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란 마법을 생각해 볼 때

 

세상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요즘 젊은 세대를 보아도 그렇다. 몇 주 전 일가족 4명을 숨지게 한 한 중학생의 방화사건이 ‘아, 이럴 수가’ 하는 탄식이 나오게 하더니, 슈퍼스타K2의 ‘허각 신화’가 그 어두웠던 마음에 빛을 던져준다.

 

 젊은 세대를 키운다는 것은 가정, 학교, 사회 모두의 공이 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중에도 가정은 특별한 곳이다. 그 어느 곳보다 이해와 소통이 이루어져야 할 곳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해 보인다. 몰이해, 과잉보호와 과소관심 속에 있다. 자식이 성공하려면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합쳐져야 한다는 시중의 우스갯소리조차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학교 또한 마찬가지다. 주입식 교육과 사지선다형 문제지로 이루어진 교육 현장 속에서 아이들이 꿈과 상상력의 둥지를 틀 곳은 없어 보인다. 그들이 마음을 붙이는 곳은 인터넷이다. 그곳에는 재미가 있고, 정보가 있고, 친구가 있다. 그러나 그 재미란 폭력과 선정이 있는 재미일 수 있고, 그 정보는 파편화되고 균형을 상실한 정보일 수 있고, 그 친구는 우정과 배려가 없는 ‘가짜 친구(fake friend)’일 수 있다.

 

 세상이란 어느 한편의 힘이 승하면 그 다른 편의 힘을 키워야 하는 법이다. 우리 현실처럼 부에의 집착과 경쟁의 힘이 강하면 도덕과 배려의 힘을 키워야 하고, 디지털의 힘이 강하면 아날로그의 힘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균형이 잡히고 조화로운 사회가 되는 것이다. 무엇으로 그 힘을 키울 것인가? 그 대답 중의 하나가 인문학이다. 소위 문사철(文史哲) 교육이다. 인간 존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문학, 시간과 공간을 넘어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역사, 모호한 현실을 구체화시켜 주는 개념 분석과 논리의 철학, 그렇기에 문사철에는 상상력과 포용력과 판단력이 있다. 인문학은 그래서 우리 삶의 품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인문학은 또한 우리의 미래 경쟁력과도 직결돼 있다. 21세기는 하드웨어가 아닌 콘텐트의 시대다. 그렇기에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콘텐트를 채울 스토리와 상상력이다. 그것을 길러주는 것이 문사철이다. 조선왕조실록 하나가 얼마나 많은 콘텐트를 만들어내었는가. 우리 미래는 또한 다양한 생각과 문화를 융합시켜야 하는 컨버전스 시대다. 제품과 서비스가 융합되고, 사람의 능력과 능력이 결합해야 하는 시대다. 이 시대는 서로 다름을 끌어안는 포용력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사람 사이의 여백과 관계를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인문학이다. 미래는 또한 와해적 혁신의 시대다. 혁신이 큰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무엇보다 고도의 판단력이 요구된다. 어느 직업보다 판단을 많이 해야 하는 월가의 유능한 CEO와 분석가를 어느 대학보다 많이 길러낸 곳이 미국의 세인트존스 대학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대학은 고전 100권을 읽게 만들 정도로 인문교육이 강한 대학이었다. 경제적 가치를 직접 창출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 가치 창출의 샘을 마르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지금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질식 상태에 있다. 국·영·수 중심의 입시에 밀려 관심을 갖기 어렵게 되었고, 교양과목은 외부 강사에게 맡기기 일쑤고, 전공 학과는 학생들의 기피로 통폐합 대상이 되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는 전공자들의 ‘연구의 위기’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의 ‘교육의 위기’로 연결되고 있다. 우리의 미래 세대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지 못할 때, 그것은 이 사회가 가져야 할 정신의 빈곤 문제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의 결핍으로 연결된다.

 

 인문학 교육을 살려내는 것은 돈보다 관심이 문제다. 선진경제를 지향하는 한국이라면 이제는 인문학을 사회의 공공재로 인식할 때가 되었다. 급격히 쇠퇴하는 인문학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인문학을 현대와 접목하는 연구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프랑스 CNRS 같은 인문학 종합연구기관을 육성하는 것도 검토해 볼 일이다. 양질의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은 더욱 시급한 일이다. 대학들이 인문학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입시과목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역별로 인문학 거점대학들을 육성해 그 지역의 중심 역할을 맡기는 것도 한 방법으로 생각해 볼 일이다. 이념에 편향되지 않는 균형 잡힌 교육 콘텐트, 참여와 공유를 가능케 하는 2.0시대에 맞는 콘텐트의 개발도 선결돼야 할 과제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은 말했다. ‘세상을 바꾸는 데 마법은 필요 없다. 우리는 이미 이보다 더 나은 상상력이라는 힘을 가졌다’고. 젊은 세대들에 감추어진 그 상상력을 깨워줄 마법의 그 힘,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인문학 교육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이홍규 KAIST 경영과학과 교수

 

인간 생명이 끝나는 기준으로서 '뇌사'腦死에 대한 새로운 이론은 인간 생명의 시작에 대한 또 다른 이론,곧 전형적인 인간 대뇌피질의 발달이 인간 개체 발생의 결정적 현상이라는 주장을 부각시킨다.

   처음 몇 주 중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되기 전까지 높은 비율의 수정란 손실이 발생하는 것과 함께 출산 때까지 배아 및 태아의 높은 사망률을 인정한다고 할 때,

또 한가지 간과 할 수 없는 사실은 전혀 인간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무뇌아(무뇌아의 특징은 뇌의 중요한 부분들이 없는 것이다.)가 생기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한 개인의 생명은 의식,자기 성찰,사고와 자유로운 의사 결정 등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본질과 실체를 더욱 명확히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의식은 필연적으로 대뇌피질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고생물학과 인류학의 중요한 발견에 따르면,

사람과 동물을 구별해주는 대뇌피질의 엄청난 비약이 일어날 때가 인간화의 결정적 순간이었다는 것이다.

인간화 없이 인간 개인의 특성이나 활동에 대해 말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이론에서 매우 중요하게 제기되는 질문은 "생물학적 조건의 발전과 인간 생명으로서 예상되는 발전 없이 그저 움직인다고 해서 한 사람의 인간이 될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방금 전까지 논의했던 이론은 대화적 존재로서,

초기 원인과 상징으로서 착상의 순간을 지지하지만,이 이론은 살아있는 육체와 활동하는 정신 혹은 정신적인 원리 사이의 놀라운 일치에 기초한다고 볼 수 있다.

정신은  육체보다 선재先在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이론의 일반적인 확신이다.

곧 "인간은 육체적으로 대뇌피질의 최소한의 발달 없이 단순히 영적 원리로서만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 질문은 육체 안에 그리고 육체를 통해 존재하는 적어도 현재의 삶에서는 오로지 육체와 함께 존재하는 인간으로서 인격의 시작과 관계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이론은 대뇌피질이 모든 인격의 상징이며,인간활동의 핵심기관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인간 생명의 시작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인간의 전형적인 대뇌피질이 기본 구조가 발달되기 시작하는 시기는 수정 후 15일에서 40일 사이인데,이것을 완전한 형성의 시기라고 할 수는 없다.

이 기간 중 특히 15일에서 25일 사이에는 아직도 수많은 발달 부전不全이 일어나는데,

이는 보통 모체의 배아애 대한 자연스런 거부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 인간의 개체 발생은 성공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체가 무뇌아를 계속 보지保持하며 영양을 공급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서 그 비율은 1/1000정도라고 한다.

   또 다른 사례도 매우 흥미롭다.오늘날에는 인체의 살아 있는 세포를 저장하는 일은 물론 세포를 계속해서 유사분열시킬 수 있는 기술이 매우 발달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서 볼 때 인간 생명의 중추 같은 것은 분명히 찾아볼 수 없으며 단지 생물학적 중추만 있을 뿐이다.

그것이 없다면 세포들은 살아 있거나 계속해서 발달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양육되는 세포들로부터 인간의 모든 유전자를 발견할 수는 있겠지만 개체화는 발견할 수 없다.

   이외에도 또 한 가지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인간 뇌의 상부구조에 최대 10분 동안 산소 공급이 중단되는 경우 생물학적인 생명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인공호흡을 통해 뇌의 하부구조는 재생될 수 있다 하더라도,대뇌 중심의 활동상실은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더 이상 의식 있는 생명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어느 시점에서 '뇌사'를 말할 수 있겠는가?그래서 제기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인간의 전형적인 대뇌피질의 형성 이전에 아직 인간적이고 개체적인 원리가 결핍된 단순히 생물학적인 중추만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인간 대뇌피질의 기본 구조는 정상적으로 수정 후 약 15~25일(늦어도 40일)사이에 어느 정도의 윤곽을 갖추게 된다.

8주가 되면 뇌의 활동을 감지할 수 있게 되고,12주까지는 뇌의 구조가 완성된다.

수정 후 25일 혹은 적어도 40일 이후가 되면 이미 발달되기 시작한 대뇌피질의 구조에는 질적 발달보다도 양적 발달이 크게 일어난다.

수정 후 25~40일 사이와 또한 생명의 첫 한 해 동안에는 대뇌피질의 놀라운 발달을 볼 수 있지만,

자궁 내 생활의 3~12주 사이에 형성된 뇌의 기본 구조에 더 이상 자기 초월이나 도약은 없다.

출산 후 약 1년이 지난 아이에게서는 자아의식과 또 다른 특징의 정신적 특성을 채워줄 회백질灰白質의 양적 발달을 볼 수 가 있다.

태어난 지 며칠 또는 몇 주 된 유아乳兒에게서는 진기하게도 인간 인격체의 표현으로서 약간의 미소를 짓는 것도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반복해서 대뇌피질 형성 과정에서의 질적 도약을 계통발생系統發生과 비교한다.

그러나 이 둘은 같은 것이 아니며,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배아 또는 태아의 개체발생,즉 전형적인 인간 대뇌피질의 발달은 의심할 여지없이 상당한 자기 초월과 놀라운 도약을 가져다주자만,

각각의 포배는 비록 언제나 성공적인 발달을 기대하지 못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적인 경향에 따라야 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계통발생은 전혀 반대이다.계통발생에서는 오랜 역사에 의해 준비된,그리고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아주 특별하고도 예상을 뛰어넘는 도약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 영적 정신은 태아 발달의 말기에나 가서야 가능하게 된다."는 이론이 타당하다고 가정한다면 이는 수정란과 영적 생명의 원리를 지닌 인간 생명의 발달 사이에는 아직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일정한 생물학적 기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러한 경우 우리는 그러한 계체발생이 인간적 계통발생과 정확하게 상통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고 모른다.

이 두 가지 사례 모두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아직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한 유기체가 복합체를 형성해가고 나아가 영적 영혼의 실재를 지지해줄 생물학적 기반을 형성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살아 있는 육체 안에 내재하는 인격적 존재는 영적 생명 원리의 기반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대뇌피질의 발달에만 의존하게 된다면 단순히 인간으로서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처럼 여겨지게 된다.

만일 그렇다면 적어도 25~40일 사이 대뇌피질이 형성되기 이전의 배아는 아직 인간 인격체로 고려될 수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현재로서 이러한 가설은 단지 앞으로 더 신중한 토론을 위한 여지를 제공하는 한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점에 대해 굳이 내 자신의 분명한 견해를 밝힌다면,

나는 대뇌피질의 발달에 의존하는 인간화에 대한 이론이 배아에게서 인간 생명의 기본 원리를 박탈할 어떠한 근거도 제공해주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소수의 프랑스 과학자들과 윤리학자들에 의해 제기된 새로운 이론은 태아가 어머니에 의해 수용되지 못하는 한 생물학적으로는 '인간 생명'이지만 아직은 '인간화된 생명'이 아니며,

따라서 인격체로서의 특성과 권리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오류라는 것은 뻔하다.

만일 그렇다면 그들의 이론을 그대로 따른다면 낙태 역시 배아를 생명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에 살인이 아니라는 주장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식의 '나 -너-인격주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

4백여 년 전 출산하다 고통 속에 죽은 조선 시대 양반집 산모의 생생한 미라가 발견돼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파평 윤씨 묘역에서 2002년에 미라가 발견된 것이다. 이 미라의 주인공은 문정왕후의 종손녀. 부검 결과 미라의 태아는 머리가 질 입구까지 내려와 있었고 산모의 자궁은 파열된 끔찍한 상태였다. 자그마한 몸집의 이 여성은 출산의 고통 속에 아기와 함께 인생을 마감한 것이다.

요즘에는 이렇게 목숨을 걸고 출산하는 여성이 없다. 하지만 옛날에는 미라가 된 윤씨처럼 죽어간 산모와 태아가 부지기수였다. 20세기 초에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유아 사망률은 4명 중 한 명 꼴이었다. 출산 과정에서 죽는 것까지 합치면 거의 절반 가량이 세상에 태어나 걷지도 못하고 죽은 것이다.

우리는 흔히 출산의 고통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지만 동물의 출산은 사람보다 훨씬 수월하다. 고통스런 출산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인간이 원숭이에서 사람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두뇌가 커져 생긴 부작용이다. 인간은 두뇌가 커지면서 고도의 기술을 만들고, 추상적 사고 능력과 언어 능력을 키워 복잡한 사회 생활을 할 수 있게 됐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인간은 같은 몸 크기의 포유류에 비해서는 두뇌의 크기가 6배나 크며,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나 고릴라에 비해서도 3배가 크다. 인간은 머리 큰 기형적 생물체인 셈이다. 인간은 머리가 그렇게 크지 않았던 숲 속의 원숭이 시절에는 누가 도와주지 않아도 외진 곳에서 혼자 아기를 낳을 수 있었다. 침팬지는 골반이 크고 아기의 머리가 작기 때문에 출산이 쉽다. 게다가 침팬지는 산도에서 빠져 나올 때 아기와 엄마가 서로 얼굴을 마주보는 자세로 나오므로 엄마가 자신의 두 손으로 아기의 머리를 잡아당겨 빼낼 수 있다.

하지만 250만~180만 년 전 사람(Homo)속의 영장류인 인간이 출현해 두뇌가 급팽창하기 시작하면서 출산의 고통은 갈수록 커졌고 누군가가 옆에서 도와줘야 아기를 낳을 수 있게 됐다. 세계 어느 문화권이나 조산원이 그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람의 아기는 큰 머리로 자궁경부를 압박해 열고 나온 뒤 머리를 옆으로 돌려 모체의 골반 뼈를 통과하므로 아기를 잡아 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아기를 자기 손으로 무리하게 잡아 빼면 척추나 목을 다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아기는 임신 9개월이 되면 골반 개구부의 산도를 통해 머리부터 나온다. 산도를 비집고 나오는 아기의 머리는 0.5∼1㎝나 찌그러질 만큼 큰 압력을 받는다.

지난 300만 년 동안 인간의 뇌는 무려 3배나 커졌다. 반면 골반은 오히려 좁아졌다. 네 발로 걷던 원숭이가 직립보행을 하면서 다리와 다리 사이가 좁아진 것이다. 서서 배와 히프를 지탱하려면 두 다리 사이가 점점 좁아져야 한다는 것은 간단한 물리 법칙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골반이 좁아지면서 아기가 나오는 골반의 개구부도 따라서 좁아졌다. 갈수록 커지는 뇌, 좁아지는 골반 때문에 생겨난 출산의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호모속의 인류가 출현한 이래 태어난 무수한 아기가 좁은 산도를 빠져 나오면서 질식해 죽었다. 이는 세상에서 가장 가혹한 생존 경쟁이자 자연선택의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미숙성한 뇌를 가진 태아만이 살아 남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 자신은 수만 세대에 걸쳐 모두 무사히 좁은 골반을 통과한 선조의 후예인 셈이다. 조상 가운데 단 한 명이라도 골반 통과에 실패했다면 지금 이 순간의 나는 존재할 수 없다.

보통 침팬지나 포유류는 뇌가 성체 뇌 용적의 45% 정도 됐을 때 세상에 나온다. 하지만 인간은 어른 뇌 용적의 25%일 때 태어난다. 걷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어 다니지도 못할 정도로 미숙한 상태에서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다.

1993년 침팬지와 인간의 뇌를 비교해 발표한 미국 노틀 데임 대학의 제임스 맥케나 박사는 만일 다른 동물처럼 태아가 충분히 성숙한 상태에서 세상에 나온다면 임신 기간이 21개월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뱃속에서 9달, 태어나서 12달을 합쳐 21개월이 되어야 아기는 겨우 혼자서 걷기 시작하고 뇌도 어느 정도 성숙하기 때문이다.

태어난 아기의 뇌는 만 한 살이 될 때까지 뱃속 태아와 똑같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다가 비로소 성장이 둔화된다. 세상에 어떤 영장류도 이처럼 특이한 뇌 성장 패턴을 가진 동물은 없다. 그래서 앨런 워커와 팻 쉽맨은 1996년 뼈의 지혜에서 인간이 고등한 지적 존재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뇌의 75%가 출산 뒤에 크는 특이한 성장 패턴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간과 뇌 - I'm the Brain!!

 

Scientific American 'Intelligence'(Nov.1998) 표지에서

 

 

흔히들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을 들라하면, '창조'를 이야기한다.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인간.


이것을 가능케 한 것은 무엇일까? 과연 무엇이 인간활동을 전영역 즉, 인식,사고, 판단 등의 동적인 의식활동과 다양한 감정, 행동 그리고 더 나아가 고차적 정신세계까지도 담당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가장 적절한 답은 아마도 '뇌(Brain)'가 될 것이다. 바로 뇌가 있기에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비록 우리 몸무게의 2%(약1.5kg)가량에 지나지 않고, 신문지 한 장 정도의 표면적, 그리고 한 되 정도의 부피밖에 안된다. 하지만, 인체가 사용하는 총에너지의 70%이상을 소모하는 뇌로 말미암은 무궁무진한 창조력과 상상력은 인간과 다른 생물을 구분짓는 유일한 가치기준이 된다.


우리의 정신과 마음, 행동, 성격이 뇌로부터 나온다는 점은 모두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 되었다. '사람은 곧 그 사람의 뇌다'라는 말도 그래서 일리가 있다 하겠다.


    Brain mapping?


단지 신경세포의 집합체이면서도 고도의 정신활동까지 총괄하는 소우주로서의 뇌는 다가오는 21세기 가장 주요한 연구 주제가 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분위기는 과학계의 여러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창립당시(1969) 천명에 불과하던 미국 신경과학회는 1995년 회원수 2만에 도달하는하는 미국 최대의 학회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일본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분위기를 가장 공식적으로 드러난 사례는 1993년 미국립 건강연구소(NIH;National Institute of Health)가 발표한 'THE HUMAN BRAIN PROJECT'라 할 수 있겠다. 미국립 건강연구소(NIH)예하 미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 미국립약물 오남용 연구소(NIDA), 미국립노화연구소(NIA), 미국립 유아건강 및 인간발달연구소(NICH/HD), 미국립암연구소(NCI)등과 미국립 과학재단(NSF; National Science Foundation)이 2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쳐 'THE HUMAN BRAIN PROJECT'를 공표하게 되었다. 이 계획은, 복잡한 뇌의 기본구조와 각종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s), 그들의 수용체(receptors)의 위치, 뇌속에 약물이 결합하는 부위(binding sites), 특정기능을 하는 부위의 정확한 위치작성은 물론  정신질환 때문에 이상이 나타난 뇌부위에 대한 연구 등 뇌와 행동에 대한 총체적인 연구와 함께, 신경과학자와 행동과학자들에게 첨단 정보처리기술을 제공하고 각종 정보의 원활한 교환을 위해 정보기술 연구과 database 구축에도 지원하기로 했다.


앞으로 20여년에 걸쳐서 진행될 'THE HUMAN BRAIN PROJECT'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연구가 바로 '뇌지도 작성(Brain mapping)'이다. 이 뇌지도 작성에는 각종 영상기술을 망라한 정교한 첨단 전자공학 기술들이 모두 동원되어야 가능하다. 다음에서는 뇌의 일반적인 기능과 구조, 신경세포의 작용을 간략하게 알아보고, 현재까지 개발되어 주로 적용되고 있는 뇌활동 측정 원리 및 방법과 함께 그에 근거한 각 영상구성기법의 장단점을 알아보고자 한다.



II. 본 론


   뇌의 구조와 기능

뇌의 구조

 

인체의 신경계는 중추신경계(CNS;central nervous system)와 말초신경계(PNS;peripheral nervous system)로 나뉘는데, 뇌는 척수(spinal cord)와 함께 중추신경계에 속한다.


뇌는 크게, 가장 오래된 후뇌(hindbrain), 뇌줄기(brainstem)의 윗부분을 포함하는 중뇌(midbrain) 그리고 가장 최근에 진화된 대뇌 피질부를 포함하고 있는 전뇌(forebrain) 의 세부분으로 나누어진다.


후뇌는 크게 뇌줄기(brainstem)와 소뇌(cerebellum)로 구성되어 있다. 연수(medulla oblongata)와 뇌교(pons)로 되어 있는 뇌줄기는 5억년 이전 척수가 위로 확대 팽창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이부위에는 신체의 호흡과 심장운동을 조절하는 생명중추가 있고, 외부 정보에 대해 우리 의식이 깨어있도록 유지해주는 기능을 가진다. 소뇌는 뇌줄기 뒤쪽에 있는데 평형유지, 신체운동의 미세한 조절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단순한 학습반응을 기억하는 기능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뇌는 수많은 신경경로에 의해 전뇌와 후뇌의 각부위를 연결시켜 준다. 인간의 경우 극히 축소되어 대뇌안의 깊숙히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전체 뇌의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전뇌는 대뇌외에도 시상(thalamus), 망상체(reticular system), 변연계등을 포함한다. 변연계(limbic system)는 해마(hippocampus), 편도핵(amygdala), 시상하부(hypothalamus), 뇌하수체(pituitary gland)로 되어있으며, 뇌줄기 바로 위 뇌의 중하부에 고리 모양으로 위치하고 있다. 이 구조는 약 3억년에서 2억년 전에 진화 발전되었다고 하며, 기억을 저장하고, 생체의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체온, 혈압, 심박동, 혈당을 조절하는 기능이 여기에 속한다. 또한 음식 섭취, 싸움, 도망, 유성생식에 관계있는 감정반응을 조절한다.  특히 시상은 전뇌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의식 조절과 함께, 외부로부터 대뇌로 전해지는 모든 정보를 일차로 분석 분류하여 대뇌 피질(cerebral cortex)로 정보를 중계하는 기능을 한다. 


인간의 뇌에서 가장 큰 부분인 대뇌는 두 반구로 나누어지며 각각 반대쪽의 신체를 조절한다. 이 반구는 약 3억개의 신경세포섬유들로 구성된 뇌량(corpus callosum)에 의해서 연결된다. 각 대뇌 반구는 피질로 덮여 있으며 약 2억년 전에 처음으로 우리 조상에 나타났다. 이 피질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부위이다. 바로 이 부위를 통해 창조, 이해, 평가, 대화와 이들을 종합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각 대뇌 반구의 피질은 4엽으로 나누어 지는데, 각각의 서로 다른 기능에 관여한다(Fuctional Localization). 전두엽(frontal lobe)은 계획을 세우거나 의사 결정을 하고 목적지향적 행동을 주관하는 곳이다. 두정엽(pariental lobe)각 신체 부분을 부위별로 나누어 조절한다. 후두엽(occipital lobe)은 시각 중추가 있는 부위이며, 측두엽(temporal lobe)은 청각, 인지 및 기억 기능을 담당한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의 대뇌는 주어진 자극이 무엇인가에 따라 특정 부위가 관여하고 활성화된다. 또한 이를 처리하고 반응하는 과정에서 뇌의 여러 부위가 시공간적으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뇌의 미세 구조와 신경세포(neuron)

 

 

 

대뇌 피질의 구성요소 - 신경세포(neuron)

 

뇌의 조직은 100억개 이상의 신경세포와 신경교세포(glial cell)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 세포는 신경조직을 이루는 구조적, 기능적 기본 단위가 된다.  기본적으로 신경세포 많은 가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 가지들이 다른 신경세포와 서로 연결되어 신경회로망(neural network)을 형성한다. 가지는 신호를 수용하는 가지돌기(dendrite)와 신호를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하는 축색(axon)로 되어 있다. 한 신경세포의 축색은 다른 신경세포가 연결된 부위를 연접(synapse)이라고 하는데, 이곳을 통해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s)이 분비됨으로써, 다음 신경세포로 신경신호가 전달된다(그림 3). 하나의 신경세포는 여러 개의 연접을 이루는데 이들 여러 신호를 세포체(soma)에서 처리한다. 처리된 신호는 세포체의 axon hillock이라는 부위에서 활동전위(action potential;AP)라는 세포막 전위 펄스 형태의 신경신호로 증폭, 생성되어 축색을 통해 전달된다. 이 all or none형태의 신경신호는, 확산(diffusion)과 삼투(osmosis)현상에 의해 Na+, K+ 이온이 신경세포막의 이온통로(ion channel)를 통해 유입되고 방출되면서 세포막 전위에 변화를 일으켜  한쪽 방향으로 전달된다(그림 4). 마치 전선을 따라 전류가 흐르는 것과 같은 양상이라 할 수 있다(이부분은 저의 지난 99-1학기 탐구과제에서 정리한 바 있음).


   뇌기능 분석과 그 원리

 

 

그림 4). 연접(synapse)과  신경신호전달물질(neurotransmitters)

 

 

뇌의 기능을 분석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위에서 살펴 본 신경신호 전달방식을 원리로 하여 측정대상이 되는 뇌 부위에 전극(electrode)꽂고 그 전위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 방법은 실제 동물 연구나 초기 인간의 뇌연구에 적용되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뇌 조직에 물리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측정 부위가 한정되므로 순서적이고 유기적인 뇌기능 연구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여 뇌의 각부위가 각종 자극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각각의 정보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처리하는지 알아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주로 활용되고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신경 전류에 의한  electric potential을 검출하는

EEG(EletroEncephaloGraphy; 뇌전도 촬영)


신경 전류에 의한 자기장을 검출하는

MEG(MagnetoEncephaloGraphy; 뇌자도 촬영)


전자-양전자 쌍소멸에 의해 발생하는 감마선을 영상화 하는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양전자 단층촬영)


신경세포활동에 의해 증가하는 산소소모량의 증가를 영상화 하는

fMRI(fuctional-Magnetic Resonance Imaging; 기능 핵자기 공명영상)


각 방법의 기본원리와 특징에 대해 살펴보자


1) EletroEncephaloGraphy; EEG 

 

 

그림 5). 2차원 EEG 조합 영상의 예

 

EEG는 대뇌 피질에서 발생하는 전기 활성을 분석함으로써 뇌의 기능을 측정하는 영상기술이다. 뇌의 특정 부위의 정렬된 신경세포다발이 활성화될 때 생성되는 국소적인 전류(그림 6 참조)에 의한 전기마당이 머리 표피(scalp)까지 미치는데 이것을 머리 표피에 부착한 전극을 통해 측정하는 방법이다.


전극은 금이나 은, 염화은 등의 전도성 금속으로 되어 있으며 전도성 젤(gel)을 매개로 머리표피에 부착된다. 전극에 의해 감지된 작은 전기 신호(20~100mV)는 증폭되어 그대로 보여 질 수도 있지만, 컴퓨터를 이용한 특정 영상기술에 의해 2차원 또는 3차원으로 영상화할 수 있다. 즉 많은 전극을 특정한 패턴으로 정렬 배치하여 측정한후 몽타주(montage) 기법을 사용, 조합하여 영상화하는 것이다(그림 5).


측정 자료는 다양한 주파수로 나타나는데 각각의 주파수는 각각 뇌의 서로 다른 영역과 정신활동에 따라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또한 EEG는 시간 해상력이 높아 뇌의 활성 변화를 시간에 따라 연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따라서 기억, 언어, 감정과 같은 인지 과정에 대한 뇌의 유기적 활성 연구를 가능케 한다.


이 방법은 1msec(10-3sec)의 시간분해능(이 값이 높을수록 전위 변화를 연속적으로 측정하는데 용이하다)을 가진다. 그러나 뇌 표피의 주름진 구조로 인해 활성화된 대뇌 피질부위로부터 전극까지의 경로가 굴절될 확률이 높아 공간 분해능(이 값이 작을수록  기능 부위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다)을 떨어진다. 머리 표피의 전도도(conductivity)의 다양성 또한 공간 분해능을 떨어뜨리는 한 요인이 된다.


2)MagnetoEncephaloGraphy; MEG 

 

 

뇌신경세포에서의 전류 및 자기 형성

 

 

MEG는 뇌 신경세포다발에 의해 발생한 전류에 근거한 자기마당을 측정한다(그림 6).  이 또한 머리 표피에서 자기마당을 측정하여, 뇌안에 자기원의 세기와 정확한 위치를 찾아낸다. EEG?세포 외부의 전류를 측정하는데 반해 MEG는 세포내부의 전류에 기반한 자기마당을 측정한다.

 

 

 뇌전류에 의한 자기마당 형성

 

 

자세히 알아보면, 앞에서 살펴본 바와 뇌신경세포가 활성화될 때 전류가 흐르게 되는데 이때 비오-사바르의 법칙에 따라 자기장이 생기게 된다(그림 7). 자기마당의 경우 생체 투과율이 공기에서와 거의 같기 때문에 머리 표피 밖에서도 왜곡이나 감쇄 없이 자기 마당을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세기가 지구 자기 마당의 세기의 10억분의 1이하로 매우 미약하기 때문에 이를 측정하기 위해선 고감도의 감지기와 주위에서 발생하는 자기 잡음을 없애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것이 SQUID(Superconducting QUuantum Interference Device;초전도 양자 간섭장치)이다.


SQUID는 초전도체(superconductor)의 양자적 특성을 이용하여 작은 자기다발의 변화를 측정한다. 두 초전도체를 얇은 부도체 막을 사이로 결합시키면 이 접합 사이로 어느 정도 이상의 전류(임계전류)가 흘러야 그 전위차가 나타나는데 이를 조셉슨 효과(josephson effect)라 한다.또한 초전도체로 고리를 만들고 여기에 자기 마당을 가하여 그 내부로 자기다발이 지나도록 하면, 초전도체는 그 표면에 전류가 흘러 총 자기다발이 항상 일정한 자기다발의 정수배로만 생겨나게 한다. 이러한 현상을 초전도체 고리의 자기다발 양자화(flux quantization)현상이라고 한다.  


SQUID의 본체는 외부 자기 흐름을 모으는 gradiometer라는 초전도체 코일(검출 고리)과 이와 조셉슨 접합되어 있는 또다른 초전도체 고리로 되어 있다. 검출 고리속에 들어가는 자기다발은 고리에 전류가 흐르도록 한다. 이때 자기다발의 크기가 어느정도 이상이 되어야 임계전류 이상의 전류가 다음 초전도체 고리에 흐르게 된다. 뇌자기다발 양자만큼의 미소한 자기다발 기울기 변화에 따라 고리의 전류가 단속되므로 자기다발의 미세한 변화를 아주 예민하게 검출할 수 있다(그림 8 <a>).  


두 개의 검출고리가 있을 경우(2차 graiometer)이는 서로 반대방향으로 전류가 흐를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측정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자기 잡음은 두 개 고리에 대해 거의 일정한 크기의 자기마당으로 존재하므로 출력상에는 아무런 신호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쪽 코일(검출 코일)이 자기원에 가까워지면 신호가 발생하게 된다. 가까운 검출고리에서 발생한 전류가 먼 검출고리에서 발생한 전류보다 크기 때문이다(그림 8 <b>).  


일정 크기의 자기다발이 검출고리를 통과하는 각도에 따라 그 전위가 달라진다(그림 9). 또한 자기원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깊은 곳에 위치할 때 그 전위의 변화폭이 작아진다(그림 10). 전기다발 기울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나의 자기원에 대해 1차/2차 검출고리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면 보다 정교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또한 EEG에서처럼 복합 검출고리를 특정한 패턴으로 정렬 배치하여 측정한후 컴퓨터를 사용하여 분석 조합하면 자기원의 위치 및 크기를 추적할 수 있는 2차원 또는 3차원 영상을 얻을 수 있다(그림 11).


 

 

 

MEG는 EEG와 같이 높은 시간 분해능을 가지고 있어 연속적인 기능 분석이 가능하다. 또한 뇌에 고주파나 동위원소를 전혀 가하지 않는, 원리상 수동적 측정이 행해지기 때문에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 무엇보다도 공간분해능이 높아 자기원의 보다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공간분해능은 대뇌 피질의 몇 mm에만 적용된다. 시상이나 중뇌와 같이 뇌속 깊이 위한 부위에서의 자기다발은 머리 표면에서 극히 작게 나타나 측정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각도에 따른  1차/2차 검출고리에서의 자기다발

 

 

 

자기원이 깊이에 따른 자기다발

 

 

 

SQUID array에 의한 측정결과에 이를 바탕으로한 2차원 영상의 예

 


  3)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에서 사용되는 동시측정 시스템

 

 

PET는 MEG나 EEG와는 달리 신경세포의 전기생리학적 특징이 아닌 산소나 포도당의 에너지 대사에 기반한 영상 기술로, 뇌의 국소적 기능을 보여준다.


뉴런의 활동이 활발하면 할수록 보다 많은 에너지생성을 위해 보다 많은 포도당을 소모한다. 포도당이 뉴런내의 미토콘드리아에 의해 분해되어 연료로 쓰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방사성 동위원소가 첨가된(labeled) 포도당(glucose)을 뇌혈관속에 주입하면,활성화된 뇌부위에 동위원소가 집중하게 된다. PET 스캐너는 이들 동위원소의 방사선을 기록하는 것이다.


자세히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방사성 동위원소 중 양전자(positron;positive electron) 방출 핵종은 핵 내부의 양성자 대 중성자의 비가 높은 불안정한 핵종으로서 이들은 양전자를 방출함으로써 안정화된다.


양전자는 양전자 방출체 핵종의 β+붕괴 과정에서 중성미자와 함께 일정량의 운동에너지를 가지고 방출되어 주변 물질에 있는 전자와 충돌하면서 그 에너지를 잃게된다. 정지상태에 이른 양전자는 전자와 결합하여 180°방향으로 방출하는 511 keV 에너지의 소멸 감마선으로 변환된다.


우선 물, 산소, 이산화탄소,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산 등의 생체 에너지대사 물질에 특정 방사성원소(18F, 11C,13N, 15O등)를 표지한다. 이때 생성되는 감마선쌍은 뇌를 투과하여 머리를 둘러싸고 있는 고리 모양의 감마선 검출기에 의해 동시 측정됨으로써 방사성 동위 원소의 체내 분포에 대한 공간적 위치 정보를 얻게 해준다. 이 자료는 선상(1차원)의 위치만을 말해 주지만 마주보고 있는 검출기를 여러 각도로 배치함으로써 2차원 평면상에 위치를 재구성할 수 있다. 또한 여과후 역투사 기법을 이용하여 주위의 잡음을 제거한다.


방출되는 감마선이 생체를 구성하는 원자들?충돌하여 산란되거나 생체내부의 깊숙한 곳에서 소멸해 버릴 경우 그리고 생체 대사물질의 대사활동(metabolism)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버리는 경우, 그 정확한 위치를 추적할 수 없으므로 PET영상은 상대적으로 낮은 공간 분해력을 갖는다. 또한 감마선 검출기에는 불응시간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이전에 검출기에 도달란 감마선 광자가 분석되고 기록되는 동안 다른 감마선 광자가 도달해도 처리할 수 없는 시간간격을 말하는데 이로 인해 스캐너의 대상영역내에 많은 양의 감마선이 방출되면 불응시간이 증가하여 스캐너의 시간 해상력 뿐 아니라 공간해상력 또한 낮아진다.

 PET 영상의 예

 

4)fMRI(Magnetic Resonance Imaging) 


우선 기본원리를 알기 위해 MRI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


 

 

양성자의 스핀과 세차운동

 

 

 

정자장이 가하지 않을 때 가했을 때 양성자의 스핀운동

 

 

양성자(proton)와 중성자(neutron)로 구성되어 있는 원자핵은 스핀과 자기모멘트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핀 축은 제멋대로 배열하고 있지만 일정방향으로 자기마당을 걸어주면 스핀축은 열적평형을 위해 자기마당의 방향으로 정렬하면서 υ= rHo/2π의 주파수로 세차 운동을 한다(그림 14). 이와 같은 세차운동을 라머 세차운동(Lamrmor precession)이라고 하며, 이때의 주파수를 라머 주파수( υ;Lamrmor freq.)라고 한다. 또한 식에서의 r은 물질의 자기 모멘트에 의해 결정되는 핵종 고유의 상수 이다. 식을 통해 라머주파수는 걸어준 자기마당(정자장;Ho)의 크기에 비례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뇌안에서 외부 자장에 따라 세차운동을 하는 특정 원자핵은 수없이 많이 존재하게 되는데, 일정방향의 정자장하에서 이들의 총 자기모멘트는 각각의 핵의 자기모멘트의 총벡터합 형태로 나타난다(그림 15<b>) 즉 뇌의 특정 부위의 MR신호의 강도는 각각의 핵의 밀도에 함수로 관계지을 수 있다.


MRI에서 사용풔?수소원자의 핵은 스스로가 양성자이며, 하나로 짝을 이루지 못한다. 여기에 정자장이 가해지면 양성자의 스핀 양자수에 근거하여 두가지 에너지 준위를 갖는다. 이 때 이 두 에너지 준위차에 해당하는 주파수(라머주파수와 일치)의 RF를 쪼여주면  이것을 양성자가 흡수하여 낮은 에너지 상태에서 높은 에너지상태로 들뜨게 된다. 이를 공명 흡수라고 하며 이러한 현상이 바로 핵자기 공명이다.  이때 RF를 끊어주면 높은 에너지 준위에 있던 양성자가 흡수한 만큼의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다시 낮은 준위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를 이완(relaxation)이라고 한다. 이때 방출되는 에너지 신호를 포착하고 이완시간을 차별화함으로써 MR신호를 검출한다.  이는 이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정자장의 크기와 비례하는 성질을 이용하는 것이다.


MRI시스템은 크게 정자장 발생장치, shimming coil, gradient coil, 그리고 RF(Radio frequency) coil로 구성된다. 정자장 발생장치는 보통 높은 자기마당을 발생시켜 높은 해상도의 영상과 높은 시간 분해능을 가능케 하는 초전도 자석(super conductive magnet)방식이 많이 쓰인다.  RF coil은 고주파의 발신과 생체에서의 MR신호를 수신하기 위한 코일이다. shimming coil은 정자장 내부에 위치하여  낮은 자기 마당을 만들어 냄으로써 정자장의 비균일성을 부분적으로 보정하는 역할을 한다. gradient coil은,  MRI에서는 2차원 또는 3차원 영상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데, 우선 관심 대상이 되는 단면을 선택한 후 양성자를 라머 주파수와 일치하는 RF고주파로 가하여 자기공명 현상이 일어나도록 한다.  그러나 gradient coil을 이용하면 정자장의 세기를 일정간격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선택된 단면의 수소 원자핵의 라머주파수에 해당하는 공명 주파수를 가해주면 해당 단면의 수소 원자핵만이 공명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z방향의 한 단면에만 특정 크기의 이때 발생하는 라머주파수는 정자장의 세기와 비례하므로  만일 정자장의 세기가 모두 같다면 인체 모든 부분의 양성자가 같은 라머주파수로 공명하게 되므로  공명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게 된다공명주파수를 가해주었다면 로 그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을 것이다. x와 y방향에도 같은 방법을 취하면 뇌의 어느 한 부분에서의 특정 위상과 주파수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MR신호를 분석 변환으로 처리하여야 각각 위치에서 나오는 신호강도를 분리할 수 있게 되어 공간상에서의 위치와 그 크기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결과  MRI는 상당히 높은 공간 분해능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특징은 단점도 된다. 뇌활동에 직접 연관된 신호 역시 작을 경우 이것이 주위환경에 의한 잡음과 구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밖에 다른 단점으로,  정자장에 의해 정렬하는 과정에서 뇌안에 이를 방해하는 물질이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물질의 확산은 온도나 조직 구조등 주변환경의 조건에 따라 그 정도가 결정되므로 어느 정도의 보정은 가능하지만 자기 공명신호의 강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 이는 fMRI의 측정 기본원리가 되기도 한다.

 

 MRI 3차원 영상의 예

 


* fMRI(fuctional-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영상의 예

 

 

fMRI는 기본적으로 MRI와 기본원리를 같이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MRI의 경우 물분자내의 수소원자 자체의 자기적 성질을 영상화하지만 fMRI는 혈액의 주성분인 hemoglobin에 결합하는 산소원자의 흐름과 양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신경세포가 활성화될 때 연료 산화를 위해 산소를 소모한다. 따라서 특정 뇌부위가 활성화될 때 그 부위에 산소 밀도가 감소하게 된다. 그러다가 일정시간이 지나면 부족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모세혈관이 평시 수준이상으로 부풀 정도로 혈액이 몰린다. 그런데, 혈액의 주성분이 되는 hemoglobin은 산소를 함유할 때와 함유하지 않을 때 그 자기적 성질이 다르다. 산소를 함유하지 않은 hemoglobin은 상자성적(paramagnetic)인 성질을 갖고 있다.


보통 전자의 자기적 효과로 인해 원자 전체가 자기쌍극자 모멘트를 갖게 되고, 이 역시 정자장이 걸리면 자기장 방향으로 정렬하게 된다. 그러나 분자 구조에 따라 이들은 원자의 진동운동으로 인해 분자를 이루고 있는 원자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 애써 이뤄졌던 원자들의 자기 모멘트 정렬은 파괴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성질을 상자성이라고 하며 이때 만들어지는 총 자기모멘트는 작은 값을 가진다. 결국 상자성체에 있어 정렬을 위해 큰 자기마당이 필요하지만,정렬을 깨뜨리는 일은 쉽게 일어난다.


산소를 갖고 있지 않는 hemoglobin 역시 MR신호를 만들어내는 수소원자에 위와 같은 영향을 끼쳐 수소원자의 자기모멘트를 깨뜨리고 따라서 그 MR신호를 약화시킨다. 반면 산소를 함유하는 hemoglobin은 수소원자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아 원래 강도의 MR신호가 나오도록 한다. 결과적으로 활성화되어 산소가 많이 몰린 뇌부위와 그렇지 않은 부위는 차별화된다. 이처럼 fMRI는 BOLD(Blood Oxygen Level Dependence)효과에 기반하여 hemoglobin의 자기적 성질을 이용한다.


위에서 살펴 보았듯이 fMRI는 산소 소비에 따른 뇌의 기능적 영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해부학적 구조만을 보여주는 MRI와는 다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원리를 공유하므로 fMRI 또한 높은 공간 분해능을 갖고 있음은 당연하다. 그리고  PET처럼 방사성 동위원소를 주입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fMRI는 신경세포의 활성을 직접적인 방법으로 영상화하는 것이라기보단 산소 요구에 대한 혈관계의 반응을 보여준다. 혈관계의 반응은 동일속도로 진행되지 않아 fMRI영상을 부정확하게 하는 한 요인이 된다. 시간 분해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또한 뇌의 정맥은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어 이미지 처리과정에서 혈관과 혈액이 혼동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MRA(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라는 방법을 사용하여 혈관만을 이미지한 후 fMRI영상에 비추어 중복 부위를 보정한다.  


  현재 뇌기능 분석에서의 문제점과 해결

 

 

 

 

각종 뇌영상기술의 시/공간 분해능

 

 

인간의 뇌를 조사하기 위한 다양한 영상화 기법은 크게 구조영상화(Structural Imaging)기법과 기능영상화(Functional Imaging)기법의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구조영상화 기법은 뇌의 모양을 보여주는 반면, 기능영상화 기법은 뇌의 어느 부위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또 , 각 부위의 활성이 어떤 순서로 일어나는지에 대한 조사에 사용된다. 지금 현재 구조영상화기법은 MRI로 말미암아 뇌의 구석구석을 매우 세밀하게 그려내는 수준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우리의 뇌 기능에 대한 지식은, 영장류의 기능적 해부나 우연한 사고를 당한 머리외상 환자에 의한 실험에 의존해 왔다. 이것이 시공간 차원에서 그리 정확치 않은 기능 영상을 제공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또한 우리의 뇌는 주어진 하나의 자극에 대해서만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으로 주어지는 자극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반응하기 때문이다. ERP(Event-related Potentials;뇌신경에 발생한 생체전위)외에 일종의 잡음이 생기는 것은 바로 이러한 까닭이다. 소위 Inverse Problem이란 이렇게 신경신호가 유일성을 획득하지 못하여 발생한다.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특정 자극에 대한 반응을 여러번 반복 측정한후 통계적인 방법을 바탕으로 컴퓨터를 이용하여 잡음을 제거하고  AEP(Averaged Evoked Potentials)를 검출하는 것이다. 통계적인 방법외에도 영상기술에서 기술적 처리(예를 들어 MEG에서 3차 이상의  gradiometer, EEG에서의 3차 전극 등)를 통해 소음을 제거한다. 더 나아가 각 기술을 결합하여 재영상화함으로써 특정자극에 대한 반응 및 처리부위를 보다 정확하게  mapping할 수 있다(그림 19).


III. 결 론 


 

MEG와 MRI를 사용하여 손가락자극 담당 뇌부위를 mapping한 예

 

앞으로의 뇌연구


신경세포가 신경계의 가장 기본단위가 됨을 안 것은 불과 100여전의 일이다. 이전까지 알고 있던 우리의 뇌 기능에 대한 지식은 영장류연구나 머리외상환자등에 의존하여 뇌의 적절한 의미를 제시하지 못했다. 지금 현재에 있어서도, 수십 년전부터 태동한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뇌의 신비가 벗겨지기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부족한 점이 많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아있는 과제는 무엇인가? 많은 난제가 산적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뇌를 포함한 신경계의 진화 및 발생과정, 신경회로망의 작동메커니즘, 그리고 마음(mind)의 의미등이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특히 인간의 감정, 의지 ,동작, 심상, 사고, 언어, 의식, 학습, 기억 등과 같은 인지 기능의 메커니즘은 마음을 생물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선결되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인간의 고차원적 인지과정은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대뇌의 피질에서 주로 수행되고 있고,  뇌지도 작성 이에 중점이 맞춰져 수행되고 있는 경우가 있다(그림 20).

 

 

인지과정(그림 이름짓기)에서, 각 뇌부위에서의 뇌자기의 변화(MEG+MRI)

 

 

뇌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분자 단계부터 행동 및 인지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의 통합이 요구된다. 그러나 각 단계마다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전문화되어 각 단계별 연구자들이 뇌에 대한 통합적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뇌연구에서는 학제간 연구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분자 신경생물학, 행동신경과학, 계산신경과학 등 새로운 분야를 포함하는 신경과학의 영역은 계속 확장되고 있다. 분자생물학에 의해 분자수준에서 일어나는 뇌의 기능이 지속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계산신경과학은, 뇌를 입출력 연산을 수행하는 컴퓨터로 보고 신경계의 정보처리 기능을 모델링하는 분야로, 컴퓨터과학의 발전과 함께 뇌연구의 핵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근본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 생물학 뿐만 아니라 수학, 물리, 공학 등에서의 정량적 도구, 기본적 이론, 그리고 전산과학 및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정보처리 등과 관련된 개념들을 통합하는 새로운 패러디임이 형성되고 있다. 고도의 정신활동까지 총괄하는 소우주로서의 뇌는, 이렇게 여러 의미에서, 다가오는 21세기 가장 주요한 연구 주제가 될 것이다.


   요약


인간의 뇌는 단순히는 신경세포의 집합체 일뿐이지만 인간활동을 전영역 즉 호흡, 수면과 같은 기본적인 생명활동에서부터 고차적 정신세계까지를 담당한다. 이러한 뇌의 기능은 국소화되어 있다. 뇌의 특정 부위가 특정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우리의 뇌 기능에 대한 지식은 영장류연구나 머리외상환자등에 의존하여 뇌의 적절한 의미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생물학, 물리학, 컴퓨터 과학의 발전에 따라 인체영상기술이 발달함에 힘입어 현재 뇌의 보다 정확한 해부학적 기능을 알기 위해 뇌지도작성(brain mapping)이 시도되고 있다. 현재 이 연구활동과정에서 사용되는 주요 뇌영상기술로는 신경 전류에 의한  electric potential을 검출하는 EEG(EletroEncephaloGraphy; 뇌전도 촬영), 신경 전류에 의한 자기장을 검출하는 MEG(MagnetoEncephaloGraphy; 뇌자도 촬영), 전자-양전자 쌍소멸에 의해 발생하는 감마선을 영상화하는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양전자 단층촬영) 그리고 신경세포활동에 의해 증가하는 산소소모량의 증가를 NMR현상에 근거하여 영상화하는 fMRI(fuctional-Magnetic Resonance Imaging; 기능 핵자기 공명영상)이 있다. 각 방법은, 제각기 다른 원리에 기반한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지만 각 방법간의 복합적용이나 과학과 기술의 진보로 보다 정확한 뇌지도 작성에 공헌하고 있다. 고도의 정신활동까지 총괄하는 소우주로서의 뇌는 다가오는 21세기 가장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될 것이다. 생물학, 의학, 심리학, 물리학, 컴퓨터 공학등 각 학문간의 유기적인 발달은 도모함은 물론, 더 나아가 미래 인류 생활의 진보에 크게 공헌할 것이기 때문이다. 

두뇌 트레이닝으로 우등생에 도전한다!

우등생과 열등생, 시청각 집중력 등 뇌 관련 기능과 깊은 관계 있어 HB두뇌학습클리닉, 두뇌 트레이닝 프로그램 통해 학습장애 해결

 

두뇌 트레이닝으로 잠자는 뇌를 깨워라

부모들 중에는 늘 전교 1등을 하는 옆집아이를 부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부러움 뒤엔 늘 “저 아이는 그 많은 과목을 도대체 어떻게 공부를 했을까” 라고 의문을 품기 마련이다.

답답한 마음에 자식에게도 옆집 아이와 같은 학원, 같은 교재를 권하고 비슷한 시간을 공부하게 강요한다.

하지만 결과는 결코 옆집 아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 결국 옆집 아이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포기해 버린다.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면서 공부와 뇌의 관계가 구체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뇌 트레이닝을 통해 열등생을 우등생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HB두뇌학습클리닉의 두뇌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HB두뇌학습클리닉은 학습과 관계된 뇌 기능을 검사하고, 과학적인 두뇌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학습능력향상을 이끄는 고이다.

HB두뇌하급클리닉 광주센타 국일실장은 “태아 때부터 발달하기 시작하는 두뇌의 학습능력은 자라온 환경과 자신의 노력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며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라면 두뇌의 학습능력 평가를 먼저 받아보는 게 중요한다 고 설명한다.

두뇌 트레이닝은 공부할 수 있는 몸상태 만드는것

 

  기존의 학습장애 치료 프로그램은 공부방법지도, 정신상담, 우수한 교재 및 강사진 투입등이 사용돼 왔다. 하지만 이런프로그램은 효과가 일시적이거나 미미해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

반면 HB두뇌학습클리닉에서 진행하는 두뇌 트레이닝 프로그램은 모 자체를 공부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릭 때문에 학습장애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김 성훈박사의 설명이다.

  “깨끗한 수돗물을 마시기 위해서는 우수한 정화시설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정화시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상수원을 깨끗이 하는 것이죠. 상수원이 더러우면 아무리 우수한 정화시설도 의미가 없습니다. 공부도 그렇습니다. 몸이 공부할 준비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느 아무리 좋은교재와 교사가 있어도 능률이 오르지 않습니다. 기존의 학습장애 클리닉이 정화시설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이라면, 두뇌 트레이닝은 바로 상수원을 깨긋이 하고 몸을 공부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것입니다.”

두뇌와 학습 (일기의 신경학적 기전을 중심으로)

 

내용:

학습에는 학습외적 요인과 학습 내적 요인이 있다.

학습 외적 요인=좋은 학습 환경, 교재, 강의 노력, 언어적 요소

학습 내적 요인=두뇌의 정보처리, 비언적 요소로서 신경생리학적 요소를 말한다.

 

알아두기:디코딩(decoding) 단어 속에서 단어가 음소와 음절로 구성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sequencing 에 따라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능력.

 

읽기에 관계된 청취 기술

1. 비언어적(nonlingustic:신경학적) 음성 정보 처리 기술

   진폭 인지 능력 : 소리의 크기나 강도의 인지, 이는 데시벨(dB)로 측정한다.

   주파수 인지 능력:주파수 분석, 예를 들면 소리를 다양한 주파수 대역으로 구분할 수 있는 능력.주파수는 (Hz)로 계량한다.

   청각 주의력:소리에 주의를 집중하거나, 초점을 맞추거나, 청취하는 것

   음원 분별력: 주변에서 나는 소리의 근원을 알아내는 것.

   청각 변별력:유사하게 들리거나 다르게 들리는 소리나 단어의 차이를 구분하는 능력

   청각적 통합: 소리나 단어에서 빠진 소리를 채워 넣기

   청각적 예측: 다음에 나올 소리를 예측하는 능력.

   청각적 시간적 정보 처리:소리의 시간과 순서와 패턴을 분석하는 능력

   청각적 기억력/순차적 기억력: 여러 소리나 단어나 이들의 의미 있는 조합의 순서를 기억하는 것,

   청각 정보를 접수, 저장, 처리 및 기억하는 것.

   청각적 응집력: 구두 커뮤니케이션이나 음악의 의미와 추상과 의도를 이해하는 능력

   청각적 전경-배경 분별력:여러가지 소리가 다투어 나오는 가운데에서 스피치나 기타 소리를 인지할 수 있는 능력

   청각적 장면 분석력:소리의 혼합 규모가 아주 클때 다양한 소리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

 

2. 언어적(Lingustic)음성 정보 처리 기술

 1) 음운 인식(phonemic Awareness)

  -음소 구분 능력

  -음절 구분 능력

  -음절로 단어 생성(Auditory Blending)

  -단어 속에서 음소/음절 구분하기 (Auditory Segmenting)

 2)음절을 철자와 연결하기 (Sound to letter:Phonics)

 3)어법(syntax): 단어의 배열 순서 (주어+동사+목적어)

 4)의미(Semantics):접두사, 접미사, 어근(Root Word)

 5)개념 형성(Concept Formation):Auditory Comprehension and Reasoning

 

읽기에 관계된 시지각 정보 처리 기술

 1)시력

 2) 안구 운동의 기능 (양안 운동)

 3) 좌우뇌 시지각 정보 처리

 4) 전두엽의 시각화와 정보 통합

 5) 다른 감각기관과의 통합 기능

 

읽기에 관계된 시지각 정보 처리 기술

1. 시력:명확하게 볼 수 있는 능력

   1)굴절이상:근시, 원시, 난시

   2)안구질환:백화증, 선천성 백내장, 색맹, 각막 변성, 각종 감염성 질환, 망막 변성, 안구 진탕, 시신경 변성

   3)약시

   4) 사시와 이중 비전

 

2. 안구 운동 기능 (양안 운동)

 1)안구 협동 혹은 양안단일시 :양안으로 들어온 이미지를 하나로 배합하는 능력

 2)안구 추적 기술 (eye tracking)

 3)Eye Position Maintenance Problems(Fixation):한 물체에 초점을 맞춘 상태를 유지하는 능력

 4)안구 초점 맞추기 (Eye focusing):거리 상의 변화에 따라 조절하는 시지각 능력

 5)이향 우동 (convergence and Divergence):눈모음과 눈 벌림

 

3. 좌우뇌 시지각 정보 처리

 1) 형태지각 :형태를 지각하고 재생할 수 있는 능력, decoding에 중요함

 2) 시지각적 변별 능력 :shape, size, form, color 의 차이를 인식

 3) 배경 구분 능력 (figure Ground):주요 대상물을 배경 이미지로부터 구분하는 능력

 4) 순차적 시지각 정보처리:시지각 정보의 조각을 하나로 연결하는 능력

 5) 시지각적 기억(visual Memory)시지각적 순차적 기억(visual Sequential Memory)

 6) 주변 시각 인식

 7) 시지각적 차단:작은 부분이 제시 될 때 전체를 연관 지을 수 있는 능력

 8) 방향성

 9) 시지각-시지각 통합 기능:좌-우뇌 통합

10) 시공간 관계:공간에서 대상 간의 Position 파악 능력

11) 편측 지배성(Lateral Dominance):Eye dominance 좌우 시각 정보 처리 기능

 

4. 전두엽의 시각화와 정보 통합

  -시각화(visualization:Minds's eye)

  -개념/논리/추론 형성 (conception/Logic/Reasoning)

  - 작업 기억(Working Memory)

 

5. 다른 감각기관과의 통합 기능

 :청지각, 전정기관, -소뇌, 고유수용성 감각, 촉각, 후각

 1) 눈, 손의 협응 혹은 시-운동 통합, 공간적 거리감

 2) 전정기관

 3) 청지각과의 통합

 4) 균형 

 

 전두엽 (Frontal Lobe)

 -통합(integration)

 -시작(Initiation)

 -운동계획/조직화

 -순차적 처리

 -모니터링

 -집중유지

 -작업기억

 -억제

 

운동피질 (Primary Motor Cortex)

 -싱크로나이즈

 

두정엽 (Parietal Lobe)

 -선택적 집중력 (Selective Attention)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

 

대상회(Cingulate Cortex)

 -분산된 집중력 (Divided Attention)

 -사고의 융통성(Mental shifting)

 

소뇌(Cereellum)

운동(motion)->내재화(internalization)->사고(Thought)

 

기저핵(Basal Ganglia)

 -미세근육 운동

 -불수의적 운동

 -모든 반복된 움직임이 자동화 되는곳(Automatization)

  ->타이밍과 리듬이 중요

 

읽기의 신경학적 과정

 구어(spoken word)->음운론적 해독->청각적 단어 형태 인식의 활성화->심적 어휘 목록에서 단어 인식->단어 어순과 형태론적 의미해독,활성화->개념 형성

 

 읽기(written word)->시각적 분석 및 해독->시각적 단어 해독->시각적 단어 형태 인식의 활성화->심적 어휘 목록에서 단어 인식->단어 어순(syntax)과 형태론적 의미(semantics) 해독, 활성화->개념 형성

  

Dyslexia(난독증)의 정의

난독증은 신경생물학적 원인에서 기인된 학습장애이다.

정확하고 유창한 단어 인식에 어려움과 Spelling과 Decoding의 능력의 결핍에 의해서 특징 지어진다

이러한 어려움은 언어의 음운론적인 결핍으로부터 초래되고 이로 인해 다른 인지적인 능력이나 학습 내에서의 지시 사항을 효율적으로 처리 못하는 부분으로도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한 읽기 독해 능력 저하와 책을 읽지 않으려는 경향으로 인해서 어휘력과 배경 지식의 습득을 방해 하게 된다.

난독증은 지적 능력이나 정상적인 교육을 받았음에도 일어날 수 있으며, 사회, 경제, 언어의 종류와 상관 없이 생길 수 있다.

 

읽기 분석기 (ReadAlyzer)

읽기 분석기는 안구의 움직임에 기초해서 읽기를 분석해 주는 시스템이다. 이것은 안구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하드웨어와 자동적으로 안구의 움직임을 기록해 주고 특징적인 움직임을 숫자로 보여주는소프트웨어로 이루어져 있다. 이 시스템의 주요 특징은 사용의 편리성과 측정시 검사 받은 사람에게 가는 영향을 최소화 해준다.

“이론들은 오고 가지만 개구리는 변함없네” 인간과 원숭이와 RNA (6) 2010년 03월 26일(금)

미르(miR) 이야기 “인간의 특징을 유전학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업을 잠시 멈추고, 산의 중턱쯤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분자생물학적 설명들은 독자들의 뇌를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슬프게 한다는 것을 필자는 잘 알고 있다. 분자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우리의 일상에서 어떤 비유를 찾기도 어려운 그런 무미건조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숭이는 조금 다르다. 과학의 대상이 분자에서 원숭이로 옮겨가기 시작하면, 독자들의 관심도 따라서 증가한다. 인간의 두뇌는 일상생활에 관계되는 것에 더 주의를 기울이도록 진화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성향을 가진 조상들이 더욱 많은 자손을 퍼뜨렸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것보다 텔레비젼을 보는 게 쉽듯이, 염색체니 RNA니 하는 골치 아픈 존재들보다는 원숭이나 인간에 대한 과학이 우리의 흥미를 끄는 것도 당연하다.

권위와 사랑

심리학의 실험들 중엔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이 많다. 스탠포드에서 행해진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의 ‘권위에의 복종 실험’, 영화로도 만들어진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의 ‘스탠포드 감옥 실험’은 아마 가장 널리 알려진 종류일 것이다.

밀그램과 짐바르도는 일련의 실험들을 통해 우리의 행동이 환경에 의해 얼마나 쉽게 영향을 받는지를 보여주었다1. 마치 성악설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스탠포드의 두 심리학 실험은 나치의 악몽과 겹치면서 가끔 우리의 희망을 짓밟곤 한다. 하지만 하나의 실험으로 우리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잔인성을 보여주는 위의 두 실험들과는 반대로, ‘사랑’을 주제로 한 유명한 실험도 있다. 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수행된 ‘엄마기계’라는 실험은 태어나자마자 어미에게서 고립된 새끼 원숭이가 철사로 만들어진 우유병을 가진 엄마보다, 천으로 만들어진 엄마에게 더욱 집착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2.

이 실험을 수행한 해리 할로우(Harry Harlow)는 원숭이의 학습실험을 연구하는 도중에 우연히 발견한 아이디어로 스타가 되었다. 그는 원숭이들이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태어나자마자 어미에게서 분리시켜 키웠는데, 이 원숭이들이 수건에 집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조그만 천조각이 없으면 새끼원숭이들은 대부분 살아남지 못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엄마기계’가 새끼원숭이들에게 주어졌다.

새끼원숭이들은 모두 털로 뒤덮인 엄마기계를 선택했다. ‘사랑의 본성’을 우리에게 알려주던 할로우 박사가 실은 자상한 아버지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논외로 하자3. 어린 원숭이들에게 우유보다 중요한 것은 수건이었다.

▲ 서열화는 서구의 나쁜 지적전통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원초적인 본능이기도 하다. 이 그림을 보면 인간의 두뇌에 대한 조금은 비서열화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 듯 하다. 인간의 두뇌는 크기로도, 주름의 정도로도 절대 최고가 아니다. 


이론과 실험

프로이트에게서 유래한 ‘3대 혁명론’이 있다.

물리학에서의 코페르니쿠스와

생물학에서의 다윈, 그리고

심리학에서의 프로이트가 과학사에서의 3대 혁명이라는 이론이다.

자기자신의 업적을 혁명이라고 칭한 것도 재미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프로이트가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도 재미있다.

과학의 혁명론은 참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쳤는데, 심지어는 스티븐 제이 굴드도 고생물학의 ‘깊은 시간’의 발견을 제4의 혁명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로이트 이후 혁명에 도취된 학자들은 ‘제 4의 혁명’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에른스트 피셔의 말처럼 “과학에서 혁명들은 큰 소리를 내지 않4”는다. 시간이 흐른 뒤에 역사가들이 그 결과들을 혁명이라고 요란하게 포장할 뿐이다.

프로이트의 무의식 연구는 과학자들에게는 비과학적인 이론으로, 인문학자들에게는 일종의 성배로 추앙 받는 묘한 위치에 놓여 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전통을 물려받은 라깡의 이론은 이제 사회를 분석하는 만능칼처럼 사용되기도 한다5.

프로이트의 무의식은 인간의 성욕과 폭력성을 설명하는 도구로, 우리를 조용히 지배하는 본능의 충동으로 대중의 마음 속에 각인되어 있다. 프로이트의 이론은 참으로 많은 것들을 설명하는데, 물리학에서조차 통일장 이론이 여전히 요원한 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참 대단한 일이다.

인간의 본성을 설명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젠 사회의 정신병리학까지를 아우르고 있는 정신분석학을 바라보면, 실증적 과학의 경계를 넘어선 학문들은 참으로 쉽고 편하게 세상을 설명하는 것 같아 부러운 마음이 들 지경이다.

필자가 오랜 시간 동안 거닐던 포항공대 생명과학과의 한쪽 귀퉁이에는 “이론들은 오고 가지만 개구리는 변함없네(Theories come and theories go. The frog remains)”라는 문구가 새겨진 개구리상이 놓여 있었다6. 실험실의 과학자들은 프로이트처럼 용맹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몇 가지 실험으로 세상을 발칵 뒤집고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심리학과 동물행동학의 실험들은 오히려 사정이 나은 것인지 모른다.

같은 실험이라도 전문적이고 난해한 연구들,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연구들은 곧 잊혀지게 마련이다. 실증주의란 참 중요하지만 답답한 연구방법이다. 토마스 쿤과 같은 과학사학자는 한 걸음씩 확실한 지식을 쌓아나가는 과학자들을 그저 퍼즐을 푸는 답답한 일개미들로 묘사해버렸다. 혁명은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이 만드는 것이며, 그 외의 모든 과학자는 조연일 뿐이다.

일반화의 유혹이야 과학자라면 누구나 겪는 딜레마일진데, 오늘도 개구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개구리를 설명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프로이트처럼 멋진 이론은 개구리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것이 아니다. 막스 베버가 인종차별주의자였던 것과 하이데거의 나치 전력은 관용될 수 있는 것이고, 우생학자들은 처벌되어야 하는 것이다.

삼중뇌(Triune brain)의 진실

이론은 오고 간다.

따라서 이론에 편중된 과학의 전통엔 언제나 일반화의 오류가 존재한다. 일반화의 오류야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을 예외로 치부하면 그 뿐이지만, 해당 이론이 제대로 된 실증적 연구에 기반하고 있지 않다면 그건 큰 문제가 된다.

인간의 두뇌가 세 개의 층으로 구성되며, 각각은 인류의 진화과정을 보여준다고 말하는 ‘삼중뇌 이론’도 그 중 하나다.

당장 구글이나 네이버의 검색창에 ‘파충류 뇌’라는 검색어를 입력해보자. 아마 대중에게 뇌과학을 쉽게 소개하는 웹페이지들이 검색될 것이다. 그리고 그 웹페이지들에는 영어 표기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폴 맥클린(Paul D. MacLean)’이라는 학자의 이름이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설명이 등장한다(마크린이 바로 맥클린이다. 원어 발음에 충실하자는 영어 표기법을 따르자면 그렇다)

이번 시간은 다소 지루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폴 D. 마크린이라는 대뇌생리학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그는 '인간의 뇌는 신의 실패작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의 뇌가 인간다운 것은 대뇌신피질이 발달한 결과인데 인간의 뇌에는 파충류의 뇌와 하등 포유류의 뇌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이성과 본능의 상극 때문에 괴로워 한다.' 다음 그림이 마크린의 3층 뇌 모델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그는 인간의 뇌를 다음과 같이 분류합니다.

1. 파충류의 뇌: 수면, 먹는 것, 성(性) 등의 기본적인 생명활동을 담당한다. 일명 '악어뇌'라고도 한다.
2. 고대 포유류의 뇌: (주로 외적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서) 시각, 청각, 취각에 의해서 받아들인 정보를 처리한다. 일명 '말 뇌'라고도 한다.
3. 신 포유류 뇌: 이성, 지성, 논리적인 사고를 담당한다. 일명 '사람 뇌'라고도 한다7..

맥클린이 제시한 삼중뇌의 정확한 명칭은 위에서 소개된 것보다 조금 더 복잡한데, 각각 전파충류뇌(Protoreptilian brain), 원시포유류뇌(Paleomammalian brain), 그리고 신포유류뇌(Neomammalian brain)이다8.

맥클린의 이론은 간단 명료하고 이해하기 쉽다.

우리의 뇌는 진화과정에서 한 겹씩 쌓아 올려진 것이고, 따라서

가장 오래된 파충류의 뇌는 본능과 같은 원시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가장 최근에 더해진 신 포유류의 뇌는 이성이나 지성과 같은 현대적인 기능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마치 독일의 발생학자 헤켈에 의해 만들어진 ‘계통발생설’을 연상시키는 맥클린의 이론은, 뇌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지게 된 이들이라면 반드시 거치게 되는 일종의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다.

그런데 신피질이 논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인간의 뇌라면,

좌뇌는 논리적인 사고를, 우뇌는 감성적인 사고를 담당한다는 또 다른 상식은 어떻게 통합되어야 할까? 좌뇌와 우뇌를 신피질에 국한시킨다 하더라도, 맥클린이 감정중추라고 단정지었던 포유류뇌가 신피질에 존재해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남는다.

하지만 영재교육을 홍보하는 이들에 의해서 확고한 정설처럼 굳어진 좌뇌와 우뇌의 구분9도 실은 그다지 신빙성 있는 이론은 아니니 따지는 것은 그만두도록 하자10.

단순하게 세상을 설명하는 이론일 수록 대중과 언론의 사랑을 받는다. 두뇌의 기능을 파충류, 말, 인간으로 명쾌하게 잘라버리는 건 얼마나 유쾌한 일이며, 두뇌를 반으로 갈라 논리와 감정을 영역별로 나누어 버리는 건 또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다면 과학자들은 별로 할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복잡하고, 인간의 두뇌도 인류의 진화과정도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과대광고의 해악

칼 세이건(Carl Sagan)이라는 천문학자를 모르는 이가 있을까. <코스모스>라는 불후의 저서로, <콘택트>라는 영화로, 칼 세이건은 우리 곁에 우뚝 서 있다. 딱딱한 과학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있어 세이건이 기여한 바는 잊혀질 수 없다. 아마도 칼 세이건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교양과학도서 시장도 성장하지 않았을까?

칼 세이건은 <에덴의 용: 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아서>11라는 작품도 썼다. 바로 이 책에 맥클린의 삼중뇌 이론이 소개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과학이 우리나라에서 대중적 관심을 받게 되는 1970~80년대에 신과학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전개된 조류가 있었다. 프리초프 카프라(Fritjof Capra)의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과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에릭 얀치(Erich Jantsch)의 <자기조직하는 우주>12라는 책에도 맥클린의 이론은 버젓이 정설인 것처럼 소개되고 있다.

참 재미있는 일이다.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나타나는 타분야에 대한 몰이해13가 정확히 똑같이 반복되어 있으니 말이다. 각각 천문학자와 화학자가 인간의 지성에 대해 야심 차게 저술한 책들엔 당시에도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맥클린의 삼중뇌 이론이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기적인 유전자>를 읽고 "유전자란 이기적이기 때문에 나는 유전자가 싫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나무랄 일도 아니다. 대중서를 통해 공개되는 학자들의 이론엔 언제나 공허함이 존재하는 법이다. 조직화된 다른 학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과대광고가 위험한 것처럼 유명한 학자들에 의해 잘 포장된 책들이 대중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문제다. 맥클린의 삼중뇌가 상식처럼 퍼지게 된 기저에는 세이건이나 얀치히 같은 학자들의 과오가 있다.

▲ 폴 맥클린의 '삼중뇌'이론은 유혹적이다. 우리의 뇌는 진화과정에 따라 세개의 층으로 구성되며 가장 원시적인 것에서부터 현대적인 것으로, 가장 하등한 것에서부터 고등한 것으로 구획되어 있다. 게다가 프로이트의 예지력은 대단해서 이드, 에고, 수퍼에고의 분류법과도 딱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함에는 함정이 있다. 


삼중뇌 이론의 오류

맥클린의 삼중뇌에 아무런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실은 맥클린의 이론은 아주 오래된 뿌리를 가지고 있다. 감정을 다루는 두뇌의 영역이 어디인가를 두고 벌어진 오래된 논쟁이 삼중뇌 이론의 출발점이 된다.

1937년, 제임스 파페즈(James Papez)라는 미국의 신경해부학자는 고양이의 뇌에 래비스 바이러스(rabies virus)를 주사해서 ‘파페즈 회로(Papez circuit)’라는 감정의 중추 회로를 밝혔다고 주장한다. 두뇌의 각 영역이 하나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당시의 과학자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언어중추를 발견한 폴 브로카(Pierre Paul Broca)에 이르러 만개한 이러한 사고방식은 프란츠 조셉 갈(Franz Joseph Gall)이라는 18세기 말의 인물이 창시한 골상학(Phrenology)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전통을 가진다. 갈의 이론도 단순하다. 갈은 "인간의 심리적인 특성은 독립된 여러 개의 기능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각 기능은 대뇌 표면의 각 부위에 일정하게 배위(配位)되며 각 부위의 크기는 그 곳에 자리한 심적 기능의 발달 정도를 나타내므로 대뇌를 둘러싼 두개골의 형상에서 그 밑에 있는 대뇌 부위의 요철을 알 수 있으며 인간의 심리적 특징을 짐작할 수 있다"14고 주장했다.

파페즈의 감정중추를 둘러싼 뿌리 외에도, 맥클린의 이론은 러시아의 유명한 발생학자 폰 베어(Karl Ernst von Baer)에게도 빚지고 있다15. 폰 베어가 비슷한 생각을 제안한 것은 1828년의 일이다.

맥클린의 이론은 단순히 신경해부학만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이론은 진화과정 속에서 인간의 두뇌가 새로운 기능을 획득한다는 비교해부학까지를 아우른다. 따라서 그의 이론이 지지되려면, 정말 우리의 두뇌가 진화과정 속에서 한 층씩 두뇌를 쌓아 올렸는지가 실증적 연구로 지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새로운 구조가 탄생해야만 한다.

진화의 대부분이 자동차의 땜질을 수리하듯이 진행된다는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맥클린의 이론은 원시포유류뇌에만 존재해야 할 해마(hippocampus)가 조류에서도 발견된다는 것만으로도 기각될 수 있다. 맥클린의 이론에 따르면 포유류의 조상에서 새로 나타난 편도체(amygdala)는 파충류에는 존재할 수 없지만, 많은 학자들은 편도체에 해당하는 두뇌 부위가 파충류에 존재한다고 말한다16.

요약하자면 맥클린이 포유류에게서만 나타난다고 주장했던 부위들이 실제로는 파충류와 조류 모두에서 나타난다는 뜻이다. 게다가 맥클린이 포유류와 비포유류로 나누어 지나치게 단순화한 행동양식들조차 실제로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 두뇌는 포유류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조류, 파충류, 양서류뿐만 아니라 심지어 어류에게도 존재한다.

존재의 대사슬과 프로이트

맥클린의 이론은 이미 폐기처분된 헤켈의 ‘계통발생설’을 연상시킬 뿐 아니라, 고대 그리스로까지 소급되는 ‘존재의 대사슬(Great chain of being, scala naturae)’의 재탕이기도 하다. 굴드가 서양의 나쁜 지적 전통 중 하나로 꼽았던 ‘서열화’의 화신인 ‘존재의 대사슬’은 미생물, 식물, 동물, 인간, 천사와 신을 수직선상에 배열한다. 존재의 대사슬에 시간 개념을 더하면 진화를 진보로 오해하는 이론이 탄생한다.

가장 단순한 것에서부터 가장 복잡한 것으로의 선형적 진보를 진화라고 착각하게 된다는 뜻이다. 맥클린에게 있어 신포유류의 뇌는 가장 진보된 것이고, 파충류의 뇌는 가장 하찮은 것이다. 그래서 무뇌아라는 말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감정은 하찮은 것이고, 이성은 고귀한 것이다. 그래서 맥클린에 따르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것은 이성이 된다.

맥클린의 삼중뇌 이론을 보고 즉시 프로이트를 떠올린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프로이트의 ‘원초아(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는 맥클린의 '파충류 뇌, 고대 포유류 뇌, 신 포유류 뇌'와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진다. 프로이트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기뻐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17. 프로이트의 이론이 물질적 기반을 갖추게 되었으니 기쁨이 더할 나위 없이 컸을 것이다.

▲ 김우재 UCSF 박사후연구원 

맥클린의 이론이 틀렸다면 생물학적 기반을 갈구하던 프로이트 연구자들의 바람도 바람처럼 사라질 테지만 -그리고 이미 언급했듯이 맥클린의 이론은 사태를 지나치게 단순화했다. 맥클린의 이론을 수정한다면 프로이트의 이론도 수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프로이트 연구자들이 경전에 손을 댈 것 같지는 않다- 진정 놀라운 것은 적어도 맥클린을 있게 해준 수 많은 선대 신경해부학자들의 노력을 뛰어넘는 프로이트의 예지력이다.

만약 프로이트를 과학자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래서 프로이트처럼 위대한 과학자가 되고 싶다면 실험은 필요 없다. 사색하고 독서하고 또 사색하도록 하자. 그래서 몇 개의 이론을 체계화시켜 후대에 어떤 성실한 과학자들이 그 이론에 실증적 토대를 갖추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미 수 천년 전에 데모크리토스가 원자론을 예견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우리는 데모크리토스를 위대한 과학자의 반열에 올려야 하는 것 아닌가.

개구리는 오늘도 실험실에서 조용히 알을 낳는다.


1. 스탠포드라는 공간에서 행해진 저 유명한 실험들을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들은 번역되 저자들의 책을 통해 이를 접할 수 있다.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에의 복종>과 필립 짐바로드의 <루시퍼 이펙트>는 모두 번역되어 있다.

2. 이 실험결과를 담은 논문은 처음에는 The Nature of Love (1958) - Harry Harlow, American Psychologist, 13, 573-685 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고, 이듬해 사이언스지에 다시 실렸다. Affectional responses in the infant monkey; orphaned baby monkeys develop a strong and persistent attachment to inanimate surrogate mothers. HARLOW HF, ZIMMERMANN RR. Science. 1959 Aug 21;130(3373):421-32.

3. <매드 사이언스 북: 엉뚱하고 기발한 과학실험>, 레토 슈나이더, 2008.

4. <과학을 배반하는 과학>, 에른스트 피셔, 2007, p59

5. 굳이 예를 들지 않겠다. 라깡을 모르면 바보가 될 정도로, 대한민국의 인문학은 라깡의 이론을 과학으로 포장하고 있다.

6. 사이언스온, [수첩] “이론은 변하지만 개구리는 변함없네”, 오철우, 2010.01.22

7. http://www.amusementkorea.co.kr/class/gamecol/1-8.htm 폭넓고 깊게 진화하는 게임 디자인: 맥클린의 이론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웹사이트도 많다. 예를 들어http://kr.blog.yahoo.com/mossben2002/1161 뇌의진화. 인공지능 연구자들에게는 꽤나 유명한 다음 웹사이트에도 맥클린의 이론이 실려 있다. http://www.aistudy.co.kr/physiology/brain/brain_definition.htm 뇌란 무엇인가?

8. MacLean, Paul D. (1990). The triune brain in evolution: role in paleocerebral functions. New York: Plenum Press.

9. 예를 들어 조선일보의 다음 기사를 보자. [안진훈의 교육비타민] 좌뇌 '쓰는' 교육해야 창의성이 커진다. 조선일보, 연세대 책임교수 '아이머리 바꿔야 성적이 오른다'저자. 2008.09.01

10. 예를 들어 다음 웹페이지를 참고할 것. http://blog.daum.net/glnara/15851252

11. 오랫동안 절판상태였던 이 책은 최근 재출간되었다. 에덴의 용: 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아서, 원제 The Dragons of Eden: Speculations on the Evolution of Human Intelligence (1977, 2006), 칼 세이건, 사이언스북스, 2006

12. 자기 조직하는 우주:새로운 진화 패러다임의 과학적 근거와 인간적 함축, 에리히 얀치, 범양사, 1989; 다음 논문을 참고해도 좋다. Erich Jantsch, Sociobiological and sociocultural process: a non-reductionist view, Journal of Social and Biological Systems, Volume 2, Issue 1, January 1979, Pages 87-92.

13. 이에 관해선 필자의 다른 글을 참고. 사이언스 온, [연재] 파리방의 분투: ‘첫 유전자 배열’의 전설을 이루다, 김우재, 2010.02.26

14. 한글 위키피디아 '골상학' 페이지

15. Carl Ernst von Baer on the study of man and nature, Arno Press (New York), 1981, Edited by William Coleman.

16. Butler AB, Hodos W (2005). Comparative Vertebrate Neuroanatomy. Evolution and Adaptation. 2a. Edição. Hoboken: John Wiley & Sons.

17. Sci Am. 2004 May;290(5):82-8. Freud returns. Solms M; 당연히 반박이 뒤따랐다. 과학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Sci Am. 2004 May;290(5):89. Freud returns? Like a bad dream. Hobson JA.

김우재 UCSF 박사후연구원 | korean93@postech.ac.kr

저작권자 2010.03.26 ⓒ ScienceTimes

 

어떤 기능을 보다 정밀하게 강화하기 위하여 진화됨

없었던것이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있었던 것을 더 자세하게 만들어냄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교육부에 그 기능을 더 잘하게 하기위해 자문위원회나 트별팀을 짜듯이 

'스탠포드 감옥실험(Stanford Prison Experiment)'이라는 것입니다.

 

이 실험은 1971년 미국에서 '필립 짐바르도'라는 스탠포드 대학교수가 주도한 실험이었습니다. (구인광고를 통해서 실험차가자를 모집한것은 사실입니다. 실제 미국 심리학 실험의 참가자는 구인광고를 통하여 모집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악한 본성을 드러내게 만든 실험으로 '밀 그램'이 1963년도에 실시한 '전기충격실험'과 함께 유명한 실험입니다. 실험은 예상했던것과 너무 다르게 흘러가게 되어 6일만에 중지하게 됩니다. 자세한 실험 내용은 밑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실험의 시작>>


1971년 스탠포드 대학 심리학과의 Zimbardo 교수는 ‘교도소의 생활이 인간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신문지에 내고 지원자를 모았습광고를 지역 니다. 광고 후 70여명의 지원자가 연락을 해왔고, 이후 간단한 정신과적 면접과 성격 검사를 실시해서 심리적인 문제가 있거나 병력이 있는 사람은 제외시켰습니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 이전에 범죄나 마약과 관련한 전과가 있는 사람들도 제외시켰죠. 이런 심사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24명의 실험 참가자가 결정되었고, 실험에 참가하는 대가로 하루에 15불 정도의 금액을 받기로 했습니다.

우선, 선발된 24명에 대한 기본 프로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이 실험 참가자로 선발될 때 앞서 말씀드린 검사나 면접외에도, 참가자들간 이질성을 최소화하고 가능한한 일반인, 보통 사람들을 대표할 수 있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인 수준이나 지능, 건강 조건도 비교적 사회적으로 가장 많은 퍼센티지를 차지하는 계층으로 구성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동질적인 구성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눈 후 한 집단은 교도관의 역할을, 다른 한 집단은 죄수의 역할을 맡기려고 했습니다. 결국, 죄수냐 혹은 교도관이냐 하는 집단의 분류는 임의적인 것이었지, 결코 두 집단간의 유의미한 차이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점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은, 실험이 진행될수록 이 두 집단은 정말로 놀라운 모습으로 다르게 변화해간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차차 말씀드리죠.

Zimbardo 교수는 교도소 환경과 가장 유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실제로 이전에 장기 복역수로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적이 있는 사람을 섭외해 필요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스탠포드 대학 심리학과 건물의 한 쪽 복도 끝을 막아, 감옥 셋트를 만들었습니다. 실험이 시작되면 복도는 죄수(실제 죄수가 아닌 죄수 역할을 하기로 한 참가자들)가 거닐거나 식사, 운동들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됩니다. 그리고 화장실은 죄수들이 수감되는 방에서 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야만 하는 구조로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참가자들은 이곳이 진짜 감옥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 위해서 눈을 가린 채 이곳으로 데려오게 되죠. 그래서 그곳이 스탠포드 대학내 임시로 만든 감옥이라는 생각을 못하게 한 것이죠. 그리고 이 복도는 빛이 들어오는 창문이나 시계를 놓지 못하게 해서, 여기가 어딘지,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소품들도 모두 감옥과 동일하게 만들었습니다. 3개가 있던 감방의 반대쪽에는 매우 작아 혼자만 들어갈 수 있는 어둡고 작은 공간을 따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실험장소인 교도소가 다 만들어진 후에, 참가자들은 이미 협조가 요청된 경찰의 인도로 실험실로 옮겨지게 됩니다. 물론 죄수역을 맡은 참가자들에게는 실험실이 급조된 교도소가 아닌 아닌 스탠포드 주립 교도소라는 안내를 하고, 이를 위해 눈을 가린 채 데리고 옵니다.

교도관으로 참여한 참가자들은 교도관의 역할에 대해 사전 지식이 전무한 상태였고, 연구에서도 이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다만, 법적으로 타당한 선에서, 그리고 죄수들을 존경하는 선에서 감옥의 규칙을 만들 수 있다고 얘기만을 들었죠.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은 서서히 교도소 안의 규칙을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셋팅을 만들고 교도관과 죄수들의 역할 설정을 하면서 교도소의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실험 이틀째의 날을 맞게 되는데, 그날 밤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교도소, 정확히는 실험실에서 일어나게 됩니다.

이날 아침 예상치 못한 죄수들의 집단 행동이 발생했습니다. 아침이 밝자 죄수들은 모자를 벗어버리고, 죄수복에 달려 있던 숫자를 잡아뜯는가 하면 감방 안에서 문을 향해 침대로 바리케이드를 친 채 방어 태세를 갖추기도 했습니다. 또한 교도관들에게 욕설과 비난을 하고조롱하기까지 했죠. 첫날 아무 일 없이 조용히 지나갔던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행동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여기는 감옥이 아닌 실험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더더욱 놀라운 것은 바로 이 폭동에 대한 교도관들의 행동이었습니다.

앞서 여러 번 강조했던 점이 있죠? 실험에 참가하기 전 이들은 교도관이나 죄수나 모두 지극히 평범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0대 젊은이들이었습니다. 감옥이니 교도관이니 하는 것에 대해 전혀 사전 지식이 없던 이들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죄수와 교도관이라는 구분은 그저 임의적인 구분에 불과한 것들이었죠. 그런데, 둘째 날 죄수 역의 참가자들이 폭동을 일으키자 교도관 역할의 참가자들은 놀라울 정도로 신속하게, 그리고 강력하게 사태를 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실험 전에는 단 한번도 교도소에 다녀오거나 교도관을 만난 적도 없던 사람들이 말입니다.


교도관들은 일단 소화기를 가져와 죄수들을 향해 뿌려대기 시작했습니다. 순간적으로 피부의 온도를 낮추는 하얀 분말의 소화액이 발포되자 죄수들은 문에서 떨어져 밀려날 수 밖에 없었고, 교도관들은 이틈을 타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 죄수들을 진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도관들은 죄수들의 옷을 모두 벗기고, 감방 안에 있던 생필품들, 침대와 담요 등을 모두 밖으로 끄집어 낸 후 알몸인 상태로 죄수들을 감방 안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폭동을 주도했던 죄수들을 모아 독방에 집어넣었죠. 죄수들에게 가하는 체벌로는, 한 명씩 불러내어 push-up을 시키고 나머지 죄수들을 모두 벽을 바라보고 서 있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push- up 정도는 체육 시간에도 하는 거고 건강 삼아 혼자서도 곧잘 하는 거라, 이게 체벌일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당시에 연구자들도 그러한 생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곧 연구자들은 놀라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경악을 금치 못했죠.



체벌일까 싶었던 바로 그 push-up, 한 사람이 이를 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벽을 향해 서 있어야만 하는 바로 이러한 체벌이, 실제 교도소, 그것도 그 악명 높았던 나찌의 수용소에서 존재했었다는 것입니다. 정말 한끝의 차이도 보이지 않고 스탠포드 감옥에서의 체벌과 나찌 수용소에서의 체벌이 똑같은 모양새를 띠고 있었습니다. 차이라면, 나찌의 수용소에서는 우리가 전쟁 전범이라고 하는, 극악무도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독일군 장교들이 유태인에게 그러한 체벌을 가했던 데 반해, 스탠포드 감옥(대학)에서는 이틀 전까지만 해도 너무나 평범하고 순진했던 청년들이 똑같은 청년들에게 체벌을 가하고 있다는 점뿐이었죠. 놀라웠던 점은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교도관의 임무나 전반적인 업무 스케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싶었던 참가자들은 어느새 기존 교도소에서 행해지는 교도관의 업무 스케쥴을 정확히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자발적으로 3명의 교도관들이 나서서 야간에 당직을 서기로 했고, 3교대로 9명의 교도관들이 번갈아 가며 한시도 놓치지 않고 죄수들을 감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너무도 지능적인 심리적 진압 방법까지 동원하면서 말이죠.



폭동과 그에 대한 진압을 계기로 교도소의 상황은 급변하게 됩니다. 죄수들은 그들 사이에 팽배해진 불신으로, 서로를 믿지 못하고 분열되는 양상을 보이는 반면, 교도관들은 몰라볼 정도로 강한 결속력을 가지게 됩니다. 교도관들은 죄수들이 실제로 문제가 많으며, 반드시 다스려져야 하는 망나니처럼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탄압을 보다 강화하기 시작했죠. 심지어 죄수들이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막아, 허락을 받아야지만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감방안에 양동이를 하나 주고 거기에 대소변을 보게 했죠. 그러나 곧 감방은 오줌 냄새와 변냄새로 가득차게 되고, 2일만에 환경은 최악으로 치달아 가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실험이 시작된 지 36시간만에 죄수 역의 참가자는 정신과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심한 정서 장애 및 혼란스런 사고와 감정을 경험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울거나 웃고, 분노감에 차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 등 문제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사람의 처우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를 면담했지만, 좀처럼 가라앉지 못한 채 다른 죄수들에게 “아무도 여길 떠날 수 없어. 이걸 멈출 수는 없다구”라고 외치고 다녔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정말 미쳐가는 것 같았죠. 결국, 연구자들은 실험 중간에 그를 풀어주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를 풀어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었습니다. 그가 나간 후 감옥 안에는 묘한 루머가 돌기 시작했죠. 그가 풀려난 것이 아닌 탈주였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다른 죄수들도 탈주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이 얘기는 교도관들에게도 그리고 연구자들에게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연구자들은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전략 회의를 가지고, 죄수들의 안전을 위해 이들을 살필 장치를 하고 탈옥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해냈습니다. 또한 그러한 루머가 돌던 방안에 정보를 미리 알려줄 수 있는 밀고자를 두기로 결정하고 이를 시행하기도 했죠. 이전에 비해 더 많은 교도관을 두고 죄수들을 감시하고 이들을 함께 묶고, 머리에 자루를 씌어 두기도 했죠. 그리고 어떻게든 탈주가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하고 보안책을 강구하는 데 더 열심이었습니다. 자, 이 연구자들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이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실험 중에 연구자의 동기 하나가 실험실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돌변한 상황을 놀래서 바라보고는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도대체 뭘 실험하고 있는 거지?”라고요. 그 순간 연구자들은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며 정말이지 크게 놀라게 됩니다. 즉, 그 며칠 사이에, 연구자들은 어느새 연구자, 심리학자가 아니라 또 다른 교도관, 감독자의 역할을 하면서 죄수들을 감시하고 있었던 거죠. 연구자들조차도 당시에 다른 교도관들처럼 죄수들이 반드시 도망을 칠 것이며 해를 끼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들이 인식을 하기도 전에 말이죠. 실험에 대해 Zimbardo 교수의 얘기를 빌면, 당시 실험에 참여하지 않은 동료가 실험 과정을 지켜보며,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도덕적으로 어떻게 이런 실험을 계속 진행하느냐?”라고 항의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리고 그 자신도 실험의 도덕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미 연구자들도 더 이상 연구자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관찰자의 위치가 아닌 거대한 심리적 장치안으로 빨려들어와 있었던 셈이죠. 마치 교도관이나 죄수들처럼.

실험 5일째로 접어들면서 일부 교도관이 죄수들을 성적으로 학대하기 시작했고, 교묘한 방식으로 이들을 고문하고 체벌하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죄수들은 극도의 공포와 불안감에 시달리게 되고, 급기야 그들의 부모들이 찾아와 이들을 빼내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겠다는 포고를 하기도 했다는군요. 심한 정신과적 증상을 보이는 죄수들이 속출하기 시작하는 등 상태가 악화 일로를 걷게 되자, 결국 실험은 6일만에 중단되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실험의 결과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학계에 보고되면서 큰 충격을 일으키게 됩니다.
실험이 일으킨 가장 큰 파장은 진정한 휴머니즘이란 없다는 것, 누구나 상황에 의해서 악인이 될 수도 선인이 될 수도 있다는 뼈아픈 인식을 가져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는 대학 때, 처음 이 실험에 대한 얘기를 듣고, 학자 혹은 학문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인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 실험 상황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가 현실과 관련지어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현재 교도소라고 하는 사회적 격리 장치가 죄수들의 인권을 보호하거나 그들의 재활과 갱생을 위한 긍정적인 장치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교도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은 죄수들을 통제하기 위해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환멸스럽고 고통스러운 조치로, 그곳에서 진정 갱생과 재활이 이루어 질 수 있을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일 겁니다.




"나는 최근(출감한지 37개월)에야 교도소 독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감옥 안에서 난 늘 침묵해야 했다. 옆 감방 사람에게 속삭이기라도 할라치면 곧 교도관의 곤봉과 매가 등과 어깨로 쏟아지곤 했다. 그리고 내 몸에 이나 다른 벌레들이 있다고 벌거벗긴 채 뿌려지는 살충제. 그리고 맨 바닥에서 이불도 침대도 없이 알몸으로 자야했고 맨 손으로 화장실 변기를 닦아야 했던 시간들. 나는 도둑이 반드시 처벌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가 도둑이라도 절도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음을 안다. 하지만 감옥 안에서 결코 재활이나 갱생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출감할 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건 유일하게 나를 때린 사람, 나를 마치 개처럼 취급한 그 사람을 죽일 생각이었다. 나는 내가 그런 잔혹함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정상적인 도덕성을 되찾았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너무나 잔혹했다.“


- 미국에서 실제 교도소 생활을 했던 어느 죄수의 고백

두뇌에 대한 집착은 대부분 틀렸다 인간과 원숭이와 RNA (8) 2010년 04월 21일(수)

미르(miR) 이야기 인간이라는 종의 특징을 유전학적으로 해부하려는 학자들의 노력은 때론 지나친 단순화와 외삽으로 마무리된다. 흔히 환원주의적 접근이라 불리는 분자생물학과 유전학의 해부학적 연구방식의 끝엔 언제나 몇몇 유전자만이 덩그러니 놓이고 만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유전적 특성이 무엇이냐고 묻는 일이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대답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이 가진 특징을 더 잘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과학은 스스로 오류를 극복해 나가는 유일한 학문이다. 과학자들은, 아니 유전학자들은 인간의 지위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게 잘 해나가고 있다.

고전유전학의 한계

단일 유전자들을 대상으로 한 오래된 접근법이 염색체의 결손이나 중복과 같은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 의해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언급했다. 인류만이 가진 표현형과 연관되어 있다고 발표된 많은 유전자들이 이러한 염색체 수준의 거시적인 변화 속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사실 "단 하나의 유전자가 인간의 진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라는 것만큼 무모한 주장도 없다. 이는 과학자들의 시각이 좁기 때문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전학자들이 단일 유전자에 인류의 진화라는 거대한 현상을 연결시키려 했던 이유는 유전학이 발전해 온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나타나는 다양한 돌연변이들이 보고되어 있다. 예를 들어 가장 치명적이고 극적인 유전병은 헌팅턴 무도병이다. 헌팅틴이라는 단백질에 일어난 작은 돌연변이가 헌팅턴 무도병의 유일한 원인이다. 환경적 요소는 고려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

모건의 파리방에서 발달한 고전유전학은 이러한 관점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초파리들의 모든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만들 수 있었고, 돌연변이를 통해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하면서, 유전학자들은 진화와 인류에까지 그 관심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고전유전학에는 하나의 유전자와 그 유전자를 둘러싼 소수의 유전자들을 연구하는 방식 외에 다른 기술은 존재하지 않았다. 비록 환원주의적인 연구방법이라고 비판을 받았지만, 그들에게 다른 식으로 생각할만한 도구는 주어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 자연을 분해하고 이해한다. 그것이 과학자들에게 주어진 도구적 제한이다.

인류의 표현형적 특징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체를 모두 해독해서 전체적인 비교를 해보면 생각보다 많은 유전학적 차이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체 염기서열의 차이가 생각보다 적으니 많으니 말들은 많지만, 유전자 발현의 수준에서는 아주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절 유전자의 발현을 통제하는 프로모터 부위에 생긴 돌연변이는 인트론에 생긴 돌연변이와 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인간과 유인원의 차이를 이중나선의 염기서열 속에서만 찾으려는 노력은 무모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껏해야 연구의 시작을 알릴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한 유전자, 혹은 유전자의 발현과 인간의 지위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표현형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이다. 단순히 인간의 두뇌에서 유인원의 두뇌보다 많이 발현되는 유전자라고 해서 중요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다.

그 발현량이 반드시 표현형과 직접적인 연관관계에 있을 때에만 우리는 해당 유전자가 인류의 진화에서 중요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유전자에 일어나는 많은 돌연변이가 중립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화를 이야기할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적응적 진화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표현형에 집착하던 오래 전 진화종합의 선구자들이 쓸데 없는 고민을 한 것만은 아니다. 질병에 해당하는 유전자를 찾기 위해서는 오랜 경험을 가진 의사들의 세밀한 진단이 필요하듯이, 인류를 유인원과 갈라놓은 유전자를 찾기 위해서는 인류가 지닌 독특한 표현형을 세밀하게 분류하는 일도 중요하다.

다시 한번 환원론과 전일론은 조우한다. 과학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두 관점 모두가 중요하다.

인류의 특징: 두뇌

인간의 특징을 이야기할 때 당연히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두뇌다. 확실히 인간의 뇌는 크다. 그리고 진화론에서 흔히 거론되는 것이 '대뇌화(encephalization)'라는 현상이다. 대뇌화란 몸의 체적에서 두뇌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흔히 대뇌화를 통해 호미니드의 진화과정에서 피질로 많은 기능이 이동되었고 이는 자연선택의 결과라고 설명된다. 다윈도 오랑우탄이나 침팬지에 비해 인간의 대뇌화가 절대적인 우위에 있고, 이를 통해 인간의 정신적인 능력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다1.

▲ 인간의 우월함을 꼭 두뇌에서만 찾아야 할까? 정말 큰 차이들은 인간의 손에, 피부에, 몸에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대 인류의 행동양식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호미니드의 대뇌화가 현재에 이르기 십만 년 전의 일이다. 즉, 대뇌화로 인해 현대 인류의 행동학적 특성들이 나타났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더불어 골상학 연구자들의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뇌의 크기와 인지능력 사이에는 그다지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대뇌화는 진화론의 역사에서 지나치게 강조되었다. 대뇌화에서 조금 더 발전한 전두엽의 크기로 인류의 특징을 구분 지으려는 시도도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2. 크기에 대한 집착은 과학, 특히 생물학의 발전에서 언제나 시도되었고 또 도전 받아온 실패의 역사다.

오히려 두뇌의 특정영역을 유전학적 차이와 연결시키려는 노력이 성과를 얻고 있다. 즉 언어를 담당하는 영역, 예술이나 수학적 능력과 관계된 다양한 영역, 계획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특정 부분에 대한 연구에서 많은 유전학적 성과들이 도출되고 있다3.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차 감각과 관련된 두뇌의 영역들에서 인간과 침팬지의 큰 차이가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신, 언어, 사회

사회적 지각능력, 즉 사회적 지능과 관련된 인간의 능력과 유전체학의 연구결과도 접목되고 있다. 가장 좋은 예는 사회적 지각이 상실된 자폐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지능과 관련된 두뇌 영역을 분석하고 이를 유전학적 비교분석으로 통합하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유인원과 비교했을 때, 인간의 도피질(insular cortex)과 대상피질(singulate cortex)에만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스핀들 뉴런(spindle cell neuron, Von Economo neuron)은 특히 관심의 대상이 된다4.

특히 이 세포들은 전두측두엽성 치매 환자5들의 두뇌에서 사라지는 대표적인 세포인데, 환자들이 사회적 지각능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핀들 뉴런에 대한 연구가 인류의 특징을 모두 밝혀주지는 못하겠지만 상당히 많은 것을 밝혀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이처럼 거대한 사회를 이루고 사는 거의 유일한 존재라고 배우지 않았던가.

언어유전자가 발견되었다고 전 세계의 언론이 흥분했던 당시, 대한민국은 2002년 월드컵으로 들떠 있었다6. 언어장애를 지닌 한 가계에 대한 조사에서 정체를 드러낸 FOXP2라는 유전자가 주인공이었고, 이 연구는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스반테 파보 박사 연구팀에 의해 수행되었다.

이후 계속된 연구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FOXP2는 여전히 언어유전자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다. 심지어 FOXP2가 새들이 서로의 노래를 배우는 데에도 관여하며, 인간 뿐 아니라 박쥐의 계통에서도 빠르게 진화했다는 보고가 있다. 실은 언어처럼 복잡한 행동을 단 하나의 유전자로 해결하려던 노력 자체가 헛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당연히 FOXP2는 언어유전자가 아니다. 기껏해야 FOXP2는 음성을 발화하는 다양한 종의 운동신경 발달에 관여하는 전사인자일 뿐이다. 인간의 언어능력을 박쥐의 초음파나 새의 지저귐, 혹은 개가 짖는 소리와 동일시해도 좋다면 FOXP2를 언어유전자라고 불러도 별 상관은 없다.

언어장애를 가진 한 가계에서 FOXP2라는 유전자가 망가져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FOXP2가 화려하게 네이쳐지를 장식했을 때 많은 이들이 그 가계의 자손들이 정말 언어장애를 지닌 것인지, 아니면 발화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에 관한 의문을 제기했었다. 같은 언어장애라 해도 인류의 특징인 보편문법 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발화에 장애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어란 배우지 않으면 획득할 수 없는 선천적이자 후천적인 능력이다.

비록 해프닝으로 끝나가고 있기는 하지만, FOXP2의 사례는 세밀한 표현형적 분석이 전제되지 않은 유전학적 연구결과의 과잉해석이 현상을 얼마나 과격하게 단순화하는지를 보여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FOXP2는 언어유전자가 아니다.

인류의 특징: 몸

삼원색을 구별할 수 있는 시각능력 및 손가락에 존재하는 과도한 감각신경을 제외한다면, 인간의 감각능력은 다른 포유동물에 비해 전반적으로 퇴화되었다. 특히 쥐에서 보이는 다양한 후각과 관련된 수용체들은 인간에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 인간은 냄새에 아주 민감한 종은 아니다. 유인원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인간에게 쓴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수용체들도 대부분 퇴화했다.

감각신경에만 국한해서 살펴보면, 인간은 눈과 손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괴물과 같다7. 도대체 이런 종이 어떻게 아프리카의 그 험한 환경에서 진화했는지는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신의 보살핌이 있었던 것일까?8

▲ 두뇌에 집착하는 태도를 조금만 버린다면 인간과 유인원의 더 큰 차이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 
두뇌에 집착하는 태도를 조금만 버린다면 인간과 유인원의 더 큰 차이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의 피부, 특히 땀샘과 털, 가슴은 유인원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인간의 상처 재생능력은 형편없으며 근육도 우리와 가까운 유인원들에 비해 약하기 짝이 없다.

피부와 근육은 비교유전체학을 위한 샘플 채취가 용이한 조직들이다. 연구자들이 두뇌에 집착하는 태도를 조금만 버린다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유전자는 피부와 근육에서 발견될지도 모를 일이다. 혹시 아는가, 인간의 피부에 그 위대함을 결정지을 단서가 존재했던 것인지 말이다.

이족보행이 인류의 특징 중 하나라는 견해도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족보행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특징인지, 아니면 언어처럼 학습에 의해 가능한 것인지 자체가 논란거리일 뿐 아니라, 그것이 적응적이었는지도 의문이다9. 이족보행으로 인한 수많은 척추 질병들을 생각해보자.

생식과 관련된 특징들도 독특하다. 물론 아주 적응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특히 여성들은 커다란 두뇌 때문에 출산에 언제나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가임 기간 전에 완전히 발달하는 유방을 지니게 되었으며, 폐경기를 겪어야만 하고, 월경 중 과다 출혈로 철분부족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된 유전학적 연구는 거의 전무한 상태다.

지난 세기 유전학과 유전체학은 진일보했다. 그리고 많은 학자들이 인류의 지위를 유전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가 지닌 표현형적 지식, 해부학적 지식의 제한에 걸려 많은 연구들이 무의미해지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은 언제나 학제간 연구 속에 존재한다.

과학의 다양한 분과를 서열화하고 한 분야만을 발전시켜보면 과학은 금방 한계에 봉착한다. 인류의 비교유전체 연구가 보여주는 역사가 남긴 교훈은 바로 그것이다.

실패를 통한 발전

살펴본 것처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그토록 위대해 보이는 정신능력, 즉 두뇌 때문만은 아니다. 두뇌에 대한 집착에서 기원한 골상학은 대부분 틀렸다. 그리고 IQ로 인간을 서열화하는 못된 전통까지 확립해 놓았다.

실은 인간의 두뇌가 어떻게 특별한 것인지, 그것이 전적으로 유전적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분명한 것은 구세대 학자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답이 간단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뇌도 몸도 모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인지 모른다.

▲ 김우재 UCSF 박사후연구원 
단일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연구하던 고전유전학의 전통은, 많은 것을 이루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현상을 단순화하는데 일조했다. 인간의 특징이 몇몇 유전자의 변화로 나타났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은 예다.

실은 과학자들은 가끔 자신들이 자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발언한다. 그리고 그런 발언들은 언제나 수정되어 왔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지만, 과학의 발전이 보여주는 역사는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대신에 비판에도 열려 있으면 된다”라는 역설이다.

이 역설을 이해하지 못하면 과학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골상학자들도, 고전유전학에 기대어 인류의 특징을 정의하려던 학자들도 무조건 비판할 수 없는 것이다. 적어도 그들은 인간에 대한 이해에 조금은 기여했다.

과학은 스스로의 오류를 수정한다. 과학은 완전한 것을 추구하지만 언제나 불완전하기 때문에 발전한다. 칼 포퍼의 말을 빌자면, 과학은 열려 있으므로 발전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과학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과학의 한계를 통찰하는 사회에서 과학이 발전한다.

과학이 불완전하다는 이유로 과학연구를 탄압하거나, 과학은 위대하므로 모든 것을 과학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회에 과학이 존재할 여지는 없다. 대한민국은 어디쯤에 서 있는지 고민해볼 일이다.

1. 위키피디아, 'encephalization' 항목 참고

2. Wood, B. & Collard, M. Anthropology — the human genus. Science 284, 65–66 (1999); Tramo, M. J. et al. Brain size, head size, and intelligence quotient in monozygotic twins. Neurology 50, 1246–1252 (1998); Bates, E. et al. Differential effects of unilateral lesions on language production in children and adults. Brain Lang. 79, 223–265 (2001); Semendeferi, K., Lu, A., Schenker, N. & Damasio, H. Humans and great apes share a large frontal cortex. Nature Neurosci. 5, 272–276 (2002).

3. Abrahams, B. S. et al. Genome-wide analyses of human perisylvian cerebral cortical patterning. Proc. Natl Acad. Sci. USA 104, 17849–17854 (2007); Sun, T. et al. Early asymmetry of gene transcription in embryonic human left and right cerebral cortex. Science 308, 1794–1798 (2005); Rilling, J. K. et al. The evolution of the arcuate fasciculus revealed with comparative DTI. Nature Neurosci. 11, 426–428 (2008)

4. Preuss, T. M., Qi, H. & Kaas, J. H. Distinctive compartmental organization of human primary visual cortex. Proc. Natl Acad. Sci. USA 96, 11601–11606 (1999); Nimchinsky, E. A. et al. A neuronal morphologic type unique to humans and great apes. Proc. Natl Acad. Sci. USA 96, 5268–5273 (1999).

5. 전두측두엽 치매의 강박적 행동과 초기 증상, J korean Neurol Assoc 18 (6) : 681~686, 2000

6. Enard, W. et al. Molecular evolution of FOXP2, a gene involved in speech and language. Nature 418, 869–872 (2002).

7. 두뇌가 아니라 손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다음 책을 참고할 것. <손이 지배하는 세상: 정신의 부속 도구가 아닌 창조자로서의 손>, 마틴 바인만, 해바라기, 2002

8. Wang, X., Thomas, S. D. & Zhang, J. Relaxation of selective constraint and loss of function in the evolution of human bitter taste receptor genes. Hum. Mol. Genet. 13, 2671–2678 (2004); Fischer, A., Gilad, Y., Man, O. & Pääbo, S. Evolution of bitter taste receptors in humans and apes. Mol. Biol. Evol. 22, 432–436 (2005)

9. Bramble, D. M. & Lieberman, D. E. Endurance running and the evolution of Homo. Nature 432, 345–352 (2004).

김우재 UCSF 박사후연구원

저작권자 2010.04.21 ⓒ ScienceTimes

두뇌 가소성의 비밀, RNA에 달려있을까 환경의 인지조율사 RNA (3) 2010년 07월 20일(화)

미르(miR) 이야기 RNA 편집을 담당하는 효소들을 ADARs 라고 부른다.

이 효소들의 발현이 강하게 나타나는 곳은 신경계라고 알려져 있다. 특히 ADAR3이라는 효소는 두뇌에서만 발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유전정보의 흐름을 RNA 수준에서 질적으로 뒤바꾸는 RNA 편집현상이 신경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가질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RNA 편집이 학습과 같은 외부신호에 따라 두뇌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몇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 영장류의 두뇌는 환경의 단서들을 포착해서 내부의 상태를 조율하는 뛰어난 가소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가소성을 나타내도록 해주는 분자수준의 물질은 어쩌면 RNA일지도 모른다. 

첫째, 신경들간의 신호전달을 담당하는 단백질들의 아미노산을 조금 수정해서 기능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킴으로써 신경계의 전체적인 네트워크를 미세조절 할 수 있다. 미르가 해당 단백질들의 유전자 발현양을 조절함으로써 미세조절을 한다면, RNA 편집은 유전자의 질적 정보를 수정함으로써 기능하는 셈이다.

둘째, 미르들의 염기서열을 수정함으로써 특정 미르의 특이성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키는 방법으로 기능할 수 있다. 미르도 RNA이고 RNA 편집이라는 현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미르는 표적이 되는 전령RNA의 말단부위에 붙어서 단백질 번역과정을 저해한다. 미르와 전령 RNA 사이에는 염기간의 상보적 결합이 일어나는데 보통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RNA 편집과정은 미르의 염기를 수정해서 이 상보적인 염기결합의 특이성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셋째, 두뇌에서 기능하는 다양한 논코딩RNA들의 정보를 수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두뇌에는 단백질로 발현되지 않지만 신경계의 기능을 조절하는 다양한 종류의 논코딩RNA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NA 편집과정이 그러한 RNA들을 표적으로 삼게 되면 다양한 조절 기작이 가능해진다.

ADAR 효소들의 발현과 세포내에서의 위치는 다양하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ADAR 효소들 자체도 선택적 접합과정을 통해 하나의 유전자로부터 조금씩 다른 기능을 가진 단백질들로 선택적으로 번역된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ADAR 효소들의 발현이 환경신호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로토닌의 편집을 담당하는 ADAR 효소들은 외부신호에 따라 활성이 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쁜꼬마선충과 초파리, 그리고 생쥐를 대상으로 한 ADAR 효소 돌연변이 연구로 RNA 편집과정이 두뇌의 인지과정과 행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ADAR이 기능하지 못하면 신경퇴행이 심각하게 초래된다는 결과도 있다. RNA 편집효소의 활성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신경계의 발달에도 장애가 생긴다.

RNA 편집과정이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단서는 ADAR2 효소가 촉매부위에 IP6 혹은 파이틱 산(phytic acid)이라는 물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부터 나온다. 파이틱 산은 식물들이 인산을 저장할 때 사용하는 반응 물질인데, 동물들은 식물의 씨앗이나 견과류 등을 통해 이를 섭취한다. 신경신호전달물질인 글루타민이나 세로토닌의 수용체들이 RNA 편집과정의 주요 표적이라는 사실도 환경의 신호를 신경계에 전달하는 RNA 편집과정의 기능을 짐작하게 해준다.

영장류의 쓰레기 DNA와 RNA 편집과정

최근 들어 알려진 사실 중 하나는 생쥐보다 인간에서 A-I 로의 염기전환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RNA 편집과정은 90% 이상이 Alu라는 염색체의 부위에서 발생하는데, Alu는 잘 알려진 쓰레기 DNA의 일부다. 특히 A-I 전환이 일어나는 Alu 부위는 전령RNA의 논코딩 부위인 UTR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lu라는 반복적 염기서열이 영장류의 진화과정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은 우리 염색체의 약 10%가 Alu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물론 Alu의 기능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다음과 같은 추측을 해볼 수 있다.

(1) RNA 편집과정은 두뇌에서 가장 활발하며 두뇌의 기능에 매우 중요하다.
(2) 인간은 생쥐보다 2배 이상 많은 RNA 편집과정을 보인다.
(3) 인간에서 증가된 편집과정은 주로 Alu 부위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Alu 부위는 영장류에 특이적인 염기서열이다.
(4) 영장류는 진화과정 중에 인지능력의 폭발적 증가를 겪었다.

따라서 영장류 진화에서 증가한 Alu 부위가 진화의 잔재일 수도 있지만, 인지 능력을 최대화하려는 일종의 적응적 선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가설이 맞다면, 호미니드의 인지능력의 향상과 Alu 부위의 비정상적인 증가, 그리고 RNA 편집과정의 연관을 우연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

환경과의 인지조율 도구 RNA

▲ 김우재 UCSF 박사후연구원 

RNA 편집과정이 수정하는 염기서열은 단백질로 번역되는 코딩 부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전령 RNA들이 지니고 있는 UTR이라는 논코딩 부위와, RNA 접합과정이 일어나기 전에 존재하는 인트론에서도 활발하게 RNA 편집이 일어난다. 이러한 부위들 중 상당수가 영장류에 특이적인 Alu 부위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RNA 편집과정이 단백질의 생화학적인 활성에만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보다, 생화학적인 활성 뿐 아니라, 전체적인 단백질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특히 상당수의 미르들이 Alu 부위에 코딩되어 있고, 두뇌의 기능과 발생과정에 미르들이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 RNA 편집과정이 미르들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점은 RNA 편집과정과 미르의 특이성이 함께 두뇌의 기능을 미세조절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RNA 편집효소가 미르의 번역과정 저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실제로 인간의 유전체에서 RNA 편집의 표적이 되는 단백질들을 조사해보면 상당수가 신경계의 발생과정이나 두뇌의 가소성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직 많은 연구들이 필요하지만, RNA 편집과정은 환경으로부터 전해지는 신호들을 인지해서 다양한 표적들을 질적으로 미세 수정함으로써 신경계의 네트워크가 환경과 조율되는 하나의 방법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또한 미르의 양적인 미세조절과 더불어 RNA 편집과정의 질적인 미세조절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두뇌의 기능이 엄청난 가소성을 보여줄 수 있는 비밀은 RNA라는 물질에 달려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우재 UCSF 박사후연구원

저작권자 2010.07.20 ⓒ ScienceTimes

인간 두뇌 기원 갯지렁이에서 발견 2010년 09월 04일(토)

사람의 두뇌와 직접 관련이 있는 뇌 구조가 갯지렁이에서 발견돼 우리 뇌의 기원이 사람과 갯지렁이의 공동조상이 살았던 최소한 6억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MSNBC뉴스가 최신 연구를 인용 보도했다.

유럽 분자생물학실험실(EMBL) 연구진은 셀(Cell)지 최신호에 실린 연구 보고서에서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지렁이의 친척뻘인 플라티네레이스 두메릴리(갯지렁이와 유사한 다모류 동물)의 구조를 관찰한 결과 기억과 학습, 사고, 언어, 의식 등을 관장하는 사람의 대뇌피질에 상응하는 `머쉬룸바디'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갯지렁이가 "스스로 만든 원통 안에서 살고, 먹이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주변을 탐색하며 학습행동의 징후를 보인다"는 이유로 척추동물의 두뇌 중추에 해당하는 영역을 갖췄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연구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따라서 곤충과 거미, 갑각류, 우단벌레 등 다른 무척추동물들 역시 이런 머쉬룸바디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갯지렁이의 작은 뇌 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유전자를 조사하기 위해 `영상 정합에 의한 세포 프로파일링'이란 첨단 기법을 사용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각 세포의 분자 지문을 알 수 있고 과거엔 모양과 위치로 추측했던 세포 유형을 발현된 유전자를 통해 구분할 수 있다.

연구진은 "환형동물의 머쉬룸 바디와 척추동물의 뇌가 보이는 발달 및 정형화 메커니즘이 너무도 비슷해 개별 기원설로는 설명할 수 없다"면서 "이들은 6억여년 전에 공동의 조상에게서 진화한 공동의 전구체를 공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당시 바다 밑바닥은 다양한 먹잇감으로 덮여 있었을 것이고 생명체들이 이런 먹이를 탐색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냄새를 통합해 적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두뇌 중추를 진화시키는 것이 유리했을 것"이라고 뇌의 발생 배경을 설명했다.

무척추동물의 머쉬룸바디를 처음 발견한 것은 1850년 프랑스 생물학자 펠릭스 뒤자르댕으로, 그는 이런 구조 덕분에 곤충들이 본능적 행동을 어느 정도 자유의지로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기했으며 이후 연구를 통해 머쉬룸 바디가 학습과 기억 형성 등 대뇌피질이 하는 것과 매우 비슷한 활동을 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연합뉴스) | youngnim@yna.co.kr

저작권자 2010.09.04 ⓒ ScienceTimes

남보다 빨리 빼우는 사람, 뇌에서 이게 크다

美 일리노이대 커크 에릭슨 교수팀 학술지에 발표

2010년 02월 04일

 

MRI로 촬영한 뇌 사진. 주황색 부분이 측좌핵, 빨간색이 핵, 파란색이 미상핵, 초록색이 해마다. 출처:옥스퍼드대

뇌 부위에 따라 학습능력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측좌핵이 크면 목표 실행력이 크고 미상핵과 피각이 발달하면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측좌핵은 사람의 감정에서 ‘동기’와 ‘보상’을 담당하는 대뇌 피질의 앞 영역에, 미상핵과 피각은 운동과 학습 능력, 집중력의 전환에 관여하는 대뇌 피질 뒤쪽에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대 커크 에릭슨 교수팀은 뇌의 특정 부위가 크면 더 많이, 더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뇌 연구 분야의 국제학술지 ‘대뇌피질’ 2월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최근 2년간 매주 최소 2시간 이상 게임을 하는 18~28세 남녀 성인 39명을 모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특별히 만든 비디오 게임을 하게 했다. 게임은 우주선을 조종해 적 기지를 파괴하는 내용. 한 그룹에겐 자신이 입을 피해와 상관없이 점수를 최대로 올리게 했고, 다른 그룹에겐 공격당하지 않고 성공률을 최대한 높이도록 요구했다.

두 번째 그룹은 공격과 수비 모두 신중하게 수행해야 하는 셈이다. 연구팀은 또 이번 실험에 들어가기에 앞서 고해상도 핵자기공명영상(MRI)장치로, 참가자들 뇌의 측좌핵, 미상핵, 대뇌 피질 덩어리인 피각을 촬영했다.

게임 결과는 각각의 뇌 부위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왔다. 측좌핵이 큰 사람은 소속된 그룹에 상관없이 연습 초기에 주어진 목표를 잘 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뇌의 미상핵과 피각이 발달한 사람은 두 번째 그룹이 수행한 복잡한 과제를 더 잘 수행했다. 이들은 주어진 시간 안에 더 빨리, 더 많은 내용을 습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릭슨 교수는 “측좌핵이 발달한 사람은 목표 성취에 대한 동기가 커서 더 빨리, 더 많이 배우는 반면 미상핵과 피각 부위가 큰 사람은 집중력 전환이 잘 되기 때문에 새로운 주제에 빠르게 적응한다”고 설명했다.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

손상된 뇌기능 되살릴 수 있다

2001년 08월 28일
 

이 사람은 선천적으로 한 쪽 뇌가 손상했지만 나머지 한 쪽으로 양손과 다리를 모두 움직인다. 오른손을 움직이든(왼쪽), 왼손을 움직이든(오른쪽) 두경우 모두 한 쪽 뇌가 활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뇌는 분업화된 기계이다. 어떤 부위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고, 어떤 영역은 언어를 맡는다. 또 어떤 곳은 손가락 운동을 담당한다. 따라서 뇌의 특정 부위가 망가지면 그 부위가 관장하던 기능도 마비된다.

하지만 뇌의 일부가 손상돼도 다른 부위가 그 기능을 대신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뇌 손상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새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심지어 어떤 환자는 좌뇌가 손상되자 우뇌가 그 기능을 대신했다.

전북의대 김연희 교수는 “뇌는 신경세포가 죽으면 재생이 안되기 때문에 손상된 기능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보아왔다”며 “하지만 통념과 달리, 뇌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조직하는 변화무쌍한 존재란 사실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성질을 뇌의 ‘가소성’이라고 한다”며 “뇌의 재조직은 나이가 어릴수록, 남자보다는 여자, 재활치료 시기가 빠를수록 성공적이다”고 밝혔다. 따라서 뇌졸중이나 사고로 반신불수나 실어증에 걸릴 경우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자꾸 움직이고 말을 하게 해야 기능이 회복된다.

김 교수는 뇌졸중 등으로 왼쪽 대뇌의 언어영역에 손상을 입어 실어증에 빠진 7명의 환자에게 몇 달 동안 언어 훈련을 시켜 말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기능적 자기공명촬영(fMRI)으로 이들의 뇌를 관찰했다. 이 첨단기술은 뇌의 활동 부위를 영화처럼 동영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촬영 결과 놀랍게도 왼쪽 대뇌의 언어 기능이 오른쪽 대뇌로 이동한 사실이 밝혀졌다. 7명 모두 말할 때 오른쪽 대뇌가 활성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성의 뇌’인 좌뇌는 언어와 논리를 맡는다. 그런데 이들 7명은 ‘감성의 뇌’인 우뇌로 말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뇌학회지’에 발표됐다.

영남의대 장성호 교수는 최근 한쪽 뇌로 양쪽 팔다리를 모두 움직이는 놀라운 사람을 발견했다. 이 사람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우뇌가 선천적으로 크게 손상된 채 태어났다. 이럴 경우 왼쪽 팔다리가 마비돼야 한다. 그런데도 이 사람은 가벼운 편마비 증상 외에는 큰 불편없이 20여년을 살아왔다.

이상하게 생각한 장 교수가 fMRI로 관찰한 결과 이 사람은 좌뇌에 왼쪽 팔다리로 가는 새로운 운동신경경로가 추가로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 좌뇌가 양쪽 팔다리를 모두 컨트롤하게 된 것이다. 이는 모노앰프로 스테레오 사운드를 내는 것과 같다.

대뇌의 운동피질이 손상되자 감각피질이 운동기능을 갖게 된 교통사고 환자도 있었다. 이 사람은 사고 뒤 팔다리가 마비됐지만, 5∼6개월의 재활치료 뒤 글씨를 쓸 만큼 회복됐다.

시각장애자의 대뇌 시각피질이 필요없게 되면서 시각피질이 청각 기능을 갖게 된 사례도 외국에서는 보고된 바 있다. 시각장애자가 소리에 민감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뇌학회 회장인 서울의대 서유헌 교수는 “신경세포는 다른 세포와 달리 죽으면 재생이 안되지만, 자극을 주면 다른 부위에서 신경세포들 사이에 새로운 시냅스 회로가 생기고 회로가 점차 두꺼워져 잃어버린 기능을 어느 정도 되찾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동호 기자

뇌신경망, 사춘기까지 왕성하게 발달

2007년 03월 23일
 

과학기술부는 올해를 ‘생물학의 해’로 지정하고, 미래의 건강한 삶과 환경을 이끌 생물학 관련 첨단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바이오-비전 2016’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생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생활 주변의 흥미로운 생물학 이야기를 소개하는 ‘생생 생물학’ 코너를 ‘생물학의 해 조직위원회’와 공동으로 월 2회 연재한다.
밤하늘의 별만큼 많은 신경세포로 이뤄진 인간의 뇌. 최근 영상촬영 기법의 발달로 뇌 속을 손금 보듯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살아 있는 뇌에서 신경세포의 수를 셀 수는 없다. 그래서 대뇌 피질의 두께를 측정하는 방법을 쓴다. 피질의 두께가 신경세포의 수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정신건강연구소와 캐나다 몬트리올 신경학연구소를 비롯한 세계의 여러 뇌 연구소에서는 청소년의 뇌 발달에 대해 집중 연구하고 있다. 뇌의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신경망의 발달은 유아기에 거의 끝난다고 알려져 왔지만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 뇌의 발달은 사춘기에도 왕성하게 일어나며 신경망은 끊임없이 변한다.

대뇌 피질의 두께는 청소년 시기에 급격히 늘어났다 줄어든다. 특히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회백질의 두께는 뇌의 앞부분인 이마엽(전두엽)에서 가장 먼저 왕성하게 증가하며 이런 변화는 마루엽(두정엽), 관자엽(측두엽), 뒤통수엽(후두엽)에서 차례로 일어난다.

미국 정신건강연구소에서는 청소년 300명의 지능지수(IQ)를 검사해 영재, 높은 지능, 보통 지능의 세 그룹으로 나눈 다음 대뇌 피질의 두께 변화와 지능의 관계를 비교했다. 그 결과 대뇌 피질의 크기는 지능과 상관관계가 없지만, 피질의 두께는 지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보통 지능을 가진 청소년의 대뇌 피질 두께는 비교적 완만하게 변한다. 반면, 영재는 사춘기 초기엔 대뇌 피질 두께가 매우 얇지만 빠른 속도로 최고 수준에 이른 다음 급격히 감소하는 역동적인 변화 경향을 보였다.

대뇌 피질의 두께 변화는 뇌신경망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신경세포의 가지치기와 신경세포 간의 연접(시냅스) 형성을 수반한다. 결국 두께 변화가 역동적이라는 것은 신경망이 활발히 활동함을 의미한다.

청소년에게서 뇌의 역동적인 변화는 지능과 창의력 발달과 밀접하다. 또 청소년의 뇌는 감정과 충동을 제어하는 브레이크 같은 역할을 하는 영역들이 아직 매끄럽게 발달되지 않아 새로운 정보에 매우 민감하고 외부환경에 상처받기 쉽다.

청소년의 뇌는 어른과 다르다. 자제력을 갖춘 인지 메커니즘이 발달할 때까지 청소년의 뇌는 따뜻하게 감싸 주는 어머니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이 필요하다.
김경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뇌프런티어사업단장

 

행복을 가져다주는 웃음의 비밀 억지웃음도 90% 효과 있어 2010년 07월 09일(금)

어느 의대에서 의학부생들이 물리학 강의를 듣고 있었다. 한 학생이 물리학교수의 강의를 끊고 질문했다.

“교수님 어째서 의대생들이 물리학을 배워야 합니까?”
“생명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물리가 인간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까?”

학생이 다시 묻자 교수가 대답했다.

“물리학은 너와 같이 머리 나쁜 학생을 의대에서 내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불신과 절망이 숨어있는 ‘블랙유머’의 한 예이다. 이 유머를 이해했다면 큰 웃음은 아니더라도 대부분 작은 코웃음 정도는 지었을 것이다. 이처럼 웃음은 항상 유쾌하고 즐겁고 행복할 때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이것보다 심하게 우울하며 인간의 내면 중 추악한 부분을 들추는 블랙 유머들에도 우린 웃음을 짓는다. 웃음의 정체는 무엇일까?

‘쾌적한 정신활동에 수반된 감정반응’

▲ 웃음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효과는 이미 많은 연구에서 긍정적이라고 판명이 났으며 생각했던 것보다 큰 효과를 가져다준다. 
웃음의 사전적 의미는 ‘쾌적한 정신활동에 수반된 감정반응’이다. 웃으면 ‘복이 온다’, ‘오래 산다’, ‘살이 빠진다’, ‘암도 이긴다’ 등등 웃음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효과는 이미 많은 연구에서 긍정적이라고 판명이 났으며 생각했던 것보다 큰 효과를 가져다준다.

한 동물 관련 프로그램에서는 ‘개도 웃는다’ 는 내용을 내보낸 적이 있다. 다만 그것을 인간처럼 다양하게 표현 하지 못할 뿐, 웃음에 대한 표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웃을 때 세차게 숨을 내뱉는 것처럼 개들도 경쾌하게 숨을 헐떡이며 즐거워 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에서는 이 소리를 사나운 개에게 들려주면 잠잠해지는 등의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개도 웃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웃음은 단순히 행복하거나 즐거워서 나타나는 단순한 인간만의 감정표현이 아니다. 신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 정신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웃음이 가져다주는 행복과 건강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통을 받으면 엔도르핀(endorphin)이란 호르몬을 분비하게 되는데, 이는 모르핀(morphine)의 200배에 해당하는 성능의 마약 성분과 같다고 한다. 즉 엄청난 성능을 가진 진통제란 것이다. 우리가 짜릿하고 위험한 스포츠를 즐길 때, 힘든 운동을 할 때 이 엔도르핀이 분비 돼 고통을 잊고 즐거워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출산을 할 때도 엔도르핀이 분비돼 엄청난 출산의 고통을 어느 정도 이길 수 있게 해주며 심지어 죽기 직전에도 엔도르핀이 분비된다고 한다.

웃음은 이런 엔도르핀의 분비를 촉진 시킨다. 웃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가 이것이다. 웃음이 엔도르핀의 분비를 도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는 것만으로도 웃음은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웃으면 살이 빠진다’는 연구 결과는 웃음이 정신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신체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웃을 때 수백 개의 근육과 뼈와 함께 오장육부가 모두 움직이게 된다. 또한 웃는 동안은 산소공급량이 배로 증가해 유산소운동을 하는 효과도 낸다. 영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홀덴의 연구에 따르면 1분 동안 호탕하게 웃는 것은 10분 동안 에어로빅이나 조깅 혹은 자전거를 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게다가 전체적인 비만보다 부분비만이 많은 요즘 웃음 다이어트가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암벽 등반 시 엔도르핀이 분비돼 공포감이나 스트레스, 고통을 무뎌지게 한다. 

‘황당함’이 웃음을 유발한다?

이렇게 우리의 스트레스를 날려주고 다이어트 효과까지 내는 웃음은 왜 나는 걸까?

이 질문엔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 저명한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긴장스러운 예상이 갑작스레 무(無)로 돌아갈 때 웃음은 터진다” 라고 웃음을 설명했다. 즉, 예상치 못한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을 때 웃음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웃음을 설명하는 가설은 몇 가지가 더 있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어떤 관념과 관념이 불균형일 때 웃음이 난다고 했고, A.베인은 타인의 체면이 상실되는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우월감에 빠져 느끼는 쾌감이라고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웃음과 유머 그 비밀의 문을 열다’ 의 저자 이상준씨가 ‘격차이론’으로 웃음을 설명했다.

우스운 장면이나 유머를 보고 듣게 될 때, 예상 결말과 전혀 다른 엉뚱한 실제 결말이 나타날 경우 심리상으로 양자 간의 격차(황당함)가 만들어진다. 인체는 그렇게 격차를 없애고 다시 격차가 없던 이전의 평온한 상태로 돌아가려는 반응을 나타내게 된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인위적으로 좁힐 수는 없음으로 대신에 그 격차를 다른 것으로 채우게 되는데 그 것이 바로 웃음이라는 인체반응이다.
 
이상준 저 [웃음과 유머 그 비밀의 문을 열다] 에서 옮김

이 외에도 좀 더 흥미로운 견해가 있다.

프랑스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자신의 장편 소설 ‘신’에서 웃음을 뇌의 사고에 의한 현상으로 설명했다.

웃음은 뇌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의해서 촉발된다.
좌뇌는 감각이 받아들이는 괴상하거나 역설적인 정보를 소화하지 못한다.
(좌뇌는 계산하고 추론적인 논리적 기능을 담당한다.) 허를 찔린 좌뇌는 즉시 고장 상태에 빠지며, 받아들인 이질적인 정보를 우뇌에 보낸다. (우뇌는 직관적 예술적 사고를 담당한다).

이 정체불명의 소포를 받게 된 우뇌는 순간적인 전류를 보내러 좌뇌의 활동을 정지시키는 한편, 그 사이에 자신은 이정보에 대해 개인적이고도 예술적인 설명을 시도한다.

평소에는 항상 깨어 있는 좌뇌의 순간적인 활동정지는 즉시 대뇌의 이완과 엔도르핀(이 호르몬은 사랑의 행위를 할때도 나온다)의 분비를 초래한다. 역설적인 정보가 좌뇌에게 거북하게 느껴질수록 우뇌는 더 강한 전류를 보내게 되고, 엔도르핀의 분비량은 더욱 많아진다.

동시에 이질적인 정보가 야기하는 긴장상태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 메카니즘으로서, 온몸이 몸의 긴장완화에 참여한다. 허파는 공기를 체외로 세차게 배출하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웃음의 <신체적>과정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어 광대뼈 근육 및 흉곽과 복부의 단속적인 움직임으로 몸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몸의 더 깊은 곳에서는 심장근육과 내장이경련을 일으킴으로써 일종의 체내메세지를 발출하여 복부 전체의 긴장을푼다. 이 이완이 심하면 때로는 괄약근까지 풀어지게 된다.

요약하자면, 우리의 정신은 역설적 혹은 이질적인 성격의 뜻밖의 정보를 소화할 수 없으므로 스스로의 활동을 정지시킨다. 즉, 고장상태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고는 가장 기묘한 쾌락의 원천이 된다. 더 많이 웃을수록 우리의 건강은 더 좋아진다. 이 활동은 노화를 늦추고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준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신] 에서 옮김

흥미로운 것은, 이런 여러 가지 견해들 웃음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공통적으로 설명하는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웃음이 사실 즐겁거나 행복해서가 아니라 역설적인 정보로 인한 황당함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블랙 유머에 웃음을 짓는 이유도 이런 것이다. 좀 더 짤막한 블랙유머를 하나 더 소개한다.

어떤 여자가 점쟁이를 찾아가 물었다.
“제 남편의 미래를 점쳐주세요”
“유감스럽게도 당신의 남편은 올해 안에 암살로 사망할 것입니다”
그러자 부인이 다시 물었다.
“그럼 제가 체포되는지 안 되는지도 알려주세요”

전혀 유쾌하거나 즐거운 내용이 아니다. 다만 상상치 못했던 여자의 말이 일반적인 예상과 빗나가면서 그 황당함에 웃음을 짓게 되는 것이다.

억지웃음도 그 효과는 90%

실제로도 우린 시험에 떨어지거나, 누군가에게 속았을 때처럼 예상치 못한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고소(苦笑, 쓴웃음)를 짓기도 한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나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됐을 때 웃음이 남으로써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시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 웃음은 건강을 가져다 주는 삶의 활력소가 되며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과도하게 힘들거나 슬픈 상황에서 헛웃음이 나오는 것도 위와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억지로 웃어도 자연스런 웃음의 90%에 해당하는 효과를 낸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웃음이 현재 감정과는 큰 관계없이 우리 몸에 유리한 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즉 그 과정이 어떻든 웃음이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보통 나이를 먹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웃음이 적어진다고 한다. 그만큼 사고가 복잡해지고 걱정거리들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아이들이 웃음이 많은 이유도 위에서 말한 ‘황당함’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소유하고 있는 정보가 별로 없는 가운데 아이들이 접하는 정보는 모두 새롭고 기존 지식에 모순되는 것들이 많을 것이며, 이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처럼 자연스런 웃음은 힘들더라도 가끔은 기분도, 건강도 좋아지도록 억지로라도 웃으면서, 지루한 일상 속 쉼표를 찍고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조재형 객원기자 |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0.07.09 ⓒ ScienceTimes

 

인간은 특별한 동물(1)
[칼럼] 이종호의 과학이 만드는 세상 -27

인간이 특별한 동물이라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것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는 너무나 다른 특성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우선 인간은 체모가 없는 유일한 포유류다. 현존하는 포유류는 약 4천 종에 달하는데 그 전부가 체모를 갖고 있거나 적어도 부분적으로라도 체모를 갖고 있다. 특별한 예외로 따뜻한 지역에 살고 있는 두더지와 박쥐가 날개에 체모가 없고 고래처럼 유선형의 필요에 의해 체모가 극단적으로 적은 수생식물도 있다. 그러나 이들을 인간과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만약에 종의 진화 과정에서 인간만 유별나게 체모가 없어졌다면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모피는 방한도 되고 외상도 막을 수 있어 생존에 훨씬 유리한데 어째서 인류는 체모를 없애려고 했을까? 만일 인간에게 체모가 없다는 것이 진화 과정이라면 원숭이나 유인원, 그 밖의 영장류 동물의 특성인 체모에 덮인 피부로부터 그것이 엷어져 가는 여러 가지 단계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문제는 뒤에서 다시 설명한다.

둘째는 인간만이 정서적으로 대량의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눈에 먼지가 들어가거나 눈이 쓰라리거나 기쁨 또는 슬픔의 감정을 나타낼 때 눈물을 흘린다. 눈물이란 주로 눈을 씻어내는 역할을 하여 눈의 보호하기 위해 나오는 것으로 다른 동물들은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면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이 중에서도 일반 동물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인간은 정신적으로 반응하여 눈물을 흘린다는 점이다. 슬플 때나 기쁠 때 한바탕 울고 나면 마음이 진정된다고 하는데, 이와 같은 특징은 바로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확연히 보여 주는 것이다.

셋째는 인간이 예민한 손가락과 민감한 피부를 가졌다는 점이다. 이것은 인간의 두뇌가 손가락 끝에서 보내진 정보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다른 동물보다도 훨씬 뛰어나다는 뜻이다.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손의 피부 감각을 예민하게 만든 결과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시간이 너무나 빠르다는 지적이다. 진화론적으로 볼 때 예민한 피부는 혹독한 자연 섭리와 싸우기에는 매우 불리한데도 불구하고 인간은 오히려 진화론의 기본 원리인 적자생존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변화를 보인다.

넷째는 인간은 상처를 입었을 때 그 치유 속도가 너무나 느리다. 동물의 상처는 요술에 걸린 것처럼 빨리 낫지만 이에 비해 인간은 자기 치유 능력이 부족하다. 동물의 상처는 바늘로 꿰매지 않아도 아물어 버린다. 상처가 났을 때 즉시 봉합하지 않으면 피부가 변형되어 버리는 경우는 지구상의 동물 중에서 인간에게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뭔지 모르는 요인에 의해 인간의 신체상에서 동물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생존 본연의 요소가 갑자기 정지해 버린 것이다.

다섯째 인간에게는 이빨 사이에 틈이 없다. 유독 인간에게만 전문가들의 귀에는 익숙한 ‘디아스테마타(이빨의 틈새)’가 없다. 동물들은 아래 어금니가 길게 비스듬히 튀어나오기 때문에 위의 어금니와 인접하는 앞니와의 사이에는 일정한 틈이 생긴다. 이 틈새 때문에 먹이를 잡아먹는 데 결정적으로 필요한 어금니가 충분히 자랄 수 있다.

일부 인류학자들은 뇌의 용량이 커짐에 따라 인류의 식생활이 변하여 초식을 위주로 하게 되자 디아스테마타가 필요 없게 되었다고도 한다. 그러나 소나 말의 경우에는 완전한 초식동물인데도 디아스테마타가 있다.

여섯째로 인간은 독특한 언어 발성 기관을 가졌다. 1970년에 인간의 해부학상의 특징에 관한 새로운 사실이 발표되었다.


“인간의 언어는 영장류의 발성법에서부터 진화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조직으로부터 생긴 것이다. 다른 영장류의 어떤 목구멍에서도 볼 수 없는 조직이다.”

언어란 인간을 지구상의 어떤 동물과도 명확히 구별한다. 원숭이는 12?25개 정도의 다른 음성으로 이루어진 언어를 갖고 있으나 인간은 영어만 따져도 2만5000개의 발음을 할 수 있으며 목구멍과 입술로써 각각 독특한 발음을 하는 5000종에 이르는 언어를 만들어냈다.

일곱째는 인간처럼 음식을 천천히 삼킨 다음 위로 내려가게 하는 동물은 없다는 점이다. 인간이 음식을 삼킨 다음 입에서 위까지 내려가는 데는 약 6초가량 걸린다. 그러나 일반 동물들은 음식이 입에서 위까지 닿는 데 거의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재빨리 이루어진다.

동물들에게 먹이는 항상 준비되어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그들이 잡은 동물이나 음식물을 재빨리 소화기관으로 전달해야 하지만, 인간은 우아한 식사를 즐기려고 인체의 구조를 바꾼 것 같다. 마치 ‘먹기 위해서 사느냐, 살기 위해서 먹느냐’ 하는 질문이라도 하기 위해서 조절된 것처럼. 문제는 고대의 인간도 항상 투쟁을 통해 먹이를 확보해야만 했다는 점이다. 인간도 다른 동물들과 함께 혹독한 생존 경쟁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인간만은 음식에 대한 감각을 세련되게 만들었다는 뜻인데, 그것도 스스로 터득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다.

여덟째는 인간만큼 성적으로 뛰어난 동물은 없다는 사실이다. 『벌거벗은 원숭이』의 저자 모리스는 인간이 성적으로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을 다음과 같이 열거한다.


① 성교 중 오르가슴을 느낀다.
②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항상 성교가 가능하다.
③ 성기의 각도가 앞뒤에서 성교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④ 여성은 남성의 욕망을 자극할 육감적인 가슴과 허리를 갖고 있다.
⑤ 처녀일 때 처녀막을 갖고 있다.


특별한 동물을 제외하고 수컷은 몇 초 내에 사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인간의 남성과 여성은 상대방의 오르가즘을 최대한으로 높여 주기 위해 노력하며 때로는 30분 이상 성교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자손을 남길 목적이 아니더라도 ‘섹스를 위한 섹스’가 가능한 것은 인간뿐이라고 알려져 있다.

동물들의 교미기는 대체로 배란기로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동물은 죽을 때까지 성의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는 특수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인간으로부터 죽음과 세금 그리고 섹스만은 사라지게 할 수 없다는 말처럼.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또 있다. 그것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페니스에 뼈가 없다. 동물이 페니스에 뼈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항상 외적의 위협 아래 놓여 있는 동물들은 재빨리 교접을 해야만 종족을 번식시킬 수 있다. 암컷이 항상 준비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다른 수컷과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것도 뼈가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경쟁자와의 격렬한 싸움에서 이기더라도 지치거나 부상당하는 바람에 재빨리 페니스가 발기되지 않아서 암컷의 몸속에 사정을 할 수 없다면 결국 그 종은 멸종되기 마련이다. 인간의 경우는 페니스에 뼈가 있는 것이 아니라 혈액이 페니스 안으로 들어가 필요한 압박을 가해 뼈가 있는 것처럼 발기시킨다.

여기서 모순이 생긴다. 불필요한 뼈가 없기 때문에 성적인 면만 볼 때는 한층 쾌감이 늘어나게 되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야생 동물들이 공격해 올지 모르는 삭막한 환경에서 여유를 부리며 섹스를 할 만한 지식을 어디서 얻었을까 하는 점이 학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것이다.

<인류의 시원은 아프리카>

다른 동물과 매우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인간의 기원을 찾기 위한 학자들의 노력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다윈은 인류의 시초가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매우 단순했다. 침팬지와 고릴라가 워낙 인간과 유사한데다가 이들이 모두 아프리카에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수많은 학자들이 진화론의 증거를 찾기 위해 아프리카로 몰려들게 된 이유이다.

원숭이에서 인간이 되기까지의 진화과정을 학자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제1보는 직립 보행이다. 본래 원숭이는 나무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기후가 급변하여 빙하기가 닥치자 열대 지방에서는 약5도, 온대 지방에서는 약10도 정도 기후가 내려갔다. 자연 환경이 변하자 원시림이 사라지고 초원이 생겨났다. 삶의 터전이었던 산림이 사라지자 원숭이들 중 일부가 땅으로 내려와 살게 되었다.

땅은 나무 위와는 삶의 조건이 매우 달랐다. 우선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했고, 맹수들의 공격을 견뎌내야 했다.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사바나(대초원, savanna) 가설이라고 한다.

그러던 중 어떤 호미니드(인간 비슷한 종)는 나뭇가지나 돌멩이 같은 도구를 이용하면 과실을 따거나 고기를 잡고 자신을 지키는 데 유리하다는 것을 터득하였다. 물론 도구를 사용하는 데는 주로 앞발을 활용했다.

▲ 도구를 쓸 줄 아는 침팬지, 침팬지가 막대기로 흰개미 굴을 쑤시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250만 년 전의 호미니드처럼 석기를 만들 줄은 모른다.  ⓒ
현재도 도구를 만들어 쓰는 유인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오랑우탄은 나뭇가지를 꺾어 잔가지를 훑어낸 후 꿀을 찍어 먹거나 나무 속의 흰개미집을 쑤시는 데 쓴다. 침팬지는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무 막대기로 여기저기를 찔러보기도 한다. 돌 위에 견과류를 놓고 마치 대장장이가 망치질을 하듯 다른 돌로 깨뜨려 알맹이를 먹기도 한다. 침팬지들은 나뭇잎을 스펀지처럼 이용해 물을 빨아들이거나, 비올 때 우산으로 쓰거나, 진흙 바닥에서 깔개로 쓰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원숭이에서 갈라진 호미니드가 발명한 석기를 사용하지는 못한다.

여하튼 석기를 발명한 호미니드들은 앞발은 도구를 사용하고 뒷발은 몸을 지탱하는 데 이용하면서 자동적으로 직립하게 되었다. 상체가 자유로워지자 시야도 넓어졌다. 이로써 원숭이와 인류는 결정적으로 분리되어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직립할 경우의 단점은 더욱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맹수에게 쫓길 때 4발로 달리는 것보다 2발로 달리는 것이 대체로 느리므로 맹수들의 좋은 사냥감이 된다. 그래서 이들은 집단생활을 하기 시작했고 자연적으로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가 필요해졌다. 처음에는 간단한 손짓 발짓이 점차 복잡하고 풍부한 음성 언어로 발달하였다. 손과 언어의 사용이야말로 두뇌 발달을 촉진시켰고 모든 생물 중에서 왕자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 북경원인들이 불을 피우는 모습(상상도)  ⓒ
그 과정에서 인류는 또 한번 비약적인 발전을 하였다. 바로 불을 사용할 줄 알게 된 것이다. 불의 사용은 인간과 다른 동물을 확연하게 구분 짓는 계기가 되었다. 불은 음식을 익혀 먹는 데 유용할 뿐만 아니라 추위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고 맹수로부터의 공격도 막아 주었다.

인간은 처음에 화산이 폭발하거나 번개로 인해 산림이 불타는 자연 현상을 보고 불붙은 나무 가지 등을 동굴로 가져왔을 것이다. 곧이어 천연의 불을 이용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인공적으로 불을 피우는 방법을 터득했다. 불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자 인간은 다른 동물들을 제치고 지구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로 자리 잡았다.

▲ 북경원인의 두개골 모습  ⓒ
인류가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약 5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경원인은 중국의 주구점에서 불에 탄 동물 뼈와 식물 열매 등과 함께 발견되었다. 이들이 음식물을 익혀 먹었거나 난방용으로 불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경원인은 남자의 키가 156센티미터, 여자의 키가 144센티미터로 현대인보다 약간 작은 편이지만 팔다리 모양은 별 차이가 없다. 뇌 용적량도 현대인의 뇌를 1450cc라고 할 때 그보다 약간 적은 1200cc 정도다.

<계속 발견되는 고대인류 화석>

우리 인류의 조상으로 보이는 가장 오랜 유인동물은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100킬로미터 떨어진 파이윰 오아시스에서 발견되었다. 이들이 사람인지 원숭이인지 명확히 구분할 수는 없지만 인류와 유인원의 공통 조상으로 생각하며 약 3000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한다.

언뜻 보아서는 작은 개와 비슷하지만 영장류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두개골에는 긴 코와 커다란 치아가 있기 때문에 이집트피테쿠스라고 명명되었다. 물론 이것은 인류의 조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유인원의 조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 후 지금으로부터 약 2000만 년 전에는 현재의 유인원과 가장 비슷한 영장류가 있었다. 드리오피테쿠스라고 불리는 동물로 숲 속의 과일이나 잎, 어린 가지, 꽃을 먹고 생활하며 네 발로 돌아다녔다. 1600만 년 전부터 세계적인 기후의 변화가 일어나서 광대한 열대림이 소멸하기 시작하고 소규모의 초원이나 숲으로 변해갔다. 드리오피테쿠스가 환경에 적응하거나 멸망하면서 일부가 라마피테쿠스라고 불리는 새로운 무리를 낳게 되었다.

라마피테쿠스류는 드리오피테쿠스류보다 크고 평평한 어금니와 보다 작은 앞니를 가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다른 동물보다 강인해졌고 영양가 낮은 음식물도 먹을 수 있어서 가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종류는 1400만 년 전부터 800만 년 전까지 전 세계에 걸쳐 번성했다.

800만 년 전 이후로는 라마피테쿠스류의 화석은 발견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800만 년 전부터 600만 년 전까지 세계의 기후가 다시 변화했기 때문이다. 그 후 400만 년 전까지는 화석이 공백 상태다. 그렇지만 학자들은 라마피테쿠스가 어떤 방법으로든 계속 생존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1924년에 오스트레일리아 해부학자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거주하고 있던 레이먼드 다트가 타옹이라는 곳에서 타옹 유아를 발견했는데 이것은 200만 년 전의 사람과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라는 명칭이 사용되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똑바로 서 있었다는 점에서 해부학적으로 민꼬리원숭이와 구별된다. 이들의 뇌는 현재의 민꼬리원숭이의 뇌와 비슷한 정도로 작았지만 이빨 생김새는 인간과 유사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약 800만 년 전의 후기 마이오세부터 160만 년 전의 홍적세 초기에 걸쳐 출현했다고 추정한다.

학자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드디어 인간과 원숭이가 갈라져나간 계통도를 어렴풋이 그려낼 수 있었다. 우선 적어도 200만 년 전 이후부터 몇 십만 년의 인간 조상들은 세계 각지에서 발견된 화석으로 틀을 잡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800만 년 후부터 200만 년 정도까지의 연결고리가 문제였다. 적어도 원숭이와는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가진 인간의 조상들의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고인류학자들이 이들 증거를 찾기에 총력을 기울였고 수많은 학자들이 대거 아프리카로 몰려갔다.

앞에서 인류의 조상들을 간략하게 설명했지만 인간이 이 정도를 알게 된 것은 대단한 노력의 산물이다. 400~500년 전의 미라가 발견되어도 언론 매체가 대서특필한다. 사람의 시신을 매장하면 단 몇 년도 안 되어 모두 육탈되고 뼈만 남게 된다. 뼈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매장지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00년을 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풍수지리에 의하면 특별한 경우 500년 정도 뼈가 존재하는 경우를 명당이라고 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하물며 10만 년, 100만 년, 1000만 년 전의 뼈를 수습하여 연구한다는 것이 간단한 일일 수 없다. 인류의 조상을 연구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다른 연구와 같이 아이디어와 집념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행운도 따라야 한다. 학자들은 인류 화석을 발견하는 것을 사막에서 바늘 찾는 것과 다름없다고까지 비유하는데 인류 화석을 발견하는 방법은 그야말로 유치하기 짝이 없다. 현대와 같은 첨단과학시대임에도 불구하고 화석이 어떤 연유로든 지표면에 나온 것을 발견하거나 인류 화석이 있다고 추정되는 곳을 예견하여 인내를 갖고 발굴하는 것이다.

그런데 화석이 일단 지각 변동 등으로 지표면으로 노출되더라도 2~3년 내에 발견되지 않으면 부식되거나 완전히 파손된다. 그러므로 고인류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화석이 발견될만한 곳을 잠시도 쉬지 않고 방문하여 관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 동안 단 하나의 인류화석도 발견하지 못하고 사망한다. 고인류학자로서 화석을 발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행운이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요한슨이 찾아낸 최초의 직립보행원인, 루시의 유골  ⓒ
1974년 미국의 고인류학자 도널드 요한슨이 대학원생인 조수 탐 그레이와 에티오피아 아파르 삼각지의 한 지점인 하다르에서 수십 개의 뼈 조각을 찾아냈다. 하다르는 아프리카 동부의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Great Rift Valley)에 속하는 곳이다.

고인류학자들은 대개 치아 하나, 뼈 한 조각만 찾아내도 운이 좋다고 생각하며 두개골의 일부라도 발견하면 복권이 당첨된 것보다도 더 어려운 행운을 잡았다고 생각하는데 그들이 발견한 것은 완전한 골격의 거의 절반 가량이 되었다. 이는 가히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우선 골반 뼈로 보아 여자의 뼈였는데 키는 90센티 정도였고 나이는 20살 정도였다. 이 유골이 바로 약 300~320만 년 전에 살았던 원숭이와 인간 사이의 과도기적 생명체로 현대 인류의 조상이 된다는 유명한 ‘루시’다. 다시 말해서 루시는 현생 인류를 비롯한 모든 인류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류의 조상으로 학명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로 명명되었다. 고인류학자들이 루시의 발견에 그렇게도 환호한 것은 그렇게도 찾기를 바라마지 않았던 잃어버린 몇 백만 년의 연결고리를 이어주었기 때문이다.

루시는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뇌가 작고 턱도 뾰족했다. 생김새는 원숭이와 비슷했지만, 치아는 인간과 거의 비슷했다. 무릎 관절로 미뤄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루시가 침팬지보다는 사람에 가까우며 뛰기보다는 걷기에 편했던 골반과 두개골구조를 갖췄던 것으로 짐작된다. 평균적으로 여자는 몸무게가 약 28~30킬로그램, 키가 100~120센티미터였고, 남자는 몸무게가 40~55킬로그램, 키가 120~135센티미터 정도였다.

루시는 인간처럼 직립보행한 증거를 보여준 가장 오래된 원인이다.

▲ 600만년 전 직립보행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류 유골의 일부  ⓒ
물론 근래 두발로 걸어 인류와 거의 유사한 단계에 왔던 원시 인류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이전인 600만 년 전에 이미 존재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피츠버그의 앨리게니병원 캐럴 갈릭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2000년 케냐에서 발견된 원시인류 화석의 X선 단층 촬영 분석으로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인류의 최고 조상 루시가 출현한 약 300만 년 전보다 무려 300만년이나 앞선다.

연구진은 케냐의 루케이노지층에서 발견된 원시 인류의 대퇴골 화석에 온전한 채로 남아있는 엉치뼈와의 접합부 부분을 컴퓨터 단층 촬영한 결과 구형으로 생긴 이 접합부를 지탱하는 연결 부위의 상단이 하단보다 가는 것을 발견하는 등 인류의 직립보행이 루시보다 더 오래되었다고 기염을 토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의 로버트 에카트교수는 행동의 변화가 구조의 변화에 앞서 나타난다면서 이번 연구결과는 원시 인류의 직립 두발 보행이 지금까지의 추정보다 훨씬 일찍 시작됐음을 입증하는 “매우 확고한 증거”라고 말했지만 아직 인류의 직립 보행 시작 시기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며 대체로 루시와 같은 300만 년 전이라는 통설이 우세하다.1)

고인류학자들의 발견은 계속 이어졌다. 1994년과 1998년에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발견되었다. 이 유인원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워터스란드대학 인류학자들이 요하네스버그 북서쪽의 스터크폰테인 동굴에서 발견했는데 두개골은 물론 정강이 뼈 등 전신 뼈가 발견되었다.

이번에 발견된 남아공 유인원은 1.22미터의 키에 직립 보행능력을 가졌으며 나무를 기어오를 수 있는 큰 앞발가락을 갖고 있어 오늘날의 침팬지와 매우 유사한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럿거스대학 연구팀은 인류의 먼 조상격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채식과 육식을 고루 즐겼다는 요지의 논문을 발표했다.

대다수의 학자들은 지금까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과일과 나뭇잎을 주로 따먹고 살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럿거스대 연구팀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치아를 방사성동위원소로 조사한 결과 이 인류의 조상이 동, 식물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어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994년에는 에티오피아의 약 440만 년 가량 된 암석에서 새로운 원시 인류의 화석이 발견되었다. 아르디피티쿠스 라미두스라고 불리는 이 종은 루시보다 더 원숭이에 가깝지만 치아의 해부학적 구조로 볼 때 인간과 유사한 점도 있었다. 학자들은 이 종이 원숭이와 인간 사이의 틈새를 메울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인류의 시원을 찾는 연구는 계속되었다. 2001년 에티오피아 사막지역에서 뼈가 발견되었다. 발견 된 뼈에 섞여 있던 화산재 속에 갇혀 있던 아르곤 가스를 연대 측정한 결과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초기의 인류 즉 1994년에 발견된 것보다 약 100만 년가량 앞선 520만~580만 년 전 것으로 추정되었다. 연구팀은 어금니가 발달하고 앞니가 작은 것으로 미뤄 이 화석의 주인들이 침팬지와 달리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했으며 발 뼈의 형태로 보아 직립 보행을 했음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 700만년 전에 살았던 투마이의 두개골  ⓒ
2002년에 드디어 인간과 침팬지의 공동조상으로 추정됐으나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아 가설로만 존재했던 약 7백만 년 전 고인류의 화석이 아프리카 중부의 차드 공화국에서 발견되었다. 현지어로 ‘투마이(삶의 희망)’이란 이름이 붙은 이 원인의 두개골은 침팬지와 크기가 비슷하지만 성인 남자와 유사한 얼굴을 지녔다.

연구팀은 목의 근육과 연결되는 두개골의 뒷부분을 볼 때 원인은 직립 보행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학자들은 ‘투마이’가 인간과 침팬지 사이의 진화 과정인 ‘잃어버린 고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이 두개골의 발견으로 일반적으로 500만~700만 년 전에 인류가 원숭이에서 분화했다는 기존 학설과는 달리 인류와 원숭이의 분화 시기가 최소한 700만 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프와티에 대학의 미셀 브뤼네 교수에 의하면 투마이가 발견된 지역은 인류가 기원했을 것이라고 추정돼 온 동남부 아프리카에서 1600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과거의 학설로는 인류의 조상인 고인류가 동부 아프리카의 초원에서만 살았는데 투마이의 발견으로 기존 의 학설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출되기도 했다. 고인류학은 앞으로도 계속 보완되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루시의 발견으로 잃어버린 연결고리가 어느 정도 해결되자 인간의 계통도는 계속 수정되었다. 학자들은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인간의 조상들이 언제부터 도구를 사용했느냐에 주목하였다. 50여만 년 전의 북경원인이나 100만 년 전의 검은모루동굴(북한)에서 석기가 발견되었으므로 최소한 100만 년 전으로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학자들은 진화 계통도상 훨씬 오래 전부터 석기를 사용했다고 추정하고 있었다.

학자들의 추정은 옳았다. 탄자니아의 올드바이 계곡에서 발견한 진잔드로프스는 무려 150만~250만 년 전의 것으로 측정되었는데 이들은 동물의 껍질을 벗기거나 고기 덩어리를 떼어내는 데 돌 조작을 사용했다. 이들을 호모 하빌리스라 부르는데 그들은 돌 조각으로 동물들을 죽일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음식물의 폭을 넓혀 종족이 번성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

물론 루시가 곧바로 현대인류로 진화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대략 3백만 년 전 여러 종으로 갈라진 후 한 동안 경쟁하며 살았다. 이들 중 몇 차례의 진화 가지치기 끝에 살아 남았으며 그 중에서도 현대 인류의 중간 조상의 역할을 한 것은 약 180만 년 전경에 출현한 호모 에렉투스로 추정한다. 이들은 호모 하빌리스보다도 뇌가 크고 보다 고급스런 석기를 만들었고 현대 인류의 중간 조상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

호모 에렉투스의 뇌 용적은 900~1000cc로 추정되고 호모 하빌리스보다 현대 인류와 가까운 얼굴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손도끼와 절단기를 사용했는데 이것은 상당히 큰 둥근 돌을 깨뜨려서 만들었다. 이런 석기는 그 후 변하지 않고 거의 150만 년 전부터 20만 년 전까지 표준형으로 계속 사용된다. 더구나 이들은 활과 화살을 발명하여 수렵 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만든다.

호모 에렉투스는 대략 100만 년 전부터 아시아와 유럽으로 퍼져나갔다고 추정한다. 80만 년 전이 되자 이들은 스페인으로부터 동쪽으로는 인도네시아까지 퍼져나갔다. 그러나 이들은 북위 50도까지 진출했다. 북위 50도 이북에서는 너무 추워서 여러 가지 줄기식물이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과 침팬지가 갈라진 것은 일반적으로 600만~700만 년 전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근래에 인간과 유인원을 갈라놓은 것은 한 개의 유전자로 이것이 약 250만~300만 년 전에 인간에게서 사라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학의 아지트 바키 교수는 2002년 8월, 문제의 유전자는 당의 일종으로 시알산(酸) 의 생산을 통제하는'Neu5Gs'라고 발표했다. 이들 유전자가 사라지는 돌연변이는 보노보(난쟁이 침팬지) 및 침팬지 등과의 마지막 공동조상이 나타나는데 이들이 현대 인간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에서는 Neu5Gs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의 발견은 인류학자들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겨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간과 침팬지가 갈라졌다는 시기가 무려 300만 년에서 400만 년이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 결과는 인류의 기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마지막 장이 채워지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속)

언어구애가 인간 진화의 핵심
이종호의 과학이 만드는 세상-로봇의 반란(17)
▲ 제브라피시(제브라다니오)의 좌뇌와 우뇌에 한 쌍씩 있는 ‘하베눌라’라는 부분의 신경회로가 좌우대칭이 아니라는 것이 발견.뇌신경 회로망이 좌뇌와 우뇌가 다르다는 것이 세계최초로 확인  ⓒ
<좌뇌와 우뇌의 다른 기능>

각종 동물들이 만들어 내는 신호는 세상에 대한 진실만을 전달하지 않는다는 데 그 중요성이 있다. 이것은 발신자들이 거짓말을 다반사로 하므로 다른 동물로부터 오는 신호를 외면하도록 진화되어야 생존에 유리하다고 설명된다. 그 신호들이 자신을 속이기 위한 시도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신호에 대해 항상 부정적인 대응을 하는 것은 아니다. 즉 누가 신호를 보냈느냐에 따라 반응의 척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친척관계에 있는 개체가 “저 포식자를 조심해”라고 할 때는 믿을 수 있는 신호이기 때문에 귀를 기울인다. 또한 하나의 먹이를 놓고 경쟁하는 동물이 보낸 “나는 너를 죽일 수 있어”라고 하는 신호 역시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가는 정말로 죽임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적응도 지표’라고 부른다.
학자들의 두뇌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었는데 로봇학자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인간의 두뇌에서 좌뇌와 우뇌가 수행하는 기능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좌·우 뇌의 차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진 것은 1970년대 이후이다.

간질병 환자의 뇌에서 우반구와 좌반구를 연결하는 다리, 이른바 뇌량의 한가운데를 절단한 결과 우반구에서 일어난 발작이 좌반구에는 전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좌뇌와 우뇌가 별개라는 점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좌뇌는 읽고 쓰고 계산하는 논리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반면 우뇌는 그림이나 음악 등의 감성적 세계를 담당하는 것으로 설명됐다. 이와 같은 연구를 수행한 로저 W. 스페리 교수는 198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좌뇌와 우뇌의 신경회로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2005년 5월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오카모토 히토시 박사와 런던 대학의 스티브 윌슨 박사 등의 공동 연구팀은 물고기 뇌에 대한 연구를 통해 뇌신경 회로망이 좌뇌와 우뇌가 다르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하였다.

연구팀이 관찰한 ‘제브라 피시’라는 열대어의 경우 좌뇌와 우뇌에 한 쌍씩 있는 ‘하베눌라’라는 부분의 신경회로가 좌우대칭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지금까진 좌·우 뇌의 차이가 인간 특유의 현상이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좌·우 뇌의 차이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전체 척추동물에서 폭넓게 보인다고 한다.
근래 주목받고 있는 연구는 남성과 여성의 뇌의 차이에 대한 연구이다. 대체로 남성 뇌의 표면적은 여성보다 10% 정도가 넓고 기능과 작용에서도 차이가 있다. 예컨대 여성의 좌·우 뇌는 남성보다 더 긴밀히 상호작용을 하고, 언어능력을 좌우하는 영역의 작용이 더 활발하다. 반면 남성의 뇌는 이성과 감정의 영역이 여성보다 확실하게 구분돼 있고 기계적 추론과 공간지각 능력 등이 여성보다 뛰어나다고 알려졌다.

‘남성과 여성의 뇌에서 지능을 담당하는 구조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주목을 받았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 대학의 리처드 하이어 박사는 ‘지능과 관계된 부위가 남성은 뇌의 회색질(gray matter)에 많고 여성은 백색질(white matter)에 많다’고 주장했다. 회색질은 대뇌반구의 바깥쪽 표면을 싸고 있는 곳이고 백색질은 그 안쪽에 있는 부위로, 회색질 가운데 지능과 관련된 부분은 남성이 여성보다 6.5배 많고 백색질에서 지능과 관련된 부분은 여성이 남성보다 10배 많다는 것이다. 또 남녀 간에는 지능을 담당하는 부위의 크기만 다른 것이 아니라 그 분포도 달라 남성은 회색질의 지능 담당 부위가 뇌 전체에 고르게 분산되어 있는 반면 여성은 대뇌의 앞쪽인 전두엽에 국한되어 있다고 밝혀졌다. 이는 인간진화 과정에서 지능과 관련해 두 가지 형태의 뇌가 만들어졌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추정이다.

문제는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면서 어떻게 좌뇌와 우뇌를 분리하여 설계하며 또 여성과 남성의 두뇌를 달리하여 만들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학자들이 인간의 뇌를 연구하면 할수록 점점 미궁에 빠진다고 불평하는 이유이다.

▲ 침팬지와 제인 구달 박사.일반적으로 인간은 5∼7백만 년 전부터 유인원과 갈라졌다고 추정.영국의 제인 구달 박사는 영장류인 침팬지 연구에 몰두하면서 인간과의 연관관계를 밝히고 있다  ⓒ
<언어의 진화>

제프리 밀러는 언어의 진화 즉 언어의 이익에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옵션 즉 혈연관계, 호혜주의, 성선택이 관여했다고 설명한다. 제프리 밀러의 설명은 명쾌하다. 음식을 나누면 작아지지만 정보는 나누면 커진다. 상대방에게 유용한 사실을 알려주더라도 그것을 앎으로써 생기는 내 이익이 자동으로 줄어들지 않는다. 잠재적으로 이러한 정보공유의 효과 덕분에 언어는 혈연선택과 호혜적 이타주의를 통해 진화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 조상들이 혈연과 친구로만 구성된 작고 반영구적인 집단을 이루고 살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대 인류들은 150명이 최대 거주 단위로 이 이상으로 인구가 늘어나면 분지되었다고 추정한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능력을 진화시킴으로써 서로 이득을 보았다는 것이다.

밀러는 성선택이 언어 진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언어의 정보전달이라는 관점에서만 본다면 발화자보다 청자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간다. 발화자는 이미 전달할 정보의 내용을 알고 있으므로 그것을 남과 공유함으로써 새로이 얻을 것이 없다. 하지만 청자는 발화자의 말을 듣고 정보를 얻는다. 즉 남의 말은 극도로 귀담아듣고 자신의 말은 극도로 자제하는 종(種)이 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런 특성은 인간의 본성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 학자들의 지적이다. 사람들은 서로 먼저 말하려고 경쟁하며 상대가 자기 말을 듣도록 하기 위해 애를 쓴다. 듣는 척할 때도 사실은 남의 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으로 다음에 자신이 할 말을 준비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은 인간의 신체적인 구조에서도 증명된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게 이익이라면 인간의 발화기간은 퇴화되고 귀는 동료가 말하는 모든 값진 지식들을 몽땅 흡수하기 위해 진화해야 한다. 그런데 인간의 청각기능은 그다지 발달하지 못한 반면(다른 동물에 비해 매우 뒤떨어진다) 발화기관은 엄청나게 발전했다. 즉 적응의 지표는 듣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 튜링테스트. 컴퓨터의 선구자 앨런 튜링은 ‘튜링테스트’를 통과할 지능적인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
여기에서 제프리 밀러는 인간의 구애가 상당 부분 언어에 의한 구애임에 주목했다. 구애의 모든 단계에서 언어과시가 일어나는데 이때 사용되는 언어는 짝 고르기의 대상이 된다. 십대들은 이성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기 위해 전화를 걸 때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한다. 말을 재치 있게 하지 못하고 더듬거나 엉망인 문법, 잘못된 단어를 선택하는 등 이성에게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사람은 딱지맞기 십상이다.

일단 데이트에 성공한 후에는 더욱 언어에 신경을 쓴다. 사람들은 구애의 매 단계마다 구애를 포기하거나 친밀감을 높여가는 단계로 이행된다. 보통 최소한 몇 시간 정도 대화가 오가면 사소한 신체적 접촉으로 진전되며 몇 회에 걸쳐 대화의 자리를 가졌다면 성관계로 진전된다. 이러한 언어구애가 여성이 남성을 자신의 파트너로 고르게 되는 성선택의 핵심 즉 인간이 진화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는 것이다.

언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앨런 튜링의 작품으로도 알 수 있다. 1950년 컴퓨터의 선구자 앨런 튜링이 창안한 ‘튜링 테스트’도 어떤 사람의 마음의 능력을 검사할 때 언어구애가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이것은 질문자가 자기가 상대하고 있는 대상이 진짜 여성인지 아니면 여성을 흉내내는 컴퓨터 프로그램인지를 알아맞히는 게임이다. 튜링은 오직 단말기를 사용해서 질문을 보내고 화면상으로만 대답 받도록 했다.

아직도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튜링은 컴퓨터가 질문자로 하여금 자신을 진짜 여자로 믿게 만든다면 이 컴퓨터는 ‘지능적인 컴퓨터’라고 생각했다. 튜링은 그렇게 하기 위해서 컴퓨터가 실제 다양한 범주의 행동들을 믿을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그가 나열한 행동의 범주들에는 친절, 적절한 어휘 사용, 유머감각, 깜짝 놀라게 만들기, 딸기크림 먹겠다고 고집하기, 사랑에 빠지기, 타인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기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외적인 반응 형태를 기준으로 지능의 유무를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박승수 교수는 적었다. 문제는 이런 방법 외에 지능을 판별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뚜렷하게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영국의 한 뇌성마비 환자는 자기 의사를 외부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증세가 심하여 가족들은 그가 저능아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님 한 사람이 환자를 만났는데 그는 환자의 신음 같은 말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장님의 통역으로 그는 삼십 살이 넘어 처음으로 외부 세계와 소통을 할 수 있었다. 이 예를 볼 때 어떤 객체가 지능이 있는가를 확인하는 길은 어떤 형태로든 의사교류를 하고 이를 기반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의미에서 누가 튜링 테스트에 통과하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 「블레이드 러너」  ⓒ
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을 영화화한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는 미래의 황량하고 암울하기 그지없는 지구를 배경으로, 우주에서 반란을 일으키고 지구로 침투한 인조인간(리플리컨트)들을 쫓는 전문경찰관(블레이드 러너)이 인조인간들과 벌이는 사투와 인간적인 고뇌를 그렸다.

블레이드 러너는 고도의 감정이입과 반응 테스트(튜링테스트)를 통해 인간과 복제 인간을 구별할 능력을 지닌 경찰이다. 타이렐사는 리플리컨트를 만들어 우주식민지 개척을 위해 사용한다. 그러나 리플리컨트들은 4년밖에 안 되는 자신들의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반란을 일으키고 이들 중 4명이 지구로 잠입한다.

그런데 이 영화가 시종 끌고 가는 주요 핵심은 블레이드 러너가 사용하는 반응테스트 즉 튜링테스트이다. 그는 리플리컨트들에게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것을 이용해서 그들을 색출한다. 문제는 리플리컨트들을 제거하는 전문경찰관 데커드(해리슨 포드)조차 레이첼이라는 리플리컨트와 사랑에 빠진다는 점이다.

레이첼은 완벽한 안드로이드이므로 의학적 관점에서는 인간과 전혀 구분되지 않는다. 그들을 구별해 내는 방법은 고난도의 ‘튜링테스트’인데 레이첼의 경우는 그것도 어렵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어린 시절 기억이 이식되어 있어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실한 의미에서 기계로 볼 수 있는 컴퓨터와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가능한지는 의문이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진짜 심리치료사와 대화하고 있다고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이것은 인간의 지능은 언어구애를 통해 잘 과시될 수 있으며 효과적인 언어구애는 지능과 상관있다는 뜻이다.

「에이리언」에 등장하는 인조인간의 경우 “아니, 그가 인조인간이라고?”라는 말이 나온다. 이러한 놀라움을 표시하는 주인공의 대사는 그가 이미 튜링 검사를 통과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목적이 무엇이었든 간에 일단 언어의 싹이 진화하기 시작하자 성적인 동기를 품은 우리 조상들은 자신들의 타고난 언어능력을 구애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넓은 의미의 언어구애는 우리가 왜 집단 속에서 관심을 끌고 타당성 있는 것들을 말하려고 경쟁하는가를 잘 설명해 준다. 짝 고르기는 인간의 사회생활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일반적으로 무엇을 말했느냐가 어떻게 말했느냐보다 더 중요하다.

언어의 형식구조는 주로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매개체로서 진화했다. 성격과 마음을 드러냄으로써 섹스 파트너를 유혹하는 것은 생각과 감정이다. 성선택은 언어의 형식이 아니라 내용을 만든다. 일반적으로 생각 없이 말만 많은 사람보다 깊은 생각을 심오하게 표현하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감동을 주는 승려나 신부 등이 사람을 무의미하게 떠들어대는 수다쟁이보다 더 인정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언어구애가 중요해지자 성선택은 우리의 행동을 인도하는 생각과 감정을 더 많이 의식경험(conscious experience)할 수 있는 쪽으로 또한 그러한 경험들을 언어로 보고할 수 있는 쪽으로 인센티브를 늘여갔다고 추정한다. 그 한 예로 남이 모르는 가십도 성선택에서 중요한 구애행위로 인식된다는 설명이다. 익히 알고 있는 친구에 대한 낡은 정보나 전혀 모르는 사람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관심을 끌기 어렵다. 그런데 쌍방이 잘 알고 있는 대상에 대해 늘 새롭고 입증 가능한 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십의 대상은 대화 참여자들이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해야 하므로 청자가 모르는 새 소식을 발화자가 알고 있다면 발화자는 비밀을 알아낼 수 있는 특별한 위치에 있거나 발이 매우 넓거나 아니면 기억력이 좋거나 또는 그런 정보를 캐낼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발화자는 높은 사회적 지위나 높은 사회적 지능을 소유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즉 가십은 지위 과시의 수단으로서 작용했다. 다시 말해 성선택과 그 밖의 사회적 선택에 의해 환영받음으로써 진화했을 가능성이 많다는 뜻으로, 고대 인류에 있어서 이런 가십이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언어 능력이 개발되어 갔다는 것이다.

▲ 인간(우)과 침팬지(좌) 뇌크기 비교도. 사람의 뇌는 침팬지보다 3배 가량 크다. 이 차이는 유전자의 발현이 두 종에서 서로 다르게 일어난 데 기인한다.  ⓒ
<언어유전자 존재>

근래 유전자의 연구는 적용 분야가 어디까지로 확대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다방면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그 중에서 우리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사람에 가장 가까운 침팬지는 훈련을 하더라도 발성 관련 근육을 잘 움직일 수 없어서 극히 제한된 단어만 발음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에 사람은 문장을 만들어 유창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데 학자들이 도전했다.

일본·한국·중국 등 6개국 과학자들이 참여한 ‘국제 침팬지 게놈 프로젝트’에서는 사람과 침팬지의 유전자 구조가 무려 98.75%나 같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학자들이 침팬지 염기서열 파악에 공을 들이는 것은 사람의 진화과정을 추리해 낼 단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침팬지의 게놈의 수는 30개로 서로 비슷하다. 유전 정보를 갖고 있는 DNA만 보면 서로 다르게 염기 서열은 전체의 1.23%에 해당하는 3천5백만개, 유전자 일부가 삽입되거나 빠진 부분은 5백만개이다. 이 차이는 사람 간 유전적 거리의 10배, 사람과 생쥐 간 거리의 약 1/10에 해당한다.

두 종의 단백질도 서로 비슷했다. 사람과 침팬지는 단백질 1개당 평균 아미노산 2개 정도 차이를 보였고 29퍼센트의 단백질이 완전히 같았다. 게놈 분석에 따르면 사람과 침팬지 염색체의 가장 큰 차이는 남성의 특징을 결정하는 Y염색체이다. Y염색체는 두 종이 갈라진 뒤 1.9퍼센트의 차이를 보였다.

사람과 침팬지의 염색체 수는 각각 23쌍과 24쌍으로 1쌍이 다르다. 두 종의 염색체 숫자가 다른 이유는 사람의 2번 염색체는 두 종의 공통 조상이 가졌던 2개의 염색체가 융합돼 생겼고 침팬지는 2A, 2B 염색체(12, 13번 염색체로 불렸음)로 분리된 채 진화했기 때문이다.

침팬지가 진화과정에서 사람과 다른 유전자를 갖게 된 경우도 알려졌다. ‘레트로바이러스성 요소(retroviral elements)'는 진화 과정에서 숙주 유전자의 일부분으로 결합돼 자손에게 전달되는 바이러스 유전자를 말한다. 침팬지 게놈에는 사람에겐 없는 PtERV1과 PtER2라는 2개의 레트로바이러스성 요소가 있는데 이들 바이러스가 침팬지의 생식세포를 감염시켜 그 유전자가 자손에게 전해진 것이다.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최근 ‘1퍼센트 차이의 수수께끼’ 가 조금씩 풀리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언어 유전자’라고 김형자 교수는 설명했다. 인간의 뇌는 챔팬지보다 3배 가까이 크다. 그런데 인간은 ‘폭스피2’(FOXP2)라는 언어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 유전자가 오랜 진화과정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이 정교한 언어구사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돌연변이가 일어난 시점은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시점과 일치한다고 한다.

FOXP2의 돌연변이는 12만∼20만 년 전에 처음 일어났으며, 현재 인간이 가진 형태의 유전자 변형은 진화 과정 후기인 1만∼2만 년 전에 완성돼 빠른 속도로 전파한 것 같다고 설명된다. 물론 과학자들은 FOXP2 유전자 외에도 다른 여러 유전자들이 언어 구사에 관련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람의 언어와 관련된 유전자가 더 많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엄밀한 의미에서 생명체와 기계는 기본부터 차이가 있으므로 진화를 통해 개선되고 발전된다고 하더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는 없다. 로봇이 인간처럼 성선택을 통해서 진화할 수 있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진화 요건을 생각해보면 로봇의 진화도 한 가지 맥락으로 풀어서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성선택을 통해 어디로 튈지 모를 정도로 고삐 풀린 질주를 했다고 설명된다.

그렇다면 로봇은 어떤 결론을 향해 질주를 하겠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이것은 로봇을 만드는 사람에게 고민을 안겨준다. 즉 로봇에게 성선택과 유사한 무언가가 부여될 때 인간이 그들을 어떻게 통제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인간이 로봇에게 인공지능을 도입하면서 인간처럼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부여할 때 그것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은 있는가? 소위 언어유전자가 인공지능에 의미를 부여해줄 수 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아직 나와 있지 않다. 로봇의 개발이 아직 그런 단계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미네이터」, 「슈퍼맨」, 「포트리스」 등 SF영화의 단골 소재로 볼 수 있는, 인간에 대항하여 나오는 로봇의 반란은 궁극적으로 학자들이 이러한 곤혹스러운 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부 과학자들은 로봇의 지능이 보다 발전하기 전에 국제적인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인간의 로봇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 개발을 목표로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는 과학자들에게 족쇄를 안겨주는 일이 될지 모르지만 일단 벌어진 일은 돌이킬 수 없다는 주장을 무턱대고 기우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래저래 첨단 로봇의 개발은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계속)
/이종호 과학저술가  

사람이 똑똑해진건 요리 덕분 2008년 08월 12일(화)

사람의 인지력이 갑자기 발달한 것은 불과 15만년 전, 조리된 음식을 먹기 시작한 뒤부터라는 새로운 학설이 제기됐다고 라이브 사이언스 닷컴이 보도했다.

중국 상하이 소재 파트너 컴퓨터생물학연구소 연구진은 게놈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실린 연구보고서에서 인간 두뇌가 오늘날과 같은 수준으로 발달하기까지 두 차례의 폭발적 성장이 있었고 주장했다. 약 200만년 전에는 두뇌 크기가 갑자기 다른 영장류의 2배로 커졌지만 인지 능력은 크게 향상되지 않다가 15만년 전에야 비로소 갑자기 폭발적인 인지력의 성장이 일어났다는 것.

이들은 두뇌 크기의 급성장은 이전보다 고기를 많이 먹는 등 섭취하는 음식의 질이 높아진데 따른 것이지만 이후에도 근 200만년 동안 똑같은 석기를 만들 정도로 사람의 인지 능력은 크게 향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15만년 전에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두뇌 발달이 일어나 이때부터 동물의 뼈 등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해 구슬 꿰는 바늘 등 많은 새로운 도구들을 발명하기 시작했으며 최초의 추상적 사고 능력을 발휘해 예술품을 창조하고 더 나아가 종교까지 창안해 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처럼 갑작스러운 인지 기능의 발달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지난 20만년 동안 일어난 인류 두뇌의 화학적 변화를 다른 영장류와 비교 추적한 결과 에너지 대사 과정에서 가장 큰 차이를 발견했는데, 이는 열량 섭취가 증가하면서 인지 기능이 갑작스럽게 향상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인류가 이전보다 많은 열량을 얻게 된 것이 음식을 더 먹어서가 아니라 약 20만년 전에 등장한 최초의 화덕 덕분인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음식으로부터 양분을 추출하기 위해 소화관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만 섬유소를 분해하고 양분 섭취가 용이하도록 음식을 가공하는 `조리' 과정은 몸 밖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리된 음식을 먹으면 그만큼 소화기에서 필요로 하는 열량이 줄어 남는 열량이 두뇌로 가게 되는데 사람의 두뇌는 이미 출산의 어려움을 일으킬만큼 크기가 문제가 됐던 터라 더 이상 크기가 늘어나지는 않고 내부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됐을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오늘날 인류는 비교적 작은 소화기를 갖고 있으며 섭취하는 열량의 20~25%를 두뇌 활동에 사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다른 등뼈동물들은 섭취 열량의 2%만을 두뇌에서 사용한다.

연구진은 이런 가설을 토대로 날음식 먹기는 권장할만한 습관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날음식 먹기 운동을 열렬히 추종하는 사람들은 매우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안게 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인지 능력 폭발이 진화 과정에서 너무 일찍 일어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우울증에서 양극성장애, 정신분열증에 이르는 정신 질환들은 진화적으로 "눈깜짝할 새"에 일어난 대사 변화의 후유증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사람의 두뇌가 폭발적으로 발전한 것은 생선을 먹기 시작한 후부터라는 등 다른 가설도 배제할 수 없지만 자신들의 연구 결과는 사람을 다른 동물과 확연히 구분하는 분수령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제공) | youngnim@yna.co.kr

저작권자 2008.08.12 ⓒ ScienceTimes

뇌에 올바른 지질 공급, 우울증 예방 가능 식품연, 정신건강 증진식품 국제심포지엄 개최 2009년 03월 30일(월)

▲ 잘 가려 먹으면 우울증의 약이 될 수 있는 식품들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질환, 암, 당뇨병, 심장병 등의 난치병을 식생활 개선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7일(금)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한국식품연구원이 주최한 ‘정신건강 증진식품 국제심포지엄’서 일본 기요린 예방의학연구소의 ‘야마다 도요후미(Dr. Yamada Toyofumi)’ 소장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아토피, 암, 당뇨병 등에 이어서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고 지적하고 “예전에 없던 질병이 생기는 이유는 식사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신건강을 위한 식이요법'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야마다 소장은 “20세기까지는 바이러스가 의학계에서 가장 큰 문제이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세포 기능의 변형으로 인한 질병 소식이 의학계에서 돌고 있다”며 “물, 공기, 먹거리 등에 변화가 오면서 이런 문제들이 생긴 것인데 그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지질(기름)”이라고 주장했다.

병의 원인은 대부분 세포 기능의 퇴화 및 변성에 의한 것으로 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려면 당질, 지질(oil),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소가 올바르게 보급돼야 한다는 것.

이 중 지질은 60조 개로 이뤄진 인체 세포의 구성성분인 세포막의 재료로서 체내 환경을 안정화시키는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자신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포도당과 미네랄을 요구하지만 그보다 뇌는 지질이 가장 많고 올바른 지질을 요구하는 장기로서 정신건강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영양소라는 것이 야마다 소장의 설명.

우유 섭취 많아졌는데도 골다공증 환자 오히려 늘어

야마다 소장은 “한국에도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사고 등이 많지만 일본도 30년 만에 가장 우울증이 높은 나라가 됐다”며 “스트레스나 외부의 영향에 의해서 쉽게 우울증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이 병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됐기 때문이며 그 원인에 지질이 있다”고 강조했다.

야마다 소장은 그 사례로 담배와 폐암의 관계에 대해서도 관심을 끄는 주장을 했다.

“담배를 피우면 무조건 암에 걸리나?”라고 반문한 야마다 소장은 “과거에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았지만 암에 걸리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적은 데도 암환자는 급격하게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일본 기요린 예방의학연구소 야마다 도요후미 소장 
야마다 소장에 따르면 그 이유는 담배의 영향보다 암을 생성시킬 수 있도록 몸의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며 그 원인 중에 지질의 영향이 크다는 것. 그는 칼슘 섭취를 위한 우유의 지나친 권장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야마다 소장은 “중년기 여성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골다공증의 경우, 칼슘 섭취를 위해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을 적극 권장하는 말들을 많이 한다”고 말하고 “나는 그런 견해의 반대 입장에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인체 내에서 필요한 양의 칼슘은 섭취되고 남는 것은 혈관에 그대로 남아 각종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이 그의 주장.

뿐만 아니라 과거 50년 전의 일본에선 하루에 300mg의 우유밖에 섭취하지 못했지만 뼈가 약해지는 일은 없었던 반면에 50년이 지난 지금은 하루에 600mg 이상의 우유를 마시지만 골다공증 환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것이 야마다 소장의 지적.

그 원인에 대해 야마다 소장은 “지금의 소들은 매우 고단백의 사료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임신 중에도 젖을 짤 수 있을 정도다”며 “골다공증은 칼슘의 부족에 의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사육된 소들의 우유에 뼈를 녹이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뼈의 산성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골다공증이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모든 동물들이 다 자라면 젖을 먹지 않는데 사람만이 성인이 돼서도 우유를 먹는 일은 생각해볼 일이다”며 “정제되지 않은 포도당 섭취, 칼슘이 아닌 마그네슘(Mg) 등의 미네랄 섭취, 올바른 탄수화물 섭취 등의 3가지가 식습관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요린 예방의학연구소는 일본인의 식습관에 근거한 예방의학의 개발과 영양프로그램 개발을 목적으로 세워졌으며 야마다 박사가 설립자 겸 소장을 맡고 있다. 또 2008년 12월에 한국에도 번역 출간된 <병에 걸리기 싫다면 기름을 바꿔라>의 저자이기도 하다.

야채의 편중된 섭취도 우울증 불러

이날 심포지엄에는 국내외 다수의 강연자들이 식품과 정신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 27일(금) 한국식품연구원이 주최한 ‘정신건강 증진식품 국제심포지엄’ 

‘청소년기의 영양과 정신건강’으로 발제한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는 “2007년도 질병관리본부의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과반수에 달하는 청소년이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경험했고 그 중 23.7%는 자살을 생각해 보았고 이 중 5.8%는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의료기술과 건강교육의 강화에 힘입어 청소년들의 신체적 건강은 많이 증진됐으므로 이제 정신적 건강을 도모할 때”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정서적 안정을 위해 필요한 첫 번째 영양 성분은 포도당”이라며 “크기에 비해 매우 많은 산소와 에너지를 소모하는 뇌는 포도당에서만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일정한 혈중 포도당 농도의 유지는 두뇌 스트레스를 줄이는 핵심요인이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식품의약품전문기자 박태균 박사는 ‘식품을 통한 스트레스와 불면의 치유’란 주제발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식 섭취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많은 가운데 여성들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며 이는 최근에 비만율이 급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며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삼가야 할 식습관을 바로 인식하는 일이 스트레스 해소 식품을 찾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 영국 프린세스 엘리자베스병원 린 하보틀 (Lynn Harbottle) 박사 
영국 프린세스 엘리자베스병원에서 영양 및 식이요법을 연구하는 ‘린 하보틀 박사(Dr. Lynn Harbottle)’는 ‘식품영양과 우울증’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어류에 많이 들어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은 뇌의 기능과 정신건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린 박사는 섬나라인 뉴질랜드의 경우, 어류 소비가 매우 낮은데 우울증 환자가 많고 반면에 같은 섬나라인 일본의 경우, 어류 소비가 많은 대신에 상대적으로 우울증 환자가 적다고 지적했다.

또 “도시보다 탄수화물의 섭취가 많은 시골의 경우에도 우울증이 심한데 그 이유는 흰쌀밥 위주의 식단으로 인한 티아민의 부족과 다양하지 못한 야채 섭취 때문”이라며 “한국 농촌의 경우처럼 김치를 유일한 야채 섭취의 수단으로 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린 박사에 따르면 우울증과 관련이 큰 폴산(Folic acid)의 경우, 발효된 야채에서는 매우 수치가 낮아지고 이는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 또 티아민 역시 부족하면 우울증을 부를 수 있다는 설명.

린 박사는 “우울증 예방을 위해 재래식에 의한 식단을 꾸미고 발효식보단 생야채, 생식 등 자연 그대로의 식사법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평소 식사에 폴산과 티아민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인의 적인 스트레스와 우울증. 이로 인한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가운데 1위다. 정신 건강이 육체적 건강 못지않게 중요해진 이 시점에서 식품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우울증의 예방 및 치료약이 되고 있다.

조행만 기자 |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09.03.30 ⓒ ScienceTimes

두뇌 음식(brain food)

간식의 나라 미국에서는 요즘 두뇌 영양 공급에 효과적인 '브레인 푸드'를 이용해 간식을 만들어 먹는 게 인기다.

수원대 김희섭 교수는 "음식은 입이 먹어도 영양은 뇌가 흡수하기 때문에 정크푸드 간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건강 전문사이트 WBMD는 품목별로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씩 '두뇌 음식'을 섭취하는 걸 권고하고 있다.

1.성인들에게 좋은 두뇌 음식

호두 등 너트류+초콜릿·블루베리(그 외 각종 베리류)·인삼·은행·오메가 3 지방산을 다량 함유한 연어 등 생선류, 통밀+아보카도, 비타민 미네랄 등 보조제(섭취량은 의사와 상의할 것), 약간의 카페인(일종의 각성효과).

2.아이들에게 좋은 두뇌 음식

연어·난황(달걀노른자)·땅콩버터·통밀·오트밀·베리류·콩·토마토·당근·고구마·시금치·호박 등 색이 강한 야채, 우유와 요거트, 쇠고기.

 

성격좋고 공부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쉽다면 밥상부터 바꾸자!!

 

 

아이를 변화 시키는 두뇌 음식

조엘 펄먼 | 김재일 옮김

이아소 2008.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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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식습관은 병을 치료할 수 있다. 그리고 미래의 심각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고, 뿐만 아니라 식생활은 아이의 지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가장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이들이 태어나서 청년이 될 때까지 먹는 음식이 그 후 50년 이상 섭취하는 음식보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사실이다. 요즘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 건강하지 못하다. 그 문제는 단순한 영양 차원을 넘어선다.

부모들은 자녀가 성장기에 먹는 음식이 어른이 되어서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과, 태어나서 10년이 가장 결정적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암을 유발하는 위험한 음식을 먹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목표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귀한 선물을 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귀한 선물은 다름 아닌 평생 건강과 명석한 두뇌이다. 이 책은 과학적인 증거를 통해 어릴 때부터 올바른 식사법을 따르고 계속 유지하면 집중력이 향상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무엇보다 과학적인 증거와 해결책을 제공하며,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식단이 쉽고 맛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의사이자 부모로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결합하여 최신 의학과 과학 정보를 이 책에 담아냈다. 그 정보를 가정에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실제적인 지침을 마련해준다. 자녀를 똘똘한 아이로 키우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를 설명하고 영양에 관한 기본 지식과 질병 예방법, 암과 자기면역 질환, 자녀의 식습관을 기르는데 따르는 어려움과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족에 대한 새로운 요리책, 만들기 쉽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강한 요리법을 제공한다. “성격 좋고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가?
그렇다면 밥상부터 바꿔라!”

MBC스페셜 특종 보도, 꼴찌에 사고뭉치 아이를 전교 1등으로 만든 두뇌 음식
세계 최고의 영양학자가 알려주는 내 아이를 바꾸는 놀라운 음식의 비밀. 조엘 펄먼 박사는 식단을 바꿈으로써 딱 3달 만에 꼴찌 아이를 전교 1등으로 만들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성격 장애, 아토피, 중이염, 감기, 인후염 또한 음식을 통해 고쳤다. 그는 미국에서 ‘모든 의사들의 의사’로 통한다. 초베스트셀러인 『내 몸 사용설명서』의 저자 메멧 오즈는 이 책을 두고 “엄마들보다 의사가 먼저 봐야 할 필독서”라고 극찬을 했다. 펄먼 박사는 이 책에서 아이들이 먹기 싫어하는 ‘좋은 음식’을 맛있게 먹이는 80개의 특종 레시피, 그리고 4남매를 키운 아빠로서 건강한 식습관을 아이에게 물려주기 위한 가정교육 비법을 알려준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은 세계 최고 수준의 영양과학과 수십 년의 임상 경험, 그리고 4남매를 키운 아빠로서의 경험을 통해 완벽하게 검증된 것이다.

태어나서 10년 동안 먹은 음식이 평생을 결정한다
조엘 펄먼 박사에 따르면 10살까지 먹은 음식이 아이의 일생을 결정한다. 또한 10살 이전에 좋은 식습관을 길들여야 아이의 평생 건강을 보장할 수 있다. 음식은 한 번 먹고 소화되면 끝이 아니다. 실제로 일본에서 대장암 발병률 증가와 동물성 식품 섭취량을 조사해본 결과 24년 전에 먹은 음식이 암 유발에 강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어려서 과일 주스가 아니라 생과일을 먹는 것이 암 예방에 결정적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현실은 어떤가? 어린 아이들일수록 불량식품을 마음껏 먹는다. 문방구 불량식품뿐만 아니라 색소와 방부제, 설탕으로 가득한 주스, 트랜스지방 덩어리인 패스트푸드는 어린 아이들이 먹지 어른들은 먹지 않는다. 엄마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아이의 인생을 망치고 있는 것이다.

병 안 걸리는 아이로 키우는 음식의 비밀
엄마들은 아이가 자라면서 제집처럼 병원을 드나든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9살짜리 엘리오트 레이몬드의 부모도 그랬다. 아들은 중이염과 아토피를 달고 살았다. 항생제를 비롯한 약물을 아무리 투여해도 낫지 않았다. 하지만 조엘 펄먼 박사는 엘리오트의 식단을 바꾸었고 단 2개월 만에 건강한 아이로 거듭났다. 11살짜리 조지 그랜트는 전교 꼴찌를 도맡아 하는 난폭한 폭력아동이었다. 진정제까지 먹여도 치삔가 불가능했다. 엄마는 지칠 대로 지쳐서 조엘 펄먼 박사를 찾아왔다. 박사는 3개월 동안 패스트푸드 대신 ‘두뇌 음식’을 먹였다. 조지는 전교 1등이 됐고, 아이들이 가장 친하게 지내고 싶은 친구가 됐다. 아이들은 신이 만든 최고의 면역체계를 갖고 태어난다. 단 좋은 자동차에 좋은 기름을 넣어야 하듯, 좋은 음식이 없으면 그 면역체계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내 아이에게 참치와 우유를 먹이지 마라!
두뇌 음식은 값비싸고 구하기 힘든 귀한 먹거리가 아니다. 좋은 땅에서 농약과 화학 비료 없이 자란 녹색 채소, 과일, 견과류가 조엘 펄먼 박사가 최고로 추천하는 두뇌 음식이다.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펄먼 박사는 참치와 우유 같은 음식을 멀리하라고 권고한다. 오메가3 지방산과 DHA가 많아서 머리가 좋아진다는 참치. 그러나 참치는 바다 생선 중에서도 가장 수은에 오염된 생선이다. DHA, 오메가3는 견과류를 통해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칼슘을 섭취하기 위해 마시는 우유는 오히려 골다공증을 유발한다. 아토피를 일으킨다는 보고 또한 잇달아 나오고 있다. 소화불량, 심지어는 소아 당뇨까지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녹황색 채소와 견과류, 콩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미국의 중상류층 이상의 엄마, 교육 수준이 높은 엄마들일수록 유제품을 멀리하고 있다.


“당신의 주치의에게 이 책을 선물하라!”
- 메멧 오즈, 한국?미국 초베스트셀러 『내 몸 사용설명서』의 저자

이 책의 저자인 조엘 펄먼 박사는 미국에서 ‘모든 의사들의 의사’로 통한다. 과학자와 의사들은 그를 존경하지만 식품 및 축산업계, 그와 결탁한 정치권과 미디어는 그를 너무나 싫어한다. 약 대신 음식으로 병을 치삔하고, 이윤을 뽑아내기 위해 만든 정크푸드가 아닌 자연이 키운 진짜 먹거리를 정력적으로 옹호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4남매를 직접 키우며 체득한 실전 지침을 담고 있다. 또한 그를 찾아 미국 방방곡곡에서 달려온 부모들과 아이들에게 제시한 처방을 고스란히 수록했다. 실제로 그들은 ADHD, 정서불안, 편두통 등 아이의 성적과 학업을 방해하는 위험한 질병의 고통에서 해방됐다.

핵심은 미량 영양소 - 머리 좋은 아이는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사과를 많이 먹인 쥐가 미로 찾기 테스트에서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블루베리 추출물을 먹인 쥐가 대조군과 비교해 기억력과 집중력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요즘 아이들은 칼로리와 단백질은 과잉 섭취하고 진짜 중요한 미네랄이나 비타민은 너무 적게 섭취한다. 과자와 빵, 피자, 달착지근한 음료수 등 가공식품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은 머리가 나쁘고 학업성적이 떨어진다. 펄먼 박사가 제안하는 식사법은 간단하다. “가공식품과 동물성식품을 피하라. 신선한 식품으로 영양소를 섭취하라.”

아이의 식습관을 바꾸는 비결 - 부모부터 좋은 음식을 먹어라!
이 책은 4남매를 키운 저자의 노하우를 담고 있다. 좋은 음식을 아이가 즐겁게 먹을 수 있게 하는 80가지 레시피를 정리해 놓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아이들은 부모가 먹는 음식을 따라서 먹게 된다. 부모가 건강한 식습관의 본보기를 보이고, 몸에 좋은 음식을 집에 준비해 두면 아이의 식습관은 저절로 변한다. 이렇게 자란 아이는 항생제와 과잉 진료가 없어도 아프지 않고, 값비싼 과외를 시키지 않아도 공부 잘하는 우등생이 될 수 있다. [예스24 제공]

작가 소개
저자 | 조엘 펄먼
아이스스케이팅 국가대표로 활동하던 중에 부상을 입게 되었다. 주치의는 다리를 절단할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처방했다. 그러나 펄먼 박사는 수술을 거부하고 단식을 하였다. 그로부터 1년 뒤인 1976년 펄먼 박사는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 피겨 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땄다.이 일을 계기로 펄먼 박사는 식생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갖게 되어 필라델피아 의과 대학에 입학했다. 의대에서 영양과 자연 치료법을 중점적으로 공부하고 졸업 후 활기찬 건강을 되찾아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가정 의학 전문의로서 병원을 개업했다.
현재 책임 있는 의학을 위한 의사위원회 회원이면서 코넬 대학 대학원에서 영양학 강의를 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중요 방송과 신문에 기고나 강의를 통해 단식과 식생활 습관 개선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저서로는 미국에서 지난 10년 동안 스테디셀러가 된 <내 몸 내가 고치는 식생활 혁명>을 비롯하여, <살기 위해 먹어라>, <당신의 아이를 질병에서 보호하는 법> 등이 있다. 조엘 펄먼의 홈페이지 http://drfuhrman.com에서 단식과 식생활 개선에 관한 더 많은 의학 정보를 볼 수 있다. [도서11번가 제공]
목차

추천의 글 아이의 뇌와 몸은 아이가 먹은 음식으로 만들어진다
프롤로그 태어나서 10년 동안 먹은 음식이 평생을 결정한다

1 꼴찌를 일등으로 만드는 두뇌 음식
뇌가 좋아지는 음식은 따로 있다
오메가 3 지방산이 부족하면 산만해진다
천식, 아토피 아이에게 꼭 필요한 음식
‘완전 식품’ 우유의 진짜 모습
아침 식사용 씨리얼이 집중력을 방해한다
견과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영양의 보고
고기는 정말 영양이 풍부할까
채소, 가장 뛰어난 단백질 함유 식품
비대한 몸, 빈약한 뇌
잠자고 있는 두뇌를 깨우는 5가지 음식

2 병 안 걸리는 아이로 키우는 음식의 비밀
모든 약은 독이다
첫 번째 건강 비결, 의사와 약을 멀리하라
의사들이 매번 항생제를 처방하는 이유
항생제는 중이염 치료에 효과가 없다
아이들은 항생제 부작용에 훨씬 민감하다
미량영양소, 부족하면 병이 생긴다
면역력을 높여 주는 피토케미컬, 자연식품에만 들어 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비결
질병을 일으키는 3가지 요인
고소한 트랜스지방, 알고 보면 우리 아이를 해치는 악마
소금, 알고 써야 안전하다

3 아이 밥상, 지금 바꾸지 않으면 평생 후회한다
암 발병률이 계속 높아지는 이유
음식과 병의 관계를 밝혀낸 중국 프로젝트
자라고 있는 아이들의 세포는 10배 이상 위험하다
지금 먹은 음식이 24년 후에 영향을 미친다
빨리 성장하면 빨리 늙는다
빨라지는 사춘기와 늘어나는 유방암
10살 이전의 식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생선, 더 이상 권장 식품이 아니다
아이에게 유기농산물을 먹여야 하는 이유
올바른 식습관이 유전을 이긴다

4 가족의 건강은 부엌에서 시작된다
임신, 수유 중에 주의해야 할 것
이유식, 제대로 먹여야 병치레 안 한다
편식하는 아이에게 건강식 먹이는 방법
부모가 변해야 아이가 변한다
가공식품은 과식하게 만든다
아이가 너무 말라서 걱정이라고요?
아이의 식성을 바꾸는 5가지 전략
아이에게 식사량을 강요하지 마라
‘하루 세 끼’를 강요하지 마라
아이와 아빠를 요리에 동참시켜라
아무 거나 잘 먹는 아이가 건강하다?
채식 식사에서 보완해야 할 것
오염된 생선 대신 DHA 보충제를 먹어야 한다
여드름 없는 깨끗한 피부 만드는 방법

5 건강하고 맛있는 밥상 차리기
온 가족을 유혹하는 건강식 만들기
반드시 먹어야 하는 10가지 음식
맛있는 건강 요리, 누구나 할 수 있다
바쁘지만 건강하게 먹고 싶은 맞벌이 부부를 위한 10가지 팁
칼로리는 높고 영양은 없는 학교 급식을 거부하라
쉽고 맛있는 80가지 건강 요리 레시피
10일간의 추천 메뉴

2010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약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입시가 다가옴에 따라 수험생은 심리적 긴장, 수면부족, 불규칙한 영양섭취 등으로 건강상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수능 당일 최상의 컨디션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건강관리에 총력전을 펼쳐야 할 때다.

수험생은 과도한 두뇌활동과 스트레스 때문에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하고 수면부족과 운동부족이 되기 쉽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두뇌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는 영양섭취가 수험생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두뇌를 좋게 하는 음식이라고 해서 특정 한 가지 음식만을 과하게 먹는 것도 영양불균형을 불러오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음식이 정신을 만든다.

뇌발달에 좋은 영양소를 많이 섭취한 아이는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한다. 뿐만 아니라 과잉행동, 주의력 결핍, 우울증, 정신 이상 증세도 영양과 관련이 깊다. 버나드 림랜드Bernard Rimland박사와 제럴드 라슨Gerald Larson이 공저한 [범죄, 비행, 폭력감소를 위한 영양학적, 생태학적 연구]에서는 반사회적 행동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으로 영양을 강조하고 있다. 림랜드는 육류,우유, 밀가루, 옥수수, 그 외 일반 식품에 대한 대뇌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은 두통, 비현실감, 행동통제 결여 같은 만성적인 문제를 경험하고 때로는 폭력이나 절도, 방화 같은 강박행위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채식곰과 육식곰

모리시타 게이치의 저서[태어난 후에는 이미 늦다]에는 ‘흉폭화를 초래하는 육식’이라는 제목으로 미치노쿠 산촌에 사는 수의사가 기르는 새끼 곰 두 마리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 마리는 채식을 시키고, 다른 한 마리는 고기만 먹였는데 고기를 먹인 곰은 너무 난폭해져서 나중에 사살을 하게 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식용 육류는 18%의 단백질, 요소, 요산, 그리고 퓨린 염기 등의 질소화화합물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퓨린 염기가 우리의 체세포, 특히 뇌와 신경계 세포를 자극하고 흥분시켜서 식욕과 성욕을 일으킨다. 또 육류에 있는 요산이나 단백질 분해산물인 황산은 체내의 칼슘을 소비하기 때문에 혈액의 산성도도 강해져서 육식에 의해 칼슘의 배설량은 30~50%나 증가한다. 즉 과도한 육식은 칼슘을 소비시키고, 그 결과 중추신경계의 기능에 영향을 주게 된다.

호르몬과 뇌세포

뇌세포는 신경자극을 전달하는 시냅스사이를 잇는 신경전달물질을 통하여 전신의 조직 및 세포와 교신한다. 그리고 전신에 뻗어있는 모든 신경은 미엘린 수초가 감싸서 보호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미엘린 수초가 침식되면 신경기능이 손상되는데, 이것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슈반세포의 작용을 돕는 것이 프로게스테론이라는 성호르몬이다. 공장식 축산에서 동물들에게 남용되고 있는 성장호르몬은 뇌세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동물의 세포에 축적된 환경호르몬도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교란시켜 은밀하게 정신이상에 관여하도록 한다.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부족이 우울증을 유발하는데, 우울증에 걸리면 스트레스 유발호르몬인 코티솔이 과다 분비된다. 이는 뼈의 칼슘 흡수 기능을 떨어뜨린다. 코티솔의 농도를 낮추는 데에는 콩에 풍부한 이소플라본이 탁월하다.

<다이옥신의 체내 흡수원>

소고기 38.0 / 치즈, 버터24.1 / 우유 17.6 / 닭고기 12.9 / 돼지고기 12.2 /생선7.8 /달걀 4.1

공기호흡 2.2 / 토양 0.8 / 물 무시할 수준

** 하루 총 흡수량 1.9pg <자료 : 미 환경보호청 >

두뇌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면 우유를 포함한 동물성지방을 줄이고 견과류, 씨앗, 콩류, 채소를 먹어야 한다. 우리 몸은 야채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칼슘을 흡수한다. 케일에 있는 칼슘은 59% 흡수되지만, 우유칼슘은 32%만 흡수된다. 동물성 단백질과 소금을 적게 먹으면 소변으로 손실되는 칼슘양이 적어진다.

** 칼슘함량과 흡수율 (출처. 조엘 펄먼 저,[두뇌음식])

100칼로리에 들어있는

칼슘무게(mg)

흡수율(%)

흡수량

탈지우유 334

32

107

케일 449

59

265

청경채 787

54

435

브로콜리 189

53

100

아몬드

1/2컵

180mg

건포도

1/2컵

60mg

브로콜리

1컵

180mg

흰콩

1컵

261mg

우유

1컵

291mg

참깨

1/4컵

350mg

흰 강낭콩

1컵

140mg

시금치

1컵

244mg

오렌지

2개

120mg

두부

1컵

300mg

** 일반식품의 칼슘 함량(출처. 조엘 펄먼 저,[두뇌음식])

영양소와 뇌세포

뇌세포가 세포막 유동성을 유지하고 화학적 메신저를 올바르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오메가6와 오메가3지방이 적절히 필요하다. 모유를 먹인 아이의 IQ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높은 이유는 오메가3 지방과 DHA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가 녹색채소와 견과류, 씨앗류를 충분히 먹으면 모유의 질이 더욱 좋아진다. 뇌세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지방 중 가장 많은 부분은 DHA이다. 오메가3는 몸 속에서 EPA와 DHA로 나누어지는데, DHA는 뇌와 눈을 좋게 하는 필수영양소이다. 오메가3지방산의 결핍은 우울증을 유발한다. 오메가3지방산인 EPA의 적혈구 수치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누었을 때, 상위25%그룹에 비해 하위25%그룹의 자살 경향이 8%나 증가했다. EPA는 리놀렌산을 섭취하면 인체에서 합성되는데, 리놀렌산은 들깨와 콩에 가장 많이 들어있다.

뇌의 정상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비타민B군 복합체의 섭취가 필요하다. 신경계의 작용을 원활히 하며 DNA합성이나 적혈구 형성에 관여한다. 이를 위해서는 통곡류를 적극적으로 섭취해야 하며 정제탄수화물과 가공식품을 멀리해야 한다.

** 뇌신경에 작용하는 필수적인 영양소 (출처. 이광조 저[우리몸은 채식을 원한다])

영양소

결핍증

급원

비타민B1(티아민)

건망증, 불면증, 우울증, 다발성신경염

통곡류, 맥아, 콩류, 견과류

비타민B6(피리독신)

신경장애, 불면증, 신경과민, 흥분

감자, 바나나, 곡류

비타민B5(판토텐산)

불면증, 우울증, 신경염경련

식품에 널리 분포

비오틴

우울증, 식욕감퇴

식품에 널리 분포

콜린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 부족으로 레시틴 합성 곤란

상추, 땅콩, 콜리 플라워

비타민B12

(코발라민)

신경장애, 우울증

통밀, 보리, 콩류, 과일류, 해조류, 시금치, 양배추, 브로콜리, 무

비타민E

신경계통합성 결함

종실류, 엽채소, 견과류, 콩류

칼슘

정서불안, 근육강직

녹색채소류

신경작용에 에너지공급부족

콩류, 견과류, 통곡류

마그네슘

신경과민, 경련

곡류, 콩류, 견과류

칼륨

신경과민, 혼수, 기면

식품에 널리 분포

나트륨

신경흥분, 근육경련

식염

요오드

지능저하

각종 해조류

구리

두뇌작용 저하

통곡류, 견과류, 콩류

** 두뇌음식으로 밥상을 바꾸는 7가지 방법

1. 통곡류, 특히 현미밥을 주식으로 먹는다.

2. 집에 다양한 농산물, 특히 신선한 과일, 채소, 견과류와 씨앗을 쌓아둔다.

3. 동물성 식품을 식물성 식품으로 교체하고 콩, 두부를 자주 먹는다.

4. 견과류와 씨앗류로 아침식사, 디저트, 소스를 만든다.

5. 조미료를 적게 쓰고 설탕, 소금, 흰밀가루를 없앤다.

6. 유제품의 섭취를 줄인다. 대신 견과류를 넣어 만든 두유, 오렌지주스를 먹는다.

** 금기식

가공식품, 트랜스지방, 동물성 지방(육류, 생선, 계란, 우유)

일부는 밀가루의 글루텐을 금할 것(알러지 환자의 경우)

인산염이 들어있는 음식-핫도그, 햄, 베이컨, 등을 포함한 가공 또는 통조림으로 만든 고기, 굽거나 찐 식품, 탄산음료, 인스턴트 식품, 인공조미료

'두뇌음식' 강추 
 

'두뇌음식'을 다시 읽고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내용까지 가벼운 책은 절대 아니다. 주류 용어는 아니지만 gut-brain-skin axis라는 게 있다. 발생학적인 기원을 추적해보고 관련된 여러 정황증거를 축적한 후에 나온 개념인데, 서로서로간에 피드백한다는게 골자다. 학교 다닐 때 이것 참 좋은 아이디어다 싶었는데 크게 뜨지는 않았다.

 

두뇌를 좋게 하는 음식이라는 말 자체가 brain에게 미치는 영향을 gut 중심으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두뇌음식에서 뽑은 명문장들)

 

오메가 3가 풍부한 음식으로는 생선과 견과류, 씨앗 등이 있다. 하지만 생선 지방은 수은 함량이 높아 FDA는 아이와 임산부들에게 생선을 먹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뇌에 좋고 오염되지 않은 식품으로 아마씨, 해바라기씨, 참깨, 호두 등이 있다. 딸기와 채소도 뇌에 유익한 영양소가 풍부하다. 강력한 항암 식품이 아이들의 뇌 발달에도 좋다. 35p

 

내가 제안하는 식단의 핵심은 화학 첨가물, 트랜스지방, 포화지방 등 해로운 물질을 제거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나는 오메가 3지방산을 보충한 고영양 식생활이 해답이라고 확신한다. 37p

 

펄먼박사의 두뇌음식

채소, 견과류, 과일 중심의 식사

하루에 아마씨 한 스푼(주스나 디저트에 추가)

적어도 하루에 호두 30그램(다른 견과류와 함께 먹어도 좋음)

하루에 DHA 보충제 100~600밀리그램

가공식품, 트랜스 지방 금지

기름 금지 또는 최소한의 양만 사용. 필수지방은 견과류, 씨앗, DHA 보충제를 통해 섭취

일부 아이들은 밀가루 제품에 들어 있는 글루텐이나 유제품에 들어있는 카제인을 피해야 한다(이런 단백질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해당된다).  38p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동물성 식품(고기, 치즈, 튀긴 음식, 포화지방)을 먹는 것은 알레르기와 천식의 높은 발병률과 관계가 있다. 비타민 E의 섭취에 있어서 하위 1/3에 있는 아이들이 상위 1/3에 있는 아이들에 비해 천식을 3배나 많이 가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비타민 E는 녹색 채소와 견과류, 씨앗에 들어있는 지용성 비타민으로 동물성 식품에는 없다. 흰빵, 버터, 마가린이 천식과 강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1p

 

모유에서 나온 항체는 면역 기능과 지능을 최대화하고, 면역 체계이상과 알레르기와 암을 예방한다. 아이의 면역 체계는 2살까지 발달한다. 갓난아기의 소화기관에는 틈(세포사이의 공간)이 있다. 엄마의 항체가 아기의 혈관에 접근하도록 하기 위해 설계된 틈이다. 생후 2년동안 이 틈이 메워진다. 따라서 2살까지 모유 수유를 권장하는 것은 추측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생후 2년이 지나면 아이의 면역체계를 보충하기 위해서 더 이상 엄마의 면역 글로브린을 흡수하지 않는다.  48p

 

정크푸드는 싸지 않다. 몇 년뒤 엄청난 값을 치른다.  50p

 

칼로리당 영양소가 높은 식품을 먹으면 정상적인 몸무게를 유지할 수 있다. 칼로리당 영양소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식품은 채소와 콩이다. 채소는 또한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하다. 대부분의 채소는 고기와 우유보다 칼로리당 단백질과 칼슘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동물성 단백질은 덜 먹고 더 많은 채소와 콩, 씨앗을 먹으면 단백질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  54p

 

완두콩, 녹색 채소, 흰콩 등이 고기보다 칼로리당 단백질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또한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은 일반적으로 영양소와 피토케미컬이 가장 풍부한 식품이다. 이러한 고영양소, 저칼로리 식품을 많이 먹으면 단백질을 아주 많이 섭취하게 되고, 동시에 우리 몸은 예방 기능이 있는 미량 영양소로 가득 차게 된다. 55p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줄이고 식물성 단백질 섭취를 늘리면 콜레스테롤은 급격히 떨어진다. 채소, 콩, 견과류, 씨앗은 모두 단백질이 풍부하고 포화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이 없다.  56p

 

채식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는 단백질이 아니라 비타민 B12이다. 지금 우리가 먹는 식물성 식품은 매우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다. 우리가 먹는 채소와 과일에는 비타민 B12를 제공해주는 박테리아, 미생물, 흙이 거의 없다. 동물성 식품을 전혀 혹은 거의 먹지 않을 때 약간의 비타민 B12 보충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된장을 60도의 물에 풀거나 날 것으로 먹으면 충분한 비타민 B12를 섭취할 수 있다-역자주) 57p

 

우리 몸은 채소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칼슘을 흡수한다. 케일에 있는 칼슘은 59퍼센트가 흡수되는 반면 우유에 있는 칼슘은 32퍼센트만 흡수된다. 동물성 단백질과 소금을 적게 먹으면 소변으로 잃어버리는 칼슘 양이 적어져 칼슘이 덜 필요하다. 동물성 단백질과 소금을 과하게 섭취하면 소변으로 칼슘이 많이 배출되고 칼슘 필요량이 늘어난다. 61p

 

어렸을 때 항생제를 반복적으로 복용하면 해로운 박테리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유익한 박테리아의 수가 줄어든다. 게다가 해로운 박테리아가 더 큰 내성을 가지게 된다. 장에 기생하는 100가지도 넘는 유익한 박테리아가 항생제로 인해 소실된다. 그렇게 되면 병원성 세균과 효모가 확산된다. 반복적인 항생제 사용으로 만들어진 생태적인 공백을 병원성 세균과 효모가 채우게 된다.  73p

 

비타민 B12와 B6, 엽산, 니아신, 철분, 아연, 셀레늄이 부족하면 DNA에 한두개의 유전자 파괴가 생겨 방사선 손상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비타민과 미네랄이 부족하다. 영양소 수치가 만성적으로 부족해 세포 안에 많은 독소가 머문다. 독성 부산물 축적은 세포의 노화를 촉진하고 암이 번성하기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85p

 

피토케미컬은 발암 물질을 해독하고, 프리래디컬(활성산소)을 비활성화하며 DNA 손상을 수리하는 메커니즘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협력한다. 1만 2천개가 넘는 피토케미컬은 면역 체계 방어에서 주전역할을 한다. 과학자들이 주목하듯이 이 새로운 물질을 충분히 다양하지 먹지 않으면 세포가 더 빨리 노화된다. 또한 노폐물과 독성 물질을 해독하고 제거하는 인체의 천부적인 능력을 유지하지 못한다. 이 새로운 부류의 항산화물질은 퇴행성 질환을 예방하는데 필수적이다.  86p

 

치즈는 햄버거와 닭고기 가슴살에 녹아 있으며, 샐러드에 뿌려지고, 빵과 파스타 위에 녹아 있다. 치즈가 가장 많은 포화지방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91p

 

음식과 암이 관계가 있다는 증거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의 식습관은 변하지 않고 있다. 현상 유지를 하려는 세력들이 광고와 로비, 정치권력을 행사하여 건강한 메시지를 흐려놓고 있다. 식품업계는 언론과 정부와 결탁하여 힘을 발휘하고 있고, 막대한 광고도 대중의 눈과 귀를 막는데 한몫하고 있다. 102p

 

 

유기농 식품은 가장 좋은 선택이다. 얼마나 많은 위험이 농산물 잔류 농약에 존재하는지 아무도 확실히 모른다. 확실한 것은 젊으면 젊을수록 세포가 독소에 더 민감하다는 것이다. 잔류 농약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식품은 딸기, 배, 라즈베리, 포도, 체리, 사과, 셀러리 등이다. 126p

‘세계 뇌 주간’ 腦 집중해부-①뇌 질환의 최신 치료법

2003년 03월 20일
 

10일부터 일주일간은 세계 뇌(腦) 주간이다. 한국뇌신경학회, 한국뇌학회, 한국인지과학회는 세계 뇌 주간을 맞아 중고교생 및 일반인들에게 뇌의 중요성을 쉽게 알리기 위해 각종 공개강연과 연구실 탐방행사를 연다. 본보는 뇌 주간을 맞아 3회에 걸쳐 뇌의 질환 최신 치료, 뇌 발달에 따른 학습법, 남녀의 뇌는 어떻게 다른가 등을 소개한다.
최근 뇌 연구와 관련된 관심사는 제약시장이나 국가의 연구비 지급 루트를 보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세계 제약시장의 10대 약 중 뇌 질환과 관련된 약만 해도 자이프렉사 세로자트 졸로푸트 등 3개나 된다. 미국은 매년 70조원을 뇌 관련 연구비에 투자하고 있으며 일본은 21세기를 ‘뇌의 세기’로 부르고 향후 20년 동안 매년 8000억원을 뇌신경과학 연구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은 한해에 100억원 정도를 뇌 연구에 투자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뇌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은 1980년대. 1980년 이전 연구가 주로 해부학적인 측면이었다면 이후엔 생리학 약리학 분야에서 뇌 기능 연구가 활발하다.

한국 인지과학회 회장인 서울대 의대 약리학교실의 서유헌 교수의 도움말로 뇌의 특징 및 최근 많이 연구되는 뇌질환인 파킨슨병과 치매의 최신 치료법을 알아본다.

파킨슨병으로 투병 중인 교황 요한 바오로2세(왼쪽)와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 얼굴 팔 다리 등을 지배하는 뇌부위가 노화돼 망가지면 무표정한 얼굴과 손떨림증 등이 나타난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뇌의 특징은=뇌는 사고 감정 기억 인식 등을 관장한다. 무게는 1.5㎏ 내외로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뇌세포 수는 무려 1조개. 태아 때는 1분에 250만개의 신경세포가 탄생하지만 20세 이후엔 하루 5만∼10만개의 신경세포가 자연사(自然死)한다. 신경세포간 정보전달을 위해 연결된 시냅스 수는 약 1000조개. 신경세포는 시냅스에서 각종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며 기억 판단 행동 등의 복잡한 기능을 수행한다.

뇌 속에 있는 신경전달물질은 40∼50가지나 된다. 신경전달물질에 문제가 생기면 우울증 폭력 파킨슨병 치매 등의 뇌질환을 일으킨다. 사고(思考)를 관장하는 앞뇌에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줄면 폭력을 제어하는 기능이 사라져 폭력을 쉽게 휘두르게 된다. 또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하면 파킨슨병이 생기며 ‘아세틸콜린’이 부족하면 치매 증세를 나타낸다.

뇌는 자극을 더 많이 받을수록 신경세포끼리 연결되는 신경회로가 많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신경세포 수는 줄지만 ‘독서’와 같은 지적 자극을 통해 신경세포끼리 연결되는 신경회로는 늘릴 수 있다. 따라서 노인도 젊은 사람 못지 않은 기억력을 과시할 수 있다.

최근엔 뇌 속에서도 뇌신경세포로 성장할 수 있는 줄기세포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이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파킨슨병=오리처럼 엉덩이를 내밀고 손을 떨면서 아주 천천히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는 무표정한 얼굴의 노인들을 가끔 본다. 얼굴 팔 다리 근육을 지배하는 뇌 부위가 손상되면 위와 같은 증세가 나타나는데 이를 ‘파킨슨병’이라고 부른다.

권투선수인 무하마드 알리, 영화배우 캐서린 햅번도 이 병으로 투병 중이다. 이 병의 발생원인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현재까지 밝혀진 원인을 보면 모르핀 계통의 마약인 ‘메페리딘’ 제조시 생성되는 불순물(MPTP)이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오염 등도 발생에 한 몫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유전이 되는 파킨슨병의 원인 유전자가 발견됐기 때문에 앞으로 이 병의 발병 과정, 발병기전이 구체적으로 밝혀질 전망이다.

치료법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보충시켜주는 것. 즉 도파민을 만드는 원료물질인 ‘도파’를 투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가 오랫동안 치료받으면 약물효과가 떨어지며 자리에서 일어날 때 혈압이 떨어지는 기립(起立)저혈압이나 구토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

최근엔 태아 상태에서 도파민을 생성시키는 신경세포를 배양해서 이식하는 치료법이 개발됐다. 태아신경세포 이식법은 성공률은 높으나 뇌 속에서 오랫동안 태아세포가 정착하기 힘들며 윤리적인 문제도 아직 남아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도파민을 만드는 유전자를 환자의 뇌에 이식시키는 ‘유전자 치료술’이 시도되고 있다. 또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술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환자 자신의 혈액 속에 있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은 태아줄기세포의 윤리문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기억력 장애, 판단력 상실 등 정신기능의 전반적인 장애가 나타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치매의 50%는 알츠하이머 치매, 20∼30%는 혈관 치매, 나머지가 알코올 치매와 파킨슨병 치매 등이다. 알츠하이머와 혈관 치매, 양쪽 다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치매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노화로 추측하고 있다. 65∼74세 사이엔 10명 중 한명이 치매이지만 85세 이상엔 반 정도가 치매이기 때문.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치료법도 아직 없다. 단지 기억력 감소와 관련이 있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보충해 주는 정도다. 레시틴, RS-86, 니코틴과 같은 약이 나와 있으나 효과는 별로 없다는 평가다. 이외에 뇌염증을 억제해주는 항소염제를 사용하기도 하며 일부 효과가 보고되고 있는 여성 호르몬(에스트로젠)이 이용되기도 한다.

최근엔 뇌혈류와 아세틸콜린을 증가시키며 항산화 효과 등이 있는 ‘DHED’ 약물이 국내에서 개발돼 임상시험을 준비중이다.

腦 집중해부-②뇌 발달과 학습능력

2003년 03월 17일
 

[그림]
태어날 때 아기 뇌의 용량은 성인 뇌의 25%인 350g 정도. 그러나 생후 1년 만에 1000g에 이를 정도로 급격한 성장을 한다. 사춘기가 되면 성인의 뇌 무게인 1300∼1500g에 도달한다.

뇌는 나이에 따라 발달부위가 달라진다. 최근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가 자기공명영상(MRI)촬영으로 뇌발달 과정을 촬영해 얻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두뇌발달은 앞쪽에서 뒤쪽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뇌의 발달 부위에 따라 아이의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고 의료계에선 주장한다.

서울대 의대 약리학 교실의 서유헌 교수는 “뇌 부위가 다 성숙되지 않은 아이에게 어른과 같은 교육을 시키면 구토 발작 등과 같은 과잉학습장애나 각종 스트레스 증세가 나타나 아이의 뇌 발달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서 교수와 고려대 교육학과 김성일 교수의 도움말로 아이의 성장에 따른 적절한 뇌 교육 방법을 알아보자.

▽태어나서 3세까지=고도의 정신활동을 담당하는 뇌의 앞 부위인 이마엽(전두엽)과 뇌의 중간 부위인 마루엽(두정엽), 뇌의 뒷부위인 뒤통수엽(후두엽) 등 뇌의 기본 골격이 형성되며 신경세포끼리 연결회로가 만들어지는 시기. 머리의 좋고 나쁨은 이 신경세포회로가 어느 정도 형성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신경세포 회로는 만 3세까지 가장 활발하게 발달한다.

뇌가 전반적으로 골고루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어느 한쪽으로 편중된 학습은 좋지 않다. 독서만 시킨다든지, 언어교육을 무리하게 시킨다든지 등 일방적인 학습은 뇌 발달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운동과 감각을 통한 학습시기이므로 아이가 스스로 움직이면서 탐색하고 사물을 조작하도록 한다. 아주 정교한 장난감보다는 주위의 사물을 이용해 만들고 그리기, 흉내내기, 역할놀이, 공놀이, 악기놀이 등이 도움된다.

▽4세에서 6세까지=종합적인 사고와 인간성 도덕성 기능을 담당하는 이마엽 발달이 집중되는 시기. 이 시기에 예절교육과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으면 예의 바르고 인간성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뇌에서 정서를 담당하는 부분은 만 3세가 되면 성숙한다. 정서적으로 격려해 주고 무리한 일을 억지로 시키지 말아야 한다. 또 심한 벌을 주지 않아야 하며 도덕적인 면에서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아이들이 배우는 과정은 즐겁고 재미있어야 한다. 6세 이전의 아이들에게 음악이나 미술 혹은 외국어와 같은 특수한 기술을 억지로 가르치려는 것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아이가 배우기를 원하지 않는 한, 그리고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즉시 그만두고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기를 유도하거나 기다리는 것이 좋다.

이 시기에 부모가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동화책을 읽어 주면 어휘와 상상력이 증가한다. 또 새로운 상황에 자주 접할 수 있도록 박물관, 동물원, 식물원 등에 데리고 다니며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규칙이 있는 놀이를 통해 타인과 함께하는 삶을 가르친다.

▽7세에서 12세까지=뇌의 가운데 부위인 마루엽과 양옆의 관자엽(측두엽)이 발달한다. 관자엽은 언어기능, 청각기능을 담당하는 곳으로 관자엽이 발달하는 시기에는 외국어 교육을 비롯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교육이 효과적이다.

의료계에선 언어 교육, 특히 영어 교육은 초등학교 시절에 적절히 시키는 것이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다. 너무 일찍 외국어를 가르치거나 반대로 사춘기 이후 너무 늦게 시키면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이 시기에 고전과 명작들을 많이 읽게 하면 국어 실력이 상당히 올라간다.

공간 입체적인 사고 기능, 즉 수학 물리학적 사고를 담당하는 마루엽도 이때 발달한다. 이 시기의 아이는 자신의 의사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고 논리적으로 따지기를 좋아한다.

12세 이후엔 시각 기능을 담당하는 뒤통수엽이 발달한다. 이때는 보는 기능이 발달해서 자신의 주위를 훑어보고 자신과 타인의 차이를 선명하게 알며 자신의 외모를 가꾸려고 노력을 한다. 의료계에선 화려하고 멋진 연예계 스타나 운동선수에게 빠져서 열광하는 것도 시각적인 기능이 유난히 발달하는 시기와 관련 있다고 본다.

부모는 아이가 아이돌 스타에 열광하는 모습을 나무라지만 말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도록 허용해주어야 한다.


이진한 동아일보 기자·의사

腦 집중해부-③'남자다움'과 여성스러움' 차이의 비밀

2003년 03월 24일
 

‘남성다움’과 ‘여성스러움’.

여성학자들은 이 표현에 거부감을 느낄지 모르겠다. 언뜻 여성을 미화(美化)하는 듯 하지만 내심 성(性)적 비하를 통해 남성 중심의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려는 ‘야만적’인 이데올로기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이 표현은 틀리지 않다. 남녀의 뇌 구조가 서로 달라 남성성(性)과 여성성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령 여자가 평행 주차를 잘 못한다거나 수다를 잘 떠는 점, 남자가 쉽게 흥분하고 신문 또는 TV를 볼 때면 주변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점은 뇌의 구조로 설명이 가능하다.

남성의 ‘∼다움’은 직관적이고 논리적인 왼쪽 뇌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여성의 ‘∼스러움’은 섬세하고 감성적인 뇌의 활동이 많다는 점에서 모두 적절하게 사용된 접미사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의 뇌가 활발하다=성인의 뇌 무게는 남자가 1.4∼1.5㎏, 여자가 1.25∼1.3㎏으로 남자가 8% 정도 무겁다. 그러나 뇌의 활동은 여자가 오히려 활발하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마크 조지 박사에 따르면 두뇌활동을 할 때 남자는 뇌의 특정부위에서만 신경세포가 활동하지만 여자는 여러 부분의 신경세포가 동시에 움직이기 때문이다.

여성은 왼쪽 뇌와 오른쪽 뇌를 연결하는 두꺼운 신경다발인 ‘뇌량(腦梁)’이 남성보다 오밀조밀하고 10% 정도 넓다. 따라서 양쪽 뇌 사이의 상호작용이 훨씬 활발하다.

뇌의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여자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5∼7년 길다. 100세 이상 장수한 사람도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다.

반면 뇌의 노화 속도는 남성이 빠르다. 뇌에서 포도당을 소비하는 속도가 빠른 데다 음주와 흡연 등으로 노화를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뇌가 늙어가면서 위축되면 주의력이 떨어지고 화를 잘 내게 된다. 남성이 나이가 들면서 까다롭고 심술궂게 변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남성다움과 여성스러움=예일대 샐리 셰이위츠 교수가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남녀의 뇌를 촬영한 결과 남성은 하등동물에게 많이 발달해 있으며 폭력성과 관계 있는 ‘변연계’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반면 여성은 섬세한 감정조절을 하는 ‘띠이랑’ 부위의 활동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말하는 ‘남성다움’과 ‘여성스러움’이 뇌의 구조에서 기인한다는 단적인 예다.

남성다움을 결정하는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고환에서 분비되지만 뇌의 시상하부에서 조절하고 통제한다. 미국 스탠포드대 러셀 퍼놀드 박사팀은 동물실험 결과 수컷의 시상하부가 암컷보다 크며,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려는 수컷은 눈에 띄게 시상하부가 커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남성다움이 무너지는 경우 한가지. 술에 취하면 남성의 뇌는 평소에 단단히 구획으로 나뉘어 있던 경계가 흐트러져 여성처럼 말이 많아진다.

여성이 잘 웃고 이야기를 많이 하며 ‘분위기’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앞서 밝힌 것처럼 양쪽 뇌의 상호작용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슬픈 감정을 잘 느끼는 것도 뇌의 활동 때문이다. 조지 박사는 “여성이 슬픈 상황을 접하면 우울한 느낌을 전달하는 뇌의 신경세포 활동이 남성의 8배 정도에 이른다”고 말했다. 실제 여성의 우울증 발병률은 남성의 2배나 된다. 펜실베이니아대 라켈커 박사의 재미있는 실험 하나. 여러 장의 여성 배우 사진을 보여줬을 때 슬픔에 찬 여성 배우를 알아챈 사람 역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언어, 기억, 공간지각능력=언어 기능을 주관하는 것은 왼쪽 뇌다. 따라서 왼쪽 뇌가 손상을 받으면 언어장애가 나타난다. 그러나 왼쪽 뇌의 손상부위와 정도가 같더라도 남성의 언어장애가 더 심한 게 보통이다.

남성은 언어와 관련된 일을 할 때 주로 왼쪽 뇌를 사용하지만 여성은 이 경우에도 양쪽 뇌를 모두 사용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여성은 ‘여분의 뇌’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듣기, 말하기, 기억하기 등을 주관하는 ‘센터’인 측두엽 부위의 신경세포 숫자도 여성이 남성보다 10% 정도 더 많다. 셰이위츠 교수의 한 실험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동일한 철자로 시작하는 단어, 색깔과 형태를 나타내는 단어, 동의어를 더 빨리 더 많이 생각해 냈다.

뉴욕대 연구팀은 어떤 물체를 보여준 뒤 그 형태와 위치를 기억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 결과 여성의 평균점수는 105점으로 남성(100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심리학자 토머스 크룩 박사가 남녀 5만명의 기억력을 검사한 연구에서도 모든 연령층에서 여성의 기억력이 높았다.

반면 남성은 분석적인 왼쪽 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공간지각능력이 뛰어나다. 길을 찾을 때 여성은 지형지물 등 주변 이미지에 의존한다. “여기에 가게가 있고 저기에 주유소가 있었지”하는 식이다. 그러나 남성은 분석을 통해 방향과 거리를 이해한다. “서쪽으로 1㎞ 간 뒤 다시 북쪽으로 3㎞ 가면 된다”는 식이다. 남성이 주차를 잘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목표물을 정확히 맞히는 한 실험에서도 목표물과의 공간을 세밀하게 분석한 남성이 ‘이미지’를 중시하는 여성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다.


김상훈 동아일보 기자

섹스-다크초콜릿 두뇌발달에 좋다

2007년 12월 05일
 

“머리가 빨리 돌아가게 하려면? TV 연속극을 꺼라. 불평꾼과 대화하지 마라. 다크 초콜릿을 먹고 특히 섹스를 많이 하라.”

최근 영국에서 발간된 책 ‘뇌를 훈련하는 법을 배워라’가 권하는 내용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인 옵서버는 2일 이 책을 소개하면서 “적절한 음식과 교우 등 바람직한 생활방식이 두뇌 인지능력을 높인다”고 전했다.

다크 초콜릿에는 마그네슘과 항산화물이 많이 함유돼 두뇌에 산소를 풍부하게 공급한다.

또 섹스를 하면 두뇌에 일곱 종류의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중 네 가지가 두뇌에 도움을 준다. 특히 섹스 중 분비되는 옥시토신은 기발한 생각을 찾아내도록 하며 섹스 후에 분비되는 세로토닌은 논리적인 의사 결정과 창조적 생각을 돕는다.

반면 TV 연속극이나 인터넷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것은 두뇌의 한정된 기억 용량을 점유해 사고활동을 방해한다. 불평꾼은 얘기를 듣는 사람을 침울하게 만들어 두뇌가 목표를 성취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유윤종 동아일보 기자

아침밥 먹으면 수능 점수 20점 오른다?

2010년 09월 13일
 

[동아일보]


《 2011년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이제 D-66일. 과도한 두뇌 활동과 스트레스, 수면 부족, 피로 등으로 지쳐 있는 수험생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제는 적절한 수면과 운동으로 수능 당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컨디션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또 중요한 사항은 수능 막바지까지 풍부한 영양섭취를 통해 뇌세포의 활동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


“밥 안 먹어요! 대신 5분만 더 잘게요.”

주부 신영란 씨(43·여)는 매일 아침밥을 거르고 집을 나서는 고3 아들 때문에 걱정이다. 아침 식사가 건강과 두뇌에 좋다는 사실을 알지만 바쁜 등교시간에 밥을 꼬박꼬박 챙겨 먹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신 씨는 “억지로 깨워서라도 밥을 먹이고 싶지만 밤늦게까지 책과 씨름했을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서 그냥 자게 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수험생은 특별한 학생으로 분류된다. 장기간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로 예민하고 입맛도 떨어진 상황. 이들에게는 아침식사도 특별할 필요가 있다. 어떤 아침밥이 수험생에게 좋을까?



● 아침 식사 거르면 학습능력 떨어져

잠자는 동안에도 뇌는 쉬지 않는다. 중요하지 않은 기억은 삭제하고, 다음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이 과정에서 뇌를 활동시키는 에너지는 계속해서 소비된다. 아침이 되면 어느새 이 에너지가 고갈돼 있다.

아침에 뇌세포를 원활하게 활동시키려면 식사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해 줘야 한다. 아침식사가 중요한 이유다.

두뇌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은 포도당이다. 섭취된 탄수화물이 소화되면서 포도당으로 분해된다. 이때 뇌에는 포도당을 따로 저장하는 공간이 없어 계속해서 포도당을 공급해줘야 한다. 포도당을 얼마나 공급해주느냐에 따라 두뇌의 활동 정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

아침을 거르면 포도당 부족으로 두뇌의 활동이 느려져 집중력, 기억력, 논리적 사고력, 문제 해결능력 같은 학습능력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 매일 아침식사를 한 학생들 수능 평균 20점 높아

아침 식사가 학습능력을 향상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05년 미국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아동정신과 마이클 머피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침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학생 그룹의 숫자 암기력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3% 높게 나타났다. 머피 교수는 “적절한 영양을 갖춘 규칙적인 식사는 학생들의 건강과 학업능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보다 앞선 2002년에도 비슷한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농촌진흥청이 대학생 3612명을 대상으로 아침식사와 수능 성적 간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매일 아침식사를 했다”고 응답한 학생들의 평균 수능 성적이 “아침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학생들의 평균 성적보다 5% 높았다. 점수로 환산하면 약 20점에 해당한다.



● 수험생이 좋아하는 아침밥은?

학생들이 아침밥을 거르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누적된 피로로 식욕이 떨어져 아침밥을 거부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침밥으로는 짧은 시간에 먹기 편하고 맛이 좋으면서 영양가가 풍부한 식단이 좋다.

①머리 좋아지는 카레

카레의 주성분은 강황이다. 강황에는 ‘커큐민’이라는 노란색을 띠는 천연색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카레가 노란 이유도 커큐민 때문이다.

커큐민은 스트레스, 환경오염, 각종 독소로 인해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능력이 우수하다. 특히 활성산소에 의해 뇌세포가 파괴되는 현상을 막는다. 그래서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고 뇌세포의 활동을 활성화 시키는 등 두뇌를 건강하게 지켜주는 효과가 있다.

카레가 아침밥으로는 부담스러우리라 여기는 사람도 많으나, 의외로 잘 어울린다.

카레에 든 각종 향신료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시켜 영양분 흡수를 높여준다. 소화액 분비를 도와 소화도 잘 된다. 특히 카레의 매운맛은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어 속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좋게 해 몸을 가볍게 해준다.

카레를 챙겨먹을 수 없다면 강황과 발아현미, 상황버섯 등을 압축해 환으로 만든 백세강황환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②영양 만점 누룽지

‘배아(쌀눈)’와 ‘호분층(쌀겨)’이 있는 현미는 수험생의 아침식사로 좋은 음식재료다. 탄수화물은 물론이고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다. 집중력을 높여주는 뇌 활성 아미노산인 가바, 뇌 세포의 파괴를 막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도 풍부하다.

하지만 현미는 거친 식감 때문에 먹기가 꺼려지는 단점이 있다. 이땐 현미밥 대신 누룽지로 만들면 먹기가 편하다. 위에 부담이 적어 속도 편안하다.

현미누룽지를 만들려면 10시간 이상 물에 불린 후 밥을 해야 한다. 밥이 되면 냄비나 솥에 납작하게 눌러 가열해 물을 부어 끊이면 구수한 현미 누룽지가 완성된다. 하지만 바쁜 아침에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한 누룽지 제품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오뚜기가 내놓은 ‘옛날 구수한 현미 누룽지’는 뜨거운 물을 부으면 3∼4분 만에 완성돼 수험생과 바쁜 직장인들 사이에 주목받는다.

오뚜기 측은 “누룽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밥알을 잘게 부쉈기 때문에 식감이 부드러워 목 넘김이 편하다는 평이 많다”면서 “현미, 흑미, 오곡 등 100% 국내산 잡곡을 사용해 영양이 풍부하고 방부제나 첨가물이 없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③허준도 칭찬한 죽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죽도 아침식사로 좋다. 허준의 ‘동의보감’을 보면 ‘백죽(白粥)’이라 해 “아침으로 죽을 먹으면 정신이 맑아진다”고 나온다. 죽은 곡류를 오랫동안 끓여서 만들기 때문에 곡물의 녹말이 충분히 풀어져 소화가 빠르고 위에 부담이 없다. 하지만 바쁜 아침에 오랜 시간 죽을 끓이기는 쉽지 않다. 그럴 때는 손쉽게 죽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

(주)오뚜기는 양질의 이천 쌀과 찹쌀가루, 쇠고기, 야채, 표고버섯, 팽이버섯, 검은깨 등을 넣어 만든 여러 종류의 죽 제품을 최근 출시했다. 물을 붓고 8분정도만 끓이면 완성되는 편리성이 장점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검은깨 죽에 함유된 검은깨는 뇌의 기능을 활성화하는데 꼭 필요한 성분인 레시틴과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비타민 B가 풍부하다”면서 “특히 수험생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음식”이라고 말했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수능 D-3 수험생 식사수칙

2006년 11월 1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긴장하지 말자'고 다짐해봤자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수험생이 시험 당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남은 3일간 무얼 해야 하고, 또 무얼 하지 말아야 할까.

▽해야 하는 것은 충분한 수면이다=밤공부에 익숙해져 있더라도 이제는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일찍 일어나는 연습을 해 시험 당일 시간표에 맞도록 몸을 적응시켜야 한다.

시험 전날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수면제를 복용하면 절대 안 된다. 수면제는 대부분 다음 날 아침까지도 영향을 줘 집중력과 단기 기억력을 떨어뜨린다. 만일 잠이 전혀 오지 않는다면 시험 전날은 전문의에게 처방받아 적절한 수면제를 먹는 게 좋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밤참이다=빵, 만두처럼 당분이 많이 들어간 곡류는 혈액을 산성화시키고 비타민류를 대량 소비하게 하므로 쉽게 피로해진다. 또 밤새 분비된 위산으로 아침에 위가 부어 컨디션이 나빠질 수도 있다.

시험 당일 컨디션을 최고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입맛이 없어도 아침식사를 꼭 하는 게 좋다. 하루 종일 두뇌 회전을 하려면 포도당을 뇌에 공급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과식을 하거나 안 먹던 음식을 먹으면 좋지 않다. 과식하면 음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해 소화기관으로 혈액이 몰리므로 뇌혈류가 적어져 두뇌활동이 떨어지고 졸음이 올 수 있다. 생소한 음식은 예상치 못했던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시험 당일에는 주위 사람들에게서 받은 합격을 기원하는 엿, 사탕 등을 먹는 것도 좋다.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한경희 교수는 “엿, 사탕에 들어있는 포도당은 혈관으로 빨리 흡수돼 단기간 두뇌 회전에 도움을 준다”며 “하지만 커피 콜라 등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는 두뇌각성을 돕지만 방광을 자극해 시험 도중 오줌이 마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시험장에 들어가면 자신이 가장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터질 듯한 심장을 진정시켜야 한다. 심호흡을 하는 것도 좋다. 부모들도 자녀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을지대병원 정신과 이창화 교수는 “부모의 지나친 기대가 수험생을 초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면서 “부모가 수험생 자녀에게 시험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임숙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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