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 환자 3억명, 새 치료 방법 찾았다”

[표지로 읽는 과학]네이처, 시조새보다 5000만년전 살던 공룡 발견  

더사이언스는 일주일 동안의 세계 주요 학술소식을 모은 ‘표지로 읽는 한 주의 과학’을 연재합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네이처’, ‘셀’에 한 주간 발표된 표지논문을 소개하는 연재입니다. 매주 과학계의 전문가들이 가장 엄선한 저널의 표지는 학술적 의미와 함께 여러분을 심미의 세계로 이끌 것입니다.


이번 주 주제는 ‘화수분의 생성’과 ‘근육마비가 오는 퇴행성질환 파킨슨병’, ‘세계 3억 명이 앓고 있는 정신질환’을 담은 표지 3장입니다. 이밖에 1조분의 1초마다 생체분자를 촬영하는 방법을 알아낸 국내 연구팀의 성과와 기존 학설을 뒤집은 공룡화석 발견, 비만과 유전자의 관계를 살펴봤습니다. - 에디터 주

●찰나의 생명 현상 촬영하다



네이처 표지사진. 사진제공 네이처
영국에서 발행하는 네이처 19일자는 꽃의 수정을 돕는 ‘화분관(꽃가루관)’ 연구를 표지 논문으로 선정했다. 독일과 일본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화분관 생성에 ‘LURE’이란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연구팀은 식물 수정에 영향을 미치는 ‘조세포’에서 분비되는 이 물질이 수정기관에서 화분관이 생성되는 과정을 돕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네이처는 생체분자 구조가 변하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방법을 알아낸 고려대 전승준 교수팀(화학과)의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연구팀은 “단백질 구조의 접힘과 풀림, 단백질과 핵산의 결합, 생체 분자와 의약물질의 결합 등 1조분의 1초안에 일어나는 생체분자 현상을 촬영하는 초고속 분광법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단백질·아미노산·핵산 같은 생체분자들은 열쇠와 자물쇠처럼 독특한 구조로 상대 짝과 결합해 갖가지 생명현상을 일으킨다. 이 방법은 순간적인 분자 구조 변화를 알아내는 신약 개발에 유용하게 사용될 전망이다.

이밖에 깃털 달린 초식 공룡 화석의 발견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에 관한 새 연구 결과도 소개됐다.

중국 과학자들은 “시조새보다 약 5000만 년 앞선 1억9800만 년 전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목과 등, 꼬리에 깃털이 나는 공룡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번 발견에 대해 연구팀은 “비늘이 있는 파충류와 깃털을 가진 새가 서로 다르게 진화했다는 기존 가설을 깨뜨리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 연구팀은 “수온이 섭씨 5도까지 올라가면 남극대륙빙하가 녹기 시작해 세계의 해수면이 5m 상승할 수 있다”며 “저지대 지역이나 섬나라의 경우 물에 잠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파킨슨병 치료, 어느 부위가 효과적일까



사이언스 표지사진. 사진제공 사이언스
사이언스 20일자는 파킨슨병에 관한 두 가지 논문을 소개했다. 파킨슨병은 뇌에 있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점차 없어지면서 근육이 경직되고 전신마비로 이어지는 퇴행성 질환이다. 미국에서만 현재 150만 명이 앓고 있다.

파킨슨병 치료에는 주로 뇌에 전기 자극을 주는 방법이 이용됐다. 하지만 미국 듀크대 연구팀은 뇌보다 척수에 전기 자극을 가하는 게 파킨슨 병 치료에 더 효과적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도파민이 부족한 쥐를 대상으로 이 실험을 진행한 결과 척수에 자극을 준 후 3.35초 안에 운동량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파킨슨병 치료물질인 ‘L-DOPA’만 이용해 치료하면 치료제를 5회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난 반면 척수 전기 자극과 병행하면 2회만 복용해도 효과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언스는 신경 신호가 전달되는 세포의 축색돌기에 전기자극을 주는 방식이 파킨슨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미국 스탠포드대 팀의 연구도 소개했다. 축색돌기는 신경세포를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 다른 신경세포에 신호를 전하는 역할을 한다.

이밖에도 ‘배꼽시계’라고 불리는 생체시계에 대한 새로운 연구성과도 소개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와 워싱턴대 연구팀은 “생체시계가 효소인 NAD와 이를 자극하는 효소 SITR1에 영향을 받는다”며 “생물의 생체시계와 대사활동, 늙음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밝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정신분열, 세계 3억 명이 앓고 있어



셀 표지사진. 사진제공 셀
과학전문지 ‘셀’ 20일자는 “정신분열을 앓는 사람이 세계 인구의 0.5%에 이르는 3억 명에 이른다”고 소개하고 정신분열 관련 유전자가 신경세포의 생성을 조절한다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실었다.

MIT연구팀은 “뇌의 ‘치아이랑’에 있는 ‘DISC1’라는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정신분열증, 조울증, 우울증을 앓는다”고 소개했다. 치아이랑 부분은 노화성 기억력 감퇴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 결과 DISC1이 비정상적인 경우 새로 생성되는 신경세포의 수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간에서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변화는 과정에 ‘DNA-PK’가 관여하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며 “유전자의 기능을 무력화한 쥐는 보통 쥐보다 지방 비율이 낮았다”고 밝혔다. DNA-PK는 그동안 암 치료 물질로 알려져 왔지만 향후 비만 치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셀지는 또 미국 록펠러대 연구팀이 연구한 피부 배아줄기세포의 분화 연구 소식도 전했다. 연구팀은 “피부가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산된 미숙아를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독심술, 과학적으로 가능해졌다" 英 인디펜던트, “뇌 영상을 통해 기억을 읽을 수 있는 기술 개발” 2009년 03월 23일(월)

비밀에 싸인 사람의 마음을 과연 읽을 수 있을까? 그렇다. 인간 유전자를 전부 해독할 수 있듯이 조만간 사람의 뇌의 기억을 전부 읽을 수 있는 기술이 나온다. 말로만 듣던 해괴한 독심술(讀心術)이 과학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복제와 인간 게놈프로젝트가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듯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기술 역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뇌의 신비를 벗기는 일은 훌륭한 과학연구다. 그러나 침해의 논란은 여전히 존재한다. 인간 유전자 암호가 완전히 풀리고 심지어 속 마음까지도 해독된다면 인간의 비밀은 전혀 없는 셈이다. 영국 유력 일간지 인디펜던트(Independent)가 과학적 성과와 함께 문제점을 꼬집었다. [편집자 註]

 

 

▲ 과학자들은 뇌 속의 해마상융기가 사람의 기억과 사고에 관련돼 있으며 MRI로 그 활동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살면서 경험을 통해 축적된 직접적인 현실 또는 가상의 장소에 관한 기억은 두뇌에 저장되며 스캔을 통해 고스란히 볼 수 있다는 최신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시 말해서 뇌 속에 있는 기억장치를 볼 수 있으며, 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독심술(讀心術)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최근 인터넷판 뉴스 “Scientists able to read people’s mind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과학자들은 ‘생각을 보는 기계(thought machine)’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인디펜던트는 “사람 뇌의 간단한 전기적 활동(electrical activity)을 통해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에 한걸음 다가섰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신문은 이러한 기술이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도 꼬집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UCL, University College London) 연구팀은 뇌혈류를 측정하는 뇌 스캐너, 즉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해 ‘공간에 대한 기억spatial memory)’과 관련된 피실험자들의 뇌 활동을 추적한 결과 이들이 컴퓨터로 합성한 가상현실 공간 속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맞힐 수 있다는 것.

연구에 참가한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 교수는 “지금 이것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기술에 대한 조그마한 진전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뇌의 신경활동을 관찰하면 그 사람에게 물어볼 필요 없이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아맞출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놀랍게도 뇌의 자료를 보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어느 지점에 가 있는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며 “즉 우리는 그들의 공간기억을 읽을 수 있었으며 이는 기억이 규칙적인 패턴으로 저장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리적 토론이 중요하다”

▲ 인간의 뇌는 무한한 우주와 더불어 신비에 싸여 있었다. 
하사비스 교수는 “현재는 걸음마 단계지만 이러한 연구결과가 암시하는 것은 언젠가 다른 형태의 기억과 사고들을 전부 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연 것”이라며 “아마 범인을 잡고 테러리스트를 색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러나 긴 시간(distant prospect)을 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그런 기술에 접근하려면 10년 또는 더 이상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그러한 가능성이 열린 것만큼 그에 대비하기 위해 이 문제에 대한 ‘윤리적 토론(ethical discussion)’을 전개하는 것이 유용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UCL의 엘리너 매가이어(Eleanor Maguire) 교수가 이끈 이 연구팀은 방향 찾기와 기억 되살리기, 미래의 일 상상하기 등과 관련, 뇌의 해마상융기(hippocampus)를 집중적으로 관찰한 결과 이른바 ‘위치세포(place cell)’로 알려진 뉴런이 활성화돼 피실험자들이 돌아다닐 때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매가이어 교수는 “우리는 해마상융기가 사람들이 기억을 더듬고(navigate), 저장하고(form), 그리고 추억해내는(recollect) 능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으며 미래에 대한 일을 어떻게 상상하는지도 이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뇌의 해마상융기(hippocampus)가 바로 주인공”

그는 “그러나 수백만 개에 이르는 해마상융기 뉴런들의 활동이 어떠한 기능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것은 여전히 신경과학의 중요한 숙제(fundamental question)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뇌 전문가인 매가이어 교수는 이미 런던 시내를 아주 잘 알고 있는 한 택시 운전사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그의 해마상융기가 다른 사람보다 크고 운전사의 머릿속에 있는 런던 시내에 대한 ‘지식’이 여기에 담겨 있다는 것을 발표해 세간의 주목을 받은 학자다.

스캐너를 통해 마음을 읽는 연구는 이미 수 차례 진행됐다. 생쥐를 이용한 다른 학자들의 기존 실험에서도 해마상융기를 집중 관찰해 수십 개 뉴런의 활동을 측정한 적은 있지만 이 실험에서는 뇌가 기억을 저장하는 패턴에 아무런 규칙성이 나타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수만 개의 뉴런이 관찰됐으며 그 결과 기억이 저장되는 방식에 기능적인 구조, 즉 특정 패턴이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출발, 실제 기억이 뇌세포에 저장되는 방식을 조사하는 많은 추가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공간 기억에서 더 나아가 뇌 스캔으로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버전을 보여주는 패턴을 발견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사람이 기억을 어떻게 저장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해마상융기에서 정보가 처리되는 방식과 알츠하이머 병과 같은 질환으로 기억이 손상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뇌 질환 연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뇌 질환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어”

사람의 마음을 읽는 연구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점점 기법이 발달되고 있어 한 연구에서는 피실험자들의 두 가지 음료 가운데 어느 것을 좋아하는지 80%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었다.

또한 한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실수를 저지르기 최고 30초 전에 뇌가 비정상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 영원한 수수께끼로 알려졌던 뇌의 비밀이 하나 둘씩 풀리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윤리적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면서 앞으로 법의학 분야에서 실용화되기까지는 최소한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연구가 더욱 확대되면 장차 법의학자들이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다른 사람의 기억과 생각을 모두 조사하는 것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윤리와 관련된 폭발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현실화되면서 뇌 연구에 대해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다른 사람의 기억과 생각을 알아내는 연구가 인간의 고유한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뇌의 연구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주장 가운데 하나가 바로 뇌 연구가 뇌 세포의 특정지역, 특히 사람의 기억과 관련된 해마상융기 부분에 대해서는 엄격한 룰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성을 침해하는 연구는 아니다”

이에 대해 매가이어 교수는 “이번 연구가 다른 종류의 기억들도 읽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의 뇌를 훤히 들여다 보기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우리가 진행한 연구가 (인간의 고유권리)를 ‘침해하는(intrusive)’ 연구는 결코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과학적 연구는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윤리와 도덕이라는 뚜렷한 감시 통제를 받는 것도 아니다. 과학의 윤리와 도덕을 둘러싸고 복제와 인간 유전자 해독이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마음을 읽는 기술도 커다란 논쟁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인디펜던트는 지적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마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은 인간의 모든 비밀이 마음 속에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한 길 깊이도 안 되는 마음의 비밀이 열릴 날도 그렇게 멀지만은 않은 것 같다. 우리에게 과학이 과연 무엇인지를 다시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3.23 ⓒ ScienceTimes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최근 미국의 한 회사가 이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거짓말 탐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회사 이름도 ‘노 라이(No Lie) MRI’다.

이 회사는 MRI 장치로 촬영한 피의자의 뇌 이미지를 분석해 그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정확도 99% 수준으로 가려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 많은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뇌 연구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계속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뇌 연구가 사람들의 미묘한 감정 변화나 정치경제적 성향까지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진화해온 덕분이다.

일본 도쿄대 연구팀은 자기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소식을 들을 때 뇌에서 측핵이 활발히 반응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측핵은 즐거움과 쾌감을 담당하는 부위다.

미국 뉴욕대 연구팀은 실수를 할 때 반응하는 뇌 영역인 전대상회가 보수적인 사람보다 진보적인 사람이 더 활발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뇌의 활동과 정치적 성향이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과학자들은 더 나아가 왜 사람들이 특정 정치가를 지지하는지, 왜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를 보면 구매하고 싶어 하는지도 뇌 과학으로 설명하고 있다. 뇌 과학이 본격적으로 사회와 융합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머지않은 미래엔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채용할 때 뇌를 측정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을 뇌 영상기기로 측정하는 장치가 개발되면 영업사원을 뽑을 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이나 능력을 아무리 잘 숨기고 포장해도 최신 뇌 영상기기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한편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뇌 과학적 차별’이 일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측정한 뇌 반응 때문에 취업 기회를 뺏기거나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뇌를 가진 사람으로 분류돼 감시를 받을 수도 있다. 설령 검증받은 뇌 반응이라도 그것만을 바탕으로 인간을 판단하는 것은 심각한 혼란과 비판을 낳을 것이다.

뇌 과학을 어떤 방향으로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우리 선택에 달려 있다. 첫 번째 발걸음은 우리의 뇌를 잘 아는 것이다.

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다름·실패'에 대한 관용이 창의성 토대 창의성 확대와 과학교육 강화 방안 2009년 01월 23일(금)

 

 

미래는 창의성의 시대다. 창의성의 시대를 맞아 영재 양성을 위한 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사이언스타임즈는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매달 발행하는 월간 '과학창의'1월호에 소개된 기사들을 통해 창의성 확대와 과학교육 강화 방안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역할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註]

과학창의 칼럼 40년 전통의 한국과학문화재단이 2008년 9월 한국과학창의재단으로 재탄생했다. 과학문화 창달이라는 기존의 기능에 창의인재 육성이 더해져 과학에 대한 국가의 교육 및 문화 활동을 총괄 지원하는 기관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제 2009년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있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기대와 역할과 관련하여, 과학교육의 세계적 이슈인 동시에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문제인 창의성 교육, 교과 간 소통, 학교 과학과 외부 세계의 연계 등에 대해 살펴보자.

창의성의 사회적 차원과 보편성 제고

창의성에 대해 흔히 유창성, 융통성, 독창성, 과제 집착력, 자기 신뢰감 등을 그 구성 요소로 말한다. 창의성에 대한 이러한 개념화는 특히 영재교육을 중심으로 주로 언급된다. 즉창의성을 영재들의 개인적 특성으로 보고, 이러한 특성을 갖는 개인을 어떻게 선발하고 교육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이다.

그런데 이러한 창의성은 그것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마련될 때 비로소 발현 가능하다. 여기서 사회적 토대란 ‘다름’과 ‘실패’에 대한 사회적 관용이다. 문제는 우리의 교
육이 이러한 ‘다름’과 ‘실패’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데 있다. 수능시험을 비롯하여 학교의 많은 평가는 여전히 5지 선택형 문항에 의존한다.

5개의 선택지 중에는 예외 없이 단 하나의 유일한 정답이 존재하는 형식이다. 진정한 과학기술의 탐구에서 정답이 알려져 있거나 단 하나의 유일한 정답이 존재하는 경우가 어디 있는가. 대부분의 탐구는 실패로 끝나게 되고, 그 실패는 새로운 창의적 도전의 출발이 된다. 그래서 창의성에는 사회적 차원의 관용이 필수적이다.

또한 창의성은 영재를 포함한 모든 학생의 보편적 교육을 목표로 추구되어야 한다. 창의성은 미래 시민이 공통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소양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영재학교, 과학고등학교, 대학 부설 과학영재교육센터, 교육청 영재교육원 등을 통해 창의성을 강조하는 다양한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영재아의 과학교육의 효율성에 집중하는 동안, 절대 다수의 일반 학생을 위한 과학교육은 그 수준과 질에 있어서 크게 뒷걸음질치고 있다. 물리Ⅱ 등 어려운 과학 과목의 선택을 회피하고, 언어/수학/외국어, 세 도구 과목에 치중한 수능시험 및 논술고사의 비중 때문에 과학과 공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도 도구 과목에만 매달린다. 비중도 높지 않고 쉬운 선다형 지필검사를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2007년 개정된 과학교육 과정에 도입된 ‘자유탐구’는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또 이를 위한 다양한 교육 자료와 효과적인 평가 방안들을 개발해야 한다. 대학에서는 모집 단위별로 필요한 과학과목들을 먼저 이수하도록 하거나 논술고사로 부과할 수 있을 것이다. 획일성에 기초한 통제와 행정의 효율성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고, 엉뚱한 발상과 연속된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는 도전을 높이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창의성을 모든 학생이 도달해야 할 보편적 교육 목표로서 그리고 다름과 실패를 포용하는 사회적 차원을 갖는 것으로서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역할이 기대된다.

교과의 벽을 뛰어넘는 소통과 융합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10개의 기본 교과를 규정하고, 여기에는 수학, 과학, 기술·가정이 포함되어 있다. 교육과정은 국가 교육의 근간으로서 교과서 집필, 학생 평가, 학교 운영, 교사 정책 등 거의 모든 학교 교육 활동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수학·과학 분야의 교육과정 및 교과서 업무가 한국과학창의재단으로 이관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교육과정상의 교과 구분은 하나의 절대적 장벽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로서는 모두 배워야 하는 과목들이지만, 교육과정 개발이나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 개념의 연계성이나 계열성을 고민하고 교과의 벽을 뛰어넘고자 하는 소통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학에서 배우는 개념은 과학에서 배우는 원리의 기초가 되고, 과학의 원리는 다시 기술 교과 내용 이해의 출발점이 된다. 거꾸로 기술 교과 내용은 과학적 원리의 적용 대상이고, 수학적 개념은 이러한 과학적 원리와 현상을 통해 더 잘 설명될 수 있다. 교과 간에 존재하는 높은 벽은 국가적 수준에서 볼 때 대단히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이다.

교육과정 및 교과서 정책의 기능을 포괄하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출범은 이러한 교과의 장벽을 넘어 소통하고 융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다. 타 교과 전문가 및 일반인이 함께 참여하는 교육과정 및 교과서 개발, 교과 간 연계성을 탐색하고 이를 통합하기 위한 과제 및 교육 자료의 개발, 나아가 이공계 논술 및 과학 글쓰기 등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분야를 연계하는 교육 및 개발 활동의 지원 등은 한국과학창의재단에 주어지는 또 다른 고유 기능이 될 것이다.

학교 과학과 외부 세계의 연계

지난 정부까지 학교 과학교육은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과학문화는 과학기술부에서 담당해왔다. 이들 부처가 통합되어 교육과학기술부가 만들어지고, 이 두 기능을 총괄하는 기관으로서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출범하였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학교 과학과 사회 속의 과학문화를 연결하는 중요한 제도적 연결고리가 된 것이다.

기존의 과학교육 사업이 학교의 교육과정과 교과서 및 교사 교육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지만, 과학문화와 평생교육이 보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학교 중심의 전통적인 과학교육은 더 이상 고립되어 추진될 수 없다. 과학관과 연구소 등 학교 밖의 다양한 비형식 교육 자원과 지역의 산업체 및 문화 행사 등과의 연계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이미 현대 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신 과학의 내용을 학교 교육의 범주로 끌어들여야 하고, 이의 효율적인 실천을 위해 학·연·산의 파트너십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통상 고전 과학의 내용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던 교사 연수도 보다 현대적이고 효율적인 과학기술의 내용과 방식으로 보강해야 할 것이다.

과학창의센터를 중심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과학교육의 새로운 리소스 개발 및 축적 그리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과학교육의 혁신과 관련하여 한국과학창의재단에 특별히 기대되는 역할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관련 전문 인력의 확보 및 지속적인 전문성 축적이 중요하다.

사업의 단순 집행이나 예산 배분 기능을 넘어 과학교육과 문화에 있어 진정한 국가적 중심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국내외의 관련 기관들을 연계하는 네트워크의 중심에 서고 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초 조사 연구 및 정보 창고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09년 새해에도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송진웅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학장

저작권자 2009.01.23 ⓒ ScienceTimes

우리 교육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워주고 있는가 사회 전체가 독특한 시도를 용인하는 분위기 갖추어야

2009년 03월 02일(월)

과학창의 칼럼 과거에 볼 수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거나, 남과 다르게 생각해서 특이한 일을 이루는 것을 창의적인 능력이라고 한다. 하지만 창의성은 단순히 새롭고 다른 생각이 아니라 그 생각을 표현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의 교육은 과연 이러한 창의성을 키워주고 있는 교육인가?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과연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잘못된 교육 풍토와 체제는 무엇인지 되짚어본다.

최근 들어와서 ‘창의(創意)’라는 말이 과학과 교육을 토론하는 마당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교육의 목표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든가,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세계적 수준의 창의적 과학자들이 많이 배출되어야 한다든가 하는 말이 자주 들린다.

▲ 오세정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물론 ‘창의’를 강조하는 추세는 사회의 발전 단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규격화된 상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지식과 기술을 보유한 인력 양성이 중요해졌다.

그러기에 교과 과정도 표준화되어 있어 모든 학생들이 비슷한 내용으로 배웠고, 학생 능력의 평가 기준 또한 얼마나 많은 표준화된 지식을 기억하고 있느냐에 맞춰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오면서 펼쳐진 지식기반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는 과거 산업사회가 필요로 하던 인재와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즉 지식기반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는 정형화된 지식을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남이 못 보는 면을 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이제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바로 나올 수 있는 지식을 많이 기억하고 있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러한 지식들을 남과 다르게 해석하고 조합하는 사고 능력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아마도 이와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포괄적으로 ‘창의적 인재’, ‘창의적 과학자’라고 부르는 것 같다.

그래서 창의적 인재나 창의적 과학자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보고, 이러한 인재를 키우려면 어떠한 과정이나 여건 마련이 필요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창의(創意)’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지금까지 없었던 일을 새로 생각해내는 것”이라고 나온다. 즉 과거에 볼 수 없었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거나, 남과 다르게 생각해서 특이한 일을 이루는 것을 창의적인 능력이라고 하는 것이다.

대학입시 위주 교육이 창의성 말살

여기서 중요한 핵심은 ‘새롭고’ ‘다르다’는 말일 것이다. 옛날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다르게 생각하고 사물의 새로운 의미를 찾는 자세를 지녀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남과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해서 바로 창의적 인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생각을 표현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어야 진정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창의적 인재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인재 본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독특한 생각, 과거와 다른 시도를 용인하고 인정해 주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오랫동안의 통념과 다른 아이디어가 쉽게 표출되고 새로운 시도가 만발하여 사회 전체에 창의성이 꽃 피우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아직도 너무나 경직되어 있고 전통에 얽매어 있어서 타인의 독특한 생각이나 실패한 시도를 용인하는 문화가 덜 발달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오로지 ‘정답 맞히기’가 유일한 목적인 고등학교에서의 대학입시 위주 교육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말살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학과 과학 교육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취학 전이거나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흥미는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선천적인 흥미는 학교 교육을 받으면서 북돋아지고 계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파괴되고 말살되는 듯이 보인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의 과학적인 상상력과 호기심을 소중하게 키워주기보다 그 싹을 자르고 대신 그 자리에 죽어 있는 책 속의 지식을 주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정답만을 찾는 맹목적인 교육의 탓이다. 무릇 창조적인 탐구란 본인이 가진 의문을 스스로 해소해가는 과정이 중요하고 혹시 그 과정에서 실수하고 틀리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소중한 것인데, 오로지 정답을 이해하고 결과를 외우는 것이 교육의 목적처럼 되어 있으니 창조적인 탐구 능력 개발은 뒷전으로 밀리고 마는 것이다.

과학적 창조성은 네트워크 사고가 핵심

한국의 교육이 학생들의 창의성, 천재성을 계발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면은 이것 말고도 또 있다. 첫째로 너무 일찍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여 각 분야의 좁은 교과과정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일이다.

과학적 창조성은 서로 완전히 다른 영역에서 빌려온 요소들을 조합하는 네트워크 사고가 핵심이다. 따라서 이공계를 전공하는 학생들도 인문 사회적인 지혜에 노출되고, 물리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도 생명과학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추어야 후에 다양하고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교과과정과 대학입시 과목을 선택하면서 폭넓게 배울 기회를 놓치고 있다.

둘째로 객관식, 단답형 위주의 수능 시험으로 인하여 학생들이 깊고 오래 생각하는 습관을 익히지 못하고 있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창조성을 연구했던 홍성욱, 이상욱(<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저자) 등은 이들이 뛰어난 업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초인적 지능 때문이라기보다 세밀한 관찰력, 탁월한 종합 능력, 그리고 한 가지 문제에 집중해 끈기 있게 연구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실제로 과학적으로 중요한 업적을 내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그 문제를 고민하고 노력하는 끈기가 필요한 것이다.

이제는 창의성이 중요함을 말로만 강조하지 말고, 과연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이 우리나라에 태어났을 때 현재의 교육 제도에서도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행동에 옮겨야 할 것이다. 국제적으로 창의적인인재를 양성하고 유치하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마당에 우리에게 결코 시간이 많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세정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저작권자 2009.03.02 ⓒ ScienceTimes

창의적인 인재 육성은 국가의 미래 우수한 인재가 유일한 자원

2009년 03월 20일(금)

▲ 창의적인 인재 육성은 이제 전 세계적인 과제이다. 
과학창의 칼럼 사회와 역사는 끊임없는 혁신에 의해 발전해왔고, 그 혁신은 창의적인 인재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산업사는 인간이 풍요롭고 편안하게 살기 위한 도구 발명과 이 과정에서 일어난 과학기술의 창조적 혁신에 의해 발전해왔다.

지금 사회는 더욱 다원화되고 있고 앞으로 더욱 빠르고 폭넓게 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미래에 뭘 먹고살 것인지, 일자리 창출은 어떻게 할 것인지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창의적인 인재들을 많이 배출해 이들이 미래의 변화를 빠르게 따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창의적인 인재 육성은 오늘날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역사와 사회를 혁신한 창의적인 인물 제고 필요

시대와 관점에 따라 창의성에 대한 정의가 조금씩 다른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창의성에 대해 보다 잘 알기 위해서는 무수한 성공과 실패에 대해 기록한 역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해 사회를 발전시킨 사람들을 보면 공부를 많이 했거나 지식이 많다기보다는 호기심이 많고 꿈이 큰 사람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

20세기 IT 부문에서 자수성가한 3대 부호인 빌 게이츠, 마이클 델,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은 모두 대학을 중퇴했으며, 과거 과학혁명, 산업혁명 등 세상을 혁신한 사람들도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지만 매우 창의적인 인물이었다.

창의적인 인재들은 호기심과 상상력이 많고,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어보겠다는 열정과 집념을 갖고 있으며,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그 꿈을 실현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창의적인 인재육성은 곧 ‘미래’를 혁신하고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름길이며 유일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창의적인 인재 양성을 위한 제언

우리나라의 인재 양성 시스템은 서열 중심의 사회에서 극심한 경쟁만 중시해왔고, 사물과 현상의 이해보다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교육 위주였다. 그 결과 ‘왜?’라는 질문보다는 ‘답’만을 요구하는 상황을 초래했고 ‘빨리빨리’ 문화까지 팽배해 있는 실정이다.

이는 과거 우리나라의 눈부신 발전에 기여했지만, 미래를 책임질 창의적인 인재의 양성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의 교육제도, 정책, 그리고 방법이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는 데 적합한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창의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첫째,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평균 학업 능력은 매년 국제 테스트에서 최상위를 기록하는 등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흥미와 즐거움으로 배움에 임하는 정도와 도전의식, 실패에 대한 내성은 다른 국가 학생들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현대에 와서 얼마나 많은 지식을 암기하느냐 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 얼마나 새로운 것을 창조해낼 수 있는 기반이 있는 인재인지가 중요해진 세상이다.

이러한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도전에 따른 실패를 용인하고 흥미와 즐거움으로 스스로를 동기부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학생들 스스로가 흥미를 가지고 스스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새로운 것에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교육환경 조성, 교수법 개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인문·사회과학·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해 사고와 시야를 넓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둘째, 인문·사회과학·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해 사고와 시야를 넓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과학기술 혁신을 토대로 한 물질문명 사회로 발전해가고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혁신을 통해 사회를 진보시키려는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이 더 풍요롭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행복과 직결되는 역할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자에게 창의성은 필수요소이며, 이러한 창의성은 인간 생활 전반에 걸친 넓은 시야와 이해를 수반해야만 가능하다.

1938년 설립 이후 7명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미국 브롱크스 과학고등학교는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뿐만 아니라 인문학, 역사, 예술 등의 교육과정을 강화하여 다방면에 걸쳐 지식을 쌓을 수 있게 했다. 이처럼 창의성은 상상력과 깊이 있는 사고력에서 출발하며 문학, 역사, 철학, 예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통해 이루어진다.

셋째는 교육 체계와 방법의 혁신이다. 사회를 혁신하고 진화시키는 사람은 1~2%의 극소수의 영재 내지는 천재적인 인재들이다. 이러한 영재는 평준화와 평등주의 속에서는 양성할 수 없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5개의 영재고등학교를 설립해 1년에 1천 명의 영재를 길러내기를 제안한다. 또한 10여 개의 영재중학교도 건립해야 한다.

다양한 영재교육 체계 갖춰야 

선진국들의 경우 이미 다양한 영재교육 체계를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은 1973년부터 교육부에 영재교육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전국 상위 3% 이내의 학생을 선발, 이들을 대상으로 의무적인 영재 교육을 실시하는 등 영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대학 부설 과학고등학교도 학생 350명에 지도교수 200명이 1.5대1 또는 1대1로 교육해 고등학교 3년 과정을 영재교육을 실시해 대학에 진학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동일한 잣대와 기준으로 가르치는 평준화 교육은 한계가 있다. 영재들이 가진 다양한 천재성과 창의성을 지속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영재교육 전문기관을 다변화함으로써, 체계적으로 ‘사회를 이끌어갈 리더’양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영재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쉽게 발휘할 수 있는 학교 내 풍토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다양한 교수법, 관리 기법 등이 필요하다.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지정학적 환경이 열악한 우리나라가 가진 유일한 자원은 우수한 인재밖에 없다. 따라서 급변하는 패러다임 변화 속에 일류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를 많이 양성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윤종용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저작권자 2009.03.20 ⓒ ScienceTimes

“논리만 내세우면 창의성은 메말라” ‘Creative Think’ 설립자가 제안하는 ‘창의성을 위한 도약’ ③ 2009년 03월 18일(수)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또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라는 시리즈 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창의력 개발 자문회사 ‘Creative Think’를 설립한 로저 폰 오흐(Roger von Oech)는 창의력을 발휘하려면 창의력을 방해하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중 하나가 너무나 논리적인 것만을 따진다는 것이다.

둘째, 비논리적인 것은 쓸모 없다는 생각이다. That’s Not Logical! 그러나 최상의 아이디어는 창의적인 관념적 사고와 실천의 조화에서 나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논리적인 것만이 최고가 아니다.

▲ 창의력은 다양한 사고를 인정할 때 발휘된다. 답은 오직 하나라는 논리 속에서는 꽃 필 수 없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비논리적이라고 비난할 것이 두려워 창의적인 사고를 아예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논리란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실행 단계에서만 필요한 것이다. 실행 단계 이전의 아이디어 제시 단계에서 논리성에만 매달리게 되면 창의적인 프로세스가 진행될 수 없다.

최상의 아이디어는 개념 단계에서의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사고와 실용 단계에서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가 조화를 이루면서 가능해진다.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 번째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생성이라는 창의적 측면이다. 기존의 규칙에서 무시해도 되거나 가치가 없는 규칙을 찾아내게 된다. 그러한 규칙들로 인해 제한될 수 있는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게 된다.

두 번째는 아이디어의 평가 및 사용측면이 있다. 아이디어는 그 필요조건을 충족시키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두 가지 측면이 모두 중요하며,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갖고 있다. 프로젝트 수행에 있어 각 측면이 부각되는 부분이 서로 다르다. 창의적 측면을 부각시켜야 하는 시점에서 그 효용 가치를 논하게 되면 이미 성과가 알려져 있는 솔루션으로 아이디어의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실용 단계에서 모호성이 남아 있게 되면 단지 아이디어 단계에서 끝날 뿐 실질적인 가치를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논리만 앞세우면 창의성은 메말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시스템(특히 교육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논리적 사고가 중요시 되며 그 힘에 의해 움직여진다. 비논리적이거나 창의적인 사고는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논리만을 앞세우면 창의성은 메마르게 된다.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보면 비유법(metaphor)이라는 것이 있다. 이 비유법은 창의적인 사고를 장려하는 데 아주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비유를 통해 전혀 다른 개념을 대입해봄으로써 그 유사성 또는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로 연결시킬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은 새로운 개념을 기존에 알려져 있던 일반적인 개념과 비교함으로써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원래 자동차는 ‘말 없이 달리는 마차(horseless carriage)’, 기차는 ‘철마(iron horse)’로 불렸다.

“metaphor를 많이 사용하라”

▲ 로저 폰 오흐는 창의력 개발 자문회사 Creative Think를 설립한 이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로 통한다. 
비유는 일종의 ‘정신적인 지도(mental map)’라고 할 수 있다. 즉, 새로운 것을 이해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관련성 있다고 생각되는 기존의 개념들을 찾아 그 연관성을 바탕으로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실제로 비유를 사용하면 복잡한 프로세스 또는 아이디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비유는 창의적인 사고에 있어 훌륭한 도구이다. 어떤 도전 과제에 대해 비유를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올바른 출발점에 설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여러 요소 또는 개념을 연관시키고 비유해 봄으로써 전혀 새로운 것을 상상 속에 만들어낼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이 사용하는 비유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비유를 사용함으로써 전체적인 이미지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도 고려해보아야 한다. 비유를 통해 만들어낸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존의 규칙 또는 개념과 비교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창의성이 기존 사고 기준으로 다시 제약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 “컴퓨터는 21세기의 자전거”

이와 관련 애플 컴퓨터 설립자인 전설적인 기업가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경험담을 들어 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창의성 개발에 비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생하게 알려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 나는 인간을 포함해 지구상에 있는 다양한 종(種)들은 효과적인 방법으로 이동(운동)한다는 책을 읽은 바가 있다. 이 책은 A에서 B라는 지점으로 이동할 때 과연 어떤 종들이 가장 적은 에너지로 가장 큰 효과를 얻느냐에 대한 연구다. 남아메리카 독수리 콘도르(condor)가 가장 효과적인 이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누군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에 대해 한 연구도 있었다. 자전거를 타면 사람은 이동하는 데 있어서 콘도르보다 무려 두 배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었다! 이는 ‘도구제작자(tool maker)’인 인간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입증하는 사례다.

인간이 자전거를 만들었다는 것은 곧 선천적인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도구를 창조한 셈이다. 그게 바로 내가 자전거와 컴퓨터를 자주 비교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컴퓨터는 21세기 자전거다. 왜냐하면 컴퓨터는 인간의 타고난 고유한 지능을 극대화시키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두 가지만으로 나누지 말라”

▲ 나이를 먹으면서 창의력이 점차 사라진다는 지적이 많다. '어린이처럼 생각하라'는 창의력 개발에 중요한 모토다. 
다시 말해서 항상 이것과 저것을 비교하는 노력 속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오직 하나의 논리, 하나의 정답만을 강요하는 시스템에서 창의력은 꽃필 수 없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유명한 경제학자 케네스 보울딩(Kenneth Boulding)은 이렇게 말한다. “There are two kinds of people in this world; 세상에는 모든 것을 두 그룹으로 나누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이 있다.”

옳고 그름, 선과 악, 흑과 백 등 확연히 구분하는 사고체계나 교육제도에서 창의성은 자라지 못한다. 창의성도 모든 생물체가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하나의 생태계의 움직임처럼 다양하고 자유로운 토양에서 자랄 수 있다.

로저 폰 오흐는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비유한다. “I believe that the mind is not only a computer that processes information, it’s also a museum that sores experiences, a device that encodes holograms, a playground that in which to play, a muscle to be strengthened, a workshop in which to construct thoughts, a debating opponent to be won over, a cat to be stroked, a funhouse to be explored. There are a lot of right ways to model the mind all depending on what you think is important.

사람의 마음은 정보를 전달하는 컴퓨터와 같고, 또한 경험이 축적된 박물관, 홀로그램을 푸는 장치, 뛰어 노는 운동장, 힘이 잔뜩 실린 응축된 근육, 생각을 만들어 내는 일터, 이겨야만 될 언쟁(言爭)의 대상, 한 대 맞아야 할 고양이, 파헤쳐야 할 유령의 집이나 다름 없다. 따라서 당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따라 마음을 정해야 할 올바른 방법들은 아주 많다.” (계속)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3.18 ⓒ ScienceTimes

‘세계 뇌 주간’ 맞은 이춘길 한국뇌학회장

“사이코패스, 정상인보다 전두엽 부피 작아”


“뇌를 알면 사람이 보입니다.”



올 상반기에 출범하는 한국뇌연구협의회 초대 회장을 맡은 이춘길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그는 “뇌 연구는 인간을 이해하는 기본”이라며 “뇌 과학과 국민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미옥 동아일보 기자
‘세계 뇌(腦) 주간(14∼21일)’을 앞두고 이달 12일 만난 이춘길 한국뇌학회장(55·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은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바로 뇌 연구”라며 “앞으로 뇌 과학자의 연구 성과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태연한 범죄자, 학습능력이 유난히 낮은 어린이, 일탈을 반복하는 청소년…. 어느 사회든 맞닥뜨리는 문제지만 사실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질 않는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이 제안하는 방법이 바로 뇌(腦)다.

“뇌 연구는 인간을 이해하는 기본이 됩니다. 예를 들어 사이코패스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뇌는 전두엽 부피가 정상인보다 작거나 좌우반구를 연결하는 ‘뇌량(腦梁)’의 부피가 비정상적이죠. 이들의 범죄 행위가 뇌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에요.”

이처럼 반사회적 행동과 뇌의 구조나 기능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는 최근 들어 점점 늘고 있다.

“미국 대법원은 2005년부터 18세 이하 청소년의 범죄에 대해 법정 최고형을 구형할 수 없도록 결정했습니다. 뇌가 덜 발달한 청소년에게 행위의 책임을 100%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거죠.”

도덕적 판단 같은 고등 인지기능을 수행하는 뇌 영역인 전두엽이 18∼20세가 돼야 완전히 성숙하기 때문이다.

임신했을 때 스트레스를 받은 어미에게서 태어난 동물의 새끼는 자라서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스트레스 때문에 기억을 담당하는 뇌 구조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사람도 비슷할 거라고 예상한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저소득층 산모들은 상대적으로 생존과 관련된 스트레스를 경험할 확률이 높아요. 복지정책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사교육이 시작되기 전부터 사회 구조적으로 뇌의 학습능력을 떨어뜨리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야죠.”

그는 앞으로 뇌 연구와 관련된 산업도 붐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인별 ‘뇌 활동지표’ 측정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 생겨날 겁니다. 뇌 영상을 분석해 영역별로 활동이 활발한지 더딘지를 수치화하는 거죠. 이를 응용하면 자녀가 예술이나 수학, 언어 등 어느 분야에 흥미나 적성이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어요. 과거 설문조사 방식의 적성검사나 지능검사와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겠죠.”

그러나 뇌 연구를 확대해석하는 건 금물. 예를 들어 성폭행범의 뇌와 유사한 구조를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성폭행을 저지를 거라고 예단해선 안 된다. 뇌 연구의 의미가 정확히 전달돼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뇌학회가 한국뇌연구협의회로 이름을 바꿔 올 상반에 공식 출범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뇌과학을 알리는 데 연구자들이 직접 나서려는 것이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창의력? 매일 50개씩 아이디어 적어보세요”

日 히구치 씨 고려대서 ‘아이디어 마라톤’ 강연

 

[동아일보]
“1984년부터 매일 일기를 쓰듯 아이디어를 공책에 적어 왔습니다. 요즘은 매일 50개 정도의 아이디어를 기록합니다.”

12일 오후 7시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인촌기념관 2층 회의실.

일본에서 ‘아이디어 마라톤’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화제를 모은 히구치 다케오(통口健夫·63) 아이디어 마라톤 연구소 이사가 강연석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아이디어 마라톤 발상법이란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중에 우수한 것들은 직접 실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려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이날 강연을 한 히구치 이사는 일본의 미쓰이물산에서 20년 이상 해외영업을 담당한 ‘종합상사맨’이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으면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새 아이디어를 내려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디어 마라톤 발상법을 터득하게 됐습니다.”

그는 “브레인스토밍은 갑자기 아이디어를 짜내지만 아이디어 마라톤은 꾸준히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기록하는 것”이라며 “아이디어 마라톤이 몸에 익으면 회의 때 ‘아이디어 있어?’라는 한마디에 곧바로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는 자신이 메모한 공책을 꺼내 참석자들에게 보여줬다. 왼쪽에 아이디어 일련번호가 있었고 가운데에는 삽화와 함께 각종 아이디어들이 적혀 있었다. 우수한 아이디어 옆에는 호랑나비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12일 현재까지 그는 공책 361권에 29만8100개 아이디어를 적었다고 한다.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출판한 서적도 48권. 연간 서너 권씩 새 책을 쓴다. 일부 아이디어는 상품화되기도 했다.

히구치 이사를 초빙해 강의를 마련한 정창덕 고려대 컴퓨터정보학과 교수는 “창의성이야말로 한국의 경쟁력을 높여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특히 요즘처럼 세계적 불황일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회사를 살리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박형준 동아일보 기자 lovesong@donga.com

내 손안의 뉴스 동아 모바일 401 + 네이트, 매직n, ez-i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스로 학습하는 오감 인지 컴퓨터가 온다 13일 금요일에 과학터치, 인지정보처리기술 강연 2009년 03월 17일(화)

융합기술이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 중에서도 최첨단 융합기술중 하나인 인지정보처리 기술은 융합신산업 및 새로운 시장의 개척과 함께, 이를 통해 21세기 인간중심의 지식경제 사회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3일 대전 교육과학연구원에서 진행된 ‘금요일에 과학터치’ 강연에서 서울대학교 장병탁 교수는 ‘오감기반 인지컴퓨터와 나노바이오지능 기술’이라는 내용의 강연을 진행했다. 인간의 인지구조에 대한 이해에 바탕을 둔 인지컴퓨터와 인지정보처리 기술 등 다소 어려운 내용의 강연이었지만, 최신 융합기술의 흥미로운 만남은 많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 기존 컴퓨터가 주로 정확한 수치 계산이나 대용량 데이터 관리를 잘 수행하는데 반해 오감인지컴퓨터는 센서기반 지각(Perception) 능력과 연상 메모리 기반 사고(Thinking) 능력을 이용해 안정된 의사 결정(Decision Making)을 잘 수행할 수 있다. 


스스로 학습하는 오감 인지 컴퓨터

오감 인지 컴퓨터(Multisensory Cognitive Computers)는 다양한 센서를 통해 외부 환경과 연결돼 있는 신개념 컴퓨터로 인간의 감각과 인지 정보를 실시간에 처리할 수 있다. 기존 컴퓨터가 주로 정확한 수치 계산이나 대용량 데이터 관리를 잘 수행하는 데 반해 센서 기반 지각(Perception) 능력과 연상 메모리 기반 사고(Thinking) 능력을 이용해 안정된 의사 결정(Decision Making)을 잘 수행해 차세대 지능 컴퓨터(Next-Generation Intelligent Computer)라고 불리기도 한다.

놀라운 것은 기존의 컴퓨터가 프로그래밍을 통해 모든 세세한 작업 절차를 지시 받은 대로 수행하는 것과 달리 인지 컴퓨터는 경험으로부터 학습(Learning)하고,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 과정을 통해 변화하는 환경에 스스로 적응(Adaptation)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는 점이다.

나노 수준에서의 정보처리 기작 모방

▲ 최근 뇌인지과학, 시스템 신경과학 및 분자생물학의 발달로 인간의 뇌에서의 정보처리 기작과 원리가 나노 수준에서까지 밝혀지고 있다. 
나노바이오지능 기술은 바이오분자 네트워크(Biomolecular Networks) 수준에서의 정보처리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모사함으로써 지능적인 시스템을 개발하려는 새로운 시도이다. 최근 뇌인지과학, 시스템 신경과학 및 분자생물학의 발달로 인간의 뇌에서의 정보처리 기작과 원리가 시냅스(Synapse) 및 바이오분자(Biomolecules) 즉 나노 수준에서까지 밝혀지고 있다.

특히 뇌의 전기화학적인 정보처리(Electrochemical Information Processing) 특성에 기반한 학습과 기억(Learning and Memory) 능력을 모사함으로써 기존의 폰 노이만 컴퓨터 구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계산 모델(Unconventional Computation Models)을 창출할 수 있으며, 이는 특히 인간의 감각에 기반한 감성 및 인지 정보처리를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 교수는 두 가지 최신기술에 대해 설명한 후, 이 두 가지 연구의 융합에 대해 본격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최근 센서기술의 발달과 유비쿼터스 정보환경의 대두로 인간과 기계 간 상호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의 중요성이 더욱 커짐에 따라 다양한 감각이 융합된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장 교수는 “이와 함께 현재까지의 인공지능 기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 뇌의 생물학적 정보처리 기작과 원리에 기초한 새로운 방식의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점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인지정보처리기술은 로보틱스, 엔터테인먼트, 혼합현실 등의 많은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장 교수는 연구진과 함께 바이오시스템 분석을 위한 기계학습 연구(과기부 국가지정연구실 사업)와 바이오칩 개발을 위한 DNA 컴퓨팅 연구(산자부 차세대신기술 연구개발사업)를 수행해 오던 중, 이 두 가지 연구를 결합하는 DNA 분자기반의 새로운 기계 학습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이 기술이 인간의 연상기억과 인지정보 처리에 유용함도 발견했다.

장 교수는 “뇌에서의 기억과 학습도 신경전달물질과 같은 분자들의 반응에 의한 화학적인 정보처리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를 모사한 분자자기조립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계산 모델에 기반한 혁신적인 인지 정보처리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보틱스, 재활치료 등 많은 분야에 응용

미국과 유럽 및 일본 등의 기술 선진국에서는 이미 인지과학 연구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고, 최근 국내 기업체들에서도 오감 인지 정보처리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인지구조에 대한 이해에 바탕을 둔 인지컴퓨터의 개발은 기계의 지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인간-기계 간의 상호작용을 원활히 하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인지능력을 향상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장 교수는 “로보틱스, 엔터테인먼트, 혼합현실, 가전, 교육, 재활치료 등의 많은 분야에 적용되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한 기자 | chkim@kofac.or.kr

저작권자 2009.03.17 ⓒ ScienceTimes

창의적 사고 어디서 나오나 [동아일보 공동] 창의성이 국가경쟁력이다 ① 2009년 03월 16일(월)

한국과학창의재단은 동아일보와 공동으로 기획시리즈 ‘창의성이 국가경쟁력이다’를 마련했다. 총 6회의 이번 기획으로 창의적 인재양성의 중요성을 사회적 차원에서 환기시키고자 한다. 특히 국내외 초·중등학교 교실과 대학의 연구실, 기업조직에서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변화의 바람 등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註]

▲ 교육전문가들은 수학과 과학이 창의적 사고를 하기 위한 경고한 논리와 배경 지식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뇌 연구자들도 공간적 사고를 유발하는 수학과 과학이 창의력과 관련되는 광범위한 뇌 부위를 자극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많이 가르치는 것보다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창의성 발달을 좌우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동아사이언스

 

 

26, 27일 대전 유성구 봉명동 리베라호텔에서는 수학자와 생태학자들이 모이는 이색 세미나가 열린다. 주제는 한반도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의 예측 모델을 만드는 것.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 과학경쟁력이 높은 나라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과 곤충, 수리 모델 등 분야별 연구에서는 이미 한국을 앞서 있다. 일본만 해도 15년 전 수학과 생태학 등을 통합한 수리생태학이라는 창의적 개념을 도입했다.

경제위기 분석 등에도 활용

한국 학계는 선진국들의 연구를 넘어서는 방법을 ‘가상 생태계’라는 창조적인 모델에서 찾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개별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동식물· 기후· 사회· 환경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른 가상의 생태계를 만들어 통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

이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이상희 박사는 “다른 나라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가상 생태계를 만들어 복합적인 환경 변화를 파악하자는 데서 착안했다”며 “이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가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데 쓰고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창의성’이다. 수학을 포함해 과학과 인문사회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전체를 통합해 이해하면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해결책을 찾는 창의성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환경 분야를 비롯해 첨단제품 개발, 경제위기 분석 등 최근의 국가 현안은 수학이나 과학 지식을 아우르는 창의성 없이는 접근조차 하기 어려워졌다. 수학, 과학을 중심으로 한 창의성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른 것이다.

창의성은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져

미국 플로리다 주는 해마다 20억 달러에 이르는 흰개미 피해를 독창적 수학 모델을 사용해 해결했다. 최대 100m 깊이에서 생활하는 흰개미의 행동을 예측하기 위해 동물학과 화학, 지질학, 사회과학 등 기존 지식을 총동원해서 문제 해결 방안을 찾은 것. 한국 농촌진흥청도 수학 모델을 사용해 천적과 해충 간의 관계를 살핀 연구로 연간 수백억 원으로 추정되는 벼멸구 피해를 줄이고 있다.

비록 현재의 금융위기로 다소 빛이 바래긴 했지만 한때 세계 금융산업을 이끈 파생상품 역시 고도의 수학적 창의성이 만든 작품이다. 미국의 경제 중심 뉴욕의 월가에서 활동하는 수학자와 과학자는 한때 1천 명을 넘기도 했다. 이처럼 기존 연구를 긁어모은 듯한 창의적 연구는 경제와 국가 안보에 필수이다.

하지만 꼭 수학 과학 수준이 높다고 창의성이 잘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해 발표한 국제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과학경쟁력 5위, 수학 과학 성취도는 최상위권에 올라 있지만 정작 창의성에 기반을 둔 ‘혁신성’ ‘과학자와 엔지니어 경쟁력’은 30위권을 맴돌고 있다. 반면에 수학 과학 성적이 떨어지는 미국은 ‘혁신성’과 ‘연구자 경쟁력’ ‘과학 수학의 흥미도’ 등에서 한국을 훨씬 앞서 있다.

‘왜’를 가르치는 교육 필요

창의 교육 전문가들은 “이제는 수학 과학 지식을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관심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학 과학 수업의 비중을 늘리는 것도 의미 있지만 흥미를 잃지 않고 해당 지식이 왜 필요한지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다양한 지식을 융통성 있게 결합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만드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대표적 창의력 경진대회인 미국 조지아대의 ‘미래문제 해결 프로그램(FPSP)’도 올해 ‘뇌물수수와 약물복용, 부패로 얼룩진 올림픽의 미래상’ ‘사이버 전쟁에 맞서는 방법’ ‘날로 늘고 있는 우주쓰레기 해결 방안’ ‘서로 다른 의료체계를 갖춘 나라들이 함께 전염병을 막는 법’ 등 다양한 상상력이 필요한 질문들을 대거 출제했다.

영재교육 전문가 김명환 김연구소장은 “특정 과목에 치중하고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고 창의성이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며 “공교육도 지식 전달과 습득 위주의 낡은 교육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 kunta@donga.com

저작권자 2009.03.16 ⓒ ScienceTimes

왜 똑똑한 사람들이 멍청한 짓을 저질러 나와 타인의 삶을 파멸로 이끄는 걸까?
헛똑똑이의 모순을 심리학 최초로 밝히다!

11개의 독창적인 글을 통해 똑똑한 사람들이 멍청한 짓을 저지르는 이유를 낱낱이 파헤친다. 학습이론, 만족지연능력, 암묵지식, 성격특성이론, 마음집중과 마음분산, 자지조직화된 임계성, 경영이론, 합리성마비 등 각 장마다 저명한 저자의 독창적인 이론과 탁월한 분석이 펼쳐진다. 이 책을 쓴 15명의 저자들은 인지심리학과 응용심리학 분야에서 저명한 심리학자들로, 지능과 똑똑하고 멍청한 행동은 별개임을 주장한다. 이들은 역설적으로 똑똑한 사람이 너무 똑똑해서, 머리가 좋아서 멍청한 행동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3장에서는 지능을 고정되었다고 믿는 사람과 얼마든지 개발이 가능한 유연한 것이라고 믿는 사람에 대한 연구가 나온다. 지능이 고정되었다고 믿는 사람은 늘 똑똑해 보이는 데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쉬운 일만 찾는데 반해, 지능이 유연하다고 믿는 사람은 도전적인 일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즐거움을 얻는 사람으로, 천재들 역시 이러한 사람들이다. 저자는 진정으로 똑똑하다는 것은 바로 ‘자기계발’과 ‘자기발견’의 과정 속에서 얻어진다는 평범하지만 잊기 쉬운 진리를 주장한다.‘최초’의 헛똑똑이 심리학,
나와 우리 안에 숨은 어리석음의 정체를 밝히다!

정말 똑똑한 사람도 멍청한 짓을 할까?

정답은 ‘한다’이다. 평생을 요정과 심령에 빠져 살았던 명탐정 셜록 홈즈의 작가 코난 도일이 그랬고, 섹스 스캔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스타일을 구겼던 미국의 제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이 그랬다. 또 필트다운맨(Piltdown man)이라는 가짜 인류를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라며 40여 년 동안 숭배했던 영국의 고고학자들이 그랬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들은 멍청한 짓을 한 걸까?

헛똑똑이의 모순을 심리학 최초로 밝히다!
이 책은 똑똑한 사람들이 멍청한 짓을 저지르는 이유를 11개의 독창적인 글을 통해 밝힌다. 그 동안 우리가 타인에게 혹은 우리 자신에게 ‘이런 멍청한!’, ‘헛똑똑이 같으니라구!’ 정도로 질책하고 지나쳤던 일상의 모순을 다양한 이론과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파헤친다. 학습이론, 만족지연능력, 암묵지식, 성격특성이론, 마음집중과 마음분산, 자지조직화된 임계성, 경영이론, 합리성마비 등 각 장마다 저명한 저자의 독창적인 이론과 탁월한 분석이 펼쳐진다.

이 책에서는 동일한 사례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분석하기도 한다.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을 예로 들어 보면, 2장에서는 잘못된 학습과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것을, 4장에서는 개인의 만족을 타인과 외부 세계(국가)의 이해와 균형을 맞추지 못한 것을 이유로 설명한다. 그리고 5장에서는 당장의 만족을 지연시키지 못하고 순간의 유혹에 넘어간 것을 이유로 설명한다.

똑똑한 사람은 머리가 좋아서 멍청한 짓을 한다!
흥미롭게도 모든 장이 지능과 똑똑하고 멍청한 행동은 별개라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한다. 똑똑한 사람이 멍청한 행동을 하는 게 지능이 떨어져서, 머리가 나쁘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너무 똑똑해서, 머리가 좋아서 멍청한 행동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셜록 홈즈의 작가 코난 도일이 바로 그런 예이다. 도일이 홈즈에게 부여한 뛰어난 분석력과 논리력을 요정과 심령주의를 옹호하는 데 사용했기 때문이다.

저명한 심리학자 15명의 공동 성과물
이 책을 쓴 15명의 저자들은 모두 인지심리학과 응용심리학 분야에서 저명한 심리학자들이다. 이들은 심리학을 실용적?과학적으로 연구하여 일반인이나 경영자들의 능력을 개발하고 향상시키는 법을 알리고 학교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 중 이 책의 주제를 발의하고 저자를 모은 로버트 스턴버그는 미국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심리학자로서, 제임스 맥킨 캐텔 상, 신진연구자 상 등 저명한 심리학상을 두루 수상했다. 2003년 미국심리학회의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예일 대학 PACE 센터(능력 · 역량 · 전문성 센터)의 소장과 『컨템포러리 사이칼러지(Contemporary Psychology)』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그가 저술한 60여 권의 책 가운데 10여 권이 국내에 번역 · 소개되었다. 또 월터 미쉘은 한국 독자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마시멜로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마시멜로와 유아의 만족지연능력 연구한 유명한 심리학자다. 그리고 캐럴 드웩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마음집중(Mindfulness)』의 저자이다. 이들 외에도 스타노비치, 에이덕, 디어리, 에이먼, 몰도비아노 등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미국에서는 널리 알려진 심리학자들이다.

 

 


왜 똑똑한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는가?
이 책의 11개 글 중 몇몇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멍청함과 똑똑함에 대해 시사는 바가 크다. 특히 3장에서는 지능을 고정되었다고 믿는 사람과 얼마든지 개발이 가능한 유연한 것이라고 믿는 사람에 대한 연구가 나온다. 연구에 따르면, 지능이 고정되었다고 믿는 사람은 늘 똑똑해 보이는 데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쉬운 일만 찾는다. 또 이들은 노력이나 학습은 무능력자들만 한다는 생각에 빠져 노력을 싫어하고 학습기회를 회피하는 ‘자기불구화’의 길을 걷게 된다. 반면에 지능이 유연하다고 믿는 사람은 도전적인 일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즐거움을 얻는 사람으로, 천재들 역시 이러한 사람들이다. 저자는 진정으로 똑똑하다는 것은 바로 ‘자기계발’과 ‘자기발견’의 과정 속에서 얻어진다는 평범하지만 잊기 쉬운 진리를 주장한다.

교사와 학생의 '기막힌' 상호기만과 멍청함의 악순환
또한 6장에서 교사와 학생의 상호기만이 낳는 멍청함의 악순환이 나오는데, 이는 우리로 하여금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쓴 웃음을 짓게 만든다. 이 책의 내용을 따르면(혹은 우리의 학창시절 교실에서), “배에 양 17마리와 염소 16마리가 탔을 때, 선장의 나이는 몇 세입니까?”라는 교사의 질문에 학생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33세요!”라고 대답하고, 교사 역시 당연하다는 듯이 “?렸어!’라고 지적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실은 모두 각각의 각본에 따른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먼저 교사는 아이들이 틀리게 대답할 문제를 내서 틀린 답을 유도한 후, 틀린 답을 하면 얼씨구나 하고 ‘이 멍청이들!’이라고 말하겠다는 ‘각본’에 따른다. 그러면 학생들은 교사의 이 모든 각본을 다 알면서도 ‘문제가 이상해요!’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보다는 맞장구를 쳐 줘서 불필요한 혼란을 피한다. 학생들의 행동은 교사가 ‘멍청이’여서 자신들의 의도를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교사와 학생의 이런 상호기만을 통해 서로를 멍청이로 규정하는 과정은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을 우리 모두 경험해봤을 것이다. 저자는 마음집중을 통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인슈타인은 계산장애를 겪었다?
7장에서는 행복은 지능 순이나 성격 순이 아니라 상황에 대처하는 현명함이나 대응 방식에 있다고 말하며, 그렇지 못한 부적응 행동을 멍청한 행동으로 본다. 8장에서는 미국 사회의 사례를 통해 그 동안 장애인은 무성애자라는 고정관념과 같이 사회가 장애인을 멍청이로 낙인찍으며 가졌던 고정관념과 오류를 대중매체의 사례를 통해 낱낱이 밝힌다. 저자는 또한 장애인 우대정책에서 득을 보기 위해 장애인 척하는 일반인의 사례, 그리고 덧셈과 뺄셈에 서툴렀던 아인슈타인이 계산장애를 겪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통해 장애인과 일반인의 경계가 어디냐고 묻는다.

5장에서는 유아를 대상으로 마시멜로를 가지고 실험한 만족지연 실험이 나온다. 저자는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 갓 구운 피자를 앞에 둔 상황에서 참지 못하고 피자를 먹게 되는 것과 같이 만족을 지연하지 못하고 순간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이 멍청한 행동이라고 말한다. 9장에서는 자기 조직환된 임계성 현상을 바탕으로 충동, 태만, 우유부단함, 탐닉, 지나침 등 반복되는 어리석음의 메커니즘을 밝힌다. 10장에서는 똑똑한 관리자들이 현장이 아닌 책에서 배운 지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전문성이 지나쳐서, 혹은 호감가는 떠돌이, 분노를 품은 사람, 자아도취자와 같이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실패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마지막 11장에서는 헛똑똑이들의 똑똑함은 지능이 높은 것이고, 멍청함은 합리적이지 못한 것이라며, 지능과 합리성을 분리하여 모순을 해결한다.

 

《본보는 14∼21일 세계 뇌(腦)주간을 맞아 ‘뇌가 보는 세상’ 시리즈를 새로 연재합니다. 국내 뇌 전문가들이 뇌과학의 관점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분석해 드립니다.》

이른바 ‘두뇌 트레이닝’이 유행이다. 덧셈과 뺄셈, 곱셈 같은 간단한 계산을 반복해 뇌를 활성화시켜 기능 저하를 막는다는 것이다.

두뇌 트레이닝은 나이가 들수록 뇌기능이 떨어져 계산능력이나 기억력이 저하된다는 부정적인 전제를 깔고 있다. 이는 통념에 불과하다.

뇌는 계산능력이나 기억력 말고도 논리력 감성 창의력 등 여러 가지 능력을 갖고 있다. 물론 노인이 되면 새로운 정보를 받아 계산하거나 기억하는 능력은 좀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캐나다 토론토대 심리학과 린 헤서 교수는 이미 뇌 속에 담겨 있는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통합적인 추론을 하는 지혜와 이를 바탕으로 생기는 창의력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는다고 보고했다.

정보 전달을 담당하는 뇌세포는 태아 시절 대부분 만들어진다. 하지만 뇌의 특정 부위에서는 어른이 된 뒤에도 소량이지만 계속 뇌세포가 만들어져 학습과 기억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꼭 필요한 뇌세포끼리는 강하게 연결되고 불필요한 뇌세포 간의 연결은 점차 사라지면서 더 효율적인 뇌로 변해가기도 한다.

이런 연구 결과를 응용하면 나이에 맞춰 효과적인 두뇌개발이나 학습 방법을 만들 수 있다. 어린아이에게는 직관과 기억력 중심의 교육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청소년기를 넘어 성인으로 갈수록 사물과 현상을 자세히 분석하는 이해 위주의 교육이 적합할 것이다.

결국 선행학습이나 조기교육 등은 자칫 어린이의 뇌를 망치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는 과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단순한 사고와 동작을 반복하는 고스톱을 많이 한다고 해서 기억력 저하를 막을 수 있다는 근거도 없다.

나이에 따라 발달하는 뇌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해 발굴하는 게 현명한 두뇌개발 방법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단순 계산을 반복하며 시간을 낭비할 게 아니라 통찰력이나 논리력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등 창조적인 뇌 활동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실제로 저명한 문학작품 중에는 나이가 많은 대문호나 문필가의 작품이 적지 않다.

선웅 고려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인재는 나라를 이끄는 가장 큰 자산이자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다. 모든 나라가 경쟁력 있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창의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무엇보다 창의적 사회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고 사회와 기업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창의성이 국가경쟁력이다’ 기획을 통해 국내외 초·중등학교 교실과 대학의 연구실, 기업 조직에서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변화의 바람을 살펴본다.》

26, 27일 대전 유성구 봉명동 리베라호텔에서는 수학자와 생태학자들이 모이는 이색 세미나가 열린다. 주제는 한반도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의 예측 모델을 만드는 것.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 과학경쟁력이 높은 나라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과 곤충, 수리 모델 등 분야별 연구에서는 이미 한국을 앞서 있다. 일본만 해도 15년 전 수학과 생태학 등을 통합한 수리생태학이라는 창의적 개념을 도입했다.

○ 경제위기 분석 등에도 활용

한국 학계는 선진국들의 연구를 넘어서는 방법을 ‘가상 생태계’라는 창조적인 모델에서 찾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개별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동식물 기후 사회 환경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른 가상의 생태계를 만들어 통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

이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이상희 박사는 “다른 나라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가상 생태계를 만들어 복합적인 환경 변화를 파악하자는 데서 착안했다”며 “이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가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데 쓰고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창의성’이다. 수학을 포함해 과학과 인문사회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전체를 통합해 이해하면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해결책을 찾는 창의성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환경 분야를 비롯해 첨단제품 개발, 경제위기 분석 등 최근의 국가 현안은 수학이나 과학 지식을 아우르는 창의성 없이는 접근조차 하기 어려워졌다. 수학, 과학을 중심으로 한 창의성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른 것이다.

○ 창의성은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져

미국 플로리다 주는 해마다 20억 달러에 이르는 흰개미 피해를 독창적 수학 모델을 사용해 해결했다. 최대 100m 깊이에서 생활하는 흰개미의 행동을 예측하기 위해 동물학과 화학, 지질학, 사회과학 등 기존 지식을 총동원해서 문제 해결 방안을 찾은 것. 한국 농촌진흥청도 수학 모델을 사용해 천적과 해충 간의 관계를 살핀 연구로 연간 수백억 원으로 추정되는 벼멸구 피해를 줄이고 있다.

비록 현재의 금융위기로 다소 빛이 바래긴 했지만 한때 세계 금융산업을 이끈 파생상품 역시 고도의 수학적 창의성이 만든 작품이다. 미국의 경제 중심 뉴욕의 월가에서 활동하는 수학자와 과학자는 한때 1000명을 넘기도 했다. 이처럼 기존 연구를 긁어모은 듯한 창의적 연구는 경제와 국가 안보에 필수이다.

하지만 꼭 수학 과학 수준이 높다고 창의성이 잘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해 발표한 국제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과학경쟁력 5위, 수학 과학 성취도는 최상위권에 올라있지만 정작 창의성에 기반을 둔 ‘혁신성’ ‘과학자와 엔지니어 경쟁력’은 30위권을 맴돌고 있다. 반면에 수학 과학 성적이 떨어지는 미국은 ‘혁신성’과 ‘연구자 경쟁력’ ‘과학 수학의 흥미도’ 등에서 한국을 훨씬 앞서 있다.

○ ‘왜’를 가르치는 교육 필요

창의 교육 전문가들은 “이제는 수학 과학 지식을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관심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학 과학 수업의 비중을 늘리는 것도 의미 있지만 흥미를 잃지 않고 해당 지식이 왜 필요한지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다양한 지식을 융통성 있게 결합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만드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대표적 창의력 경진대회인 미국 조지아대의 ‘미래문제 해결 프로그램(FPSP)’도 올해 ‘뇌물수수와 약물복용, 부패로 얼룩진 올림픽의 미래상’ ‘사이버 전쟁에 맞서는 방법’ ‘날로 늘고 있는 우주쓰레기 해결 방안’ ‘서로 다른 의료체계를 갖춘 나라들이 함께 전염병을 막는 법’ 등 다양한 상상력이 필요한 질문들을 대거 출제했다.

영재교육 전문가 김명환 김연구소장은 “특정 과목에 치중하고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고 창의성이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며 “공교육도 지식 전달과 습득 위주의 낡은 교육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창의적 인재교육에 불을 지피다 창의성의 구루, 영국의 켄 로빈슨 경 ① 2009년 01월 01일(목)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사실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또 창의성은 수재만의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우리의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이러한 본성을 끄집어 내는 일이 바로 미래를 위한 인재교육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라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창의성의 구루(Guru of Creativity)’로 통하는 영국의 켄 로빈슨(Ken Robinson) 경이 21세기가 요구하는 창의성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그의 저서 <창의적인 능력을 키우려면 마음에서 벗어나라(Out of Our Minds: Learning to be Creative)>라는 책 서두에 잘 나타나 있다.

미래에 걸맞는 창의성 교육을 개발해야


그는 미래학자이자 로봇과 인공지능의 미래예측 전문가로 유명한 이안 피어슨(Ian Pearson)의 말을 책머리에 인용했다.

“By mid-century, computers will be linked directly into our nervous systems via nanotechnology, which is so small it could connect to every neuron in our brains. By about 2040, there will be a backup of our brains in a computer somewhere, so that when you die it won’t be a major career problem.

▲ 켄 로빈슨 경은 창의성 교육에 불을 지핀 창의성의 구루로 통한다. 
21세기 중반이 되면 컴퓨터는 나노기술을 통해 우리 인간의 신경계와 직접 연결이 될 것이다. 2040년경이 되면 컴퓨터에 우리의 뇌를 백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죽는다 해도 (머리 속의 지식은 보관될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는 없을 것이다.”

비록 다른 미래학자의 말을 인용했지만 이를 통해 창의성 교육의 전도사로 통하는 로빈슨 경이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들에게 무엇을 알려주려고 하는지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의 시대에 교육이 제대로 따라가지를 못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 기존의 교육체계로는 21세기에 걸맞는 창의적인 인재를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교육이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사실 그는 각종 저술이나 방송출연을 통해 “과학과 기술이 변하고 사회 또한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교육은 변화한 게 거의 없다”며 정체된 교육문화를 통렬하게 꼬집었다.

예를 들어 인간 두뇌만큼의 지능을 소유하고 있는 인공지능이 조만간 출현하는 데도 인간의 학교 교육은 5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나노와 생명공학이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교육은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현실을 강하고 비난하고 있는 학자다.

로빈슨 경의 톡톡 튀는 창의적 능력 개발은 바로 교육제도에 대한 도전에서 나온다. 다시 말해서 학교 교육이 처한 문제점에 대한 지적과 이를 고쳐나가는 노력과 과정이 창의성 교육 전문가 로빈슨 경이 갖고 있는 독특한 노하우라는 지적이 많다.

사실 ‘학교 교육이 창의성을 망치고 있다, Schools kill creativity.’라는 말은 언제 어디서나 그를 따라다니는 대표적인 그의 간판 브랜드다.

그는 현재 학교가 하지 않고 있는 교육을 부르짖는다. 지금의 학교 교육, 특히 어린이를 상대로 한 교육제도로는 이 시대에 절실히 필요한 창의성 개발에 부정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획일적 교육에서 창의성 나오지 않아

▲ 창의성은 비단 과학기술에만 국한된 분야가 아니다. 모든 분야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중요한 혁신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지금의 학교 교육이 창의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설명하는가? 바로 교육의 획일적인 시스템과 문화를 지적한다. 다양한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다양한 사고다. 따라서 다양한 사고를 인정하고 개발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창의성을 개발하는 지름길이라는 주장이다.

사실 그는 학생들을 위한 창의성 교육의 중요한 모티브로 드라마와 영화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런던대학(University of London)에서 받은 박사학위도 ‘드라마와 영화를 통한 창의성 교육’에 대한 것이었다.

그가 창의성 개발과 관련해 처음 펴낸 책도 바로 ‘드라마를 통한 교육(Learning from Drama)’이다. 교과서보다 드라마를 통한 교육이 어린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창의성 개발을 위해 그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녹아 있는 <마음에서…>는 상당한 감명을 불러일으켰다. 사람들은 이 책을 여성 환경운동가인 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Silent Spring)>과 비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침묵의 봄>이 당시 기적의 화학물질로 인정받고 있던 DDT를 무너뜨리고 미국의 쟁쟁한 기업을 물리쳐 환경운동의 시초가 된 것처럼, <마음에서…> 또한 창의성개발 운동에 불을 지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영재나 수재만의 능력이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영재나 수재만이 소유하는 능력이라고 그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소유하고 있으며 꼭 개발해야 할 중요한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이 있다. 이 혁신은 나중에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서 발휘할 혁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학교 교육에서 가르치고 배워야 할 덕목이라고 주장한다. 창의성이 있어야 회사나 직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로빈슨 경은 자주 이런 말로 강의를 시작한다. “왜 성인들은 대부분 자신이 창의성도 없고 똑똑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가? 어린이들은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왜 아이디어를 버리려고 하는가? 왜 어린이처럼 아이디어를 계속 만들어 내려고 하지 않는가? 왜 실패가 그렇게 두려운가? 돈이 들지 않는 아이디어도 많다. 그런데 왜?”

그리고는 다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질문을 던진다. “모든 사람이 다 창의적인가? 아니면 선택된 사람들만이 창의적인가? 창의성은 개발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떤 방식을 써서?”

고정 관념에서 탈피하라, 그래야 창의성이 생긴다!

그는 교육시스템이 바로 창의성을 망치고 있다고 비난한다. 일례로 사람들은 과거 학교나 대학 때에 일어난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꼬집는다.

▲ 인공지능시대가 목전에 왔다는 예측이 많다. 이에 걸맞는 인재교육 또한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진정한 능력이 무엇인지를 전혀 모른 채 학교 문을 나선다. 이러한 습관은 완전히 굳어져 버린다.

그래서 그는 큰 소리로 이렇게 외친다. “당신이 공부를 많이 했건 적게 했건, 어쨌든 다 좋다. 그러나 평생을 살아가면서 알아야 할 하나는 있다. 자신의 능력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무엇을 하면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을 미리 알고 그것에 매달리면 남들이 부러워할 창의성이 나온다!”

창의성의 전도사로 통하는 그는 창의성 개발에만 전념해 이 분야에서 커다란 업적을 이루었다는 공로로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 톡톡 튀는 그의 아이디어와 유머감각, 그리고 대단한 웅변술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도 남는다.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 그래야 창의적인 능력이 생긴다. 그리고 사소한 두려움에 흔들리지 말라. 그래야 창의적인 인재가 될 수 있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1.01 ⓒ ScienceTimes

“실수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라” 창의성의 구루 영국의 켄 로빈슨 경 ② 2009년 01월 06일(화)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 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또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 창의성은 지식이 아니라 상상력에서 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 상상력은 본능이다.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창의성의 구루’로 통하는 영국의 켄 로빈슨 경은 항상 “당신이 그렇게 강조하는 창의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때마다 그는 창의성을 이렇게 정의를 내리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아마 창의성 교육의 전도사인 그의 철학이기도 하다.

“Creativity is the process of having original ideas that have value. 창의성이란 가치가 있는 본래의 아이디어를 개발하려고 하는 과정이다.”

이처럼 그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창의성이 마음 속 깊이 잠재해 있다고 믿는다. 이렇게 숨어 있는 우리의 잠재력을 파내어 하나의 아이디어로 만드는 과정이 바로 창의성이라는 것이다. 창의성 교육이 지향해야 할 분야다.

그래서 그는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창의성이 아주 똑똑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있다고 믿지 않는다. 오히려 다방면에 두루 재주가 있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창의성을 개발해 내기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모든 사람들은 창의성이 본래 있지만 사회 여건이나 환경 때문에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수학을 잘 못하면 국어를 잘 할 수 있고, 또 둘 다 못하면 음악이나 예능 방면에라도 타고난 재주가 있다. 타고난 재주(natural talent)를 잘 살리는 것이 바로 창의성 교육이 해야 될 일이다.

미래의 모든 것은 교육에 달려 있다

켄 로빈슨 경은 창의성뿐만 아니라 혁신과 리더십 교육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꼽히는 학자다. 따지자면 창의성, 혁신, 리더십은 그 궤를 같이한다.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21세기가 요구하는 것이 창의성이라면 당연히 리더십 또한 갖춰야 할 덕목이다.

▲ 로빈슨 경은 항상 용기를 가져야 하며 실수를 인정할 준비를 하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로빈슨 경은 그 덕목을 교육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이든 사회든, 미래의 모든 것은 교육에 달려 있다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 그러한 소신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그가 주장하는 것은 학교 개혁이다.

교육혁신을 강하게 부르짖으며 교육제도를 강하게 비난한다. 학교교육이 사회변화를 앞서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니 적응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면서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데도 그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로빈슨 경은 지난해 영국의 퍼스널 라이프 미디어(Personal Life Media)라는 방송 토크 쇼에 출연해서 창의성, 혁신, 리더십 등과 관련해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왜 10년 앞만을 내다보는가?”

“교육은 나의 가장 커다란 관심사입니다. 교육이란 무엇보다도 인간이 타고난 선천적 능력을 개발하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러나 사실상 오늘날 교육은 그러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 못합니다. 여러 면에서 볼 때 교육은 개인의 능력개발과는 동떨어져(divorce) 있습니다.

딱딱하고 고정관념의 학교교육으로 인해 많은 훌륭한 아이들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버립니다. 확신하건대 제가 하는 말을 경청하는 사람들이라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장(死藏)됐던 경험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음악이나 예술을 하고 싶었는데 못하게 된 경우죠. 왜냐하면 이런 일을 하면 직장을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사람의 마음을 끄는 톡톡 튀는 이야기는 계속된다. “자, 지금부터 이것을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한 어린이가 금년에 초등학교를 처음 들어갔다면 아마 길게 잡아 70년 후면 은퇴할 겁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왜 10년 정도의 미래만을 보게 하는 걸까요? 저는 그게 하나의 고정된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습관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굳어지는 하나의 패턴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매일 같은 일만 하면 할수록 생각 또한 더욱 같은 생각을 하게 될 뿐입니다. 여기에 머물게 되면 새로운 창의성은 나오지 않습니다. 고정된 습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실수를 두려워하면 결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어

사실 로빈슨 경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 틀에 박힌 습관이며 버릇이다. 여기에 익숙해지면 창의성은 결코 나오지 않는다. 잘 길들여진 모방과 베끼기만 나올 뿐이다. 새롭게 기대할 만한 창의성은 결코 없다.

▲ 창의성은 사물이나 사고에 대한 지적 호기심에서 바롯된다. 상상력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그렇다. 
그러한 고정적인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는 항상 대담하고 용기 있는 행동을 하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왜 실수를 그렇게 두려워하는가? 그리고 길을 잘못 선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렇게 외친다. ‘If you’re not prepared to be wrong, you'll never come up with anything original. 잘못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마음 먹지 않는다면 창의적인 것을 결코 접할 수 없다.”

실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항상 두라는 내용이다. 그래야 창의성이 나온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용기를 가지라는 충고다.

“대학교수,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

대학 교수이기도 한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I like university professors, but you know, we shouldn't hold them up as the high-water mark of all human achievement. They’re just a form of life, another form of life.”

“나는 대학교수들을 좋아한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우리는 교수라는 직책이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위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들(교수들)의 직책은 삶의 하나의 형태, 즉 삶의 다른 형태일 뿐이다.”

로빈슨 경의 창의성 교육은 바로 이런 형태의 교육이다. 뛰어난 언변으로 사람들에게 감명을 준다. 그리고 그들에게 용기를 준다. 다시 그들을 변화시킨다. 그러면 용기를 갖게 되며, 따라서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애를 쓴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1.06 ⓒ ScienceTimes

 

 

 

 

살아남는 학생이 우수한 학생이다 SADI 교육은 이론, 실무를 결합한 융합교육 (중) 2009년 01월 07일(수)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 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또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한마디로 삼성디자인학교(SADI)에서의 교육은 우수한 사람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우수한 사람임’을 강조하는 독특한 학사관리 시스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른 학교와 비교, 철저하게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통해 뛰어난 학생을 배출하고, 이를 통해 한국의 디자인을 짊어질 우수한 인재들을 배출하자는 것이다.

▲ SADI의 PD학과 학생들. 영국 웨일즈 대학 카디프 연구원과 함께. 

때문에 SADI의 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혹독할 정도다. 다른 대학에서는 보통 1시간에 1학점을 산출하는데, SADI에서는 2시간을 1학점으로 산출한다. 타 대학에 비해 교육 강도가 2배 이상 높은 셈이다.

학생들은 또 4년 교육과정을 3년에 완료해야 한다. 1학년에는 디자인 기초과정을, 2학년에는 전공별로 기초과정을, 3학년에는 전공별로 심화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 학생들은 다른 학교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강도의 교육과정을 3년 안에 끝내기 위해 방학 중에 개설된 과목들을 어김없이 수강해야 한다.

파슨스 디자인 스쿨 커리큘럼, 한국 상황에 적용

SADI의 커리큘럼은 디자인 전문가들의 고급 기술과 디자인 이론을 결합한 융합교육이다. 학교 설립 초창기 미국의 명문학교인 파슨스 디자인 스쿨(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의 커리큘럼을 거의 그대로 도입했다.

그러나 지금의 SADI 커리귤럼은 파슨스 스쿨과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적인 특성에 맞게 커리큘럼을 발전시켜온 결과 개설된 과목들은 미국 파슨스와는 매우 차별화된 내용을 선보이고 있다. 산학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SADI를 다니고 있는 240여 명의 학생들은 지난 2008년에 산학 프로젝트를 맡아 수행했다.

▲ 2008년 학생들이 제작한 PFiN 트렌드 일러스트. 
기초학과에서는 삼성전자 패턴디자인을,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에서는 크라운 베이커리 포장디자인 등 3건을, 패션디자인학과에서는 PFiN 트렌트 일러스트 등 3건을, 프로덕트디자인학과에서는 한국능률협회 상패디자인,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등 13건의 산학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SADI 학생들의 튀는 아이디어가 산업체 등에 직접 적용돼 생산성을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교수들 역시 대부분 실무 경력을 갖추고 있는 현장 스타일이다. 학교 측은 실무중심 교육 방침에 따라 전임교수의 경우 3년이 넘는 현장경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겸임교수의 경우에도 석사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는 제도를 없애고 현업 전문가들을 초빙, 학생들에게 철저한 현장 교육을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논문형 교수보다 실무형 교수진 우대

해외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글로벌 전문가들을 초빙하는 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 석학 전문가 초청 워크숍을 연간 4회 정례화했으며, 일부 외국인 교수의 경우는 직접 초빙해 강의를 맡기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임교수 16명을 포함, 67명의 교수가 학급당 245명(학급당 20명)의 학생을 맡아 발표와 토론 중심의 크리틱 수업, 국제 워크숍과 세미나 수업, 다양한 산학프로젝트와 현장학습, 학생들이 기업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하계 인턴십 등 현장 중심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일본 디자인 전무가 후쿠다 씨의 경험가치 디자인 강연. 
SADI의 교육목표는 교수 1인당 10명 정도의 소수정예 교육을 통해 3년간 학생 한 명을 완성된 디자인 영재로 키워내겠다는 것. 때문에 SADI는 교수에게도 철저한 수업평가를 하고 있다. 학생들의 강의평가 결과를 토대로 2년 연속 70점(100점 만점) 미만의 교수는 학과장 면담 후 강의 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논문실적을 중시하는 기존 대학과는 달리 교수 평가 시 논문 수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는 점도 특징 중의 하나다. 학교 특성을 감안, 연구보다는 교육성과, 실무 전수 등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 이로 인해 실무능력을 갖춘 교수가 우대를 받고 있는 분위기다.

이처럼 철저한 교수 관리는 곧 철저한 학사관리로 이어진다. 수업을 빠지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다. 학생들은 정규 수업 중에 교수와 함께 주로 토론과 작품평가에 주력하고, 대부분의 과제를 방과 후에 집에서 완성해 와야 하는데, 이로 인해 학생들은 방학도 없는 연중무휴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자체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의 77%가 하루 수면시간이 5시간 미만이라고 응답했으며, 38%가 과제나 크리틱 때문에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80%가 일주일 중 하루 이상 밤을 새웠다고 응답했다. 졸업 시까지 학생들의 탈락률은 평균 34%, SADI의 교육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주고 있는 대목이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09.01.07 ⓒ ScienceTimes

창의성 발현, 그 뒤엔 리더십이 있다 창의성을 존중한 윌리엄 맥나이트 회장 2009년 01월 09일(금)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 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또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21세기 인간사회를 지배하는 키워드 중의 하나가 창의성이다. 창의성은 최고의 경쟁력으로 부상했으며 학교, 기업, 정부 등 모든 곳에서 창의성 발현에 목말라 한다.


학자들은 뛰어난 이론을 만들어내기 위해, 또 기업은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라이벌 기업을 누르기 위해 창의성을 갖고 싶어 한다. 그러나 창의성은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과연 어떤 것이 창의성인지 아직 이론적 규명조차 되어 있지 않다.

▲ 다양한 아이디어에서 나온 3M의 제품들 
그렇다면 우리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이 창의성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은 가끔 경쟁사회에서 승리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뛰어난 연구 결과물을 내놓는 사람 혹은 번뜩이는 창의성을 발휘해 경쟁자를 누르고 승리를 쟁취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성이론을 창시한 아인슈타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이들은 선천적으로 남들보다 뛰어난 창의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만이 이 세상을 바꾸어놓은 것은 결코 아니다. 창의성은 천재의 머릿속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며 평범한 사람들이 문제에 직면해 그 해결방법을 고민하는 데서 나오는 경우도 많다.

학자들에 따르면 창의성에도 단계와 수준이 있다고 한다. 창의성과 같은 비범한 능력을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사람은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일로 만들어 놓으며 위대한 업적을 남기지만 평범한 사람들도 간혹 작은 부분에서 창의성을 발휘, 이 사회를 풍요롭고 편리하게 바꿔놓는 일은 많다. 특히, 날로 치열해지는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이런 사실이 많이 발견된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성공한 기업 3M

그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의 아이디어 기업 3M이다. 3M은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발견되는 고민거리를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해결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이다.

현재 3M은 미국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 본부를 둔 다국적 기업이다. 1997년에 150억 7백만 달러의 매출과 순수익 1억 6천3백만 달러를 달성했고 전 세계 종업원 수는 7만5천636명, 총 제품 수가 6만여 가지에 이르는 초우량기업이 바로 3M이다.

▲ 3M 성공신화의 토대가 된 포스트 잇 
그러나 1902년 의사, 변호사, 정육점 상인, 철도 사업자 등의 5명이 출자해 ‘Minnesota Mining and Manufacturing Company’란 이름으로 출발할 때만 해도 3M의 모습은 지금과는 매우 달랐다. 최초의 사업은 강옥석을 채굴해 숫돌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일이었으나 강옥석의 품질이 좋지 않아 3M은 도산의 위기에 몰리게 된다.

이후 1904년 3M은 사업방침을 채광 사업으로부터 연마지 제조 및 판매로 바꾸었다. 이런 결정이 내려진 후, 자동차용 마스킹 테이프, 쓰리엠 아이트, 웨토드라이 등의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3M은 긴 불황의 늪을 벗어나게 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포스트잇(post-it)’ 등의 상품은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3M의 실제적인 성장을 견인했다. 포스트잇이라고 하면 3M이 떠오를 정도로 이 제품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럼에도 불구, 이 포스트잇의 개발은 매우 사소한 것에서 출발했다.

1970년대 3M에서 일하던 ‘스펜서 실버(Spencer Silver)’란 연구자가 강하게 붙지 않는 새로운 접착제를 개발했고 같은 직장에 일하는 ‘아트 프라이(Art Fry)’가 접착제를 종잇조각에 묻혀서 페이지 표시하는 용도로 쓴 것이 계기가 돼서 나온 것이다. 이후 3M은 수많은 아이디어 히트 상품을 내놓았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런 3M의 성공신화는 평범한 일반인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창의성은 존재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자신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소중히 여기고 공유할 수 있는 열린 분위기가 창의성 발현에 중요한 것이다. 3M이 이런 창의적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이다.

아울러, 이는 윌리엄 맥나이트(William McNight)와 같이 직원들의 창의성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알았던 CEO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맥나이트 회장은 부하 직원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활로를 열어주는 리더십을 발휘한 사람이다. 그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발굴을 위해서 조직원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아이디어 공유를 위해 환경 조성을 해준 CEO다.

윌리엄 맥나이트가 남긴 “아이디어를 죽이지 말라”는 경영 철학은 지금도 유명하다. 평범한 기업이었던 3M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그는 일반인들도 충분히 창의성을 키울 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이를 회사 경영에 적극, 도입했다. 3M은 이를 맥나이트 원칙(McNight Principles)이라고 불렀다.

창의성의 리더 ‘윌리엄 맥나이트’

1907년에 윌리엄 맥나이트란 청년이 20살의 나이로 3M사에 입사했다. 그의 첫 부서는 경리부였다. 비록 주급 10달러 50센트란 박봉이었지만 맥나이트는 입사 후 계속 승진가도를 달렸다. 그리고 결국 1929년에 사장을 거쳐서 1949년에 최고 경영자인 CEO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됐다.

CEO가 되면서 그의 진가는 더욱 빛난다. 평소에 겸손하고 수줍은 성격이란 소리를 듣는 맥나이트이었지만 반면에 그는 대단한 호기심과 추진력을 갖춘 사람이었고 그 자신이 창의적 인물이었다.

▲ 3M의 전 CEO 윌리엄 맥나이트 회장 
CEO에 오른 맥나이트는 직원들에게 최대한으로 간섭을 줄이고 자유로운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주었다. 후세의 경영 전문가들은 맥나이트의 아이디어 발굴에 대한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3M의 창의적 기업문화는 존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먼저, 그는 종업원들에게 자신들과 자기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했다. 직원들 스스로 셀프리더십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도록 만들었다. 이를 통해 맥나이트 회장은 직원들의 두뇌에 잠재하고 있는 무한한 창의성을 이끌어냈다. 그는 직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믿고 맡겼으며 타이트한 근무에서 해방시켜줌으로써 창의성을 발현토록 직장 내 분위기를 조성했다.

뿐만 아니라 맥나이트 회장은 실수를 범한 직원을 비판하고 옥죄는 기업문화는 창의성을 죽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실수도 인정해줌으로써 다음번에 다시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 성공을 쟁취하도록 유도했다. 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바로 3M의 기업문화인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가진 지식이나 아이디어의 도움을 받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그는 근로자들이 일하는 작업장까지 일일이 찾아가서 직접 상담했으며 거기서 드러난 사실은 3M의 공장에 직접적으로 확실하게 전달됐다. 이는 수많은 제품의 성공으로 나타났으며 이후 3M은 창의적 아이디어 발굴의 산실로 바뀌어갔다.

지금도 3M은 맥나이트 회장의 이런 경영철학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으며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제품 챔피언', '15% 규칙' 등 수많은 제도를 통해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표출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맥나이트 회장은 훌륭한 업적을 남긴 직원들의 포상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창의성을 발휘해 회사 발전에 기여한 직원 개인의 독창성과 업무 실적에 따라 보상을 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노력했고 아이디어를 짜내는 데 최선을 다했다.

창의성은 한 개인이 가진 뛰어난 능력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창시한 상대성이론이 아무리 위대할지라도 30명이 넘는 물리학자의 노력을 집대성해 만든 양자역학의 세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렇듯이 비록 평범하지만 여러 사람으로부터 발현된 작은 창의성이 모인다면 그것은 간혹 도산 기업을 세계적 초우량 기업으로 만들 수 있는 기적을 낳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우선, 개인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적극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그런 환경은 인간에 대한 믿음, 뛰어난 리더십, 세밀한 관찰력을 가진 리더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리더 스스로 창의성을 관찰할 수 있는 눈을 갖고 타인의 창의성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윌리엄 맥나이트 회장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조행만 기자 |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09.01.09 ⓒ ScienceTimes

현실부정, 고정관념을 깨다 도요타의 조직문화 속에 녹아 있는 창의성 (상)

2009년 01월 12일(월)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 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또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올해 3월 말로 예정된 2008년 회계 결산에서 도요타는 세계적 경제 위기에 따른 급격한 판매 부진과 엔화 강세에 따라 1천500억 엔이라는 첫 영업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7년 GE를 제치고 세계 1위로 등극한 도요타의 아성은 여전히 견고하며, 전 세계는 그동안 위기를 기회를 바꾸어온 도요타의 이번 위기 대처법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사실 창의성이라고 하면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과 같은 IT 업종이나 디자인 회사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정통적인 제조 산업의 부류에 속하는 도요타의 경우 업종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추구할 수 있는 그들의 경영철학에서 어떤 기업보다 훌륭한 창의성의 환경을 찾아볼 수 있다.

▲ 도요타 그룹의 창시자인 도요다 사키치 
먼저 도요타의 창의성을 이끌고 있는 기본은 현실부정 철학이다. 생산현장에 가보면 작업자 앞에 작업지침이 담겨져 있는 표준작업서가 있다. 그런데 도요타는 표준작업서의 작성일자가 2개월 이상 경과되었을 경우 무조건 바꾸게끔 한다. 사원들이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막고, 현실 부정에 익숙해지기 위한 노력의 한 예이다.

보통 어느 직종에서건 과거부터 쭉 해왔던 현재의 작업방식에 안주하는 습관이 있기 마련이다. 필요 없는 서류와 작업공정일 경우에도 줄곧 그 방식을 유지하는 이유를 캐보면, 전임자부터 쭉 그대로 해왔기 때문에 한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창의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오랜 관습으로부터 비롯된 고정관념이다. 오랜 관습이 비록 잘못된 것임을 알고도 개선하지 않는 것은 예전부터 해왔어도 특별히 문제가 없으므로 굳이 고생해 가며 고칠 필요가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독일 고전주의의 대표 작가이자 과학자이기도 했던 괴테는 “낡은 오류만큼 새로운 진리에 해로운 일이 없다”는 말을 남겼다.

도요타는 이런 고정관념과 오랜 관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원들에게 항상 오늘을 최악의 상황으로 인식시키려는 자극을 준다. ‘잘못이 있을 때 주저하지 말고 고치자’는 것이 도요타 현장 행동원칙의 기본이다.

비전문가의 문제 지적

따라서 도요타 사원들은 외부인의 지적을 진지하게 경청하여 자기 것으로 삼으려는 자세를 지니고 있다. 도요타 생산방식의 완성자로 알려진 오노 다이이치는 1960년대 중반 도요타 협력사의 핵심 멤버들이 혁신활동의 일환으로 도요타 공장을 방문했을 때 한 사람당 서너 개씩의 현장 문제점을 반드시 지적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실 그들은 도요타에 대해 배우러 온 입장이었는데, 뜻밖의 부탁을 받은 셈이다. 그런데 하도 간곡한 부탁이라 거절할 수 없어서, 그냥 본 대로 느낀 대로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문제점을 지적해 제출했다.

오노 다이이치는 그 지적 사항을 곧바로 현장 책임자들에게 건네주며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외부의 비전문가가 단 한번 현장을 방문하여 짚어낸 문제점은 사실 황당하거나 현장 상황에 맞지 않는 뜬구름 식의 내용일 가능성이 많다.

오노 다이이치는 바로 그런 점을 노린 역발상을 했다. 현장 상황을 잘 알고 익숙해지면, 지적하는 이도 그 상황에 동화되어 오히려 객관적인 시각이 차츰 흐려지게 된다. 또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내부인의 입장에서는 전혀 결함이 없어 보이는 문제도 외부인들이 보는 객관적 시각에서는 결함이 많을 수도 있다.

때문에 외부의 비전문가가 짧은 시간에 현장에서 느낀 문제점 속에 현장에서 일하는 사원들이 미처 생각지 못하거나 발견하지 못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오노 다이이치는 바로 그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그들의 모든 지적을 받아들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일에 숙달한 전문가와 그 현장에서 오래 일해 온 경험이 오히려 창의성을 가로막는 고정 관념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오노 다이이치는 알고 있었다.

기계가 결함을 발견하는 방직기 개발

도요타의 이런 현실부정 철학은 창업 정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도요타 그룹의 창시자인 도요타 사키치는 무려 100년 전에 방직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종축 실이 끊긴 채로 계속 기계가 움직이는 불량 현상을 보고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없앨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잠겼다.

▲ 도요타 최초의 자동차용 엔진을 탑재한 A1 승용차 
그 결과 그는 종축 실이 끊어지는 것을 작업자가 바로 옆에서 지켜보지 않아도 기계가 자동적으로 발견하고 알려주는 자동화 장치를 최초로 개발했다. 그 후 재벌 2세였던 도요타 기이치로는 1929년 G형 자동방직기의 특허권을 영국에 판 돈 10만 파운드를 밑천으로 삼아 부친의 방직기 제작소 구석에다 연구실을 차렸다.

미국와 유럽의 자동차가 일본을 누비는 것을 보고 자기 손으로 국산 차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꾼 것이다. 그때만 해도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백지 상태나 다름없던 때였다. 그러나 미제보다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꿈을 기이치로는 차곡차곡 실행에 옮겨갔다.

1934년 도요타 최초의 자동차용 엔진 시제품을 완성하고 그 다음해 그 엔진을 탑재한 승용차의 시제품을 완성했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1989년에 탄생한 도요타의 렉서스 브랜드는 정말 그의 꿈대로 현재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하는 차가 되었다.

문제점 발견이 창의성의 원천

현실을 부정하는 도요타의 행동철학 중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 바로 ‘5WHY 추구법’이다. 5WHY 추구법이란 문제의 원인을 '다섯 번의 왜'라는 연속된 의문을 쫓아가며 해결하는 방법이다.

▲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한 도요타의 렉서스 브랜드. 
보통 조직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문제점을 파고들어가 보면 본인 혹은 소속 부서의 영역 밖에 그 문제점의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대개는 자신의 능력 밖이라고 생각하며 문제 해결을 포기하거나 문제점을 그냥 덮어 버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도요타는 다섯 번의 왜라는 과정을 통해 그 문제점의 근본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낸다. 이러한 끈질긴 원인 추구로 도요타는 모든 오류의 원인을 발굴해 낸다.

흔히 조직원이 자신의 영역에서 문제점을 도출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대부분은 문제점을 드러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그 문제점을 감추고 피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보다 문제가 많다는 사고방식 자체가 새로운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훨씬 많이 얻을 수 있다. 문제가 있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지만, 직면한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지 않고 방치하는 행동은 오히려 더 큰 문제이다.

현실을 부정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문제점을 짚어내는 도요타의 행동철학이야말로 창의성을 발휘할 가장 좋은 환경인 셈이다.

이성규 기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09.01.12 ⓒ ScienceTimes

속달우편 비용 절감한 한 여사원의 제안 도요타의 조직문화 속에 녹아 있는 창의성 (중) 2009년 01월 13일(화)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 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또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도요타의 자동차 생산공장 조립라인에 가보면 컨베이어벨트 위로 지나는 차체에 문짝이 달려 있지 않은 광경을 볼 수 있다. 문짝은 차량의 내부 조립을 모두 마친 다음에 장착된다. 이를 두고 도요타는 ‘도어리스(doorless)’ 공법이라 한다. 차체에 문짝을 미리 달면 내부 조립작업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문에 흠집을 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공법을 도입한 것이다.

또 ‘왜건(wagon)’이라고 하는 부품 수레가 조립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모습도 특이하다. 부품을 실은 왜건이 그처럼 움직이는 까닭은 작업자의 보행거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각종 부품과 볼트ㆍ너트ㆍ나사 등이 담겨 있는 개인별 부품상자 옆에는 다른 자동차 생산공장에서는 볼 수 없는 파란색 의자가 놓여 있다. 이는 차량 내부에 부품을 장착할 때 작업자가 앉아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자이다.

도어리스 공법이나 왜건, 파란색 의자 등은 모두 도요타의 가이젠 활동의 결과로 얻어진 소산물들이다. 가이젠(改善) 활동이란 ‘지속적인 개선’을 뜻하는 용어로서, 대표적인 일본식 경영기법으로 평가받고 있는 제도다.

대표적인 일본식 경영기법, 가이젠

시대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채 현실에 안주한 경영 탓으로 도산 위기까지 내몰렸던 1950년, 도요타 에이지는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포드자동차 공장을 방문했다. 그는 도요타자동차 창업자인 도요타 기이치로의 사촌동생으로서, 당시 자동차 생산을 담당하고 있었다.

▲ 도요타 자동차의 창업자인 도요타 기이치로 동상 
그 무렵 세계 산업계를 지배하던 포드사의 생산방식을 직접 보고 배우기 위해 그곳까지 간 에이지는 견학을 마친 다음 ‘여기서는 배울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다음해인 1951년 도요타는 현장 작업자 개인의 창의성과 적극성을 중시하는 독자적 경영방식을 추구하면서 ‘창의연구 제안제도’를 마련했다. 이로부터 비롯된 것이 바로 ‘가이젠’이다.

도요타 직원 한 사람당 1년에 제출하는 개선안은 약 10건. 즉, 한 달에 하나 정도의 개선안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7만명에 달하는 직원 전체의 개선안을 모으면 1년에 약 70만 건이나 된다. 이 70만건의 아이디어가 매년 도요타를 새롭게 진화시키고 있다.

제안된 아이디어가 실제 적용될 경우 500엔~20만엔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그러나 20만엔을 받는 경우는 극소수이고, 적용된 아이디어에 지급되는 포상금은 대부분 500엔 정도이다. 그런데도 도요타 직원들은 왜 그처럼 지속적으로 개선안을 내놓는 것일까.

도요타 총무과의 한 여직원은 어느 날 두 개의 우편물을 받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개 모두 동일한 발송지에서 같은 날 보낸 우편물이었는데, 하나는 속달우편으로 보냈고 다른 하나는 보통우편이었기 때문이다.

여직원은 그 사실을 즉시 상사에게 보고했다. 가까운 지역에서 보낼 경우 속달우편과 보통우편의 배달시간에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그 후 총무과는 가까운 지역에 보내는 우편물을 모두 보통우편으로 보냄으로써 속달우편 발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제안도 놓치지 않고 개선안으로 내놓게 하는 힘이 바로 가이센의 저력이다. 아무리 사소한 개선안이라 할지라도 상사가 가볍게 여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주고, 또 그 개선안이 업무에 적용되는 것을 보며 직원들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그 만족감은 작은 포상금에 연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개선안을 내놓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개선은 업무와 별개가 아니다

흔히들 업무에 대한 개선안을 내놓으라고 하면 바쁜 업무 때문에 개선안을 낼 시간이 없다고 투덜거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도요타의 사례를 볼 경우 그것은 변명에 불과하게 된다. 왜냐하면 도요타 직원들이 내놓는 개선안은 모두 개인의 업무와 관련된 사소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즉, 개선은 본인 업무와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업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노하우와 아이디어인 셈이다. 이는 도요타의 개선 아이디어가 창출되고 윗선으로 전달되는 과정을 추적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어떤 현장 작업자가 작업을 하다가 낭비 요소라고 생각되는 점이 눈에 띄면 그 사안을 머리에 새겨놓는다. 하루 일과가 끝난 후 그 작업자는 마련된 쪽지에 자기가 체크한 낭비 요소와 그에 대한 개선 아이디어를 간단하게 적은 다음 개선시트 보관소에 넣고 퇴근한다.

이처럼 작업자가 퇴근하면서 내놓은 개선안은 현장감독자가 검토하여 자기가 해결해줄 수 있는 사항과 타 부서에 넘길 사항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출근한 작업자는 자기가 어제 퇴근하면서 제출한 개선안대로 작업장 한켠에 마련된 보조용 도구를 발견한다.

▲ 도요타의 가이젠 활동은 현장에서 얻는 사소한 아이디어로부터 비롯된다 
전날 현장감독자가 직접 만든 그 보조용 도구는 작업자가 내놓은 낭비 요소를 줄일 수 있는 도구이다. 그 후 현장감독자는 작업자가 제출했던 개선안을 제안위원회에 올린다. 이렇게 볼 때 작업자가 개선안 제출을 위해 소비한 시간은 개선 쪽지를 적는 5분 정도에 불과하다.

도요타의 가이젠은 신형 엔진의 제조원가를 대폭 낮추는 획기적인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본사에서 개발한 새로운 알루미늄 주조기술을 활용해 가벼우면서 강도가 센 엔진을 만들자는 개선안을 미국 자회사에 제안했다.

알루미늄 엔진용 블록 등의 부품을 만드는 미국 자회사에서는 처음엔 그 안에 대해 진심으로 제안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도요타는 본사 연구 인력 300명을 활용해 미국 자회사를 지원, 결국 기존 엔진에 비해 50%나 저렴한 신엔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도요타의 가이젠 활동은 창의력에서 실천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대개 창의성이라고 하면 반짝 떠오르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아이디어만 하루에도 몇 개씩 쏟아내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반짝하며 스치고 지나가 버리는 무용지물이 되기 싶다.

생각해내고 끄집어낸 사안을 즉시 실천에 옮기는 것만이 창의성을 가장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도요타의 가이젠을 보며 알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속담처럼 '창의성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석'인 것이다.

이성규 기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09.01.13 ⓒ ScienceTimes

 

T자형, 체험, 그리고 모르쇠 도요타의 조직문화 속에 녹아 있는 창의성 (하)

2009년 01월 14일(수)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 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또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등 여러 방면에 능통한 이를 팔방미인이라고 부른다. 옛날엔 ‘팔방미인’형의 인물이 인재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소품종 대량생산체제의 산업사회에서는 팔방미인형보다는 한 우물을 깊이 파는 전문가형인 I자형 인재가 떠올랐다.

한 가지 일에 정통하지 못하고 온갖 일에 조금씩 손을 대는 팔방미인형보다는 한 분야에 정통한 I자형 인재의 지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 도요타의 자동차전시관 
그런데 도요타에서는 'TOYOTA'의 ‘T’자를 따서 T자형 인재상을 내세웠다. 종적으로 한 분야를 깊이 아는 ‘ㅣ’에다 횡적으로 다른 분야까지 두루두루 기본적인 지식을 많이 가진 ‘ㅡ’를 합친 개념이 T자형 인재이다. 즉, 본연의 업무도 잘 하지만 타 부문의 업무에 대한 기본 이상의 지식을 갖추고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바뀐 현대 사회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도 한 가지 기능만으로는 부족하며, 개성과 창의성이 중시되는 다기능이 요구되고 있다. T자형 인재는 환경의 변화에 따라 여러 방면으로 자신의 능력을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다.

특히 앞으로는 서로 다른 기술이나 산업이 결합된 융합 신산업이 유망할 것으로 보여 T자형 인재가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 후에 관련된 기능을 습득하는 다기능 전략을 추구하여 한 생산라인에서 여러 제품을 생산하는 등 경쟁력을 높였다.

T자형 인재는 전체를 꿰뚫어보는 종합적인 사고능력을 가졌기에 어떤 임무가 주어져도 수행해낼 수 있다. 조직창의성 분야 전문가인 앤 커밍스가 말하는 ‘창의적 인간’도 결국 T자형 인재와 일맥상통한다.

T자형 인재의 창의성

도요타자동차 창업자인 도요타 기이치로는 사원들에게 기존의 지식과 경험에만 의존하지 말고 새로운 체험을 할 것을 독려했다. 여기서 ‘체험’이란 단어가 갖는 의미는 ‘경험’과 조금 다르다.

경험이란 자신이 실제로 해보거나 겪어봄으로써 그 상황을 이해하는 정도에 그칠 뿐이다. 그러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되살려 대응할 수 있는 행동력을 갖출 때 이를 ‘체험’이라 부른다.

따라서 도요타는 특정 부문에 몇 년 근무했는가 하는 근무경력보다는 얼마나 다양하고 치열한 체험을 했는가 하는 근무내용에 평가의 중점을 둔다.

도요타의 이 같은 체험은 다양한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켰다. 고객의 요구에 도요타가 얼마나 철저히 대응하는지 알 수 있는 하나의 예로, 미국에서의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실적을 들 수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 회사는 도요타와 혼다인데, 혼다는 기존의 차량보다 더 강한 추진력을 낼 수 있는 대형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보였다. 이에 비해 도요타는 기존의 중형차에 하이브리드 엔진을 도입하여 매우 경제적인 연비를 실현했다.

그 결과 두 차량의 경쟁에서 도요타는 혼다보다 10배 이상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유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고객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도요타 직원들은 정확하게 짚어낸 것이다.

▲ 도요타 본사 빌딩 
도요타는 기계설비들의 품종교체 준비시간을 10분 이내, 한 자릿수 내에서 교체하도록 하는 ‘싱글준비교체’를 추진했다. 이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로 품종교체를 하는 회사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의 핵심이다.

소비자가 자동차를 사기 위해 대리점을 방문해 약간 특이한 사양이나 컬러를 선택하면 영업사원들이 곤란을 표정을 짓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 컬러나 사양은 출고 시간이 오래 걸리니 다른 것을 고르도록 은근히 종용한다.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 차량을 우선 팔기 위함이고,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요타는 싱글준비교체 시스템으로 고객의 요구에 바로바로 대응할 수 있어 이런 구속에서 자유롭다.

나는 그것을 모릅니다

도요타 직원들이 가진 또 하나의 경쟁력은 모르는 것이 많다는 점이다. 도요타가 위치한 곳은 동경과 한참 떨어진 중부 내륙 지방이다. 따라서 도요타 직원들은 명문대 출신보다 지방의 평범한 인재들이 많다.

그들은 머리가 좋다고 뽐내기보다는 스스로 머리가 그다지 좋지 않다고 자인하는 편이다. 여기에 바로 새로운 관찰의 기회와 창의성이 발현되는 열쇠가 숨어 있다.

부서를 이끄는 팀장이나 관리자들은 업무에 있어서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아는 양 행동하기 일쑤다. 부서원들에게 자신의 무지를 내보이기 싫기 때문이다. 특히 엔지니어들에게 그런 성향이 더욱 강하게 나타나는데,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이 남보다 우월하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모든 것을 안다고 여기고, 자신의 것만이 최고라고 행동하면 현재의 나 자신 속에 계속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모른다고 인정하며 스펀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일 때 새로운 지혜와 관찰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새로운 것을 굳이 알려고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잘 안다고 착각할 경우, 그는 점점 뒤처질 수밖에 없다. 투입이 없으면 산출도 없다는 것은 진리다.

자, 이제 새로운 나를 만나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어 보자. 그리고 솔직히 말해 보자. ‘나는 그것을 모릅니다’라고….

이성규 기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09.01.14 ⓒ ScienceTimes

“창의성, 학문에 輕重을 두지 말라!” 창의성의 구루, 영국의 켄 로빈슨 경 ③ 2009년 01월 19일(월)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또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라는 시리즈 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모든 과학의 언어(language of all sciences)’라고 할 수 있는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논리적 능력이다.

만약 누구도 풀지 못한 문제의 해답을 구했다고 해도 그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문제의 본질적인 해답보다 하나의 추측에 지나지 않으며 결국 완전한 해결이라고 인정받을 수 없다.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나와”

▲ 아인슈타인은 과학자에게 상상력이야말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덕목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능력, 즉 논리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논리력이란 주장이나 의견을 논리정연하게 풀어나가는 힘을 뜻한다.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여기에서 바로 창의성이 나온다.

수학은 어렵기만 하고 특별한 재능을 지닌 사람들만의 학문이 아니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보편적인 언어다. 수학은 스스로가 자신의 호기심을 풀어가는 지적 창작활동이다.

그래서 창의성의 구루 켄 로빈슨 경은 이렇게 외친다. “주위의 사물과 현상에 호기심을 가져라. 그리고 의문을 가져라. 또한 탐구정신을 게을리하지 말라. 만약 그게 피곤하다고 생각된다면 당신은 어떠한 혁신도, 발전도 이룩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교육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해온 그는 영국의 한 방송(Personal Life Media)과의 인터뷰에서 왜 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자신의 철학을 이렇게 주장했다.

“교육은 선천적 능력을 개발하고 문화적 이해를 높이는 일”

“교육은 사람들이 의미와 목적이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게 하며 경제적 자립, 그리고 국가의 경제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또 중요한 것은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의 문화적인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어야 한다.”

다시 이어지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영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의 교육이 그렇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의 형태가 너무나 좁고 그리고 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나는 그게 상당히 걱정이 된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선천적 능력(natural abilities)을 개발하도록 도와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교육이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능력개발의 기회를 가로막고(divorce)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창의성 교육이란 바로 이러한 선천적 능력을 개발하는 일인데도 말이다…”

사실 로빈슨 경의 톡톡 튀며 대중을 사로잡는 웅변들은 대부분 여기에 모아져 있다. 창의성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능력들을 갖고 있다. 그 능력들을 막지 말고 끄집어내자는 것이다.

“학문의 융합을 위해 예술교육도 중요하다”

▲ 로빈슨 경은 교육개혁은 창의성 개발을 위한 교육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간단한 지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이 과연 그러한가? 사람들의 선천적 능력을 가로막는 일은 너무나 많다. 일차적으로는 부모가, 그리고 로빈슨 경의 지적처럼 학교교육 또한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의사, 대학교수, 고급 공무원을 권장하지, 예를 들어 예술활동이나 스포츠를 권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니 이런 매력 있는 일자리들 때문에 타고난 능력이 차라리 사장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빈슨 경은 암기식 교육(memorization)은 결코 창의적인 학습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소위 강요된 교육에서 창의성이 나올 수가 없다고 꼬집는다. 대신 예술(arts) 교육을 강화하라고 주문한다. 요즘 제기되고 있는 학문의 융합에 대한 필요성과 무관하지 않다.

(참고로 여기서 로빈슨 경이 말하는 예술이란 음악과 미술과 같은 장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철학, 문학, 역사 등 인문학적 소양을 포함한 과목이다.)

최근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상아탑이라고 할 수 있는 KAIST에 문화기술대학원이 설립됐다. 요는 과학기술에 인문학과 예술을 접목시켜 보려는 시도다. 상당히 혁신적인 시도로 과학계는 보고 있다.

KAIST에 인문학과 예술을 아우르는 문화기술대학원 설립돼

사실 과학기술과 인문학, 그리고 예술은 굳이 따로 구별할 바가 아니다.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철학과 과학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고대 그리스에서 과학과 철학은 하나였다. 음악 또한 마찬가지였다.

학문 간의 융합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다양성 때문이다. 접하는 현상과 환경이 다양해지고 있다. 따라서 연구분야도 다양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접하는 현상과 분야들이 서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다시 로빈슨 경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예술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해서 수학이나 과학을 소홀이 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수학과 과학은 그 자체만으로 창의성 개발에 엄청나게 중요하다. 그야말로 권장해야 할 과목들이다.

그러나 교육개혁이 수학과 과학에만 집중시킨다는 것은 고려해 볼 만한 일이다. 다시 말해서 수학과 과학에만 치중하려는 노력이 교육개혁의 기본이 돼서는 곤란하다. 수학, 그리고 과학과 함께 예술적 가치를 강조하는 그러한 교육개혁이 바람직하다.

편협한 교육제도 하에서 소외되고 버려진 과목들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주장은 사람들의 타고난 능력들이 다르듯이 교과과목에 큰 선을 긋고, ‘이것은 중요하고 저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경중(輕重)을 비교하는 것은 창의적인 인재양성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암기와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야 한다”

▲ 창의성은 인간이 타고난 능력이다. 따라서 강요된 암기와 주입식 교육환경 속에서는 꽃필 수가 없다. 
최근 뇌 연구가 새로운 학문으로 떠오르면서 별로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던 심리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순수 인문학으로 속해 있던 심리학은 뇌라는 생물학적 연구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학문이다.

이제 심리학은 과학기술, 다시 말해서 이공계 학문의 중요한 부분이다. 21세기의 과학혁명은 뇌 연구에서 나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뇌 연구야말로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 없이는 접근이 불가능한 분야다. 인문학의 과학적 응용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로빈슨 경의 주장이 그렇다. 학교교육이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부 중요한 몇몇 과목만을 중시하는 교육으로는 21세기에 걸맞는 창의적인 인재가 나올 수 없다.

“창의성은 인간 능력이 다양하다는 전제에서 나온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 그것이 바로 훌륭한 창의성교육이다. 그러한 교육에서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훌륭한 인재가 나온다는 것을 교육 지도자들이 알아야 한다!” (계속)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1.19 ⓒ ScienceTimes

 

‘안’과 ‘않’의 차이 오묘한 우리 글을 다루는 쾌감 2009년 01월 29일(목)

사이언스타임즈 기자들이 취재하며 접했던 생생한 이야기들을 리얼하게 풀어놓는 ‘과학사랑방’ 코너를 마련합니다. 기사에 담아내지 못했던 재미난 소식부터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까지 각 기자들의 별별 이야기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註]

과학사랑방 글을 다루는 것이 직업이다 보니 사전을 많이 뒤적거리게 된다. 최근 가장 큰 고민은 ‘안’과 ‘않’의 구분에 관한 것이다. <사이언스타임즈>도 여러 검증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안’과 ‘않’을 잘못 써 시쳇말로 ‘쪽팔리게’ 되는 일은 거의 없지만, 기사를 쓰면서 ‘안’과 ‘않’을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온라인 네트워크의 힘을 빌어 모 포털에 있는 ‘한국어 강사들의 모임’ 카페에서 그 기준을 알아볼 수 있었다. 자료에 의하면 ‘안’과 ‘않’을 구분하는 기준은

1. '안'은 '아니'라는 부사의 줄임말로 용언(동사/형용사) 앞에 쓰이면서 부정문을 만든다.
2. '않'은 '아니 하'의 줄임말로 동사나 형용사 뒤에 붙어서 부정문을 만든다.
3. 부사는 원래 띄어쓰기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안'은 항상 띄어 써야 하고 '않'은 어간이 독립적으로 쓰일 수 없으므로 뒤에 조사(어미)가 붙어 띄어 쓸 수 없다.
4. 보통 '않'은 '-지' 다음에 쓰인다고 하지만 원칙은 아니다.
5. '안'은 짧은 부정문에 '않'은 긴 부정문에 쓰인다.
6. '안'은 부정문을 만들 때 '않'은 문장의 긍정을 부정할 때 쓰인다.

등이다.

쉽게 생각하자면, '안'은 뺐을 때와 빼지 않았을 때 모두 말이 되고 '않'은 문장에서 빼버리면 말이 안된다. '않'은 혼자서 존재할 수 없다. '안'은 '아니'로 '않'은 '아니 하'로 풀어서 말이 되는지 보는 것도 좋은 구별법이다.

이밖에도 ‘되’와 ‘돼’, ‘웬’과 ‘왠’, ‘로서’와 ‘로써’의 올바른 사용법 등 당사자인 한국 사람도 어려워하는 한글의 용법은 엄청나게 많다. 한글을 유창하게 쓰는 외국인들이 존경스러울 지경이다.

띄어쓰기로 들어가면 더욱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된다. 수많은 띄어쓰기 문법이나 예외조항들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대한교과서주식회사에서 편찬한 ‘우리말 우리글 바로쓰기 사전-띄어쓰기 편람’ 책을 보면 편저자 대표들이 쓴 머리말에 이런 구절이 있다.

"‘붙여쓰기’를 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이것 또한 '구절양장이 물도곤 어려왜라.'라고 하는 옛 시조가 생각날 정도이다."

어렵고도 오묘한 한글의 세계

이렇게 어렵기만 할 뿐 아니라, 오묘하다는 점이 우리나라 말과 글을 다루면서 느끼는 점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옛 속담이나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라는 노래가사는 오묘한 한글의 세계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예를 들어 ‘담배가 떨어졌다’는 표현은 어떤가. 보통 떨어진다는 표현은 물체의 위치가 위에서 아래로 변할 때 쓰는 표현이지만 담배같이 특정 소비재화를 지칭할 때는 재고, 수량이 없다는 표현이 되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 ‘담배가 떨어졌다’는 표현을 할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무언가 전문 지식(혹은 정보)을 잘 포장하여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에게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임무라면, 이러한 한글의 오묘함은 가끔씩 편집자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1월 28일자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기획기사에서는 ‘창의성 개발’이냐 ‘창의성 계발’이냐를 두고 한동안 고민하기도 했다.

문법상으로는 어폐가 없지만, 어감상 고민하게 되는 일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따뜻한’과 ‘따듯한’이 그것이다. 동일한 의미이지만 느낌이 다르다. 기사가 문학 작품은 아니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른 한글의 특성상 이런 것들이 쌓이면 기사의 전체적인 무게나 방향, 느낌이 많이 다르게 된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한글의 세계를 다루는 것은 그 어려움과 긴장만큼이나 흥분되는 일이다. 쉼표의 위치 선정이나 말줄임표의 사용 등 사소한 부분에서 해당 문장의 호흡과 강약, 심지어는 뜻마저도 달라지는 것을 매일매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좋은 헤드라인을 뽑기 위해 벽 한쪽을 모두 시집으로 채워놓았다는 어떤 편집기자의 노력이나 사전을 통째로 외어버렸다는 문인들의 무용담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요즘이다.

김청한 기자 | chkim@kofac.or.kr

저작권자 2009.01.29 ⓒ ScienceTimes

"난 재주가 없지, 다만 창의력은 풍부해" 광고 기획가가 세운 미국 창의교육재단(CEF) ② 2009년 02월 04일(수)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또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라는 시리즈 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미국의 전설적인 광고 기획자 알렉스 오스본(Alex Osborn)은 수많은 광고를 성공시키면서 터득한 것이 바로 창의성이다. 그는 인간 내부에 잠재해 있는 창의성을 끄집어 내는 일이 바로 자기 계발의 중요한 수단이자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판단했다.

저널리스트는 적성 맞지 않아

▲ 오스본은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을 현실에 응용시키면 바로 훌륭한 창의성이 나온다고 믿는다. 그러한 내용을 저서로도 남겼다. 
그는 천성이 적극적이었다. 뉴욕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모리스고등학교(Morris High School)에서 풋볼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해밀턴 대학에서는 학보사 기자생활을 하면서 저널리즘 감각을 익혔다.

졸업 후 그는 버팔로(Buffalo)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버팔로타임즈와 버팔로익스프레스 등에서 일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에 대단히 기대를 걸었지만 언론인의 길을 포기했다. 적성이 별로 맞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후 그는 자동차 세일즈맨으로, 그리고 기업의 홍보담당으로 전전했지만 정착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평생직업으로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당시 막 움트기 시작한 광고업계라는 판단을 내렸다.

자본주의 꽃인 광고가 막 싹을 틔우던 초창기 시절인 만큼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는 광고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자신의 창의성을 무한히 계발하고 또 그 창의성을 남들에게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다.

광고 시장 초창기에 뛰어들어

세상에는 여러 가지 분야가 많다. 대부분 시작은 모방에서 시작된다. 다시 말해서 기술을 비롯해 각종 학문, 그리고 예술도 어떻게 보면 베끼기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광고는 특성상 베끼기가 거의 통하지 않는다.

광고세계에서 베끼기란 그야말로 훔치기(steal)이다. 차라리 광고를 만들지 않는 것이 낫지 만들었다가 망신 당하기 쉽다. 더구나 광고는 기업이 만들어 낸 제품의 얼굴이다. 베껴서 만든 광고라면 제품 역시 새로운 맛이 없는 진부한 이미지로 굳어져 버린다.

따라서 광고에서 모방이란 제품을 죽이는 일이 돼 버린다. 결국 광고는 창의성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업과 같은 광고주들로부터 광고를 의뢰 받은 광고 대행사(advertising agency)들은 그야말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창의성이 돋보이는 광고를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인다.

창의성은 획일적인 조직 시스템에서는 결코 나오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명령과 복종이라는 상하 관계가 엄격하게 구분돼 있는 조직 속에서는 나올 수가 없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창출된다.

“광고에서 모방과 베끼기는 곧 죽음을 뜻해”

지금도 그렇지만 20년 전만 해도 국내 대부분의 회사들은 유니폼을 강요했다. 심지어 남자의 경우 두발(頭髮)의 길이는 물론 수염까지 체크했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군대식 조직을 선호했다. 이러한 시스템을 효율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했다.

▲ 상상을 초월하는 광고는 부지기수다. 한 광고회사가 어린이 입에 커다란 구멍을 내 주유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광고는 기아에 허덕이는 어린이들을 지원 해야 한다는 주장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에서 예외를 두고 있던 회사들이 있었다. 바로 광고 대행사들이었다. 대행사 직원들은 다른 회사원들보다 자유스러웠다. 자유 복장이 허용됐으며 사장도 주말에는 청바지 차림으로 출근해 사원들과 서슴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창의성이 극도로 필요한 사회, 그곳은 과학기술계가 아니라 바로 광고 대행사였다. 이곳에서 필수 덕목은 남들과 잘 어울리는 사교성이 아니다. 그렇다고 외국어를 잘 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톡톡 튀는 카피(copy, 광고에 나오는 문구나 멘트)를 쓸 수 있는 재주와 그 카피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는 일이 바로 광고회사가 요구하는 창의성이다.

사실 광고 대행사가 새로 만든 광고로 기업 간의 경쟁을 반전시킨 경우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기업 간의 사활을 건 경쟁은 시장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시장에 앞서 이루어지는 곳이 있다. 바로 신문과 방송 등 매체에서 이루어지는 광고다.

기업 광고비, R&D 훨씬 앞질러

물론 제품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의 경우 기술개발 투자비용인 R&D보다 광고비가 훨씬 많다. 매출액의 7~15%를 광고비에 쓸 정도다. 이를 보면 광고가 얼마나 중요하며 또한 광고에 사활을 건 투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알 수 있다. 또 그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결정적 해법은 바로 창의성이다.

국내에서 1위를 차지하던 맥주회사가 그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은 다름 아닌 광고였다. 물론 수질오염으로 비난을 받았지만 그 시기를 이용해 다른 회사가 튀는 광고로 1위 자리를 뺏었다. 국내 맥주업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이는 화장품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던 회사가 그 위력을 잃고 다른 회사들과 서로 양분하게 된 것도 다 광고전략이 먹혀 들어갔기 때문이다.

광고에서의 성공은 거의 제품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그만큼 치열하다. 세상 사람들한테 자신의 실력을 인정 받으려는 예술가처럼 광고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광고업계에서 한창 유행하는 특정 경향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달려든다.

광고로 인해 기업의 제품 판매순위 오르내려

▲ 상상력은 창의력 개발의 기초가 된다. 상상력을 심어주는 일이 곧 창의성 계발이다. 
몇 년 전에 광고업계에서 동물들이 나오는 광고가 유행처럼 번졌다. 동물을 처음으로 등장시켰던 최초의 광고는 에너자이저 건전지 광고로 여기에는 토끼가 등장했다. 그 뒤 동물이 등장하는 광고가 연이어 나타났다. 코카콜라는 북극곰을 등장시켰고, 버드와이저는 개미, 개구리, 족제비, 비버를 등장시키더니 심지어 도마뱀까지 출연시켰다.

동물들이 광고에 등장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아니면 바람직하지 못한가? 마케팅과 관련된 모든 질문들이 그렇듯이 정답은 언제나 동일하다.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무엇을 광고하는가에 달려 있다.

물론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반드시 매출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 증가가 매출의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품에 목숨을 걸듯이 광고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바로 그렇다.

어떻게 보면 창의성은 과학기술계가 가장 필요로 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정작 필요했던 곳은 광고계였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계가 강하게 부르짖으면서 창의성을 들고 나온 것은 불과 10여 년에 불과하다.

BBDO를 세계 최대 광고회사로 만든 장본인

그러한 창의성의 중요성을 이미 간파하고 미국 창의교육재단(CEF; Creative Education Foundation)를 설립한 장본인이 바로 ‘브레인스토밍의 아버지’ 알렉스 오스본이다.

그는 세계적인 광고회사 BBDO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2007년 말 집계에 따르면 비록 총 매출액에서 매켄에릭슨에 1위 자리를 내주었지만 단연 세계 최대 광고회사다.

오스본은 1919년 연간 매출 100만 달러에 불과한 BBDO를 미국 대공황기(Great Depression) 와중에서도 1939년 2천만 달러로, 또한 2차 세계대전의 불황을 잘 극복해 1957년에는 2억700만 달러의 세계 최대 광고회사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동료들에게 늘 이런 말은 했다고 한다. “난 기업에는 재주가 없는 사람일세. 그리고 잘 알겠지만 저널리스트로도 별 재주가 없었던 것 같네. 그러나 내 마음 속에 깊이 숨겨져 있는 창의력을 끄집어내는 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거야. 그 ‘내’가 바로 현재 나일 뿐이네.” (계속)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2.04 ⓒ ScienceTimes

“상상력을 응용하라, 그러면 창의성이…” 광고 기획가가 세운 미국 창의교육재단(CEF, Creative Education Foundation) ③ 2009년 02월 06일(금)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또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라는 시리즈 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 영화계의 거장 스콜세지 감독은 헐리우드에서 가장 창의성이 풍부한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나는 내가 배웠던 모든 법칙을 깨뜨렸다고 생각한다. 뿐만이 아니다.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던 법칙들도 나는 다 깨뜨렸다”

영화계의 세계적인 거장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감독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해서 당신이 만든 그렇게 많은 영화들이 성공할 수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단적으로 대답한 이야기다.

배우로, 시나리오 작가로, 그리고 역사가이기도 한 스콜세지 감독이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Gangs of New York, 에비에이터(The Aviator), 예수의 마지막 유혹(The Last Temptation) 등 그 수를 세기가 힘들 정도다.

그가 택하는 소재는 평범하지가 않다. 그것이 바로 성공비결이다. 그래서 그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창의성이 돋보이는 감독”으로 평가 받는다. 고정관념을 깨면서부터 창의성이 생기고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것이 평소 그의 지론이다.

사람들은 성공한 모든 사람들의 행위에서 법칙을 찾기를 좋아하고 이러한 법칙을 따른다면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한다. 그래서 너도나도 그럴싸한 법칙과 성공의 지침들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거의 모든 분야에서의 그러한 법칙들은 단지 종래의 지혜들을 표현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고 이러한 전통의 사고 방식들을 단순히 따르는 것보다 정반대로 행동할 때 보다 큰 업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법칙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물리학은 아주 쉬운 학문이었다. 뉴턴의 고전물리학을 이해한다면 물리학은 다 마스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뉴턴의 고정불변의 물리학 이론은 1백 년이 채 안 되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무참히 깨졌다. 물리학은 결코 쉬운 학문이 아니었다.

다시 새로운 물리학인 양자물리학이 탄생했다. 사물의 이치와 자연과 우주의 비밀을 캐는 물리학의 궁극적인 해답은 너무나 갈 길이 멀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알아야 할 법칙은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법칙은 깨지기 위해 생겨난다”는 것이다. 성취감과 기쁨이 충만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우리에게 기존의 통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단자가 될 각오를 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며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맞서고 그 반대 방향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는 담력, 일종의 오만함 그리고 자신만의 목표에 대한 책임감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그것은 우리의 원대한 포부를 훌쩍 뛰어넘어 성공에 이르는 유일한 방법이다.

인간의 가장 고귀한 자산이라면 미지 세계에 대한 무한한 꿈이 담겨 있는 상상력이다. 그러나 그러한 상상력이 단순히 상상으로만 끝난다면 고귀한 자산이 될 수가 없다. 그 상상력을 현실에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창의성이다. 전설적인 광고의 귀재(鬼才) 알렉스 오스본의 주장이 바로 그렇다.

“상상력이란 우리 마음 속에 원초적으로 내재해 있는 중요한 보물이다. 그러나 내재해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상상력을 응용하면 엄청난 아이디어가 나온다. 대단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 상상력은 묻어서 내버려둘 것이 아니다. 응용해야 창의성이 생긴다. 
창의성 교육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상상력을 현실로 끄집어내는 교육이 돼야 한다. 상상력과 창의성은 조직적인 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획일적인 조직사회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상상력이 자랄 수 있는 토양, 바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나온다.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창의성 교육이 지향해야 할 일이다.”

광고기획자들은 창의성과 위대한 아이디어에 대해서 늘 논한다. 아니 그게 세 끼 밥 먹는 일만큼이나 일상적이다. 그러나 광고하고자 하는 상품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엄청난 정보를 지녔다 해도 광고문안(copy)에서 고객들이 그러한 정보를 발견할 수 없다면 정말로 중요한 핵심내용이 빠진 것이다.

광고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짤막한 광고문안에서 아주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줄도 안 되는 문안으로 소비자들을 설득시켜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광고문안 작성을 ‘피를 말리는 작업’이라고 늘 이야기한다.

그 작업에 가장 필요한 것이 창의성이다. 그래서 광고기획자들은 늘 창의성과 씨름한다. 그들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광고문구는 어떠한 문학작품보다, 또 어떠한 예술작품보다 위대하다는 긍지를 갖고 있다. 사실 광고문구가 우리 사회와 문화에 끼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광고, 피 말리는 창의성의 경쟁”

70년대, 80년대 유행했던 소위 광고음악 ‘시엠송’은 예술적 가치를 넘어 어떤 유명한 노래보다도, 어떤 위대한 문학작품보다도 우리 머릿속에 깊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 광고 기획자들은 피 말리는 창의성 경쟁에 뛰어든다. 창의성의 부재(不在)는 곧 경쟁에서 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광고의 죽음’으로 통한다. 물론 광고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창의성뿐만 아니라 고객들에게 믿음을 주는 신뢰성 또한 중요하다.

광고업계에서 대단한 명성을 지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광고 기획자)로 닛산(日産) 자동차의 텔레비전 광고제작을 책임 맡았던 리 클라우(Lee Clow)는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광고에 대해서 “기존의 한 분야에서 지켜지던 규칙들을 바꾸되, 그것도 영원히 바꾸는 광고”라고 정의를 내린 바 있다.

▲ 톡톡 튀는 창의성이 돋보이는 광고로 명성을 쌓은 리 클라우는 광고기획의 구루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그의 성공비결이다. 
다시 말해서 파격적인 광고가 바로 창의적인 광고라는 것이다. 광고에서 그의 뛰어난 창의성은 창의성을 일상적인 업(業)으로 삼는 광고인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예상을 깨고 자동차 광고에 인형을 등장시킨 닛산 자동차의 TV 광고는 ‘1996년에 가장 화제가 된 광고’로 선정됐다.

이에 앞서 클라우는 1984년 애플컴퓨터(Apple Computer)가 개발한 매킨토시를 소비자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론칭 광고( launching advertising)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 화제를 모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광고문구 “Think Different”가 바로 그의 작품이다.

현재 세계적인 다국적 광고회사 TBWA에서 수석 광고기획자(Chief Creative Officer)로 일하고 있는 그는 광고업계의 권위지인 ‘Advertising Age’로부터 ‘광고기술의 구루'(advertising’s art director guru)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렇게 유명한 ‘애플 캠페인’을 만들었던 클라우는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처럼 나이 들어서도 청바지를 즐겨 입으면서 자유롭게 일하고 멋대로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그야말로 주옥 같은 광고들을 쏟아내고 있다. 상상력과 창의성의 산물이다.

“상상력, 매장시키지 말고 응용하라!”

미국 창의교육재단(CEF)을 설립한 알렉스 오스본이 늘 주장하는 말은 간단하다. ‘응용된 상상력(Applied Imagination)’이다.

책으로도 내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응용된 상상력은 재단의 모토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상상력을 마음껏 응용하라, 그러면 기찬 창의성이 나온다! 결코 묻어두지만 말라!”는 이야기다.

오스본이 재단을 설립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가 바로 많은 사람들이 ‘응용된 상상력’에 공감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베스트셀러로 재미를 본 오스본은 그 돈으로 재단을 설립했다. 보람 있는 사업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계속)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2.06 ⓒ ScienceTimes

“창의성, 未知의 세계로 뛰어들어라!” 광고 기획자가 세운 미국 창의교육재단(CEF) ④ 2009년 02월 18일(수)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또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라는 시리즈 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 아인슈타인 박사는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해답이 나온다고 했다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과학에서 창의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언급을 많이 한 사람은 상대성이론의 아인슈타인이다.

학교 시절 그는 사실 어떠한 두각도 나타내지 못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에는 선생님으로부터 “학교에서 나가 주는 것이 열심히 공부하는 주위 동료들을 방해하지 않고 도와주는 일”이라는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다.

그렇다고 대학에서 그의 능력이 아주 나아진 것도 아니다. 대학 시절 그는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수학 점수가 나빠 늘 고민에 빠지곤 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과학이론이나 자연 현상을 좀 더 독특하고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려는 새로운 창의적인 노력의 산물이 바로 상대성이론이다. 그가 상대성이론을 발표했을 때 언론은 “뉴턴의 고전물리학을 완전히 못 쓰게 만들었다”는 헤드라인으로 그의 업적을 과학의 새로운 혁명이라며 물리학에서의 돌풍을 예고했다.

아인슈타인 스스로도 자신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하게 된 것이 머리가 결코 출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뇌 구조 또한 일반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판명 났다. 그러나 그의 독특한 사고, 창의적인 노력은 남달랐다.

그래서 이런 말을 남겼다. “You can never solve a problem on the level on which it was created. 문제가 발생된 그 수준에만 집착한다면 문제를 결코 풀 수 없다.” 문제를 풀려면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궁리해야 그 해답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도시를 벗어나 직관의 야생이 움트는 곳으로 가라”

그렇다고 창의성이 과학과 기술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분야에서 그렇다. 미국 문화 예술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유대인으로 손꼽히는 영화배우 출신이자 작가인 알란 알다(Alan Alda)는 창의성의 중요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The creative is the place where no one else has ever been. You have to leave the city of your comfort and go into the wilderness of your intuition. What you’ll discover will be wonderful. What you’ll discover is yourself.”

해석하자면 “창의성은 어느 누구도 가지 않았던 곳을 말한다. (창의성을 얻으려면) 위안을 누리고 있는 도시생활을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직관의 야생(野生)이 움트는 곳으로 들어가라. 당신이 발견할 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것들이다. 당신이 발견하게 될 것은 바로 당신 자신이다”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창의성의 중요성을 설파한 사람들은 과학자에서부터 예술가, 광고기획자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다. 그러나 알렉스 오스본은 창의성의 중요성을 그저 책이나 강의를 통해 끝낼 것이 아니라 단체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창의성 제고를 위한 노력에 뛰어들었다.

CPS는 오늘날까지도 창의적 문제해결의 텍스트

1954년 오스본이 설립한 창의교육재단(CEF, Creative Education Center)은 상상력 응용을 통한 창의성 개발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선두 주자로 인정 받고 있다. 그의 책 <상상력의 응용, Applied Imagination>을 현실적으로 응용해 보자는 것이 재단의 설립 취지이자 임무다.

▲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좀 더 새롭고 다른 각도로 접근하려는 노력 속에서 창의성이 나온다. 
이 재단이 설립된 지 이듬해인 1955년 오스본은 버팔로 대학에 창의성 개발 프로그램인 CPSI(Creativity Problem Solving Institute)의 설립을 후원했다. 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많은 업적을 남긴 학자가 바로 버팔로 대학의 시드니 판즈(Sydney Parnes) 교수다.

CPS(창의적 문제해결, Creative Problem Solving)는 그동안 여러 가지 검증절차들을 통과했다. 여러 연구와 학문적 비판을 견디어내, 문제해결을 위한 가장 강력한 접근법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이 방법은 아동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 수준과 여러 상이한 장면에서도 적용할 수 있어서 폭과 일반화의 검증도 통과하였다. 그리고 시간과 활용이라는 중요한 검증에도 살아남았다.

오스본이 출판을 통해 개척한 이래 거의 50년 동안 CPS는 실천적 적용을 위한 구성 체제 가운데서 가장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CPS는 오래됐고 아주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어 지금쯤은 너무나 경직되어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5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오스본이 제시한 CPS 프로그램은 창의성 개발과 문제해결에서 하나의 텍스트로 통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적인 창의성 개발 교육의 메카

CEF가 점차 호응을 얻고 활기를 띠기 시작하자 CEF는 다시 창의적 사고 운동(creative thinking movement)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캘빈 테일러(Calvin Taylor), 제이피 길포드(J.P. Guilford), 폴 토렌스, 그리고 도날드 맥키논(Mackinnon) 등 창의성과 자기계발에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동참했다.

1962년 판즈와 해롤드 하딩(Harold Harding) 교수는 정기 간행물 <창의적 사고, Creative Thinking> 발행을 시작으로 창의성 개발운동에 한층 박차를 가했다. 당시만 해도 창의력 향상을 위한 간행물로는 최초였다.

1962년 ‘전설적인 광고인’ 오스본이 사망하자 판즈 교수가 CEF를 이끌었다. CEF는 창의성 개발 과정을 버팔로 대학 대학원에 신설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국이 유럽이나 다른 지역에 앞서 창의성 개발 연구에서 앞서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었다.

CEF는 교육기관을 비롯해 창의성 개발을 필요로 하는 단체에 강의를 하고, 전문가를 파견하고, 또한 각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또한 창의성 저널 ‘Journal of Creative Behavior’, ‘Creativity in Action’과 같은 정기적인 뉴스레터를 발간하고 있다. 

창의성 개발에 주력해온 CEF는 이후 세계적인 창의성 개발 메카로 성장했다. 지난 2004년 재단 설립 50주년을 맞이한 CEF는 그동안 과학과 교육에 집중했던 창의성 개발을 이제 기업에도 접목시켜 비즈니스에서의 창의적 아이디어 창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창의적인 사람이란, "야만적이면서도 아주 많이 배운 사람"

▲ 프랭크 배런 교수는 창의성의 심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개발한 개척자로 평가 받고 있다. 
저널리스트로는 실패했지만 톡톡 튀는 광고로 자신의 창의적인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알렉스 오스본.

그는 자본주의의 대량소비를 조장하는 데 앞장섰던 광고기획자가 아니라 인간이 갖고 있는 소중한 자산, 우리의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창의성을 끄집어 내 성공을 창출시키는 데 개척자적 노력을 한 훌륭한 교육자로 추앙 받고 있다.

"The creative person is both more primitive and more cultivated, more destructive, a lot madder and a lot saner, than the average person.

창의적인 사람이란 보통 사람들보다 아주 야만적(멍청한)이면서도 아주 많이 배운 사람이다. 그리고 아주 파괴적인 사람이다. 또 아주 미쳤으면서도 아주 멀쩡한 사람이다.”

창의성의 심리학(psychology of creativity)의 개척자로 평가 받고 있는 미국의 프랑크 배런(Frank Barron) 교수가 남긴 말이다. 아인슈타인의 지적처럼 창의성 개발을 위해서는 ‘미지의 세계에 뛰어드는 일(a leap into the unknown)’이 필요하다. 일상적인 평범 속에서는 창의성이 피어나지 않는다. (계속)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2.18 ⓒ ScienceTimes

뉴욕 한복판에서 코카콜라 간판을 쏘다 창의 경영의 선구자, 리처드 브랜슨 회장 (2) 2009년 01월 16일(금)

▲ 기자 회견장에 우주복을 입고 나타난 리처드 브랜슨 회장. 통신, 금융, 항공 등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한 그는 세계 최초의 상용 우주선 사업에도 진출했다.  ⓒ연합뉴스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 노벨생리학상을 받은 괴짜 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 세계적 공학자이면서 유명 칼럼니스트인 헨리 페트로스키(Henry Petroski). 이 세 명의 공통점은 ‘재미’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파인만의 경우 구내식당에서 날아가는 접시의 움직임에 흥미를 느껴 접시 움직임에 대한 방정식을 만들었고, 이것이 그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안겨주었다. 플레밍은 “나는 미생물을 가지고 논다네. 어느 정도 이 놀이에 익숙해지고 나서, 그 규칙을 깨뜨려 보면 다른 사람들은 생각조차 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알아낼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헨리 페트로스키는 “나의 전문성은 모두 어릴 적 탁상시계와 손목시계를 분해해 보고, 그냥 재미로 했던 일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옛말을 굳이 꺼내들지 않더라도, 즐거움에서 나온 창의성은 21세기 지식정보사회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버진그룹은 즐거움을 파는 회사”

남다른 도전정신과 창의력으로 무장한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 버진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은 한마디로 ‘즐거움’이다. 항공, 통신, 금융, 철도에서부터 우주항공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계열사를 자랑하는 버진그룹을 브랜슨 회장은 이렇게 정의한다. “재미를 새로운 가치로 만드는 회사”라고. 그의 도전정신과 창의력 뒤에는 Fun 경영이 밑바탕이 돼 있는 것이다.

재미를 새로운 가치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직원을 신나게 만들어야 하고, 직원의 보람과 즐거움을 위해선 사회적 기여가 필요하다는 것이 브랜슨 회장의 철학이다. 그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회사일수록 직원들은 자부심을 느끼며 회사 브랜드와 가치에 직원들이 공감할 때 기업 경쟁력은 높아진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그는 환경 문제나 자선활동, 교육 등과 관련해 버진그룹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에 적극적이다. '버진 유나이트'를 설립해 자선 활동 및 아이들 교육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기업가정신 학교'를 설립했다.

얼마 전에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장치를 개발하는 사람에게 2천500만달러를 포상금으로 내놓는가 하면,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재산의 절반인 30억달러를 향후 10년 이내에 내놓겠다고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물론 이를 두고 '브랜드 마케팅'의 일환이라며 비난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 또한 일반인들은 상상하지 못하는 창의적 발상임에는 틀림없다.

“바보가 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줘라.”

어릴 적 한 항공사 사람에게 들은 이 충고가 지금 버진이라는 대그룹을 이끌어가고 있는 원동력이다. 버진콜라를 출시하면서 미국의 상징인 코카콜라를 제압하겠다며 뉴욕에 탱크를 타고 들어가 코카콜라 간판에 대포를 쏘고, 목숨을 걸면서까지 열기구 세계일주에 나선 것은 창의성과 함께 ‘즐거움이 우선’이라는 철학을 가진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밖에도 웨딩 서비스 업체인 ‘버진 브라이드’를 홍보하기 위해 웨딩드레스를 입고, 걸프전 때는 바그다드로 인질 구조 비행을 감행하는 등 그의 기행은 끝이 없다. 그런 그에게는 숙명처럼 ‘괴짜 CEO’, ‘이미지의 마법사’, ‘히피 자본가’, ‘미다스의 손’ 등 수많은 별명이 따라다닌다.

오늘날 200여 개가 넘는 계열사를 확보한 버진그룹의 성장도 브랜슨 회장의 ‘즐거움’ 경영에서 비롯된 것이다. 브랜슨 회장은 “버진그룹은 ‘즐거운 삶’이라는 가치를 파는 회사입니다. 지금도 전 세계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고 우리에게 접근해오고 있죠” 라고 말한다. 버진 그룹은 막강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기업을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항상 적은 자본으로 대기업이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시장의 틈새를 노려 사업을 확장해왔다.

▲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젊은이들에게 '더 크게 상상하라'고 강조한다. 
브랜슨 회장의 독특한 경영 철학은 버진 그룹 특유의 다양한 사업 확장에서도 드러난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회사를 인수하는 일반적인 사업 다각화 방식은 그에게는 다른 얘기다.

창의성과 즐거움의 상징이 된 버진이란 브랜드의 사용권을 주고 경영 전략을 수립해주는 대신 주식을 제공받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높은 브랜드 가치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버진그룹의 경영 전략은 전부 브랜슨 회장의 색다른 시도가 높인 즐거움, 창의성이라는 가치에서 비롯될 수 있었던 것이다.

브랜슨 회장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

그가 젊은이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더 크게 상상하라”는 것이다. 브랜슨 회장은 “무엇이든 시도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목표하는 곳까지 다다를 수 없다”며 “바로 지금 첫발을 내딛어라, 수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한다.

작금의 경제위기와 학창시절부터의 계속된 경쟁으로 안정만을 추구하는 청소년들이 새겨들어야 할 문구다. 선천성 난독증과 고교 중퇴라는 어려움을 딛고 상상력과 도전 정신으로 굴지의 재벌 회장이 된 브랜슨 회장은 2008년 출간된 저서 「Dr. Yes!」에서 9가지 조언을 하기도 했다. 그의 조언은 다음과 같다.

1. Just Do It!
2. Have Fun!
3. Be Bold!
4. Challenge Yourself!
5. Stand on your Feet!
6. Live the Moment!
7. Value Family and Friends!
8. Have respect!
9. Do Some Good!

당장 시작하라, 즐겨라, 과감하게 도전하라 등 도전정신에 대한 강조뿐만이 아니라 존중하라, 좋은 일을 하라 등 삶의 자세에까지 논하고 있다. “용기를 내서 일단 해보자”가 좌우명인 브랜슨 회장은 “창조성과 상상력, 도전정신이 자신을 이끌어온 키워드”라고 말한다.

즐거움을 추구하고, 색다른 것을 상상하고, 도전하라는 것이 세계 경영계의 기인 브랜슨 회장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다. “나는 가슴이 이끄는 대로 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상상한 것을 실현한다. 내 꿈과 열정에 솔직한 것. 그것이 내 삶이고 경영이다”는 브랜슨 회장의 말은 어깨를 움츠린 이 땅의 청년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청한 기자 | chkim@kofac.or.kr

저작권자 2009.01.16 ⓒ ScienceTimes

천재의 생각을 따라 가면 창의성이 보여 창의적 해결 기법 트리즈의 창시자 알츠 슐러 2009년 01월 20일(화)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또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라는 시리즈 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우리는 비범한 사람들을 가리켜 천재라고 부른다. 그들은 뛰어난 창의력으로 새로운 이론이나 사물을 창조하면서 인류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천재들에 관심을 갖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창의성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관심이 너무 지나치다 보면 병리학자 토마스 하비 박사와 같은 사람도 생겨나게 마련이다. 그는 1955년 아인슈타인이 죽은 후, 유족 몰래 그의 뇌를 떼어내 잠적한다.

▲ 디스커버에 실린 아인슈타인의 뇌 사진 
그는 아인슈타인의 뇌를 연구해 천재성을 밝혀내려고 했지만 특별한 연구 성과 없이 그의 인생만 망치고 말았다. 하비와 같은 사람이 아인슈타인의 뇌에 욕심을 낸 이유는 그의 천재성에 대한 비밀을 혼자서 풀고 싶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하비가 아인슈타인의 뇌 연구를 통해 천재성 발현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었다면 그는 아인슈타인보다 더 위대한 과학자가 될 수도 있었다. 극소수의 천재들이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창의적 능력을 일반인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류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수도 있는 획기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의 해부학적 연구로 천재성을 밝혀낼 수는 없었다. 하비는 위대한 과학자는커녕 도둑놈 소리만 듣고 그의 인생을 망치고 말았다. 이후의 사람들도 해부학적 성과는 얻었지만 천재성 발현의 비밀까지 풀어내진 못했고,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을 뿐이다.

천재들이 갖고 있는 창의성은 그들의 뇌의 골짜기 깊숙한 곳에 영원한 비밀로 묻혀 있어야 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그렇지 않다.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창의성은 모든 인간 본성에 내재하는 기본적 특성”이라고 말했다. 즉, 천재와 범재의 차이는 천재들은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그들의 창의적 발상력을 마음껏 확장한 사람들이고, 범재들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그들의 사고영역을 한계 지어 생각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평범한 사람도 천재들의 사고 과정을 배우면 어느 정도 그들의 사고방식을 소유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천재들의 창의성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그 비밀이 서서히 풀리고 있다.

천재들의 사고 과정을 분석해보면 거기서 나타나는 일정한 패턴을 알게 되고 이를 모델화시켜서 우리는 천재들의 창의성을 어느 정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러시아 공학자 ‘겐리흐 알츠 슐러(Genrich S. Altshuller)가 창시한 ‘트리즈(TRIZ)’는 바로 그런 물음과 대답에서 만들어진 이론이다.

트리즈의 창시자 알츠 슐러 박사

알츠 슐러도 매슬로우 박사와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창의성은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며 누구나 노력하면 창의성을 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천재들의 창의적 사고과정을 연구했다. 지금까지 위대한 업적을 이뤄낸 천재들의 사고 과정을 정리해 그들에게서 나타나는 일정한 패턴을 파악, ‘트리즈(TRIZ : Theory of Inventive Problem Thinking)’를 창시했다.

▲ 트리즈 이론을 만든 겐리흐 알츠 슐러 박사 
트리즈를 창시한 알츠 슐러는 그 자신이 천재적인 발명가였다. 1926년에 구소련에서 태어난 그는 14세 때부터 발명을 시작, 16세에 첫 특허를 받았으며 구소비에트 연방 발명대회에서 두 번 연속 그랑프리 대상을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2차세계대전 후인 1946년에 그는 해군에 입대했다. 해군 특허사무국에서 엔지니어들의 특허 심사를 맡게 된 그는 당시에 구소련 해군이 보유하고 있던 선박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수많은 기술적 문제와 접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뛰어난 창의력을 갖고 있던 알츠 슐러는 모순을 해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원리를 생각하게 된다.

이후 그는 50여 년 동안 200만 건의 발명과 특허들을 일일이 조사, 창의적인 특허 4만 건을 추출, 트리즈(TRIZ)의 원리를 창시하게 된다. 그는 “창의성은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발전될 수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평범한 사람도 세상을 바꿀 창조적 리더로 훈련시킬 수 있는 창의적인 기법 트리즈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는 스탈린에게 ‘소비에트 연방의 창의력 향상을 위한 제언’이라는 편지를 썼다가 KGB에게 끌려가 고문을 받고 25년형을 선고받아 수용되는 등 많은 고초를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츠 슐러 박사는 1964년에 드디어 트리즈를 발표하게 된다.

초창기 트리즈 기법은 16가지의 모순 요소와 31가지의 해결원리로 이뤄졌다. 이후 1971년에 39가지의 모순 요소와 40가지의 해결원리를 갖춘 형태로 바뀌었다. 트리즈가 발표되면서 오랫동안 구소련에서 비밀리에 연구되어 오던 트리즈는 서방 국가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특히, 비즈니스 영역에서 트리즈 이론은 문제해결의 최적 기법으로서 각광받고 있다. 현재 전 세계 500여 개에 달하는 초일류기업들이 혁신의 방법론으로 트리즈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LG전자를 시초로 삼성이 트리즈를 도입, 활용하고 있다. 이후 많은 트리즈 연구회 등이 생겨나면서 트리즈는 한국에 정착됐다.

창의적 인재를 만드는 트리즈 이론

구소련의 경우, 트리즈가 확산되면서 초등학생에서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트리즈 교육이 활발히 실시됐으며 이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리즈 이론은 모순을 해결하고 문제해결의 원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창의성과 관련이 있다. 우리가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무언가를 새로이 만들어낼 필요가 있을 때이기 때문이다. 즉, 새로운 창조물은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 창의력은 인간에 내재한 본성이다.(2008 미래과학캠프) 
트리즈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모순을 찾아내 적합한 해결안을 찾는 창의적 문제 해결 이론이다. 알츠 슐러는 모순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트리즈를 만들게 됐는데 문제의 대부분은 이미 해결책이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자연과학의 법칙과 트리즈를 비교해볼 때, 예를 들면 뉴턴의 운동 제1법칙의 경우, 정지해 있거나 일정한 속도로 직선운동을 하는 물체는 외부에서 힘이 주어지지 않는 한 계속 정지해 있거나 일정한 속도로 계속 직선운동을 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를 관성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자연현상은 이 법칙의 지배를 받고 원인과 결과도 모두 똑같은 규칙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기술적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트리즈는 자연과학의 법칙과 비슷한 체계를 갖는다.

알츠 슐러는 그의 동료들과 전 세계에 발표된 300만 건의 특허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통의 원리를 발견했다. 즉, 특허의 2%만이 진정한 의미의 창조적 발명이고, 98%는 이미 알려진 아이디어와 개념을 이용해 발명된 것이라는 생각을 얻은 것이다. 특히, 이러한 발명은 최소한 하나 이상의 ‘모순’을 해결함으로써 완성된 것들이라는 점에서 트리즈는 모순의 해결 원리를 제공하는 방법론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들이 트리즈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기술과 제품 혁신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입장에서 당면한 모순의 해결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트리즈는 하나의 대안으로서 활용될 수 있다. 최초에는 기술 분야에서 많이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경영, 사회 분야에서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몇 년 전 삼성 이건희 회장의 “한 명의 천재가 십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천재경영론이 부각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지금과 같은 고도 사회에서 한 명의 천재에 의존하는 것보단 여러 명의 창의성 있는 인재들을 발굴,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정말 이 세상을 혁신할 진정한 천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는 알츠 슐러 박사가 창안한 트리즈와 같은 이론이 이 시대에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조행만 기자 |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09.01.20 ⓒ ScienceTimes

“광고 - 창의성이 시작이자 끝인 사회” 광고 기획가가 세운 미국 창의교육재단(CEF) ① 2009년 01월 28일(수)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또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라는 시리즈 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 소비자의 시선을 끌어야 하는 광고는 창의성이 가장 필요한 직종으로 꼽힌다.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사람의 창의성과 직관에 따라 과학기술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은 예를 들면서 설명했다.

“I think that only daring speculation can lead us further and not accumulation of facts. Technological change is like an axe in the hands of a pathological criminal.”

“나는 오직 (무모할 정도의) 과감한 생각이 우리를 앞으로 이끌어주지 사실의 축적이 그러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술적 변화는 정신이상의 범죄자 손에 있는 도끼와도 같은 것이다.”

고정관념으로는 진보가 없고 기술변화는 예기치 않게 급작스럽게 나타난다는 의미다. 사실 역사적으로 볼 때 인류에 커다란 혁명을 안겨다 준 과학기술은 갑자가 나타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변화는 정신이상 범죄자의 손에 든 도끼와 같아”

자본주의가 정글의 법칙에 의해 지배되는 사각의 링이나 다름없다는 데에 이견을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사회란 바로 승자만이 전리품을 거머쥐는 자본주의 사회를 의미한다.

점점 치열해지는 그러한 사회 속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며, 그 원동력이 되는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다. 또 그래서 개혁과 혁신이 필요하고, 이제는 다시 창의성 개발에 세계가 눈을 돌리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이다. 시장에서 물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질 좋고 값싼 물건을 많이 팔아야 성공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좋은 물건만 만든다고 잘 팔리는 것만은 아니다. 여기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소위 마케팅 또는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광고다. 매체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 시대에 광고전략은 시장에서 제품의 성패를 좌우한다. 또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광고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창의성

그러면 어떤 광고가 과연 소비자의 마음을 끄는가? 예를 들어 한 슈퍼마켓을 가보면 수십 종류의 맥주가 진열돼 소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심지어 대형 슈퍼마켓의 경우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수백 종류의 맥주로 가득차 있다.

소비자는 어떤 맥주를 고를까? 그들은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맥주에 손길을 잘 주지 않는다. 적어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은 적이 있던 맥주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 선택에는 광고가 준 메시지가 커다란 위력을 발휘한다.

그 메시지는 광고가 주는 중요한 이미지다. 바로 광고가 만들어 낸 창의성이다. 사람들은 창의적인 광고에 매력을 느낀다. 또한 광고대행사들은 소비자들을 감동시키고 호소력이 강한 창의적인 광고를 만들어 내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투자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광고의 중요성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옛 소련은 이러한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을 보면서 광고를 자본주의의 마약(addiction)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자본주의 옹호자는 광고를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광고, 크리에이티브가 시작이고 끝인 사회”

▲ 알렉스 오스본은 미국의 '전설적인 광고인'으로 통할 정도로 광고에 재능이 많았다. 
만약 광고대행사에서 일해본 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또 조금이라도 안다면 광고대행사 조직 내부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단어가 ‘크리에이티브(creative)’라는 용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사전적인 의미나 일상적인 용례에 따르면, 창의성이란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새롭고 색다른 것을 생산해 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창의성이란 광고가 아니라 오히려 제품에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과학기술에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호소하기 위한 창의적인 생각능력은 광고에 있어 필수다. 그러나 따지자면 창의성은 어디에서 필요한 생존수단이다. 또한 이를 위한 교육 또한 중요한 국가 사업이다.

미국의 창의성교육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창의성교육재단(CEF, Creative Education Foundation)은 1954년 창의성 교육의 중요성을 간파한 한 광고기획자에 의해 설립돼 오늘날까지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전설적인 광고인’ 알렉스 오스본

과학자나 과학관련 교육자가 아니라 광고대행을 하고 있던 광고기획자, 장인정신을 빌어 말하자면 한 ‘광고장이’에 의해 설립된 것을 보고 의아해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설립자는 그렇게 만만하게 넘어갈 만한 사람이 아니다.

설립자 알렉스 오스본(Alex Osborn). 그는 미국 역사상 ‘전설적인 광고인(legendary ad man)’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톡톡 튀는 광고와 아이디어로 광고의 진면목을 세상에 알렸다. 또한 당시만 해도 정돈이 안 된 광고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공한 인물이다.

▲ 오스본이 개발한 브레인스토밍은 창의성 계발 학습에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광고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단순히 길가의 간판이나 고치고 각종 포스터에 그림을 그리고 글이나 써 넣는 단순 노무자로 생각했다.

그러나 2차세계대전 이후 사정은 급변했다. 광고는 미국 기업사회에서 떠오르는 별이었다. 세계대전 이후 텔레비전의 등장에 힘입어 광고의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모든 기업들이 광고에 달려들었다.

그렇다고 광고만 하면 잘 팔리는 것도 아니다. 소비자를 감동시켜야 하고 매력을 끌어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면 할수록 제품이 많이 팔렸다.

광고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치열한 광고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끈 인물이 바로 오스본이다.

“브레인스토밍을 개발한 장본인”

그는 소비자에게 어필한 수많은 광고를 생산했다. 그의 튀는 아이디어들이 성공했다. 그런 와중에 오스본은 창의력이 비단 광고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교육이 창의적인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또한 창의성은 분야마다 다르지만 모든 인간에 내재해 있는 능력이라고 믿었다. 자신의 선천적 능력을 개발하는 일이 창의적 교육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비영리법인 창의교육재단을 설립한 것도 이런 이유다.

종종 우리는 ‘브레인 스토밍(brainstorming)’이라는 단어를 접한다. 이미 널리 알려진 말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하기 위한 학습도구이자 회의 기법으로 쓰인다. 이와 같은 창의적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낸 사람(coiner)이 바로 광고인 오스본이다. (계속)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1.28 ⓒ ScienceTimes

“창의성, 커다란 밑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창의적인 영재가 되기 위한 6가지 조건 (하) 2009년 01월 23일(금)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또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라는 시리즈 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재능교육 사이트 ‘Stepcase Lifehack’에서는 창의적인 영재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뇌 전체를 효과적으로 이용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다섯째, 뇌 전체를 사용해서 생각하라(whole-brain thinker)

세상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 왼쪽 뇌를 잘 사용하는가 하면 또 오른쪽 뇌를 더 잘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오른손잡이가 있는가 하면 왼손잡이도 있는 것과 똑같다. 그러나 창의적인 영재가 되려면 양쪽 뇌를 다 잘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 창의적인 능력을 개발하려면 무엇보다 상상력을 깨우는 일이 중요하다. 
수학이나 과학을 잘 하고 논리적이며 분석적 사고를 잘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조그마한 일에서 벗어나 아주 거대한 사물(big picture)에 집착하며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경우도 있다.

어떻게 보면 21세기란 단편적인 수학적 지식이나 과학보다 거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일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분업적 사고로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학문도 통합의 시대다. 종합적인 사고체계가 필요하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수학과 과학을 잘 하고 논리적이며 분석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데에만 익숙해져 있다. 다시 말해서 왼쪽 뇌가 발달된 학생들에만 관심을 두고 있으며 오른쪽 뇌가 발달된 학생들에게는 관심이 부족했다.

전통적으로 왼쪽 뇌가 발달한 학생들은 회사가 채용하는 직원(employees)으로는 알맞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명령이나 지침에 잘 따르고 복종에 익숙해 있다. 그래서 사회에 잘 적응하고 별 문제 없이 세상을 잘 헤쳐나간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왼쪽 뇌가 발달한 학생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다시 말해서 상상력을 동원해 커다란 밑그림을 그리는 창의적인 능력이 뒤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이런 점을 상호 보완하기 위해서 기존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오른쪽, 왼쪽’이라는 판에 박힌 도식에서 벗어나 뇌 전체를 사용할 수 있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all round player)’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전체 뇌를 이용하는 사고(whole-brain, holistic thinker)가 필요하다.

▲ 상상력과 창의적 능력은 오른쪽 뇌에 있다. 양쪽 뇌를 동시에 개발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려면 아주 강력한 방법으로 알려진 마인드 맵핑(mind mapping)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이 두뇌개발법은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리고 마크 트웨인을 비롯해 많은 창의적인 성과들을 낸 사람들이 사용했던 방법들이다.

마인드 맵핑은 뇌 전체를 사용하도록 해서 창의적인 능력을 끄집어 내고, 또한 분석적인 능력을 키우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목표달성을 위해서든, 문제해결을 위해서든 간에 어던 목적으로 사용해도 좋다. 보다 창의적인 능력을 키우고 뇌 전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 마음의 활동이란 하나의 생각과 또 다른 생각을 결합해서 그림을 그리는 작업과도 같다. 마인드 맵핑은 그러한 자연적인 사고의 체계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며 창의성을 깨우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여섯째, 창의성 개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상상력이라고 하면 좀 웃기게 들린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상상력 또한 하나의 기술로 창의성 개발의 중요한 수단이다.

문명의 발전은 사실 상상력에서 비롯됐다. 주위 사람들은 과학기술 발전에 원동력이 된 상상력을 엉뚱하다고 생각하며 웃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비행기, 자동차, 그리고 우주를 여행하는 우주 탐사선 역시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처음으로 책에 소개한 사람은 윌슨 대통령 홍보 담당 비서관과 루스벨트 대통령 고문관 등을 역임하기도 했던 미국의 나폴레온 힐(Napoleon Hill)일 것이다.

그는 끈기를 의지력의 결정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의지력과 소망이 적절하게 합쳐지면 가공할 힘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 힘의 원천은 바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창의성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 나폴레온 힐은 인간의 상상력을 중시했다. 수많은 저서와 강연을 통해 성공철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겪는다고 해서 성공은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끈기와 노력,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만이 성공의 단 열매를 맺게 한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과 혁신이 필요하다.

힐은 그의 저서 <생각하라, 그러면 부자가 된다(Think and Grow Rich)>에서 상상력과 사고가 개인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했다.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사랑 받고 있는 책이다. 요는 생각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념을 갖고 밀어붙이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생 동안의 연구와 강연, 저술활동을 통해서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성공 철학의 거장이 되었다. 특히 개인의 성취와 동기부여 분야에 있어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그가 성공철학의 대가가 되기까지는 앤드류 카네기, 토머스 에디슨, 찰스 슈왑, 마샬 필드, 윌리엄 듀런트, 월터 크라이슬러 등 세계 최대 거부들의 경험이 스승이 되었다.

꿈과 비전 또한 풍부한 상상력에서 나온다

그의 독특한 성공철학을 집대성한 작품이 바로 <생각하라, 그러면…>으로 출간된 지 40여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2천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또한 1960년에는 성공을 위한 실천 프로그램 PMA(Positive Mental Attitude)를 완성하여 보급했다.

1970년 88세의 일기로 생을 마친 후에는 나폴레온 힐 재단에서 그의 연구 결과와 저술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성공 과학 이론과 실천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외친다. “Cherish your visions and your dreams as they are the children of your soul, the blueprints of your ultimate achievements. 당신의 비전과 꿈을 소중히 간직하라. 왜냐하면 그것은 영혼의 원천이며 궁극적인 성공의 청사진이기 때문이다.”

사고와 상상력은 이처럼 중요하다. 사고와 상상력이 없으면 창의성도 없다. 창의성이 없으면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도 불가능하다. 상상력이야말로 혁신의 원동력이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1.23 ⓒ ScienceTimes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