
과학부 노봉수 교수팀이 개발했다. 전자코의 응용분야는 대기환경, 식품의 품질관리, 의료분야, 마약이나 폭약의 탐지 등에 활용될 수 있다. 향후 미래의 컴퓨팅기술은 네트워크 연결성을 기반으로 방송, 통신, 오락, 가전의 융합 및 오감을 입출력으로 하는 컴퓨팅 환경이 기대된다.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보과 |

글 권오진(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선임연구원)

저작권자 2009.05.28 ⓒ ScienceTimes

훌륭한 과학 멘토의 8가지 조건 네이처 과학 분야 창의적 스승 상 2009년 05월 15일(금)

오늘은 행사의 달 5월의 큰 축을 이루는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위대함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그러니 우리가 스승의 가르침과 지도에 감사드리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전국 곳곳의 초·중·고뿐 아니라 대학에서는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한 행사가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날의 주인공인 스승들은 어떤 마음일까? 잘 가르쳤다고 스스로 뿌듯해 하며 기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있을까? 아마도 이런 생각보단 못 해준 아쉬움이 더 클 것이다.

그럴 만도 한 게 학생을 잘 지도하는 좋은 스승이란 건 실제로 교사로서 혹은 교수로서 승진을 하는 데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특히 대학의 경우, 부교수, 정교수로 승진할 때 중요한 잣대가 되는 건 얼마나 논문을 많이 썼느냐 하는 연구 실적이다.

그러니 연구실을 운영하는 교수들은 좋은 연구를 내야 하는 심적 부담감을 갖고 있어서, 학생 하나하나를 잘 살펴주고 인도한다는 건 특별한 사명감을 갖지 않은 한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오늘날 대학에서는 연구와 가르침 사이에 끊임없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네이처가 상 만든 이유

▲ 네이처지 편집장인 필립 캠벨(위 오른쪽)이 2006년 네이처 과학 분야 스승 상 수상자들과 함께 한 사진. 그해는 호주, 뉴질랜드 지역이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닌가 보다. 영국의 과학학술지 네이처가 이를 위해 나선 것을 보면 말이다. 사이언스와 함께 과학계 양대 학술지인 네이처는 대학이 좋은 스승을 위해 해주는 게 없다고 생각하고선, 좋은 스승을 위한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며 네이처 과학 분야 스승 상(Nature Awards for Mentoring in Science)이란 상을 만들었다. 이 상은 2005년에 이 상을 제정됐는데, 네이처가 지원하는 두 가지 상 중 하나이다.

이 상은 매년 자연과학계에 종사하는 2명의 스승을 선발한다. 하나는 과학자로서 경력 중반쯤 되는 사람이 대상이고 다른 하나는 평생 동안 스승으로서 업적을 평가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돌아간다. 상을 수상할 경우 각각 상금으로 1만 파운드,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약 2천만 원 정도를 받는다.

또한 이 상은 매년 특정 나라나 지역을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예를 들어 첫 해인 2005년에는 네이처지의 고향인 영국이 해당됐다. 그리고 2006년에는 영국, 호주와 뉴질랜드, 남태평양 섬이 포함되어 있는 오스트랄라시아 지역이었고, 2007년에는 남아프리카, 2008년은 독일이었다. 한편 올해는 아직 네이처가 어느 나라 혹은 어느 지역에서 수상자를 뽑을지가 발표되지 않았다.

참고로 수상자를 선정하기 위해서 네이처는 해마다 먼저 후보자 추천을 받는다. 후보자 등록은 상을 수상하고자 하는 본인 또는 동료들의 추천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때 후보자는 자신이 지도하고 있거나 가르쳤던 제자들 가운데 최소 5명이 얼마나 좋은 스승이었는지를 평가한 추천장을 별도로 첨부해야 한다.

스승과 감독자 간의 차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상을 수상할 수 있을까? 사실 네이처는 이 상을 제정하면서 딱히 좋은 스승이란 게 뭐냐는 정의가 없이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2007년쯤 이 상을 진행하면서 과학계에서 좋은 스승이란 뭔지에 대해 네이처는 '멘토를 위한 네이처 가이드' 란 글로 정리한 적이 있다.

이 글 중 스승의 위대함에 대해 이런 말이 있다. “경력 초반에 좋은 스승을 만난다는 건 어떤 분야이건 간에 성공이냐 실패이냐를 판가름한다.”

이 글에 따르면 위대한 스승과 감독자(supervisor) 간에는 차이가 있다. 그것은 자신이 지도하는 제자들의 경력을 세우는 데 얼마나 특별한 관심을 보이느냐는 것이다. 평생을 스승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대부분의 멘토들은 박사를 따서 자신을 떠난다고 해도 그들과의 인연을 끝내지 않는다. 그들과 계속 연락을 취하면서 그들에게 필요할 것 같은 정보를 제공하며 계속 도움을 준다고 한다. 훌륭한 스승에겐 제자들이 마치 가족 같은 존재들인 것이다.

네이처는 이 글이 미래의 스승이자 이제 막 멘토로서 출발하는 젊은 과학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했다. 같은 바람에서 여기에서도 이 글의 내용 가운데 멘토를 위한 팁 부분을 요약해 보았다.

좋은 멘토가 되기 위한 팁

네이처는 후보자의 제자들로부터 받은 추천서와 후보 자신이 쓴 글을 바탕으로 훌륭한 멘토가 될 수 있는 팁 8가지를 제시했다.

1. 열린 문

“우선, 그의 방은 항상 열려 있다. 심지어 은퇴한 지금조차도 그는 나중에 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후보자의 제자들이 얘기하는 자신의 스승이 갖고 있는 좋은 점 그 첫 번째가 바로 이것. 쌓여 있는 업무와 막중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멘토들은 항상 자신의 자리에 있고 그 문은 항상 열려 있다는 것이다.

멘토들은 긴급한 요구에 대해서 언제나 즉시 답변을 해준다. 제자들은 자신의 문제에 대한 이메일에 20분도 안되어 답을 주는 데 놀라워한다. 그들은 항상 제자들의 문제를 들으려고 한다.

자신의 방을 개방하는 것 외에도 좋은 스승들은 학생과의 정기적인 모임을 중요시한다. 심지어 어느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 멤버들 각각을 하루 중 30분씩 배당해 놓기까지 했다.

2. 격려와 긍정적 태도

“당신이 풀이 죽어 고개 숙이고 교수님 방으로 들어간다면 방을 나올 때는 우주의 미스터리를 당신이 풀 것이라고 믿으며 나올 것이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아 실패와 비참한 속에서 기가 꺾여 교수의 방을 들어갔는데 나올 때는 영감을 얻고 잘 풀릴 거라고 난관한다. 이런 현상은 위대한 스승과의 교감에서 나타나는 특별한 면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과학이란 게 어떤 학문분야인지, 큰 그림은 어떤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때로는 매우 놀라운 일을 가져올 수 있음을 알게 된다.

▲ 어떤 스승을 만나느냐는 한 사람의 인생이 성공일지 실패일지를 좌우할 수도 있다. 스승의 날을 맞아 과학 분야에서 훌륭한 스승이란 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3. 지도와 자율의 조화

“내 스승은 프로젝트의 방향을 제시하면서도 학생들이 자신만의 탐구를 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

간단한 말이지만 사실 이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네이처가 받은 학생들의 평가에서도 이런 점이 드러났다. 누군가는 학생들에게 너무 세세하게 지시한다고 불평하는가 하면 반면에 학생들을 너무 풀어놔 자신들이 실수를 함으로써 배우게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지도와 자율 사이에 조화를 이루려면 젊은 연구자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확장할 자유를 주면서도 길을 벗어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문제는 이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 명확한 방법이 없다는 거다.

4. 질문과 경청의 기술

“질문을 하면 항상 또다른 질문이 나온다. 멘토는 자신의 의도를 결코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학생의 의문에 대해 질문으로 답을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젊은 연구자가 좋은 스승이 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는 학생들의 질문을 질문으로 답하는 걸 연습하는 거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답을 얻을 수 있을 뿐더러 자신이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사실 학생이 묻는 질문에 답을 제시하는 게 훨씬 쉽다.

5. 폭넓게 읽고 폭넓게 수용

“종종 나의 스승은 내 책상 위에 가장 최신의 각광받는 논문을 놓아둔다. 이 분야에 대한 스승 자신의 흥분을 전달하고 나의 관심을 불태우는 메모와 함께 말이다.”

위대한 스승의 대부분이 갖는 특징은 자신의 영역 이외의 분야에 대해서도 폭넓게 공부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들의 학생은 공유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 물론 이 일은 시간이 상당히 소비되는 일이다. 하지만 가치 있는 일이다.

6. 초기 프로젝트

“모든 학생들이 최소한 타당한 결과를 얻을 만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결과가 불분명한 연구와 결과가 보장되는 연구 사이에 조화를 이루도록 해준다.”

학생들은 자신이 맡은 처음 프로젝트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경험을 하지 못한다. 지도자는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학생은 별 지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이 점점 공부를 해 박사를 마칠 즈음에는 그 자신도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곧 누군가를 지도할 수 있게 된다. 많은 학생들은 성공을 위해서는 처음 어떤 프로젝트가 자신에게 주어지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7. 과학 이외의 삶

“선생님은 항상 장미의 향을 음미하는 일을 잊지 말라고 격려한다. 그는 박사과정 첫 해에 내게 과학 이외의 다른 활동에도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말을 해주었다. 나는 이 말을 평생 동안 가슴에 새기려고 한다.”

이 점은 후보자의 학생들에게서 널리 보고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충고를 받는 사람에겐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8. 축하

“누군가가 처음으로 놀라운 아이디어나 실험을 스스로 생각해낸다. 이럴 때 연구실에서는 공개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순간이다. 젊은 과학자에게 이정표와 같기 때문이다.”

큰 일이건 작은 일이건 잘 해냈을 때 이 점을 축하해주고 보상해주는 걸 종종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를 높이 평가해줌으로써 자신이 속한 집단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축하와 격려는 강한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네이처의 이 글에는 위대한 멘토들의 개인적인 특징, 커뮤니티 형성, 과학적 기술 개발 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또한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멘토인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표도 제시되어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네이처지 2007년 6월 14일자를 살펴보면 된다(Nature 447, 791-797).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9.05.15 ⓒ ScienceTimes

마음의 비밀을 밝혀내는 뇌인지과학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창설 기념 심포지엄, 이상훈 교수 인터뷰 2009년 05월 18일(월)

▲ 15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25-1동에서 열린 뇌인지과학과 창설 기념 심포지엄 

고대로부터 인간이 몸과 마음으로 이뤄진 실체라는 사실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왔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 연구에 대한 과학자들의 끈질긴 집념은 분자수준으로까지 몸의 비밀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 나머지인 마음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현대과학은 인간의 육체를 넘어 마음의 실체마저 밝혀내려 도전하고 있으며 그 선두에 ‘뇌인지과학(Brain & Cognitive Science)’이 있다.

특히, 근래에 들어서 마음의 병이라 일컬어지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가운데 그 원인과 기전 이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폭되면서 뇌인지과학의 필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과학 선진국에서는 벌써부터 뇌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뇌와 인지과학의 융합을 향한 학문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3월 19일 정부 차원에서 서울대 자연과학대에 뇌인지과학과를 설립하고 5년간 약 200억 원 규모의 연구비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15일(금) 오전 10시 서울대 관악캠퍼스 25-1동 국제회의실에서는 ‘뇌와 마음의 연결’을 주제로 뇌인지과학과 창설 기념 심포지엄이 열려 분자신경학, 세포신경과학, 유전학, 첨단 영상 장비 등과 관련한 학문들의 세션이 이어졌다.

이날 시스템적 행동신경과학으로 주제발표를 한 서울대 인지신경학과 이상훈 교수는 뇌인지과학과 창설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학자다. 심포지엄에서 만난 이 교수로부터 뇌인지과학의 필요성과 최근 현황 그리고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서울대 인지신경학과 이상훈 교수 
- 뇌인지과학(BCS)을 설명하면

인지는 지각, 행동, 기억, 학습, 사고, 의사결정, 정서 등 고등정신기능을 총칭하며 인지신경과학은 인지기능과 관련된 마음 및 행동의 생물학적 메커니즘 및 시스템을 규명하는 과학이다. 뇌인지과학은 뇌와 행동을 연결시키는 과학으로 마음의 생물학이라고 할 수 있으며 미래 융합과학기술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인지과학, 인지심리학, 그리고 생물학, 신경과학들을 주제 및 방법 측면에서 모두 이어주는 교량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인지신경과학은 최근에야 차별화된 분야로 부상한 가운데 컴퓨터 뇌 촬영 장비의 발전 등 인접학문의 과학적 성과로 실험실에서 인지과정의 탐구가 가능해졌고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 뇌인지과학이 융합의 중심축인 이유는

뇌인지과학은 뇌신경생물(분자신경학적, 세포신경과학적 유전자 조작)과 뇌인지 간의 융합, 뇌공학과의 뇌인지 간의 융합, 뇌신경계질환과 뇌인지 간의 융합 등 뇌인지는 뇌과학 내부에서도 중심축을 형성한다. 시스템과 인지신경과학을 중심으로 뇌신경생물학 등과의 융합이 시도되고 있다. 또 컴퓨터 모델링을 통한 뇌공학 및 뇌신경계 질환과의 융합도 변화하는 양상에 맞춰 이뤄지고 있다.

- 정신질환 연구와의 관계는

첨단 산업기술이 발전하려면 인간 정신 현상의 원리와 기전 이해가 필수다. 그러기 위해선 고위기능의 장애를 보이는 인간의 정신질환 연구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일례로, 2006년 정신질환 역학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30% 정도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으로 유발되는 사회적, 경제적 손실은 국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으며 개인의 삶의 질 역시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정신질환을 극복하려면 그 발병 기전을 규명하고 이를 치료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이 반드시 따라야 하고 이를 위해 정신현상의 기전 및 정신 병리의 근원을 밝히는 연구가 현재 여러 나라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해외 선진국의 상황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전통적 과학 선진국들은 기술선점을 위한 뇌연구 강화 프로그램 마련 및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데 ‘90년에 미국 정부는 ‘뇌연구 10년’을 선언했고 NIH는 ‘06년 뇌연구로 비전을 확장, 신경과학 연구 사업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91년에 EU 역시 ‘뇌연구 10년’ 계획을 수립하고 ‘97년에 일본도 21세기를 ‘뇌연구의 세기’로 선언하고 뇌과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시스템/행동/인지 수준을 다루는 인지신경과학이 미래를 주도하는 융합분야의 대표과학으로 선정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의 연구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에 인지신경과학과가 신설되고 있다.

- 현재 우리나라의 뇌연구 상황은

우리나라 역시 ‘98년도부터 뇌연구촉진법을 제정, 지원을 하고 있으나 뇌인지 중심의 융합을 강조하는 환경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뇌연구 전체를 종합적으로 포괄하는 뇌연구 중심연구기관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 현재 이를 위한 국가 주도의 뇌연구원 설립도 추진 중이며 세계 수준의 국제화된 새로운 학과 창설이 필요하다.

▲ 심포지엄에 참가한 학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뇌 연구에는 첨단 장비가 많이 필요한데...

인간의 고등인지능력(학습, 판단)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변화와 고등인지 간의 상호연관성을 규명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해부학적 뇌영상뿐만 아니라 기능적 뇌영상 기술(MRI) 분석을 통한 고등 인지기능에 관련된 뇌의 활동성을 측정해야 한다.

이는 필수적인 장비로서 우리 학과는 이 핵심장비를 위해서 인간의 뇌 연구에 최적인 3-4T fMRI 센터를 WCU 예산과 별개로 서울대 자체 예산으로 구입하고 ‘live cell imaging' 기술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two-photon confocal imaging’ 장비도 마련,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 뇌인지과학의 향후 전망은

뇌중심 융합기술이 IT, BT, NT 등에 이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뇌과학과 IT, BT, NT 등의 융합기술은 21세기 세계 기술의 첨단 그룹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 예로, 미래기술을 선도하는 인력을 배출해온 MIT 대학은 뇌과학과 인지과학을 융합한 학부를 만들고 대학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조행만 기자 |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09.05.18 ⓒ ScienceTimes



매력적인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뇌가 즉시 반응한다. 반대로 눈길이 딴 곳을 향하면 아무 반응이 없다. <자료제공. 네이처>
사랑에 빠지는 연인들은 눈이 마주치자마자 불꽃이 튀었다고들 말한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 말은 사실이다. 게다가 상대가 굳이 이성이 아니라도 그렇다.

영국 런던대학 인식신경과학연구소의 커누트 캠프 박사는 '네이처' 최신호에 매력적인 사람과 눈이 마주칠 때 대뇌 보상 중추의 활동이 활발해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매력적인 사람이라도 눈길이 딴 곳을 향하고 있으면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동물에서 보상 중추는 먹이나 물이 주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때 활동이 활발해지는 부위다.

연구팀은 남녀 8명씩 16명의 피시험자에게 40명의 낯선 인물들이 정면이나 옆을 보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뇌 혈류량의 변화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측정했다.

실험 결과 사진 속의 인물이나 피시험자의 성별에 상관없이 매력적인 얼굴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으면 보상 중추의 활동아 수초 내에 마치 불이 켜지듯 급격히 증가했다.

집단 사회에서 누가 자신에게 이로움을 줄 것인지를 아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일반적으로 매력적인 외모는 바로 건강하고 강한 체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집단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영완 기자

서울 강남의 모 뉴로피드백(Neuro Feedback) 클리닉.

 

 

한 어린이가 뇌파 측정 헤드 셋을 끼고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다. 화면에는 과녁을 향해 화살을 쏘는 사람이 있다. 어린이가 정신을 집중하면 화살 명중률이 높아지는 프로그램이다.

뉴로피드백은 집중력이나 정신적 안정과 관련된 특정 뇌파를 인위적으로 생성하도록 뇌를 반복 훈련하는 요법이다. 2000년 국내에 소개돼 정신과 병원 등에서 주로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학습효과 증진을 원하는 학생들이 찾으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두뇌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두뇌 트레이닝' 기법이 인기를 얻고 있다. 신체를 단련하듯 뇌를 단련하면 뇌도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학술적으로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지만 관련 두뇌산업은 급성장하는 추세다.

뉴로피드백 장비를 수입유통하는 메디칼스펙트럼과 대덕연구단지 뇌파측정기 제조업체 락싸는 올해 장비판매액이 전년대비 3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할 정도다.


●쏟아지는 두뇌개발 프로그램

일본 닌텐도가 올해 2월 내놓은 'DS라이트 매일매일 두뇌트레이닝' 게임은 5월말까지 4개월 동안 10만장이 판매됐다. "당신의 뇌는 몇 살입니까?"라는 문구를 내세운 이 게임은 퍼즐과 계산 문제를 풀도록 해 두뇌운동을 활성화시킨다는 게 닌텐도의 주장이다. 일본에선 '닌텐도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게임업체들도 두뇌개발 게임을 내놓았다. 올해 초 게임빌은 '눌러라! 좌뇌천재', 컴투스는 '영어 뇌 습격'이란 게임을 내놓았다. 둘 다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는 게임이라는 게 해당업체의 주장.

교육업체도 가세했다. 교육업체 시냅시스 한명원 소장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마치고 지난해 '아인즈스쿨' 사업을 시작했다"며 "현재 전국 27개 가맹점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읽고 쓰고 생각하고 기억하는 모든 과정을 머릿속에 지도 그리듯 정리하는 '마인드맵(Mind-Maps)' 기법은 교육 프랜차이즈 학원으로도 만들어졌다.

영어교재를 만드는 템포스는 지난해 12월 '속청영어'를 내놓았다. 음성을 2배속~4배속으로 듣다보면 대뇌의 언어처리영역의 신경세포 간 네트워크가 활성화 되면서 집중력과 기억력이 향상된다는 것. 이 회사 관계자는 "한 세트에 29만7000원 하는 교재가 최근 들어 하루 30권 이상 팔린다"고 말했다.


●과신은 금물

두뇌트레이닝 기법의 효과에 대해선 논란도 많다. 학술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데다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수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뇌과학연구센터장은 "뇌 관련 기술을 이용한 제품 중 실제 학습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학문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 '플라시보 효과'(가짜 약을 진짜 약으로 믿고 먹을 경우 약효를 얻는 것)의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심리학과 김성일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제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건 오히려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현지 동아일보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6년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한국 고급인력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오지 않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한국인 중 미국에 남는 사람들의 비중이 지난 1992~1995년 전체의 20.2%에서 2000~2003년에는 46.3%까지 늘어났다.

2005년 OECD의 자료에서도 미국에서 귀환하지 않는 한국인 연구 인력 비중은 100명 당 12.6명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이공계 학위자 70% 이상 “한국 가기 싫어”. 과학기술분야 미국박사 체류 변화추세. 동아일보 자료 사진


‘두뇌 빼앗긴다’ 인식 재고해야

보통 이 같은 수치를 앞에 두고는 여러 우려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바로 ‘두뇌 유출’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두뇌 유출이 부정적 효과만 발휘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1990년대 이후 많은 연구들은 두뇌 유출이 송출국 사회에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를 일으킨다고 분석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의 애너리 색스니언(AnnaLee Saxenian) 교수는 전문 기술 인력의 해외취업은 ‘두뇌 유출’에서 ‘두뇌 순환’(brain circulation)으로 변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전문기술 기업가들을 ‘새로운 아르고 원정대’라 불렀다.

실제로 해외 취업은 개인의 기술과 자질 향상에 보탬이 되고 전체 한국 사회에서 ‘인적 자본 투자’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이 명백한 게 사실이다. 선진 기술을 연계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는 점에서 한국 연구 인력의 해외 진출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점이 많다.

우수인재 해외진출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국내외에서 한국 사회와 밀접한 상호작용을 지속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한 때 ‘두뇌유출’로 여겨졌던 현상은 ‘인적 자본 투자를 위한 아르고 원정대의 두뇌 파견’으로 재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오픈 네트워크 활용-해외 인력유치 시급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 및 활동에 기초한 웹 2.0 환경과 구성원 간 인적 교류를 강화하는 사회적 네트워킹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고급 인적자원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사진 제공 KOSEN21
월드와이드웹과 인터넷의 발전에 힘입어 세계는 오픈 네트워크시대를 열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온라인 기반 인적 자원 네트워크를 공고히 함으로써 해외 고급 인력에 대한 상시 연락 및 활용 체계를 구축하고, 해외 인적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40개국 6만여 명의 회원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 (www.kosen21.org)와 같은 온라인 기반 활용 체제를 강화하고, 아울러 해외 한인과학기술자협회 및 전문가 단체와 좀 더 밀접한 연계체제를 구축해 해외 전문가와의 연계를 확대해야 한다.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 및 활동에 기초한 웹 2.0 환경과 구성원 간 인적 교류를 강화하는 사회적 네트워킹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고급 인적자원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분야별, 지역별 한인 전문가의 거점을 확보하고 육성해 언제나 활용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해외 우수 인력의 단기 유치도 중요하다. 집중적인 기술 이전을 실현하기 위한 유용한 창구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해외 우수 연구인력 초빙을 위한 제도를 개선하고 해외 인력의 국내 체류를 위한 각종 인프라를 정비해야 한다.

기존의 우수 인력 초빙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단기적이고 집중적인 인력 활용 프로그램을 신설해야 한다. 특히 이 경우 국내 연구자와 네트워크와 협력 기반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둬 중·장기 초빙과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교포 2세 이후의 세대를 보듬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이들은 한국과의 연계 고리를 잃을 수 있다. 해당 거주국에 완전히 동화될 위험이 큰 만큼 2세를 위한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현지 유학생과 2세 간 공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구축하고, 기존 프로그램을 인맥 형성과 관리라는 관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구축된 인맥은 한국과의 지속적인 연계 고리 생성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현지에 거주하는 교포 과학자를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주요 거점 지역에 있는 연구센터나 한국 기관의 분소에서 현지 교포 과학자를 활용하면 언어 소통과 현지 네트워크 등에서 이득이 될 수 있다. 전일제 연구원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시간에 여유가 있는 박사후 연구원이나 퇴직 과학자를 파트타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출처:과총 STS observer>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정보기술개발단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희섭 박사는 생쥐의 뇌 연구에 푹 빠져 있다. 연구의 즐거움과 보람을 좇아 의사와 교수를 마다하고 과학자의 길을 택한 그는 발견의 기쁨을 주는 생쥐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한다. -안철민기자
한국의 이공계 위기를 거론할 때 자주 등장하는 두 가지 지표는?

우수 인력이 이공계를 기피하고 의대로 몰린다는 점, 그리고 중견 연구원들이 기회만 되면 연구소를 떠나 대학으로 가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흐름’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으면서 세계적인 연구업적을 쏟아내고 있는 과학자가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학습·기억현상 연구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희섭(申喜燮·54) 박사다.

신 박사는 지난 13년간 생쥐의 뇌기능을 규명하는 데 매달려 왔다. 공포유전자와 간질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찾아냈으며, 몸의 리듬을 조절하는 생체시계를 발견하는 등의 업적을 쌓으며 세계적인 학술지에 70여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이런 업적을 쌓은 배경은 그가 일생에서 2번의 ‘외도’를 감행한 일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1991년 포항공대 교수로 부임해 10년간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다가 정부출연연구소로 훌쩍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이보다 훨씬 전인 20대 시절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는 ‘잘나가는’ 의사직을 마다하고 실험실행을 택했다. 경제적인 대가보다는 과학적인 호기심과 연구의욕을 좇아 선택한 길이었다.

▽교수 그만두고 연구원 택해=2001년 3월 신 박사가 포항공대를 떠나 KIST로 자리를 옮긴 일은 세간의 화제였다. 정년이 대학 교수(65세)에 비해 4년 낮은 61세였고, 3년 이내에 재계약을 해야 하는 등 어느 면으로나 교수보다 불안정한 직업을 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정말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더군요. 연구자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는데….”

신 박사가 ‘당연하게’ 여긴 이유는 바로 공동연구의 기회였다. 포항공대 시절 “돈 없어서 연구 못한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충분한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좀 더 다양한 교류를 통해 한 단계 높은 성과를 얻으려는 욕심이 채워지지 않았다. 여러 대학 연구진과의 공동실험을 위해 생쥐를 들고 서울에 들락거렸지만 점점 힘에 부쳤다.

실제로 신 박사는 KIST에서 서울대 이화여대 경희대 등과 공동연구를 수행해 세계적인 논문을 발표해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점을 증명해 보였다.

하지만 서운함도 있다. 연구비는 만족스럽게 제공되고 있지만 월급은 적지 않게 줄었기 때문. 신 박사는 “아내가 불평할 만큼 보수가 줄었다”고 말했다.

▽의사에서 기초의학자로=신 박사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던 시절 처음에는 임상의가 될 생각이었다. 하지만 뭔가 허전했다. 의사는 환자를 보는 즐거움이 강해야 하는데 자신에게는 의사가 단순한 직업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고민 끝에 그는 임상의를 포기하고 미국 유학의 길에 올랐다. 의사는 현재의 환자에게 소중한 존재이지만, 기초의학 연구자는 10년 후 환자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에 결심이 굳어졌다.

“한마디로 행복해요. 친구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주말을 기다리며 살더군요. 돈 버는 일 따로, 즐기는 일 따로인 셈이죠. 하지만 과학자는 일 자체가 즐거운 생활이에요.”

사람은 왜 나이가 들면 치매에 걸릴까. 희로애락의 감정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뇌 과학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궁금해 하는 내용이다.

신 박사의 생활은 생쥐와 씨름하며 이런 본질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대답하는 나날이다. 이따금씩 참선을 하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불가(佛家)의 수행을 실천하기도 한다.

▽과학자는 부자가 될 수 있을까=최근 한국 사회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를 꺼리는 이유는 뭔가. 신 박사의 답은 명쾌했다.

“과학자가 연구 잘해서 부자 됐다는 사례가 없기 때문이죠. 외국은 달라요. 예를 들어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논문이 하나 실리면 그 연구 성과가 곧바로 특허로 이어지고 벤처가 세워지거든요.”

그렇다면 전망은 어떨까. 신 박사는 “과거와 달리 생명과학에서 세계 수준의 업적을 내는 과학자가 많다”며 “지금처럼 정부가 육성 분야를 먼저 선정한 후 연구자를 키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반대로 우수한 논문을 내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집중 투자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좋은 논문이 곧바로 특허로, 벤처로 이어지는 세상이니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젊은 과학자들이 많이 등장할 것이다. 이런 사례가 늘어날수록 이공계 기피 현상이 당연히 사라지지 않겠느냐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실 신 박사의 연구내용도 충분히 벤처를 차릴 만한 것들로 가득하다. 한 예로 그는 지난해 6월 생쥐에서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억제해 학습능력과 기억력이 향상된 ‘똑똑한 쥐’를 탄생시켰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수험생이나 치매환자에게 유용한 약물이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신 박사는 “비즈니스는 적성에 맞지 않아 회사 차리는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나를 알면 계속 꼬리를 물고 새로운 질문이 떠올라 다시 연구에 파묻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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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팀장=신연수 경제부 차장급 /동아일보 기자
▽경제부=이은우 김태한 고기정 박 용 /동아일보 기자
▽사회부=전지원 /동아일보 기자
▽동아사이언스=김훈기 이충환 기자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이었던 미국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는 낙마 사고로 척수 손상을 당한 뒤 사지마비 장애인으로 여생을 살았다. 국내에서도 유명 가수 강원래 씨가 척수 손상으로 하지마비가 된 뒤 지금까지 혼자서 걷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척수와 뇌 등 중추신경계는 한번 손상이 되면 재생되기 어렵다. 손상을 입은 환자는 평생을 장애를 가진 채 살아야 한다.

모든 동물의 뇌와 척수는 재생이 되지 않는 걸까. 그렇지 않다. 개구리 같은 양서류, 도마뱀 같은 파충류의 경우 실험적으로 척수를 잘라내도 며칠 만에 다시 움직임을 되찾는다. 왜 조물주는 하등동물의 중추신경에는 재생능력이라는 선물을 줬을까. 스위스 취리히대 뇌연구소의 슈와브 박사에 따르면 사람 같은 포유동물의 중추신경 시스템은 양서류나 파충류에 비해 훨씬 정교하고 세밀하게 구성돼 있다. 또 일단 복잡한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성되면 쉽게 변하지 못하도록 재생을 억제하는 물질들이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사람의 중추신경은 정교함과 세밀함을 갖추기 위해 재생능력을 희생했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아주 세밀한 고성능 컴퓨터가 구식 라디오에 비해 고장을 수리하기 어려운 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손상된 뇌나 척수를 재생하고 장애를 극복하는 것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불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그렇진 않다.

1980년 캐나다 맥길대 아과요 박사는 신경세포 및 신경세포를 이어주는 전선 같은 축삭을 둘러싸는 분자 수준의 환경을 적절히 조절하면 포유동물의 뇌와 척수도 개구리나 도마뱀 같이 재생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후 뇌 연구의 눈부신 발전과 줄기세포 연구의 등장으로 손상된 뇌와 척수를 재생시킬 수 있는 치료법이 머지않은 미래에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뇌과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뇌척수 손상으로 인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신경 가소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성인의 뇌나 척수도 신경세포의 활성을 증가시키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특히 손상을 받은 뒤에는 이런 가소성이 증진된다. 미국 앨라배마주립대에서 개발한 ‘구속치료법’은 뇌졸중 때문에 한쪽 손이 마비된 환자의 환자들의 반대쪽 정상 손을 사용하지 못하게 구속함으로써 마비된 손의 활동을 증가시켜 기능을 좋아지게 한다. 즉 손상 때문에 기능이 떨어진 신경계의 활성을 운동이나 작업을 통해 증가시키면 가소성이 증진돼 기능이 좋아질 수 있다.

최근에는 운동이나 작업을 통한 가소성을 좀더 극대화하기 위한 새로운 융합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즉 정보기술(IT)과 뇌과학의 접목으로 신경계의 활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신경자극긱기와 기능성 전기자극술, 뇌기계접속장치 등이 개발돼 뇌척수 손상으로 인한 기능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인간의 뇌척수와 컴퓨터를 연결해 저하된 뇌신경기능을 대치할 수 있는 뇌기계접속장치는 ‘600만불의 사나이’와 같이 공상 속에 존재하던 ‘바이오닉스’ 기술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게 하는 꿈의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어쩌면 사람의 뇌와 척수에는 재생이라는 선물을 주지 않았던 조물주마저도 깜짝 놀랄 만한 방법이 아닐까.

크리스토퍼 리브 씨는 장애인이 된 뒤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일념으로 재활치료와 기능성 전기자극술을 이용한 치료 등을 적극적으로 소화해 손가락 3개를 약간 움직일 정도로 기능이 회복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소식은 전 세계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줬고, 이를 통해 리브 씨는 영화 속 슈퍼맨보다 위대한 영웅으로 존경받았다. 이제 이들의 희망을 현실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건 뇌과학자들과 이들의 연구를 지원하는 국가의 몫이 아닐까.
김병곤 아주대 의대 교수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 가까이서 번개가 번쩍인다. 기괴한 파이프오르간의 푸가 선율이 들려올 법한 석조건물 한군데 불빛이 새어 나오는 방이 있다. 덜컹이는 창문 너머로 몸통의 반이 잘려나간 개구리 다리를 촛대에 꼽아두고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보인다. 갑자기 꽈르릉.
건물을 내리친 번개가 피뢰침에 연결된 구리선을 타고 개구리 다리를 강타한다. 동시에 갑자기 오그라드는 개구리 다리. 이미 머리와 몸통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번개의 정기를 받은 양 분명히 다리는 움직였다. 이를 쳐다보고 묘하게 웃음 짓는 사람. 그는 루이지 갈바니였다.

1780년대 후반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갈바니는 전기가 생체에 미치는 효과를 처음으로 관찰했다. 다행히도 주술사가 아니라 과학자였던 갈바니는 우리 몸에 미세한 전기가 흐르며, 이 때문에 근육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밝히게 됐다. 그 뒤 근육뿐 아니라 신경도 전기에 반응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생체 전기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신경세포에서 전기는 우리가 듣고 보고 말하고 생각하는 모든 고등 신경활동을 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 몸의 신경은 세포막 안팎으로 약 80mV(밀리볼트)의 전압이 걸려있다.

하지만 생체의 전기는 컴퓨터 회로의 전기와 많이 다르다. 어릴 적 건전지와 꼬마전구를 이용한 과학실험에서 이미 경험했겠지만, 우리 몸은 전자가 흐를 수 없는 부도체에 가깝다. 컴퓨터 회로에서는 전자에 의해 전압과 전류가 생기는데 반해 신경세포에서는 세포막 안팎으로 다르게 분포하는 이온 때문에 전압이 생긴다. 예를 들면 양이온인 나트륨이온이 세포 밖에만 있고 세포 안에는 별로 없다고 하면 세포 내부에 음전기가 많이 쌓여 있는 셈인 것이다.

평소에는 여러 가지 이온들이 서로 다른 막 투과도를 갖고 평형을 이룬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트륨이온이 세포막을 마음대로 가로지르게 통로가 열리면 곧바로 전압의 변화로 이어진다. 신경이 외부에서 자극을 받으면 이온통로들이 열려 80mV를 유지하던 전압차가 0으로 바뀌는데, 이때가 바로 신경세포의 스위치가 켜져 활동하는 상태다. 이렇게 생긴 전기신호가 다른 곳으로 전달되는 데는 신경망으로 연결된 신경세포 간의 교류가 매우 중요하다.

잠잠하던 한 신경세포가 전기신호를 갖고 활동하게 되면 이와 망을 이루는 다른 신경세포에 화학물질을 뿜어준다. 그 화학물질은 두 번째 세포의 이온통로를 열어 전압을 변화시키고 전기신호를 전달받는다. 이런 릴레이를 이용해 서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전기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결국 신경다발을 타고 전자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신경망을 따라 이어진 세포의 전기적 상태가 움직이는 셈이다.

따라서 뇌기능이 잘 이뤄지려면 신경의 전기신호가 잘 관리돼야 한다. 컴퓨터 메모리의 막대한 능력도 결국 전자를 담아두는 간단한 회로의 능력 때문인 것처럼 신경세포 역시 전기신호가 적절히 만들어지고 다른 신경세포로 잘 전달되는 신경망의 능력이 중요하다. 또 하드디스크에 자유롭게 정보를 저장하고 지우는 것처럼 신경망 간의 전기신호고 외부 조절에 따라 쉽게 변해야 한다. 딱딱하지 않고 말랑말랑해야 한다는 말이다.

만약 전기신호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뇌기능 장애로 이어진다. 예를 들면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뇌질환 실험동물의 대부분은 대뇌피질이나 해마에서 신경세포의 전기적 특성이나 전기신호의 전달과정에 문제가 나타난다. 신경을 연구하는 과학자 중에는 신경세포의 이 같은 전기적 특성에 관심을 갖는 학자들이 있다. 무엇이 신경세포의 전기를 미세하게 조절하는지, 신경세포 간의 전기신호 전달 효율은 어떻게 제어되는지, 어떻게 하면 가능한 많은 신경의 전기적 특성을 측정할 수 있는지 등을 연구한다. 망가진 신경세포의 전기적 특성을 회복시키는 약물을 뇌질환 치료제로 개발하거나 뇌 안에 칩을 꽂고 자극해 뇌기능을 회복시키는 기법도 연구되고 있다.

만약 신경이 전기에 대해 반응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한국의 뛰어난 정보기술과 신경생물학이 융합해 어떤 꽃을 피울지 기대된다.
최세영 서울대 치대 교수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이코패스(psychopath)’라는 용어가 이슈가 됐던 건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21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무차별 살인행각을 벌였던 ‘유영철 사건’ 이후다. 이 사건은 최근 ‘추격자’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까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유영철 사건’이 영화에나 나올 법한 한 돌연변이에 의한 사고라고 애써 현실을 도피하고, 그 공포를 잊어갈 무렵 우리는 강호순이라는 새로운 엽기적인 살인마를 만났다. 언론 매체를 통해 공개된 그의 얼굴은 우리가 늘 일상에서 만나는 얌전해 보이고 지극히 순박해 보이기까지 한 얼굴이었다. 애써 스크린 속에 가둬 놓았던 ‘괴물’이 우리들의 모습으로 진화해 내 주위로 출현한 것이다.

공포와 불안 속에 우리들의 뇌는 괴물에 대한 끊임없는 왜곡을 시작한다. 괴물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져갔다. 이런 왜곡의 가장 큰 피해자가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거나 받아야 하는 환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우(杞憂)에 정신과 의사로서 이런 소동이 그리 달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특징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과 죄책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반복적인 폭력과 범죄 행위를 일삼기도 한다. 인구의 1%가 사이코패스 해당된다고 할 정도로 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또 사이코패스들은 다른 정신질환자에 비해 비교적 유사한 특성을 지니며, 이런 특성은 소아기 때부터 나타나 성인기에까지 지속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사이코패스와 혼동하기 쉬운 정신과적 질환이 바로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와 ‘행동장애(Conduct disorder)’다.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나 행동장애에 비해 더 전반적인 감정적, 행동적 장애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신분열병, 자폐증과도 다른 특성을 가진 질환으로 구분된다.

모든 정신질환이 그렇듯이 사이코패스 역시 뇌 기능의 장애로 나타난다. 환경적 요인과 더불어 유전적 요인도 관련된다고 알려져 있다. 2005년 영국에서 3600쌍의 쌍둥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사이코패스의 성향에 유전이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됐다.

사이코패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정 기능의 저하나 장애가 상당히 중요하다. 뇌의 신경해부학적 위치로 보면 편도체(amygdale)와 복내측전전두엽(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를 포함한 전전두엽 장애가 가장 일관되게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특히 편도체의 기능이상이 가장 핵심적이다.

편도체는 공포와 즐거움 같은 감정과 관련이 있다. 편도체의 기능은 인간이 사회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상과 벌에 의한 학습을 통해 도덕적 틀이 형성되는 것이 바로 편도체의 기능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다. 사이코패스의 경우 감정적인 자극에 대한 편도체의 반응이 떨어진다고 보고돼 있다. 특히 최근 뇌에서 도덕성, 윤리성과 깊은 관련이 있는 전두-측두-변연회로계의 특정 부위(흑질)가 보통 사람보다 얇아져 있다는 것이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로 측정됐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자가진단 설문지가 인터넷에 떠돌면서 많은 이들이 혹시 나도 사이코패스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물론 우리들 안에도 내재된 공격성이 있다. 행동으로 표출하진 못하지만 살면서 가끔씩은 그 분노를 억누르려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보이는 공격성은 대부분 어떤 사건이나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대부분이다. 이에 비해 사이코패스는 공격성이 목적을 이루거나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것이 큰 차이다. 이런 경향은 외국 연쇄살인범에서도 흔하게 관찰된다.

많은 선진국들이 국가 차원의 범죄 예방 정책의 일환으로 뇌과학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뇌 연구도 이 같은 맥락으로 활발히 진행되는 상황이다. 한국에서도 지금까지 나타난 사이코패스에 대한 뜨거운 국민적 관심이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뇌 연구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권준수 서울대 의대 정신과 교수



지난해 음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영국인 전직 외판원 폴 포츠 씨가 국제적으로 유명한 오페라가수가 된 것. 한국까지 와서 이화여대와 KBS 부산홀에서 공연하고 수익금의 일부를 북한 어린이들에게 기부했다.

지난달에는 13살짜리 영국 소년 앤드루 존스턴이 투명한 ‘보이 소프라노’로 관객들을 감동시켜 ‘제2의 폴 포츠’로 불리기도 했다. 국내에선 수족관을 경영하는 한 시민이 TV의 한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의 폴 포츠’라는 별칭을 얻으며 공식 스포츠행사에서 애국가까지 불렀다.

이들 세 명은 모두 이른바 ‘쓰레테너(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이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중 파바로티와 그가 부른 아리아 ‘네순도르마(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나 음악 전공자들은 좀 다른 의견인 듯하다. 쓰리테너 중 도밍고는 악보에 있는 그대로를 표현해 작곡가 마음에 쏙 들게 노래를 부르며, 카레라스는 감성적으로 불러 가슴을 파고드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파바로티는 목소리가 크고 고음에 강하다는 의견이 많다.
도밍고식 창법은 음악지식으로 따져 들을 때 아무 흠이 없다는 얘기다. 뇌 연구자의 입장에서 볼 때 좌뇌를 자극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카레라스는 우뇌에 호소하는 창법을 구사한다. 파바로티의 방식은 각성 수준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뇌간(腦幹)을 자극하는 창법이다.

뇌의 각 영역들은 서로 연결돼 있지만 서로 다른 역할을 나눠 담당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쓰리테너의 공연실황을 듣고 있으면 도밍고의 노래로 좌뇌가, 카레라스의 노레로 우뇌가, 파바로티의 노래로 뇌간이 활성화된다. 번갈아 들리는 개성이 다른 3가지 창법이 결과적으로 관객의 뇌 전역을 공고루 자극해 감동의 총량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명곡이 그렇듯 ‘네순도르마’도 뇌 전역을 순차적으로 자극해 최고조의 각성 수준에 이르도록 작곡돼 있다. 곡 전체를 4부분으로 나누면 처음 4분의 1은 좌뇌를, 다음 4분의 1은 더 감정을 살려 우뇌를 자극한다. 세 번째 부분에 가선 다시 감정을 누그러뜨리며 여성합창이 등장한다. 여성의 음성은 주로 좌뇌에서 처리된다. 그러다 온힘을 다해 강한 고음으로 맺는다.

뇌과학의 입장에서 보면 바로 이런 것이 좋은 문화다. 뇌 전체가 골고루 자극을 받는 과정이 습관적으로 이뤄져 뇌가 균형을 이루며 발달하게 되는 문화 말이다.
‘네순도르마’는 보통 사람들이 웬만큼 연습해선 나지 않는 높은 음으로 돼 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중 ‘시’ 이상의 높은 음이 전체 160개 음 중 115개로 70%가 넘는다. ‘시’ 이상의 고음은 좌뇌가, ‘라’ 이하의 저음은 우뇌가 먼저 반응한다고도 알려져 있다.

고음을 큰 소리로 부르려면 에너지가 많이 든다. 이런 과정에서 뇌의 각성 수준이 높아진다. 처음엔 피곤하지만 연습으로 이를 이겨내기만 하면 뇌 발달에는 좋다. ‘폴 포츠 3인방’도 좋아하는 노래 ‘네순도르마’를 연습하면서 좌뇌와 우뇌, 뇌간을 골고루 자극했을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어떤 문화를 접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당신이 접하는 문화가 바로 당신의 뇌를 변화시킨다. 결국 뇌는 문화를 먹고 사는 세포덩어리인 셈이다.

조용진 한남대 얼굴학연구소장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미래 살인자의 얼굴을 미리 알아내는 ‘예지자’는 머리를 박박 깎고 나온다. 바로 이 부분에 대해 과학자로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에서 예지자의 머리에는 광케이블이 연결돼 있다. 케이블을 통해 예지자의 뇌에 레이저를 쏘고 반사돼 나온 파형을 분석해 살인자의 얼굴을 컴퓨터로 확인한다.

여기서 레이저는 파장이 780∼9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의 빛인 근적외선이다. 관객 입장에선 황당해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실제 하버드대의대 데이비드 보아스 교수팀이 1990년대 말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한 ‘근적외선 기반 뇌활성 측정기법(NIRS)’이다.

뇌혈관으로 지나가는 적혈구는 머리뼈를 통과한 근적외선을 흡수한다. 이때 적혈구가 산소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근적외선의 흡수도가 변한다. 뇌가 산소를 많이 쓸수록 NIRS의 신호가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산소 농도보다는 미미한 효과지만 머리색에 따라서도 근적외선의 흡수 정도가 달라진다. 검은 머리보다는 금발이, 금발보다는 대머리가 측정이 더 잘된다고 알려져 있다. 머리색이 어두울수록 근적외선을 많이 흡수해 실제 뇌로 들어가는 양이 줄기 때문이다. 영화 속 예지자가 모두 머리를 깎고 나온 걸 보면 영화 제작 당시 스필버그 감독이 이 기술을 이해하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NIRS로 미래 살인자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체에 해를 주지 않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 진단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환자의 뇌에서 산소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간혹 이 장치가 쓰인다.

이 장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뇌 영상을 얻는 것이다. 자기장을 걸어 뇌 활동을 측정하는 고가의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비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NIRS다. 최근 우리 연구실은 NIRS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영상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중국 호주 등 외국 100여 개 연구팀이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세계 곳곳의 과학자들이 NIRS를 연구하고 있으니 ‘빛으로 뇌를 읽는’ 시대가 조만간 올 것으로 보인다. 먼 미래에는 정말 이 장치로 생각까지 읽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럼 마음을 뺏기지 않기 위해 머리를 검게 염색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예종철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기억을 찾아서 [이 주의 과학책] 천재 과학자 에릭 캔델의 삶을 통해 보는 뇌와 기억의 과학 2009년 04월 10일(금)

인간의 핵심적인 정신 과정 중 하나인 기억은 우리의 정신적 삶을 하나로 묶는다. 우리가 우리인 것은 대부분 우리가 배우고 기억하는 것 때문이다. 즐겁건, 끔찍하건, 지속적이건 일시적이건, 기억들은 일종의 시간여행으로 우리를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해방시킨다.

우리는 어떻게 첫 키스를 했던 상황, 배경, 생각, 감정들을 오랜 시간이 지나도 되살릴 수 있는 것일까? 끔찍했던 기억들은 왜 수십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것일까? 뇌는 어떻게 기억을 창조하고 저장하는 것일까?

캔델은 히틀러 치하의 빈에서 유대인으로서 굴욕적이었던 유년기의 경험을 계기로 기억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는 의대 상급반 시절 생물학적 기초에 관심을 갖고 미국 최고의 신경생리학자인 해리 그런드페스트를 만나게 된다. 위대한 멘토를 만난 그는 창의력과 새로운 길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전도유망한 과학자의 길을 걷는다.

그는 다른 과학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장 단순한 뇌를 가진 군소(바다 달팽이)를 실험동물로 택한 뒤 기억과 학습과정을 세포 안에 가두는 데 성공한다. 그는 신경세포들의 작용을 이해한 뒤, 뉴런들 간의 연결인 시냅스들을 통해 어떻게 다른 종류의 기억들이 신경회로 상에서 저장되는지, 그리고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의 생물학적 차이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눈부신 발견을 이룬다.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쓴 그의 자서전 <기억을 찾아서>는 성공한 과학자 개인의 삶과 생물학의 역사, 현대생물학과 행동 연구를 멋지게 결합한다. 캔델은 정신을 탐구하는 생물학의 발생사를 개관하고 현대 생물학의 혁명적 이정표들을 설명하며, 어떻게 행동주의 심리학과 인지 심리학, 신경과학, 분자생물학이 수렴하여 새롭고 강력한 정신과학이 되었는지를 상세하게 알려준다.

책 속에서

새로운 정신의 생물학은 더 큰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왜냐하면 이 과학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과 우리의 가장 고등한 정신 과정(자기와 타인에 대한 의식, 과거와 미래에 대한 의식)도 우리의 동물 조상들로부터 진화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로운 생물학은 의식이, 상호작용하는 신경세포 집단들이 사용하는 분자적인 신호 전달 경로들로 설명해야 할 생물학적 과정이라고 단언한다. (본문 27쪽)

더 일반적인 맥락에서, 정신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는 전망이 밝은 과학적 탐구 그 이상입니다. 그것은 또한 중요한 인문학적 노력입니다. 정신의 생물학은 자연 세계에 관심을 둔 과학과 인간 경험의 의미에 관심을 둔 인문학을 연결합니다. 이 새로운 종합에서 탄생할 통찰들은 단지 정신의학적·신경의학적 장애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 자신에 대한 더 깊은 이해로 이어질 것입니다. (본문 445쪽)

기억은 우리 삶에 연속성을 제공한다. 기억은 과거에 대한 정합적인 상을 제공하고, 그 상은 현재의 경험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그 상은 불합리하거나 부정확할 수도 있지만 존속한다. 기억의 결합력이 없다면, 경험은 살아가는 동안 만나는 무수한 순간들만큼 많은 조각들로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기억이 제공하는 정신적 시간 여행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의 개인사를 알지 못할 것이며, 우리 삶의 찬란한 이정표로 작용하는 기쁨의 순간들을 회상할 길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인 것은 우리가 배우고 기억하는 것들 때문이다. (본문 28-29쪽)

저자 및 역자 소개

에릭 R. 캔델 (Eric R. Kandel) - 컬럼비아 대학 교수이며 카블리 뇌과학 연구소 소장 겸 카블리 교수, 하워드 휴스 의학 연구소 선임연구원이다. 현재 컬럼비아 대학 정신의학부 교수인 아내 드니스와 함께 뉴욕시에 살고 있다.

저서로는 『Molecular Neurobiology in Neurology and Psychiatry』 『Psychiatry, Psychoanalysis, And The New Biology Of Mind』 『Cellular Basis of Behaviour』 『Behavioral Bio of Aplysia: Origin & Evolution』등이, 공저로는『Memory: From Mind to Molecules』 『Principles of Neural Science』 『Essentials of Neural Science and Behavior』등이 있다.『기억을 찾아서』는 그의 저서 중 최초로 한국에 소개되는 작품이다.


전대호 -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부터 5년간 DAAD(독일학술교류처) 장학생으로 독일 쾰른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2004년 서울대 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가끔 중세를 꿈꾼다>, <성찰>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현대철학소사>, <슈뢰딩거의 삶>, <유클리드의 창>, <30분에 읽는 카프카>, <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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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2009.04.10 ⓒ ScienceTimes

무형의 기억에 과학의 메스를 갖다대다 [교수신문 공동] 인간의 한계 인정하는 겸허한 발걸음이어야... 2009년 04월 13일(월)

<사이언스타임즈>는 지난해에 이어 사회와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 키워드를 정해 다양한 전문가적 관점의 학자적 식견이 상호 소통하는 장인 ‘학문간 대화로 읽는 키워드’ 제2탄을 마련했다. 이 기획은 학술 전문 주간지 <교수신문>(www.kyosu.net)과의 공동기획으로, 21세기 현재 지식의 전선을 바꿔나가는 이슈 키워드에 다양한 학문간 대화로 접근함으로써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미학적 이해와 소통의 지평을 넓히는 데 목적이 있다. 2009년에는 문명의 전환과 인간의 진화에 초점을 맞춘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정보화 사회의 심화, 지구촌을 아우르는 사회, 정치, 경제 질서의 결속 강화는 새로운 문명과 인간이 출현을 가져온다는 인식에서다. ‘기후변화’부터 ‘죽음’까지 13가지 이슈에 대해 과학자와 인문학자가 소통하며 논전을 벌였던 2008년 기획시리즈는 현재 『지식의 이중주』(2008, 해나무)로 출판돼 관심을 끌고 있다. [편집자 註]

▲ 단기기억을 상실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 <메멘토> 
학문간 대화로 읽는 키워드 현대의 학문이 몸과 마음에 관한 연구를 신경생물학적인 언어로 통합하려는 지배적인 경향을 보이면서, 이제 인간의 모든 의식은 뇌과학의 생리학적인 설명으로써 접근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연구 성과의 최전선에 바로 여기서 소개되는 ‘기억 조작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억이란 사실 지각이나 감정, 주의 집중이나 선택과 결정 등 이루 다 셀 수조차 없이 무수한 인간의 심리 현상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도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기억이 주목을 받아온 이유는 그것이 사유 행위의 지속성을 일컫는 자아나 주체성의 근간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얼마 전에 개봉됐던 영화, ‘메멘토’를 통해 충분히 환기됐으리라고 봅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단기 기억을 상실하면서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과 동시에 삶의 의미와 존재 이유를 찾는 데 처절한 아픔을 겪게 됩니다.

인류 역사는 기억조작의 역사

만일 기억이란 것이 우리들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그래서 누구나 행복을 꿈꾸듯이 좋은 기억만을 지닐 수 있다면 아마도 삶이란 장밋빛 인생이 될 수 있을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기억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로프터스 박사는 기억이란 실제로 조작할 수 있는 것이며 또한 그 일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뇌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뇌란 자기중심적인 것이어서 기억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가짜기억을 생성하는 놀라운 리모델링 능력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기억을 뇌 신경물질에 의해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 이전에, 우리들 인간이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간에 자율적으로 기억을 조작해온 것이 인류 진화의 역사라는 것이 더욱 놀라운 사실이 아닐는지요.

▲ 무형의 기억이란 근본적으로 현상학적인 의미의 장을 통해 이해돼야 한다 
그런데 이런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기억의 조작 말고도 사회적이고 집단적인 기억의 조작도 있습니다. 최근 기존의 역사 이데올로기로 인해 은폐돼 온 사회적 갈등을 폭로할 수 있는 단서로서, 정치 경제 등의 문화사적인 측면에서 집단 기억의 왜곡과 조작 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개별 기억이나 집단 기억을 불문하고 우리의 뇌 속에서 기억이 조작돼 온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그 하나의 단서를 현상학적인 경험의 장을 통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억의 장본인 자신이 진짜 기억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은 상상력이나 기대감, 꿈이나 사랑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복합적인 현상학적 경험의 장에서만이 이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에 관해서도 이는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과학의 지평이 외면한 윤리물음도 중요

현상학적인 경험의 장이란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면서 과거에 대한 기억을 현재의 행위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그 무엇으로 착종시키는 전 시간적인 의미의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인생이 행복한 기억으로만 살아진다면 그때 굳이 인간은 인간일 필요를 느낄 수 없는 상태로 전락하지 않을는지요.

물론 치매나 기억상실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과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쁘거나 부정적인 기억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은 현대판 복음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뇌과학이 아무리 발전하고 있다고 할지언정 진화의 역사를 통해 행해져 온 마음의 놀라운 능력을 속속들이 파헤칠 수는 결코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이 개인의 전 역사를 통해 살아가는 시간 동안만큼 내부적으로 그리고 외부적으로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무형의 것이라고 한다면, 유형의 물질인 뇌를 통해 이를 샅샅이 파헤쳐보고자 하는 뇌과학은 그 출발부터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겸허한 발걸음이어야 하리라고 봅니다.

▲ 홍경실 고려대 강사ㆍ철학 
무형의 기억이란 근본적으로 현상학적인 의미의 장을 통해 이해돼야 하며, 여기서 논의 중인 기억의 조작 문제는 한 세기 이전에 베르그송도 간파한 바 있듯이 어쩌면 기억 자체에 대한 조작이 아니라 기억의 메커니즘에 관련된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무형의 기억에 대한 조작 문제를 전적으로 뇌과학의 문제로 환원시켜 이해한다면 이는 저 19세기 과학만능주의(scientism) 유령의 부활을 부추기는 일이 될 것입니다. 만일 이 유령이 다시 한 번 더 출몰하게 된다면 인류의 생존은 보장될 수 없을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이제 더 이상 미루거나 외면할 수 없는 철학적이고도 윤리적인 물음으로 다시 회귀해야 합니다. 왜 우리는 기억을 조작해야 하는지요. 이러한 물음은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 간의 제휴와 학제 연구에 힘입어서 사실과 가치가 분리되지 않을 때만이 유효할 것입니다.

필자는 고려대에서 베르그송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베르그손의 철학』등의 저서와 「베르그손과 후설 현상학 비교」등의 논문이 있다.

홍경실 고려대 강사ㆍ철학

저작권자 2009.04.13 ⓒ ScienceTimes

나쁜 기억 지우려다가, 나를 지운다면... [교수신문 공동] 기술 개발 현황 및 기억조작의 문제점들 2009년 04월 13일(월)

<사이언스타임즈>는 지난해에 이어 사회와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 키워드를 정해 다양한 전문가적 관점의 학자적 식견이 상호 소통하는 장인 ‘학문간 대화로 읽는 키워드’ 제2탄을 마련했다. 이 기획은 학술 전문 주간지 <교수신문>(www.kyosu.net)과의 공동기획으로, 21세기 현재 지식의 전선을 바꿔나가는 이슈 키워드에 다양한 학문간 대화로 접근함으로써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미학적 이해와 소통의 지평을 넓히는 데 목적이 있다. 2009년에는 문명의 전환과 인간의 진화에 초점을 맞춘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정보화 사회의 심화, 지구촌을 아우르는 사회, 정치, 경제 질서의 결속 강화는 새로운 문명과 인간이 출현을 가져온다는 인식에서다. ‘기후변화’부터 ‘죽음’까지 13가지 이슈에 대해 과학자와 인문학자가 소통하며 논전을 벌였던 2008년 기획시리즈는 현재 『지식의 이중주』(2008, 해나무)로 출판돼 관심을 끌고 있다. [편집자 註]

학문간 대화로 읽는 키워드 슬프거나 괴로운 기억만을 선택적으로 지운다는 기술은 사실 공상 영화 내지는 소설에서나 다루는 주제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것이 이제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 슬프거나 괴로운 기억만을 선택적으로 지우는 기술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이런 연구의 과학적 토대를 마련한 인물은 미국 신경과학자로 2000년도에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한 Eric Kandel입니다. Kandel의 연구팀은 인간의 기억 작용의 기전을 밝히기 위해 바다 민달팽이류에 속하는 아플리시아를 연구했습니다.

아플리시아의 꼬리에 반복해서 전기충격을 가하는 동안 신경계에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키나아제 A라는 단백질은 다른 단백질의 성질을 변화시키면서 신경세포들의 시냅스를 강화시킨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강화를 풀어주는 신약과 같은 조작 기술을 적용하면 자극에 대한 과민반응이 사라질 것이라는 가정이 성립되는 것입니다. 1998년 말 그는 쥐에게 로리프램(rolipram)이라는 물질을 투여한 결과, 쥐의 신경세포에서 기억작용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기억능력을 촉진시키는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인물로는 뉴욕대학교의 정서연구자인 Joseph Ledoux를 들 수 있습니다. 그는 인간의 기억이 응고화(consolidation), 인출, 재응고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변형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최초의 정보가 인출돼 재응고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단백질 합성을 차단하게 되면 공포 기억을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1990년대 초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한 이후 최근까지 선별적으로 기억을 삭제시키는 기술과 관련된 논문들이 계속해서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에 발표되고 있습니다.

공포 기억을 차단하는 기술

예를 들어, 2008년도 Neuron지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미국 조지아대 Joe Tsien 박사팀이 αCaMKII라는 단백질 효소를 통해 기억분자의 활동을 화학적-유도적으로 조작해 목표 기억(targeted memory)을 선택적으로 차단시킬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또한 2008년 Science지에는 특정 시냅스가 학습 시에 새롭게 합성된 AMPA라는 단백질 수용체를 불러 모아 기억을 생성한다는 논문이 발표됐고, 같은 해에 국내에서는 서울대 강봉균 교수팀이 기억의 유지와 소멸의 기전인 기억의 재구성 과정을 밝히는 연구 결과를 Science지에 발표했습니다.

▲ 기억을 삭제하거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개인의 정체성을 위협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치매, 기억상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의 질환을 규명하고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최근까지의 연구 동향을 살펴보면, 프로프라놀롤은 기억과 외상 사건과 연합된 정서의 연결고리, 즉 편도체(amygdala)의 장기 강화(LPT)를 차단시켜, 인지적 부분은 유지되면서 기억의 정서적 부분이 삭제됨으로써 과거나 현재의 외상적 사건에 대한 기억의 재활성화를 막는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신기술로는 편도체에 영향을 끼쳐 쥐의 공포 조건형성(기억)을 와해시키는 U0126이라는 약물의 개발, 장기기억을 유지시키는 데 필요한 효소를 차단시켜 고통스런 기억을 삭제시킬 수 있는 ZIP이라는 약물의 개발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나쁜 기억을 지우는 것은 인간의 소망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윤리적 관점에서 그러한 기억 조작을 위한 신기술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크게 네 가지 윤리적 문제를 언급할 수 있습니다.

첫째, 진실성의 문제입니다. 행복은 웰빙의 관점에서 추구돼야 합니다. 즉 고통스런 기억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과 이런 고통스런 기억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도 웰빙의 부분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즉 고통 후 얻게 되는 인간의 성장 능력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기억 보존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개인의 기억에 의존하는 역사적 사실들은 모든 인간에게 공통이 되는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는 이런 기억을 보존할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기억을 삭제시킨다는 것은 그것을 공유하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기억조작이 가져올 문제점들

셋째, 자율성의 문제로 약물의 사용은 약물에 대한 의존심을 발달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자율성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누가 그러한 처치를 결정할 것인지의 동의 문제가 있습니다.

▲ 민윤기 충남대ㆍ심리학 
마지막으로 기억을 삭제하거나 약물을 사용한다는 것은 개인의 정체성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한 시점과 다른 시점 사이의 심리적 혹은 기억 연속성이 상실된다면 두 시점 사이에 존재해야 할 개인의 정체성은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기억 삭제는 궁극적인 인간의 소망일 수 있습니다. 몇 가지 개발된 약물들은 그런 가능성을 열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기억 조작이나 기억 삭제는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술들이 장래에 PTSD와 같은 환자들을 구할지는 모르지만, 개인의 정체성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신기술들이 인간의 향상에 적절히 응용될 수 있는지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필자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지심리학』등의 저서와 「초등학생의 외모만족도와 사회적 행동 특성의 관계」등의 논문이 있다.

민윤기 충남대 교수ㆍ심리학

저작권자 2009.04.13 ⓒ ScienceTimes

“상상하라, 그러면 이루어진다” 상상만으로도 업무성취도 높아져... 美 사이언스데일리 2009년 04월 21일(화)

▲ 단순한 상상만으로 업무의 속도나 집중력이 높아지는 등 효율성이 증가한다는 과학적 연구결과가 나왔다. 
“큰 꿈을 꾸는 사람에게 큰 미래가 열린다. 상상은 결국 현실이 된다. 상상력은 미래의 무한한 원천이다.”-우뇌의 기능

우리는 종종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어렵고 중요한 시험을 거뜬히 합격했다고 상상해 보라. 그리고 중요한 목표를 이루었다고 상상하라. 그러면 그 상상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이런 이야기도 수 차례 들어 왔다.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 대통령이 이미 됐다고 상상해 보라. 흑기사와 같이 불쌍한 사람을 위해 정의의 칼날을 휘두르는 판사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판사가 된 꿈을 꾸라. 존경 받는 기업총수가 되고 싶은가? 영화와 소설 속의 기업총수가 됐다고 생각하라” 등과 같은 내용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런 생각을 품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러나 그 꿈을 이루기가 어디 쉬운 노릇인가? 상상은 상상일 뿐인 거지. 그게 현실로 다가오기나 하겠나?”

그렇다. 사람이 바라는 꿈과 상상이 다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상상하는 사람에게 그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저 허울 좋은 생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상을 하는 사람에게 그 꿈이 더 가깝게 다가올 수 있다는 과학적 연구결과가 나왔다.

상상력이 특히 창의력을 요하는 과학에서 중요하다는 것은 현대 물리학의 거장 아인슈타인의 주옥 같은 명언들 가운데 간판 브랜드로 통하는 “Imagination is more important than knowledge”에서도 잘 나타난다. 단편적인 지식의 집합은 상상력보다 별 가치가 없다는 이야기다.

“상상력이 있으면 속도와 집중력 높아져”

미국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는 최근 'Power of imagination is more than just a metaphor. 상상력(의 중요성)은 단순한 암시적 은유 이상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상상력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것처럼 단순한 희망이나 꿈의 차원을 넘어 인간의 사고를 자극시킨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상상하는 것만으로 실제로 작업에 임하는 사람들의 자세나 업무 성취도가 달라진다”고 주장하면서 상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워싱턴 대학 심리학과의 크리스토퍼 대볼리(Christopher, Davoli)와 리차드 에이브럼스(Richard Abrams) 교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나는 여러 글자들 가운데 이미 정한 특정한 글자를 가능한 빨리 골라내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이 실험에서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상상을 하도록 주문했다. 한 그룹 학생들에게는 “글자를 고르면서 마음 속으로는 두 손으로 모니터를 꽉 잡고 있는 것처럼 상상하라(포즈 A)”고 주문했다.

또 다른 그룹 학생에게는 “모니터를 잡지 않고 두 손을 등 뒤로 돌리고 있다고 상상하라(포즈 B)”고 지시했다. 학생들은 이런 상상을 머리 속으로만 했을 뿐 실제로 모니터를 잡거나, 잡지 않는 자세로 바꾼 것은 아니다.

“가까운 물체일수록 더 자세히 관찰해”

연구진은 이 실험에서 학생들이 특정한 글자를 찾는 속도와 집중력을 측정했다. 그 결과 “모니터를 꽉 잡고 있다고 상상한” 포즈 A 학생들은 포즈 B 학생들보다 더 자세하게, 그리고 더 전심전력을 다해 글자를 찾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 상상력은 21세기가 절실힌 요구하는 창의성의 원천이다. 또한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비상한 능력이기도 하다. 
이 실험의 목적은 “사람은 손에 가까운 물체일수록 더욱 더 자세히 관찰한다”는 연구결과를 상상력에도 도입해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사실 멀리 있는 물체보다 가까이 있는 물체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가까운 물건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상상력을 기울일 때와 않을 때의 차이가 일의 능률에서 나타난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

연구를 진행한 대볼리 교수는 “상상력은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으로 남에게 침범 받기를 싫어하는 우리의 개인공간(peripersonal space)이 상상력이 작용하는 공간까지 영역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연구결과는 동기부여 강사(motivational speaker), 스포츠 심리학자, 그리고 존 레논(John Lennon) 같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한결같이 제기한 주장을 확신시켰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바로 “The imagination has the extraordinary capacity to shape reality. 상상은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비상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4.21 ⓒ ScienceTimes

인공지능도 사랑할 수 있을까 엄마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길 원하는〈A.I.〉속 로봇 2009년 04월 02일(목)

과학미디어로 읽는 미래 로봇을 인간과 흡사하게 혹은 거의 똑같이 만들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밀랍인형처럼 생김새는 물론이고 머리칼, 눈동자 색상까지 사람과 거의 같게 만들려고 한다. 인간과 로봇이 겉모습으로는 구분되지 않을 정도다.

피부조직도 유기생물 세포처럼 만들어 붙인다. 피부조직 아래에 섭씨 36.5도 온기를 불어 넣는다. 만져보면 정말 살아 있는 사람을 만지는 듯한 촉감을 준다. 누군가 앞에 서 있으면 눈동자가 상대방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촉촉하게 습한 눈은 적절한 주기로 깜빡이며 눈빛으로 대화를 시도한다.

▲ 어린아이 로봇 데이빗은 인간으로부터 사랑 받기 위해 개발됐다 

사람처럼 말을 한다. 상황에 맞게 응수한다. 들은 말을 기억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다음 상황도 예상한다. 농담도 건네고 거짓말도 한다. 듣는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은 삼간다.

상냥하게 사람의 행동을 살핀다. 매너 있게 행동하고 위험한 상황이 예상되면 사람을 보호한다. 이제까지 함께해온 그 어떤 사람보다도 더 ‘인간’답다. 로봇인 줄 알고 있어도 사람보다 더 정이 간다.

인간이 만든 수많은 창조물 중 가장 인간의 모습에 가깝게 만든 것은 마네킹, 인형 등이다. 이들은 인간이 인간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 착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정감과 만족감을 준다.

동물을 형상화한 인형은 만화적인 캐릭터가 더 인기를 끌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을 형상화한 인형은 보다 인간과 가깝게 만들어야 인기를 끈다. 사람의 모습에서 멀어질수록 바라보는 사람은 불안해지고 껄끄러운 느낌을 받는다. 인간의 모습을 한 대상이 인간다울 때 사람은 자신과 동일한 존재감을 느낀다. 편안한 위안을 받는다.

인간과 똑같아야 최대 기능 발휘

인간은 왜 로봇을 인간의 모양새를 본떠 만들려 할까. 움직이지 않는 마네킹이나 인형과 달리 로봇은 말과 행동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흉내낼 수 있다. 그런 로봇을 인간의 모습과 똑같이 만든다면, 이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 있다는 착각을 느끼게 된다.

로봇의 기능이 인간에게 위안을 주는 거라면, 인간과 가장 가깝게 생기고 인간처럼 활동하는 로봇이 최대의 기능을 발휘할 것이다. 위안은 ‘사람’으로부터 받기 때문이다.

영화 〈A.I.〉는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의 기능을 색다른 차원에서 찾는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거나, 전투와 같은 위험한 일에 나서는 등의 전통적인 역할을 벗어난 것이다.

단지 인간에게 ‘다른 인간’의 역할을 대신함으로써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람이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위안을 제공하는 것이다. 자녀를 잃거나 사랑 받지 못하는 등 인간 간의 관계에서 감성적 만족감을 성취할 수 없었던 사람에게 사랑이나 우정 등을 준다.

자식과 함께하는 모성애, 이성과의 다정한 애정, 친구로서의 우정 등 인간 간 관계에서만 충족될 수 있다고 생각한 ‘서비스’를 로봇이 담당한다. 이를 위해 로봇은 인간의 모습에 가장 가까워야 그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다. 인간에게서 느끼는 감성을 로봇에게서 받으려면 로봇을 말 그대로 ‘인간’처럼 만들어야 한다. 일종의 착시현상을 통해 감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A.I.〉는 인간과 가장 유사한 인공지능이 개발됐다고 가정한다. 어린아이 로봇 ‘데이빗’은 인간으로부터 사랑을 주고받기 위해 개발됐다. 설정과 함께 엄마를 인지하고, 엄마로부터 말과 행동을 학습한다. 모성애를 주고받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한 번 엄마로 인식하면 끝까지 맹목적으로 사랑한다.

엄마(유저)에게 옷을 입혀 달라거나, 잠들 수 없지만 자는 척하며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숨바꼭질을 배워 옷장에 숨기도 하고, 화장실에 들어가 있는 엄마를 찾아내기도 한다.

▲ 데이빗은 엄마가 좋아하는 커피가 무엇인지 기억해 타오기도 한다 

엄마가 좋아하는 커피가 무엇인지 기억해 타오기도 하고, 식사예절도 배워서 흉내낸다. 집을 비우면 조용히 집을 지키고 남는 시간을 인형(다른 로봇)과 논다.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고 끊임없이 사랑 받고자 노력한다.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데이빗은 숙명적으로 인간(“real”)이 아닌 기계(“mecha”)다. 인간인 엄마는 기계인 데이빗과 인간을 구분한다. 데이빗에게 정이 들어 잠시 인간으로 착각하지만 결국 기계라는 것을 인정한다. 인간인 자신의 아들과 데이빗의 관계에 문제가 발생하자 데이빗을 유기한다. 기계와 함께한 추억은 많지만 결국 자신의 몸으로 낳은 인간을 위해 기계를 버린다.

기계가 준 위안은 유사 위안일 뿐

인간처럼 생겼지만 결국 기계라는 것인 데이빗의 운명이다. 위안은 기계로부터 받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부터 받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간과 닮은 기계라고 해도 기계가 인간이 될 수는 없다. 그 기계가 준 위안은 유사 위안일 뿐이다.

〈A.I.〉는 기계로부터 위안을 받은 인간이 기계의 효용가치가 떨어졌을 때 무참히 내동댕이치는 모습을 묘사한다. 버려진 것을 알아차린 인공지능은 다시 버려지지 않기 위해 인간이 되고자 한다. 사랑을 준 존재인 엄마에게 계속 사랑을 받고자 인간이 되겠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 모두 소멸한 후에도 죽지 않는 생명력을 가진 기계만 남게 된다. 데이빗은 엄마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만 기억하고 지구의 새로운 존재로 남게 된다. 지구의 생명체가 인간에서 기계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사랑을 기억한 기계가 인간을 추억하는 역전이 벌어진다.

인간과의 ‘사랑’을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인공지능)은 소멸하지 않는 사랑 때문에 혼란을 느낀다. 데이빗에게 엄마에 대한 사랑은 무조건 하는 것이고, 거기에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에 있어 엄마에 대한 사랑은 사춘기를 겪으면서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해 다른 방식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사춘기를 겪을 수 없는 기계는 사랑을 줄이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은 공포스럽다.

언제나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은 피곤하다. 사랑을 언제나 주려는 사람은 스토커와 비슷하다. 인간 간의 관계를 유사하게 실현하려는 인공지능이라면, 인간처럼 적절하게 사랑이 줄어드는 방법도 프로그램 돼야 한다.

인간의 감성적인 만족을 위한 로봇이라면 암세포처럼 사랑이 커져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그러하듯 적절한 선에서 싸우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하고 사랑이 식기도 해야 한다.

인공지능에 따라 로봇이 스스로를 수리하도록 만드는 프로그램은 불로장생의 존재를 만든다. 다른 로봇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무한복제를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로봇의 개체 수를 폭증시킨다.

▲ 인간인 자신의 아들을 위해 엄마는 결국 데이빗을 유기한다 

스스로를 끌(off) 수 없는 프로그램은 과잉 생산에 개의치 않고 지구의 모든 리소스를 소진시켜버린다. 마찬가지다. 로봇에게 사랑의 감정을 프로그램 하면 그 사랑 때문에 인간의 사랑은 소진된다.

한편,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프로그램은 상당히 많은 변수들을 고려해야 한다. 사람이 로봇을 통해 사랑을 느끼기 위해서는 정해지지 않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사랑은 상대적인 것이고 상황에 따라 사랑을 위한 행위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 변수는 상대가 되는 인간이다. 흔한 말로 사람의 마음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위안을 주는 로봇은 언제나 사람의 반응을 살피고 있어야 한다.

학습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생물의 영역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주고받기 위해서는 그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정도를 파악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숨겨져 있는 사람의 마음 속에 어떤 의도가 들어있는지, 말하지 않았지만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그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는 이전까지 프로그램 되어 있지 않는 일까지 계획해야 한다.

의도와 달리 사랑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행동을 했을 때는 물러서야 한다. 마음이 상해 있는 사람에게 원인을 물어야 할지, 내버려 둬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런 결정은 학습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직관적이고 본능적으로 알아채는 생물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도 사랑을 잘 못한다. 모든 것을 잘 하는 사람도 사랑 하나만큼은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사랑을 하면서 언제나 실수하고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수십 번 만나고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을 찾아 나선다. 헤어지면 후회하고, 후회할 걸 알면서 다시 만난다.

데이빗은 엄마에게 특별한 존재, 유일한 개체가 되길 원한다. 특별한 존재는 인간의 고유한 속성이다. 데이빗은 인간이 되는 법을 알기 위해 피노키오처럼 간절히 기도한다. 인간이 되면 엄마가 다시 자신을 사랑해 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사랑으로 위안을 주는 인공지능’이 있다면 그 로봇은 기계가 아니라 이미 사람이다. 사랑은 논리체계를 따르는 인공지능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다. 자신을 사랑하면서 생기는 주관이 사랑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논리체계에 넣을 재간이 없다.

A.I. Artificial Intelligence | Ian Watson & Brian Aldiss | Steven Spielberg | 144분 | 2001

박상주 객원기자 | utopiapeople@naver.com

저작권자 2009.04.02 ⓒ ScienceTimes

<과학> 아이들이 말 안 듣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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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입력 2009.03.28 11:47 | 누가 봤을까? 40대 여성, 광주

 

(서울=연합뉴스) `미운 세살' `미운 일곱살' 따위의 탄식이 절로 나오게 하는 어린 아이들의 행동은 이들이 어른의 말을 듣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 부모의 지시 같은 정보가 앞으로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판단에 활용되지 않고 일단 그냥 두뇌에 저장되었다가 나중에 상황이 닥치면 그러한 정보를 끄집어 내 대처하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보도했다.

미국 볼더 소재 콜로라도 주립대 연구진은 어린이들이 어른의 축소판으로 사물을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미숙한 상태에서 완전히 다른 방식을 취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3살반~8살 어린이들의 인지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이들에게 특별히 고안된 컴퓨터 게임을 시키고 게임 과정에서 이들이 어느 만큼의 정신적 노력을 기울이는지를 말해주는 동공의 지름을 측정했다.

이 게임은 어린이들에게 만화 캐릭터인 블루(블루스 클루스)와 스펀지밥이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지에 관한 단순한 규칙을 가르치는 것으로 블루는 수박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따라서 블루와 수박이 잇달아 등장할 때만 웃는 얼굴 단추를 누르도록 하고 블루가 아닌 스펀지밥이 나타나면 슬픈 얼굴 단추를 누르도록 했다.

그 결과 나이가 많은 아이들은 대상이 나타나기 전에 답을 예상하고 있어 순서를 쉽게 파악했으나 나이 어린 아이들은 수박이 나타난 뒤에야 동작을 늦추고 먼저 본 캐릭터를 생각해내려는 듯 정신을 집중하는 행동을 보였다.

어린이들의 동공 크기 측정 결과 세 살짜리들은 미래를 계획하지도, 완전히 현재에 살고 있지도 않으면서 필요하면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예를 들어 세 살짜리 아이에게 침실에 둔 웃옷을 입고 밖에 나갈 준비를 하라고 말할 때 어른들은 어린이가 미래를 생각하면서 `그래, 바깥은 추우니까 웃옷을 입으면 따뜻할 거야'라고 생각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어른의 기대와 달리 아이들은 밖으로 달려나가 날씨가 추운 것을 알고 나서야 웃옷이 어디 있는지 기억을 되살리고 가지러 간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어린이들에게 미리 무언가를 준비하라고 자꾸 요구하는 것은 효과가 적다. 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앞으로 겪을 갈등상황을 강조하는 것이다. 어린 아이에게는 '네가 지금 웃옷을 가질러 가고 싶어하지 않는 건 알지만 마당에 나가서 떨게 되면 그 때라도 침실로 돌아가 웃옷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기억해라'고 말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youngn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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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에 인공 신경세포를 심는다 KIST 신경세포의 ‘인체·기기 연계기술’ 개발 중 2009년 03월 27일(금)

 

 

융합기술 현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운영하는 미래융합기술연구소는 지난 2007년 초 대규모 조직개편의 결과로 탄생했다. 그리고 지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융합기술을 개발 중에 있는데, 그 중에서도 복합기술을 활용한 ‘뇌 인지기능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뇌 인지 기능 연구’란 뇌 속의 감각기능인 시상(Thalamus)과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대뇌피질의 작동원리를 규명하려는 연구를 말한다.

KIST는 그동안 이 연구를 통해 뇌와 관련된 다양한 감각 기능 메커니즘을 규명해 왔는데, 이 연구 결과들을 IT, BT, NT, CT 등 첨단 기술에 접목해 융합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겠다는 것.

연구를 수행 중인 미래융합기술연구소 내 신경과학센터에서는 연구과제와 연구비전을 ‘브레인 K'로 브랜드화한 후 연구결과를 신약 개발, 암 조기진단 등 우리 실생활과 접목시키려는 광범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뇌기능 융합연구로 인간 마음 메커니즘 규명

▲ 신희섭 박사  ⓒ연합뉴스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한국 최초의 ‘국가과학자’로 선정된 신희섭 박사. 신 박사는 그동안 생쥐를 모델로 생체시계, 간질, 학습, 우울증, 수면조절, 통증조절 등 인간과 관련된 다양한 뇌 기능 연구를 이끌어왔다.

센터에서는 이 같은 뇌 기능 연구에 IT, BT, NT, CT 등 다른 첨단 기술들을 적용할 경우 인류가 고대하던 뇌 인지 기능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또한 그에 따른 파급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보고 있다.

뇌손상, 암 진단과 치료, 신약 개발, 세포 치료제 개발, 정신질환 치료, 교육 시스템 활용에 이르기까지 인간 뇌와 관련된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연구가 성공을 거둘 경우 KIST는 세계 10대 뇌 연구소로 부상하고, 한국은 뇌 연구에 따른 국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뇌 인지기능 원리를 통해 분자에서 행동까지 규명하려는 ‘브레인 K' 프로젝트를 8대 출연연 톱 브랜드 프로젝트로 선정해놓고 있다.

고령자, 장애인을 위한 신경세포의 ‘인체·기기 연계기술’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은 생명공학, 기계·시스템공학, 전기·전자공학, 의공학, 의학, 신경과학, 생화학, 재료학 등의 첨단 기술이 총동원된 바이오닉스(Bionics)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체에 기기화된 신경세포를 심는 기술을 말하는데, 일부 선진국에서 기술개발에 착수했지만 KIST와 같이 대규모 R&D 투자를 감행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브레인 K, 출연연 톱 브랜드 프로젝트

이 기술개발이 성공을 거둘 경우 척추장애자, 중풍환자와 같이 신체 일부 신경세포가 죽은 환자들의 신경 복원이 가능하다. 신경과학과 BT, IT, NT, CT 등이 복합된 최첨단 융합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개발은 현재 이식형 신경전극, 생체적합성 코팅, 이식형 신경신호 처리 시스템, 무선 인터페이스 시스템, 외부신호 처리 시스템 등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이식형 신경전극이란 인체 내에서 신경세포와 마찬가지로 인체로부터의 전기적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인공 감각장치를 말한다.

▲ 뇌기능 융합연구 과정 


생체적합성 코팅 기술은 인체 내 주입된 인공 신경전극이 인체 내에서 부작용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그 주변을 감싸주고, 또한 인체와 결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기술을 말한다.

이식형 신경신호 처리 시스템은 인체로부터 발생하는 통증 등의 신호를 처리해 다른 수신 기기로 전달하는 장치를 말하는데, 신경전극서부터 신호처리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 간의 기술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신경전극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경과학으로부터 뇌 기능에 대한 정밀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IT 분야에서는 이 분석을 토대로 인공 전극을 제작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BT, NT, CT 등 다른 분야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21세기에 새로 출현하고 있는 신 융합기술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산 모형으로 원자 구조 나노설계 가능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윤인찬 박사는 이 기술이 개발되면, 환자는 물론 고령자와 장애인에 이르기까지 고통을 겪고 있는 세계인들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불치병으로 알려져 온 신경관련 장애인들의 고통이 일부분 해결될 수 있다는 것.

고령자의 수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으며, 장애인들의 사회참여 욕구가 강력히 분출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바이오닉스는 웰빙문화 정착을 위해 시급히 발전시켜 나가야 할 분야이며, 또한 KIST에서 착수한 인체·기기 연계기술은 미래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 신경세포의 인체/기기 연계 기술 개념도 


직접 실험이 불가능한 분자 수준의 물질을 규명하려는 작업도 융합연구로 진행되고 있다. 계산과학센터에서는 슈퍼 컴퓨터를 활용, 전산 모형을 통한 분자 수준의 물질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연구가 성공을 거둘 경우 전자 및 원자 구조 계산을 통한 나노소재 설계, 나노구조 박막 및 표면제어, 그리고 차세대 TCAD 기술 등이 가능해진다.

또한 차세대 페타 플롭스(peta flops)급 슈퍼컴퓨터 구축이 진행 중에 있는데, 컴퓨터가 가동될 경우 병렬 계산에 의한 최적화 문제 해결, 단백질 폴딩 및 구조 예측 기술, 리간드·수용체 도킹 현상의 계산 과학에 의한 해석, 원자간 힘장 DB 구축 등이 가능해진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09.03.27 ⓒ ScienceTimes

“창의성, 커다란 밑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창의적인 영재가 되기 위한 6가지 조건 (3) 2009년 01월 23일(금)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또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라는 시리즈 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재능교육 사이트 ‘Stepcase Lifehack’에서는 창의적인 영재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뇌 전체를 효과적으로 이용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다섯째, 뇌 전체를 사용해서 생각하라(whole-brain thinker)

세상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 왼쪽 뇌를 잘 사용하는가 하면 또 오른쪽 뇌를 더 잘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오른손잡이가 있는가 하면 왼손잡이도 있는 것과 똑같다. 그러나 창의적인 영재가 되려면 양쪽 뇌를 다 잘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 창의적인 능력을 개발하려면 무엇보다 상상력을 깨우는 일이 중요하다. 
수학이나 과학을 잘 하고 논리적이며 분석적 사고를 잘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조그마한 일에서 벗어나 아주 거대한 사물(big picture)에 집착하며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경우도 있다.

어떻게 보면 21세기란 단편적인 수학적 지식이나 과학보다 거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일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분업적 사고로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학문도 통합의 시대다. 종합적인 사고체계가 필요하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수학과 과학을 잘 하고 논리적이며 분석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데에만 익숙해져 있다. 다시 말해서 왼쪽 뇌가 발달된 학생들에만 관심을 두고 있으며 오른쪽 뇌가 발달된 학생들에게는 관심이 부족했다.

전통적으로 왼쪽 뇌가 발달한 학생들은 회사가 채용하는 직원(employees)으로는 알맞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명령이나 지침에 잘 따르고 복종에 익숙해 있다. 그래서 사회에 잘 적응하고 별 문제 없이 세상을 잘 헤쳐나간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왼쪽 뇌가 발달한 학생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다시 말해서 상상력을 동원해 커다란 밑그림을 그리는 창의적인 능력이 뒤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이런 점을 상호 보완하기 위해서 기존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오른쪽, 왼쪽’이라는 판에 박힌 도식에서 벗어나 뇌 전체를 사용할 수 있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all round player)’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전체 뇌를 이용하는 사고(whole-brain, holistic thinker)가 필요하다.

▲ 상상력과 창의적 능력은 오른쪽 뇌에 있다. 양쪽 뇌를 동시에 개발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려면 아주 강력한 방법으로 알려진 마인드 맵핑(mind mapping)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이 두뇌개발법은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리고 마크 트웨인을 비롯해 많은 창의적인 성과들을 낸 사람들이 사용했던 방법들이다.

마인드 맵핑은 뇌 전체를 사용하도록 해서 창의적인 능력을 끄집어 내고, 또한 분석적인 능력을 키우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목표달성을 위해서든, 문제해결을 위해서든 간에 어던 목적으로 사용해도 좋다. 보다 창의적인 능력을 키우고 뇌 전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 마음의 활동이란 하나의 생각과 또 다른 생각을 결합해서 그림을 그리는 작업과도 같다. 마인드 맵핑은 그러한 자연적인 사고의 체계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며 창의성을 깨우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여섯째, 창의성 개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상상력이라고 하면 좀 웃기게 들린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상상력 또한 하나의 기술로 창의성 개발의 중요한 수단이다.

문명의 발전은 사실 상상력에서 비롯됐다. 주위 사람들은 과학기술 발전에 원동력이 된 상상력을 엉뚱하다고 생각하며 웃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비행기, 자동차, 그리고 우주를 여행하는 우주 탐사선 역시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처음으로 책에 소개한 사람은 윌슨 대통령 홍보 담당 비서관과 루스벨트 대통령 고문관 등을 역임하기도 했던 미국의 나폴레온 힐(Napoleon Hill)일 것이다.

그는 끈기를 의지력의 결정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의지력과 소망이 적절하게 합쳐지면 가공할 힘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 힘의 원천은 바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창의성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 나폴레온 힐은 인간의 상상력을 중시했다. 수많은 저서와 강연을 통해 성공철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겪는다고 해서 성공은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끈기와 노력,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만이 성공의 단 열매를 맺게 한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과 혁신이 필요하다.

힐은 그의 저서 <생각하라, 그러면 부자가 된다(Think and Grow Rich)>에서 상상력과 사고가 개인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했다.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사랑 받고 있는 책이다. 요는 생각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념을 갖고 밀어붙이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생 동안의 연구와 강연, 저술활동을 통해서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성공 철학의 거장이 되었다. 특히 개인의 성취와 동기부여 분야에 있어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그가 성공철학의 대가가 되기까지는 앤드류 카네기, 토머스 에디슨, 찰스 슈왑, 마샬 필드, 윌리엄 듀런트, 월터 크라이슬러 등 세계 최대 거부들의 경험이 스승이 되었다.

꿈과 비전 또한 풍부한 상상력에서 나온다

그의 독특한 성공철학을 집대성한 작품이 바로 <생각하라, 그러면…>으로 출간된 지 40여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2천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또한 1960년에는 성공을 위한 실천 프로그램 PMA(Positive Mental Attitude)를 완성하여 보급했다.

1970년 88세의 일기로 생을 마친 후에는 나폴레온 힐 재단에서 그의 연구 결과와 저술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성공 과학 이론과 실천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외친다. “Cherish your visions and your dreams as they are the children of your soul, the blueprints of your ultimate achievements. 당신의 비전과 꿈을 소중히 간직하라. 왜냐하면 그것은 영혼의 원천이며 궁극적인 성공의 청사진이기 때문이다.”

사고와 상상력은 이처럼 중요하다. 사고와 상상력이 없으면 창의성도 없다. 창의성이 없으면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도 불가능하다. 상상력이야말로 혁신의 원동력이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1.23 ⓒ ScienceTimes

“깊이 있고 다양한 독서를 하라” 창의적인 영재가 되기 위한 6가지 조건 (2) 2009년 01월 22일(목)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또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라는 시리즈 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 독서는 인간에게 끝없는 영감의 원천을 제공했다. 그 속에서 창의성이 나왔다.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비단 과학자뿐만이 아니다. 역사에 족적을 남긴 사람들의 재능은 창의성이었다. 창의성이 위대한 인물을 만들었다.

너무나 인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은 창의성에 대해 이런 명언을 남겼다.

“It is the tension between creativity and skepticism that has produced the stunning and unexpected findings of science. 매혹적이고 기발한 과학적 발견을 만들어 내는 것은 창의성과 회의 속에 녹아 있는 우리의 긴장감이다.”

독일 출신의 유명한 정신분석학자 에릭 프롬(Erich Fromm)도 창의성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Conditions for creativity are to be puzzled; to concentrate; to accept conflict and tension; to be born everyday; to feel a sense of self.

창의성을 이룰 수 있는 조건은 (퍼즐을 풀 때처럼) 머리를 짜내고, 집중하고, 갈등과 긴장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고, 매일 새로 태어난 것처럼 느끼고, 그리고 자신감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창의적인 영재가 되기 위해 재능교육 전문사이트 ‘Stepcase Lifehack’이 제시하는 해법은 무엇보다도 새로운 세계에 대한 지식과 영감을 제공하는 책을 많이 읽으라는 것이다.

셋째, '왕성한 독서가가 되라'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컴퓨터와 같은 정보기술의 발달로 독서능력이 쇠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새로운 영감의 원천을 제공하는 것은 바로 책이다. 수많은 위대한 과학자들이 책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

양자역학의 선구자로 나치 하에서도 독일 과학의 고고한 자존심을 지킨 막스 플랑크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을 읽고 감명 받아 그의 사상을 자신의 과학에 접목시켰다.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오펜하이머는 힌두와 불교 경전에서 과학적 영감을 얻었다. 
그는 히틀러 치하에서도 모국을 떠나지 않았다. 사랑하는 아들이 ‘히틀러 암살사건’에 연루돼 처형 당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딸도 두 명이나 잃었다. 그러나 그는 ‘숭고한 과학의 임무’를 주장하면서 독일 과학의 긍지를 끝까지 지켰다.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오펜하이머는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계획인 맨하탄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으나 일본에 투하된 원폭이 얼마나 잔인한 살인적인 무기인지를 직접 체험하고 나서 후회했다. 사회주의에 휘말려 처참한 생활로 마감했지만 과학자의 양심을 대변한 인물이었다.

그는 물리학의 기본적 이론을 인도의 힌두와 불교경전에서 찾았다. 그는 늘 인도의 리그베다에 심취해 있었다. 과학적 영감을 인도의 경전에서 찾은 것이다. 

창의적인 영재가 되고 싶으면 게걸스러울 정도로 독서에 탐닉해야 한다. 독서는 우리의 정신적 능력을 향상시키며 새로운 세계로 안내한다.

독서를 하면 할수록 더 알고 싶어진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더 생긴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게 된다. 독서는 만족감을 안겨다 주며 지식에 대한 끝없는 목마름을 제공한다.

넷째, '새로운 경험을 찾아 나서라'

우리의 마음과 정신은 정원과 같다. 적당하게 손질을 하지 않으면 잡초만 무성해질 것이다. 정신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spark) 것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이다.

만약 창의성을 넓혀 나가고 싶으면 새로운 것을 배워라. 어떤 것을 선택해도 상관이 없다. 외국어를 한 번 배워보라. 수상스키도 한 번 배워보라. 새로운 악기도 한 번 배워보라. 사진도 한 번 시도해 보고 스포츠도 새로 시작해 보라. 그러면 창의적인 사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창의성은 진부한 곳에서 나오지 않는다. 고정관념의 틀 속에서는 결코 창의성이 자랄 수 없다. 새로운 경험이야말로 기존의 도식적인 패턴(regular patterns)에서부터 우리를 해방시킬 수 있다.

창의성은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노력 속에서 얻을 수 있다. 변화를 추구하려고 노력하라. 변화와 새로운 도전을 기피한다면 창의성은 나오지 않는다. 새로운 세계를 추구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1.22 ⓒ ScienceTimes

“필기 꼭 하고, 의문을 많이 가져라” 창의적인 영재가 되기 위한 6가지 조건 (1) 2009년 01월 21일(수)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 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또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라는 시리즈 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 아인슈타인은 가장 창의적인 과학자로 손꼽힌다. 그는 또 그만큼 창의성과 상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뉴턴의 고전 물리학 이론을 뒤엎고 20세기 새로운 물리학 양자역학의 기초가 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물리학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비중이지만 가장 창의적인 산물로 꼽힌다.

그 또한 과학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상상력과 창의성이라는 것을 줄곧 강조한다. 사실 그는 상상력과 창의성을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상상이란 우리가 접하지 못한 것이며 창의성 또한 우리가 맛보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다.

아인슈타인은 또한 노벨상이나 새로운 획기적인 발견은 지식의 축적이나 그에 따른 노력의 산물이기보다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 사석에서 노벨상 수상 가능성은 이미 대학 입학 전에 나타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다시 말해서 어릴 때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아니라 상상력이 풍부하고 ‘엉뚱한’ 학생이 커서 노벨상을 탈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다. 획일적인 교육에서 축적한 지식만을 바탕으로 해서는 노벨상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자주 했다.

소립자 이론과 중성미자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고등과학원 초대 및 2대 원장 김정욱 명예교수도 베끼기와 주입식으로 얼룩진 우리의 교육제도를 아쉬워하며 “그동안 우리나라가 과학기술은 많이 발전했지만 노벨상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본지와의 회견에서 들려준 적이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는 있지만 정작 과학의 기초가 되는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별 발전이 없다는 쓴 소리다. 또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나 투자가 적다는 일침이기도 하다.

어쨌든 창의성은 응용과학이 아니라 기초과학에서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또 기초과학은 창의성을 요구하는 21세기에 새롭게 평가 받는 과학이기도 하다.

“기초과학이 바로 창의력의 생산지”

아인슈타인은 과학에서 중요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어린아이에 곧잘 비유한다. 왜 어린이에게는 상상력이 그렇게 많은데 어른이 될수록 사라져 가느냐는 것이다. 그에 따라 창의성 또한 점차 우리 곁에서 멀어져 간다고 아쉬워한다.

▲ 김정욱 명예 교수는 우리나라의 베끼기와 주입식 교육으로는 훌륭한 창의성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널리 알려진 그의 명언이다. “When we measure the creativity of young children, virtually all of them will record as being ‘highly creative’. However, only a small percentage of adults register as being ‘highly creative’”

해석해 보면 “우리가 어린아이들의 창의력을 측정해 보면 실제로 그들 모두가 ‘대단히 창의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대단히 창의적인’ 것으로 나타나는 어른은 불과 몇 %에 불과할 뿐이다.”

미국의 한 재능개발 기관은 자사가 운영하고 있는 사이트 ‘Stepcase Lifehack’을 통해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영재가 될 수 있는가? How to Become a Creative Genius?”에 대해 6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영재가 그렇듯이 그야말로 톡톡 튀는 새로운 창의력이 선천적인지, 아니면 후천적으로도 습득이 가능한지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또한 당사자의 습관과 그에 따른 행동이 중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첫째, '항상 노트와 연필을 갖고 다녀라'

아이디어란 외가(外家) 쪽의 친척들(in-laws)과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서 아이디어들이 예고도 없이 언제 불쑥 당신을 방문할지 모른다. 그래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당장 적어 넣을 필기도구를 항상 지참해야 한다.

‘나중에 적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는 언제 당신 곁을 떠날지 모른다. 언제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만 하면 잡아넣을(capture)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어야 한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듯이 항상 준비된 자가 아이디어 덕을 보게 돼 있다.

천재 화가이자 창의적인 아이디어 개발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항상 노트와 연필을 들고 다녔다. 그의 유품 가운데는 너저분한 노트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생각날 때마다 적어 넣고 그렸다.

특히 그가 고안한 각종 기술이나 기계들은 노트에 기입해 두었던 것들이다. 아무리 IQ가 좋고 기억력이 좋다 해도 아이디어란 예고 없이 불쑥 찾아 왔다가 간다는 인사 한마디 없이 떠나버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경매시장에서 엄청난 가격에 팔리는 그의 지저분한 노트들을 보면 그의 필기 습관이 얼마나 철두철미했는지를 알 수 있다. 항상 필기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필기 습관이 그의 창의력을 일구는 중요한 동기가 됐으며, 그로 인해서 화가, 발명가, 그리고 사상가로서의 명성을 날리게 된 것이다.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의 노트에는 이미 400년이나 앞서 비행기를 고안해 낸 흔적이 역력히 배어 있다. 이뿐만 아니다. 낙하산을 이미 구체적으로 계획했고 헬리콥터, 자전거, 그리고 각종 자동화 기기들을 설계했다. 

아무 것도 적히지 않은 노트의 하얀 페이지는 당신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기다라고 있다. 필기 습관을 가져라. 특별하게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도 괜찮다. 단순히 써 넣는다는 것만으로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창의성이 당신의 마음 속에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둘째, '항상 의문(질문)하는 습관을 가져라'

의문은 모든 지식과 창의성의 뿌리(root)다. 다시 말해서 새롭고 신선한 지식과 창의성은 바로 왜(why)라는 의문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해 계속해서 의문을 해나가다 보면 나중에는 결국 우리의 창의성에 활활 불이 붙을 날이 올 것이다.

▲ 다빈치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언제나 쓰고 그려 넣었다. 그는 노트에 여자 자궁 속에 있는 태아에 대한 상상을 그림과 글로 나타냈다. 
위대한 마음과 정신은 바로 위대한 의문들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다빈치는 이런 의문을 자주 가졌다. “Why does the thunder last a longer time than that which causes it? Why is the sky blue? 천둥은 천둥을 일으키는 것(번개)보다 왜 더 오랫동안 지속되는가? 하늘은 왜 푸른가?” 따위들이다.

서양철학의 원조로 불리는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의문에 대해서라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그는 항상 진리를 추구하기 위해 이런 의문을 가졌다. ♦ What is the wisdom? (지혜란 무엇인가?) ♦What is piety? (경건함이란 무엇인가?) 또 ♦ What is beauty?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의문을 계속하면서 이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어렸을  때 아인슈타인은 스스로 이런 질문을 자주 던졌다. “What would it be like beside a light beam at the speed of light? 빛과 같은 속도로 빛 줄기(광선)를 따라 달리면 어떻게 될까?”

어쨌든 수없이 많은 발견과 발명품들이 바로 의문에서 시작됐다. 다시 말해서 “What if…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들이 바로 새로운 아이디어, 즉 창의성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기초가 됐다는 것이다. 의문을 많이 가져야 한다. 그래야 창의적인 영재가 될 수 있다. (계속)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1.21 ⓒ ScienceTimes



말하는 강아지 맥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네 이름을 말해.”
“제 이름은 맥스라고 해요.”
강아지가 주인의 질문에 척척 대답을 한다. 주인이 “음악 좀 들려달라”고 하자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24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의대에서 열린 교수세미나에서 한림대 의대 심형철 박사는 사람과 대화가 가능하도록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장치를 머리에 장착한 생후 1년 6개월된 요크셔테리어 ‘맥스’를 공개했다.

맥스는 태어난 직후 뇌에 전극을 넣는 이식수술을 받았으며 뇌 신호를 해석하는 소형 컴퓨터와 근거리 무선 통신장치인 블루투스 송신기를 등에 메고 있다. 주인이 질문하면 근거리에 있는 노트북 컴퓨터 스피커를 통해 통해 응답한다.

맥스는 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미리 정해둔 3가지 응답 중 하나를 상황에 따라 선택해 대답한다. 강아지의 뇌파 파형에 맞춰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도록 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신 교수는 “BMI 기술은 원래는 척수손상 환자 등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우들을 위해 개발됐다”며 “개나 다른 동물에게 적용하면 인간과 동물의 의사소통이 더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BMI와 말하는 개 ‘맥스’에 대한 자세한 소식은 과학동아 5월호에 상세히 소개될 예정이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이현주 한림의대 연구원이 노트북 컴퓨터를 통해 강아지 맥스와 대화하고 있다. 맥스는 요크셔테리어 종 수컷 강아지로 ‘뇌-기계 인터페이스’장치를 통해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진짜 웃기는 농담, 왜 생각이 나지 않지? 인간의 기억, 컴퓨터 메모리와 유사해 2009년 03월 25일(수)

“오늘 진짜 웃기는 얘기 들었다.”
“뭔데?”
“그게 말이야. 이렇고 저렇고 그렇고…, 웃기지?”
“뭐가 우습다는 거야?”
“내가 들었을 때는 정말 웃겼는데,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
“넌 웃기는 얘기 들었다면서 매번 기억을 제대로 못하더라.”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었는데, 왜 생각이 안 나는 걸까???”

▲ 낮에 회사에서 또는 학교에서 배꼽 잡을 정도로 웃기는 얘기를 들었다. 그 얘기를 저녁에 집에 와서 얘기하려고 하는데 정확하게 그 말이 기억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런 일을 경험해본 적이 혹시 있는지? 웃기는 말의 주요 골자는 기억나는데, 정확한 단어나 뉘앙스는 생각나지 않는다. 이러는 이유가 뭘까? 기억력이 나빠서일까? 아니면 배꼽 잡고 웃다보니 농담이 한 귀로 들어오다 다시 한 귀로 새어나가 버려서일까?

최근 뉴욕타임스는 우리 인간이 왜 이런 특성을 갖는지에 대한 기사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 문제는 우리 기억이 갖는 버릇 때문이라고 한다. 기억을 연구하는 과학자에 따르면 우리가 농담을 쉽게 잊어버리는 건 기억의 버릇 중 하나로, 이는 기억의 구조에 관하여 상당히 놀라운 점을 드러내준다고 한다. 과연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유별나고 기묘한 인간의 기억

우리의 기억이 이렇게 기묘하고 유별난 점이 있다는 것은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예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번에는 잔소리 안 듣도록 올해는 기필코 우리 부인의 생일은 꼭 챙겨야지' 하고 다짐했건만 어느새 날은 이미 지나가버린 적은 없는지?

그러면서도 외울 생각이 전혀 없는 광고음악은 왜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는 것일까? 그리고 전화번호와 같은 연속적인 정보는 외우려면 부분부분 잘라 의미 있게 조합을 해야 하는 걸까?

또 다른 예가 더 있다. 우리는 갑자기 사람 이름이나 단어 등이 생각나지 않을 때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그게 뭐였지”라는 식으로 물어본다. 가령, “지난주 금요일에 본 영화 속 주인공의 이름이 뭐였지?” 하고 같이 영화를 본 친구나 동료, 배우자에게 묻는다. 그럴 경우, 상대방이 “○○○이잖아” 하고 속 시원하게 얘기해주면 좋겠지만, “아 그 사람, 뭐였더라? 이름이 나도 지금 떠오르지 않는다”는 답을 듣는 경우가 많다.

왜 인간의 기억력이란 건 우리 마음과 달리 제 맘대로 외우고 잊어버리는 걸까? 인간의 기억과 그것의 뿌리 깊은 특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미 컬럼비아 대학의 뇌과학자 스콧 A 스몰 교수는 인간의 기억이 컴퓨터 메모리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말한다.

컴퓨터 메모리에는 버퍼가 있다. 데이터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전송하는 동안 일시적으로 그 데이터를 보관하는 메모리의 영역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뇌에는 버퍼 기능을 하는 단기기억이 있다.

뇌가 사랑하는 음악

▲ 우리 뇌는 패턴을 갖는 정보를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리듬과 멜로리, 반복이 있는 음악에 뇌는 중독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컴퓨터처럼 우리 뇌에도 저장버튼이 있다고 스몰 교수는 말한다. 우리 뇌의 저장버튼은 해마(hippocampus)인데, 뇌 안쪽 내측 측두엽(medial temporal lobe)이라는 곳에 위치해 있다.

해마는 단기기억을 좀 더 영구적인 형태로 바꾸는 데 필수적이다. 그리고 우리 머리의 앞부분에 위치한 전두엽은 정교한 기능을 수행하는데, 필요로 할 때마다 저장된 파일을 불러온다.

한동안 과학자들은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뇌의 다른 부분에 저장되어 있을 것으로 믿어왔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단기와 장기의 진정한 차이는 뇌 속에 기억이 얼마나 강하게 새겨져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얼마나 많은 세포들이 서로 얼마나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느냐에 따라 기억은 단기와 장기로 나눠지는 것이다. 그래서 깊이 박힌 기억일수록 더 읽기 쉽고 강건한 뇌세포들이 기능을 발휘한다.

기억형성에 대한 이런 과정은 왜 어떤 종류의 것들이 쉽게 기억에 남으면서 사라지지 않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것은 바로 음악이다.

미 콜로라도 주립대에서 음악과 뇌과학을 연구하는 마이클 토트 교수는 “뇌는 패턴 속에서 정보를 구성하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음악은 이런 뇌의 특성에 맞춰 연주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듣는 입장에서 음악은 지나치게 규칙을 갖는 언어로, 우리 뇌가 발명했으며 뇌가 듣기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니 뇌는 간단한 리듬과 멜로디, 반복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토트 교수는 “어린 아이에게 26개의 알파벳을 그냥 외우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하지만 알파벳에 멜로디를 붙여줌으로써 유치원 아이들도 쉽게 ABC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말한다.

진짜 웃기는 농담과 음악의 차이

그런데 진짜 웃기는 농담은 이런 경향에 펀치를 날린다. 농담이 통하는 것은 어떤 패턴이 갖는 경로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그 자체를 전복시킴으로써 가능하다.

미 메릴랜드 대학의 심리학자이자 『웃음: 과학적 연구』(Laughter: A Scientific Investigation)의 저자인 로버드 프라빈스 교수는 “어느 한 방향으로 시작해놓고선 반대 방향으로 확 틀어버려 기대에 어긋나게 함으로써 농담이 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진짜 웃기는 농담을 만들려면 기억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어야 한다.

기억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진짜 웃기는 농담이 왜 잘 기억에 남지 않는지에 대한 또 다른 이유를 제시해준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이자 『기억의 7가지 원죄』(The Seven Sins of Memory)의 저자인 다니엘 L. 샤크터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사건의 세밀한 부분까지 그대로 회상해내는 것과 그것의 요점만을 떠올리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프라빈스 교수는 “우리 인간은 이야기의 요점을 회상하기는 잘하지만 들었던 말을 그대로 떠올리기는 어려워한다”고 말한다. 어떤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은 전체적인 구성 속에서 말할 수 있지만 농담은 말할 때의 뉘앙스와 정확한 단어, 타이밍에 따라 살고 죽을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는 대개 흥분이나 슬픔처럼 감정을 일으켰던 사건에 대해 더 잘 기억하는 편이다. 하지만 감정은 우리의 주의력을 떨어뜨리는 역할도 한다. 프라빈스 교수는 “감정이 수반될 경우 우리의 주의력을 핵심에만 몰두하게 해 주변의 자세한 것들을 오히려 기억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말한다.

그러니 배꼽을 잡고 들었던 진짜 웃기는 농담이라면 한 귀로 들어와서 금세 다른 한 귀로 빠져나가고 마는 셈이다. 다음번에 진짜 웃기는 얘기를 들었을 때 써먹고 싶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웃음을 멈추고 메모를 하는 수밖에 없다.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9.03.25 ⓒ ScienceTimes

1998년 시행된 뇌연구촉진법 가운데 1단계인 초기 10년 계획이 지난해 끝났다. 올해부터 한국뇌연구원 설립을 위한 2단계 계획이 시작되지만 정권 교체와 경기 침체가 맞물려 시행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세계 각국에선 ‘소(小)우주’라 불리는 뇌 융합 연구가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지만 국내 사정은 지지부진하다. 한국뇌연구원설립추진기획단장을 처음 맡아 중국과 일본을 바쁘게 오가던 서유헌(61 사진) 서울대 의대 교수의 발걸음도 유난히 무거워졌다.

 



● “새 술은 새 부대에…새로운 뇌 연구 위해 새로운 연구소 모델 필요”



“뇌 연구는 미래의 가장 큰 블루오션, 아직 열리지 않은 시장이에요. 단순한 생명기술 연구가 아닙니다. 나노기술이나 정보기술과 융합하면 산업과도 직결할 수 있는 분야에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의약품의 40%는 우울증, 정신병, 치매 같은 뇌질환 치료제다. 특히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치매 환자 수가 암환자만큼 늘고 있다. 2026년 쯤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에 이르면 뇌질환이 사회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다. 뇌 원리를 밝혀 기존 치료제보다 효과적인 신약을 개발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두뇌개발 소프트웨어 열풍이 부는 것만 보더라도 뇌 연구와 전자정보기술과의 융합이 꽤 유망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서 단장은 “두뇌개발 게임이 실제 뇌발달에 도움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 “뇌를 제대로 알게 되면 이론적으로 검증된 두뇌개발 게임이 출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개발에도 뇌 연구는 중요한 초석이 된다. 서 교수는 “인공지능 개발이 더딘 이유는 사람 뇌가 작동하는 원리가 아직 규명되지 않아 뇌를 모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구현하려면 여러 장치들이 병렬로 연결된 신경컴퓨터를 사용해야 한다. 뇌 일부가 손상돼도 계속 활동하는 사람의 뇌처럼 컴퓨터 일부가 고장 나도 계속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뇌 연구가 다른 분야와 융합하기 위해서는 관련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처럼 일찍부터 뇌 연구를 시작했던 곳들도 1~3년 전부터 융합연구소를 새로 만들고 있습니다. 기존 연구소 구조의 한계를 발견했기 때문이죠. 새로운 융합연구를 하려면 새 패러다임이 있어야 합니다.”

● 뇌 연구 최신 트렌드는 ‘융합’

미국은 3년전 미국립보건원(NIH) 옆에 융합연구소를 새로 지었다. 미국에는 정신병, 뇌질환, 노화, 약물 등 뇌 관련 연구소만 수백개가 넘지만 연구 과정을 공유하는 네트워크가 부족했다. 새로 문을 연 융합연구소는 실험실 사이에 벽이 없어 여러 분야의 연구자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자유롭게 연구 과정을 공유하는 구조로 돼 있다.

프랑스에도 파리 1,3,5대학이 연계한 뇌척수 연구소가 있었다. 하지만 연구 영역이 분산되다 보니 실질적인 연계가 잘 안되면서 지난해부터 뇌척수 연구소 건물을 새로 짓고 있다. 연구자를 한자리에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다.

영국도 대학별로 운영하던 뇌 연구소를 놔둔 채 새로운 국가연구소를 짓고 있다. 영국 의과학재단인 ‘웰컴 파운데이션’은 약 1억 파운드(약 2000억원)를 투자해 영국 킹스칼리지에 국가 연구소를 만들고 있다.

일본 역시 뇌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국립신경과학연구소가 있지만 최근 체제를 개편하고 있다. 뇌 질환에 치중했던 분야에 생물학, 공학, 인지과학 분야를 융합하기 위해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뇌 연구를 시작한 중국도 성큼 앞서나가고 있다. 중국은 1999년 상하이에 독립적인 신경과학연구소를 세웠다. 한국보다 1년 늦었지만 독립적인 연구소가 뇌 연구의 첨병으로 떠올랐다. 상하이신경과학연구소에서 발표되는 뇌 관련 연구 성과는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뇌 연구 선진국의 턱밑까지 추격한 중국은 지난해 11월 국립신경과학연구소를 하나 더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융합연구를 위해 날개를 하나 더 달겠다는 것이다.

“뇌 연구를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중국은 우리보다 벌써 몇 걸음 앞서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뇌연구소를 새로 건설하려고 안달이고 우리나라만 없는데도 새로 만들 생각이 없어요. 대학별로 운영하는 소규모 연구소 17개를 키우라고 말하지만 작은 연구소는 아무리 키워봤자 융합 연구 못합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해요.”

● 2012년까지 연구원 설립, 2040년 노벨상 수상자 배출

한국은 1998년 ‘뇌연구촉진법’을 도입한 뒤 지난해까지 여러 연구소에 뇌 연구 관련 장비와 인력을 확충해 뇌 연구 기반을 닦았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부터 시작하는 2단계 사업에서는 새로운 연구소를 건설해 본격적인 융합 연구를 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연구개발(R&D)예산에 편중을 가져오며 발목이 잡혀있는 상태다.

“우리나라 R&D 예산은 미국의 14.5분의1, 일본의 3.3분의1 입니다. 하지만 뇌 연구 예산은 미국의 164분의1, 일본의 17분의1에 머물고 있어요. R&D 예산에서 뇌 연구와 관련된 비율은 다른 나라보다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도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뇌연구촉진법 17조가 ‘국가적인 뇌연구소 설립’에 대한 내용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를 제외한 정부 기관들이 뇌 연구의 중요성을 알고 적극 돕고 있는 것도 힘이 된다. 서 단장은 “뇌 연구는 당장 2~3년 안에 ‘먹을거리’ 산업은 아니지만 10년 뒤를 보면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잘 만든 뇌질환 치료제 하나가 1년에 5~10조 원을 벌어들입니다. 다른 분야와 융합하면 또 다른 ‘먹을거리’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1년이라도 빨리 뇌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서 단장을 비롯한 한국뇌연구원설립추진기획단은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뇌연구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원 건립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고 연구원의 운영비와 연구비는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이다. 아직 위치 선정은 안됐지만 인천의 송도와 대전 대덕, 경북 대구 세 곳 중에 한 곳이 낙점될 것으로 보인다.

“5~6월에 부지를 선정해 늦어도 2012년에는 뇌 연구원 문을 열 계획입니다. 독자적 연구와 융합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주요 대학 연구소와 협력해 국내 뇌 연구 수준을 대폭 끌어올릴 것입니다. 여기서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연구 인력을 길러내면 2040년 쯤에는 뇌 연구원에서 노벨상 수상자도 나오지 않을까요?”




서유헌 단장의 ‘이것만은 꼭!’

○ 한국뇌연구원 설립
○ BT-NT-IT 연계한 뇌 융합연구
○ 뇌 관련 BIO 분야 미래성장동력 창출




서유헌 단장은

1948년 출생
1981년 서울대 신경약리학 박사
1984년~1986년 미국 코넬대 교수
1992년~1993년 일본 동경대 의과학연구소 교수
1997년~1999년 강원대 의대 학장
2000년~2001년 한국뇌신경과학회 이사장
2000년~현재 치매정복창의연구단장
2002년~현재 서울대 의대 약리학교실 교수
2005년~현재 국제인간프론티어과학기구 본부이사
2008년~현재 한국뇌연구원설립추진기획단장




※ 이 기획기사 시리즈는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습니다.
※ 이 기획기사 시리즈는 미래 생명공학정책 설립을 위한 연구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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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변화하지 않으면 변화 당한다 [과학창의 칼럼]창의력 교육을 위한 교사의 역할 2009년 03월 24일(화)

 

 

“여러분의 자녀가 가장 좋은 교육을 받기를 원한다면 훌륭한 학교보다 뛰어난 선생님을 만나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자선단체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설립자인 빌 게이츠는 최근 재단 파트너들에게 보낸 연례 편지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선생님 개혁’을 힘주어 강조했다.

게이츠는 “문제는 선생님이야, 바보야(It’s the teacher, stupid)”라고 역설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창의력 교육이야말로 교사의 역할, 즉 교사의 자질·능력·열정이 필수적일 것이다.

창의력이란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말하며, 그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 생각은 무궁무진하며 답은 없다. 각각의 기발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힘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교육에 의해서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개방적으로 사고하는 교사

우선 교사의 사고방식이 개방적이어야 한다. 교사는 매사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르쳐야만 배우는 학생도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 교과서에만 매달려 매일 틀에 박힌 내용을 가르치는 교사와 함께하는 학생은 당연히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창의력이 없는 학생이 되어버리게 마련이다.

교사는 칠판에 하나하나 모두 적어가며 요점 정리를 해주고, 과제를 내주고, 시험을 쳐서 평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좀 더 색다른 학습방법을 찾아간다면 배우는 학생의 창의력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방법과 더불어 좀 더 독창적이고 학생들이 호응할 만한 재미있는 소재를 제공한다면 흥미 있고 유익한 학습이 될 것이다.

어른의 눈으로 학생들의 생각을 재단하지 않고 스스로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조력하는 교육방식으로 진행한다면, 눈에 빨리 보이지는 않지만 학생들의 미래는 더욱 밝고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으로 변할 것이다.

10년 앞을 내다보는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 수업

▲ 젊은이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호기심과 동경이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평가문항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모든 교과수업에 프레젠테이션 수업방법을 점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프레젠테이션 수업’이란 학생들이 장기간의 연구 주제를 정하여 협동학습을 통해 과제를 해결한 후 주제의 개요, 과정, 결론 등을 포스터나 영상자료 등으로 발표하는 수업방법을 말한다.

선진국에서는 프레젠테이션 수업을 교과수업마다 적용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일선학교에서 ‘프로젝트 학습’이란 이름으로 일부 학생만이 참여하는 1회성 행사 위주의 운영이 대부분이다.

지금부터라도 프레젠테이션 수업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모든 교과수업에 직접 도입해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Teaching’에서 ‘Learning’으로, ‘이해’에서 ‘체득’으로, ‘개별학습’에서 ‘협동학습’으로 진행하는 창의력을 키우는 수업방법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미국 초등학생은 일 년에 한 번씩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곤 한다. 학년별로 공동 주제를 정해놓고 약 4개월에 걸쳐 준비하고 발표하는데 반복된 연습으로 다져진 초등학교에서의 프레젠테이션의 기초가 고등학교 졸업 프로젝트 프레젠테이션까지 이어지고 나아가 미국 대학 입학과 졸업은 물론, 사회에서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발표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는 것이다.

최근에 필라델피아 ‘미래학교(School of the Future)’는 MS와 함께 ‘정답 맞히기’보다 ‘문제해결’에 적합한 교육과정을 개발했다. 학교 시간표는 과목 중심이 아니다. 한 학기나 2년짜리 프로젝트를 정해 교사와 학생이 함께 움직인다. 서로 다른 과목 교사 4명이 한 팀이 되어 학생 30~40명의 프로젝트를 이끌고 학기 말에 발표하는 형식이다.

그리고 ‘교육 강소국’ 싱가포르에서도 프로젝트 수업으로 창의력 교육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난양 초등학교 수업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길러주기 위해 대학원 교육처럼 학생이 주제를 정해 연구하고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3명이 한 그룹이 되어 교사의 1:1 지도도 받는다.

싱가포르 국립대(NUS) 부속 수학과학 중고교의 수업방식은 ‘창의성은 또래 효과를 통해 분출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100% 토론식 수업은 기본이고 학생들은 과목별로 4~5개의 팀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한다.

또한 싱가포르 레플즈 주니어 칼리지는 성적 최상위 학생 1천여 명이 수업마다 논쟁과 토론의 장을 펼치며 이런 수업에서 이루어지는 또래 집단 시너지가 창의력을 키우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수업방법이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 첨단 과학이 지배하는 시대에 걸맞게 우리의 학교 현장도 변해야 한다. 정해진 학습내용을 그대로 적용하는 교과서 위주의 학습은 디지털 시대의 학생들의 수준을 따라잡기에는 너무나 순진한 방법이다. 창의성 교육을 위한 선결 조건은 많은 자료 제공보다는 교사의 수업방법 개선에 대한 의식 전환 및 부단한 연수가 먼저 이루어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흥미 있는 학습 자료(데모 기기) 제작

학생들의 창의력 교육을 위한 흥미 있고 호응이 높은 학습자료 개발 및 제작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은 정해진 교과 내 학습 이외에 다양한 체험, 노작, 실험, 견학, 관찰 등의 활동이 매우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1온스의 경험은 1톤의 이론보다 중요하다”는 존 듀이의 말이 있다. 이런 점에서 이미 개발된 정형화된 학습자료 이외에 학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보다 흥미 있고 개념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를 교사가 직접 제작하여 활용한다면 학생들의 창의력 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자료 제작은 교사 개인이 하는 것보다는 교사동아리나 교과연구회 활동을 통해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최근에 교사동아리 활동이 활발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자체 세미나와 자료 제작 토론회 등을 통해 개발한 데모 자료를 활용하여 수업에 적용하고, 각급 학교와 전국 교육기관에 개발된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초·중·고교 과학교사 연구회(포스텍 교수 자문) ‘APC’가 좋은 예다.

생각하는 훈련 통한 논술형 평가 실시

평가방법도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논술형 평가 위주로 개선해야 한다. 논술형 평가문항을 개발하여 답보다 과정을 충실히 하고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68세까지 외국 방문 경험이 없는 2008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일본 마스카와 도시히데 교수는 “과거 과학시험은 위에 1, 2줄의 문제가 있고 나머지는 여백이었다. 스스로 생각해야 했고 설사 답이 틀려도 사고과정은 맞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요즘은 객관적으로 학력을 측정한다는 허울 하에 시험을 자주 치르고 복잡하게 출제한다. 그런데 실상은 채점을 편하게 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특히 학생은 시험과정에서 성장한다는 점을 잊고 있다.

▲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우고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독서가 매우 중요하다 
‘물이 절반만 들어 있는 컵을 기울이면 어떻게 될까’라는 문제를 초·중·고교생에게 내면 초등학생이 가장 점수가 좋고 고등학생이 가장 나쁘다. 초등학생은 스스로 생각해보고 이를 표현하지만 고교생은 시험 요령에 따라 골치 아픈 문제는 풀지 않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게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교육오염’이다”라고 했다.

젊은이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호기심과 동경이고, 현재의 교육제도는 이 같은 호기심을 사지선다형 시험으로 망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평가문항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우고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독서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서울대 교육학과 오헌석 교수 연구팀이 우리나라 대표 과학자 31명의 공통점을 분석한 ‘과학 인재의 전문성 개발 과정에서의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 내용을 보면 70% 이상이 ‘책 많이 읽는 가정’ 출신이며, 과학자 대부분이 어린 시절부터 문학·예술 분야와 관련된 독서를 즐겼고, 이런 경험이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과학을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린 시절의 독서는 훌륭한 인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함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독서를 습관화할 수 있는 필독 도서 선정 및 다양한 독서행사의 개최 등 독서 환경에 수시로 노출시켜 그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변화 당한다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살아남는 것은 가장 똑똑하거나 가장 힘이 센 생명체가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생명체”라고 했다. 변화를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여겼다. 잭 웰치 전 GE 회장도 “변화하지 않으면 변화 당한다”고 했다. 개인이나 기업은 물론 학교도 변화하는 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학교 교육 변화의 주체는 교사요, 변화에 적응하는 교육의 핵심 내용은 창의력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창의력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무엇보다도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사 한 명에게 전수된 창의력 교육은 곧 수백, 수천 명의 학생들에게 전달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의 창의력 신장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자료와 다양한 지원이 있어도 지도자의 의지와 지도방법에 대한 부단한 연수가 없다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교사가 일류가 되어야 일류 학생들을 양성할 수 있다. 교사들도 일류를 향해 뜨거운 열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자기계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헌수 포항제철서초등학교 교사

저작권자 2009.03.24 ⓒ ScienceTimes

[앞쪽형 인간]“나는 누구?”… 자기성찰땐 앞쪽 뇌 활성화

타인에 대한 평가 담당하는 뒤쪽 뇌와 대조

 

 

 

 

[동아일보]
앞쪽 뇌가 손상된 환자들은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이 많다. 주위 물체를 만지거나 TV나 네온사인 같은 현란한 번쩍거림에 이끌려 다니고, 길거리에서 물건을 주워온다. 반면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은 뚝 떨어진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장점과 단점을 가진 사람일까’와 같은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하며 자신이 병에 걸려 있는지도 모른다. 더 심해지면 자신의 위생관리에도 관심이 떨어져 목욕도 하지 않고 속옷도 잘 갈아입지 않게 된다. ‘자기성찰’ 기능이 앞쪽 뇌에 있음을 말해 주는 대목이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한 미국의 한 연구는 자기성찰 기능이 앞쪽 뇌에 있음을 증명했다.

화면에 ‘친절하다’ ‘수다스럽다’와 같은 형용사를 비춰주고 한 번은 그 형용사가 자신과 관련이 있는지를 평가하게 했고, 또 한 번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지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자기성찰을 할 때는 앞쪽 뇌가, 타인에 대한 평가를 할 때는 뒤쪽 뇌가 활성화됐다.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은 허황된 길을 가지 않는다. 스스로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자기다움’을 잘 가꾼다. 실력이 있으면서도 겸손한 사람이 된다. 자기를 성찰하는 사람만큼 향기로운 사람은 없다. 뛰어나고 향기로운 사람이 되려면 철저하게 자신의 능력을 관찰하고 자신의 성격과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자신이 어떤 영화나 책에 이끌리는지, 영화나 책의 어떤 내용에 공감을 하는지를 관찰할 때 자신을 알게 된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감정이 상하거나 자존심이 상할 때 그 이유를 마음 깊은 곳에서 찾는다면 나를 아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에니어그램’이나 ‘MBTI’ 같은 성격유형검사도 자신을 아는 도구가 된다.

그러나 자기를 아는 더없이 좋은 방법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를 관찰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시도 때도 없이 남을 헐뜯고 따돌리고 편을 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얼마나 부정적인지 모른다.

자기 전에 오늘 만난 사람 열 명을 솔직하게 평가해 보자. 열 명 중 아홉 명에 대한 평가가 이래서 나쁘고 저래서 나쁘다면 당신은 90%만큼 부정적인 사람이다. 당신이 부정적이기 때문에 일이 꼬여간다.

반대로 열 명 중 아홉 명에 대한 평가가 이 사람은 이래서 좋고 저 사람은 저래서 좋다면 당신은 90%만큼 긍정적인 사람이다. 긍정적이기 때문에 일이 술술 풀려간다. 남을 헐뜯고 따돌리고 편을 가르는 성향은 학력이 높고 지적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덜 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뛰어난 리더들이 자기성찰을 하여 앞쪽 뇌를 더 활성화한다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더 빛날까?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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