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도 먹이 앞에서는 도박한다” 英 BBC “맛있는 음식을 위해 위험을 감수한 도박전략 구사해 2009년 07월 13일(월)

▲ 근대 확률론을 정립한 파스칼은 대단한 도박꾼이었다. 
도박의 역사는 아마 인간의 기원과도 역사를 같이한다. 소위 베팅(betting)이라는 것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카지노, 경마 등만이 아니다. 복권이 그렇고 주식투자 또한 그렇다. 뿐만이 아니다. 보험, 부동산 투자 등도 따지자면 도박의 심리에서 시작된 작품들이다.

뺏기거나 손해 위험을 감수하면서 투자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거머쥐어 보겠다는 도박은 옛날부터 세계 어느 나라에나 존재했다. 또 아주 많은 도박기구들도 만들어졌다. 트럼프, 주사위, 바둑, 장기 등은 도박장비들이다.

그러나 사행심과 관련된 사회적인 문제로 놀이(gaming)와 노름(gambling)을 둘러싼 법적 논쟁도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무엇을 놀이와 법적 처벌대상이 되는 노름으로 규정할 것인가, 라는 문제가 항상 제기돼 왔다.

도박과 관련해서 더욱 더 유명해진 사람이 있다.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프랑스의 파스칼이다. 근대 확률론(the theory of probability)을 정립한 파스칼은 대단한 도박꾼이었다. 확률론의 기초를 마련하게 된 것은 그가 심취했던 도박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많다.

동료들과 기독교의 신의 존재를 둘러싸고 논쟁이 붙었다. 물론 결론이 나올 수 없는 논쟁이다. 그들은 도박과 확률이론에 도통한 파스칼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파스칼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신의 존재에 대한 파스칼의 도박 

파스칼의 도박(Pascal’s Wager, 또는 Pascal’s Gambit)으로 알려진 이야기다. ‘신의 존재에 대한 파스칼의 도박’이라고도 한다. Gambit은 도박장비로 이용되는 서양장기다.

“나는 신의 존재를 믿는 쪽이 보다 나은 베팅(도박)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신의 존재를 믿는 쪽의 기대가치(확률에서의)가 안 믿는 쪽의 기대가치보다 언제나 크기 때문이다.”

신의 존재를 확실히 입증할 수 없을 때는 존재 쪽에 베팅을 해야 확률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얄궂게 표현하자면 “종교, 밑져야 본전이라면 믿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다.

▲ 최근 과학자들은 미물이라고 생각해왔던 쥐가 때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도박을 감행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최근 과학자들은 미물이라고 생각해왔던 쥐가 때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도박을 감행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도박은 그동안 영장류인 원숭이에서 드물게 발견된 적이 있으며 인간을 제외하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BBC 뉴스 인터넷판은 “Rats play odds in gambling task”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쥐들도 맛있는 먹이의 유혹과 이를 얻는 데 따르는 위험을 머리 속에서 저울질하는 일종의 도박 전략을 구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진은 중독과 관련된 생물학 연구를 위해 쥐들을 대상으로 한 도박 게임을 시험한 결과 이들이 주어진 시간 안에 먹이를 얻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할 때 이런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설탕의 공급을 보상으로, 공급 중단을 처벌로 삼은 30분간의 이 실험에서 쥐들은 네 개의 구멍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보상이 큰 구멍은 건드리면 많은 양의 설탕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지만 처벌 시간이 길어지는 장치를 건드릴 위험이 따른다.

실험 결과 쥐들은 금방 ‘최상의 전략(optimal strategy)’을 터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설탕이 많이 나오지만 설탕이 끊길 위험 역시 큰 구멍보다는 나오는 설탕은 적더라도 끊어질 위험이 작은 구멍을 선택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쥐들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가 대뇌 전두엽(frontal lobes)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의 의사결정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개발된 이른바 아이오와 도박 실험(Iowa gambling test)을 이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오와 도박실험을 이용

대뇌 전두엽이 손상되는 경우는 희귀하다. 그리고 환자의 지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손상된 환자는 극도로 충동적인 상태가 돼 평생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위험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돈을 많이 따는 것이 목표인 ‘아이오와 게임’에서 참가자들은 네 가지 무더기(decks) 카드 가운데 한 카드를 뽑게 되는데 뽑은 카드마다 돈을 따거나 잃게 된다.

사용한 카드 중 어떤 무더기는 따는 돈도, 잃는 돈도 작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돈을 따도록 돼 있고 이른바 나쁜 무더기는 따는 돈이 크지만 잃을 때도 크게 잃어 결국은 돈을 더 많이 잃게 돼 있다.

이 실험 참가자들은 쥐들의 설탕 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 `최상의 전략'을 선택하면 이익을 보게 돼 있지만 전두엽 손상을 입은 환자들은 그런 경험에서 배우지 못하고 계속 ‘나쁜 카드'를 선택한다는 것이 이 실험의 결과이다.

한편 연구진은 또 중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파민(dopamine)과 세로토닌(serotonin) 등 두 종류의 신경전달물질 수치에 변화를 줄 때 쥐들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약물 투여로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든 쥐는 올바른 결정을 하는 능력이 떨어져 도박의 승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우리는 쥐가 도박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뿐 아니라 쥐들의 행동을 조절할 수도 있었다”면서 “이는 뇌의 세로토닌 수치가 낮은 병적인 도박꾼들에 대한 자료와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는 또한 쥐들에게 도파민의 효과를 줄이는 약물인 도파민 수용체 길항체를 투여함으로써 도박 승률을 높일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환자의 움직임을 돕기 위해 도파민 수치를 올리는 파킨슨병 치료제가 병적인 도박을 유발한다는 임상관찰도 이 연구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7.13 ⓒ ScienceTimes

영장류도 '소식'하면 오래 산다 사이언스지 발표, 수명이 10~20% 늘어나 2009년 07월 13일(월)

▲ 왼쪽의 붉은원숭이(사진 A, B)와 오른쪽의 붉은원숭이(C, D)는 나이가 같다. 하지만 오른쪽 원숭이가 왼쪽에 비해 젊어보인다. 그 두 원숭이의 차이는 섭취한 음식의 양에 있다. 오른쪽 원숭이는 칼로리를 30퍼센트 적게 섭취했다. 

쥐가 속해 있는 설치류 동물과 빵을 부풀리는 효모, 회충이 속한 선형동물에겐 공통점이 있다. 그건 바로 적게 먹으면 오래 산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 그룹에 인간이 속해 있는 영장류 중 하나인 붉은원숭이가 추가되었다. 20년도 넘게 기다려온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말이다.

20년 넘게 기다려야 했던 이유

과학자들이 소식을 하면 수명이 늘어난다는 걸 발견한 지는 꽤 오래 되었다. 1935년 쥐를 대상으로 최초로 밝혀졌다. 그리고 지난 10여 년 동안 과학자들은 효모균과 선형동물에 대한 유전자 연구를 통해 소식과 수명연장의 연관 이유가 특정 유전자에 있음을 밝혀냈다.

과학자들은 그 특정 유전자가 환경적인 스트레스로부터 개체를 보호하게 하는 시스템을 높여주어 음식이 부족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개체가 살아남을 수 있게끔 진화하도록 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소식의 결과로 얼마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걸까? 건강에 필수적인 영양요소들을 모두 포함하는 대신 칼로리만 30퍼센트 줄인다. 그리고 성장이 끝났을 때쯤부터 이런 소식을 시작한다. 그럴 경우 쥐는 수명이 최소 20퍼센트에서 최대 80퍼센트까지 늘어났다.

그렇다면 사람도 그럴까? 만약 그렇다면 그 어떤 것보다도 소식만으로도 인간의 수명연장의 꿈은 실현될 수 있다. 이 점을 알아보고자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넘은 과거에 미국에서 인간처럼 영장류에 속하는 붉은원숭이를 대상으로 두 그룹에서 연구가 시작됐다. 붉은원숭이의 평균수명은 27년이고 최대수명은 40년이다. 그러므로 실험결과를 얻으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했다. 이에 반해 쥐의 수명은 고작 수년 정도다.

그 두 연구팀 중 한 팀인 미 위스콘신 대학의 리차드 웨인드루후 교수 연구팀이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결과를 발표했다(Science, Vol. 325. pp. 201 - 204). 그동안의 실험진행 결과로 볼 때 붉은원숭이의 수명이 10~20퍼센트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었다. 붉은원숭이가 그렇다면 우리 인간도 소식으로 더 오래 살 수 있다.

당뇨, 암, 심장질환 적게 걸린다

위스콘신 대학 연구팀은 애초에 76마리의 붉은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시작했다. 이 원숭이들이 어른이 되는 7~14살부터 실험에 돌입했다. 원숭이의 절반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30퍼센트 줄어들 칼로리를 섭취하도록 했다. 이때 연구팀은 소식을 하는 붉은원숭이들에게 비타민과 무기질 보충제를 주었다. 영양실조로 인한 요인을 철저하게 배제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 실험이 시작되고 20년쯤 지나자 과학자들은 이 두 원숭이 집단 간에 건강상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식이조절을 한 원숭이 집단에서는 당뇨병, 암, 심장과 뇌 질환이 확실히 적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칼로리 제한이 영장류에서 노화를 느리게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 레드와인과 포도 속에는 레스베라트롤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다. 이 성분이 사람에 대해 소식을 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현재 실험대상인 붉은원숭이들은 인생의 후반기인 20대 중반이거나 후반이다. 두 집단 간에 아직 살아남은 개체수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노화로 인한 사망만을 따졌을 때 보통 집단에서는 37퍼센트, 칼로리 제한 집단에서는 13퍼센트가 늙어죽었다.

예를 들어 심혈관 질환이나 암으로 사망한 경우만 따졌다는 것이다. 이 결과와 그동안의 쥐의 실험을 통한 비교를 통해 소식이 붉은원숭이의 수명을 10~20퍼센트 정도 늘려준다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그렇다면 사람들도 지금 당장 섭취하는 칼로리를 30퍼센트 줄이면 될까. 아쉽게도 사람의 경우, 보통보다 칼로리를 30퍼센트 적게 섭취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생물학자들은 적게 먹는 고통을 겪지 않고도 칼로리 제한의 효과를 모방할 수 있는 약물을 찾는 중이다.

그런 약물 가운데 하나가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다. 레스베라트롤은 레드와인이나 포도 속에 함유되어 있는데, 그 양이 너무 적어 어떤 효과를 보긴 어렵다.

아직은 그래도 불명확한 상태

한편 이번에 발표된 위스콘신 대학의 연구결과에 대해 아직 과학계에서는 논란이 많다. 결과가 결정적이지 않다는 거다. 텍사스 대학의 노화연구가인 스티븐 오스태드 교수는 “아직 결과가 상당히 불명확한 시점이다”라면서 “왜 그들이 발표하는 걸 좀더 기다리지 않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연구에서 노화에 의한 사망을 제외한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미 MIT의 노화 연구가인 레오나드 쿼렌테 교수는 “쥐 연구에서 사망한 쥐의 숫자를 셀 때 사망원인이 노화였는지 아닌지를 따지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위스콘신 대학의 연구결과는 아직 확정적인 게 아니다고 평했다.

그렇다면 이런 논란이 종식되려면 위스콘신 대학 연구팀 외 또다른 연구팀의 실험결과가 중요하지 않을까? 현재 붉은원숭이를 대상으로 노화를 연구하는 또다른 연구는 미 노화국립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실험의 진행정도는 위스콘신 대학보다 느리다. 

이곳의 연구에서도 성과는 있었다. 칼로리를 제한한 그룹의 경우 면역체계가 더 좋다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비록 20년 넘게 기다려온 연구의 결과가 아직까지는 불명확한 것만 보여주어서 실망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소식을 하면 건강에 좋다는 건 이의가 없는 듯하다.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9.07.13 ⓒ ScienceTimes

“훌륭한 배우자, 꽃미남은 피해라” 美 예일대 연구팀 “못 생기고 성실한 남자가 남편감으로 최고” 2009년 07월 07일(화)

▲ 동물 가운데 가장 화려한 꽃미남으로 통하는 공작은 짝을 유혹하기 위해 갖은 정력을 꼬리 치장에 기울인다. 그러나 짝짓기가 끝나면 배우자는 물론 자식까지도 전혀 거들떠 보지 않는다. 
못 생겨도 성실한 남자가 제일 좋은 남편감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잘 생기면서도 성실한 남자는 없을까? 왜 좋은 생각을 하지 않고 굳이 씁쓸한 생각만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맞는 이야기다. 확률적으로는 있을 수 있고 실제로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생물학적 차원에서 볼 때는 거의 없다. 인물 값은 꼭 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어디 인간세계뿐이겠는가? 동물세계는 더하다.

전 동물세계를 통해 아주 화려한 색깔과 기묘한 행동들을 통해 짝을 유혹하는 동물들은 많다. 그야말로 튀는 모습으로 상대방에게게 구애작전을 편다. 자신의 중요한 홍보물(advertisement)이다. 특히 수컷들에게 중요한 선전물이다.

그러나 짝을 유혹하기 위해 멋들어지게 보여주는 그러한 선전물들은 무엇을 약속할까? 광고 속에도 진실은 존재하는가? 만약 어떤 수컷이 커다란 힘을 과시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나중에 짝을 이루면 그 힘의 일부라도 사용해서 암컷을 도와주려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부분 아니다.

미국 온라인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는 최근 “Mate Selection: Honesty In Advertising Pays Off”라는 기사에서 “동물사회에서 화려한 모습과 위용을 자랑하는 동물들일수록 짝을 이룬 다음에는 전혀 신경을 안 쓴다”며 “남자도 그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자녀양육 돕는 종(種)은 화려하지 않은 수컷”

대학원 연구팀의 논문을 인용한 이 신문은 “짝을 이룬 후 자녀 양육을 돕는 종(種)은 화려하지 않고 못 생긴 수컷”이라고 주장하면서 “인기 속에서 살아가는 꽃미남보다 못 생겼지만 성실한 남자가 배우자로는 더 낫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많은 수컷들이 짝을 짓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지만 짝짓기가 끝나면 짝을 지은 상대방은 물론 자식들에게도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대부분 공작과 같이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수컷들이 그렇다”고 보도했다.

미국 예일대에서 생물진화론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나타샤 켈리(Natasha Kelly) 팀은 수컷이 새끼의 양육을 도와야 하는 동물 종에서 어떤 수컷이 가장 새끼들에게 헌신적인 좋은 짝인지를 연구한 논문을 영국 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실었다.

이 논문은 수컷이 자녀 양육을 도와주지 않으면 새끼가 죽기 쉬운 강에 사는 가시고기(stickleback fish) 사례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가시고기의 경우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치장에 힘쓰는 수컷보다는 돌 틈에 숨어서 조용히 지내는 수컷이 새끼를 더 책임감 있게 길렀다. 외모 치장에 쏟을 정성을 새끼에게 쏟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암컷은 수컷으로부터 좋은 유전자를 받는 것에만 익숙해”

▲ 헐리우드의 미남배우 톰 크루즈. 그는 아내 케이트 홈즈와 단란하게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학습장애의 일종인 난독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구상 동물 중에서 인간의 남자처럼 새끼 양육에 큰 도움을 주는 경우도 드물다. 남자가 도와주지 않으면 자녀나 엄마는 극심한 고통을 겪기 쉽다. 사정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은 잘 생긴 남자에 자연스레 끌리는 경우가 많다.

동물 세계에서 제일 잘난 꽃미남을 꼽으라면 단연 공작이 첫손가락에 들 만하다. 꼬리를 흔들며 유혹하는 모습이 술집에서 이 여자 저 여자를 훔쳐보면서 유혹의 손짓을 보내는 것과 꼭 같다.

공작은 모든 정력과 에너지를 화려한 꼬리 치장에 투자한다. 그 치장을 바탕으로 가장 화려한 수컷이 가장 많은 암컷을 차지해 교미한다. 가장 많은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는 것은 화려한 수컷 공작이다.

동물 세계에선 대체로 이처럼 화려한 수컷이 암컷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수컷이 화려할수록 유전적으로 더 우수하고 암컷은 우수한 유전자를 원하기 때문이다. 수컷은 정자만 전달한 뒤 사라지고 새끼 양육은 암컷이 전담하는 종일수록 이런 현상은 심하다.

이 연구에 대해 예일대의 수잔 앨론조(Suzanne Alonzo) 교수는 “수컷이 양육부담을 해야 하는 종에서는 수컷은 자신이 성실하다고 광고하는 것이 몸매나 얼굴이 잘 났다고 자랑하는 것보다 더 유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꽃미남 남편일수록 가정생활 더 불행”

따라서 남성의 경우 꽃미남이 되는 것보다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해 자녀양육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인상을 준다면 좋은 여성을 고르는 훌륭한 홍보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꽃미남일수록 가정생활은 덜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테네시대학 제임스 맥널티 교수 팀은 <가족심리학 저널(Journal of Family Psychology)> 5월호에 신혼 부부 82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자의 외모가 여자보다 매력적일수록 결혼생활은 덜 행복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안방을 달구면서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나오는 구준표를 포함해 꽃미남들은 집안에 돈이 가득 차서 그렇지 돈이 없다면 평생 여성들의 지갑만 바라보면서 살지 모를 일이다.

이번 연구가 시사하는 바가 그렇다는 의미다. 배우자는 인물보다 성실해야 한다. 가정이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7.07 ⓒ ScienceTimes

6가지 유형의 인간이 있다 이태수 교수의 니코마스 윤리학 강연 2009년 06월 29일(월)

인문학과 과학이 서로 협력,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문강좌 행사가 최근 줄을 잇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행사는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세상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석학들이 진행하는 인문강좌를 연재한다. [편집자 註]

석학 인문강좌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인간의 행동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인간의 행동은 '좋음'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행된다는 것이 바로 첫 구절의 내용이다. 이후 한동안 '덕(德)'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지만, 행동의 개념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일은 한 번도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오히려 실제 행동을 통해 '덕'이 발휘될 때 행복이 성취되는 것이라고 규정함으로써 행동의 중요성을 충분히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 행동이란 무엇인가.

2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에서 이태수 인제대 교수(서양철학)는 행동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을 그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이 아닌) '영혼론'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영혼론'에서 모든 생명체의 영혼을 생명체가 수행하는 행동(기능)으로 설명했다.

▲ 아리스토텔레스 (Leinwand, Metropolitan Museum of Art) 

모든 생명체가 자기 보존이라는 기본적인 목적을 위해 행동하는데, '식물적 영혼'은 영양섭취와 번식을 전담하고, '동물적 영혼'은 영양섭취와 번식을 하면서, 또한 주변 세계를 인지하고, 장소 이동을 비롯한 복잡한 운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았다.

동물에게 있어 '욕구(orexis)'라는 것은 즐거운 것을 좇고, 괴로운 것을 피하는 영혼의 움직임을 말한다. 이것이 바로 신체를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엔진 역할을 하는데, 이 욕구가 없어지면 동물의 생명도 끝이 난다고 보았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는 사는 것이 한층 더 복잡해진다. 인간에게는 욕구와 함께 '좋은 것에 대한 바람'이 추가된다. 이 '바람'은 즐거운 것을 좇는 욕구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비록 괴롭더라도, 도덕적 판단에 의해 괴로움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의 德은 영혼이 움직인 결과

이 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은 근세 이후 사람들 사이에 많이 일반화돼 있는 행동 관념과는 약간 다른 면을 보인다. 이성과 비이성적인 정열이 서로 긴장 관계를 일으키면서 행동, 특히 윤리적인 행동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근세 이후 일반화된 관념인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바람'과 같은 이성이 아닌 (비이성적인) 마음의 움직임들이 이성과 대립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보기에는 애당초부터 이성을 따르도록 돼 있는 '바람'이 영혼에 들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동물에게는 없고, 오직 인간에게만 있는 특징이라고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 인간이 이성적인 동물이라는 것은, 인간이 이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비이성적인 부분에도 이성을 따르는 부분이 있어, 그야말로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바탕이 처음부터 갖추어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이태수 인제대 교수(서양철학)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 덕이 드러나는 행동은 근세 이후 대표적인 철학자 흄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성과 비이성의 대립을 통해서가 아니라, '좋은 것에 대한 바람'으로 나타나는 인간 영혼의 움직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덕이 드러나는 행동, 즉 윤리적인 영역은 칭찬과 비난이 성립하는 영역이다. 덕이 드러나는 행동은 칭찬을 받고, 악덕이 드러나는 행동은 비난을 받는다. 또한 덕이 드러나는 행동은 장려해야 하고, 악덕이 드러나는 행동은 억제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판별한 수단, 즉 법이 요구된다.

그런데 법의 영역이든, 윤리의 영역이든 칭찬과 비난을 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나쁜 맘을 먹고 한 짓이 우연히 좋은 행위로 보일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칭찬과 비난을 하기 위해서는 그 행동이 있기까지의 의도도 고려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동에 대한 판단에 앞서 '헤쿠시아(hekousia)'가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헤쿠시아'란 용어를 한국말로 번역하는 데 많은 사람들이 애를 먹고 있는데, 이태수 교수는 강상진 서울대 교수의 번역에 따라 '자발성(自發性)' 또는 '자발적임'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자발성'이란 행위자가 행위의 '주인(kyrios)' 노릇을 하고 있다는 의미를 함축한 말이다.

오이디푸스는 동정 받아야

실제로 만원 버스 안에서 어쩔 수 없이 남의 발을 밟는 행위를 자발적인 행위라고 볼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런 경우 행위를 능동적으로 행한 것이 아니라, 일을 당했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본다. 그러나 상황이 어쨌든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어떤 압력이 있었더라도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는 일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알지 못해서 한 행위는 좀 더 미묘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무지로 인해 저지른 나쁜 행위는 가끔 동정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인정해줄 무지와 그렇지 않는 무지가 있다. 예를 들어 술이 만취해 저지른 추행을 무지의 탓이라고 돌릴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발성'의 문제를 다루면서, 고려 범위에 넣을 수 있는 '무지'를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등의 사항과 관련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행위는 이런 사항에 따라 다르게 기술될 수 있다. 상대가 자신의 어머니인줄 모르고 결혼한 오이디푸스의 경우는 동정을 받을 일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동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자발성'의 문제를 설명한 후 이어 '숙고(熟考, euboulia)'와 '선택(prohairesis)'에 관해 논한다. 덕 있는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 모든 상황을 잘 고려해서(숙고), 적절한 행동을 취해야만(선택) 한다.

특히 '선택'은 다른 행동기제들인 '욕망(epithymia)', '기개(thymos)', '바람(boulesis)', '의견(doxa)' 등과는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다른 행동기제들이 동물적이고, 비윤리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선택'은 행위 주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선택에 의한 행위는 행위 주체자인 인간이 문자 그대로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선택에 의한 행동은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책임져야 할 행동'과 그 외연(extention)이 완전히 일치한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제7권은 인간의 등급을 열거하면서 시작된다. 나쁜 쪽부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짐승처럼 정말 흉악한 자'가 있는데, 이는 구제불능으로 감옥이나 정신병원에 수용해야 할 경우다. 그 다음으로 '악덕의 소유자'가 있는데 이는 비굴하고, 쩨쩨하고, 무절제하고, 도량이 협소하며, 비굴한 품성 등이 천성으로 굳어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음 등급으로 '자제력 없는 경우'를 열거한다. 이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 하는 것인지 알고, 그렇게 하려고 애쓰지만 항상 뜻대로 되지 않아, 나쁜 짓도 종종하게 되는 그런 경우를 말한다.

짐승 같은 인간에서 신 같은 인간까지

앞에서 말한 3가지 등급과 짝을 이루는 좋은 쪽의 3가지 등급이 있다. 자제력이 없는 것과는 반대로 '자제력이 있는 경우'다. 즉 나쁜 짓을 할 기회가 많았는데도, 자제해서 좋은 쪽으로 자신을 이끌어간 경우로 성공을 거둔 많은 양식 있는 사람들 가운데 자신이 자제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다음은 '이론적 덕과 실천적 덕을 다 갖춘 경우'다. 쉽게 말해서 스스로 '덕 있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경우로, 많지 않은 경우다. 마지막으로 '신적인 또는 영웅적인 수준의 덕을 완비한 경우'인데, 현실보다는 영화나, 소설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을 이 같은 수준으로 판단할 사람은 없겠으나, 혹시 있다면 '짐승처럼 정말 흉악한 자'들과 함께 감옥이나 정신병원에 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 행동에 있어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에 대해 사람들이 항상 최선이라고 알고 있는 것을 목표로 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최선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예를 들어 갑돌이란 사람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가정할 때, 보통 다음과 같은 두 개의 실천삼단논법이 서로 갈등을 일으킨다. 한 가지 생각은 "사랑하는 사람과 성 행위를 하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나는 갑순을 사랑한다. 고로 갑순과의 성행위는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또 하나의 실천삼단논법은 "남의 아내와 성행위를 하는 것은 간통이다. 갑순은 남의 아내다. 고로 갑순과의 성행위는 간통이다"라는 결론이다. 만일 이 같은 소전제들이 계속 갈등을 일으킨다면 갑돌은 방을 뛰쳐나가지도 못하고, 그냥 우물쭈물하기만 할 것이다.

갑돌이가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를 없애야만 한다. 예를 들어 술에 잔뜩 취한다던지, 이성을 잃어버리는 방법도 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제력을 발휘할 경우에 "갑순과의 성행위는 간통이다"란 대전제와 "갑순과의 성행위가 아름답다"는 소전제가 다 사용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경우 갑돌이는 갑순과의 성행위를 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고통을 겪지만 그 소전제가 잠재태로 들어가 성공적으로 불륜을 피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09.06.29 ⓒ ScienceTimes

방사선 진단이 오히려 암을 부른다? 예에스더 원장, 삼성연 강연 통해 조언 2009년 06월 30일(화)

존 웨인, 게리 쿠퍼, 스티브 맥퀸, 이 세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두 가지인데 하나는 모두 암으로 사망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네바다 사막 인근에서 촬영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네바다 사막은 1951년부터 1958년까지 모두 97차례에 걸쳐 핵 실험이 실시된 곳이다.

에스더 클리닉의 예에스더 원장은 29일 삼성경제연구소 동영상 강의(www. seri.org 멀티미디어룸 로그인 후 이용 가능)를 통해 “실제로 1954년 선보인 영화 ‘정복자’의 주인공 존 웨인과 수잔 헤이워드, 제작진 대부분이 20년이 지난 후 각각 암, 백혈병으로 연이어 사망했다”고 말했다.

존 웨인의 경우 15년간 폐암, 위암, 장암 등으로 인해, 수잔 헤이워드는 피부암, 유방암, 자궁암, 뇌종양 등으로 인해 사망했으며, 엑스트라로 출연했던 시브위트족 인디언은 암과 백혈병으로 인해 부족 자체가 멸종했다는 것인데,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잔류 방사능 때문”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예 원장은 “다소 과장은 있지만 방사능이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지 경계심을 갖기에 충분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내용이 있는데, 건강검진 시 자주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단층촬영(CT, Computer Tomography) 등 방사선을 이용한 진단장치들이 인체에 과연 안전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사선진단장치 사용 후 암 증가

▲ 방사선 진단장치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할 경우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예 원장은 최근 CT 등 방사선을 이용한 진단장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고 밝혔다. 2004년 영국 옥스퍼드대는 15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방사선 검사횟수가 많을수록 암 발병율도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

특히 일본의 경우 암 환자의 3.2%가 순전히 방사선 검사 자체로 인해 암이 발생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는 암을 피하려다 암에 걸린 셈이어서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같은 해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보고한 바 있다고 밝혔다. 복부를 비롯한 전신검사를 CT로 받는 경우 200명 중 1명은 암이 발병하며, 매년 1회씩 30년간 검사를 받을 경우에는 50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방사선 양을 적게 사용하면 어떤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2005년 미국국립과학원은 “방사선 양이 적더라도 그 양이 평생 누적되면 암 발병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더욱이 방사선 양이 어느 정도이면 안전하고, 어느 정도에서 해로운지 그 기준도 모호하다며 가능한 한 방사선 검사횟수를 줄일 것을 권고했다.

미국 케니스 웨스턴 리저브대에서는 만일 유방암 유전자를 가진 여성이 매년 매우 적은 양의 방사선이 노출되는 흉부 X선 검사만 해도 유방암 발병율이 매년 54% 증가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그래서 단순한 흉부 X선 검사도 1년에 한 번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심장질환 진단을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관상동맥 검퓨터촬영(CTCA)을 하고 있는데, 연 1회 촬영을 한다 하더라도, 사용되고 있는 방사선 양은 흉부 X선 촬영 시 사용되고 있는 방사선 양의 약 400배 분량이라고 예 원장은 설명했다.

초음파, 내시경 등으로 방사선 노출 줄여야

심장 진단시 동맥을 뚫지 않기 때문에 통증도 없고, 매우 편하지만, CTCA를 한 후 관상동맥 확장시술(스텐드)을 받은 후 추가검사까지 할 경우, 흉부 X선 촬영과 비교해 약 1천300배 분량의 방사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여성의 경우 주로 유방암과 폐암, 남성의 경우 폐암의 발병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 흉부 X선 촬영 사진 
CTCA와 관련, 또 다른 문제점은 촬영 시 관상동맥 협착증세가 보이지만, 이후 조영술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이로 인해 실제 질병은 없는데, 불필요한 검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 원장은 그렇다고 해서 CT를 무조건 나쁘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CT만큼 복부 종양을 효과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검사는 아직까지 없기 때문에 복부 종양 진단 시 꼭 필요한 방법이지만, 방사능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암 조기발견도 좋지만 CT로 지나치게 많은 검사를 할 경우 오히려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생각할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되도록 방사선 피해를 줄이는 방법으로 복부 검사 시 복부 초음파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전문의로부터 복부 초음파를 받을 경우 간, 신장, 비장, 췌장암의 조기 발견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또 위와 대장 검사는 내시경으로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40세 이상이면 1~2년에 한 번씩 위 내시경검사를 꼭 해야 하며, 40세에 도달했다면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은 후 3~5년에 한 번씩 추가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가로 심장질환 진단에 있어서는 전문의와의 상담 후 방사선 노출이 없는 운동부하검사나 부하 심장 초음파검사와 같은 고전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방사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09.06.30 ⓒ ScienceTimes



아프리카 케냐에서 야위어 죽은 얼룩말의 사진. 매년 수만 명의 사람들이 굶주리거나 물을 마시지 못해 목숨을 잃는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전 세계 6명 중 1명이 굶주리고 있다. 그러나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로 식량수확량이 줄어들지만 인구수는 되레 늘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기온이 5도 오르면 현재 쌀 수확량의 50%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기아 겪는 최악의 곳은 아·태지역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19일 “전 세계 10억2000만 명이 기아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대략 한국 인구수의 50배나 되는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 것이다.



굶주리는 사람들의 비율을 나타낸 지도. 빨간색은 기아상태에 있는 사람 수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지구온난화로 이런 경향을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정작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선 굶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지구온난화의 역설이라고 해야하나. 사진제공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굶주리는 사람의 수는 8억2500만 명(1995년~1997년)→8억5700만 명(2000년~2002년)→8억7300만 명(2004년~2006년)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굶주리는 사람 수가 감소 추세에 있던 라틴아메리카나 캐리비안 지역에서조차 다시 늘고 있는 상태이다.

상황이 가장 좋지 않은 곳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FAO는 만성기아를 겪는 사람 수가 아·태 지역에서만 6억4200만 명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지역이 2억6500만 명, 라틴아메리카와 캐리비안 지역이 5300만 명 등으로 예측했다.

자크 디오우프 FAO 사무총장은 “전 세계 6명 중 1명이 겪는 심각한 식량위기가 세계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기아를 없애기 위해 각 국은 필요한 조치를 빨리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70년 후…기후변화로 식량난민 2억7000만 명 추가 발생



불타는 지구. 지구온난화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이달 17일 ‘지구환경변화저널’에 “기후변화에 따른 400개 가능한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이번 세기 말까지 지구 표면온도가 5.2도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AFP는 이 연구결과를 보도하면서 “지구온난화 탓으로 2050년쯤 아프리카 지역의 식량생산량이 식량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에 앞서 유엔환경계획(UNEP)은 2007년 “기후변화 탓에 굶주리는 사람들은 2020년까지 5000만 명, 2050년 1억3200만 명, 2080년에는 2억6600만 명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기후변화로 이번 세기 말까지 남아시아 국가의 곡물생산량이 4~10%까지 줄어들 수 있다”며 “기온이 2도 오르면 중국의 쌀 생산량은 5~12% 줄어들 것”이라 예측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온이 오르면 이전에 없던 병충해가 생기고 기존의 병도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만성 가뭄과 물 부족은 농사를 짓기 어렵게 만든다. 또 작물이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수확량이 낮아질 수 있다. FAO 천연자원·환경관리 부국장 알렉산더 뮬러는 “자작농, 어부, 숲에 의존해 사는 수 백 만 명의 사람들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비 없이 다가오는 지구온난화, 대책 없이 느는 인구

실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농도는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라몬트-도허티 지구관측소 연구진은 이달 19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지난 210만 년 동안 지구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이었지만 현재는 38% 증가한 385ppm”이라고 발표했다. 온실가스를 줄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식량생산량은 더욱 급격히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줄어드는 식량생산량과 달리 인구수는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와, 식량난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유엔보고서는 전 세계 인구수가 2050년에는 61억 명에서 91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50년 간 인도는 5억7000만 명, 파키스탄은 2억 명, 방글라데시는 1억3000만 명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아킴 슈타이너 UNEP 사무총장은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는 자연과 경제에 대재앙이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인류에 비극적인 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반도, 기온 5도 오르면 쌀 수확량 50% 줄어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병충해 증가, 작물재배지역 감소 등 여러 문제가 일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쌀 수확량이 50% 줄어들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농촌진흥청이 2007년 3월 낸 ‘기후 변화에 따른 농업생산 생태계 변화’ 보고서는 “2001년 벼 줄무늬잎마름병이 남부지방에서 경기 강화 지역까지 북상한 이유는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며 “이화명나방은 열대지방에서처럼 발생주기가 사라지고, 벼 재배기간 언제나 발생하는 해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반도 내 사과재배지역은 기온이 오를수록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공 농촌진흥청
이 보고서는 또 현재보다 기온이 3도 오를 경우 남한의 사과재배지역이 3만4363㎢에서 6892㎢로 약 80%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쌀 수확량도 줄어든다. 전남대 식물생명공학부 김한용 교수는 “여러 자료를 종합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기온이 5도 정도 오르면 쌀 수확량이 5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기온이 높으면 꽃가루가 덜 생기거나 꽃가루 주머니가 안 터져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쭉정이만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설사 수정이 된다고 해도 온전한 쌀이 될 가능성은 낮다.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윤영환 연구관은 “기온이 높으면 이삭이 빨리 익어 미숙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관은 또 “기온이 올라가면 벼의 야간 호흡양이 늘어난다”며 “광합성으로 저장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수확량이 적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온에 내성이 있는 품종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재배방법을 도입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내성 있는 품종을 개발하는데 5~6년이 걸리고, 각 지역에 적응하는 지 살피려면 농가에 신품종이 보급되기까지 보통 10여 년이 걸린다”며 “필요하다고 바로 품종을 만들어 심을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외계인의 인간실험, 기억인가 기질인가 <다크씨티, 1998>에 나타난 외계인의 과학체계 2009년 07월 01일(수)

과학미디어로 읽는 미래 인간은 끊임없이 생물실험을 수행한다. 의약품 개발이나 생물학적 현상을 살펴보기 위한 실험들이다. 인간은 저마다 생각한 다양한 가설에 따라 다양한 배합의 약을 만든다.

배합율을 조금씩 바꿔 각각 다른 마우스들의 사료에 섞어 먹여본다. 혹은 주사를 통해 병균을 직접 투입시켜 보기도 한다. 천천히 죽어가는 마우스나 원숭이들을 살펴보면서 인간을 위한 치료제를 개발한다. 생명을 다루는 과학은 생물을 통하지 않은 실험으로 지식을 얻을 수 없다.

▲ 인간실험을 은유한 마우스 실험 

현대 과학과 함께 인권의 문제가 제기되기 전까지 생물실험에는 암암리에 인간이 대상이 되기도 했다. 과거 계급사회에서는 물론이거니와 근래에도 임상실험의 하나로 인간에게 확신할 수 없는 약물을 투여하고 신체변화를 살피기도 했다.

특히나 전쟁 중에는 반인권적인 인간 실험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수많은 양민들이 데이터를 남기고 이름 없이 죽어갔다. 대형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원조라는 명목으로 극빈 국민들에게 실험용약을 주기도 한다.

동물실험, 과학의 명암

많은 과학자들은 고통에 신음하며 죽어간 마우스들에게 고귀한 생명 대신 데이터를 남겨준 데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를 갖춰 뜻을 기린다. 그러나 동물실험은 어느 생명종에게나 대상이 되는 집단에게는 아무리 의미를 되새겨준다 해도 재앙에 가까운 일이다.

자신은 알지 못한 채 다양한 질병이 자신의 몸 속에서 똬리를 틀고, 누구도 알지 못하는 부작용이 자신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를 위해 헌신했다 해도 생명은 두 번 살지 않는다.

과학에서 소외되는 집단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어두운 그늘에 놓이는 집단은 생명을 버려야 하는 실험대상이다. 죽거나 치유할 수 없는 질환을 얻게 되는 실험대상은 정작 과학의 밝은 면을 향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맹점에도 과학실험, 특히 동물실험은 계속된다. 그 어느 실험보다 실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유효한 데이터를 풍부하게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복용할 약이라면 그 가치는 보다 유용하다.

<다크씨티(Dark City, 1998)>는 대표적인 느와르 과학영화(Science fiction film noir)다. 이 장르는 과학적 상상력으로 구성된 사회를 어둡고 침울하게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과학 역시 사회적 산물이고 인간이 만들어낸 ―혹은 발견해낸―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듯 과학에도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과학이 인간에게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한편, 소외되거나 헌신하는 존재는 있기 마련이다. 느와르는 후자에 주목해 과학의 이면을 들춘다.

느와르, 과학의 그늘 조명

▲ 다크씨티, 1998 
영화는 “태초에 암흑이 있었다. 그리고 이방인이 찾아왔다. 그들은 시간이 존재하기 시작한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들은 의식(will)으로 물질 세계를 관장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문명이 몰락하면서 죽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별을 버리고 자신들의 도덕성을 치유하기 위해 끝임없는 여행을 했다. 그래서 도달한 곳은 작고 푸른 세계, 우주의 먼 곳이었다. 그들은 드디어 찾던 별을 찾았다고 했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다크씨티>는 의식(will)으로 물리적 현상을 지배할 수 있는 어떤 외계 종족의 실험을 다루고 있다. 이들은 '튜닝(Tuning)'이라고 부르는 이 능력으로 자정에 시간을 멈춘다. 멈춰진 시간 동안 외계인은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에 나선다.
 
마치 마우스를 이용한 미로찾기 실험처럼 우주에 떠 있는 수레바퀴 형태의 행성에 인간 군상들을 모아 넣은 것이다. 외계인은 인간의 기질과 성향을 구분한 뒤, 여러 기억을 주입해 행동변화를 관찰한다.

<다크씨티>는 지구에서 인간이 생각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물리현상과 철학적 관습을 뒤집고 있다. 지구 세계 역시 물질과 의식으로 나눠져 있으며, 물질이 이 의식을 지배하는 것이 보편적인 해석이다.

의식으로는 물질이 생성되거나 물리적인 힘이 만들어질 수 없지만, 물질의 변화에 따라 의식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의식이 물리 현상을 관장하면 가장 핵심적인 물리현상인 시간 역시 자유롭게 정지되거나 진행될 수 있다고 상상했다.

많은 과학영화가 묘사해왔던 것―즉 시간여행이나 초능력 등―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는 이처럼 뒤집혀진 물리체계를 외계인의 특수한 능력을 빌어 표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이하게 달라진 현상을 영상으로 그려줌으로써 의식이 물질을 지배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지를 역설하고 있다. 인간의 물리체계에서 인간은 외계인의 다른 물리체계를 느낄 수 없으며, 이해할 수도 없다. 그러나 외계인은 두 시스템을 모두 보고, 이해할 수 있다.

동물 실험을 하는 동안 미로를 찾아 헤메는 마우스는 알 수 없지만, 실험을 지켜보는 과학자는 마우스의 상황과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과학영화는 종종 이 같은 상황을 상정하고, 보다 우주적 관점에서 지구를 바라본다.

지구 속에서 생활하는 인간은 인간의 물리체계라는 한정된 인식의 범주에서만 다양한 생각을 전개할 수 있다. 그 범주 안에서는 결코 알 수 없는 일들이 이를 포함하는 더욱 넓은 범주에서는 알 수 있고 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영화가 주로 사용하는 이 같은 인식의 확장은 언제나 한정된 인식에 놓여 있는 인간에게 불편하다. 스스로의 합리적 이성으로는 도저히 이해될 수 없고 상상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 역시 인간의 인식 범주에 머물러 왔던 사람이에 이런 류의 영화는 불편할 수 있다.

좋은 과학 영화는 인식의 지평을 확대하면서 이를 설득력 있게 전개해 관객의 인식을 확장시켜 준다. 그런 의미에서 <다크씨티>는 불편한 것을 친절하게 그려주는 수작이다.
 
▲ 다크씨티의 외계인들 

<다크씨티>의 외계인과 그들을 조력하는 다니엘 슈리버 박사는 자정마다 시간을 정지시킨다. 여러 가지 약물을 섞어 정지된 시간에 사람들에게 주사를 한다. 이들이 만든 약물은 추억을 관장한다.

유년의 즐거운 기억과 집이 불에 탄 기억, 부모가 사망한 기억, 연인과의 즐거운 시간 등을 각각의 약물에 담아 섞어 창조된 기억을 주입하는 식이다. 과거에 살인자였던 사람의 추억을 바꿔 형사로 만들기도 하고, 가수였던 사람을 점원으로 만드는 등 기억을 관리한다.

기질이냐 기억이냐

외계인들은 기질과 기억에 따라 인간이 어떻게 다른 행동을 보이는지 관찰한다. 사람마다 천부적인 기질이 있고, 그러한 기질에 따라 사람들은 직업을 선택해 다양한 계층을 형성한다.

한편 살아가면서 겪은 교육과 기억 등을 통해 기질을 발현하거나, 기질이 바뀔 수도 있다. 좁은 아파트에서 노동자로 사는 사람이 자정의 실험 이후 넓은 아파트에서 사용자로 살게되면 “노동자들을 해고시켜 버려야겠어”라고 익숙한 듯 쉽게 말해버린다는 것이다.

영화는, 실험으로 입장이 바뀐 사람은 과거 길렀던 자신의 기질과 전혀 무관한 혹은 정반대의 모습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애초부터 사이코패스 같은 연쇄 살인범이 뛰어난 능력을 가진 형사가 돼 범인들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세계에서 흔히 말하는 것처럼 “저 자는 원래 저런 기질을 타고났기 때문에 저런 일을 할 수밖에 없다”라는 유추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의식도 정보―기억, 물질―에 따른다는 것을 암시한다.

기억은 물리적인 현상인 소리나 영상, 온도 따위를 오감이 느끼고 뇌가 이를 유지하면서 생긴다. 당연히 물리적인 현상이 없다면 기억은 만들어질 수 없다. 기억이라는 정보는 각 개인의 기질에 따라 각기 다른 행동으로 발현되거나, 기질에 따라 정보가 어긋나게 기억될 수도 있다. 체벌이라는 정보를 받고도 이를 폭력으로 인식하기도 하고 가르침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기질보다 기억에 촛점을 맞춰 인간 행동의 근원을 설명하려고 한다.

수레바퀴 형태의 인공 행성

<다크씨티>에서 실험장이 된 인공적인 행성은 수레바퀴 모습이다. 넓은 도심을 원반의 위에 만든 뒤 높은 건물들을 빼곡하게 심은 것이다. 아래편에는 이들 건물들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는 재료들이 달라붙어 있다.

수레바퀴는 회전하며 우주상에서 선회한다. 모든 에너지는 외계인이 만든 에너지원으로 운영된다. 수레바퀴의 끝은 다크씨티의 끝이며 우주로 통하게 돼 있다. 태양계 밖인 행성에는 태양이 없다. 그래서 이 행성은 언제나 밤이며 어둡(dark)다.

▲ 수레바퀴 모양의 행성 

일반 자연 행성들은 물질이 압축적으로 뭉쳐진 구의 형태를 보인다. 행성들은 구심이 당기는 강한 만유인력을 통해 중력을 느낄 수 있다. 파고 들어가보지 않아 알 수는 없지만, 지구의 안쪽은 뜨거운 핵이 있고 층층이 온도에 따라 나눠진 층들이 서로 다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표에서는 건물들이 만들어지고, 사람은 걸어다닐 수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외계인이 만든 행성은 구가 아니다. 인간이 구상한 우주정거장과 비슷한 모습이다.

인간이 생활할 만큼 큰 도심을 우주에 띄운다고 가정했을 때 수레바퀴 형태의 행성은 구현하기 복잡하다. 중심이 수레바퀴의 한 가운데 있고 이를 중심으로 적절하게 회전을 해야 구심력을 얻을 수 있다.

구심력이 있어야 좌표를 정할 수 없는 우주공간 상에서 힘의 균형을 잡아 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가 아닌 이상 이 행성은 여러 방향으로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하게 회전하거나 폭주할 수 있다. 물론 알 수 없는 물리체계가 이를 교정해 줘 안정적일 뿐이다.

무자비한 실험, 인간이 실험대상이 된다면...

인간은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강력하게 전체 지구를 지배한 종족이다. 그리고 그 패권을 가장 무자비하게 사용하는 종족이다. 자연의 지배자를 자임하면서 ‘인류를 위한’이라는 수식어를 달아 거의 모든 자연을 실험의 대상으로 삼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거의 모든 동물을 채집해 해부를 한 뒤 표본화하고 이들을 분류했다. 사실 논문 한 줄 더 적기 위해 수많은 동물들을 실험하는 종족이다. 인간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이런 행위는 정당화됐다.

외계인을 다루는 여러 과학영화는 외계인의 인간실험을 단골소재로 쓴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주는 잔인한 상상이 과학의 공포감과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지구의 패권을 쥔 인간이 해왔던 것과 같이 보다 뛰어난 종족인 외계인 역시 과학을 위한 실험욕구가 클 것이라고 상상했기 때문이다.

실험은 반드시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해 큰 비용을 치르는 작업이기 때문에 외계인이 인간실험을 통해 알고자 하는 것 역시 중요하고 아직 모르는 지식이어야 한다.

인간실험을 다루는 과학영화에서 눈여겨볼 만한 것은 영화의 이미지가 주는 끔찍함, 그에 따른 동물실험에 대한 반성만이 아니다. 과연 인간실험을 통해 영화 작가나 감독은 인간의 어떤 것을 알고 싶었을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실험이 이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머리 속에서 사고 실험을 해볼 만한 논제에 주목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사실 외계인의 실험들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다만 인간인 작가가 인간에 대한 질문을 외계인을 통해 할 뿐이다.

Dark City | Directed by Alex Proyas | Written by Alex Proyas, David S. Goyer, Lem Dobbs | Running time 100 min. | 1998

박상주 객원기자 | utopiapeople@naver.com

저작권자 2009.07.01 ⓒ ScienceTimes

마이클 잭슨의 특별함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BBC, 심리학자들에게 묻다 2009년 07월 01일(수)

▲ 마이클 잭슨의 특별한 점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심리학자들은 평범하지 않았던 그의 어린 시절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주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이 소식으로 전 세계인들이 충격을 받았고 팬들은 뒷걸음질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데 대해 비통해 하고 있다.

그를 죽음으로 내몬 건 대체 뭘까? 약물중독이었을까? 그의 부검 소식을 보면 그런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이클 잭슨의 고통의 근원이 약물보다 다른 곳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남달랐던 어린 시절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행동과 감정, 동기를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마이클 잭슨 사망 후 지난 27일 영국의 BBC 방송은 마이클 잭슨에 대해 심리학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심리학자들 역시 마이클 잭슨의 평범하지 않았던 성장과정이 그가 어른이 된 후에 겪은 기괴하고 고통스런 일들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이클 잭슨처럼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한 사람의 경우 훗날 어른이 되어서도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심리학자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어릴 적 매를 맞는다는 건?

마이클 잭슨의 아버지 조는 2003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마이클 잭슨을 체벌했었다고 인정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영국 심리학회 소속의 심리학자 피터 샤프 박사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종종 폭력을 당하는 경험은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도 오랫동안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육체적인 폭력을 경험한 어린 아이들은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거나 유지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샤프 박사는 육체적 폭력이 어린 아이를 긴장이나 염려, 불안정과 같은 감정을 회피하는 사람으로 만든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에만 매달리는 경향을 보이며 안정적인 환경을 벗어나 도전하기를 꺼린다.

대신 그들은 자신이 잘 한다고 생각하는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매우 뛰어나려고 한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특정한 일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면 그 일에 꼭 성공해야 한다. 문제는 그들이 이 일에만 가치를 두는 오류에 빠진다는 것이다.

특별한 재능을 가졌다는 건?

영재들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는 마이클 잭슨을 어떻게 볼까? BBC는 피터 콩돈이라는 심리학자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어른이 되기 위한 최선의 준비는 아이로서의 삶을 온전히 누리는 것임이 이미 잘 알려져 있다”면서 “재능이 있는 아이를 둔 부모가 이 점을 잊어버려서는 안된다”라고 말을 시작했다.

콩돈은 지적 성장이 빠르게 발전하는 경우 사회적 정신적 성장은 느려진다고 말했다. 그 결과 한쪽으로 치우쳐져 환경에 적응을 못하는 아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부모의 기대는 아이들에게 과도한 압력을 준다. 콩돈의 고객 중에는 배우로 키워지는 한 소년이 있는데 그는 이미 자신의 부모에게 집을 사줄 거라는 얘기를 한다고 한다. 10대인 자신의 딸을 매일 새벽 4시에 수영장으로 데려가는 한 남자도 있다. 자신의 딸을 올림픽 챔피언으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 일은 오히려 그의 딸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콩돈은 때때로 부모의 압박이 너무 지나칠 때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19세기 영국의 철학자 JS 밀의 얘기를 꺼냈다. JS 밀은 3살 때부터 그리스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하루에 3시간은 라틴어, 4시간은 그리스어를 공부했는데 그 결과 16세에 자신의 첫 번째 역사책을 펴냈다. 하지만 19세에 신경쇠약에 걸리고 말았다.

런던대에서 아이들과 부모, 그리고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연구소를 이끌어가는 제이 벨스키 교수는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이런 고민을 한다고 말한다. “내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내가 노래하고 춤을 추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일까?” 그러면서 그는 “아이들이 이 문제를 꼭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마음에 이 문제를 담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란 건?

▲ 마이클 잭슨은 성인이 된 후 여러 차례 성형을 통해 외모가 어린 시절과 판이하게 달라졌다. 어릴 적 외모에 대한 예민한 생각이 어른이 되어서도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어린 아이들은 어떤 일을 겪었을 때 보이는 반응이 저마다 다르다. 어떤 아이는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하다. 감수성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람들은 마이클 잭슨이 풍부한 감수성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가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건 어떤 걸까? 벨스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마이클 잭슨을 좋은 거든 나쁜 거든 영향을 잘 받는 아이로 생각할 수 있다. 좋은 의미에서 그는 음악수업이나 무용수업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을 수 있다. 다른 아이라면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하지만 벨스키 교수는 풍부한 감수성은 외모 문제에 대해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샤프 박사는 “외모에 대해 고민하는 어린 아이들은 종종 어른이 되어서도 이 문제에 매달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10대의 특징 중 하나는 애들이 종종 이미지적인 측면에서 자신을 규정한다는 것”이라면서 “만약 그들이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잘 극복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이 문제를 갖고 자신을 바라본다”고 덧붙였다.

어릴 때 스타가 된다는 건?

교육심리학자인 카이렌 쿨렌에 따르면 어린이의 명성에 대한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라고 한다. 그러나 교육심리학자로서의 경험을 통해 그녀는 한 개인이 어린 시절의 명성으로부터 어떻게 잘 극복해나가는지의 핵심은 명성을 얻는 과정에 달려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쿨렌은 “자신에 의해서건 부모에 의해서건 명성을 추구한다면 개인적으로든 대인관계에서건 종종 문제가 생긴다”고 말한다.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자기 자신에 대해, 세상에서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리고 다른 사람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에 대해 과장된 생각을 갖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런 사람의 경우 다른 사람의 기대와 예측에 따라 생활하기가 힘들다. 자신에게 특별한 재능을 '발견' 당하는 어린 아이들의 경우 다른 사람과는 다른 꿈을 꾸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이 점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자신의 특별한 면을 인식함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건강이 실질적으로 향상될 수 있는 면도 있다고 한다.

끈끈한 대가족에서 자란다는 건?

▲ 7번째 아이였던 마이클 잭슨은 대가족에서 자라났다. 이런 환경이 그에게 형들보다 춤도 잘추고 노래도 잘하도록 하지 않았을까? 
대가족에서 7번째 아이였던 마이클 잭슨은 또래의 다른 친구가 부족하지 않았다. 대신 대가족에서 형제자매 간의 경쟁이 심했을 수 있다. 이 점은 한 어린이의 발전에 꼭 나쁜 건 아니지만 말이다.

“만약 당신이 형제자매 간의 건전한 경쟁을 하고 있다면 당신의 위의 형제나 자매는 당신이 노력을 통해 경쟁해야 할 대상이 된다”고 벨스키 교수는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러나 위의 형제자매가 행동거지가 좋지 않고 밑의 동생들을 괴롭힌다면 형제자매 간의 경쟁은 파괴적인 것으로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보다 큰 형제자매를 가진 아이는 형이나 누나가 노래하고 춤추고 농구하는 모습을 보고 영향을 받는다. 그러면서 그 아이는 형이나 누나 정도로 또는 그 이상으로 잘 하기를 원한다.

노련한 부모라면 이런 것들을 주의 깊게 관찰해 자녀들의 능력 차에 대해 혼을 내기보다 동기를 불어넣는 방식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벨스키 교수는 충고했다.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9.07.01 ⓒ ScienceTimes

녹색뉴딜, 그린이코노미, 그린IT. 지구온난화와 맞물려 푸른 숲과 생명을 상징하는 ‘녹색’이 뜬다. 환경에 대한 중요성도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유엔환경계획(UNEP) 자료를 참고해 ‘숫자로 보는 환경’이란 코너를 기획했다. 의미 없는 숫자에 마치 인류의 운명이 놓인 듯하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곰이 멸종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1/3 해수면이 올라 아프리카 해안 중 1/3이 물에 잠길 것으로 예측된다.

2 에너지 효율적인 집을 만들어 살면 영국 보통 가정에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년에 2톤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 전 세계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량 중 선박에서 나오는 배출량 비율

11 전 세계 사람들은 가정에서 난방, 냉방, 가전제품에 총 사용 에너지 중 11%를 사용한다.

18 숲이 파괴돼 흡수하지 못한 이산화탄소는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8%다.

41 국제에너지기구는 현재 상태가 계속됐을 때 에너지를 만들고 사용하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30년 41기가톤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8 국제자연보호연합(IUCN)은 현재까지 알려진 634종 영장류 가운데 48%가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보고했다.

60 호주국립대는 천연림과 인공숲을 비교했을 때, 60%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저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61 카리브해 산호초 지역 중 61%가 해양환경오염으로 위험에 처했다.

65 전 세계 국가 가운데 65개 나라가 재생가능에너지의 사용 촉진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열대우림 벌목으로 늘어진 나무줄기가 없어진 탓에 땅에 떨어질 위험에 놓인 타잔. 사진 출처 세계자연보호기금(WWF)
86 중남미 지역에서는 86% 하수가 처리되지 않은 채 강과 바다로 흘러간다.

99 세계무역의 99%가 배를 통해 이뤄진다.

100 산업화 이후 2세기 동안 대기 내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100ppm 증가했다.

115.55 캘리포니아 숲에서 발견된 아메리카삼나무는 키가 115.55m로 세상에서 키가 가장 큰 나무로 등록됐다.

155 석탄이용량이 지속된다면 155년간 석탄을 사용할 수 있다. 석유는 41년, 천연가스는 65년이다.

310 미국인이 평균 1년 동안 사용하는 종이의 무게.

627 브라질에 사는 동식물 중 멸종위기종의 숫자. 1989년의 멸종위기종은 218종이었다.

4151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청정개발체제(CDM) 프로젝트의 수. 아프리카에서 84개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있고 그 중 27개는 남아프리카에서 주도한다.

35000 2006~2007년 사이 배를 타고 남극을 둘러본 관광객 수. 1992년 1993년 사이에는 5000명이었다.



북극곰의 살 곳은 어디에? 빙하대신 육지를 걷는 북극곰 뒤로 유정굴착기가 석유를 퍼올리고 있다. 출처 세계자연보호기금(WWF)
125000 지난해 8월 5일 콩고민주공화국의 숲에서 발견된 서부저지대고릴라의 숫자

2400000 재생가능에너지의 제조, 운용, 관리를 포함한 전 세계 재생가능에너지 분야 직업

13000000 1년 동안 전 세계에서 숲이 파괴되는 ha면적, 그리스와 비슷한 크기다.

99000000 현재 미국인이 사용하는 수준으로 중국인이 석유를 사용할 경우, 2031년까지 중국이 하루에 필요한 석유배럴 수.

600000000 2025년까지 해안지역에 6억 명 정도가 살 것으로 보고 있다.

21000000000 앞으로 13년 안에 브라질은 아마존 기금으로 210억 달러를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마존기금은 지난해 7월 31일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숲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인류의 웃음도 유인원으로부터 진화했다 英 BBC 뉴스, 포츠머스大 웃음의 계보 연구 결과 소개 2009년 06월 10일(수)

웃음은 과연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진화해 왔을까. 인간의 선조로 알려지고 있는 유인원들은 과연 웃음이라는 행동을 취할까. 진화 인류학자들은 이런 인간의 각종 행동의 기원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 작업을 벌여왔다.

영국 BBC 뉴스가 4일 이런 의문에 대해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소개해 눈길이 쏠리고 있다. 웃음이 인간의 오랜 선조인 유인원들의 조상으로부터 진화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포츠머스 대학의 마리나 데빌라-로스 박사팀의 이 연구결과는 과학 잡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자들은 22마리의 어린 유인원들과 3명의 사람을 간질여 그들의 웃음소리에서 파생되는 음향진동을 분석했다. 발성은 다양했지만 연구팀은 진화로 인해 인간과 유인원 가계가 분리된 것과 똑같은 패턴 변화를 이 분석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유인원 간질이면 인간과 비슷한 웃음소리

▲ 침팬지와 보노보들은 짧게 끊기는 소리들이 긴 나열식으로 구성돼 있는 웃음소리를 가지고 있다. 
연구팀은 조사 결과 고릴라와 보노보(bonobo:피그미침팬지라고도 불림)가 그들의 호흡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영장류 관련 연구자들은 이제까지 늘 인간 사회에서 보이는 많은 사회적 행동들의 근본이 영장류의 계보적 조상에서 유추될 수 있다고 추측해왔다.

때문에 연구 중 일부 유인원들이 간질임을 당할 때 만드는 소리의 발성이 그들 스스로 놀 때 만들어지는 것과 비슷하고, 음향진동에 있어서는 인간의 웃음소리와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들이 밝혀졌다.

연구 책임자인 데빌라-로스 박사는 이에 대해 “우리는 인간의 웃음이 인간의 생태학적 계보에 깊게 뿌리박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다양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웃음은 다양한 문화권에 있는 청각장애와 시각장애 아동들에게도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웃음이 후천적으로 습득되는 소리의 발성이나 행동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이미 습득된 자연스런 행동패턴이라는 의미이다. 그는 “그러므로 이런 발성들은 인간 이전부터 바탕을 이뤄왔다는 주장이 계속 이어져 왔다”고 덧붙였다.

유인원과 유아 웃음소리 800개 녹음 분석

이 주장을 좀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데빌라-로스 박사는 유인원과 유아들을 간질였을 때 유발되는 웃음소리 800개 정도를 녹음했다. 이 소리들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특징들은 모두 앞서 말했던 행동패턴과 연관됐고, 이 행동패턴들은 공통의 조상을 떠오르게 했다.

침팬지와 보노보들은 짧게 끊기는 소리들이 긴 나열식으로 구성돼 있는 웃음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데빌라-로스 박사는 “인간은 웃을 때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소리를 낸다. 그건 인간의 목소리 층이 매우 규칙적이고 동시에 움직인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는 이런 음파의 성질을 보노보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오랑우탄은 상대적으로 적은 진동 구간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그 이유가 오랑우탄은 목소리 층과 코드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작은 신호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므로 연구팀은 이 결과가 웃음소리가 진화해 왔다는 증거라고 믿고 있다. 데빌라-로스 박사는 “수많은 연구 작업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 연구는 종들의 개별적인 음향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계통 발생적인 접근을 이뤄낸 첫 연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재미있지만 놀라운 연구는 아니다”란 의견도

하지만 학계에선 이 연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더햄 대학의 진화 인류학자인 로버트 바튼은 이 연구에 대해 “재미있는, 그러나 놀라운 연구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까지 동종관계 연구라는 개념에서 웃음의 진화론적 기원의 공유라는 영역에 대해 많은 연구가 있어 왔다고 밝혔다.

▲ 포츠머스 대학의 마리나 데빌라-로스 박사팀의 연구결과를 소개한 BBC 뉴스 기사 

그는 “웃음 등과 같은 감정 표현은 동종의 구성원들에게선 폭넓게 인정돼 왔다. 사람들은 이제까지 표정과 목소리에 따라 사회적 배경을 가진 웃음소리를 가져왔다. 물론 간질임으로 유발한 웃음에는 특별한 작업을 해온 적이 없었던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내가 의미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하는 건, 다른 종의 각종 행동들이 기능적으로 같은지 아닌지에 대해 알아내는 것”이라고 의문을 던졌다.

데빌라-로스 박사는 바튼의 이 질문에 대해 “우리 연구팀도 역시 거기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더 연구해볼 것”이라고 답했다.

이재훈 객원기자 | plutos14@naver.com

저작권자 2009.06.10 ⓒ ScienceTimes

허셜망원경, 우주의 기원 밝힐까 英 BBC 뉴스, 해치 개봉 성공 소식 전해 2009년 06월 16일(화)

유럽 과학계가 힘을 합쳐 우주의 기원을 밝혀내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해 지난달 우주로 쏘아올린 허셜 우주관측 시스템이 성공적인 첫걸음을 내딛었다는 소식을 알려와 과학계를 기쁘게 하고 있다. 영국 BBC 뉴스는 14일(현지시각) 허셜 망원경이 해치 장치를 여는 작업을 성공리에 마쳤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유럽우주국(ESA)은 지난달 14일 프랑스령 기아나(Guiana) 쿠루(Kourou) 우주기지에서 ‘플랑크(Planck)’ 우주망원경과 ‘허셜(Herschel)’ 우주망원경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 허셜 망원경의 첫 임무 수행 성공을 보도한 BBC 뉴스 

이 중 1781년 천왕성을 발견한 독일 태생 영국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의 이름을 딴 허셜 망원경은 별과 은하들이 탄생하는 공간에서 방출되는 거대한 먼지 구름이 내뿜는 적외선 광선을 집중 분석해 별과 성운들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우주와 함께 진화해왔는지, 우주의 성간 물질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에 대해 규명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유럽 각국은 우주 부품을 골고루 제공해 공동으로 허셜 망원경을 조립하기도 해 화제를 뿌렸다.

지구로부터 150만km 거리서 관측 예정

허셜 망원경은 달의 궤도보다 먼 라그랑즈 포인트-지구로부터 약 150만 km 거리-에서 관측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허셜 망원경은 무게가 3.4톤 정도로 태양광 차폐막과 액체 헬륨 탱크를 장치하고 있다.

허셜은 원적외선과 밀리미터 이하의 단위 범위까지 긴 파장의 빛을 포착해낼 수 있으며, 55um~672um이 주 관측 영역이다. 이 영역 대에서는 우주의 아주 미약한 열도 포착해낼 수 있다. 또 이 영역대의 흑체 복사 온도는 많은 분자의 방출선이 검출되는 5k~55K(보통 실내온도가 300K) 정도다.

▲ 궤도 상의 허셜 및 플랑크 망원경과 지구와의 거리 

BBC에 따르면 허셜 망원경은 3.5m 크기의 거대한 렌즈를 이용해 저온 유지 장치나 극저온의 공간에다 빛을 모았다. 지난 일요일, 해치를 잡고 있는 두 개의 노리쇠를 발사하기 위해 내려진 지구로부터의 작동 명령은 지난달 14일 허셜이 발사된 뒤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였다.

저온 유지 장치 내부의 세 가지 부품 중 하나인 SPIRE의 선임 연구자인 영국 카디프 대학 매트 그리핀 박사는 “우리는 해치가 제대로 열리기를 절실히 바랐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망원경을 통해) 우주를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주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유튜브 비디오로 허셜 작동 상태 파악해

허셜 망원경이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는 망원경에 장치된 유튜브 비디오를 통해 알 수 있다. 해치가 열렸다는 소식은 15일부터 파리 인근 르 부르제 공항에서 열리는 파리 국제 에어쇼에 전날 알려졌다. 때문에 에어쇼와 함께 ESA와 우주 산업계가 우주 역사의 큰 성취를 축하했다.

르 부르제 공항에서는 15일부터 18일까지 비즈니스 데이가 열린 뒤, 일반인들이 관람할 수 있는 19일부터 허셜 망원경과 관련된 장면들을 볼 수 있다. 허셜 망원경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과정은 현재 절반 이상 가량 진척된 상태이며, 완벽하게 준비되려면 아직 몇 주가 더 걸릴 예정이다.

때문에 천문학계와 일반인들은 허블 망원경보다 훨씬 큰, ESA의 기념비적인 우주 망원 시스템이 그 능력을 보여줄 때까지 조금 더 끈질기게 기다릴 필요가 있다. 그 이후에는 허셜 망원경이 원적외선과 밀리미터 이하의 단위 범위까지의 긴 파장의 빛을 포착해 가시광선을 분산시키는 먼지와 극저온의 지점, 신성의 탄생 기색부터 태양계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생성된 저온의 혜성까지 우주의 물체들을 응시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절대 영도 정도의 극저온 상태 유지 필요

이런 상황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극저온의 환경이 필요하다. 초유동체의 헬륨이 이 장치들을 절대 영도-섭씨 영하 273도-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 허셜 망원경의 내부 구조도를 설명하고 있는 BBC 그래픽 

그리핀 박사는 “우주 공간에 이제까지 발사된 장치들은 언제나 수증기와 다양한 휘발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오염 물질에 노출됐다. 우주의 공간에서는 수분과 이런 휘발성 물질이 서서히 끓어오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오염 물질이 장치 안에서 응결될 수 있는 저온 유지 장치 내부로 들어가는 길을 찾지 못하게 막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셜은 15일 현재 90% 이상 궤도에 진입해 있다. 아주 작은 온도 상승이나 작은 흔들림이 우주 망원경에서 탐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해치가 성공적으로 열렸음을 암시한다. 이제 곧 우주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연구의 장이 열릴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재훈 객원기자 | plutos14@naver.com

저작권자 2009.06.16 ⓒ ScienceTimes



사람은 왜 늙는 것일까.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늙어가는 것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는 없는 것일까. 사람들이 알고 있는 듯하지만 정작 모르는 것, 수백 년 동안 과학계와 의학계의 연구대상이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이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것. 바로 ‘노화’다.

인간의 거의 모든 기능은 40∼45세를 정점으로 꺾인다. 늙는 것은 육체적 기능과 기억력, 인지능력을 포함한 정신적 기능이 감소되는 것을 말한다. 시력과 청력이 떨어지고 때로 정서장애가 오기도 한다. 만성 질환의 위험도 증가한다. 외모상으로 머리털이 빠지고 흰머리가 나고 피부는 탄력을 잃어 주름이 생긴다.

노화를 연구하는 과학자와 의학자들도 이런 과정이 왜 일어나는지 정확히 모른다. 노화의 과정은 우리 몸속의 장기, 조직, 세포가 여러 조건 아래 지극히 복잡한 방법으로 관여하며 일어나기 때문이다. 노화를 설명하는 가설만도 300가지가 넘는다.

대표적인 노화 이론으로는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이 음식물 속의 독성, 지방, 당, 알코올, 니코틴에 손상을 받게 된다는 ‘마모이론’, 세포 속에 세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노폐물이 축적돼 노화가 발생한다는 ‘노폐물 축적이론’, 노화가 이미 유전자에 프로그램 돼 있다는 ‘유전자 조절 이론’, 활성산소 때문에 노화가 진행된다는 ‘프리라디칼 이론’ 등이 있다.

누구나 늙어가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누구나 똑같은 속도로 늙어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사람과 더 들어 보이는 사람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람의 연령은 시간에 따라 자동적으로 먹어가는 ‘연대 연령’과 신체적 상태, 즉 질병 유무, 신체기능, 활력, 외모로 구별되는 ‘생물 연령’으로 나뉜다.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교실의 노화방지의학 전문가들은 “생물 연령은 각자의 노력에 따라 20세 정도까지는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말한다.

‘45세 이후 어떤 삶을 사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은 45세 이후 대개 두 가지 경로를 걷게 된다.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며 병원을 전전하는 삶과 건강하게 살다가 짧은 시간 내 사망하는 삶이다. 두 가지 삶 중 어느 쪽을 사는가 하는 것은 상당부분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건강하지는 못하지만 가늘고 길게 사느냐,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 3일 앓고 사망하는 것)하게 사느냐가 본인의 의지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생물 연령을 늦추는 비결은 무엇일까.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운동, 생활습관, 약물이라는 세 가지다. 운동은 유산소 운동, 근육강화 운동, 유연성강화 운동을 포함한다. 생활습관은 생활 속에서 몸무게와 식생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이다. 약물은 호르몬 대체요법을 말한다. 비타민이나 항산화제 복용 요법도 거론되지만 정확한 효능에 대한 연구결과는 아직 없다.

반면 흡연과 과로는 생물 연령을 낮추는 데 가장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다음으로 음주와 스트레스, 운동 부족과 적절하지 않은 식생활, 수면장애가 노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김탁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는 “적절한 식이요법, 금연, 규칙적인 운동이 노화를 늦추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무심코 보내는 하루하루의 생활에서 노화를 앞당기는 위험요인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만약 있다면 꾸준히 교정해 나가는 것이 노화를 방지하고 건강한 노년생활을 즐기는 비결이다. 노화를 늦추는 운동, 라이프스타일, 호르몬 대체요법에 대해 알아보자.

김현지 동아일보 기자 nuk@donga.com

왜 인간 닮은 로봇을 생각했을까? 차페크의 창의적인 희곡 ‘로섬의 만능로봇’에서 시작 2009년 06월 17일(수)

▲ 상상 속의 로봇들이 이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단순히 로봇기술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로봇과 인간과의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로봇만이 꼭 로봇이 아니다. 공장에서 용접을 전담하는 기계, 그리고 자동차와 같은 복잡한 공정 가운데 조립만 담당하는 기계들도 다 로봇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과 비슷한 형상을 가진 기계를 로봇이라고 부르는 데 익숙해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이러한 인간과 비슷한 모습의 로봇을 생각하게 되었을까? 어린 시절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정의의 사도 로봇 태권V뿐만이 아니다. TV 시청이 여의치 않았던 시절에는 아톰과 철인이라는 로봇들이 만화 속의 흑기사로 어린이들의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이러한 로봇들이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로봇은 인간의 상상 속에 계속 그려져 왔다. 상상 속의 인간과 닮은 로봇은 이제 현실에서 점차 분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로봇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로봇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 가지로 여기에 사활(死活)을 걸고 있을 정도다. 심지어 2007년 말 전 세계에서 최초로 로봇윤리헌장을 발표하는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과연 로봇은 인간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이 필요했다. 인구가 늘어나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면서 더 많은 욕망이 생겨나고 더 많은 욕망은 더 많은 노동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도구와 기계를 발명해냈으며 이들이 인간의 노동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계로 인해 생산성이 향상되기는 했지만 편안해진 것은 아니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전히 다른 형태의 노동에 시달려야만 했다.

로봇은 노동을 의미, 부려먹기 위해 만든 인조인간

급기야 인간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인조인간, 즉 로봇을 상상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그 이전에도 자동화된 인형(automata)들이 선을 보이기는 했지만, 인간의 기능을 대신하고, 노동을 전제로 하는 로봇의 개념은 없었다.

로봇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온 말이다. 일하다, 노예, 고된 일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따라서 로봇은 육체적 노동을 싫어하는 인간이 노예처럼 일을 부려먹기 위해 만들어낸 인조인간을 의미한다.

영국의 웹스터(Webster) 사전은 로봇을 “An automatic device that performs functions normally ascribed to humans or a machine in the form of a human.”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보통 인간이 해야 할 기능들을 수행하는 자동장치, 또는 인간의 모습을 한 기계”라는 말이다.

▲ 체코 출신의 카렐 차페크는 그의 희곡 <로섬의 만능 로봇>에서 로봇이라는 처음 사용했다. 
이처럼 로봇에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다. 인간의 모습을 닮아 인간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는 것, 그리고 인간을 대신해 노동을 한다는 것이다.

상상 속의 로봇을 구체적인 현실 속으로 끄집어 낸 사람은 체코슬로바키아의 작가 카렐 차페크(Karel Capek, 1890~1938)이다. 그는 1920년에 발표한 희곡 <로섬의 만능로봇(R.U.R., Rossum's Universal Robot)>에서 로봇이라는 이름을 처음 지어냈다. 그러나 그는 형이 처음 사용했다며 공을 형에게 돌린다.

창의적인 희곡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에서 차페크가 만들어낸 로봇은 육체노동 능력면에서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러나 인간만이 갖고 있는 사랑, 증오와 같은 감정이나 혼을 갖지는 못하는 인조인간으로 그리고 있다.

이 희곡은 1921년 1월 프라하 국민극장에서 처음으로 공연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그 후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공연됐다. 차페크는 어느 날 전차 속에서 사람들로 빽빽하게 가득 차 서로 너무나 불편하게 부대끼면서도 얼굴은 완전히 굳어 있는 무표정한 사람들을 보면서 로봇을 떠올렸다고 한다. 작가의 기발한 영감이 떠오른 것이다.

일제시대를 생각한다면 우리나라에도 비교적 빨리 들어온 편이다. 1920년에 발표된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불과 6년 후인 1926년이다. 프롤레타리아 계급문학 작가로 잘 알려진 소설가 박영희가 <인조 노동자>라는 제목으로 번역해서 당시 사회주의운동에 앞장서고 있던 <개벽>誌에 소개했다.

프롤레타리아 작가 김영희가 1926년 <개벽>에 처음 소개

<로섬의 만능로봇>은 외딴 섬에 있는 로봇 공장의 총책임자인 도메인이 편지를 보내기 위해 비서 로봇 마리우스에게 내용을 불러주고 타이핑을 치게 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며, 그 때 헬레나라는 여인이 도메인을 찾아와 공장을 보여줄 것을 부탁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인권연맹의 회원인 헬레나가 공장을 방문한 것은 로봇에 대해 인권을 유린했다며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공장 대표와 결혼하게 된다.

이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로봇은 유럽 각지로 팔려나간다. 로봇이 일상화되자 로봇 해방운동도 함께 일어난다. 로봇은 마모되면 폐품이 되어 신품과 교환하게 되고 인간의 지배를 받아야 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로봇은 노동을 통해 점차 지능이 발달하고 인간에 대해 반감을 키우게 돼 결국 인간을 멸망시킨다는 스토리다.

비인간화되어 가는 기계문명 속에서 생산의 효율과 능률만 따지게 된 인간, 또한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문명에 인간이 다시 끌려가고 지배 받는 상황. 이런 것들을 생각하며 작가는 로봇을 상상 속에서 만들어냈다.

극심한 노동과 학대에 반감 품어 인류를 멸망시켜

기계문명에 대한 반발로 로봇을 가공하게 되고, 로봇과 인간의 충돌을 예견하는 줄거리가 흥미롭다. 사실 그동안 많은 공상과학 소설가들이 인간이 로봇에게 지배당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예견하면서 기계문명에 빠진 인간사회를 통렬하게 꼬집었다.

로봇에 의해 인간이 멸망하는 비극을 상상한 차페크의 염려에 미리 선을 긋고 나선 이가 있다. 바로 SF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Issac Asimov, 1920~1992)다. 그는 1950년 발간한 장편소설 <아이 로봇(I, Robot)>에서 우리가 잘 아는 로봇 행동에 관한 3가지 원칙을 제안했다.

▲ SF작가 아시모프는 이미 1950년대 로봇을 경계하면서 로봇3원칙을 주장했다. 그 주장이 현실적인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인간을 위협할지도 모를 로봇의 등장에 대비하기 위한 염려가 담겨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로봇 입장에서 보면 노예계약이나 다름 없다.

이러한 문제에 도전장을 낸 사람이 바로 미래학자 짐 데이토(Jim Dator) 하와이 대학 교수다. 그는 로봇에게도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는 로봇권리장전을 주장했다. 이미 1970년대의 일이다. 그는 로봇과 인간이 상생하고 화합하는 길을 제시한다.

이제 인간은 로봇에게 지능을 심어주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인간의 지능을 뛰어 넘는 인공지능의 출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 로봇이 곧 탄생한다는 이야기가 외신에서 끊일 날이 없다.

로봇이 인간과 동등한 지능을 갖게 될 때 로봇공학적인 측면을 뛰어넘어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할 때다.

이제 로봇에 대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들은 상상이 아니라 바로 현실이라는 점이다. SF작가들에게만 맡길 일이 전혀 아니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6.17 ⓒ ScienceTimes

'질병도 닮는다'…대장암, 심장병 등 가족력 질환 식생활 등 생활습관 개선하면 가능성 줄어 2009년 06월 17일(수)

최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3남인 김정운이 결정됐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김정운은 외모가 아버지 김정일을 꼭 빼닮았고 체형까지도 비슷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운은 키가 175cm 정도, 체중은 약 90kg 정도로 운동 부족에 따른 비만 상태인데다 20대인데도 불구하고 고혈압과 당뇨가 상당히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은 아니지만 특정 가족에게만 잘 나타나는 취약한 질환이 있다. 질병에도 일종의 가계도가 있는 셈이다.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 생활 습관병으로 알려진 성인병 대부분이 가족력 질환에 속한다.

▲ 대표적인 가족력 질환인 고혈압, 성인 당뇨병, 심장병, 고지혈증, 뇌졸중, 비만 등은 생활습관과 관련이 깊다. (사진 뇌졸중). 
◆직계 3대 중에서 2명 이상 걸리면 가족력 질환= 가족 내에서 어떤 질병이 집중적으로 발생되는 경우를 '가족력 질환'이 있다고 한다. 3대에 걸친 직계 가족 중에서 2명 이상이 같은 질병에 걸리면 이에 해당된다. 집안에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가 많이 생긴다는 점에서 유전성 질환과 혼동될 수 있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유전성 질환은 특정한 유전 정보가 자식에게 전달돼 질병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상 유전자의 전달 여부가 질병의 발생을 결정하는 것으로, 다운증후군, 혈우병, 적록색맹 등 대표적인 유전병은 사전 검사를 통해 유전될 확률을 예측할 수 있으나 대체로 예방할 방법이 없는 난치성 질환이다.

반면 가족력은 혈연 간 유전자를 일부 공유한 것 외에도 비슷한 직업, 사고방식, 생활습관과 동일한 식사, 주거환경 등 특정 질병을 유발하는 환경을 공유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일종의 '후천적 유전자'이다. 가족력 질환은 생활습관을 교정하거나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하면 예방이 가능하거나 적어도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

◆부모 고혈압이면 자녀 고혈압 확률 50%= 대표적인 가족력 질환인 고혈압, 성인 당뇨병, 심장병, 고지혈증, 뇌졸중, 비만 등은 생활습관과 관련이 깊다. 유방암, 대장암, 폐암, 위암 등 일부 암도 가족력 질환으로 꼽힌다.

부모나 가족 중 심장병 환자가 있으면 심장병 위험이 다른 사람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심장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흡연,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운동 부족 등이다. 이런 요인과 가족력이 합쳐지면 발병 위험은 더욱 커진다.

당뇨병도 부모 모두 증상이 없을 때보다 한쪽이라도 당뇨가 있으면 자녀의 발병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부모 중 한쪽이 당뇨병을 가지고 있으면 자식에게 당뇨병이 발병할 확률은 15∼20%에 이른다. 부모가 모두 당뇨병인 경우 자녀는 30∼40%까지 당뇨병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고혈압도 부모 모두 정상일 때는 자녀가 고혈압일 확률은 4%에 불과하지만 부모 중 한쪽이 고혈압이면 30%, 양쪽 모두이면 50%까지 올라간다. 어머니가 골다공증인 경우 딸에게 발병할 가능성은 일반인보다 2∼4배 높다.

부모 중 어느 한쪽만 비만인 경우 자식이 비만이 될 확률은 30~35%이고 부모 모두 비만인 경우는 60~70%나 된다. 유전적으로 기초 대사량이 낮거나 체지방의 저장 정도를 인식하는 뇌의 기능이 둔감한 경우도 있고,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이 유전되기 때문인 경우도 있다.

▲ 어머니, 자매, 딸 등 직계 가족에 유방암 환자가 있다면 유방암 발생 위험성이 2~3배 높다. 특히 직계 가족 중 1명 이상이 폐경기 이전에 유방암에 걸렸다면 유전성 유방암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암 발생 확률은 최고 9배까지 높아진다. 
◆암 환자 가족은 주기적 검진 필요=
외국의 보고에 의하면 대장암 환자의 15~20% 정도가 1대의 친척(형제, 부모, 자식)에게서 물려받은 것이고, 전체 대장암의 10~30%는 가족성으로 발생하는 가족성 대장암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부모나 형제 중에 1명의 대장암 환자가 있으면 발병 확률은 2~3배가 되고, 2명의 대장암 환자가 있으면 그 확률은 4~6배로 높아진다. 암 발병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이므로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40대가 되면 반드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어머니, 자매, 딸 등 직계 가족에 유방암 환자가 있다면, 유방암 발생 위험성이 2~3배 높다. 특히 직계 가족 중 1명 이상이 폐경기 이전에 유방암에 걸렸다면 유전성 유방암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암 발생 확률은 최고 9배까지 높아진다.

가족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40세 이전에 정기적으로 검사를 해야 한다. 비만도 유방암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체중과 지방 섭취를 줄일 필요가 있다. 또 전체 위암 발생 건수 중 10%는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족력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매년 위 내시경이나 위장 조영술 검사를 받아야 하고 고위험군에서는 30세 이하도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식생활 등 생활습관 고치면 가능성 줄어= 특정 질병의 가족력이 있다면 남보다 부지런히 식생활 개선과 운동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고혈압 가족력이 있으면 과식, 과음, 짜게 먹는 습관이 가족 전체에게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식습관을 고쳐 혈압을 낮춰야 한다.

당뇨병은 유전적 소인이 강하지만 엄격한 식사요법과 꾸준한 운동, 체중 감량으로 발병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골다공증 가족력이 있다면 신체 활동을 늘리고 인스턴트 식품을 줄이고 칼슘 섭취를 늘리는 식으로 식생활을 개선하도록 한다.

만약 직계가족 중 암 환자가 있으면 40대 이후부터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유방촬영술, 위내시경 등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가족 중에서 40세 이전에 성인병이나 암에 걸린 사람이 있으면 이른 나이부터 정기 검진을 시작한다. 질환이 부모 대에는 나타나지 않고 숨어 있는 경우도 있다. 조부모 대까지의 가족력을 미리 확인하면 막연한 불안감을 없앨 수 있다.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송혜령 교수는 "가족력이 있다고 그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발병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부모가 금연, 절주, 규칙적인 운동, 절제하는 식생활 등 바람직한 생활습관을 가지면 자녀가 가족력 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우정헌 기자 | rosi1984@empal.com

저작권자 2009.06.17 ⓒ ScienceTimes

“조직폭력배 유전자 따로 있다” 범죄는 생물학적 요인으로 결정되기도... 2009년 06월 18일(목)

▲ 청소년기 남자 가운데 조직폭력집단에 가입하거나 흉기를 휘두르는 성향이 강한 것은 부분적으로 선천적인 '전사 유전자'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직폭력배는 타고 나는가?"라고 물으면 "다 타고 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선천적으로 타고 나기도 한다"라는 대답이 정답이다.
 
유전자에 따라 남자의 폭력성이 달라지며 특정 유전자를 가진 남자는 폭력조직에 가입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총과 칼 같은 살인적인 무기를 사용하는 범죄인이 될 가능성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다.

미국 온라인 과학일간지 사이언스 데일리(ScienceDaily)는 최근 “‘Warrior Gene’ Linked To Gang Membership, Weapon Use”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전사(戰士) 유전자’를 갖고 있는 청소년의 경우 다른 사람들보다 폭력집단에 가입하거나 흉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연구논문 결과를 인용, “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 남자는 외부의 자극(provocation)에 대한 반응에 있어서 훨씬 더 높은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며 “그래서 쉽게 조직적인 폭력집단에 가입하며, 흉기를 휘두르는 잔인한 폭력배로 될 가능성이 많다”고 전했다.

생물사회 범죄학자로 유명한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의 케빈 비버(Kevin M. Beaver) 교수팀은 美 국립청소년보건연구(NLSAH)에 등록된 2천500명의 청소년을 상대로 그들의 DNA 자료와 생활방식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비버 박사에 따르면 전사 유전자로 불리는 ‘모노아민 산화효소(MAOA,Monoamine oxidase A)’라는 유전자가 있는 남자 청소년은 미래에 폭력조직에 가입할 확률이 높고 조직원이 돼서도 더 폭력적이며 총과 칼 같은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성에게도 있지만 저항력이 강해 힘 못써”

전사 유전자는 일부 여성에게도 나타났다. 그러나 이 유전자의 역할은 남자에게만 해당됐으며 여자 청소년은 MAOA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도 이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기 때문에 폭력성을 강하게 나타내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사람의 유전자와 반사회적인 행동(anti-social behavior)과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조직폭력배나 총기사용 등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리지 못했다.

비버 교수는 “폭력조직은 전통적으로 사회적 현상으로 간주돼 왔으나 우리 연구는 그것이 유전자라는 생물학적 원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MAOA의 변이(variants)에 따라 폭력조직 가입 가능성뿐 아니라 조직 안에서 더 폭력적으로 행동하고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과거의 연구들은 전사 유전자가 반사회적인 행동이나 폭력성과 관련해 과소 평가한 면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유전자가 인간의 폭력적인 성향과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전사 유전자는 마오리족 폭력성 연구에서 시작

전사 유전자를 둘러싼 논쟁은 2006년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폭력성과 관련해서 시작됐다. 이 유전자는 기분이나 행동과 관련이 있는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 물질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뇌에서 공격성, 기쁨 등의 기분을 전달하는 화학물질 생산을 조절하며, 알코올과 만나면 세로토닌을 파괴해 폭력성을 더욱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초 브라운대학 연구팀은 전사 유전자는 개인에 따라 자극에 대한 공격성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발표했다.

한편 미국 밴더빌트(Vanderbilt) 대학의 크레이그 케네디(Craig Kennedy) 교수는 “인간에게 공격성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 당연한 사실”이라며 “인간은 섹스, 음식, 약을 원하는 것처럼 본능적으로 폭력성을 갈망한다”고 말했다.

▲ 전사 유전자는 가장 용감하고 공격적인 종족으로 알려진 뉴질랜드 마오리 족에 대한 연구에서부터 시작됐다. 
과학수사요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는 그는 “공격성은 협동심 같은 다른 감정처럼 유전적으로 전해지는 인간의 기본 감정이며 대부분의 포유동물은 각자의 방식으로 공격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흉악한 범죄들이 후천적인 환경에 의해 발생한다는 기존의 개념에서 유전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는 범죄생물학이 점차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유전자 코드를 해독하면 상대방의 범죄성향까지도 알 수 있다는 이야기며, 이는 인권침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심지어 연쇄살인이나 강간과 같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미리 격리시키는 범죄예방이론이 고개를 들 수도 있다. 유전자가 모든 것을 설명하는 시대가 가까이 왔다.

장수할 유전자와 단명(短命)할 유전인자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유전자 해독, 고질적인 질병 예방과 치료라는 생명과학이 한편으로 가져다 줄 사회적 파장은 엄청나다.

아무리 훌륭한 상대방이라고 해도 살인 유전자나 단명할 유전자를 갖고 있다면 결코 반려자로 택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 취직하기도 힘들 것이다. 또한 보험회사들이 기피하던지, 아니면 차등 지급하려고 할 것이다.

유전자 해독이 축복이자 재앙이라는 한 과학자의 주장이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축복보다 재앙이라는 비관적인 시각도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한편 이 연구는 ‘Comprehensive Psychiatry’ 저널에 실렸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6.18 ⓒ ScienceTimes

컴퓨터가 인간이 가진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돼 온 예술 분야도 넘보기 시작했다. 1946년 단순한 계산을 위해 개발된 컴퓨터는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를 이기며 인간의 지적 능력에 도전하더니 이제는 미디어 아트의 영역에도 발을 내닫기 시작했다.

‘생성 예술’이라 불리는 이 장르는 컴퓨터가 수학적 계산을 통해 ‘무작위적이면서도 규칙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미디어 아트를 만드는 것이다. 수학적 계산은 단순한 방정식을 이용해 입체(3D) 그래프를 그리는 간단한 연산부터 ‘선형 방정식’이나 ‘위상 수학’처럼 인간의 능력으로는 쉽게 계산하기 힘든 것까지 다양하다.

그나마 예술 작품이 탄생할 수 있는 논리적인 수학 공식은 인간이 디자인했다는 것이 위안이지만 거꾸로 말하면 컴퓨터 없이는 생성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말도 된다. 게다가 컴퓨터 스스로 변수나 방정식을 조절할 수 있게 만든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진화해 작가가 애초 예상하지 못했던 이미지를 창조해내기도 한다.

컴퓨터를 창조물로 볼 것인가, 창조자로 볼 것인가. 이를 논의하기 위해 세계의 생성 예술 작가 20명이 한국에 모였다. 이들은 20일 숭실대에서 ‘기계와 생명에 대한 확장된 시각으로 10년 뒤 융합예술 바라보기’라는 주제로 국제학술 심포지엄을 연다. 어쩌면 16일부터 서울 성북구 성북동 ‘스페이스 캔’과 숭실대 정보과학관에서 열리는 이들 작가의 전시회 ‘기계가 꾸는 꿈’은 창조자인 컴퓨터끼리의 ‘만남의 장’일 수도 있다.

무브먼트 시리즈(Movement series)



프랑스 작가 알라인 비틀러의 컴퓨터는 스스로가 인지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컴퓨터는 시간을 사람과 다르게 느낀다. 컴퓨터에게 시간은 단순한 변수다. 사람의 시간처럼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점이나 선으로도 인식할 수 있다. 비틀러의 작품은 컴퓨터가 인지하는 시간에 따라 그린 3D 이미지를 보여준다.

메이크시프트(Makeshift)


영국 작가 그레이엄 웨이크필드의 컴퓨터는 생물학적 진화를 연구하는 프로그램인 ‘시멘틱 네트워크 그래프’를 이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컴퓨터가 만든 하나의 생태계다. 수학적 그래프로 이뤄진 작품 속 ‘생명체’는 서로 만나서 사라지기도 하고 2세를 만들기도 한다. 물론 2세는 기존의 그래프와 다른 형태를 갖는다. 마치 부모의 유전자(DNA)를 조금씩 취한 자손처럼 말이다.

논커넥티비티(Nonconnectivity)


미국 작가 랜스 푸트남의 컴퓨터는 선형 방정식을 이용한 작품을 만들었다. 이 작품에서 점들은 선형 방정식이 만든 궤도를 따라 돌면서도 ‘그룹’ ‘개별’ ‘변화’라는 명령 속에서 독립된 움직임을 보이지만 사람의 눈에는 점들이 함께 만든 화려한 이미지가 보이게 된다.

비밀 도청(Subliminal Wiretapping)
미국 작가 숀 로슨의 컴퓨터는 수열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컴퓨터는 수열로 무작위적인 숫자를 만든 뒤 이를 글자로 바꾼다. 글자는 다시 수열을 바꿔 다음 글자를 만드는데 영향을 미친다. 컴퓨터는 ‘자신만이 아는’ 단어를 만든 뒤 줄을 바꿔 다음 단어를 만든다. 친절하게 사람들을 위해 종이에 인쇄해주지만 이를 이해하는 사람은 애석하게도 없다.

아이 엡, 잇 플로우즈(I ebb, It flows)와 정보 vs 조직(Information vs Organization)


미국 작가 윌리엄 크레이그의 컴퓨터는 두 작품을 만들었다. 이 작품들은 변수에 따라 점 또는 선을 만든다. 변수는 컴퓨터가 무작위로 바꾸거나 관람객이 조절하는 마우스 포인터의 위치에 따라 변한다. 변수는 색, 점의 크기 등을 바꾸게 된다.

어 글랜스 투 프리모디얼 카오스 오브더 시(A Glance to Primordial Chaos of UnderSea)


한국 정문열 작가의 컴퓨터는 인간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심해의 사진을 알아보기 힘든 형태로 바꾼다. 컴퓨터는 스스로 진화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이미지는 점점 정형화된 형태를 잃어간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한반도에 살았던 최초의 인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았는가.’

EBS가 지난해 11월 컴퓨터 그래픽(CG)으로 만든 생동감 넘치는 공룡으로 화제를 모았던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에 이어 두 번째 한반도 시리즈 ‘한반도의 인류’(사진)를 방송한다. 22∼24일 오후 9시 50분 3부작으로 연속 방영하며, 구석기 시대부터 이 땅에 모습을 드러낸 초기 인류의 생활을 조명한다.

17일 언론에 먼저 공개한 ‘한반도…’는 당시에 존재했을 법한 가상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재연 형식이다. 맨 처음 한반도에 발을 디딘 원시 인류는 베이징원인이란 이름으로 익숙한 호모 에렉투스가 주인공이다. 직립보행을 하며 불을 사용할 줄 알았던 이들은 거친 맹수와 날씨라는 불리한 조건에도 노련한 사냥 능력과 집단생활을 통해 삶을 영위한다.

이 프로는 고증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한 이야기가 함께 엮어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사냥이나 채집 과정을 보여주며 자연스레 ‘주먹도끼’의 존재를 드러내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1970년대 경기 연천군 전곡리에서 발견한 주먹도끼가 유럽과 아프리카에 비해 아시아가 뒤진 구석기 문화를 가졌다는 종래의 학설을 어떻게 뒤집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구석기 인류의 성(性)과 인육을 먹던 풍습 등도 담겼다.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를 다룬 2부는 더욱 볼거리가 많다. 매머드가 소금을 찾아 시베리아에서 한반도로 이동하자, 이들을 사냥감으로 삼는 호모 사피엔스도 한반도에 발을 딛는다. 매머드 사냥은 물론 국내 암각화에 그려진 모습을 바탕으로 구현한 이들의 고래 사냥 모습도 다이내믹하게 다뤘다. 호모 에렉투스와 달리 감정 표현이 능한 호모 사피엔스가 기초 수준의 종교와 예술에 눈뜨기 시작하는 장면도 흥미롭다.

아쉬운 대목도 있다. 초기 인류의 모습을 재연하면서 특수 마스크까지 쓰며 노력했지만 얼굴 외에 손발 등은 별다른 분장 없이 나오는 등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 프로를 연출한 추덕담 PD는 “단순한 원시인 재연 프로그램으로 보지 말고 ‘시간과 존재에 관한 지도’를 그린다는 마음으로 한반도 인류 존재의 근원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양환 동아일보 기자 ray@donga.com



“나이트클럽 스피커에서 쿵쾅쿵쾅 울리는 음악과 아기의 옹알이 소리가 에너지로는 얼마나 차이 나는지 아세요?”

안강헌 충남대 물리천문우주과학부 교수가 다짜고짜 질문부터 던졌다. 두 소리의 에너지 차이는 무려 1조 배다. 그런데 인간은 귀 하나로 두 소리를 모두 알아듣는다. 지금까지 인간이 만든 소리 센서 중 이렇게 넓은 대역에서 동시에 작동하는 것은 없었다. 인간의 귀는 ‘슈퍼 소리센서’인 셈이다.

안 교수팀은 최근 귀의 이런 기능을 흉내 낸 인공 소리 센서를 국내 최초로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손바닥만 한 칩 안에 전자회로 10여 개가 들어 있다. 안 교수의 연구결과는 미국물리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인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스’ 7월 첫 주에 게재된다.

슈퍼 소리센서의 핵심은 유모세포. 유모세포는 귀의 달팽이관 안에 있는 지름 200∼3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의 가느다란 털이다. 귀를 통해 들어온 소리가 고막을 진동시킨 뒤 귓속뼈와 막을 지나면 달팽이관의 유모세포가 이 소리를 청신경으로 전달한다.

유모세포엔 소리 전달 외에 특별한 기능이 또 있다. 음악이 쩌렁쩌렁 울리는 나이트클럽에서 옆 사람의 작은 목소리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유모세포의 ‘순응’ 현상 때문이다. 안 교수는 “유모세포는 큰 소리가 계속 들어오면 그 소리를 무시하고 전달을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유모세포는 스피커의 음악 소리와 섞여 들어오는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고 잡아낸다. 안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유모세포의 순응 현상을 모방하면 민감한 소리센서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인공 소리센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현재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새 국내에는 안 교수처럼 귀에 푹 빠진 과학자가 많아졌다. 이들은 아예 귀에 대한 융합 연구회까지 만들어 함께 귀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회는 4월 말 충남대에서 물리학자, 전자공학자, 의학자 등 다양한 전공의 과학자들이 참여한 첫 모임을 가졌다.

그간 귀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살아있는 상태의 귀를 연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달팽이관이 나선형으로 돌돌 말린 구조를 갖는 이유가 진동수가 낮은 소리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불과 3년 전이다. 연구회가 의기투합한 이유도 귀를 제대로 알고 귀를 모방하기 위해서다.

연세대 물리학과 김철구 교수와 이화여대 물리학과 이공주복 교수는 3년째 공동으로 달팽이관 안의 막이 어떻게 소리를 감지하는지 물리적으로 분석했다. 김 교수는 “‘유럽물리 저널 E’에 관련 논문이 실린다는 e메일을 최근 받았다”고 말했다. 이 논문에는 당시 명지대 교수 신분으로 연구에 참여했던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도 연구저자로 포함됐다.

인하대 전자공학부 이상민 교수는 보청기에 들어가는 전자회로를 개발 중이다. 전자회로는 소리를 증폭하고 압축하며 소음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이 교수의 관심사는 맞춤형 보청기다. 같은 보청기를 껴도 환자마다 목소리를 인식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목소리의 빠르기나 높낮이, 발음에 따라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전자회로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홍성화 교수는 임상 경험을 토대로 연구회에 귀에 관한 의학적·생물학적 최신 지식을 알리고 있다. 다른 연구원들은 이 정보를 자신의 연구에 바로 활용한다. 안강헌 교수는 “미래에 사람의 귀처럼 잘 들을 수 있는 청각 보조기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나노 다음은? 양자! 나노기술의 꽃, 양자기술 2009년 06월 22일(월)

사이언스타임즈는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보과에서 제공하는 ‘S&T FOCUS’를 매주 2∼3회 게재한다. S&T FOCUS는 국내외 과학기술 관련 정책 및 연구개발 동향 분석결과를 제공하고, 다양한 과학담론을 이끌어 내어 과학문화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 매월 3천부씩 발행되고 있다. [편집자 註]

S&T FOCUS 2008년 1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열린 ‘신성장동력 창출 간담회’에서 “나노시대를 넘어 펨토시대를 열어달라”고 과학기술계 인사들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나노 다음은 나노의 백만분의 일인 피코이고, 펨토는 피코의 천분의 일이고 나노의 백만분의 일이니, 두 단계를 뛰어넘는 과학기술혁명을 주문한 셈이다.

나노(nano)는 난장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왔고, 10의 9제곱(1 다음에 0이 9개 붙은 십억) 분의 1을 뜻한다. 나노는 ‘나노’라는 단어 그 자체와, ‘난장이’라는 어원, 영어 ‘나인(9)’의 의미 등을 갖고 있지만, 음이 비슷해 잊어버리기 어려운 단어다.

나노미터는 십억분의 1미터로서 원자 한두 개의 크기에 해당하는 길이이다. 그러니 나노를 다루는 기술은 첨단기술의 한계에 해당하는 셈이다. 피코(pico)는 조그만 피리인 ‘피콜로처럼 작다’는 의미이고, 펨토(femto, 10의 15제곱 분의 1)는 ‘15(fifteen)’를 뜻하는 덴마크 말에서 왔다. 레이저기술에서는 펨토기술의 시대가 열리고 있으나 전자기술에서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무어 법칙의 한계에 대한 도전

1947년 전자회로의 스위치로 진공관을 대체하는 트랜지스터가 등장한 이후 전자기술은 소형화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 인텔의 공동창업자인 헨리무어는 2년에 2배씩 반도체칩의 집적도가 증가한다고 했는데, 지난 60년 동안 그 예언이 맞아떨어져 ‘무어의 법칙’으로 알려지게 됐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파인만 교수는 1950년대 말 ‘밑바닥에는 작게 만들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말로 나노기술 시대를 예언했다. 그러나 이렇게 점점 더 작게 만드는 것이 언제까지나 가능할까?

2007년 말 트랜지스터 발명 60주년을 맞아 <뉴욕타임스>는 이런 소형화 추세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헨리무어의 말을 인용하며, 인텔과 같은 세계적인 전자산업체가 무어의 법칙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양자컴퓨터나 광스위치와 같은 새로운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원자 하나의 크기에 근접할수록 양자물리학적 현상이 두드러져서, 트랜지스터가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0과 1이 분명해야 하는 디지털 세계에서 0과 1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불확정성 원리의 양자 세계로 넘어가는데, 크기만 작게 만든다고 디지털과 같은 방식으로 전자회로가 작동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나노기술의 꽃, 양자기술

다행히도 양자물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이미 십 수 년 전부터 연구해오던 양자컴퓨터가 나노의 한계를 뛰어넘을 기술로 등장하고 있다. ‘점점 더 작게’를 추구해 온 것이 나노기술이었다면 ‘작은 것을 양자원리로 어떻게 잘 다스릴까’를 연구하는 것이 양자기술이고, ‘나노기술의 꽃’으로 불리고 있다.

나노기술은 0과 1이 모호해지는 것을 두려워서 피하려는 반면, 양자기술은 오히려 이를 역이용하여 0과 1을 동시에 처리하는 방식을 택한 발상의 전환을 의미한다. 집적도가 커져서 트랜지스터의 갯수가 많아지는 양적인 발전이 아니라, 디지털에서 양자로 질적인 전환이 이루어짐으로써,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로 넘어간 것보다 더 큰 과학기술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럼 양자컴퓨터는 어떤 식으로 디지털컴퓨터의 속도와 성능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디지털컴퓨터가 정보를 0과 1의 비트(bit) 단위로 처리하는 데 비해, 양자컴퓨터는 0과 1뿐 아니라, 0과 1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는 양자비트(quantum bit) 또는 큐비트(qubit)를 사용한다.

디지털컴퓨터의 비트가 1개이면 0 또는 1을 나타내고, 비트가 4개이면 0000, 0001, 0010, 0011, 0100, …, 1110, 1111 등 16가지를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컴퓨터는 이 16가지를 한 번에 하나씩 열여섯 번에 나눠서 처리할 수 있을 뿐이다.

요즘 병렬컴퓨터 기법을 사용해 디지털컴퓨터 2대를 쓰면 2배, 4대를 사용하면 4배 정도 빨라질 수 있지만, 이것도 컴퓨터들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경우에만 그 정도로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양자컴퓨터는 큐비트가 4개이면 0000부터 1111까지 16가지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디지털컴퓨터의 컴퓨터 대수가 늘어남에 따라 처리속도나 용량이 기껏해야 컴퓨터 대수만큼 증가할 수 있으나, 양자컴퓨터는 큐비트의 개수가 늘어남에 따라 처리속도나 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셈이다.

양자정보의 세계를 여는 양자물리학

1994년 미국 벨연구소의 피터 쇼어는 양자컴퓨터로 자연수를 두 수의 곱으로 소인수분해하는 양자알고리듬을 발명했는데, 디지털컴퓨터로는 우주가 생긴 이후 우주가 사라질 때까지 계산해도 해낼 수 없는 큰 자연수의 소인수분해를 양자컴퓨터로는 불과 몇 분 내지 몇 시간 내에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큰 자연수의 소인수분해 문제는 인터넷이나 금융, 국방 등에 널리 쓰이는 암호통신에 활용되고 있다. 소인수분해는 숫자가 클수록 어렵기 때문에 큰 수를 사용한 암호일수록 풀기가 어려워지는데, 이제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이 암호는 모두 풀리게 되어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

양자컴퓨터의 등장이 디지털통신 보안에 큰 위협이 되는 한편, 양자물리학은 어떤 컴퓨터로도 해킹할 수 없는 완벽한 보안의 양자암호기술을 제공한다. 1984년 IBM의 찰스베넷과 몬트리올대학교의 브라사드는 양자물리학의 원리를 이용한 새로운 암호통신기술을 발명했다.

물질이나 빛의 양자물리학적인 상태는 아주 살짝만 건드려도 변한다는 성질을 이용해, 도청이 절대 불가능한 암호기술을 만든 것이다. 1993년 찰스베넷 등은 ‘양자 텔레포테이션’이라는 공상과학 같은 순간이동 기술을 발명했는데, 양자컴퓨터, 양자암호 등과 함께 21세기 최고의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실 양자물리학이 일으키는 과학기술혁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00년 막스플랑크가 물체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별 분포를 양자물리학적인 가설로 설명했고, 1905년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를 양자물리학으로 설명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 이후 양자물리학은 뉴턴의 운동법칙을 제치고 물질 세계의 근본원리로 등장하여 반도체와 레이저 등 20세기 정보통신기술을 담을 그릇 ‘하드웨어’를 제공했다.

여기까지를 양자물리학의 1차 혁명이라고 한다면, 양자컴퓨터를 포함한 양자기술은 양자물리학의 2차 혁명이라고 할 만하다. 이제 양자물리학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비트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정보가 아니라, 정보를 다루는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OS)까지 큐비트를 기반으로 하는 양자정보의 세계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보과 |

글 김재완(고등과학원 부원장, 계산과학부 교수)

저작권자 2009.06.22 ⓒ ScienceTimes



로빈 하몬드. 2007년作. 해수면 상승으로 섬 전체가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한 인도 고라마라 섬.

카메라 렌즈를 통해 기후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주영한국문화원 주관으로 서울 종로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19일부터 시작된 ‘지구를 인터뷰하다: 사진으로 본 기후변화’전은 환경오염 에너지 지구온난화 등 전지구적 기후변화의 직간접적인 원인을 사진에 담아 보여준다.

영국 작가인 로빈 하몬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지도에서 사라지고 있는 남태평양의 투발루 섬과 인도 근해 고라마라 섬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매년 봄 동아시아 지역을 위협하는 황사를 주제로 작업한 이상엽 작가는 멈출 줄 모르는 중국의 사막화 현상과 석탄 에너지에 의존한 제조산업의 환경오염 현장을 포착했다.

주명덕 작가는 1997년과 2004년 극심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경북 경주의 인공호수인 보문호를 찍었다. 그의 작품 속 흑백 이미지와 추상적 구도는 인위적인 토지 개발이 주변 생태 환경을 바꾸고 기후변화로 점차 메말라가는 땅을 극명하게 표현하는 듯 보인다.

박종우, 정주하, 최영진, 크리스 드 보데, 이안 테 등 국내외 사진작가 13명의 사진 93점을 선보인 이번 사진전은 △환경 확대 △불안한 미래 △어두운 그림자와 경계없는 폭풍 등 모두 7개 전시장으로 구성됐으며 오는 8월 23일까지 계속된다.


게르트 루드비히. 2003년作. 미국 캘리포니아 노스쇼어 지역 수질오염 현장



주명덕. 1997년作. 극심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경북 경주 보문호.



크리스 드 보데. 2007년作. 연료 부족으로 2500개의 태양열 조리기구가 설치된 네팔의 다마크.



이상엽. 2007년作. 중국 윈난성에서 촬영한 제비의 이동 모습.

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

오바마 파리 잡는 솜씨의 과학적 분석 왜 파리는 잡기 어려울까 2009년 06월 23일(화)

▲ 파리를 잡아본 사람은 누구나 파리가 얼마나 잘 도망가는지를 안다. 어떻게 파리는 잽싸게 내리치는 파리채를 그토록 잘 피하는 걸까. 최근 과학자의 연구를 통해 그 이유가 밝혀졌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동영상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 동영상은 지난주 오바마 대통령이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 도중 주변을 맴도는 파리를 맨손으로 때려잡는 모습이었다.

이 동영상은 CNN 등에서 방송되었고 유튜브(http://www.youtube.com/watch?v=5rbUH_iVjYw) 등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최초의 미 흑인대통령인 그가 보인 이런 작은 행동도 사람들의 관심을 끄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아마도 이 동영상은 본 사람들은 “와, 파리 잡는 실력도 대단하네”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과학잡지 디스커버지는 단순히 감탄의 수준을 넘어 그의 파리 잡는 행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디스커버지는 파리를 잡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설명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파리 잡는 비법을 소개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자.

1초에 5,400번 깜박이는 초성능 카메라 이용

누구나 경험을 통해서 파리를 잡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 걸 잘 알 것이다. 손으로든 파리채로든 앉아 있는 파리를 향해 재빨리 찰싹하고 가격했음에도 불구하고 파리는 그 짧은 순간에 유유히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 버리고 만다.

어떻게 파리는 이처럼 잘 피할 수 있는 걸까? 지난해 9월 미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생물학자 마이클 디킨슨 교수 연구팀은 Current Biology 지에 그 이유에 대한 답을 발표했다.
 
디킨슨 교수 연구팀은 1초에 무려 5천400번 깜박이는 초성능 비디오 카메라로 파리가 피하는 움직임을 조사했다. 보통 우리가 보는 TV가 1초에 60번 깜박이는 걸 생각한다면 이 비디오 카메라가 얼마나 대단한 성능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디킨슨 교수 연구팀은 앉아 있는 파리가 다가오는 둥근 물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이 카메라로 촬영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파리는 0.2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상당히 많은 일들을 해내는 것이었다.

파리는 다가오는 물체가 어느 쪽으로부터 오는지를 먼저 알아낸다. 그런 다음 어느 쪽으로 날아가야 할지를 결정한다. 그리고선 다리를 재배치시킨다. 이때 초고속 카메라는 파리의 움직임을 매우 자세히 드러내 보여주었다.

발레 하듯 다리 움직이는 파리

파리는 곤충이 그렇듯 6개의 다리를 갖고 있다. 파리는 둥근 물체가 다가오는 걸 감지할 때 자신의 다리들을 날아가기 좋게 재배치시킨다. 먼저 맨 뒤쪽에 있는 두 다리를 앞으로 이동시킨다. 그런 다음 가운데 두 다리를 원래 위치보다 앞으로 이동시킨다. 이때 가운데 두 다리의 위치는 파리의 무게중심에 바로 아래에 위치한다.

 
▲ 뭔가가 다가올 때 파리의 움직임. 파리는 점프하기 전 다리들을 재배치시켜 가장 점프하기에 좋은 자세를 갖춘다. 먼저 맨 뒷다리를 앞으로 오게 한 후 가운데 두 다리를 몸의 무게중심 바로 아래쪽으로 이동시킨다. 

이런 파리의 다리 움직임은 파리가 점프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다리를 재배치시킨 파리는 점프를 한 후 날개짓을 하며 유유히 우리의 망을 피한다. 디킨슨 교수는 “파리는 발레를 하듯이 점프를 하기 위해 다리를 재배치시킨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서 디킨슨 교수가 더욱 놀라워했던 점은 그렇게 작은 머리를 갖고 있는 파리가 어떻게 이렇게 재빠르게 어디로 피해야 할지를 계산해낸다는 것이었다. 파리의 뇌는 작은 씨앗 크기만 하고 그 안에는 10만 개의 신경세포가 있을 뿐이다. 그에 반해 우리 뇌에는 100조 개의 신경세포가 있다고 추정되고 있다.

디스커버지는 파리가 다가오는 물체를 재빨리 감지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파리를 포함한 곤충들의 민감한 시력과 몸에 난 털로 설명했다. 곤충은 몸에 미세한 털이 나 있다. 이 털은 갑자기 다가오는 손에 의한 공기압력의 미세한 변화조차도 감지한다.

뿐만 아니라 곤충의 눈은 여러 개의 렌즈들을 사용하는 덕분에 빛의 변화를 극도로 빠른 시간 안에 알아챌 수 있도록 진화했다. 즉 다가오는 물체로 인한 그림자를 재빨리 인식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런 곤충의 눈은 인간의 눈과는 대조적이다. 여러 개의 렌즈로 이루어진 곤충과 달리 인간은 눈 하나에 렌즈가 하나다. 때문에 이미지를 매우 자세하게 볼 수 있는 반면 빛의 양의 변화를 알아채는 데는 약하다.

진화에서 얻은 던지기 실력 이용

이렇게 파리의 대단한 실력을 알아보았으니 이제는 오바마 미 대통령의 파리 잡는 실력을 살펴볼 차례다. 오바마 대통령은 왼손등 위에 앉은 파리를 오른손으로 잽싸게 내려쳐 잡았다. 디스커버지는 그의 파리 잡는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 『슈퍼히어로의 물리학』(The Physics of Superheroes)이란 책을 펴낸 미 미네소타 대학의 물리학자 짐 카칼리오스 교수에게 물었다.

카칼리오스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의 파리 잡는 솜씨에 꽤 놀라워하면서도 그의 이런 행동이 “물리학의 법칙을 위배하는 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대신 카칼리오스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빠른 반사행동과 아래쪽 팔을 전략적으로 움직인 덕분에 파리를 때려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오바마 미 대통령은 파리를 잡을 때 인류가 진화적으로 발전시킨 던지는 자세를 이용했다. 던지기 잘하는 초기 인류는 훌륭한 사냥꾼이었을 것이다. 
카칼리오스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 인간이 진화과정에서 연마한 던지기 자세인 아래쪽으로 팔을 움직이면서 파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우리 몸은 여러 개의 지레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래쪽 팔의 경우 위로 움직이기보다 아래로 움직이는 게 훨씬 쉽다. 이는 던지기를 잘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진화상에서 던지기를 잘했던 초기 인류가 가장 훌륭한 사냥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우리가 던지기를 잘하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오바마의 아랫 방향으로의 움직임은 왜 그가 손을 그토록 재빨리 움직일 수 있었는지를 설명해준다. 카칼리오스 교수는 “우리의 팔이 그런 운동에 딱 맞도록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즉 우리 인간은 팔을 올리기보다 중력이 이끄는 아랫 방향으로 훨씬 더 몸을 잘 이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칼리오스 교수가 제시한 오바마 대통령이 파리를 잡을 수 있었던 마지막 비결로는 오바마 대통령이 파리를 자신의 왼손 위에 전략적으로 가두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파리는 위로 날아오르는 길밖에 없었기 때문에 위에서 바로 내려오는 손을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9.06.23 ⓒ ScienceTimes

인간의 사촌은 침팬지 아니라 오랑우탄 “화석증거, 오랑우탄이 더 인간과 닮아”, 美 사이언스데일리 2009년 06월 26일(금)

▲ 침팬지보다 오랑우탄이 인간과 더 비슷하다는 연구가 나왔다. 
용어에 대해 약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종종 원숭이와 침팬지를 같이 쓰는 경우가 있다. 동물애호가로 침팬지 연구가인 제인구달을 원숭이 연구가, 원숭이 대모 등으로 부르는 경우가 그렇다.

포유류 영장목 중에서 사람을 제외한 동물을 일컫는 일반적 호칭이 원숭이다. 그러나 보통 원숭이를 뜻하는 영어의 monkey는 긴 꼬리를 가지고 있는 것만을 말하며, 꼬리가 없는 것은 ape라고 한다. 침팬지는 원숭이류 가운데 한 동물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이 침팬지라는 사실을 정설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근 이 가설에 강력하게 제동을 걸면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것은 침팬지가 아니라 오랑우탄”이라는 새로운 주장이 나와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피츠버그 대학의 제프리 슈바르츠(Jeffrey H. Schwartz) 교수와 버팔로 과학박물관 존 그레한(John Grehan)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화석 증거를 토대로 볼 때 인간과 가장 가까운 것은 우랑우탄”이라고 주장했다.

인류학을 가르치고 있는 슈바르츠 교수는 이미 2005년 <빨간 원숭이(The Red Ape: Orangutans and Human Origins, Revise and Updated>라는 저서를 통해 인간과 오랑우탄과의 관계(connection)를 강하게 주장했고, 이번 연구가 책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사람과 오랑우탄, 28가지 특징 공유

이러한 주장은 DNA 분석을 통해 침팬지가 유전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깝다는 기존 정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활발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연구팀은 우선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에 나타나는 수백 가지 진화와 관련된 신체적 특징들을 수집한 뒤 이 가운데 다른 포유류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오직 영장류인 사람, 오랑우탄, 침팬지, 고릴라에만 나타나는 특징 63가지를 추려냈다.

결과 이런 특징들 가운데서 사람은 오랑우탄과 28가지를 공유해 유사점이 가장 많았다. 사람과 침팬지가 비슷한 점은 단 2가지에 불과했으며 고릴라와는 7가지에 불과했다. 또 침팬지와 고릴라는 11가지 특성을 공유해 서로 아주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결국 사람과 오랑우탄이 한 그룹으로 묶이고, 침팬지와 고릴라가 한 그룹으로 묶인다는 것이 이들이 진행한 연구결과의 결론이다.

이들은 또한 화석도 비교했다. 인간의 선조로 여겨지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같은 화석 인간들, 그리고 유인원의 선조로 여겨지는 화석에 나타나는 특징을 현대 인간의 몸과 비교해 독특한 특징 56가지를 뽑아냈다.

이 56가지 특징 중에서 오랑우탄, 고대 인간,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공유하는 것은 8가지였다. 오랑우탄과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공유하는 것도 7가지였다.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도 부정

이러한 조사치를 근거로 연구팀은 인간, 오랑우탄, 고대 인간을 ‘덴탈 호미노이드(dental hominoids)’라는 새로운 그룹으로 분류하고, 침팬지와 고릴라는 ‘아프리카 유인원(African apes)’이라는 별도 그룹으로 인간과 분리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덴탈 호미노이드라는 이름은 인간, 오랑우탄, 고대 인간이 모두 두꺼운 치아 법랑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 인류학자인 슈바르츠 교수는 화석과 신체적 특징을 토대로 오랑우탄이 인간과 더 비슷하다는 주장을 해왔다. 
이들은 “인류의 조상이 처음 아프리카에서 나와 유럽으로 간 뒤 유럽에서 다시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갈라져 들어갔다”는 기존 학설에 대해서도 “너무 복잡하고 짜 맞춰졌으며 형태학적, 생체지리학적 증거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사람•오랑우탄의 조상이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를 잇는 우림을 통해 1200~1300만 년 이전에 퍼져 나갔으며, 히말라야산맥이 생기는 등의 지구 환경 변화로 각자 고립되면서 지금은 동남아시아에만 오랑우탄이 남아 있다’는 자신들의 새로운 가설을 내놓았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영국의 고생물인류학자 피터 앤드류스(Peter Andrews) 박사는 “그들은 충분한 행태학적 증거를 갖고 새 학설을 주장했으므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분자생물학자들과 형태학자 사이에 새로운 논쟁이 일어나겠지만 논쟁은 건설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분자생물학자들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인간과 침팬지가 가장 가깝다는 주장을 정설로 만들어 놨지만 슈워츠와 그레한 두 교수는 이번 논문에서 “분자생물학적으로 가깝다고 반드시 진화적 연관성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유전자가 비슷하다고 꼭 가까운 것은 아니다라는 이야기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6.26 ⓒ ScienceTimes

차남은 반항적이고, 장남은 순종적? “둘째가 진취적, 과학적으로 입증”… 英 텔레그라프 2009년 06월 09일(화)

▲ 블라디미르 레닌은 세계사를 뒤흔든 러시아혁명을 주도한 혁명가다. 그는 차남이다. 
“차남은 집안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 가정을 박차 뛰쳐나가길 좋아한다. 그리고 부모 말을 잘 듣지 않고 심지어 반역까지 꾀한다. 늘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반면에 장남은 순종적이며 집안을 지키려고 하며 일도 열심히 한다. ”

기독교 성서에는 소위 말 안 듣는 차남(wayward second son)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성서는 그들을 언급하면서 ‘방탕한 아들(蕩子, prodigal son)’이라고도 부른다. 돌아온 탕자의 이야기는 한 설화로 기독교에서 자주 등장하는 교훈이기도 하다.

그래서 차남을 ‘잃어버린 아들(Lost Son, 성서에는 잃어버린 양이라는 표현도 씀)'이라고도 하며 각종 소설과 영화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뿐만이 아니다. 노래, 심지어는 과학수사드라마 CSI에도 등장할 정도다. 물론 대부분 반항아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긴 종교를 떠나 감정과 분노, 사랑과 증오라는 애증(愛憎)의 갈등으로 점철돼 있는 것이 인간의 역사라면 차남에 대한 이러한 일종의 편견은 아마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장남을 선호하는 풍토는 세계 어느 구석에서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차남이 장남보다 반항적이며, 경쟁심이 강하고, 그래서 역사 속에는 혁명가도 많이 등장한다. 좋은 의미로 해석하자면 시대를 앞서간 진취적인 개혁가들이다. 러시아 혁명을 주도한 레닌,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차남이며 쿠바 혁명의 피델 카스트로도 차남이다.

“혁명가와 개혁가들 차남이 많아”

또 국내로 눈을 돌리자면 박정희 대통령이 그렇고, 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최근에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다 차남들이다.

자녀들은 자라면서 환경에 따라 각기 독특한 성품을 형성한다. 같은 부모에게서 나고 자란 형제라도 태어난 순서에 따라 성격이 제각각이다. 출생 서열에 따라 다른 성품이 형성된다는 것은 흥미롭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출생 순간부터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란 첫째는 책임감이 강하고 리더가 될 자질이 많다. 동생에게 부모의 사랑을 빼앗긴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상대방의 반응에 민감하다. 또 온순하고 예의 바른 반면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둘째는 가족의 관심이 형에게 쏠릴 때 심리적인 소외감을 느낀다. 어려서부터 늘 형과 경쟁하는 둘째는 야망과 성취욕, 독립심이 강한 아이로 성장한다. 또 주변에 친구들이 많아 경쟁을 즐기고 문제의 양면을 보는 능력도 갖추게 된다.

“차남은 반항적, 장남은 순종적”

최근 연구가들은 차남이 전통적으로 반항적이며 개혁적이라는 지적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텔레그라프(Telegraph)는 과학자의 연구논문을 인용, “차남은 반항심이 강하고 진취적이며, 그리고 모험심이 강하다”고 보도했다.

▲ 과학자들은 첫째가 순종적인 데 반해 둘째는 독립적이며 반항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전통적으로 장남을 선호하고 차남에 대한 편견과 일치한다. 

이 신문은 최근 인터넷판 뉴스에서 “Second-born children really are more rebellious, study confirms”라는 기사를 통해 “장남은 순응적(conform)인데 비해 차남은 독립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오랜 세월에 걸친 부모들의 차남에 대한 판단이 옳았다”고 전했다.

미국의 펜실베니아, 하와이, 그리고 퍼듀(Purdue) 대학 연구자들은 공동으로 7~19세 사이에 있는 남녀 36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그들의 성향을 면밀히 조사한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

연구자들은 또한 대상자들의 침(saliva)을 샘플로 채취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의 수치도 측정했다. 이 호르몬은 수컷의 생식기를 발육시키고 그 기능을 유지시키며 성징(性徵)을 발현시킨다.

연구 결과 그들은 “둘째는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모험심과 독립적인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고 첫째는 이러한 성향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며 “이 결과는 둘째는 반항적이며 첫째는 순종적이라는 전통적인 판단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여성은 별다른 차이점 없어”

연구자들은 또한 여자에 대한 연구결과도 발표했다. “차남은 서로 어울리면서 경쟁심과 독립적인 성향을 강하게 보인 반면, 여자들은 장녀와 차녀 할 것 없이 여성적인 성향이 증가해 경쟁심보다 서로 어울리기를 좋아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또한 “테스토스테론이 왕성한 청소년기가 일찍 찾아온 남자들은 인격 형성에 있어서 사회적인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한편 장남 장녀보다는 동생이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능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영국 하트퍼드셔 대학의 리차드 와이즈먼 심리학 교수가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 얻은 결론이다.

와이즈먼 교수에 따르면, 장남과 장녀는 3분의 1이 다른 사람을 웃기는 것이 쉽다고 말한 반면, 차남(차녀) 및 막내 중에서는 절반 이상이 유머 구사에 자신감을 표했다. 외동 아이의 경우 유머 구사 능력은 11%에 불과했다..

“차남이나 막내가 남을 즐겁게 하는 소질 많아”

▲ 21세기는 차남의 성향과 같은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인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IT산업의 혁명가 빌 게이츠도 차남이다. 
“차남이나 막내가 사람들을 더 즐겁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어릴 때부터 훈련이 된 덕분”이라며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더 재미있고 재치 있는 말을 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운명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 터득한 유머의 기술은 어른이 되어서도 유지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막내는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경쟁해야 하고 그 때문에 관습과는 동떨어져 위험을 감수하는 타입이고, 그래서 더욱 더 유머에 익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동생들은 형이나 언니와는 다른 방식으로 부모의 시선을 끌어야 하기 때문에 창의적이고 비관습적이며 모험적이며 반항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재계에서 강한 승부욕으로 무장한 오너의 둘째들이 주목 받고 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늘 형과 경쟁하는 둘째는 야망과 성취욕, 독립심이 강하다고 한다. 또 주변에 친구들이 많아 경쟁을 즐기고 문제의 양면을 보는 능력도 갖추게 된다고 한다.

“개혁 성향의 차남의 시대가 왔다!”

미국 MIT대 프랭크 설러웨이 교수는 <반항아로 태어나다>라는 저서에서 “이제 차남의 시대가 오고 있다”며 “변화를 필요로 하는 기업은 차남을 경영자로 뽑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6천500여 명의 인물을 조사해 장남과 차남의 성격 차이를 분석한 결과 급변하는 현대 사회, 특히 기업을 경영하는 데 적합한 성격을 가진 쪽은 차남이었다고 주장했다.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전 회장, IBM의 루 거스너 회장, 포브스 그룹의 스티브 포브스 회장 등도 모두 둘째다.

비단 리더뿐만이 아니다. 개혁과 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21세기가 요구하는 혁신에 걸맞는 인재가 바로 글로벌 인재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6.09 ⓒ ScienceTimes

지문은 왜 생겼을까? 美 사이언스데일리, “마찰력을 높인다는 기존의 정설 틀려” 2009년 06월 25일(목)

인체 기관과 조직 가운데 그 어떤 것도 불필요하게 생긴 것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 코털이나 귀에 끼는 귀지까지도 다 나름대로 역할을 하며 그 용도가 있다.

코털은 들여 마시는 먼지를 걸러 폐에 들어가는 공기를 깨끗하게 정화하기 위해 생겼다. 그리고 귀지는 강한 소리를 약하게 하는 완충작용을 해 충격으로부터 고막을 보호한다. 그저 염증이나 일으켜 구급차에 실려가게 하는 맹장염의 충수돌기도 다 맡은 바 임무가 있다.

지문은 영장류와 코알라에게만 있어

지문은 손가락 끝 마디의 바닥 면에 있는 융선(隆線)이 만드는 무늬를 일컫는다. 이 무늬는 평생 불변이며 또한 모두 다르기 때문에 옛날부터 개인 식별에 이용돼 왔다. 또한 이것은 유전성 형질이다.

▲ 지문은 영장류에게만 특이하게 나타난다. 원숭이, 침팬지, 오랑우탄에서 나타나며 영장류가 아닌 경우 코알라가 유일하다. 그러나 지문이 어떤 역할을 하기 위해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스터리에 싸여 있다. 

한편 사람 외에 원숭이, 침팬지, 오랑우탄 등도 독특한 지문이 있고 영장류가 아닌 동물 가운데는 코알라가 유일하게 지문이 있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소에게는 비문(鼻紋)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문도 지문처럼 무늬가 다르고 일생 동안 변하지 않기 때문에 소의 개체 식별에 사용되기도 한다.

융선은 과학적으로 땀구멍 부분이 주위보다 융기하고, 또한 이것이 서로 이어져 밭고랑 모양으로 되어 있는 부분을 말한다. 이런 땀샘과 지문과의 관계는 1686년 이탈리아의 생물학자이자 해부학자인 말피기(Marcello Malpighi, 1628~1694)에 의하여 밝혀졌다.

곤충의 배설기관인 말피기관과 말피기소체를 발견한 과학자가 바로 그다. 개구리의 폐와 방광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말피기는 1661년 모세혈관 내부의 피의 움직임을 발견했고 윌리엄 하비가 죽은 지 4년 만에 동맥에서 정맥으로의 이행을 관찰하여 혈액순환론을 완성한 학자다.

동일인임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지문은 기원전 2천년 경부터 바빌로니아에서 쓰였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이러한 방법을 썼으며 이집트의 벽화나 중국의 도자기에 사람들의 지문이 나타나고 있다.

과학들에 따르면 지문은 어머니 자궁 속에서 16주 정도 되면 형성된다고 한다. 사람마다 다다르게 형성돼 있다. 최근에는 지문이 이렇게 다 다른 것처럼 사람 유전자(DNA)의 배열이 다 다르다고 해서 DNA지문이라는 말도 생겼다.

BC2000년경부터 동일인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  

▲ 이탈리아 출신의 말피기는 땀샘과 융선과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과학자다. 그는 곤충의 배설기관인 말피기관을 발견한 과학자로 더 알려져 있다. 
BC 800년경에는 날인을 대신하는 방법으로 상인들 사이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인감도장을 대신해서 쓰였으며, 차용증서 계약서 등에도 지문이 쓰였다.

융선의 무늬는 비단 손가락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소위 손금으로 알려진 장문(掌紋)이 있고, 발바닥에는 족문(足紋)이라는 게 있어 친자확인 등의 소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면 사람의 지문은 뭣 때문에 생긴 것일까? 손가락에 지문이 있는 이유는 미끄럼을 방지해 물건을 더 단단하게 붙잡아 매도록 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지난 100년 동안 과학들 사이에 알려진 정설이었다. 그러나 직접적인 실험결과는 없었다.

다시 말해서 손가락에 오돌토돌하게 융기를 이루고 있는 지문들이 손가락과 물건 사이에 마찰력을 증가시켜 물건을 더 단단히 붙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있다는 것이 이제까지 전해내려 온 정설이었다. 그러나 그 답이 틀렸다는 연구가 나와 화제다.

미국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데일리(ScinceDaily)는 최근 “Urban Myth Disproved: Fingerprints Not Improve Grip Friction.”이라는 기사를 통해 “지문이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생겼다는 기존의 주장은 틀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물건을 단단하게 붙들기 위해서라는 기존의 주장은 틀려”

이 신문은 과학자의 연구결과를 인용, “실험 결과 지문은 달라붙는 마찰력(grip friction)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찰력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간단하지만 지문이 왜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당분간 미스터리로 남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 생체역학자 롤랜드 에노스(Roland Ennos) 교수와 피터 워만(Peter Warman) 교수 팀은 동료의 집게손가락을 이 기구에 끼우고 무게를 실은 아크릴판을 스치게 한 결과 더 많은 지문과 접촉할수록 마찰력이 커지긴 했지만 예상만큼 커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사람의 피부가 고무 같은 역할을 해 두 표면 사이의 접촉면적이 마찰력과 비례한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고체들은 마찰력이 접촉의 강도에 비례한다 물체와 접촉할 때 지문이 없는 것처럼 나타나게 하는 특수 장치를 개발해 플라스틱 투명판과 손 사이의 마찰력을 실험했다.

그 결과 지문은 그 굴곡으로 물건과 손이 닿는 면적을 줄임으로써 오히려 마찰력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노스 교수는 “지문은 오히려 물체와 손 사이의 마찰력을 3분의 1 정도나 감소시킨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지문과 지문 사이에 골짜기가 있기 때문에 물체와의 접촉면이 적어지면서 마찰력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마찰력은 접촉면이 넓어질수록 더 커지기 때문에 손에 지문이 없다면 물체와의 접촉면이 더 넓어지고 마찰력도 커진다는 결론이다.

“지문의 역할은 상당한 미스터리”

▲ 사람마다 제각각 독특한 지문은 오랫동안 동일인을 확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비지니스에서는 날인용으로 이용됐고, 수사기관에서는 혐의자를 색출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이용됐다. 
새롭게 밝혀진 사실에도 불구하고 지문의 역할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한 프랑스 연구진은 지문의 역할이 촉감을 좋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지문이 배수로(排水路) 역할을 해 손의 물기를 빨리 빠져나가게 한다는 것도 있다.

또한 지문이 손이나 발바닥에 대한 충격을 줄여줘 거친 물체를 잡아도 손이나 발에 상처가 잘 안 나도록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MIT의 리네트 조네스 박사는 “지문이 마찰력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흥미로운 연구”라면서도 “그러나 이들은 평소 사람 손이 촉감을 느낄 정도의 세기로만 실험했을 뿐 더 강한 힘이 주어지는 마찰력은 실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문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연구는 로봇 손, 또는 장애인을 위한 인공 손 개발에 중요하다. 사람 손처럼 물건을 만지고 잡으며 감각도 느끼게 하려면 지문의 신비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 결과는 실험 생물학 저널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6.25 ⓒ ScienceTimes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뉴사이언티스트, 천문학계 연구결과 소개 2009년 06월 04일(목)

▲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드러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드러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로 멀어지는 속도 자체는 그리 높지 않지만, 천문학 연구에 큰 시사점을 던지고 있어 학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는 1일 ‘왜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근 천문학계의 눈길이 쏠리는 연구결과들을 소개했다.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천문학자들은 수천 년 동안 지구와 태양의 거리를 측정하려고 애써왔고, 이에 현재 두 별의 거리는 1억 4천959만 7870.696km로 알려져 있다.

태양 중심의 태양계, 즉 지동설에 관한 주장을 처음으로 펼쳤다고 알려지고 있는 기원전 3세기 말 그리스의 천문학자 아리스타르코스는 태양이 지구와 달의 거리보다 20배를 더 멀리 떨어져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측정 결과 실제는 400배가 훨씬 넘는 거리로 알려지고 있다. 20세기 말까지 천문학자들은 훨씬 더 기본적인 우주 측량, 즉 무엇이 천문의 단위로 불려야 할지에 대한 연구에만 집중해왔다.

때문에 태양과 지구의 거리 등에 대해서보단, 미시적인 천문 우주과학에만 관심을 쏟아왔다. 하지만 다양한 태양계의 구성체와 행성 사이를 다니는 우주선이 생기게 되면서 지구에서 우주선으로 쏜 레이더 빔에 의해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위에서 쓴 바와 같이 대략 정확하게 측정됐다.

러시아 과학자들 처음 주장

하지만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유동적이라는 사실이 지난 2004년 러시아 과학자들의 주장에 의해 처음 학계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과학자인 그레고리 A 크라신스키와 빅터 A 브룸버그는 정확한 금속자를 가지고 측정에 나서 지구와 태양이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멀어지고 있는 거리는 고작 1년에 15cm 정도에 불과하지만, 무언가 지구를 태양계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가설이 사실로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그 이유가 무엇인가에 천문학의 역량이 모이기 시작했다.

천문학자들 중 한 부류는 태양이 태양풍과 용해 등에 의해 점점 이전의 충분한 부피를 잃어가고 있어서 이에 걸맞게 인력, 즉 끄는 힘을 함께 잃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를 내놨다.

다른 견해에선 우주의 팽창 혹은 우주 암흑 물질의 영향에 의해 일정한 중력 가속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설명도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견해도 아직 이 현상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태양의 각운동량 상실이 멀어지는 원인”

▲ 매년 달의 공전 궤도는 4cm 정도 확장되고, 지구의 자전은 0.000017초 정도 느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 히로사키 대학의 다카오 미우라 팀은 이 현상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다고 밝혀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미우라 팀은 최근 유럽의 천문 과학 잡지인 '애스트로노미 앤 애스트로피직스(Astronomy & Astrophysics)'에 게재한 글을 통해 그들이 밝혀낸 연구결과를 풀어냈다.

이들은 글에서 태양과 지구가 실제로 주기적인 상호작용, 즉 조수 간만의 차와 같은 성질을 통해 서로를 밀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달에 의해 지구의 바다에 생긴 조수 간만의 차가 점차 지구의 자전 에너지를 달의 운동 에너지로 전환시켜 달의 공전 궤도에 따라 움직이는 에너지가 생기면서 공전 궤도 역시 확장되고 있는 것과 같은 원리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매년 달의 공전 궤도는 4cm 정도 확장되고, 지구의 자전은 0.000017초 정도 느려지고 있다.

이와 비슷한 원리로 미우라 팀은 지구의 부피가 아주 작게나마 팽창하고 있으며, 이는 태양으로 인한 조수 간만의 힘이 포함돼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들은 태양의 자전 주기가 1세기에 2밀리초, 즉 1년에 0.00003초씩 느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지구와 태양의 거리는 태양이 각운동량을 잃고 있기 때문에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는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릴 만큼 학계와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았다. 한 독자는 “1년에 15cm? 이건 이전의 주장보다 더 오랫동안 지구가 생물체의 생존 가능 궤도에 머무를 수 있다는 의미인가?”라고 의문섞인 댓글을 달았다. 과연 우리가 사는 지구는 수십억 년이 지나면 태양계를 이탈하게 될 것인가?

이재훈 객원기자 | plutos14@naver.com

저작권자 2009.06.04 ⓒ ScienceTimes

2009년 이후 일어날 미래예측 10가지 “생물학 폭력, 나노오염 등이 심각할 것”, Futurist 2009년 05월 19일(화)

미래는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있다. 미래학 전문지 퓨처리스트는 최근호에서 앞으로 몇 년에서부터 몇 십 년 내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 가운데 우리에게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10가지 예측을 내놓았다. 이 전문지는 정치 경제학과 인구학을 비롯해 유전공학, 나노기술 등의 기술 발전과 온난화, 환경정책, 이상기후 등 범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각종 이슈를 통해 2009년 이후 지구촌에 일어날 상황들을 예측했다. 앞으로 발생할 도전과 기회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 註]

첫째,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일이 기록으로 남는다=2030년이 되면 사람들이 활동하는 모든 곳에서 어디에나 눈에 띄지 않는 나노 장비가 존재한다. 당신을 둘러싼 모든 상황, 다시 말해서 말하고 행동하는 일이 통신을 통해 제공되며, 또한 감시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 생명과학은 새로운 무기로 테러전쟁을 비롯해 지구촌에 벌어질 크고 작은 각종 전쟁에 쓰일 공산이 높다. 
사람들은 나노임플란트(nano-implant, 몸에 이식한 칩이나 센서를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무한대의 저장능력으로 모든 것을 녹화, 녹음이 가능)를 갖추게 된다. 도처에 존재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쉽게 서로 간의 교류가 가능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고유 인터넷 프로토콜(Internet Protocol. IP) 주소를 갖게 될 것이다. 나노 저장 수용력은 거의 무한대에 이르기 때문에 모든 대화와 활동이 기록되고 복구될 것이다.

둘째, 생물학 폭력(Bio-violence)과 나노오염의 피해가 심각한 위협이 된다=사람들은 더 점점 과학과 가까워진다. 급성장하고 있는 과학 분야, 그 중에서도 유전공학, 나노, 미생물학 등으로 인해 기존보다 더 치명적인 생물학 공격(bio-attack)이 가능한 길이 열렸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치명적인 죽음을 증가시키고 기존의 항생제 치료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다른 장기적 위험 요소는 꿈의 기술로 불리고 있는 나노가 결국 배출할 나노오염(nano-pollution)이다. 나노입자(nano particles)는 생소하고 난치성 증상을 가진 새로운 질병을 일으킬 위험 요소가 다분하며 해당지역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위협을 미칠 것이다.

셋째, 도로의 왕 자동차 군림시대가 막을 내린다=사람이든 화물이든 이동을 하는 데는 그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줄어든다면 자동차가 군림하는 시대도 막을 내린다.더 강력한 무선 통신, 트럭을 대체하는 무인 화물 비행기가 등장하면 사람이 직접 운전해서 도로를 이용할 필요가 줄어든다. 각 가정마다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 수를 규제하는 정책이 진행되면서 자동차가 환경과 문화를 장악하던 역사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만약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2025년이 되면 도로에 총 30억 대의 자동차가 활보하는 시대를 맞게 된다. 그 문제를 담당할 수 있는 대책은 아무 것도 없다.

넷째, 취업이나 전공 선택이 더 전문화된다=전문대학을 중심으로 특이한 전공과목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전문 직종이 더욱 더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또한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단순히 경영학을 전공하는 대신 많은 학생들이 경영학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과목들을 전문적으로 배우려고 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사업, 전략적 지능, 기업가 정신과 같은 틈새 전공 과목을 배우게 된다.

그 외에도 신경과학(neuroscience)과 나노기술, 컴퓨터와 디지털과 같은 새로운 과학을 활용한 과학수사, 만화예술 등 특이한 전공들이 나올 것이다. 사실 이미 이러한 전공을 개설한 학교도 적지 않다.

이러한 특이한 전공을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된다. 만화예술(만화책이나 만화소설 등) 시장만 해도 2006년 이후 미국 내에서만 연간 12%씩 성장해오고 있다.

▲ 해양오염을 덜기 위해 나노입자를 바다에 뿌리는 경우가 일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 우려도 있다. 나노입자가 물고기의 뇌 속에 들어갈 경우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세계 법률(world law)이 확산될 것이다=물론 국내법처럼 구속력이 강한 세계법률이 조만간 등장하는 일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글로벌 법률정보 네트워크(Global Legal Information Network. GLIN)는 50곳이 넘는 국가들의 지방법 및 국내법을 다룬 데이터베이스로 2010년이 되면 100여 개국 이상이 참가할 것이다.

데이터베이스는 국가 간 법률의 다양성을 더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질 것이며 평화와 국제 협력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게 되며 점차 구속력을 갖추어 갈 것이다.
 
여섯째, 직장인들은 계속해서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앞으로 전문 지식은 습득하자마자 시대에 뒤떨어진 정보가 될 것이다. 따라서 한 개인의 전문 지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빨리 진부한 것으로 돼버린다. 대부분의 전문 직종은 부단한 교육과 재교육이 필요하다.

시장과 업무와 관련된 기술의 빠른 변화로 거의 모든 직장인들이 직업교육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할 것이다. 어느 순간이 되면 노동인구의 상당수는 직업 재교육 훈련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일곱째, 생명의학에서 경쟁이 치열해진다=20세기가 선진국 간의 우주경쟁의 시대라면 21세기는 생명의학과 유전과학 경쟁의 시대다. 물론 우주경쟁은 계속 치열할 것이다. UCLA의 그레고리 스톡(Gregory Stock) 교수는 이미 각국은 상당한 자금을 이 분야에 투자했고 조만간 이를 둘러싼 경쟁이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인류 또한 생명과학과 윤리, 도덕 등으로 깊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여덟째, 2030년 도시화는 60%에 이를 것이다=점점 더 많은 인구가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급격한 발전이 이뤄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도시 발전은 기존 환경 및 사회경제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밀집된 거주지와 열악한 위생으로 인해 전염병이 더 창궐할 것이다. 이산화탄소 방출량의 증가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들의 훼손으로 지구 온난화는 가속화될 것이다.

아홉째, 중동이 더 세속적으로 변하고 중국에서 종교적 영향력이 점차 커진다=미시건 대학(University of Michigan)의 연구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슬람 국가와 같은 종교정부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가 이라크를 비롯해서 중동 지역에서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 생명과학과 함께 꿈의 기술로 등장한 나노는 이것이 가져다 줄 혜택만큼이나 위험도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 
2004년 연구진의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가운데 응답자 4분의 1이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었다면 이라크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2007년에는 그 비율이 3분의 1로 늘어났다. 이 비율은 점점, 그리고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또 다른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경제활동과 세계화의 간접적 결과로 그동안 종교가 없다고 여겨진 중국에서 종교의 영향력이 점차 더 커질 것이 예견되고 있다.

열 번째, 2030년 세계 83% 지역에서 전기를 사용하게 된다=전 세계 전기 보급률은 1970년 40%밖에 되지 않았지만 2000년에는 73%로 확대되었으며, 2030년이 되면 지구촌 인구의 83%가 전기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전기는 삶의 질을 높이고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 수단이다. 사하라(Sahara) 사막 남부 지역 아프리카와 같은 낙후된 지역은 여전히 전기 보급률이 저조하다. 일례로 우간다(Uganda)의 전기 보급률은 현재까지 3.7%밖에 되지 않는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5.19 ⓒ ScienceTimes

‘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 ‘감기에 잘 걸리는 허약 체질’ 등 체질이라는 말은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앞서 예로 든 체질이 실제로 있는 개념은 아니다. 체질의 구분은 1894년 한의학자 이제마가 창안한 사상의학(四象醫學)에서 출발한다.

이제마는 인간의 체질이 장기의 대소강약(大小强弱)에 따라 태양, 소양, 태음, 소음 4가지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사람마다 다를 뿐 아니라 타고나는 것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체질의 개념은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중국에도 있긴 하지만 변하지 않는다고 할 만큼 확실한 개념은 아니다.

체질은 골격이나 얼굴의 형태와 같은 외형이나 성격 그리고 질병에 걸렸을 때 증상과 반응 등을 종합해 구별한다.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태음인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소양, 소음인이 뒤를 이으며 태양인은 거의 없다.



외형과 장기 기능에 따른 체질 분류. 자료 제공 한국한의학연구원
체질을 알면 같은 병이라도 더 정확한 치료를 할 수 있다. 체질에 따라 처방이 다르기 때문이다. 몸의 냉기를 없애는 인삼은 몸이 차가운 소음인에게는 좋은 약재지만 열이 많은 소양인에게는 해로울 수 있다. 녹용 역시 폐가 약한 태음인에겐 좋지만 소양인은 열이 더 오르거나 몸속의 수분이 고갈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사상의학의 현대화를 위해 지난해 초부터 ‘이제마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사상의학을 유전학적으로 분석해 체질 형성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하는 것이다. 즉 ‘체질 유전자’를 찾겠다는 것. 경험에서 출발한 사상의학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작업인 셈이다.

연구진은 인간의 전체 유전자에서 체질의 특성을 나타내는 유전자를 찾고 있다. 현재 몇 개의 후보를 발견해 정밀분석단계에 있다.

예를 들어 태음인이 다른 체질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점에 착안해 땀과 관련한 유전자를 탐색했다. 유전질환 증상 중에서 땀이 많이 나거나 나지 않게 하는 질환을 찾아 관련 유전자를 조사한 것이다. 그 결과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과 관련있는 ‘IL6R’ 유전자의 특정 유전자형이 체질별로 다른 분포를 나타내는 것을 확인했다. 특정 유전자형을 가졌다고 모두에게 질병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태음인의 경우 질병이 아니더라도 땀을 많이 나게 만든다는 것이다.

체질별로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는 점도 이용했다. 감기나 천식에 효과있는 ‘마황’이라는 약재는 태음인에게는 특효약이지만 소음인에게는 가슴이 뛰거나 불면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연구진은 생쥐에게 마황을 먹인 다음 많이 발현되는 유전자들을 조사했다. 그 중 하나의 유전자가 체질과 연관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해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태아의 발생과정에서 내장, 골격, 신경계 등의 형태를 형성하는데 관여한다고 알려진 ‘혹스(Hox)’ 유전자가 체질과 상통한다는 측면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태음인은 배와 허리가 발달하고 골격이 굵다. 연구진은 태음인의 혹스 유전자를 조사해 몸통과 관련된 혹스 유전자가 잘 발현되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이렇게 발견한 체질 유전자들은 사상의학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체질별 특성을 나타내는 유전자의 기능까지 밝힌다면 체질별로 체형의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이나 타고난 장기의 대소강약 이유까지 설명해 줄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체질 유전자를 찾는 방법 외에도 특정 질환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유전자가 체질에 따라 끼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비만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FTO’ 유전자가 유독 태음인에게만 비만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다른 체질에 끼치는 영향은 적었다.

유전질환 내력이 있는 가계를 조사해 체질별로 자주 나타나는 질병과 관련한 유전자를 추적하기도 했다. 3,4명으로 구성된 작은 가계와 160명이 넘는 가족을 가진 대가계의 유전자를 모아 각각 비교한 것이다. 그 결과 총 8개의 부위에서 태음인과 관련한 체질 유전자를 발견해 정밀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체질이 유전되는 경향이 높다는 사실은 결정적이다. 국내 101개 가구 총 593명을 대상으로 체질을 진단한 결과 태음인의 유전율이 0.55가 나타났다. 유전 경향이 높다고 알려진 골다공증이나 당뇨병의 유전율이 0.4~0.5인 것을 비교해도 충분히 높은 수치다. 체질이 유전자와 관련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이러한 연구성과는 지난달 24일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열린 ‘체질의학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영국 옥스퍼드대 데니스 노블 교수는 사상의학에 깊은 관심을 표현했다. 최근 생물학계 내에서 생명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전체적이고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시스템 생물학’의 흐름이 일고 있다는 것이 노블 교수의 설명. 사상의학은 시스템 생물학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한의학연이 진행하고 있는 사상의학의 과학화 노력이 의미있다고 말했다.

한의학연은 사상의학의 유전학적인 분석 외에도 객관적인 진단을 내리는 장비도 개발하고 있다. 사상체질 진단기기와 맥을 짚는 맥진로봇 등의 시제품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와 같은 한의학의 현대화 작업은 우리나라 전통의 사상의학을 새로운 현대의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감기? 뇌수막염?…수족구병, 어떤 질환? 손발, 입 등에 수포 생기고 미열 동반 2009년 05월 15일(금)

▲ 장내(腸內)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는 수족구병은 생후 6개월에서 5세까지의 영유아들에게 주로 발생되는데, 전염성이 강해 놀이방이나 유치원 등 단체시설을 통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지게 된다. 
국내에서 최근 영아 1명이 수족구(手足口)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수족구(手足口)병은 매년 4- 5월경 어린이들의 손발에 물집과 발진이 생기고, 입안에 물집이 동반되며 궤양이 생기는 질환이다. 이번 어린이 사망자를 야기한 것은 중국으로부터 온 '엔테로 71 바이러스'로 인한 수족구병으로 나타났다.

◆전염성 강한 수족구병= 장내(腸內)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는 수족구병은 생후 6개월에서 5세까지의 영유아들에게 주로 발생되는데, 전염성이 강해 놀이방이나 유치원 등 단체시설을 통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지게 된다.

이 병에 걸리면 소와 돼지 등에게 집단적으로 발병했던 구제역과 마찬가지로 손, 발, 입에 물집이 생기는 병으로서 그동안 국내에는 장바이러스의 하나인 '콕사키 바이러스A16'이 주원인이었다. 그동안 국내 '콕사키 바이러스'에 의한 수족구는 경미한 정도로 대부분 자연 치유되거나 아주 드물게 뇌수막염 등으로 발전하기도 했지만 사망사례가 보고된 경우는 없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주로 중국(대만) 등에서 수족구병의 원인인 '엔테로 71 바이러스'가 국내로 들어오며 그동안 이 바이러스로 인한 수족구병 국내 발병 보고는 수차례 있어 왔다고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엔테로 71 바이러스'는 중국에서만 2007년 17명이, 지난해에는 40여 명이 숨지는 등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된 무서운 바이러스다.

연세의료원에 따르면 주로 유아에게 걸리는 수족구는 5살 미만의 영유아들에게 3~5일 정도의 잠복기 뒤에 손바닥이나 손가락의 옆면, 발뒤꿈치나 엄지발가락의 옆면에 수포가 곳곳에 생겨난다. 이 수포는 둘레가 빨갛게 선이 둘러진 쌀알 크기에서 팥알 크기의 타원형으로 가렵거나 아프지는 않다. 이 수포는 터지는 일이 없어 2-3일이 지나면 내용액이 흡수되어 수일 만에 없어져 다행히 흉이 지지 않는다.

문제는 입 속의 수포로서 생긴 후 단시간에 터지므로 보통은 빨갛게 선이 둘러진 지름 5-6mm의 궤양으로 보이며, 이 상처로 아픔을 느끼는 아이가 밥은 물론 마시는 것도 못해 심하면 탈수의 위험성에 이를 수도 있다. 발열은 보통 미열이 동반되나 환자의 20% 정도에서 38도 전후의 열이 2일 정도 계속된다.

▲ 수족구병의 예방은 장바이러스가 70여종에 달해 현재까지 예방백신은 개발되지 않은 만큼 ▲물을 끓여먹고,▲외출 후 소금물 양치를 하고,▲손을 자주 깨끗이 씻으며,▲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수족구병의 병원체는 장 바이러스로 입으로 들어와 장점막을 통해 혈액을 타고 곳곳으로 돌아다니며, 피부에 침투해 수족구병을, 뇌에서는 뇌수막염을, 간에서는 간염, 심장에서는 심근염을 발병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열 감기 정도로 쉽게 지나가기도 한다. 보통 장바이러스는 우리나라의 경우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4월부터 수족구병이 발병하며, 5월 말부터 장마가 시작되는 6월까지는 뇌수막염으로 전염된다. 장마가 본격화되면 전염성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도 이 병의 특징이다.

◆예방과 치료, 어떻게 하나?= 의료계에 따르면 수족구병의 치료는 감기와 거의 유사하게 치료한다. 수족구병을 치료하려면 우선 몸을 편하게 해야 한다. 특히 입 속에 궤양이 발생해 환자가 음식을 먹지 못할 때는 부분 마취제를 뿌려줘 통증을 완화시키면서 미음이나 죽 등 액체 상태의 음식이 권고된다. 증상은 통상적으로 7~10일 정도 지나면 좋아지지만, 2차 세균 감염이 일어났을 경우에는 항생제가 사용된다.

수족구병의 예방은 장바이러스가 70여 종에 달해 현재까지 예방백신은 개발되지 않은 만큼 ▲물을 끓여 먹고,▲외출 후 소금물 양치를 하고,▲손을 자주 깨끗이 씻으며,▲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놀이방이나 유아원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집단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환자가 발생하면 집에서 쉬도록 권유하여 격리를 잘 시키는 것이 전파를 막는 데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이 심한 고통을 호소하지 않기 때문에 발병한 상태에서 친구들과 놀다보면 장난감과 분비물 등을 통해 전파되므로 청결유지가 최선이다.

우정헌 기자 | rosi1984@empal.com

저작권자 2009.05.15 ⓒ ScienceTimes

“지구 온난화 대책? 지붕을 하얗게 칠하라!” 英 인디펜던트紙, 스티븐 추 美 에너지장관의 창의적 아이디어 소개 2009년 05월 28일(목)

▲ 지붕과 포장된 도로를 흰색 혹은 밝은 색으로 칠해 태양빛을 우주로 반사시키면 지구 온난화를 획기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핵 발전 혹은 풍력과 태양 에너지를 이용한 녹색 기술 등이 기후 변화의 답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대체 에너지 개발보다 더 획기적인 지구 온난화 대책이 제안돼 눈길이 쏠리고 있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의 에너지 장관인 스티븐 추 박사는 27일 “지붕과 포장된 도로를 흰색 혹은 밝은 색으로 칠해 태양빛을 우주로 반사시키면 지구 온난화를 획기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 유력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이날 보도했다.

런던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 관련 노벨상 수상자 20인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에 온 추 박사는 “이 작업이 완수되면 전 세계의 모든 자동차들이 11년 동안 운행하지 않는 것과 같을 정도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지붕을 하얗게 칠하는 것은 각 건물 내부의 시원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의 반사력을 강화시켜 지구 온난화를 상쇄하는 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 박사는 “만약 건물에 냉방이 되어 있다면 열 반사로 인해 건물 내부가 좀 더 시원한 상태로 유지될 것이고, 이로 인해 10~15% 정도의 전력도 아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는 지구 전체의 태양광 반사율을 높여 온실 효과를 줄이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밝은 색 페인트가 건물의 반사율을 높여 건물 자체가 열섬이 되는 것을 방지하는 이론를 담고 있는 셈이다.

"하얀 혁명, 400억 톤 이산화탄소 감소 효과”

이 원리는 자동차에도 적용될 수 있다. 하얀색이나 시원한 색깔의 도료로 칠해진 자동차는 여름에 좀 더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추 박사는 “만약 자동차가 밝은 색깔을 가지고 있다면, 건물과 같이 여름에 차량 내부 냉방 에너지를 줄일 수 있고, 냉방 에너지를 줄인다는 것은 냉방 효율성과 함께 전체적인 에너지 사용 감소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 정부가 이를 위한 대규모의 인위적인 지구공학 프로그램을 공개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당장 그럴 계획은 없다. 단 이는 현재 심각하게 얘기되고 있는 지구공학적인 대규모 제안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했다.
 
“하얀 혁명”으로 불리는 이 아이디어는 현재 에너지 사용 감소 대책 차원에서 이달 초 오바마 정부의 과학기술 고문인 존 홀드렌에게 제출된 상태다. 과학자들은 이 아이디어에 대해 열대와 온대 지역에 지붕과 도로를 밝은 색으로 칠하는 작업이 이뤄지면 440억 톤 가량의 이산화탄소 감소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또 “건물의 냉방비를 줄이고 콘크리트 표면으로만 만들어져 있는 도시 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도시 열섬 현상도 완화시켜줄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재훈 객원기자 | plutos14@naver.com

저작권자 2009.05.28 ⓒ ScienceTimes

우리들 모두의 선조님은...아프리카에 계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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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 State of the Ark Lee Durrell , 1986 Gaia Books Limited, London

                     

유원인의 후손 이랍니다 !
여러분, 사실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만약 사실이라면, 그런 소식이

널리 알려지지 않게 되도록 기도 합시다.

 

-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우수터의 주교 부인이 했다고 알려진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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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년 고() 앨런 윌슨이 이끌던 버클리 연구진은 147명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해서 해부학적으로 현대인류가 출현한 것은 지난 14만년 전에 아프리카에서였고 <오늘날의 모든 인류는 그 집단으로부터 유래되었음>을 밝혀냈다.  그 결과는 다지역 출현설에 대한 심각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자료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가장 특이한 사실은 연구에 사용했던 <아프리카인>이 사실은 지난 수백 년 사이에 유전자들이 상당한 정도로 흐려졌을 가능성이 높은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이었다는 것이다. 돌연변이의 빈도에 대한 의문도 제기 되었다.



1992년에 이르러서 그 연구결과는 신뢰를 잃어 버렸다. 그러나 유전 분석기술은 계속 개선되었고, 1997년에는 뮌헨 대학의 과학자들이 최초의 네안데르탈인 남자의 팔뼈에서 DNA를 추출해서 분석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번의 결과는 확실했다. 뮌헨 연구에서 네안데르탈인의 DNA는 오늘날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어떤 DNA와도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네안데르탈인과 현대 인류와 아무런 유전적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그 결과는 다 지역 출현설에 대한 정말 심각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2000년 말에<네이처>를 비롯한 학술지들이 53명을 대상으로 한 미토콘드리아 DNA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스웨덴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모든 현대 인류는 지난 10만 년 이내에 아프리카에 살던 1만명 이내의 사람들로부터 유래 되었다는 것이다. 그 직후에 화이트헤드 연구소와 MIT 유전체 연구소의 소장인 에릭 랜더는 현대의 유럽인은 물론이고 꽤 멀리 떨어진 곳의 사람들까지도 <25천년 전에 고향을 떠났던 수백 명을 넘지 않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후손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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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Robert Lawlor - Voice of the first day  ( ISBN 0-89281-355-5 )

원문 출처 : 
Bill Bryson -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 ISBN 89-7291-364-2 )
                 :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이덕환 역/까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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